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서는 51.7% 득표율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49.42%였다. 민주화 이후 최다 득표율을 기록한 박근혜 대통령의 51.55%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결과적으로 3사의 출구조사는 크게 틀렸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받은 표를 합하면 이 대통령의 표와 거의 같았다.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는 “어떻게 내란 세력인 김문수 후보가 40%를 넘을 수 있느냐"며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 대선은 계엄과 내란 세력을 심판한다는 아주 뚜렷한 구도여서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는데 뜻밖이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중요한 순간마다 절묘한 투표 결과로 민심을 드러낸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이번 선거는 계엄 세력을 단죄하면서도, 민주당과 이재명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고 본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런 민심을 잘 새겨야 한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지 1주일이 지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조사한 국민 여론은 '이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58.2% 였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의 70%대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국민은 이 대통령에 대해 아직 전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가까이에서 몇 차례 접해본 이 대통령은 격식이 없고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현안 파악도 빠르고 업무 장악력도 강하다. 본인이 스스로를 “꽤 큰 개미 중 하나"라고 표현할 만큼 주식투자 경험도 있고 경제 논리에도 비교적 밝다. 근래의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른다.
비록 탄핵 때문에 인수위원회도 없이 집권했지만 비교적 준비가 잘 된 대통령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이었는데 그때마다 전략과 정책이 발전했다. 성남시장일 때는 물론이고 2022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의 비주류였던 이재명 후보의 캠프는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부동산을 비롯한 정책 제시나 위기 대응에서도 우왕좌왕했었다.
이번 21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훨씬 체계적이고 안정적이었다. 선거 전체를 내란 종식 구도로 가져가면서, 개인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무시하는 전략을 썼다. 대신 경제와 민생을 앞세우며 차근차근 정책들을 발표했다. 정책도 논란이 될 만한 것들은 자제하고 '부자 몸조심' 전략을 철저히 지켰다. 이 대통령이 2년 간 민주당 대표를 지내며 당과 호흡을 맞춘 결과로 보인다.
정권을 잡으려면 본인의 준비도 중요하지만 같이 할 참모들의 팀워크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보다 집권 준비가 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 김문수 후보가 핵무장 문제에서 후보의 말과 공약집이 다르게 나오는 등 좌충우돌한 것과 비교된다.
반면 이 대통령에게 염려되는 점도 많다. 가장 많이 들리는 걱정 중 하나는 퇴임 후까지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포퓰리즘적 독재의 길을 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국민의 호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가끔 튀어나오는 경솔한 언행도 자제해서, 사소한 문제로 중대한 국정 과제를 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법원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 대장동 비리 관련 재판을 무기 연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에게는 불법 대북 송금 혐의 등 다른 재판들이 남아 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재임 중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소추의 범위가 기소만인지, 진행 중인 재판도 해당되는지 논란이 있다. 필자는 법률 전문성은 없지만 상식적으로 대통령의 신분 안정을 위한 조항이라면 내란 외환죄가 아닌 한 재판도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국민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도덕성이 의심되는 언행이나 가족문제를 알면서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이제는 야당과 반대자들도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협조하고 조금은 인내하면서 지켜보는 것이 옳다. 이 대통령은 취임선서에서 약속한 대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모두의 대통령'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2030년에는 지지율 80%의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기를 바란다.

▲신연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