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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긴 기름 되찾겠다”…트럼프, 마두로 축출 뒤엔 ‘美 석유 메이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고 '직접 통치'를 선언한 결정적 배경에는 미국 석유 기업(Oil Majors)들의 이권 회복과 에너지 패권 확보라는 철저한 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 직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이번 군사 작전의 목적이 단순한 독재자 축출을 넘어 과거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에 의해 축출됐던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귀환'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진 베네수엘라의 석유 국유화 정책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그는 “우리는 거기(베네수엘라)에 많은 석유를 갖고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 회사들을 쫓아내고 우리의 권리를 박탈했다"며 “우리는 그것을 되찾고 싶다(We want it back)"고 직설적으로 밝혔다. 이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문을 다시 열어 엑슨모빌·셰브론 등 미국 거대 석유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게 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과거 차베스와 마두로 정권은 다국적 석유 기업의 자산을 몰수하거나 강제 국유화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로 진출해 낙후된 인프라를 재건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미국의 군사력이 '장벽'인 마두로 정권을 제거하면 미국의 자본과 기술력이 진입해 석유 생산을 정상화하고 그 이익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선(先) 군사 개입, 후(後) 경제실익' 전략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친미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미국이 나라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석유 시설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나라(베네수엘라)에는 엄청난 에너지(자원)가 있고 그걸 보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그 에너지는 우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치안 부재나 정권 이양기의 혼란 속에서 유전 시설이 파괴되거나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으로 이권이 넘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결국 트럼프가 내세운 '돈로주의(Don-roe Doctrine·트럼프+먼로주의)'의 실체는 서반구의 에너지 자원을 미국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자원 민족주의의 확장판인 것이다. 미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석유 이권'을 거론하자 미국 내에서는 이번 작전이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부시 행정부 역시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중동 석유 패권 장악이 목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앞과 뉴욕 타임스 스퀘어 등지에서는 “석유를 위한 피는 안 된다(No Blood for Oil)", “석유 전쟁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시위대가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야당 인사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통스럽게 깨달았듯이 군사력만으로는 안정을 가져올 수 없다"며 석유 확보를 명분으로 한 무리한 개입이 장기적인 수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국익을 위한 결정적 조치"라며 지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베네수엘라 유전을 둘러싼 미국 내 정치적 갈등과 국제 사회의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마두로 눈·귀 막고 체포한 美…트럼프 “정권 이양 때까지 베네수엘라 통치”

미국이 군사 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고 미국으로 압송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가 이뤄지기 전까지 미국이 통치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됐다면서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나라(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누군가가 정권을 잡는 것을 원치 않다"며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진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통치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고위 당국자들로 구성된 “한 그룹과 함께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그룹과 협력할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는 “그녀가 지도자가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국내에서 지지나 존경이 없다"며 “그녀는 매우 좋은 여성이지만 존경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차도와 합세해 지난 2024년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3선을 위협했던 망명 정치인 에드문도 곤살레스로의 정권 이양을 지지하는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리트윗했다. 일각에선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미국과 협력할 파트너로 거론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로드리게스 부통령과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녀가 루비오 장관과 오랜 통화를 가지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며 “꽤 친절했던 것 같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로드리게스 부통령에 대해 “마두로가 임명한 부통령"이라며 대통령직을 승계한 것을 안다고 덧붙였다. 다만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소집한 비상 내각회의에서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은 마두로, 단 한 명뿐"이라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베네수엘라 정권 병행해 미국 석유 회사들이 현지에 진출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과도 통치 및 국가 재건 자금을 마련하고, 미군 병력도 물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거대한 미국 석유 기업들이 들어가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심각하게 파손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며 “(그 회사들은) 그 나라를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회사들이 인프라를 복구하고 원유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지상군 주둔도 “약간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면 지상군을 두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우리는 사실 어젯밤(마두로 체포 작전 당시) 매우 높은 수준으로 지상군 투입을 했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그의 지시를 따를 경우 베네수엘라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뉴욕포스트에 전했다. 2차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훨씬 더 큰 규모의 2차 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의 요구가 완전히 충족될 때까지 미국 함대는 현재 위치(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 대기 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은 모든 군사적 선택지를 보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외부 세력이 서반구에서 우리 국민을 약탈하고, 우리를 반구 안으로 밀어 넣거나 밖으로 몰아내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NSS) 하에서,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이날 오전 1시께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통령 안전가옥에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를 투입,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헬리콥터로 실어 나른 뒤 대기 중이던 강습상륙함 이오지마에 옮겨 태웠다.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이번 작전에서 미국은 서반구 소재 20개 지상·해상 기지에서 출격한 150대 넘는 항공기를 동원했다. 교전 과정에서 미국 측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결박당한 채 미국으로 압송됐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마두로 대통령 부부가 저항을 포기했으며 미 법무부가 부부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니콜라스 마두로가 USS 함에 승선했다"며 압송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미 중앙정보국(CIA) 지난해 8월부터 현장에 소규모 팀을 파견해 마두로 대통령을 감시해왔고 이는 체포에 도움이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마두로 부부를 태운 항공기가 이날 오후 5시께 뉴욕주의 '스튜어트 주방위군 공군 기지'에 도착해 뉴욕시로 이송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두로 부부는 뉴욕시 마약단속국(DEA) 본부로 이동한 뒤 브루클린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구치소에 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20년 3월 마약 밀매와 돈세탁 등의 혐의로 마두로 대통령을 이미 기소한 상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삼성·LG, 금주 4분기 잠정 실적 발표 ‘희비 교차’…가전·배터리 울고 전장 웃었다

국내 전자·배터리 업계가 이번 주 2025년 4분기 및 연간 잠정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전통적 주력 사업인 가전·TV와 배터리는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차량용 전자·전기 장비(전장) 사업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7일부터 9일 사이 작년 4분기(10~12월) 잠정실적을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를 종합하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 배터리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의 여파가 4분기 성적표에 고스란히 반영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7일 혹은 8일 잠정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은 92조2011억 원, 영업이익은 18조9930억 원으로 추정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42조 5174억 원을 기록해 2024년 대비 3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사 실적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의 호조가 견인했으나, 생활 가전(DA)과 영상 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4분기에도 전방 수요 둔화와 물류비 상승, 중국발 저가 공세가 겹치며 DA·VD 사업부 합산 1000억 원에서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전장·오디오 자회사인 하만은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 하만은 4분기에만 매출 4조2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 4500억~5000억 원을 기록하며 연간 영업이익 1조6000억 원을 돌파,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하만은 최근 독일 ZF사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을 인수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오는 9일 발표가 유력한 가운데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매출은 23조4410억 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32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와 TV를 맡은 MS사업본부 모두 적자가 예상된다. HS본부는 180억~550억 원, MS본부는 2000억~33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여, 지난 3분기 6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위기 속에서 빛난 건 전장(VS) 사업본부다. VS본부는 4분기 400억 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주요 사업 부문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00조 원에 육박하는 수주 잔고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가 실적 방어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배터리 업계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역시 '캐즘'의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4분기 매출은 5조 8944억 원, 영업손실은 909억 원으로 적자 전환이 유력하고 8일 잠정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 혜택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적자 규모는 40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부터 주요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수주한 물량이 본격 출하되면서 실적 반등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는 장기화되는 가전·TV 부진에 대응해 조직 슬림화·인력 효율화 작업에 착수했으며, 관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생산지 다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휴비스, 2026년 조직 개편 단행…“흑자 전환 넘어 수익 구조 고도화”

화학섬유소재 전문기업 휴비스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올해 수익성 중심의 고강도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휴비스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에서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시무식을 갖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 확보와 스페셜티(Specialty·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한 전사 조직개편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무식에서 김석현 대표는 지난해 경영 성과에 대해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지난해는 회사의 적자 구조를 끊어내고 반드시 턴 어라운드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로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며 “전 임직원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 연간 기준 흑자 전환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휴비스의 실적 개선은 고부가가치 제품이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냉감 섬유인 '듀라론-쿨'과 화학재생 저융점 섬유(LM)인 '에코에버-LM' 등 스페셜티 제품의 판매가 확대되고 자산 효율화를 추진한 덕분에 수익성이 개선되고 현금 흐름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이룬 값진 결실을 바탕으로 올해는 더욱 견고한 수익 구조와 재무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휴비스는 이러한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2026년 전사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개편은 스페셜티 제품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친환경 차세대 먹거리를 집중 육성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를 위해 마케팅 조직을 재편하고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힘을 실었다. 생산 거점인 전주 공장에 대한 혁신안도 내놨다. 휴비스는 해당 공장의 운영 최적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공정 혁신과 스마트 팩토리 추진 등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대차그룹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보존에 기여’ 재조명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상하이 소재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보존에 기여한 '민간외교' 활동이 재조명받고 있다. 그동안 독립 유공자 지원 및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 복원에 적극 나섰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2004년 5월 중국 상하이시 정부청사에서 한쩡(韓正) 상하이 시장과 면담을 갖고 상하이시 로만구 지역 재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역은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보존을 위한 차원에서 임시정부청사가 위치한 곳이다. 상하이시는 당시 '2010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임시정부청사를 포함한 로만구 일대를 재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비교적 낙후된 임시정부청사 주변지역을 쇼핑센터와 위락공간을 갖춘 상업지구로 전면 재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에서는 상하이시 로만구 재개발 프로젝트를 외국 기업이 맡게 될 경우 임시정부청사의 온전한 보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 정부도 상하이시에 임시정부청사 주소지인 '306롱 3~5호와 318롱 전체'의 보존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상하이시는 임시정부청사 인근지역이 수십년간 소외지역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임시정부청사 부근만 재개발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리 정부가 상하이시 측 인사를 만나 의견을 전달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자 현대차그룹이 발벗고 나섰다. 정 명예회장이 직접 한국 기업이 사업을 담당할 수 있도록 상하이시 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첨단의 미래와 옛 황금기 중국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국제도시인 상하이시에 위치한 임시정부청사는 한국의 독립혼과 정통성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 의미가 남다른 민족적·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라며 “임시정부청사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감안해 한국이 재개발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양띵화(楊定華) 상하이시 부비서장 겸 도시개발담당관이 참여하면서 상하이시와 현대차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 이후 한쩡 상하이 시장과 이창동 당시 문화부 장관의 면담이 성사됐다. 결국 상하이시가 추진하던 재개발 프로젝트가 유보되면서 임시정부청사는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될 수 있었다. 신현택 당시 문화부 기획관리실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 “국제 공개입찰을 실시하고서도 계획 자체를 전면 보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중국 정부에서 이 일을 중대하게 봤기 때문"이라면서 “(임시정부청사 보존에) 민관이 혼연일체로 협력해 범국가적인 과업으로 추진했는데 이러한 우리 측의 노력이 중국 정부에 충분히 전달된 결과"라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밖에도 독립에 헌신한 순국선열의 희생 정신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독립유공자 보훈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가보훈부와 '국가보훈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독립운동 사료 전산화 △유해봉환식 의전차량 지원 및 국립현충원 셔틀버스 기증 등을 통해 독립유공자 보훈 사업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고 보훈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차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유해봉환식에 필요한 유해운구 차량 및 유가족 이동에 제네시스 G90 등을 의전차량으로 제공하고 있다. 유해봉환식 참석 유가족들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으로 초청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서울과 대전 국립현충원에는 셔틀버스로 친환경 전기버스를 각 1대씩 기증하는 등 현충원 방문객의 이동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 나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전세계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에도 본격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 현황을 파악하고, 개보수가 필요한 사적지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국가보훈부 등과 협의를 통해 이를 보존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그 가치를 다음 세대로 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인적·물적 자원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훈 활동에 국가보훈부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2026 신년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미 조선 협력 ‘MASGA’ 주도…핵잠 포함 미 함정 사업 본격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26년 새해를 맞아 한미 양국의 조선업 협력을 상징하는 'MASGA(Make American Ship Great Again)' 비전을 강조하며 미국 필리조선소를 거점으로 군함 및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미국 함정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4일 김승연 회장은 지난 2일 발표한 2026년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한화는 MASGA로 상징되는 한미 양국의 산업 협력을 주도한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방산·조선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향해 질주하는 국가대표 기업이 됐다"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김 회장은 현재 한화의 위상에 대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창업 정신을 실천해 '산업과 사회의 필수 동력 기업'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안주하지 않는 혁신의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방산·우주항공·해양·에너지·소재·금융 등 한화그룹의 사업 영역이 전 세계에 걸쳐 있지만 지역 블록화와 생산비 격차 심화·저성장 등 시장의 허들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인공 지능(AI)·방산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미래를 좌우할 원천 기술을 보유해야만 50년, 100년 영속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신년사에서 가장 주목된 부분은 대미(對美) 사업 전략이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한다는 자부심으로 글로벌 시장의 신뢰받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며 “단순한 이해 관계를 넘어 상대 국가·기업과 미래를 함께 할 동반자가 돼야 잠수함 수주 경쟁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MASGA는 미국 필리 조선소를 중심으로 온전히 한화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실행하라"고 지시하며 “한미 관계의 린치핀(핵심 축)으로서 군함·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을 통해 양국 조선업 협력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한화가 미국 내 조선소를 기반으로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넘어 건조 분야까지 진출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각 사업 부문별 구체적인 혁신 과제도 제시했다. 에너지와 소재 부문에 대해서는 “급변하는 정책·환경 변화와 석유화학 구조 개편에 적극 대응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며 단단한 도전 정신을 주문했다. 금융 부문에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디지털 자산과 AI의 접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으며, 서비스·기계 부문에는 AI·로봇·자동화 사업의 시너지를 통한 효율적 성장 모델 구축을 당부했다. 김 회장은 그룹의 핵심 철학인 '함께 멀리' 정신과 '안전 경영'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화오션 협력사 근로자들의 성과급을 직영 근로자들과 같은 비율로 맞추기로 한 것은 '함께 멀리'의 실천"이라며 “협력사와 지역 사회는 한화의 식구이자 사업 터전이므로 멀리 잘 가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과가 생명을 대신할 수 없다"며 모든 현장에서 안전 체계를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안전 기준을 정착시킬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김승연 회장은 끝으로 “지난해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민간 우주 시대를 열고 글로벌 방산 키 플레이어로 도약한 것은 모두 임직원의 헌신 덕분"이라며 “꿈꾸던 미래를 현재로 만든 저력으로 더욱 영광스러운 한화를 만들어 가자"고 독려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중소기업 정책자금, 5일부터 접수 개시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5일부터 정책자금 접수를 시작한다. 정책자금 지원 규모는 총 4조4300억원이다. 혁신성장 지원 강화를 위해 혁신성장분야 중 인공지능(AI)·바이오·문화콘텐츠·방산우주항공·에너지·제조혁신 분야를 중점 지원한다. 현장 개선과 제조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시설자금도 40%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의 AI 도입과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AX 스프린트 우대트랙'을 별도로 신설했다. 지원대상은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 선정기업 또는 AI 분야 영위 기업 등이며, 0.1%p 금리 인하, 대출한도 우대, 패스트트랙 적용 등 우대하여 지원한다. 아울러 기술유망 기업과 민간 자본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상장 후 3년 이내의 기술특례 상장기업과 신용평가등급 BB등급까지의 기업은 예외적으로 정책자금 지원을 허용한다. 2026년 정책자금 신청 희망기업은 중진공 누리집 또는 중진공 지역본(지)부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서울과 지방 소재 기업은 5일부터 6일까지, 인천·경기 소재 기업은 7일부터 8일까지 각각 양일간 신청 가능하다. 강석진 중진공 이사장은 “정책자금이 중소벤처기업의 진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첫 번째 발판이 돼야 할 것"이라며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중소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자본법안 와치] 정책 모멘텀 쌓이는 1월 증시…코스닥과 자사주 소각이 이끈다

1월 국내 증시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 소형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에 더해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동시에 본격화하면서다. 여기에 반도체와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코스닥 기업들의 실적 회복 기대까지 겹치며, 연초 증시의 핵심 투자 포인트가 코스닥 중소형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월 국내 증시에서 주목할 정책 이슈로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꼽힌다. 지난해 증시 구조개혁의 수혜가 코스피 대형주에 집중됐던 만큼, 올해는 정책 효과가 코스닥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코스피 지수는 75% 상승했지만 코스닥은 37% 오르는 데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격차가 정책 수혜의 차이뿐 아니라 수급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 특성상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관 수요가 제한돼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수급 확대와 신뢰 회복을 골자로 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 기관 투자자 참여를 확대하고, 코스닥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코스닥 시장의 핵심 기관 투자자인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한도를 확대하고, 개인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대한 세제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난달 출시된 초대형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제도를 통한 모험자본 공급 역시 중소형 성장주가 밀집한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정부는 혁신 기업의 진입은 늘리고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신속히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 코스닥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중복상장 심사 기준 명문화, IPO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 간 괴리율 공시 등으로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책 모멘텀은 계절적 요인과 맞물리며 1월 코스닥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매년 1월 소형주와 가치주의 상대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른바 '1월 효과'가 코스닥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정상휘 교보증권 연구원은 “1월 코스닥과 코스피의 상대 성과를 비교하면 코스닥에 우호적인 시장 흐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소형주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기대감과 계절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만큼, 1월 코스닥 시장의 전술적 매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6년 정책 당국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시장 안착과 활성을 통해 유명무실한 투자대안으로 전락한 코스닥 중소형 성장주 시장의 전술적 유용성 재고를 모색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1∼2월에 강세를 보이는 코스닥 시장의 계절성, 정책 모멘텀, 코스닥 활성화 추진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코스닥 시장의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증권가는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투자 대상으로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섹터를 꼽고 있다. 두 섹터 모두 코스닥 내 비중이 크고, 정책 모멘텀과 실적 개선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1월 증시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먼저 반도체 섹터는 인공지능(AI) 투자 흐름이 이어지면서 수혜 범위가 코스피 대형주에서 코스닥 중소형 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재개와 함께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 가동률 회복이 맞물리면서 장비·소재 등 후방 산업에 속한 코스닥 기업의 수주와 매출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의 2026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IT 반도체 섹터가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반도체 기업은 특정 공정이나 장비·부품에 특화된 구조를 갖고 있어 업황 회복 국면에서 실적 탄력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제약·바이오 섹터 역시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정책 효과가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분야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가 제약·바이오 기업일 정도로 바이오는 코스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 규모는 약 21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스 아웃 계약이 임상 초기 단계부터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사업 모델이 재조명받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바이오가 공통적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 대비 외국인과 기관 지분율이 낮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로 꼽는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성장이 기대되는 코스닥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이나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상황"이라며 “이번 코스닥 신뢰 및 혁신제고 방안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진입여건이 마련되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의 충분한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헬스케어는 앞으로도 코스닥 바이오를 중심으로 시장을 아웃포펌(상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바이오가 꾸준히 승률을 높이는 이유는 최근 글로벌 제약 라이선싱 딜이 임상 초기 단계를 중심으로 늘고 있고 국내 기업이 거기에 맞게 포지셔닝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상법 개정 논의는 올해 들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월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3차 개정안 통과를 예고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장기간 보유하거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단순한 주주환원 강화 차원을 넘어, 국내 증시의 구조적 할인 요인으로 지적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효과가 있지만, 실제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유통주식 수는 줄지 않아 기업가치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코스피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확대됐지만, 실제 주주가치 제고 관련 소각 비율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한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이나 계열사 간 거래, 향후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유통주식 수 감소 → 주당순이익(EPS) 및 주당가치 상승 → 밸류에이션 개선이라는 연결고리가 보다 명확해진다. 특히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성숙 기업이나 지주회사, 금융지주 등에서는 배당 확대와 함께 가장 직접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자사주 소각 수혜주로 지주회사, 증권사,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을 꼽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상대적으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면서도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만큼, 제도 변화에 따른 재평가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최근 iM증권은 SK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상향한 33만원으로 제시했다. SK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24.8%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상당 부분 소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오천피 시대-➃지배구조] 상법 개정이 만든 프리미엄…기업가치의 ‘새 공식’

코스피가 4000선을 넘어서며 '오천피 시대'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의 질문이 됐다. 다음 1000포인트의 열쇠는 단순한 유동성이 아니다. 기업 성장·정책·지배구조가 함께 맞물리는 구조적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은 2026년 한국 자본시장을 움직일 네 가지 축 '지수·정책·시장 구조·기업 지배구조'를 통해 '오천피 시대의 조건'을 정면에서 해부한다. [편집자주] 코스피지수가 4000선을 넘어서며 '오천피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가치를 움직이는 기준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시장은 이제 기업의 경쟁력을 단순한 업황과 실적을 넘어 지배구조의 질에서 찾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권한이 강화되고 주주권 행사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면서 '누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가'가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평가 기준을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라는 평가다. 국내 기업이 장기간 디스카운트를 받아온 배경에는 지배구조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다. 합병·분할 과정의 불투명성과 총수 중심의 의사결정, 내부통제 실패는 해외 투자자들이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러나 2025년을 기점으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기업가치 평가의 방향도 구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에 따른 주요 조치는 2025년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2025년 7월 시행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이사회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사실상 총수·대주주 중심 관행을 제도적으로 제약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어 2026년 7월부터는 독립이사 제도 개편과 감사위원 분리선임·3% 룰 확대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사회와 감사기구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한 단계 더 강화될 전망이다. 2027년 1월 시행 예정인 전자주주총회 전면 도입은 해외 기관투자자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제도적 기반이다.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유입을 가로막았던 '주총 참여 장벽'이 낮아지는 만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글로벌 지수 내 가중치 변화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아직 공표는 남았지만,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임 의무화도 시장에서는 사실상 '시행 전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행되면 소수주주의 이사회 참여 통로가 넓어지며 기업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이 한 단계 더 강화된다. 지배구조 강화는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한다. 우선 이사회 중심 경영은 불필요한 투자와 비효율 사업 확장을 줄여 자본효율성을 높인다. 키움증권의 '상법개정과 주주행동주의' 보고서를 보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매출 대비 잉여현금흐름(FCF)은 2025년 10월 말 기준 4.8%로, 지난 10년 평균치(4.0%)를 웃돌았다. 상장사의 현금흐름 체력이 개선되며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둘째,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는 점도 구조적 변화의 신호로 꼽힌다. 스튜어드십코드 참여 기관은 2017년 18곳에서 2025년 10월 기준 249곳으로 확대됐다. 이는 한국 자본시장이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와 '지배구조 감시'라는 글로벌 기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장기 자금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반 패시브 자금은 지배구조(G) 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와 외국인 비중 확대를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셋째,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다. 무자본 인수·합병(M&A)과 내부통제 실패, 분식회계는 한국 기업 밸류에이션을 할인시키는 구조적 요인이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3% 룰 확대가 시행되면 대주주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제어되며 이러한 리스크가 제도적으로 줄어든다. 이는 '감점 요인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기업가치가 재평가된다'는 시장의 해석과 맞닿는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얼마를 벌었는가' 만큼이나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를 면밀히 본다. 이사회 독립성과 감사기구의 실질적 견제, 보상위원회 운영, 공시의 투명성, ESG 기반의 지속가능경영 체계가 기업 프리미엄을 결정하는 요소로 자리 잡은 셈이다. 최근 상장사들의 주주환원 여력도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1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온 주주환원 금액은 2024년 기준 주주환원율 33%를 기록하며 신흥국 평균(43%)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법 개정·행동주의 확대·세법 개편 등과 맞물려 향후 추가 확대가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는 대기업뿐 아니라 코스닥 기업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인 기업일수록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구조가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단기 뉴스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다. 2025년 시행 조항에 이어 2026~2027년 예정된 후속 개편까지 감안하면 한국 기업은 향후 2년간 가장 큰 지배구조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 이후 다음 스텝은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이 될 예정"이라며 “제도 이행에 대한 정기적 점검 체계 및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관여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개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정부 주도하의 거버넌스 개혁 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2024년 기준 한국은 전세계에서 3번째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이 많은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며 “향후 국내 토종 기관투자자, 소액주주연대, 연기금,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등의 주주행동주의는 국내 기업의 밸류업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기후 신호등] 온난화에도 한파는 여전히 기승…북극진동 ‘심술’ 탓

해가 갈수록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겨울철 한반도와 북미 등 중위도 지역은 기록적인 한파가 닥친다는 뉴스도 반복되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는데 왜 더 추워지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대중적 의문을 넘어 기후과학 분야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학술 연구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우연이나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촉발된 북극 환경 변화와 대기 순환 구조의 왜곡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최신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이 발생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영향이 한반도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무너진 공기의 장벽, 제트기류와 극소용돌이의 사행 겨울철 중위도 지역의 한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트기류(jet stream)와 극소용돌이(polar vortex)라는 두 가지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북극의 찬 공기는 북반구 중위도를 둘러싸며 강하게 흐르는 서풍대 제트기류에 갇혀 있어 남쪽으로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의 기온이 중위도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는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 공기의 장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지구과학과 연구팀이 지난 6월 'AGU 어드밴스(AGU Advance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제트기류의 굴곡 정도, 즉 사행(蛇行, waviness)은 겨울철 기온 변동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1901년부터 2023년까지 120년이 넘는 제트기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제트기류가 직선적인 흐름을 잃고 뱀처럼 구불구불해질수록 북극의 한기가 중위도로 깊숙이 침투한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20세기 중반 미국 동남부에서 관측된 이상 저온 현상인 '워밍 홀(warming hole)'의 약 3분의 2가 제트기류 사행 증가라는 역학적 요인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대기 순환의 변화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는 오히려 혹독한 한파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트기류가 느려지는 것은 북극진동 탓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사행하는 배경에는 북극진동이 있다.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주기적으로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었을 때는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로, 기압 차이가 벌어졌을 때는 북극진동 지수가 양수(+)로 표시된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 고기압이 약해지고,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어든다. 온도 차이 혹은 기압 차이가 줄어들면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북극이 온난화됐다 해도 그래도 북극이다. 기압이 변화하는 북극진동이 생기고, 제트기류가 출렁일 때 북극의 한기가 남하한다. 영하 40~50℃의 찬 공기가 허물어진 담벼락을 넘어 중위도 지방 상공으로 밀려 내려오는 것이다. 제트기류가 북반구의 어느 지역에서 남쪽으로 처지느냐에 따라 유럽이나 동아시아, 북미 등에서 번갈아 가며 혹한이 나타난다. 반대로 제트기류가 처지지 않은 구역에 들면 따뜻한 겨울이 나타날 수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난 극소용돌이, 한반도를 덮치다 겨울이면 한반도를 강타하는 한파 역시 극소용돌이의 형태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경대학교 김백민 교수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제임스 오버랜드(James Overland)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 9월 '플로스 기후(PLOS Climate)'에 발표한 논문에서, 2025년 초 북미와 동아시아를 동시에 강타한 한파의 주요 원인으로 '늘어난 극소용돌이(stretched polar vortex)' 패턴을 지목했다. 연구에 따르면, 성층권 하부에 위치한 극소용돌이는 통상 북극을 중심으로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며 회전하지만, 이 시기에는 북미에서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타원형으로 길게 늘어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관측됐다. 마치 고무줄이 한쪽으로 잡아당겨진 듯 늘어난 소용돌이의 끝자락이 한반도 상공에 걸리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직접적으로 남하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초 서울은 6일 연속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며, 39년 만에 가장 긴 한파 기록을 세웠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성층권(약 100mb)과 대류권 중층(약 500mb)의 기압 배치가 마치 하나의 덩어리처럼 연동되는 '순압 구조(barotropic structure)'가 형성되었고, 이로 인해 북극 한기가 지표면까지 빠르고 강력하게 전달됐다고 분석했다. mb(밀리바)는 공기의 무게를 나타내는 기압 단위이며, 숫자가 작을수록 고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500mb는 지상에서 약 5~6km 상공을, 100mb는 지상에서 약 15~16km 상공을 가리킨다. 순압 구조란 '위아래 대기층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한 덩어리처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위쪽 대기(성층권)에서 형성된 북극의 차가운 공기 흐름이 중간층과 지표까지 막힘 없이 한 번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 해수면 상승이 내륙 한파를 부르는 새로운 메커니즘 해수면 상승이 해안 침수나 염해 문제를 넘어, 중위도 내륙의 겨울 기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도 발표됐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9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GMSL rise)이 동아시아의 극한 한파를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수치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해수면이 상승할수록 북태평양 해역의 온난화가 심화되고, 이로 인해 대기 중 로스비 파동(Rossby waves)이 더욱 활성화된다. 이러한 파동은 유라시아 대륙 상공에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되는 '블로킹(blocking)' 현상을 유도하며, 그 결과 서풍 제트기류의 흐름이 약화된다.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 북극의 찬 공기가 동아시아로 내려오는 통로가 열리게 된다. 특히 연구팀은 해수면 상승 폭이 0.625m를 넘는 시점부터 동아시아 지역의 극한 한파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임계점을 제시하며, 해안 국가뿐 아니라 내륙 국가들 역시 해수면 상승에 따른 기상 재해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 과거 570만 년의 기록이 말하는 제트기류의 경고 제트기류 변화가 초래할 미래의 모습은 과거 지구의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중국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에서 중국 북부 지역의 퇴적물 코어를 분석해 지난 570만 년 동안의 수문·기후 변화를 복원했다. 그 결과 플라이오세(Pliocene, 약 533만년 전~약 258만년 전까지 275만년 동안 지속된 지질 시대)에 속하는 약 300만 년 전 북극이 현재보다 훨씬 따뜻했던 시기에는 제트기류의 사행이 지금보다 훨씬 심했음이 드러났다. 제트기류가 크게 요동치면서 중위도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홍수,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한파가 훨씬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온난화가 심화되고 북극 증폭이 강화될 경우, 제트기류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져 한반도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에서 극단적 기상 이변이 일상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로 해석된다. ◇ 한반도의 특수성: 서울의 기온 변동성 심화 한반도는 이러한 대기 역학 변화에 특히 민감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수십 년간 한반도의 겨울철 평균 기온은 전반적으로 상승해 왔지만, 1월 최저기온의 평균값은 50년 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더 낮아지는 경향이 관측된다. 이는 겨울 전체로 보면 따뜻해졌지만, 북극발 한파가 한 번 유입될 때의 강도는 과거보다 더욱 매서워졌다는 의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윤진호 교수팀 역시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따뜻한 북극, 추운 대륙(Warm Arctic–Cold Continent, WACC)' 패턴이 더욱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극해 해빙이 줄어들면서 방출된 열이 대기 순환을 교란하고, 그 영향이 수주 후 한반도의 한파로 이어지는 '기후 원격상관(climate teleconnection)' 과정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팀 논문은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기후와 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실렸다. 최근 경북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 박종진 교수팀은 '원격 탐사(Remote Sensing)'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극진동이 한파를 초래하는 또 다른 메커니즘을 소개했다. 북극진동이 만든 겨울철 대기 변동이 동해 표층 수온에 '기억'으로 저장되고, 그 기억이 한반도 겨울 한파를 증폭·지속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는 단선적이지 않다 지구 온난화 속에서도 한파가 잦아지는 이유는, 지구 시스템이 축적된 에너지를 불균형하게 해소하는 과정에서 대기 순환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찬 공기를 가두던 제트기류라는 '장벽'이 약화되고, 해수면 상승은 공기의 흐름을 막는 블로킹 현상을 강화하며, 늘어난 극소용돌이는 마치 표적을 조준하듯 한반도에 한기를 쏟아붓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성미경 박사와 연세대학교 안순일 교수 연구팀이 2023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 역시 대서양과 태평양의 해양 전선대에 축적된 열이 대기 파동 반응을 유발해 동아시아 한파를 조절하는 일종의 '온도 조절기'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한파가 단순한 일시적 이상 기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 해양·대기 변화가 맞물린 결과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기후 변화는 기온이 일정하게 상승하는 직선적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빠르게 회전하던 팽이가 멈추기 직전 크게 비틀거리듯, 북극 온난화가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대기 순환이라는 팽이 역시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 비틀거림이 우리에게는 극한 한파라는 형태로 체감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평균 기온 상승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이 아니라, 변동성의 심화와 예측 불가능한 극한 기상에 대비한 보다 정교한 사회·기반시설 차원의 대응 전략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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