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MBK파트너스(MBK)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대응을 위해 미국 현지 로비스트를 추가 선임하자 중국 국부펀드 출자 논란이 재부상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함께 테네시주(州) 클라스빌에 74억 달러를 들여 핵심 광물 통합 제련소를 짓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MBK가 미국 내 중국 자본에 대한 우려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미국 국방과 안보에 능통한 로비스트를 선임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과 미국 연방 상원의 로비공개법(LDA) 문서에 따르면, MBK 도쿄 사무소는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로비업체인 '더 매키언 그룹(The McKeon Group)'을 신규 로비스트로 등록했다. 해당 문서에는 로비 목적이 'CFIUS 관련 사안 대응'으로 기재됐다. 더 매키언 그룹은 미 하원 군사위원장을 지낸 하워드 매키언이 이끄는 로비회사로, 국방·안보 분야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는 앞서 올해 2월에도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KICH)' 명의로 미국 대형 로펌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Squire Patton Boggs)를 로비스트로 선임했다. 당시 등록 문서에는 '테네시 제련소 관련 외국인 투자'가 로비 목적으로 명시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로비 강화가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핵심광물 통합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는 아연·연 등 기초금속뿐 아니라 게르마늄·갈륨 등 전략 광물과 반도체황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내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전략과 맞물린 사업이라는 평가다. CFIUS는 미국 재무부를 중심으로 국방부·국무부·상무부 등 주요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심사기구다. 외국인의 미국 내 투자와 기술 확보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하며 필요시 거래 중단이나 무효화를 권고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핵심광물·반도체·배터리 공급망에 대한 대중 견제를 강화하면서 심사 기준 역시 엄격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MBK 6호 펀드에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출자한 사실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IC는 MBK 6호 펀드에 약 4000억~5000억원을 출자했으며, 이는 전체 약정액의 약 5%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광일 MBK 부회장 역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중국 자본 비중이 약 5%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이 중국계 자본과 연계된 사모펀드에 넘어갈 경우 기술 유출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중국 자본이 MBK에 5% 포함된 것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과 핵심광물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모펀드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 모두 최근 전략 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 심사를 강화하는 흐름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최근 MBK의 일본 공작기계 업체 마키노 밀링 머신(Makino Milling Machine) 인수 추진에 대해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단을 권고했다. 일본 정부가 외국 자본의 기업 인수를 안보 이유로 제동 건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마키노의 공작기계 기술이 군수 분야로 전용될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다만 MBK는 중국 자본 논란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MBK는 최근 입장문에서 “일부 투자자(중국 국부펀드)의 출자 사실만으로 운용사의 의사결정이 특정 국가(중국) 영향력 아래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MBK는 또 마키노 투자 과정에서 이미 CFIUS 심사를 거쳐 올해 1분기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MBK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거래 구조, 투자자 구성, 운용사의 독립성 등을 종합 심사한 뒤 승인을 결정했다. MBK는 이를 근거로 “외부 영향 가능성이 차단된 독립적 GP(운용사) 구조임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려아연 분쟁이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향후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 모두 전략 기술과 공급망 문제를 경제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MBK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단순한 국내 M&A를 넘어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와 연결된 사례로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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