
▲이진우 산업부장(부국장)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가 지난 4일 출범했다. 보궐선거인 탓에 당선과 함께 곧바로 국정 업무에 돌입한 국민주권정부는 임기 중 경제정책 방향으로 '대한민국의 경제강국 실현'을 제시했다.
경제강국 실현을 위한 △국익 중심 통상 △실용적 외교 △남북관계 회복 등 외교·통상 정책과 △인공지능(AI) 기반 전략산업 육성 △재생에너지 확대 △주식시장 활성화 등 산업·금융 정책이 핵심이다.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국정 과제들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제시된 이들 정책은 이해관계에서 무엇보다 정부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강한 협상력과 지원, 정책 의지를 발휘하느냐가 성패의 열쇠이다.
이와 달리, 국민주권정부가 표방하는 기업환경과 노동 관련 정책은 정부의 관철 의지 못지 않게 기업과 근로자라는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합의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원만한 정책 실현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전망이다.
역대 정부에서 기업환경과 노동 정책은 집권세력이 진보냐 보수이냐 성격에 따라 기업이나 근로자에 힘이 더 실리면서 친기업, 친노동으로 규정지워지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친기업, 친노동의 교체를 되풀이하면서도 큰 흐름에서는 국제적 보편성을 충족시키는 정반합(正反合) 프로세스를 가동시켜 온 게 대한민국의 기업환경과 노동정책의 발전 여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 더불어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선전했음에도 정치학자와 일반국민들은 국민주권정부를 '진보 정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환경과 노동 정책이 진보 개혁 기조로 진행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약속했던 통합과 실용의 국정 철학이 진보주의의 가치와 토대를 손상하지 않고 어떻게 기업과 노동의 상반된 계급적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가령, 이 대통령의 공약 중 이른바 '온라인플랫폼법', '노란봉투법' 등의 입법화는 상대적 약자인 소상공인,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이지만 기업에 과도한 규제나 경영권 보호수단 상실이라는 우려와 반발 때문에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플랫폼법의 경우, 독과점 플랫폼 사전규제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중소 입점업체를 대상 불공정행위 규제(갑을관계 규제)를 포함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와 의회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독과점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자칫 갑을관계 규제만 적용하는 반쪽자리 입법이 될 경우 국내 플랫폼 기업의 역차별, 국내 유통혁신의 퇴행 등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노란봉투법 역시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안은 근로계약관계에서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게 골자이다. 노조는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가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권 및 노조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입법 정당성을, 반대로 기업은 불법파업 조장, 기업 재산권 침해 등을 들어 부당성을 서로 주장하고 있다.
민주공화정의 국체를 다시 정립한 국민주권정부는 좌고우면할 겨를 없이 '경제강국 실현'의 명분을 내걸고 매진할 것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둘러가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계층과 계급간 이해충돌의 국정과제는 정권 명분론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 우선이라는 실리주의에 충실해야 한다. 내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민주권정부의 대통합 추구에 부합하고, 원활한 국정수행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