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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메모리 수요에 낙관론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주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성장 여력은 여전히 크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투자 수익성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23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불거진 메모리 공급과잉 우려에 선을 그었다. 황 CEO는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에서 CNBC와 인터뷰를 갖고 2029년 메모리 시장의 공급과잉 가능성에 대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메모리는 공급이 많을수록 활용 가치가 커지는 특성이 있다며, AI 산업의 확장에 따라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향후 수년간 핵심 부품으로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전력 메모리인 LPDDR 역시 대규모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업황을 둘러싼 비관론과 달리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는 한 메모리 수요의 성장 동력도 유지될 것이라는 취지다. 이 같은 발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의 중장기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2029년께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메모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고, 반도체 초호황 국면도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을 이끄는 황 CEO가 수요 확대에 무게를 실으면서 업황 둔화에 대한 경계심도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은 국내 기업들이 경계해야 할 변수다. 황 CEO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 제품을 사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우리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이 기초 인프라 기술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 그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중국의 자체 반도체 생산 능력 확보를 촉진한 측면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술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시장 경쟁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반도체주 급락을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줄리어스베어의 마크 매슈스 아시아 리서치 총괄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며칠간 나타난 급격한 주가 하락은 오히려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설 만한 기회라는 의견도 내놨다. 업황의 성장성이 훼손되지 않았다면 주가 조정을 장기 투자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반도체주가 저가 매수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에는 아직 걸림돌이 남아 있다.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우려가 남아 있는 데다, 대규모 투자에 걸맞은 수익성을 입증해야 하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앞두고 있어서다. 오는 28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실적을 발표하고, 29일에는 아마존이 성적표를 공개한다. 시장은 이들 기업이 AI 인프라에 투입한 막대한 자금이 실제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투자 확대에 따른 성장 기대가 실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면 반도체를 비롯한 AI 관련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마쓰이증권의 구보타 도모이치로 수석 시장분석가는 최근의 주가 하락에 AI 산업의 성장 기대가 약화할 위험이 반영되고 있다고 봤다. AI 열풍이 정점을 지나 거품 붕괴 국면에 진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AI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가까지 하락하면 향후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불확실성도 증시의 회복을 늦출 요인으로 거론된다. 애셋 매니지먼트 원의 아사오카 히토시 수석 전략가는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끝나면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이번에는 중간선거 일정까지 겹쳐 변동성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거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가 반도체주 반등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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