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사이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수도권 주택 매수 수요는 대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데다 증시 조정 국면에서 신용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감소세를 보였던 은행권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다시 확대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783조4397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과 비교하면 2조6058억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1조2852억원 감소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했지만, 이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출 증가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다. 주담대 잔액은 622조397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9995억원 증가했다. 9월 증가액이 1252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주택 관련 자금 수요가 다시 확대된 모습이다. 세부 항목에서는 집단대출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집단대출 잔액은 150조2333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4812억원 늘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집단대출의 특성상 신규 입주와 관련한 대출 실행이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세자금대출은 118조9261억원으로 3719억원 감소했다. 신용대출도 증가세로 전환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3513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1210억원 불어났다. 3개월 만의 증가다. 최근 주가 하락기에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활용한 이른바 빚투가 증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주택 매수 수요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지난해 2월 이후 88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 기간이 길어지면서 최장 기록도 매주 경신하고 있다.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는 뚜렷하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주 연속 하락했지만, 중위권 이하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며 서울 전체 가격 흐름을 지탱하고 있다.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 등으로 매수 수요가 확산하면서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 수요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에서는 전셋값 상승에 따른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과 가을 이사철 수요, 신규 입주 단지의 집단대출 실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과 달리 예금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을 찾는 자금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주식시장 조정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해 수신금리를 인상하면서 정기예금의 유인도 커졌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1017조3593억원으로, 9월 말보다 11조2722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는 동시에 은행 예금에도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다. 대출금리에는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 역시 향후 금리 흐름에 영향을 줄 변수다. 실제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이달 들어 소폭 상승했다. 5대 은행의 23일 기준 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주담대 금리는 연 4.42~6.795%로 집계됐다. 9월 말과 비교해 하단은 0.07%포인트, 상단은 0.03%포인트 높아졌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18%에서 3.43%로 0.2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혼합형 주담대에 주로 활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4.525%에서 4.283%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은행채 5년물 기준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4.62~6.993%로 내려갔다. 9월 말보다 금리 하단과 상단이 각각 0.28%포인트 낮아졌다. 은행권 대출금리가 일률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상품별 기준금리의 변화에 따라 차별화하는 모습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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