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김민석·정청래 후보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도 민주당 차기 당대표가 누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여야 관계와 국회 운영은 물론 국민의힘의 대여 전략까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정 후보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0~11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민주당 차기 대표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8.6%의 지지를 얻어 김 후보(8.4%)와 송영길 후보(7.1%)를 크게 앞섰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선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 상당수가 정 후보를 선택한 셈이다.(ARS RDD 무선전화 방식 진행, 응답률 1.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국민의힘 당권파인 장예찬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2일 MBC라디오 '조승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민주당 대표로 누가 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정청래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 전 부원장은 그 이유로 정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보다 훨씬 강경파라는 점을 들며 “민심을 좀 싸늘하게 만들 이상한 짓을 많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대표 후보 3명 가운데 정 후보가 “가장 예측이 안 되는 분"이라는 점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안팎에서 정 후보에 대한 선호가 나타나는 배경에는 정청래 체제가 들어설 경우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 사이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청래 체제가 된다면 당정 갈등이 해소되기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거나 각종 정책·정치 현안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수월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공략하기 용이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김민석 후보가 대표가 되는 것보다 정 후보가 되는 것이 국민의힘에는 “무조건 낫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김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당정관계를 구축하면서 국민의힘이 파고들 정치적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높은 선호도에는 이른바 '역선택'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민주당 차기 대표에 대한 선호를 묻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민주당의 미래보다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지를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 입장에선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척을 지고 있는 정청래 후보가 당대표가 돼 이재명 정부가 순탄치 않게 되길 바라는 측면이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8년 총선을 염두에 둔 국민의힘의 전략적 계산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의 강성 이미지를 활용해 민주당을 보다 왼쪽에 치우친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선거에서 공략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정 후보의 강성 이미지를 활용해 민주당을 보다 왼쪽에 치우친 세력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극좌 프레임'을 만들기 쉽고, 이를 선거에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민주당 내부의 공천권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국민의힘으로서는 주목할 변수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당대표의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세력 간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민주당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근 평론가는 “공천권 행사 과정에서 잡음이 있겠지만 정청래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 세력을 다시 당내에서 끌어안는 과정에서 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집권여당 내부의 갈등이 커질수록 야당으로서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특히 차기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공천을 둘러싼 내부 경쟁에 빠질 경우 국민의힘이 이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할 여지도 커진다. 결국 국민의힘이 정 후보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강성 후보가 상대하기 쉽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의 강한 정치적 색깔 등이 민주당 내부 갈등과 당정 간 긴장을 키울 가능성, 나아가 차기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공천 경쟁을 격화시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청래 체제가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 후보의 강한 정치적 색깔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 대통령에 대한 방어 심리를 키울 경우 오히려 국민의힘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강한 대여 견제 구도에 맞서 지지층 결집에 성공한다면 정 후보의 강성 이미지가 국민의힘의 호재가 아니라 민주당의 결집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 정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고 해서 이 대통령과의 갈등이 실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 만큼,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경쟁과 당선 이후의 정치적 행보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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