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내부 관리 부실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거대 유통업체의 수장들이 신뢰의 시험대에 올랐다. 허술한 경영의 대가로 조직 쇄신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된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이들이 기업의 체제 결함뿐 아니라, 지휘탑으로서의 자질까지 따져 묻는 비판적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쿠팡 고객정보 유출·스타벅스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마케팅이라는 각자의 문제가 발단이 됐지만,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대응 과정에서 민심을 읽지 못한 실수가 더 화를 키웠다. 두 수장 모두 공통적으로 본인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부적절한 언행으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김 의장은 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국회 부름에 외국 국적·해외 체류를 이유로 수차례 불출석 입장을 밝히며, 뒤늦게 발표한 서면 사과문으로 무마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기존에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줬던 터라, 돈은 한국에서 벌지만 책임은 회피하는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정 회장은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에 대해 직접 연단에 올라 머리숙여 사과했지만, 사과문 발표 도중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은 마음만큼은 우리 모두 같다"고 언급해 또 다른 불씨를 지폈다. 5.18 민주화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폄훼를 견해의 차이로 치부하는 것이냐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에 대한 정치적 마녀사냥이 도를 넘었으며 시장 질서까지 해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정치권이 오너 리스크를 앞세워 어떻게 프레임을 짠다 한들, 당장에 두 수장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의 도덕적 분노다. 탈팡(쿠팡 탈퇴)·탈벅(스타벅스 탈퇴)이라며 불매운동 바람이 부는 것이 그 방증이다.
한 대학 교수는 기자에게 “우리나라 소비자는 정서적 자극에 민감하지만 사리 분별 못하는 바보는 아니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를 하고싶어 하고 올바른 기업·기업인을 알아 볼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기업인의 리더십은 실적에서 드러나지만 책임 회피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빛을 발한다. 두 기업 모두 정치 쟁점화된 상황을 떠나, 기업 수장으로서의 역할과 조직 쇄신에 집중하지 않는 한 소비자 신뢰를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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