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AP/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되면서 10년 가까이 지속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가운데 주요 외신들도 이를 신속히 보도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자 2심 선고 후 5개월여 만에 나온 결론이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작년 2월 1심이 이 회장 등에 대한 19개 혐의 전부에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올해 2월 2심도 추가된 공소사실을 포함해 23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이날 대법원 판결 결과를 상세히 다뤘다.
블룸버그는 “세계 최대 전자기업의 억만장자 수장에 큰 법적 승리"라며 “이번 판결로 한국 최대 대기업의 리더십에 그림자를 드리웠던 수년간의 법적 다툼이 종식됐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 속에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가 사업 활성화에 다시 집중하고 선도적인 첨단 반도체 공급업체로서의 입지를 되찾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예상된 결과지만 삼성전자를 이끌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이재용 회장에게 중요한 순간"이라고 보도했다.
NH투자증권의 류영호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오너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경영진이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 계획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편, 이날 이 회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은 날은 공교롭게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날과 같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가격이 내년에 처음으로 하락할 수 있다며 이 회사의 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고, 가격 주도권도 점진적으로 주요 고객사로 넘어가면서 HBM의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이같은 전망이 나오자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8.8%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2.3% 상승세를 보였다도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