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한 배경에는 '수 싸움'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딜레마를 노리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탄핵안 의결은 7일 오후 7시를 전후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어서 열린 의원총회 후 취재진에 “김 여사 특검법 재의결도 7일에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과) 같이 추진한다"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野) 6당 소속 의원 190명,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191명이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0시 48분께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윤 대통령 탄핵안은 6일 0시 49분부터 8일 0시 48분까지 표결이 가능하다. 여기에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오는 10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일정을 앞당겨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과 묶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당 의원들을 본회의장에 출석은 하게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탄핵안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어서 재적 의원 300명을 기준으로 200명이 찬성해야 한다. 범야권 의석이 192석인 것을 고려하면 여당에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가결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탄핵안 표결 때 본회의에 단체로 불참해 이탈표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탄핵안은 무기명 투표 방식이다 보니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을 부각하면서 여당의 탄핵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이 표결 시점을 7일 저녁 시간대로 정한 것은 여당을 최대한 압박하고 설득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란 관측이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한 대표를 향해 “내란 동조 세력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한 데 이어 한동훈 대표도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부결 단일대오' 구축에 나섰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계엄 사태는 위헌적이지만, 섣부른 탄핵으로 인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집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한 대표의 생각이다. 그러나 대통령 재의요구(거부권)로 국회로 되돌아와 재표결에 부쳐진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에 단체로 불참할 경우 김 여사 특검법은 야당만으로 통과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노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처리를 보이콧할 가능성 있다"며 “안 들어오겠다는 여당을 억지로 끌고 올 수 없어 그 시점에 김 여사 특검법도 재의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검법 재의결은 재석 의원의 3분의 2가 필요하고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의 3분의 2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탄핵을 막으려는 입장에선 (회의장에) 안 오는 게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김 여사 특검은 안 오면 통과된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입장에서 본회의 불참은 선택하기 쉽지 않은 카드가 됐다. 물론 여당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엔 불참하고 특검법 재표결에만 참여한다거나, 의원 명패와 투표용지를 받은 뒤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명패와 빈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바로 넣는 '집단 기권' 등 방안도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안 표결 집단 불참 또는 기권 방식 등은 '꼼수'로 비칠 우려가 있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될 수 있다. 야당의 탄핵 공세를 막으면서 현 사태를 수습할 해법으로 '대통령 탈당',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 주장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탈당을 거듭 촉구했지만, 친윤(윤석열)계와 중진들 사이에선 '탈당은 곧 탄핵'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안팎의 종합적인 변수를 고려해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표결 방침을 결정할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 전략에 대해 “직전에 의총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별도 특검법을 만드는 대신 국회 차원의 의결만으로 발동하는 상설특검을 통해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8명을 내란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고, 김민석 최고위원이 단장을 맡는 '12·3 윤석열 내란사태 특별대책위원회'도 구성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 대다수는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날 실시한 여론조사에는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된다는 응답이 69.5%로 나타났다. 또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3.6%, 반대는 24.0%였다. 해당 조사는 만 18세 이상 50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돼 응답률은 4.8%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