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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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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막힌 건가요”…‘전세반환대출’ 길 잃은 은행 창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14 17:18

은행권, 전세퇴거자금대출 혼선에 ‘심사 중단’
역전세 조건에 혼란…“당국 지침 기다려야”

“임차인 나간다는데 자금 막혀…실거주자 곤란”
생활안정자금대출도 기간 등 명료한 기준 필요

대출

▲전세퇴거자금대출(임대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과 관련해 1억원 이상 대출 신청에 대한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전세금 반환 목적 대출을 둘러싼 현장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규제 적용 기준이 모호한 데다, 당국의 구체적인 지침도 뒤따르지 않으면서 실수요자와 은행 모두 대출 여부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은행은 1억원 이상 전세퇴거자금대출 심사를 멈춘 상태로 역전세 여부나 생활안정자금 포함 여부 등 핵심 쟁점마다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전체의 전세퇴거자금대출(임대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과 관련해 1억원 이상 대출 신청에 대한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새로 신청되는 건은 물론 앞서 접수된 건들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6월 27일 이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대인은 1억원 이상의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은행권에서 대출 심사가 중단된 이유는 당국이 제시한 요건을 두고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영역이 있어서다. 6월 27일까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대인이 1억원 이상의 전세퇴거자금대출을 요청하는 경우 허용 대상인지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초 은행권은 6월 27일까지 임대차계약이 체결됐다면 경과규정에 따라 1억원 이상의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했지만 며칠 후 당국이 내린 세부 지침에 '임대인이 자력으로 전세금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 이란 조건까지 추가해 제시하며 혼란이 커졌다. 당국은 예외 규정상 규제 전 체결된 전세계약임에도 사실상 역전세일 때만 1억원 이상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단 것이란 해석이다.




지침을 종합하면 6월 27일 이전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을 이전한 경우인 동시에 '일정 요건 의무'를 준수한데다 역전세인 상황에만 '1억원 한도'가 적용되지 않고 총부채상환비율(DTI) 60% 범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


정부 대출규제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단지의 모습.

그러나 최근 20주 연속 오른 서울 아파트 전셋값 추이를 볼 때 역전세 대상에 속하는 차주는 사실상 손에 꼽을 정도다. 이에 은행권은 역전세에 대해서만 예외로 추가 대출을 해주겠단 지침에 대해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역전세가 아닌 고객의 경우 실수요자임에도 대출 기준에 해당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보니 현장에서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관련 지침과 추가 가이드라인을 요청한 뒤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관계자는 “당국이 역전세라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그레이존(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를 내려주지 않아 혼선이다"며 “은행이 불명확한 부분에 대해 임의로 판단할 수 없어 당국의 추가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는 심사에 들어갈 수 없지만 지침이 내려오면 영업점이든 창구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전세 대상자에게 대출을 내주더라도 전세금에 대한 전액 대출을 내줄 수 없는 부분도 문제다. 관계자는 “예를 들어 기존 전세금 5억원이 3억원으로 역전세가 난 고객의 경우 일부는 대출이 나가지만 실거주 등 전세금 전액 대출을 받아야 하면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가이드가 정확하지 않다"며 “실거주자의 경우 임차인이 나간다는 상황에 자금을 마련할 곳이 없어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이 예외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부분도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수도권 아파트 보유자가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출 갈아타기를 하는 경우 '생활안정자금'으로 분류한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되는 점에 대해 소비자 혼선이 많다. 퇴거자금과 병원비 등을 합쳐 1억원 이상의 대출을 일으켜도 되는지에 관한 내용도 명료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1억원까지 내주는 한도를 두고 시점에 대해선 연간으로 볼건지, 6월 27일 이후로 볼건지에 대한 지침도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올해 3월 1억원의 결혼목적 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DSR 등 조건상 추가 대출이 가능한 차주의 경우 1억원 제한에 영향을 받는지를 두고 은행마다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은행권은 규제 발표 이후 지속되는 현장 혼란으로 인해 이용자 불만도 커진데다 영업도 어려워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산문제로 막혔던 비대면 대출도 재개했는데 규제가 확실치 않아 현장에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창구 상담이 안정화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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