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려고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제는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위고비(Wegovy)와 마운자로(Mounjaro)는 그 기대에 답하는 새로운 약물이다. 예전 다이어트 약들이 단순히 식욕을 억제하는 수준이었다면, 이 약물들은 몸속 호르몬을 조절해서 배고픔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느끼게 해준다. 쉽게 말해, 뇌와 장이 “이제 그만 먹어도 된다"고 더 강하게 신호를 보낸다는 말이다. 위고비는 GLP-1이라는 호르몬을 흉내내는 약이다. 원래는 당뇨병 환자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너무 뛰어나서 비만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마운자로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GLP-1뿐 아니라 GIP라는 또 다른 호르몬까지 건드리는 약이다. 그래서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준다. 두 약물 모두 아주 큰 규모의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참가자들은 당뇨병이 없는 비만 성인이었고, 단순히 약만 주사맞은 것이 아니라 식사와 운동 같은 생활습관 관리도 함께 받았다. 즉 약물은 단독 치료제가 아니라,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할 때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먼저 위고비의 대표 연구인 'STEP 1' 연구(국제학술지 NEJM, 2021)에서는 약 2000명이 참여해 68주 동안 위고비 또는 위약을 맞았다(주 1회 투여). 결과는 놀라웠다. 위고비를 맞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체중의 약 15%를 줄였는데, 단순히 2~3㎏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10㎏, 15㎏ 이상을 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체중의 15% 이상을 줄였고, 혈압이나 혈당 같은 건강 지표도 함께 좋아졌다. 다만 메스꺼움이나 설사 같은 위장관 부작용이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가볍게 지나갔다. 중요한 점은, 치료를 멈추면 체중이 다시 오르는 경향이다. 즉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이어 발표된 'SURMOUNT-1' 연구(국제학술지 NEJM, 2022)는 마운자로의 위력을 입증했다. 2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72주 동안 약물을 맞았는데(주 1회 투여), 고용량 그룹에서는 체중의 20% 이상을 줄인 사람이 절반이 넘었다. 다시 말해 100㎏이던 사람이 20㎏ 넘게 감량한 셈이다. 이전에는 약물치료에서 거의 불가능했던 수준의 결과였다. 또한 혈압·콜레스테롤 같은 대사 지표도 전반적으로 개선되었다. 부작용은 위고비와 비슷하게 위장관 증상이었는데, 대부분은 약을 시작하는 초기에 나타났고 점차 적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많은 의사들에게 “비만 치료가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는 확신을 주었다. 예전에는 약물로 큰 체중 감량을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수술 못지않은 효과를 일부 환자에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물만으로 충분할까?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대략 “그럼 이제 약만 있으면 수술은 필요 없는 거 아냐?"인데, 하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 약물은 맞는 동안에는 분명 효과가 나타난다. 체중이 줄고, 혈당이나 혈압도 좋아진다. 하지만 문제는 중단했을 때이다. 연구에서도 확인되듯이, 약을 끊으면 체중이 서서히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인데, 약물치료만으로는 그 '지속성'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비만대사수술은 몸의 구조를 바꾼다. 위를 작게 만들거나 음식이 지나가는 길을 바꾸면서, 단순히 배가 덜 고프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호르몬 체계 자체가 장기적으로 변화한다. 그래서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단순히 몇 달 동안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수년이 지나도 체중 감량 효과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체중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당뇨병이 좋아지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내려가며, 수면무호흡증이나 관절 통증 같은 생활 속 불편함도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단순히 날씬해진 것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도 낮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비만대사수술은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삶을 바꾸는 치료'라고 부른다. 비만대사수술은 어떤 사람에게 필요할까? 수없이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요요 때문에 늘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는 사람, 약물치료를 받아봤지만 효과가 미미하거나 장기간 약을 맞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 당뇨병이나 고혈압·고지혈증이 점점 악화되는 사람, 체중 때문에 무릎이나 허리 관절이 아프고 계단 오르기조차 힘든 사람, 밤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에도 피곤한 사람 등이 대표적인 대상이다. 이런 경우 수술은 단순히 '살 빼기'를 넘어서 '건강을 되찾는 길'이 될 수 있다. 사실 많은 환자들이 수술 전에는 “나도 그냥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거야" 라고 생각하다가, 수술 후에야 “이제야 진짜 내 몸이 바뀌었구나"를 실감한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건강이다. 비만은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당뇨병·심장병·암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만성질환이다. 약물치료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는 '약물 vs 수술' 구도가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치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