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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육군과 산업통상부, 현대차그룹이 첨단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력 대상에는 수소 모빌리티와 인프라의 활용 논의도 포함됐다. 무엇보다 군용 에너지는 수소산업이 활용 범위를 넓혀갈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잠수함에서 축적한 경험을 차량과 기지 전원으로 확장한다면 군의 에너지 전환과 수소산업의 성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 군용 차량·항공기와 야전 발전기가 오랫동안 유류에 의존해 온 데는 이유가 있다. 석유계 연료는 작은 부피에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고 급유도 빠르다. 여러 장비가 공통 연료를 사용하면 저장과 수송이 단순해진다. 그러나 연료를 계속 운반하고 보급로를 지켜야 하는 부담은 남는다. 공급시설이나 수송망이 끊기면 장비의 성능과 관계없이 임무가 멈출 수 있다. 군이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하고 보급 부담을 줄일 방법을 찾는 배경이다. 외국군은 이에 대응해 에너지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영국 국방성은 작전에너지전략에서 공급 다변화와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검토하며 수소를 선택지에 포함했다. 미국에서는 육군 연구기관 등이 재난지원 차량 H2Rescue의 개발과 실종에 참여했다. 미 육군에 따르면 이 시제차는 2023년 실증에서 왕복 약 290km를 주행한 뒤 25kW의 전력을 72시간 공급했다. 현장까지 이동한 차량이 도착 후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장비로도 쓰인 것이다. 우리군은 잠수함에서 수소를 활용해 왔다. 손원일급과 장보고-Ⅲ급 잠수함은 외부 공기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공기 불효추진체계에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다. 이때 연료전지는 디젤발전기·배터리와 함께 잠수함의 전력체계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수중에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해 잠항 시간을 늘려준다. 지상에서는 기아가 수소 동력 경전술 차량(ATV)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차량이 2025년 5월 군과 함께 시험평가를 마쳤다고 밝혔다. 군이 수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치는 소음을 줄이면서 임무에 필요한 전력을 오래 공급하는 데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며, 내연기관보다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다. 정숙성은 배터리 전기구동도 가진 장점이다. 수소는 보급체계를 갖춘 곳에서 연료를 보충하며 장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데 강점을 찾을 수 있다. 정차 중 통신·감시장비를 가동하거나 정전 때 기지의 필수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가 그 예다. 전력과 물, 수전해·저장설비를 갖춘 기지에서는 수소를 미리 만들어 저장할 수도 있다. 저장한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비상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군의 수요는 수소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 차량과 전원장비를 지속적으로 운용하려면 수소 공급·충전·저장시설과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잠수함 연료전지의 예비품 공급계약은 후속 군수지원 시장이 이미 존재함을 보여준다. 여러 용도에서 성능과 운용성을 검증하고 정식 조달을 확대한다면 대규모 군사용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성이 있다. 군의 엄격한 운용 조건에 맞춰 제품을 개선하면서 기업의 기술과 정비 역량도 높일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장비와 공급체계를 함께 검증해야 한다. 수소의 생산·저장·수송·충전에 드는 비용과 정비 부담을 따져야 한다. 저장용기와 보조설비를 포함한 전체 장비의 무게와 부피도 중요하다. 특히 같은 임무 조건에서 디젤·배터리·하이브리드 방식과 성능·총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공급거점 인근의 이동형 전원이나 기지 비상 전원부터 실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용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군용 수소를 국가 수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군의 수요와 적용 우선순위를 담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산업통상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방위사업청이 공동 실행 과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군은 임무와 성능 기준을 제시하고, 관계부처는 기술개발과 공급 인프라를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 실증 결과를 후속 예산과 조달 판단에 연결하는 절차도 갖춰야 한다. 군의 수요를 개발·실증·조달로 이어주는 범부처 협력이 수소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반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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