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전쟁, 중국산 제품의 품질·물량 공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유가·물류 불안, 요동치는 환율, 내수 경기 위축. 국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내외 요소들이다. '복합위기'에 허우적대는 재계가 설상가상 '모래주머니'까지 발목에 찰 처지에 놓였다. 정부·국회가 각종 반(反)기업성 정책과 규제를 쏟아내면서다. 노조법과 상법은 기업에 불리하게 개정되고 법인세는 오른다. 주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등은 보완 대신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청년 고용이 줄어든다“는 재계 목소리는 허공을 떠돌 뿐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사면초가에 빠진 기업의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방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제일 중요한 점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으로 복합위기에 허우적대는 기업들에게 정부·국회가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혜택을 주기보다는 기업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적이고 고부가치의 투자를 단행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의 지원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임을 환기시키며, 정치권이 재계를 적극 지원해야 할 근거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글로벌 선진국들은 세율을 낮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경쟁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미 법인세를 21%에서 15%로 낮추는 방향을 공식화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에서 제조업 하기에 가장 좋은 국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일랜드 성공 사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아일랜드는 한때 50%에 달하던 법인세를 12%로 대폭 인하한 이후 세계 유수기업의 본사를 유치하며 최상위 부자 국가로 부상했다"고 덧붙여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세계 평균보다 높은 법인세 구조를 유지해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조"라며 “우리나라도 법인세를 세계 평균 수준으로 인하해 기업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노동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줄여 실질적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좋다"면서도 “산업현장에서 파업 빈도·강도 증가,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법 제정 과정에서 노사 간 균형을 확보하는 절차적 장치와 산업별 특성 반영이 필수"라며 “무조건적인 손해배상 제한이 아니라 고의·반복적 파업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원칙이 있어야 산업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김 교수는 “(규제가 더 늘면) 기업 법적 리스크 증가와 함께 투자 위축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은 막대한 준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생산성 저하와 사업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신 산업현장의 안전 인프라에 선제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김 교수는 “영국은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ct)'을 도입해 경영진의 형사책임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기업의 자발적 안전 개선을 유도해 산재 사망률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한 뒤 “한국도 단순 처벌 강화보다는 사전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과 안전투자 세제 지원, 중소기업 대상 안전설비 도입 지원 등의 다층적 안전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국회에 주52시간제 유연화, 세제 지원 확대, 디지털 전환 법제 정비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기술산업, 스타트업, 글로벌 협업이 많은 분야에선 시간 선택권 확대가 절실하다"며 “연구개발, 인공지능(AI), 탄소중립 관련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액공제 확대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 “마이데이터, 클라우드, AI 윤리 가이드라인 등 법적 기준을 잘 정비해야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지금 한국 경제는 구조적 전환점에 서 있다. 신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유도가 중요한 시기"라며 “반도체, AI, 배터리 등 첨단산업 중심 국가 전략을 짜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한 유연한 통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