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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이태민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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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 LG헬로 대표 “고객가치 혁신해 유료방송 위기 돌파”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가 신년 타운홀 미팅에서 “고객가치 경영으로 내실을 다지며 유료방송 위기를 돌파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10일 LG헬로비전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에서 타운홀 미팅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송 대표의 신년인사와 올해 사업 방향 및 전략 공유, 경영진 질의응답 등이 있었다. 송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유료방송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고객가치 혁신으로 케이블TV만의 차별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그는“지난해 어려운 사업환경 속에서도 렌탈·교육 등 신사업이 성장하며 의미 있는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도 “새해에도 유료방송 시장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일수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장 중요한 목표에 집중하고 체계적인 과정 관리로 성과를 창출하는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달라"며 “질적 개선과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는 한편, 홈·미래 사업에서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사는 최근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과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통한 활로 찾기에 돌입했다. 이는 최근 가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전년(2022년)과 동일한 3630만477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약 3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며 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업자별로 △인터넷(IP)TV 2098만명 △케이블TV 1249만명 △위성방송 283만명이다. IPTV는 1.5% 증가했지만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각각 1.6%, 3.7% 감소했다. 유료방송사업자의 총매출액은 7조2330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었으나, 성장률은 계속 둔화해 0.4%를 기록했다. 유료방송 매출에는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기타 매출(광고·협찬, 단말장치 대여·판매) 등이 포함된다. 이에 LG헬로비전의 실적도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헬로비전의 지난해 매출은 1분기 2672억원, 2분기 2836억원, 3분기 323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1억원, 74억원, 33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4분기 매출 3011억원, 영업이익은 7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74%, 38.19% 감소한 수치다. TV 사업은 업황 악화로 인한 감소세가 예상되나, 렌탈·지역사업이 실적을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TV 부문은 가입자 약세에 유료시청(PPV) 매출 감소가 겹치며 전년 대비 3.6% 감소할 것"이라며 “렌탈과 지역사업 매출액이 2022년 2465억원에서 2024년 3352억원으로 연평균 16.6% 성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자회사 헬로커넥트앤을 설립하며 서비스 품질 강화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라며 “이들 신사업의 매출 증가가 통신업 매출 감소를 방어하며 전체 외형은 소폭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몸값 6조’ LG CNS, 상장 도전장…“DX에 3300억 투자”

몸값 6조 규모로 올해 IPO 최대어로 평가받는 LG CNS가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후 사업 전략 및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오는 15일까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이달 21일~22일 일반투자자 대상의 공모주 청약을 거쳐 다음달 상장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며, 공동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JP모건이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최대 6000억원의 투자재원을 확보할 전망이다. AI·클라우드 분야 연구개발(R&D),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DX 전문기업에 약 33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향후 DX 기술력이 우수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을 검토해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LG CNS는 국내 IT서비스업체 중 상당한 수익성을 가진 곳으로 꼽힌다.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물류자동화, 금융DX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매출은 2019년 3조2833억원에서 2023년 5조6053억원으로 5년새 70.7%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도 전년 대비 7.0% 증가한 3조9584억원으로 기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홍진헌 LG CNS 전략담당(상무)은 회사의 수익성 개선 방안에 대해 “글로벌 딜리버리 센터(GDC)를 통해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에 있는 고도의 정보기술(IT) 엔지니어를 활용 중"이라며 “인력에 쓰이는 비용을 효율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AI 드라이븐 디벨롭먼트(AIDD)를 통해 개발 효율성과 품질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전망에 대해 현신균 LG CNS 대표는 “상장 시 주가수익비율(PER)은 13~15 수준으로, 향후 비교 기업들의 평균인 22~25 정도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당기순이익이 매년 10%씩 성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투자자들이 회사의 성장 스토리에 더 많은 가치를 준다면 향후 주가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국내 자본시장 불안정성은 여전히 변수다. 내수 침체와 환율 급등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단기적인 추세적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LG CNS는 공모 규모가 커 해외 기관투자자 유치 여부가 흥행을 결정짓는데, 최근 원화 약세가 이어지며 향후 리스크 개선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는 IT 시장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날리지리서치그룹(KRG)에 따르면 올해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전년보다 2.9% 성장한 16조23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 CNS의 전체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을 AI·클라우드 사업이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의 51.6%를 차지한다. 이는 그룹 내부 계열사에 IT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업체 특성에 따른 것인데, 사업 안정성은 높지만 성장성이 정체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신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모 주식 중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이현규 LG CN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 밸류보다 낮은 겸손한 몸값을 책정해 '구주 매출 비중이 높다'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의 현금 보유량을 감안해 신주 보유량도 필요 이상으로 높게 설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홍 상무는 매출 구성에 대해 “IT서비스의 전통적인 시스템통합(SI)·서비스 관리 자동화(SMA) 시장 성장률은 회사의 안정적인 캐시카우로서 작용할 것이며, 성장을 주도하는 건 AI와 클라우드일 것"이라며 “스마트 엔지니어링의 경우,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자본시장 및 전반적인 경기 침체 현상에 대해선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지 않았다고 답했다. 현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은 홍콩, 싱가포르, 유럽을 중심으로 50개사 정도를 만났는데,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 등 우려는 있었지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며 “IT기업 인수에 대해선 다양한 후보에 대해 적정성 검사를 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깜짝 소식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불경기 때 DX가 비용절감을 위한 도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기자의 눈] AI 지속가능성 실현하려면 ‘복제’는 안 된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속 우주비행사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의 명대사다. 찬란한 비행을 꿈꾸며 한계를 극복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강한 울림을 줬다. 지난해 산업 현장을 취재하며 버즈가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이 줄곧 머릿속을 맴돌았다. 인공지능(AI)이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미지의 세계로 항해하는 그의 도전정신이 일견 닮아서다. 공상과학 소설의 결말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AI는 운신의 폭을 계속 넓히며 산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주요 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까지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혁신 방향을 찾기 분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별다줄(별 걸 다 줄인다)'이란 신조어처럼 '별 거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최신 기술로 중무장하고,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 대표들은 세일즈를 자처하며 판로 뚫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한 통신사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AI 투자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도태되면 죽는다'는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 확보에 대한 현장 심리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결연함이 무색하게 현재까지 선보인 AI 서비스 기능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대화 요약, 질의응답, 통역, 보이스피싱 차단 등 주요 구성은 사실상 동일해 소비자 입장에서 느끼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아직 초기 단계임을 감안하더라도 기업의 정체성이 담긴 AI 기능은 현재로썬 찾기 힘들다. 한 마디로 눈에 '확' 띌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AI가 없다는 의미다. AI 발전의 토대가 돼야 할 법적 가이드라인의 부재가 길었던 점이 주효했던 것도 사실이다. 주요 정책 방향과 전문인력 양성 등이 담긴 AI 기본법은 최근에서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보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각계 의견을 효과적으로 모으고, 국내 시장 여건과 해외 동향을 종합 고려해 강력한 법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기업 역시 '한탕주의'에 젖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작금의 AI 투자 양상을 보면 본업이 뒷전으로 밀릴 만큼 기술 개발에 치우쳐지거나, 사업 방향성이 부실한 경우가 적잖다. '남들이 다 하니까' 섣불리 뛰어드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물론 수많은 실패작 가운데서 새로운 기술 모멘텀을 발굴할 수도 있지만,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AI 서비스가 무한 증식된다면 대중은 금세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이는 곧 발전이 정체되는 현상으로 귀결될 것이다. 문득 기술 등장 초창기 밀물처럼 들이닥쳤다가 엔데믹 직후 썰물처럼 빠져나간 메타버스를 떠올려본다. 어쩌면 첨단 기술이 무한한 공간 너머로 진출하는 걸 방해하는 건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LG CNS, 증시불황에도 상장 추진하는 이유는?

LG CNS가 기업공개(IPO) 절차를 본격 추진한다. 시장에선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으나, 증권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사모펀드인 맥쿼리자산운용과의 계약 위반을 피하기 위해 IPO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8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살펴보면 공모 주식은 총 1937만7190주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5만3700~6만1900원이며, 공모예정금액은 1조406억~1조1994억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 총액은 최대 6조원 수준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022년 주관사를 선정한 후 상장을 준비했지만, 코로나 19로 인한 시황 악화를 이유로 연기한 바 있다. 당시 기업가치는 2조원대 후반(약 2조9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올해 국내 증시 상황은 2022년보다 개선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비상계엄 여파로 인한 환율 급등과 내수 침체 심화로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로썬 단기적인 추세적 상승 요인이 보이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연결기준 60% 수준으로 높은 축에 속한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그럼에도 LG CNS가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큰 이유는 2대 주주이자 주요 재무적투자자(FI)인 맥쿼리자산운용과의 계약 조건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LG는 2020년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맥쿼리PE에 LG CNS 지분을 1주당 3만2838원에 약 35%가량 매각했다. 이를 통해 LG는 LG CNS 지분을 84.95%에서 49.95%로 줄였다. 당시 LG는 중대한 요건을 어길 시 맥쿼리PE 측이 LG가 보유한 LG CNS 주식 매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 LG에게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풋옵션) 등을 조건으로 달았다. 투자업계에선 '중대한 요건' 중 하나가 IPO 추진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상장 전 투자유치 단계에서 사모펀드 등 FI로부터 투자받을 땐 IPO에 관한 약속을 명시하기 때문. 이 때 체결된 주주 간 계약을 보면, 상장 기한을 올해 4월 29일까지로 정했다. 기한 내 상장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LG는 맥쿼리에 투자금 회수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선택지로 콜옵션과 상장 재추진이 포함됐다. 상장 추진 약속 기한이 임박했음을 감안하면, 계약위반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선 LG CNS의 IPO 추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최근 강(强)달러 현상이 두드러지는 점이 변수다. 원화가치가 급락해 외국계 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고,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실제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증시에선 해외 투자자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를 위해 사모펀드 매각을 추진한 게 이번 IPO를 다소 무리하게 추진하는 상황으로 온 게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얻는 이유다. 상장 성공 시 밸류업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반대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리스크도 적잖기 때문.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경영 전략에 복잡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 입장에선 IPO가 불발돼 맥쿼리PE가 일부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다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 차례 IPO를 연기한 전적이 있음을 고려하면,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 2018년 IPO를 추진했으나 한 차례 불발된 전적이 있다. 이에 투자자인 어퍼니티가 풋옵션 행사를 요구했으나 신창재 회장이 이를 거부하며 국제 중재로 불거진 바 있다. 증권가에선 LG CNS의 주요 지수 조기 편입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프리IPO 지분의 오버행 이슈가 리스크로 작용하며 기관 확약률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개정된 코스피 200 지수의 신규상장 수시변경 특례, 정기변경 대형주 특례 규정은 유동시가총액 50% 또는 6개월 상장요건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일각에선 IPO가 쉽게 되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IPO 시기 조절 등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투자수익 확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투자자와의 계약 사항을 변경할 순 있지만, 구체적인 노력이 증명돼야 이에 대한 설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CES 2025] ‘롯데 3세’도 찾은 이 곳…AI로 중무장한 ‘칼리버스’ 선봬

롯데이노베이트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서 자회사 칼리버스에 적용된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보인다. 양사는 오는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5에 참여한다. 칼리버스는 쇼핑·엔터테인먼트·커뮤니티 등을 극사실적 비주얼과 독창적인 인터랙티브 기술을 접목해 만든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지난해 8월 출시했다. 실사 융합기술, 이용자가 직접 만드는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등 여러 신기술을 적용해 현실과 가상세계가 상호작용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 3차례 참여한 CES에서 고도화된 메타버스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올해는 현실과 다름없는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광활한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빌딩, 나무, 풀잎 등에 AI 기술이 활용됐다. 이를 통해 개발에서 완성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쉽게 생성해 AI 컴퓨터 캐릭터(NPC) 등과 서로 소통 및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UGC 요소를 선보이는 공간도 준비했다. 칼리버스가 추구하는 웹3.0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한다. 칼리버스의 세계관을 반영한 게임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행성, 빌딩 거래 시스템 등 향후 업데이트 계획도 함께 밝혔다. 롯데이노베이트는 CES 부스를 총 6개 존으로 구성했다. 가상현실(VR) 디바이스, 3차원(3D) 안경 등을 통해 K팝과 EDM 공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아바타 커스터마이징 △마이홈 등 UGC 기반 콘텐츠도 경험할 수 있다. AI 스캔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모습이나 실제 상품을 모바일로 360도 스캐닝해 디지털 휴먼, 아이템을 만드는 전 과정과 리얼타임 렌더링 기반의 실시간 3D 합성 기술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이나 태블릿에 별도의 3D 보호필름을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K팝과 EDM 공연을 입체감 있게 느낄 수 있는 시연존도 운영한다. 전시 첫날 신동빈 롯데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현장을 찾기도 했다. 새해 첫 글로벌 행보로 그룹의 신사업을 직접 살펴보기 위함이다. 그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CES에 참가해 AI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경엽 롯데이노베이트 대표가 신 실장에게 직접 전시관을 소개했다. 그는 3D 안경으로 K팝 아티스트 공연을 보는 메타버스 전시를 직접 체험하고,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등 AI 사업 추진 동향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후 칼리버스와 전기차충전 플랫폼 EVSIS의 전시관을 둘러본 뒤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AI 기술의 고도화는 메타버스 세상을 앞당길 것“이라며 “혁신적인 기술을 지속 개발해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 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칼리버스는 신규 메타버스 게임 '칼리버스 인베이전'을 다음달 정식 출시한다. △외계 생명체와 전투를 벌이는 스토리의 1인칭 슈팅 게임 △댄스 요소를 가미한 리듬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CES 2025] SKT ‘에스터’ 3월 북미 출격…해외 공략 강드라이브

SK텔레콤이 글로벌향 인공지능 에이전트(GPAA) '에스터(A*)'를 CES 2025에서 선보였다. 오는 3월 북미지역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5'에서 에스터의 사업 방향을 소개했다. '에스터'는 이용자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해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개인 비서다. 기존 키워드 검색이 아닌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의 대화형 검색으로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SK 서밋 2024'에서 첫 공개됐다. 일상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이용자 삶의 질을 높이는 AI 비서를 지향한다. 사전 조사부터 계획·실행, 상기·조언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단순 지시 수행에 그치지 않고 AI가 '액션'을 할 수 있는 단계로 개발한 게 골자다. 이용자와의 대화를 분석해 일정 목록을 생성하고, 서브 에이전트와의 연계 과정을 거쳐 목록을 세분화해 스케줄 조정과 맞춤 제안까지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이용자가 여행 중 “마지막 날 아무런 계획이 없는데 뭘 해야 할까"라고 질문하면, 에스터는 쇼핑·맛집 방문·공연 관람 등을 제안한다. 이용자가 공연 관람을 원할 경우 적합한 공연과 주변 맛집을 소개하고, 리뷰 확인·예약·결제까지 한 번에 실행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용자와 AI 에이전트 간 소통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에스터의 서비스 형태가 다른 AI 서비스들과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SKT는 △글로벌 검색 서비스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 △서드 파티 앱들과 전방위적 협력을 추진 중이다. 대화형 검색 서비스 '퍼플렉시티'를 에스터에 탑재하는 등의 파트너십도 추진된다. 이를 통해 각 개인·지역·국가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AI 생태계를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대규모 AI 서비스 수요가 필요한 빅테크, 합리적 가격의 AI 서비스 공급을 원하는 통신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려는 서드 파티 개발사들이 이른바 'AI 허브'에서 공존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CES 기간부터 에스터의 베타 서비스 참가자를 모집한다. 이후 올 하반기 미국 정식 출시를 거쳐 내년 다른 국가들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정석근 SKT GPAA 사업부장은 “사용자의 요구에 대한 단순 답변 제공에 그친 기존 서비스와 달리 에스터는 일상에서 필요한 행위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로써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포켓몬 ·포차코·무너의 혈투…통신 3사 새해 키즈폰 대전

통신 3사가 새학기를 앞두고 키즈폰을 잇따라 출시하며 어린이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인기 캐릭터를 앞세워 미래 잠재고객을 확보하고, 자녀의 습관 및 안전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으로 신규고객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키즈폰 시장 공략이 한창이다. 통상 1분기는 유치원 졸업식 및 초등학교 입학식이 일제히 진행돼 '키즈폰 성수기'로 꼽힌다. 3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대에 통화·문자와 같은 필수 앱, 중독 방지·모니터링 기능도 탑재돼 수요가 높다. 캐릭터 지식재산(IP)과 자녀 관리·보호 관련 부가서비스를 앞세운 마케팅 방식은 지난해와 유사하지만, 인공지능(AI)과 같은 자사 기술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 눈길을 끈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19일 선보인 'U+키즈폰 무너 에디션'은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AI 기술을 도입했다. AI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분석해 올바른 습관을 유도하고, 통계 리포트 및 맞춤형 이용 가이드를 제공한다. 자녀가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AI 캐릭터와 학습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도 탑재했다. 회사 키즈 메타버스 플랫폼 '키즈토피아'를 활용했다. 아이의 키·몸무게와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성장 지표를 확인하고 적합한 영양소를 추천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통신 3사 중 최초로 자사 IP 캐릭터 '무너'를 활용한 점도 차별화 요소다. SKT도 인기 캐릭터 포켓몬을 앞세운 'ZEM폰 포켓몬에디션3'을 출시했다. 자사 키즈 서비스 브랜드 'ZEM'을 탑재해 자녀 관리·보호 기능을 갖췄다. △실시간 위치 확인 △유해 콘텐츠 차단 △도보 이동 중 스마트폰 사용 방지 △SOS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관련 리포트도 실시간 제공한다. 자체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A.)'이 기본 탑재된다. 스팸·피싱 자동 탐지와 실시간 통화 통역·요약 기능, 일정 관리 등 기능을 제공할 전망이다. 향후 키즈폰 특화 기능도 업데이트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두 번째 일본 산리오 캐릭터 협업 모델 '포차코 키즈폰'을 내놨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시나모롤' 캐릭터를 적용한 바 있다.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퍼핀'이 자녀의 수입·지출 내역을 분석해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함께 선보인 주니어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자녀 위치를 실시간 파악하고 유해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안심박스 기능을 무료 제공한다. 단말 기기의 경우 지난해엔 3사 모두 삼성전자 갤럭시 엑스커버 5를 적용했지만 올해는 제품 성능·규격 측면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SKT의 경우 ALT의 마이브 키즈폰을 기반으로 했다. 5.8인치 디스플레이와 167g의 가벼운 무게로 아이의 신체 특성에 최적화된 게 특징이다. KT와 LGU+는 삼성전자 갤럭시 A16 LTE를 채택했다. 해당 모델은 6.7인치의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5000만화소 고해상도 후면 카메라, IP54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으로 실용성이 강조됐다. 이들 모델의 가격은 30만원대로 엇비슷하다. 이처럼 통신업계가 매년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10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지속 증가세인 데다 가족 결합 할인 혜택을 통해 부모 고객까지 확보하는 '락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미디어 패널조사에 따르면 만 10대 미만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지난 2018년 30.7%에서 2023년 58.3%로 5년새 2배가량 급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메신저가 청소년들의 의사소통수단으로 자리잡고, 맞벌이 부부가 늘며 자녀 관리 수단으로 활용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 중 키즈폰이 차지하는 수요 비중은 평균 8~10% 안팎으로 집계된다. △2018년 13.2% △2019년 16.7% △2020년 8.2% △2021년 11.3%로 평균 10%대를 기록했다. 2022년 5.1%로 다소 저조했으나, 2023년 10.9%로 회복했다. 단기적인 수익성은 높지 않지만, 첫 스마트폰 서비스 사용 경험을 긍정적으로 형성한다면 향후 충성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키즈폰 시장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 비해 크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통상 자녀 세대의 경우 보호자가 스마트폰 구매력을 지니는 경우가 많은 만큼 브랜드 이미지 조기 구축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시장 정체로 신규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가족 단위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하도급 계약서 늑장 발급’ 넥슨·크래프톤·엔씨에 과징금 철퇴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서면 발급의무를 위반한 게임사 넥슨코리아, 크래프톤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위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엔씨소프트엔 시정명령만 내렸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게임업계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 기업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돼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 이 중 넥슨코리아와 크래프톤에 대해선 과징금 3200만원, 36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이와 함께 향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명령했다.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로부터 위탁받은 용역 수행행위가 시작되기 전 하도급대금과 그 지급 방법 등 계약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사는 수급 사업자에게 게임 관련 그래픽·모션·녹음 등 용역을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용역 수행을 시작한 뒤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발급했다. 일부 거래에 대해서는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서면을 발급키도 했다. 업체별 법 위반 행위 건수는 크래프톤 42건, 넥슨코리아 75건, 엔씨소프트 28건이다. 크래프톤과 넥슨은 각각 용역행위 수행일로부터 97일, 86일이 지난 뒤에야 서면 계약서를 발급한 경우도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28건의 용역을 위탁하면서 용역 수행 최대 35일이 지난 뒤에 서면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게임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서면 지연 발급의 거래행태를 적발해 제재한 것"이라며 “향후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 사업자의 경각심을 높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작년 휴대폰 번호이동 629만건 역대 최고… 올해는 더 늘듯

지난해 통신시장 번호이동 건수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줄며 시장이 위축됐지만, 요금제 다변화로 시장 경쟁이 일정 수준 촉진되며 증가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번호이동(번이) 건수는 629만5188건으로 집계됐다. 전년(561만2973건)보다 약 12.2% 증가한 수치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번이 건수가 600만건을 돌파한 건 지난 2017년(701만4429건) 이후 처음이다. 단통법 도입 전인 2014년 이전까지 평균 1000만건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2014년 865만4125건에서 2017년 701만4429건, 2022년 452만9524건으로 지속 하락했다. 이는 휴대전화번호는 유지한 채 통신사만 옮기는 것으로, 시장 경쟁 활성화 양상을 확인하는 주요 가늠자로 활용된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이동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할인 및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는 구조다. 업계에선 요금제 다변화가 지난해 번이 시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 3사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에 따라 중·저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를 다수 출시했다. 알뜰폰 또한 '0원요금제' 등 이색 요금제와 결합 상품을 선보이면서 경쟁 촉진 효과가 일정 수준 나타났다는 것이다.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의 유입은 줄어든 반면, 알뜰폰에서 통신사로의 이탈은 늘었다. 이는 통신 3사의 가입자 이탈 방지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구형 스마트폰 출고가를 인하하는 한편 번호이동에 신규·기기변경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책정했다. 통신 3사에서 알뜰폰 이동 건수는 100만9551건으로 전년보다 18.3% 감소했다. 반면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의 이동 건수는 63만2119건으로 전년 대비 45.4% 증가했다. 올해 3분기 중 단통법이 폐지됨에 따라 번이 시장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휴대폰 지원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가입 유형별 지원금 차별이 가능해져 마케팅 전략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단통법 도입 이전 주로 사용되던 '스폿(spot) 전략'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주말이나 평일 심야 시간대에 보조금 30만원~5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단시간에 많은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 최근엔 일부 판매점에서 번이 고객 대상으로 70만~95만원 상당의 리베이트(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전략이 성행하고 있다. 이는 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 등 공식 보조금을 제외한 일종의 불법 보조금이다. 판매점에 고액의 리베이트를 주는 조건으로 소비자가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거나 부가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본래 공시지원금의 15%를 넘는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제공은 불법이었으나, 단통법 폐지와 함께 상한이 사라지며 합법화될 전망이다. 이렇게 마케팅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경우,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번이 건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통법 폐지 시 가입 형태에 따라 보조금 책정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번호이동을 통해 5G 신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단통법 폐지 초기 일시적 혹은 게릴라성 마케팅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통법 폐지 외 요금제 개편 이슈가 많다는 점도 변수다. 통신 3사는 1분기 중 롱텀에볼루션(LTE)과 5G 요금제를 합친 통합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5G보다 비싼 일부 LTE 요금제를 없애고, 해당 구간에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이후엔 5G 주파수 경매와 LTE 주파수 재할당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차세대 5G 요금제가 출시되면 번이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통신시장 전반으로 넓혔을 때 경쟁 양상이 단통법 이전만큼 활발해질지는 현재로썬 미지수란 게 업계 중론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통신사가 제조업자별로 단말기 판매장려금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실제 단말기 판매 가격이 노출될 수 있어 통신사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고 제조사 간 가격 인하 경쟁이 심하게 유발될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美 망 중립성 규제 복원 무효화…무임승차 방지법 입법 탄력받나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통신위원회(FCC)의 망(네트워크) 중립성 규제를 무효화하면서 사용료 논쟁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국내 망 무임승차 방지법 제정에도 탄력이 붙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5일 뉴욕타임스(NYT)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미국 신시내티 제6연방항소법원은 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복원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의 접속을 차단·감속하거나 사용료를 별도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10년 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처음 시행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폐지됐다.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복원을 추진했지만, 이번 판결로 무력화됐다. 이에 따라 통신사가 빅테크에 망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앞서 유럽연합(EU)도 지난해 '디지털네트워크법(DNA)'에 막대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에게 망 인프라 비용을 분담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은 디지털 인프라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골자며, 연내 제정을 목표로 입법 추진 중이다. 이처럼 해외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빅테크에 대한 망 사용료 납부 의무 분담 논의가 확산됨에 따라 현재 국회에 계류된 망 무임승차 방지법 통과 논의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해당 법안은 빅테크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의 망을 이용하려면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의무화한 게 골자다. 계약 과정에서 글로벌 CP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빅테크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망 사용료 및 법인세는 납부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지적이 적잖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주요사업자 일평균 국내 트래픽 비중에 따르면, 구글·넷플릭스·메타 등 빅테크 3사의 국내 트래픽 비중은 2020년 33.9%에서 지난해 42.6%로 3년새 25%가량 급증했다. 특히 망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는 구글의 경우, 2020년 25.9%에서 2023년 30.6%로 약 5% 증가했다. 사실상 망의 절반을 소수 빅테크 기업이 차지하면서 국내 트래픽 급증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국내 트래픽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신 3사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수요가 확대될수록 데이터 사용량도 늘어나는 구조여서다.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망 투자 비용을 늘려야 하는데, 빅테크의 트래픽까지 더해져 업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한국 스마트폰 1대당 월평균 데이터 소비량이 2023년 18기가바이트(GB)에서 오는 2030년 87GB까지 약 4.8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가 망 무임승차 방지법 통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글로벌 CP-국내 ISP 간 협상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호주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제시했다. 자율협상 전제로 빅테크를 협상테이블에 앉히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시 정부가 직접 중재하는 방식이다. 호주의 경우, 법안 시행 1년 만에 구글·메타가 각각 23개 사업자와 협상을 타결했다.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국미디어정책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규제 비대칭성과 양측 분쟁으로 이용자 불편이 발생했을 때 이용자들이 CP가 아닌 ISP를 비난하기 때문에 협상력 불균형이 발생한다"며 “협상력 차이가 클 경우 우위에 있는 사업자가 분쟁 유지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시장실패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또한 빅테크로부터 간접적으로 망 인프라 비용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소영 입조처 입법조사관은 “인터넷 산업 특성상 비용 분담 논의는 통상 문제와도 매우 밀접해 국제 동향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자 간 직접적인 보상체계 외에도 빅테크가 보편적 서비스 기금, 조세 등을 납부하는 방식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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