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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반성도 책임도 없다…‘언더 찐윤’이 장악한 국민의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22 11:54

책임·반성 실종…‘페인트칠 쇄신’만 반복

김하나

▲김하나

“책임·반성·변화로 답하겠습니다." 지난 17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선된 후 처음으로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에 내걸린 글씨였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송 원내대표의 당선부터가 책임, 반성, 변화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쇄신의 출발점이라던 원내대표 경선은 실상 '언더 찐윤'의 권력 재확인 무대였다. 표결 결과는 언더 찐윤을 대표하는 송언석 의원이 60표를 얻어 '친한동훈계'로 알려진 김성원 의원은 30표에 그쳤다. 당내 '계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다. 송 원내대표가 당선됐지만 인물만 바뀌었을 뿐 권력의 주도권은 여전히 '찐윤'이 쥐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구조의 중심에는 '언더 찐윤'이 있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상욱 의원이 처음 꺼낸 이 표현은 지금 국민의힘의 현실을 꿰뚫는다. TK·PK·강원 등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보이지 않게 똘똘 뭉쳐 사실상의 '계파'로 활동하고 조용히 당내 권력을 장악해왔다. 정치 드라마의 배우가 표면 권력자라면, 언더 찐윤은 대본을 쓰는 작가에 가깝다. 당의 흐름과 판세는 늘 이들의 손끝에서 조정됐다.


지난 3년간 국민의힘 지도부는 수차례 바뀌었다. 이준석, 주호영, 정진석, 김기현, 한동훈, 황우여, 권영세, 김용태까지 수많은 지도체제가 교체됐지만, 실세는 변하지 않았다. 친윤 원내대표를 세우고 비대위원장을 장악한 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쥐겠다는 구상은 명확하다. 어차피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선 여론의 비판도 그들에게는 무의미하다. 반성을 해도 “모두가 잘못했다"는 식이다. 결국 우리에게'만' 책임을 묻지 말라는 얘기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 구성'을 언급했지만, 당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 “또 혁신위냐"는 반응이 나올 만큼 국민의힘은 그간 혁신위라는 간판만 붙여 시간 벌기에 골몰해 왔다. 인요한 혁신위의 결과는 '영남 중진 험지 출마 권고'조차 유야무야된 채 사라졌다. 이번에도 혁신위가 뭘 할 수 있을지, 아니 뭘 할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심받는다.




변화를 말하려면, 먼저 결별해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은 무엇과도 결별하지 못한 채, 당의 간판만 바꾸는 '페인트칠 쇄신'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백드롭의 세 단어가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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