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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오웰의 소설, 2025년 오늘의 뉴스가 됐다”... 강도 높은 시국 비판

인천=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현 정치상황을 영국 작가 조지오웰의 고전소설 『동물농장』·『1984』에 빗대며 강도 높은 시국비판을 쏟아냈다. 유 시장은 특히 “혁명과 이상주의가 어떻게 부패해 새로운 독재로 변질되는지를 풍자한 고전이, 마치 2025년 대한민국의 '오늘의 뉴스'가 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유 시장은 이날 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포군수로 정치를 시작해 국회의원, 장관을 거쳐 인천시장에 이르기까지 시민과 함께 해오며 어느덧 국민의힘 최고참 정치인이 됐다"며 “정치를 하며 좌절과 오해도 있었지만 묵묵히 길을 걸어왔다. 그 과정에서 정치란 무엇이고,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돼야 하는지 끝없이 고민해왔다"고 회고했다. 유 시장은 그러면서 현 국정 상황을 오웰 작품의 주요 장면들과 하나하나 대조하며 위험성을 지적했다. 유 시장은 “'1984'의 전체주의 국가는 사고통제를 위해 언어부터 왜곡했다. 전쟁부를 평화부, 거짓선전부를 진리부로 부르며 국민을 세뇌했다"며 “지금 우리는 헌법파괴 성격의 TF를 '헌법존중TF'라 부르고, 검찰해체를 '검찰개혁', 삼권분립 훼손을 '사법개혁', 대통령 재판을 중단시키는 법을 '국정안정법'이라 부르는 언어타락의 현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오웰이 경고했듯 정치의 혼란은 언어의 부패에서 시작된다. 언어가 무너지면 사고가 무너지고 민주주의도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동물농장』의 유명한 구절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욱 평등하다"를 인용하며 “법치주의의 기본은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인데 지금은 특정 세력과 연관된 사건만 예외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시장은 “야당 관련 재판은 1심 단계에서도 이미 유죄처럼 다뤄지고 재판부 구성까지 정치가 개입하겠다는 발상이 나오고 있다"며 “반면 대통령 사건은 대법원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이 됐음에도 '무죄추정'을 이유로 재판이 정지돼 있다. 이것이야말로 '어떤 사람은 더욱 평등하다'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유 시장은 여기에 “통일교 불법자금도, 민주당이 임명한 특검은 통일교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인사들만 기소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어떤 사람은 더욱 평등하다. 선택적 법 집행"이라고 비판했다. 유 시장은 “『1984』에서 당은 모든 국가기관을 장악한다"며 “사법부도 예외가 아니다. 재판은 형식일 뿐,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 당이 원하는 판결만 나온다"고 분석했다. 유 시장은 그러면서 “2025년 대한민국에서 이것이 '내란전담재판부'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며 “원하는 결론을 얻기 위해 법원 외부세력이 인위적으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내란전담재판부는 나치의 특별재판소와 본질적으로 같다. 히틀러가 집권 1년 만에 독일 민주주의를 끝장낸 것도 이런 사법부 장악에서 시작됐다"고 역사적 사실을 적시하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유 시장은 또한 “전국법원장회의는 '재판 중립성과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며 반대했고 법원행정처장은 '3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며 “판사를 처벌하는 '법 왜곡죄',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빼앗는 '사법행정위원회' 등도 모두 사법부를 장악해 당의 재판소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유 시장은 “과거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으로 시민을 감시했지만, 오늘날엔 스마트폰으로 공직자를 감시하려 한다"며 “'계엄 가담자 색출'을 명분 삼아 영장 없이 통신 비밀과 사생활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빅브라더 사회의 실현이며, 이것이 바로 밀고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유 시장은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이라는 모순을 동시에 믿게 하는 것이 이중사고"라며 “반미·반일 선동은 표현의 자유라 하고 반중시위는 혐오범죄라 낙인찍는다. 삼권서열을 삼권분립이라 부르고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는 항명이라 처벌하면서 공무원의 복종의무는 폐지하겠다는 모순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워싱턴포스트가 “자유로운 국민이라면 누구도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을 이끌고자 하는 오웰적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점도 언급하며 “국가권력이 '혐오'와 '허위'라는 잣대로 표현을 재단하기 시작하면 기준은 권력의 입맛에 따라 바뀐다. 표현의 자유가 흔들릴 때 민주주의는 이미 위험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시장은 끝으로 “오웰이 몰랐던 진실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쉽게 속지 않는다는 것이다. 희망은 살아 있으며, 진실은 결국 권력의 거짓을 이긴다"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그러면서 “독재와 전체주의는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이건 아니다'라고 외치는 깨어 있는 국민과 정치적 경쟁의 존재가 권력의 폭주를 막는다"며 “조지오웰의 소설이 소설로만 남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몫"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패트롤] 과천시-광명시-군포시-안양시-하남시

과천=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신계용 과천시장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4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만나 '과천시 교육구조 개선 연구용역' 결과를 논의한 뒤 '실무 검토 즉시 착수'에 공감하면서 과천 교육 불균형 문제가 해결될 전기를 맞게 됐다. 과천시는 현재 관내 중학교의 과대-과밀 문제와 고등학생 수 감소로 인한 내신 불이익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 교육격차가 날로 심화하는 상황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천시는 올해 4월 연구용역에 착수했으며 △일반고 1개교 남녀공학 중학교 전환 △나머지 2개교 중 1개교-2캠퍼스 통합 운영이란 최종 대안을 도출했다. 이번 면담은 해당 대안 실행 가능성을 교육청과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면담에는 과천시 교육구조개선협의체 이상호 위원장, 연구용역 책임연구원 박대권 교수, 황선희 과천시의회 부의장 등도 참석해 교육 문제 긴급성과 시민 여론을 전달했다. 신계용 시장은 “현재 교육 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학교 과밀 해소와 고등학교 정상화 방안에 대해 교육청이 조속히 결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태희 교육감은 에 대해 “고등학교 2개교를 통합해 1개교 2캠퍼스로 운영하는 방안은 과천 실정에 매우 특화된 대안이라 생각한다"며 “향후 교육행정의 혁신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교육행정은 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학교 중심 행정은 교육청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며 “빠른 시일 내 내부 검토를 마치고 과천시와 협의해 주민 소통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신계용 시장은 “하루하루가 절박한 학부모와 학생 심정을 잘 헤아려 조속한 시일 내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검토에 감사드리며, 과천시도 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모든 역량을 모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천시는 연구용역 결과와 이번 교육감 면담 내용을 토대로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실행이 가능한 교육구조 개선 방안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광명=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광명시와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광명시지회가 4일 업무협약을 맺고 '광명형 통합돌봄사업' 대상자 발굴과 서비스 연계를 본격 추진한다. 통합돌봄사업은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건-의료-요양-일상생활-주거 서비스를 통합 지원하는 광명시 핵심 돌봄 정책이다. 이번 협약은 관내 통합돌봄이 필요한 시민을 신속하게 발굴하고, 개인별 욕구에 맞는 지원으로 연계하기 위한 협력 기반을 강화하고자 마련됐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돌봄 취약계층 발굴 및 의뢰를 비롯해 △위기사례 정보 공유 △긴급 상황 대응 △지역 돌봄 네트워크 협력 강화 등 여러 영역에서 긴밀히 협력한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7일 “돌봄 공백을 막으려면 행정과 민간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시민 누구도 놓치지 않도록 신속한 현장 대응체계를 갖추고 광명형 통합돌봄 기반을 더욱 탄탄히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명시는 올해 10월 전국 최초로 '돌봄 통합지원 조례'를 제정해 시민의 돌봄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했으며, 기존 '돌봄통합추진위원회'를 법정 협의체인 '광명시 통합지원협의체'로 전환해 민관 공동책임 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광명시는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복지-주거 등 관내 다양한 돌봄 기관과 협력 범위를 확대해 지속가능한 지역 돌봄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의료-돌봄 서비스 안내 등 세부 사항은 가까운 동 행정복지센터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광명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군포=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군포시는 산본래미안하이어스 아파트(금산로91)가 '2025년 경기도 착한아파트'로 선정돼 표창을 수상했다고 7일 밝혔다. 산본래미안하이어스 아파트(2644세대)는 경기도에서 세대별로 구분된 3개 그룹 중 1000세대 이상인 Ⅲ그룹에서 1위로 '2025년 경기도 착한아파트'로 선정됐다. 경기도는 작년부터 공동주택 관리종사자 처우개선과 입주민-관리종사자 간 상생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착한아파트를 선정하고 있다. 산본래미안하이어스 아파트는 휴게시설 내 공기청정기, 안마기 설치 등을 통한 근무환경 개선, 관리종사자의 단기 근로계약 방지 노력, 입주민과 관리종사자 간 인사하기 문화 조성을 통해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 확산 노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은호 군포시장은 “착한아파트 모범사례가 다른 공동주택에도 확산돼 입주민과 관리종사자가 함께 웃는 살기 좋은 아파트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관리종사자와 입주민 간 서로 존중하는 문화 확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안양시가 행정안전부 주관 '2025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은 매년 자원봉사 활성화에 기여한 우수 자원봉사자-단체-기업-지자체 등을 발굴해 포상하는 자원봉사 분야 최고 권위 상이다. 안양시는 기초지자체 중에서 유일하게 국무총리 표창을 받으며 그동안 지역 기반 자원봉사 활성화와 시민 참여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게 됐다. 올해 안양시는 △사회적 취약계층 맞춤형 돌봄 자원봉사 △재난 및 위기 대응 자원봉사체계 구축 △나눔과 기부문화 활성화 선도 △지역 밀착형 자원봉사 거버넌스 운영 등 안양형 자원봉사 생태계를 강화해 지역사회 자원봉사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관내 모든 행정동에 자원봉사 거점센터인 동V터전을 설치해 자원봉사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안양시는 전체 인구 중 약 37%인 21만여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된 명실공히 자원봉사의 도시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7일 “앞으로도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생태계를 조성해 따뜻한 공동체 안양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양시 '자원봉사자의날(12월5일)'을 기념하기 위해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시청 본청 앞 게양대에 '나눔'과 '연대' 의미를 담은 자원봉사 깃발을 게양한다. 이는 한 해 동안 지역 곳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이웃을 보살핀 자원봉사자 헌신을 드높이고, 고마움을 시민 모두가 함께 나누기 위해 추진됐다. 하남=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하남이-방울이가 시민과 더 가까워진다. 하남시 대표 캐릭터 굿즈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가 미사역과 하남시청역에 등장해 시민이 일상에서 더 자연스럽게 하남이-방울이 굿즈를 접할 수 있게 됐다. 하남시는 관내 5호선 두 역사 내에 하남시 대표 캐릭터 굿즈 자판기를 설치해 운영을 5일부터 시작했다. 이번 자판기 도입은 올해 7월 하남지역자활센터와 체결한 '하남시 캐릭터를 활용한 자활사업 활성화 협약'을 기반으로 추진됐다. 협약에 따라, 하남시는 캐릭터 사용 승인과 디자인 지원, 홍보 등 전반적인 행정 협력을 담당하고, 자활센터는 상품 기획-제작과 유통, 정산 등 실무를 맡아 굿즈 사업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시민에게는 친근한 캐릭터 굿즈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는 취약계층 자립을 돕는 일자리 기회를 마련하는 상생 구조를 구축했다. 하남지역자활센터는 10월17일부터 신장동 '일마렌' 카페 두 지점에서 시범 판매를 진행해 볼펜-키링-그립톡 등 굿즈를 선보였다. 시범 운영 동안 시민 관심이 꾸준히 이어진 가운데 하남시는 7월 협약 때부터 논의해온 계획에 따라 시민이 일상적으로 지나는 지하철역에 자판기를 설치, 접근성을 높였다. 자판기에는 하남이-방울이의 동그란 볼이 돋보이는 귀여운 얼굴 디자인의 스마트톡, 볼펜, 키링 등 5종 굿즈가 판매된다. 외관에도 하남이-방울이 요소를 적용해 시민이 굿즈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캐릭터가 주는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채상호 공보담당관은 7일 “굿즈 판매가 시민 친화적인 방식으로 확장되면서 지역자활센터의 자립 기반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 바람을 적극 반영해 다양한 굿즈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판매 품목과 설치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속 검토하고, 하남지역자활센터와 협력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식품물가 5년새 27%↑…고환율에 수입 과일·생선·고기 가격도 ‘껑충’

최근 5년간 식품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가계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다. 기후 변화와 공급 불안정, 고환율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국내산은 물론 수입 식품 가격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7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식품물가지수는 2020년 대비 27.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17.2%)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식품 가격 급등은 체감물가와 직결되는 생활물가(20.4%) 상승으로 이어졌다. 식품이 27.1% 오르는 동안 의류·전기·가스 등 식품 이외 품목은 16.4% 상승하는 데 그쳤다. 품목별로 보면 김(54.8%), 계란(44.3%), 식용유(60.9%), 참기름(51.9%), 국수(54%), 빵(38.7%) 등이 큰 폭으로 뛰었다. 국산 소고기 가격이 9.3% 오른 사이 수입 소고기는 40.8%나 상승했다. 커피(43.5%), 사과(60.7%), 귤(105.1%) 등 과일류와 채소류도 전반적으로 40%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등어·오징어 등 수산물도 30%가량 올랐다. 구내식당 식사비 역시 24.3% 올라 직장인 점심 부담도 커졌다. 최근 고환율 흐름 속에 수입 먹거리의 가격 오름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수입 과일의 경우 망고는 개당 7000원을 넘어 1년 새 33% 상승했고 파인애플(23%), 바나나(11%)도 일제히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할당관세 종료와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가가 뛰었다"고 분석했다. 수입 소고기 가격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미국산 갈비살은 1년 새 13.9%, 척아이롤은 34.5% 올랐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소고기 수입단가가 kg당 8.2달러로 작년보다 1.9% 높아졌으며, 환율 영향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수산물 가격도 상승했다. 수입 조기(부세)는 18.7%, 수입산 고등어(염장)는 36.6% 올랐다. 국산 고등어 가격 상승률(8.6%)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노르웨이 정부의 어획량 제한과 고환율이 겹치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명태(5.7%), 수입 새우(10.1%)도 모두 올랐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1400원대 고환율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물가 전반에 추가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국내 식품 제조업의 국산 원재료 사용 비중이 31.8%에 불과해 밀·대두·옥수수·원당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이 환율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비닐하우스 농산물 생산비까지 끌어올린다. 정부는 가공·외식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입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확대하고 국산 농산물 원료구매자금(총 1256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유통업계도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바나나는 에콰도르·베트남·필리핀·페루 등 산지를 다양화하고 있으며 소고기도 미국·호주뿐 아니라 아일랜드산 도입까지 검토 중"이라며 “새로운 산지를 개척하면 협상력이 높아져 더 저렴한 가격에 들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강원방문의 해’ 겨울 관광 총력전…해외관광 유치부터 스키장 안전까지

강원=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강원도가 '2025-2026 강원 방문의 해'를 맞아 겨울철 해외관광객 유치와 스키장 안전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글로벌 겨울 관광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도는 중화권·동남아 등 해외관광객 유치를 위한 '2025-2026 강원 스노우 페스타'를 개최하고, 도내 스키장을 대상으로 민·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강원 스노우 페스타는 눈·스키·겨울축제 등 동계관광 콘텐츠와 한류(K-컬처)를 결합한 강원의 대표 해외관광 유치 브랜드다. 지난 2024-2025 동계 시즌에는 해외관광객 4만 9041명을 유치하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도는 이번 시즌 중화권·동남아 단체관광객 확대를 위해 도내 8개 스키리조트와 협업해 전문 스키 강습, 아마추어 스키·보드 대회, 시상식, 김밥 만들기 등 한류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한 차별화 상품을 운영한다. 참여 리조트는 평창 모나용평·휘닉스파크·알펜시아, 정선 하이원, 홍천 소노 비발디파크, 춘천 엘리시안강촌, 원주 오크밸리, 횡성 웰리힐리파크 등이다. 해외 개별관광객(FIT)을 위해 '외국인 스노우 G(Gangwon)-셔틀' 관광상품도 운영한다. 수도권에서 강원도 겨울 축제장과 전통시장을 연결하는 셔틀로, 화천 산천어축제, 평창 송어축제·대관령 눈꽃축제, 태백산 눈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삼척 정월대보름제 등 6개 시군 7개 축제를 연계한다. 얼음낚시, 눈조각 관람 등 겨울 특화 체험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도는 해외 관광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사)인 트립닷컴(씨트립)을 통해 스노우 페스타 동계상품 판촉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해외 인플루언서와 SNS를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도 집중 추진한다. 또한 12월 13~14일 대만 가오슝에서 열리는 한국관광공사 주관 '2025 가오슝 K-POP&미식 축제'에 참가해 동계 스키·축제 상품을 적극 홍보한다. 원주에 공장이 위치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활용해 평창 삼양라운드힐, 춘천 닭갈비, 속초 닭강정 등 지역 미식 콘텐츠를 연계한 '불닭로드' 관광코스 홍보도 병행한다. 아울러 도는 전국 최다 웰니스 관광지(88개소 중 13개소)를 보유한 강점에 착안해, OTA 올마이투어와 함께 '2025 강원 웰니스 온라인 겨울 페스타'를 통해 겨울 온천, 명상·요가, 리조트 힐링 프로그램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김동준 강원도 관광정책과장은 “동계 스포츠를 넘어 한류·웰니스·미식 콘텐츠까지 결합한 강원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세계적인 겨울 관광지로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도는 본격적인 스키 시즌을 앞두고 8일부터 15일까지 도내 스키장을 대상으로 민·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이번 점검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키장경영자협회, 소방서·경찰서, 교통안전공단, 가스·전기안전공사 등이 참여한다. 점검 대상은 △슬로프 구조 안정성 △안전시설 설치 여부 △리프트 점검 및 운영 실태 △안전 인력 배치 △구조·구난 체계 △소방·전기·가스 시설물 관리 △화장실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 등이다. 정연길 문화체육국장은 “전국 13개 스키장 중 9개가 강원에 위치한 만큼, 곤돌라 정지·리프트 사고·슬로프 충돌 등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점검해 겨울철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점검에서는 슬로프·리프트·소방·전기 분야에서 총 76건의 지적사항이 개선된 바 있으며, 도는 이번 점검 결과에 따라 즉시 시정 조치와 함께 필요 시 24시간 전담 인력 배치도 권고할 방침이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휘발유·경유 줄줄이 상승...새해에도 ‘유류세 인하’ 연장 무게

올해 들어 11월까지 석유류 물가가 3년 만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생계비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가 새해에도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7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석유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이는 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기준 석유류 물가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3.7% 급등한 이후 2023년(-11.6%)과 지난해(-1.3%)에는 연속 하락했으나, 올해 들어 상승 전환했다. 품목별로 보면 휘발유 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1.7% 상승했다. 경유 역시 2023년(-15.2%)과 지난해(-3.8%)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올해 2.7%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자동차용 LPG 물가는 5.8%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3.7%)에 이어 2년 연속 상승했으며 상승률도 확대됐다. 데이터처는 최근 석유류 물가 상승 요인으로 환율 상승세와 유류세 인하율의 단계적 축소를 꼽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을 10%에서 7%로,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의 인하율을 15%에서 10%로 각각 조정했다. 이에 따라 ℓ당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25원, 29원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6주 연속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11월 30일∼12월 4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ℓ당 1.7원 오른 1746.7원이었으며,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2.5원 상승한 1662.9원을 기록했다. 휘발유와 경유는 생계비는 물론 물류·운송, 서비스업 전반과 직결된 대표적인 생활 필수 품목으로 꼽힌다. 석유류 가격은 소비자물가 전체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총 1000)에서 휘발유와 경유의 가중치는 각각 24.1, 16.3으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물가 안정과 재정 여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정부도 새해 유류세 정책 방향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유가·환율·물가 등 주요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르면 이달 중순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유류세는 2021년 말 이후 18차례에 걸쳐 한시 인하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올해 말까지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하되, 인하율을 일부 축소하는 '단계적 환원' 방식을 택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한성의 AI시대] AI 활용 국가, 한국이 만들어야 할 제3의 길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5년, 글로벌 기술 생태계를 가장 크게 뒤흔든 변화는 단순히 성능이 향상된 AI가 아니었다. 인간의 의도를 이해하고 목표를 재구성하며 상황에 따라 절차를 스스로 설계하는 새로운 유형의 '에이전트형 AI(Agentic AI)'가 등장한 것이다. 이는 AI가 더 이상 우리가 묻고 이에 대한 응답을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맥락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협력적 존재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의 위상이 바뀌면, 인간이 AI와 관계 맺는 방식, 그리고 국가가 AI를 사회에 통합하는 전략 역시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각국은 저마다의 여건에 맞춘 AI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중이다. 미국은 초거대 모델 경쟁을 기반으로 명령형(Command-Based) AI 전략을 강화한다. 우수한 모델을 만들고,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AI가 수행하는 구조다. 한편 중국은 방대한 데이터와 통합적 국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리형(Manager-Based) AI를 구축시킨다. 도시 운영, 사회관리, 산업 정책까지 AI가 집단적 효율성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두 모델 모두 강력하지만, 공통점으로 인간과 AI가 함께 사고를 확장하는 구조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한국은 이 두 모델과 다른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미국처럼 막대한 원천기술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고, 중국처럼 국가 단위로 데이터를 일원화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AI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 경쟁의 중심은 “누가 더 큰 기술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사회와 결합시키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즉, 서열 경쟁이 아니라 문명적 선택의 경쟁, 다시 말해 새로운 형태인 제3의 길이 열리고 있다. 한국이 선택할 전략적 방향은 협력형(Cooperative) AI 패러다임이다. 한국 사회는 높은 문해력, 빠른 적응력, 촘촘한 소통 구조 등 협업 중심의 문제 해결 방식에 익숙하다. 이는 인간과 AI가 판단을 나누고 서로를 보완하는 Agentic AI의 작동 원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또한 디지털 행정, 의료보험, 교육 인프라 등 한국의 전 국민적 표준화 경험은 AI 협업 체계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된다. 즉, 한국은 초거대 모델 경쟁보다 기술을 사회운영 방식과 결합해 구조를 재설계하는 데 강점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다. 이 협력형 패러다임을 국가 전략으로 실체화하려면 개인 → 조직 → 데이터 → 신뢰로 이어지는 단계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첫 정책과제는 전 국민 AI 협업역량 표준(K-AI Collaboration Standard)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코딩 교육의 확장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AI와 어떻게 대화하고 판단하며 공동 작업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기준이다. 예컨대 공공기관은 문서작성 과정에 AI 협업 절차를 도입하고, 교육 현장은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채택할 수 있다. 이는 AI 리터러시를 단순한 교육 과제가 아니라 국가 인적자본 전략의 중심 축으로 재정의하는 일이다. 이러한 협업 역량의 기반이 마련되어야 비로소, 산업·행정·의료·교육 등 각 분야의 업무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다음 단계가 가능해진다. 둘째 정책과제는 산업·행정·의료·교육 등 주요 영역의 업무 구조를 AI 협업 프로세스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기존 업무에 AI를 단순히 덧붙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업무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각 부문마다 역할·책임·안전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일은 점차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를 조정할 상시적·전문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재 존재하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국가 AI의 비전과 원칙을 정하는 전략·심의 기능을 담당한다면, 실제 행정·산업 현장에서 AI 협업 프로세스를 구현·조정할 풀타임 전담 실행조직—'AI 활용 전략본부(가칭)'—이 별도로 필요하다. 부처 단위의 분절된 정책 체계만으로는 협력형 AI 패러다임의 구조적 확장을 감당하기 어렵다. 셋째 정책과제는 데이터 신뢰 프레임워크(K-Data Trust Framework)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국가가 데이터를 일원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개인·기관·기업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교환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의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협력형 AI는 정답형 데이터보다 맥락형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이 데이터가 안전하고 투명하게 흐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수다. 넷째 정책과제는 AI 자율성 증가에 대응하는 책임성·투명성 체계(Algorithm Accountability System)를 구축해야 한다. 알고리즘 감사, 설명 가능한 AI 기준, 시민 참여형 평가 시스템 등은 한국형 협력 패러다임을 국제적 신뢰 기준으로 발전시키는 핵심 토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정책들이 결합되면 한국은 원천기술 경쟁에서 1·2위를 다투지 않더라도, AI 활용의 질과 사회적 수용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기술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라는 새로운 국가 모델을 정립할 수 있게 된다. AI는 이제 자율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 구조를 실현할 사회적 기반과 정책적 의지를 모두 갖춘 드문 나라다. 제3의 길은 선택지가 아니라, 한국이 갖춘 조건을 현실로 전환하는 전략적 방향이다. AI 시대의 경쟁은 서열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며, 한국은 그 설계를 통해 미래 문명의 새로운 기준을 세울 수 있다. 김한성

[EE칼럼] 한전홀딩스, 개혁을 가장한 시대역행

최근 전력산업의 논의 지형에 가칭 한국통합발전공사 혹은 '한전홀딩스'라는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일부 관계자들이 ㈜한국전력(이하 한전)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한전과 발전 자회사의 역할을 재배열하자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자회사들 사이의 역할 중복, 100% 모회사로서 한전이 행사해온 수직적 지배구조, 중복된 연구개발(R&D) 투자가 비효율의 원인으로 지적되며, 이를 지주회사라는 새로운 틀 아래서 단번에 정리해야 한다는 논리가 뒷받침되고 있다. 얼핏 보면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구조개편처럼 들린다. 조직을 다시 배열해 기능을 명확히 하고, 한전은 전력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며, 발전 자회사들은 지주회사 산하에서 보다 자율적인 체계로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는다.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한전의 수직적 독점 체제를 해체하고, 발전·송전·소매 기능을 분리해 경쟁과 중립성을 도입하려는 미완의 개혁의 첫걸음이었다. 발전부문을 6개 자회사로 나누고, 계통 운영을 한전으로부터 떼어내 전력거래소를 설립한 조치는 장기적으로 송전망 운영의 독립성과 소매시장 경쟁 도입까지 바라본 분권·경쟁 지향의 로드맵이었다. 그러나 최근 제기되는 한전홀딩스 구상은 이러한 개혁의 방향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발전·송전·판매·신재생을 다시 지주회사라는 단일한 우산 아래 묶으려는 시도는, 기능을 분리해 전력시장을 시장답게 만들고자 했던 과거 개혁의 취지를 되돌리는 조치다. 그럼에도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그럴듯한 표현을 앞세우니, 전력시장이나 지주회사 제도 중 하나라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쉽게 호도되고 만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이탈리아, 라틴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재벌의 역사적 궤적을 살펴보면, 순환출자와 복잡하게 얽힌 지배고리는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불투명한 지배 구조를 끊어내기 위해 도입된 장치가 바로 지주회사 제도다. 소유와 지배의 흐름을 드러내고, 얽힌 고리를 정리해 책임의 방향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가 그 출발점이었다. 지주회사 체제는 얼핏 보면 구조개편의 강한 신호처럼 보인다. 조직을 다시 묶고 역할을 재조정하며 새로운 지도를 그린다는 상징적 제스처는 언제나 '개혁'이라는 단어와 결합해 대중의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빛은 얕고 표면적이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지주회사라는 장치는 구조개편의 본질적 문제를 피해가며, 기존 질서에 다시 성벽을 세우는 일종의 복고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개별 대기업이나 금융지주회사에서는 지주회사 체제가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지배구조를 정비하며,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성패가 끊임없이 갈리는 그들에게 지주회사는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위험을 분산하고 성장동력을 재조정하기 위한 조직적 도구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그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전은 다르다. 공익성을 본질로 삼는 국가 단위의 독점 기업에 지주회사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전력산업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외형적 논리만 빌려오는 셈이다. 한전이 직면한 문제는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는 전혀 다른 층위에 있다. 지금 필요한 개혁은 지배구조를 하나로 묶는 일이 아니라, 운영의 독립성, 시장 참여의 다양성, 계통과 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가 전력체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이며, 지주회사 모델은 그 어떤 부분도 해결하지 못한다. 지주회사는 흔히 '컨트롤타워'로 불린다. 거대한 기업집단을 하나의 유기체로 묶어 세밀하게 조정하는 브레인 같은 존재다. 이 체제 아래에서 인사권, 특히 CEO와 임원 선임권은 지주 본사에 집중되고, 중장기 전략도 각 회사의 판단을 넘어 결국 하나의 중심으로 모인다. 자회사들은 성과평가와 자본 배분, 투자 승인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비로소 움직일 수 있으며, 리스크 관리와 준법감시 역시 지주사가 설정한 틀 속에서만 가능하다. 기업집단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몸체로 바라보는 사고에서 나온 체계로, 목표는 언제나 부분의 성과가 아니라 전체의 최적화에 맞춰져 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금융지주— 모두 지주회사는 지배와 감독을 맡고, 자회사는 은행과 보험, 증권을 각자 전문적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예산과 인사, 전략이라는 조직의 심장부가 모두 지주 본사에 소재한다. CEO 및 임원 인선, 중장기 경영전략, 리스크 관리 모두 통합된 지주의 계획대로 운영된다. 이런 구조에서 자회사 간에 '경쟁'이라는 개념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장에서 겨루는 독립된 기업이 아니라, 그룹 전략이라는 큰 지붕 아래서 역할을 분점받은 단위에 가깝다. 지주사가 본래 추구하는 가치 역시 혁신보다 건전성 확보에 더 무게가 실린다. 위험을 분산하고 비용을 통제하며 중복투자를 제거하는 데 주력하다 보면, 자연스레 공격적 혁신이나 시장을 흔드는 모험은 위축된다. 그 결과 지주회사는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분 아래 권력의 중심을 더 단단히 고정하는 장치가 되곤 한다. 분권의 외양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욱 정교한 중앙집권의 기술에 가깝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역시 전력산업의 근본적 개편을 요구받았다. 그 흐름 속에서 도쿄전력은 2016년, 개혁의 깃발을 들고 지주회사 체제인 Tepco Holdings로 전환했다. 경영 효율화와 사업 부문별 책임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막상 내부의 작동 원리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 국민들이 원래 의도했던 건 독점화된 제국을 공고화하는게 아니라, 시장을 시장답게 만들자는 것인데 말이다. 전력산업이 마주한 진짜 개혁은 송전망의 중립성, 계통 운영의 독립, 소매시장 개방, 분권적 에너지 시스템 구축 같은 구조적 변화에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이러한 본질적 질문을 비껴간 채, 변화하는 듯한 제스처만 취하는 데 그친다. 이름을 바꾸고 조직도를 고쳐 그럴듯한 외형을 갖추지만, 실상은 두꺼운 메이크업으로 문제를 가리는 방식에 가깝다. 그 결과는 명백하다. 개혁을 가장한 포장의 두께만큼, 현상유지는 오히려 더 단단히 고착될 것이다. 유종민

장기침체에 연체율 급등...캐피탈업권 ‘부실의 시간표’

캐피탈사들이 건전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여전히 걱정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가 사그라들면서 다시금 내수부진 우려가 커지는 등 경기침체에 따른 부작용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앞서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오는 12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에는 법제처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부실한 여전사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적기시정조치를 비롯한 금융당국 차원의 관리를 진행하기 위함이다. 이번 개정안은 카드업계 보다는 캐피탈업계를 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 동결로 카드업계 조달금리 부담이 낮아지기 어렵게 됐으나, 대부분의 카드사가 9월말 기준 연체율을 상반기말 보다 낮춘 영향이다. 반면 캐피탈사는 부실 자산 정리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2023년 약 23조7000억원 규모였던 상반기 개인·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올 상반기 27조2000억원 규모로 커졌고, 연체율은 3.2%에서 3.6%로 4%포인트(p) 높아졌다. 캐피탈사들이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다시금 끌어올린 개인·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고질적인 문제로 불린다. 양적 익스포저(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 금액)의 경우 줄어들고 있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1조8000억원에 달했던 고정이하 익스포저가 6개월간 5000억원 가량 줄었으나, 올 상반기 기준 1조4000억원으로 반등했다. 회수 및 정리가 약해진 탓이다. 안용석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과거 업계의 성장을 이끌었던 부동산PF가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자리매김했고, △단기부실화 위험 상대적으로 큰 브릿지론 △중순위 대출 △비수도권 사업장의 비중이 높은 고위험 구조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대캐피탈·iM캐피탈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한 캐피탈사들의 연체율이 나빠진 까닭이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토대로 고부가 차종 리스 상품 출시가 가능했다. 안정성은 높지만 수익성이 낮은 차금융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줄일 수 있었다는 의미다. 또한 차금융을 제외한 대출을 줄이면서 우량 차주 중심의 영업을 전개한 덕분에 9월말 총 연체율(0.81%)을 전분기말 대비 0.13%p 낮췄다. 최근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글로벌 투자설명회에서도 연체율이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iM캐피탈의 연체율(2.3%)은 1년 만에 1.4% 완화됐다. 적극적으로 부실 자산을 상·매각하고 오토 및 개인금융 비중을 자산 기준 60% 수준으로 맞춘 것이 성적표로 이어졌다. 반면, 한국투자캐피탈의 연체율은 5.3%로 집계됐다. 부동산PF 대출 잔액이 1조2000억원에 육박하고, 고정이하여신(NPL) 3014억원 중 55%가 부동산PF로 구성된 까닭이다. 한신평은 한국투자캐피탈이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으나, 연체율이 AA급 평균(1.7%)을 대폭 상회하고, NPL 대비 충당금 적립률(57.0%)은 낮다고 지적했다. KB캐피탈의 경우 연체율(2.3%)·NPL비율(2.9%) 상승을 최소화했다. 빈중일 대표의 주도 하에 기업금융 의존도를 높이는 등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나서면서 부실 부동산 자산도 정리한 성과다. 다만 중고차금융을 비롯한 부문에서 위험자산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JB우리캐피탈의 연체율은 2.7%로 전년 동기 대비 0.94%p 높아졌다. 대출자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부실자산도 불어난 셈이다. 우리금융캐피탈의 연체율은 2%를 넘어섰다. 개인금융을 비롯해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산을 줄이고 차금융을 늘렸으나, 지표 악화를 막지 못했다. BNK캐피탈의 경우 연체율(3.34%)과 NPL비율(3.95%)이 전년 동기 대비 나빠졌으나, 부동산PF 리스크 대응을 목적으로 차금융·가계대출 의존도를 높이면서 상반기말 보다는 개선됐다. 김형석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장은 앞서 한신평과 무디스가 마련한 공동 미디어브리핑에서 가계대출 상환능력이 저하되면서 부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잔존PF 익스포저 정리 속도 및 추가 손실부담 등을 살펴봐야한다는 견해도 표명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한국에 ‘SMR 실증국가’ 주문한 IEA…탄녹위 권한도 확대 요구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한국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실증할 국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7일 IEA가 지난달 발간한 한국 에너지 정책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IEA는 한국에 10가지 정책 과제를 권고했다. SMR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원자력 발전 국가"라며 “기존에 축적된 기술력과 제조 역량을 활용해 SMR 건설·실증을 위한 국가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IEA는 SMR 산단에서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만든 '핑크수소' 실증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SMR 산단은 실제 활용될 SMR 운영 모델을 실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원자력 기반 수소 생산과 활용을 결합한 세계 최초의 통합 산업 실증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MR은 설비용량 300메가와트(MW) 이하의 원자력 발전 설비를 말한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5년까지 SMR 1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IEA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와의 협업을 통해 탄소중립기본법 이행을 주도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이를 위해 “탄녹위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아우르는 정책 정합성을 확보하고 공통 지침을 마련하는 협력적 논의의 장으로서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며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전, 양수발전 등 에너지원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탄녹위는 내년 1월부터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권한도 강화된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중앙행정기관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완 계획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IEA는 “한국이 태양광과 해상·육상풍력을 넘어 수소, 대규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신기술과 에너지 자원의 잠재력을 적극 검토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에너지 설비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 전략 수립 △탄소배출권거래제 기능 강화 및 전기요금 반영 △전력·가스·수소 시장을 감독할 독립 규제기관 설립 △ESS 중앙계약시장 확대 등을 주요 권고 사항으로 제시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재준 수원시장, “진정한 자치분권 향해 나아가는 길에  주민자치회가 함께 해 달라”

사진1)이재준 수원시장(앞줄 오른쪽 5번째)과 2025년 주민자치 활동평가 우수사례 발표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사진2)이재준 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원=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작 수원시가 지난 5일 시청 대강당에서 개최한 '2025년 주민자치 활동평가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주민이 직접 가꾼 '새빛밤밭' 이야기'를 발표한 율천동이 대상을 받았다. 금곡동(진짜 주민자치가 나타났다 IN 금곡동), 고등동(기억을 잇고, 사람을 잇고 내일을 잇다), 광교2동(주민과 자연이 함께하는 광교2동 주민자치회)가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연무동·권선1동·화서2동·망포2동은 우수상, 정자1동·권선2동·행궁동·매탄2동은 장려상을 받았다. 대상을 받은 율천동은 △우리마을 제대로 알기 △다양한 주체가 함께 완성하는 율천 △환경과 교육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마을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지난 10월 1일부터 22일까지 구별 자체 평가를 거쳐 우수 동으로 선정된 12개 동(구별 3개 동)이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내·외부 주민자치 분야 전문가가 심사했다. 정량 평가(50%), 발표 점수(50%)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했으며 시상금은 대상 220만원, 최우수상 120만원, 우수상 80만원, 장려상 50만원이다. 이날 발표회에는 이재준 수원시장, 주민자치회 위원, 주민 등이 함께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2023년 1월 모든 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했는데 여러분이 열심히 활동하며 모범을 보여준 덕분에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진정한 자치분권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주민자치회가 함께 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같은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주관 2025년도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성과대회에서 '의료‧돌봄 통합지원 유공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는 수원새빛돌봄사업을 토대로 지역 여건에 맞는 통합돌봄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며 의료·요양·돌봄 서비스 간 단절을 줄이는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의료·건강·돌봄 등에 맞춘 특화서비스를 마련해 시민의 일상 회복 기반을 강화했고, 지역사회 건강관리 체계도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이밖에 △유관 부서와 관계 기관 간 간담회(24회) 열고 협력 체계 강화 △의료·요양·돌봄·주거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수원시 돌봄통합지원협의체' 운영 △시·동 단위에서 전문가와 실무자 329명이 참여하는 통합지원회의 체계 마련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는 내년 3월 시행되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에 맞춰 현장의 실행력을 높이고 기관 간 협업 구조를 정비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2025년은 통합돌봄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다"며 “2026년에는 시민이 질 높은 통합돌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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