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헌우의 산업돋보기] 이차전지 소재, ‘캐즘 돌파’ 답은 체질 개선](http://www.ekn.kr/mnt/thum/202604/news-p.v1.20260427.261869b716d64befa0fafc89f892b628_T1.jpg)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추앙받던 국내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이 가혹한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함께 원재료 가격 하락, 고객사 재고 조정이 겹치며 경영 환경이 빠르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외형 성장을 앞세운 증설 중심 전략도 한계에 직면했다. 업계는 이제 가동률과 수익성 중심의 운영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주요 업체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해외 생산 확대, 고객 기반 확장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국내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실적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년간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셀 업체들의 가동률이 하락했고 이는 소재 업체들의 출하 감소로 직결됐다. 리튬 등 핵심 원재료 가격이 급락하면서 판가 역시 빠르게 낮아졌다. 이로 인해 수익성은 크게 훼손됐다. 전방 산업의 '속도 조절'이 소재 기업 실적에 복합적인 압박으로 작용한 셈이다. ◇ 폭발적 성장 기대했지만…현실은 '캐즘 돌파' 혹독 기업별 성적표를 봐도 '폭발적 성장' 대신 '숨고르기'라는 표현이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대와는 다르게 몸집을 키우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매출 2조5316억원, 영업이익 1433억원을 기록했다(이하 연결 기준). 매출액이 2023년 6조9009억원, 2024년 2조7668억원 등으로 내려가는 추세다. 전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올해는 매출이 다소 회복되겠지만 2024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엘앤에프의 경우 '원재료 가격'과 '고객사 편중'이라는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해 휘청였다. 매출액을 보면 2023년 4조6441억원, 2024년 1조9075억원, 지난해 2조1549억원 등으로 널뛰기가 심하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손실액은 9378억원에 이른다. 리튬 가격이 높았던 시기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게 뼈아픈 실책으로 기억된다.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포스코퓨처엠도 기대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매출액이 2023년 4조7599억원, 2024년 3조6999억원, 작년 2조9387억원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영업이익도 수백억원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두 개의 엔진을 달았지만, 하나는 광물가 때문에 헛돌고 다른 쪽은 중국산 저가 공세에 제 속도를 못 내는 흐름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 사업 분위기도 비슷하다. 이 회사 매출은 2023년 6483억원에서 지난해 2619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1억원에서 -246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분리막 산업은 전형적인 장치 산업이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공장을 지어놓으면 물량을 꽉 채워 돌려야 이익이 남는 구조다. 이런 와중에 SK온의 배터리 판매가 감소하면서 분리막 주문량 역시 급감했다. 전해액 업체인 엔켐, 솔브레인홀딩스, 덕산테코피아 등도 외형 성장은 제한적인 반면 영업적자가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들 입장에서 최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 환경이다. '캐즘'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며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앞으로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올해 1∼2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228만1000대)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을 포함한 수치다. 각국 정책 환경 변화와 보조금 축소, 가격 경쟁 심화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과 북미에서도 판매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 LFP 역량 강화 등 체질 개선 총력…ESS 등 영향 업황도 '회복 조짐' 이런 환경에서 국내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이 꺼낸 카드는 '체질 개선'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새로운 먹거리가 생기고 있다는 점에 집중하면서 리튬인산철(LFP) 기술을 개발하거나 해외 생산 능력을 향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 제련소에 대한 투자와 유럽 전기차용 양극재 판매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상업 생산도 시작되는 만큼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게 업체 측 구상이다. 헝가리에는 삼성SDI, CATL 등 공장이 있다.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휴머노이드 로봇용 배터리 수요 성장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7월 엘앤에프엘에프피에 2000억원을 출자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LFP 신규법인을 통해 중저가 전기차와 ESS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투자금액은 총 3365억원으로 잡았다. 최대 6만t까지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일본 미쓰비시케미컬과 추진하던 전기차용 음극재 합작사 설립 검토는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호재도 들려오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달 삼성SDI와 LFP 배터리용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2029년까지 약 1조6000억원어치 소재를 엘앤에프가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3일 베트남 인조흑연 음극재 프로젝트 승인 절차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타이응웬 지역에 약 3570억원을 투자해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2028년부터 약 5만5000t의 소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스코퓨처엠은 앞서 지난 3월 글로벌 자동차사에 1조원 규모 이차전지용 인조흑연 음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이같은 노력들이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망이 예전처럼 밝지 않은데다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이라는 숙제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고객사 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 역시 근본적인 리스크로 지목된다. 결국 '완전한 반등'이 가능할지 여부는 전방 산업 회복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수요가 다시 뚜렷한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을지, ESS 등 신규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확대될지 등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원재료 가격 안정 여부 또한 수익성 회복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다. 글로벌 경쟁 환경이 '블록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기업들에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이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면 우리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우회 진출 시도에 따른 대응책 마련과 핵심 소재 국산화 과정에서의 비용 상승 압박은 우리 기업들이 향후 넘어야 할 산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 적재량은 29만7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났다. 중국을 제외하면 13만2000t으로 17.8% 성장세를 보였다. 음극재 상황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적재량이 15만9000t으로 4.8% 많아졌다. 중국을 빼면 7만2000t으로 15.5% 뛰었다. 이차전지 소재 산업은 여전히 성장 산업이라는 점에서 중장기 기대감이 상당하다. 다만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 국면을 전제로 한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체질 개선의 성패가 기업 간 격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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