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에서 일제히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강조했다. RWA 성장률을 낮춰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내용도 밝혔다. 그동안 금융지주사들이 양적 성장에 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위험도를 감안한 자산 확대를 통해 질적 성장을 이루는 것이 중점 과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BNK금융지주를 마지막으로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 계획이 모두 발표됐다. 공통된 내용은 CET1비율을 목표 수준까지 높이고, 목표 수준을 달성하면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RWA 관리를 꼽았다. RWA는 은행 자산을 유형별로 나눠 위험 정도를 반영해 계산한 것으로, 위험이 높을 수록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도가 큰 개인 신용대출이나 기업대출에 위험가중치가 더 높게 부여되는 식이다. RWA는 CET1비율을 구할 때 사용된다.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눠 구한다. 금융지주사들이 CET1비율을 현재 또는 현재보다 높은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인데, 결국 RWA를 낮춰 CET1비율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인 과제가 됐다. 먼저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시중 금융지주사들을 보면 CET1비율 13% 이상을 목표 수준으로 내세웠다. RWA 성장률에서는 차이를 보였는데, KB금융의 경우 과거 10년 평균 수준인 6.1% 이하로 유지하겠다고 했고, 신한금융은 5%, 우리금융은 4%를 제시했다. 하나금융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성장률 수준에서 RWA 성장률을 관리하겠다고 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DGB금융지주와 지방금융지주인 BNK금융지주는 CET1비율 타깃을 12.3%, 12.5%로 각각 잡았다. RWA 성장률은 모두 4%를 제시했다. JB금융지주는 장기적으로 CET1비율이 13%를 초과하면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RWA 성장률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는데, 2027년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지속적으로 미달하면 RWA 성장률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JB금융은 RWA 성장률 7~8% 수준을 목표로 삼고 있어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와 이견을 보여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이 RWA비율 목표치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JB금융의 지난해 RWA 성장률은 3.8% 수준이다. RWA 성장률을 관리하겠다는 것은 자본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대출을 확대해왔던 기조에서 벗어나 위험가중치가 낮은 자산 중심의 성장을 이뤄나가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담았던 가장 큰 메시지 중 하나는 지금까지와 같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자본효율성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RoRWA를 제고해 ROE를 높이겠다는 것도 주요 내용이다. ROE는 자기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수익성 지표다. RoRWA는 RWA에서 회수된 수익을 의미한다. RoRWA가 높을 수록 위험도가 낮은 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의미로, 질 높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중 금융지주사들은 장기적인 목표치로 ROE 10% 이상을 제시했고, DGB금융은 9%, BNK금융은 10%, JB금융은 15%로 잡았다. 금융지주사들은 RoRWA 중심의 자원 배분을 통해 그룹 전체의 ROE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본 배치의 가이드라인이 RoRWA"라며 “은행의 RoRWA가 가장 높은데, 비은행 강화 수요가 있지만, 은행에 가장 많은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다음 순차적으로 비은행을 통해 전체적인 ROE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