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 정상화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후속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구체적인 정책 방향에 쏠리고 있다. 증시에서는 코스닥 부실기업 조기 퇴출과 기업지배구조 개편이,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유세 강화와 규제지역 확대가 주요 정책 카드로 거론된다. 정부의 시장 개입 범위와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증시에서는 코스닥 부실기업 조기 퇴출과 상장폐지 절차 개선, 주주 권익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등이 후속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확대, 집값 상승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출·거래 규제 보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는 실효성과 부작용을 함께 주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며 “조만간 종합보고를 받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과거와 다르게 정부가 금융시장이나 증권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도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되지 않은 점을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했다. 시장에서는 후속 대책이 단기적인 주가 부양보다 구조적 문제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한다. 코스닥 부실기업의 조기 퇴출과 상장폐지 절차 개선이 대표적이다.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다. 학계에서는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지배구조와 주식 과세체계를 함께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창업주 일가와 지배주주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를 일반주주의 권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증권거래세를 낮추는 대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다. 거래 자체보다 실제 투자소득에 과세하는 체계로 전환해 과세 방식의 합리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이유로는 주주가 뒷전으로 밀리는 지배구조를 들 수 있다"며 “창업주 일가를 우선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현행 구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거래에 딸려오는 거래세를 줄이거나 주식 거래로 얻은 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기조를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자본시장 관련 법안들도 주목받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지난 1일 본회의 처리가 보류됐으며,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매입하는 구조를 둘러싼 재논의가 필요하다. 공개매수 제안에 대한 이사회 공시를 의무화하는 한국형 베어허그 제도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연내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투자자 피해 구제를 위한 디스커버리 제도도 여당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다음 달 2일에는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장기업 명단도 공개될 예정이다.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 기업이 대상으로, 약 120~220개 기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제출하면 일정 기간 공표를 면제해 자발적인 저평가 해소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정책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된다. 지배구조와 과세체계 개편은 과거에도 논의된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놓고도 여당 내부에서 시장 자율에 맡길 사안을 법률로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 이견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추가 규제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을 올렸다는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과세 수준이 낮다며 조세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2028년 이후 정상화할 것이라며 공급 확대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을 짚었다.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과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남·서초·송파와 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고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기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도 신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면적인 세제 개편보다 집값 상승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규제 보완에 무게를 뒀다. 함 랩장은 “추가 대책이 나온다면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지역을 중심으로 대출·거래 규제를 보완하는 방안이 먼저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 강화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했다. 함 랩장은 조세 저항과 매물 잠김, 임대료 전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매도 여건을 개선해 매물 출회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까지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대출 규제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급 부족은 정책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권 교수는 정부가 발표한 공급 대책이 실제 입주 물량으로 이어지기까지 5~10년이 걸릴 수 있다며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함 랩장 역시 공공·매입임대주택 확대와 비아파트 공급 여건 개선을 주문하면서 규제가 거래 위축과 전월세시장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증시와 부동산 모두 시장의 자율적인 움직임에 맡겨야 할 영역"이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