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만삭스 로고(사진=로이터/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되면서 10년 가까이 지속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인베스팅닷컴,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1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가격이 내년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할 수 있다며 이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31만원으로 제시됐다.
골드만삭스는 장기전인 관점에서 HBM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긍정적이지만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HBM 가격은 2026년에 처음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경쟁 심화로 가격 결정력이 SK하이닉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고객사(엔디비아)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 주가는 시장을 상당히 아웃퍼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HBM과 범용 메모리에 대한 수요는 강해 SK하이닉스가 올해 성장을 이어가지만 내년에는 HBM 가격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여 영업이익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주가에 더 긍정적으로 되기 위해선 이 회사의 중기적인 HBM 및 전통적 D램의 수요·가격에 대한 추가적 상향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의 이같은 전망은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이자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중요한 기업인 ASML 주가가 전날 급락한 가운데 나왔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성명을 통해 “내년을 보자면 우리 AI 고객들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동시에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내년 성장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ASML은 올 3분기 순매출을 74억~79억유로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82억유로보다 낮다.
이처럼 ASML이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자 주가는 11% 가량 급락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SK하이닉스 주가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SK증권의 조준기 연구원은 “수년간 해외 투자자들은 반도체 섹터에서 SK하이닉스 롱(매수)/삼성전자 숏(매도) 스탠스를 유지해왔지만 이러한 심리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삼성전자가 이제 주목받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선호 주식을 조정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에 앞서 미래에셋증권도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이 내년부터 하락할 수 있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전날 하나증권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부분도 있지만, AI 주도의 반도체 사이클에서 수혜 강도가 높은 만큼 비중확대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목표가를 29만원에서 35만원으로 높였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장 대비 8.95% 급락한 26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3.09% 상승한 6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