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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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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인=1원 시대] 원화 스테이블코인 ‘금융 질서’ 흔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15 17:00

스테이블코인, 화폐와 1대1…변동성 최소화

트럼프發 달러 코인 활성화, 韓도 법제화 박차



일부 국가선 일상결제도…핀테크, 응용 서비스 주목

블록체인 결제망 부상, 금융산업 재편 가능성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도입되면 한국은행이 발행한 실물 화폐 중심의 결제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발행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열린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원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새 정부 출범 후 관련 입법이 본격화되며 디지털자산 기반 결제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국내 결제 시스템 변화는 물론 금융산업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정성 앞세운 스테이블코인…美 패권 전쟁 속 한국도 가세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일반 가상자산은 가격 급등락이 심한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설계됐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은 '페깅(Pegging)'이다. 페깅은 자산 가격과 연동해 코인의 가치를 고정하는 것으로, 크게 지급 준비금 방식과 알고리즘 방식으로 구분된다. 지급 준비금 방식은 화폐, 국채, 가상자산 등 실제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그만큼 코인을 발행하는 구조다. 예컨대 1코인을 발행하려면 1달러를 준비금으로 확보해야 한다. 알고리즘 방식은 별도의 담보 없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한다. 과거 테라·루나가 이 방식을 택했는데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며 순수 알고리즘 방식은 시장에서 사실상 외면받고 있다.


주요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주요 스테이블코인 점유율(2025년 기준).

스테이블코인은 2014년 비트USD(BitUSD)를 시작으로 등장했으며, 이후 테더(USDT)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현재 테더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66%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는 미국 핀테크 기업 서클(Circle)이 발행한 USDC로 점유율은 약 28%에 달한다. 두 코인 모두 미국 달러에 1대1로 연동돼, 1코인마다 1달러를 준비금으로 보유한다.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활발해진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기조가 중요한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미국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금지하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주력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세계 경제 질서에서 달러 패권을 디지털자산으로 연장하려는 시도로, 한국도 이에 대응할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당시 “한국을 디지털자산 허브로 만들겠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등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지나치게 종속되면 원화 수요 위축과 통화 주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실제 새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며 법적 기반 마련에 돌입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을 충족하는 국내 기업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력을 갖춘 민간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화폐처럼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민간 코인으로 은행 건너뛴 결제…핀테크에 쏠리는 시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도입되면 한국은행이 발행한 실물 화폐 중심의 결제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발행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열린다. 게임, 콘텐츠, 이커머스 등 디지털 소비 환경은 물론, 일상적인 거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거래

▲핀테크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의 직접 발행보다는 결제·송금 등 연계 서비스 강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대체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처럼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는 국가들은 자국 통화의 신뢰도가 낮아 스테이블코인을 생활 화폐처럼 사용한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금융 시스템 안정성과 규제 체계 등을 검토하며 제도화를 신중히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핀테크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이미 결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범용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새 정부 출범 후 스테이블코인 기대감에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지난 5일 3만8100원에서 13일 6만400원까지 오르며 5영업일 동안 59% 상승했다.


다만 핀테크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의 직접 발행보다는 결제·송금 등 연계 서비스 강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핀테크 기업들은 결제, 중개, 송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돼도 직접 코인을 발행하기 보다 코인을 활용하는 응용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어 “크게 결제와 소액송금 서비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허용 범위가 없고 법안도 마련되지 않아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금융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도 이뤄질 수 있다. 은행, 카드사 중심의 결제망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기반의 독립적인 결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은행 예금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면, 예금이 은행에서 발행사로 이전돼 기존 은행의 유동성 공급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관련 법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발의된 법안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위해서는 복수의 법안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의 기대와 달리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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