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2분기 실적이 악화했음에도 주가가 급등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 대비 4.97% 오른 315.6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테슬라의 2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전년 대비 10% 넘게 감소했음에도 주가는 상승 마감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테슬라의 전기차 인도량이 38만4122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13% 감소한 규모이며,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8만7000대)를 하회한 수치이기도 하다.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격화햔 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로 테슬라 불매 운동이 일어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은 올해 들어 2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에도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한 바 있다. 블룸버그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의 연간 차량 인도량은 166만대 가량으로, 2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그럼에도 이날 테슬라 주가가 크게 오른 배경엔 최악은 끝났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2분기 차량 인도량이 전년 동기대비 20% 넘게 폭락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딥워터 자산운용의 진 먼스터는 “이제 바닥에 왔다"고 블룸버그TV에 말했다. 테슬라 강세론자인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경쟁 심화로 지난 몇 분기 동안 중국에서 약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테슬라 판매량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며 “머스크가 계속 운전대를 잡고 회사를 이끈다면, 테슬라는 향후 몇 년간 가속 성장하는 경로에 놓여 있으며 모델Y 개선 사이클 덕분에 하반기 인도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윌리엄 블레어의 제드 도스하이머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최악 상황을 두려워했던 만큼 테슬라 주가는 2분기 인도량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적었다. 머스크 CEO가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에서 사임한 데다 테슬라 인도량이 회복됐다는 그의 주장도 주가 회복에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 5월 20일 카타르 경제포럼에서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현 시점에서 판매량 수치는 강하며 수요에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이 본격 시행될 경우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어드의 벤 칼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보유'(hold)로 제시하면서 “이것(전기차 보조금 폐지)은 브랜드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며 연간 실적 추정치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었다. 이어 “판매량 회복에 필요한 저가형 전기차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 감세 법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 간 갈등이 재점화된 것도 우려 요인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의제를 포괄한 감세 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머스크 CEO에 대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JP모건 분석가 라이언 브링크먼은 테슬라 목표주가를 이날 종가보다 64% 낮은 115달러로 제시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오는 23일 증시 마감 후 2분기 영업·재무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