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최태현

cth@ekn.kr

최태현기자 기사모음




주식 세제 논란, ‘고무줄 대주주 요건’에서 ‘금투세 도입’으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07 15:03

‘대주주 기준 10억이냐 50억이냐’…소모적 논쟁 넘어 금투세 도입해야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고배당 기업에만 세제 혜택…조세 형평성 무너뜨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도입했더라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를 둘러싼 논란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5년 세제 개편안을 분석·평가하는 긴급 좌담회의 발제자로 나선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가 이처럼 말했다. 이날 좌담회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기형·최기상·김영환·차규근 의원 공동 주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토론을 이어갔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위기 극복을 과제로 둔 새정부 첫 세제개편안 분석 및 평가 긴급 좌담회/사진=최태현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위기 극복을 과제로 둔 새정부 첫 세제개편안 분석 및 평가 긴급 좌담회/사진=최태현 기자

대주주 기준 10억원이냐 50억원이냐, 소모적 논쟁 끝내고 금투세 도입해야

좌담회는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의 대주주 범위 확대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이견이 벌어졌다. 그러나 발제자와 토론자는 '원칙적으로 금투세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데 대해선 입을 모았다. 또한 주식시장 활성화는 세금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 측면에서 증시 부양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과 민주당 내 이견이 표출되면서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고 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내건 이재명 정부의 증시 활성화와 배치된다는 비판이 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대주주 범위를 넓히면 연말에 대주주 회피 물량이 대거 쏟아져서 주식시장이 불안정해진다는 점을 우려한다.


토론자로 나선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조치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과 증세가 필요한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필요하다"면서도 “대주주가 확정되는 연말에 대주주 회피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증시 부양을 목표로 한 정권 초기 정책 신뢰가 하락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년 4분기에 대주주 회피 물량이 대량으로 나오면서 인버스 투자자와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에 집중 베팅할 경우 약세장에서 더욱 주가가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증시 부양하겠다는 정부에서 굳이 대주주 회피 물량이 쏟아지게 만드는 대주주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냐"고 말했다.


김현동 교수는 연말 매물 폭탄은 실제로 확인이 되지만, 그 직후 폭풍 매수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주식의 본질적 가치에 변화가 없고 오로지 양도세 회피를 위해 매도했다면 다시 매수하는 게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며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2023년 연말 과세기준 종료일 직전에는 개인의 순매도가 훨씬 많았지만, 종료일 다음 날부터 이틀간 개인은 그전에 팔아치운 만큼 다시 사들였다.


김현동 교수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금투세를 도입하면 된다"며 “금투세 시행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하지만, 우선 대주주나 일부 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게 조세 공평 측면에서 맞다"고 말했다.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 변화 추이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 변화 추이

주식 양도세 도입 이후 대주주 범위는 계속 늘어났다. 유가증권(코스피)시장 기준 주식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은 개별 종목마다 100억원을 가진 투자자였지만, 2020년 1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과세 대상자가 더 많아진 것이다. 김현동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올린 건 코스피는 10년 전, 코스닥은 20년 전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주주 기준으로 제시된 10억원이 정말 '대주주'가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관해 김 교수는 “'대주주'라는 문구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권 상장법인의 주주'라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학계에선 대주주가 논점이 아니라 과세 대상을 넓히는 게 핵심"이라며 “대주주라는 표현을 두고 50억원이냐 10억원이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정안 '응능부담 원칙' 무너뜨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고배당 상장법인에서 받는 배당소득만 종합소득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분리과세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김현동 교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정안은 과세 대상을 넓혀왔던 기존 추세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관한 쟁점을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배당소득 과세를 완화하면 배당이 확대되는가. 둘째, 배당을 늘리면 주가가 올라가는가. 김 교수는 둘 다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실증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 연구는 세금 외에 지배구조, 현금흐름, 투자 기회 등 복합적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유호림 교수도 배당 성향을 높이려면 세금보다 지배구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배당 성향을 높이려면 대주주가 사익을 목적으로 배당을 유보해서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상법 등 관련 법령을 먼저 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부자 감세에 불과하고 정책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응능부담 원칙에 가장 위배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즉 고소득에는 고세율, 저소득에는 저세율을 부과하는 게 소득세제의 근본 원칙인데,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종합소득과세 원칙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새정부 첫 세제개편안 분석 및 평가 포스터

▲새정부 첫 세제개편안 분석 및 평가 포스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