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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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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환율 ‘저항선’ 150엔 코앞…“참의원 과반 붕괴시 더 오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1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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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오는 20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상승세(엔화 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집권 자민당이 선거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할 경우 환율이 더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7일 한국시간 오후 6시 48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8.70엔을 보이고 있다. 엔화 환율은 최근 달러당 149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환율이 149엔선을 넘어선 적은 지난 4월 3일이 마지막이었다.


일본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최근 엔/달러 환율 상승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일본의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 15일 장중 1.595%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16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고물가 대책도 일본의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여야 모두 확장 재정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현재 8%인 식품 소비세를 내년부터 한시적으로 0%로 낮출 것을 주장하는 등 다수의 야당은 소비세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비해 자민당은 국민 모두에 일률적으로 1인당 2만엔(약 19만원)을 지급하고 어린이와 저소득층에는 1인당 2만엔을 더 얹어 주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SBI 리퀴디티 마켓의 우에다 마리토는 “통상 국채 금리가 오를 때 엔화를 매수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악재성 금리 상승으로 일본 주식, 채권, 엔화가 한번에 모두 매도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과에 상관 없이 일본의 확장 재정 정책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우에다는 이어 집권 자민당이 연립 여당 공명당과 함께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할 경우 엔/달러 환율이 152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즈호증권의 오모리 쇼키 수석 전략가는 자민·공명당이 예상보다 더 적은 의석을 확보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엔화 환율이 155엔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엔/달러 환율은 지난 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오모리 전략가는 반대로 자민당이 과반 유지 목표를 달성할 경우 엔/달러 환율이 144엔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화 환율이 상승할 것이란 투기적 움직임도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레버리지 펀드들은 지난 8일까지 일주일간 엔화 롱(매수) 포지션을 4월 초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아오조라 은행의 모로가 아키라 수석 시장 전략가는 “투기적 트레이더들이 엔화 롱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엔화 매도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정치적 리스크 이외에도 엔화의 안전자산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분기 글로벌 외환 보유고에서 엔화에서 스위스 프랑화로 전환하는 전례없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는 일본의 지속적인 무역적자와 부진한 경제 성장으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견해를 강화시킨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엔화 환율의 향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달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니 파이낸셜 그룹의 이시카와 쿠미코 선임 애널리스트는 “선거가 끝나면 일본과 미국의 무역협상이 진전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며 “여당이 과반을 유지하면 이에 따른 안도감으로 엔화 가치가 오를 수 있겠지만, 초점은 관세 협상으로 옮겨질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여당 의석수 전망치는 요미우리신문 31∼52석, 아사히신문 33∼51석,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0석 안팎으로 집계됐다. 이는 선거전 초반보다 조금씩 감소한 것이다.


참의원 의원 수는 248명이며, 3년마다 임기 6년인 의원 절반을 뽑는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번 선거에서 125석 중 50석 이상을 확보해야 기존 의석(75석)을 합쳐 과반 의석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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