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증가세를 보이던 가계 소비가 꺾이고, 3%대로 오른 물가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이 나왔다. 실질임금 등 가계 소득 정체로 구매력이 낮아져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층 중심으로 일자리 부진도 지속되는 등 고용 회복세도 더딘 모습이다. 다만, KDI는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 투자가 늘며 수출과 설비투자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관련 부문 생산도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KDI는 7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AI 관련 투자와 밀접한 부문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경기 개선이 가계 전반의 소득으로 충분히 파급되지 못하면서 소비 개선세를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표로 보면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3.9%에서 7월 –0.8%로 감소세 전환했다 승용차와 가전제품, 통신기기·컴퓨터 판매가 모두 감소하면서 내구재 판매가 10.3%에서 –4.1%로 크게 감소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주요 업체 판촉 행사의 종료 등과 함께 작년 통신사의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로 상승 폭이 컸던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특히, KDI는 경기 개선세에도 임금 등 가계 구매력 회복이 제한돼 소비 여력이 줄어든 점에 주목했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상반기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0.3%에 머무는 등 가계 구매력의 회복이 제한되면서 소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살제 7월 서비스업 생산을 보면 3.5%로 전월(5.4%)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는데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의 지표가 나빠진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은 4.1%에서 0.1%로, 숙박·음식점업은 1.1%에서 –1.0%로 각각 줄어들었다. 3%대로 다시 오른 소비자 물가도 가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월(2.8%)보다 0.3%포인트(p) 확대됐다. 공공서비스 부문이 1.4%에서 6.5%로 큰 폭 상승했는데 지난해 통신비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반영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통신비 기저효과가 소비자물가 상승률 변동의 대부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KDI 설명이다. 지속된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석유류 가격도 14.2% 오르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KDI는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90달러 선까지 치솟으면서 향후 석유류 가격의 상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6%에서 3.4%로 상승했다. 김 부장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시장도 청년층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7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8000명 늘었지만 증가 폭만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KDI 설명이다. 김 부장은 “20대 고용률이 59.1%로 전월과 같은 낮은 수준으로 정체돼 있고, 실업률도 0.5%p 상승하며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포함 AI 관련 투자와 생산이 늘며 수출과 설비투자는 증가세가 이어졌다. 8월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품목 중심으로 68.7% 늘어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7월 설비투자는 24.9% 증가해 전월(22.5%)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가 66.0% 증가했고, 기계류 21.3%, 전기·전자기기 11.0% 등으로 늘었다. 김 부장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금속가공 등 AI 인프라 투자 관련 부문의 생산이 비교적 양호한 모습"이라며 “다만, 경기 개선세에도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의 통상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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