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당 음료' 섭취율 10대 최고…20대가 뒤이어
탄산음료, 당류 1일 상한치 50g 넘는 '주원인'
식약처 식품표시기준, '당류 %' 대폭 강화해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콜라·사이다·주스류 등 각종 음료수가 진열되어 있다. 대부분이 첨가당 함유량이 매우 높아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사진=박효순 기자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청량음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어사전에 보면, 청량음료란 '맛이 깨끗하고 먹으면 시원한 온갖 마실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런 의미와는 달리 국내에서 청량음료라고 하면 대부분 탄산음료를 뜻한다. 탁 쏘는 맛은 좋지만 대부분 설탕, 액상과당 등 당분이 많이 들어 있어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로운 측면이 많다.
음료는 수분 섭취 등을 위한 액상 형태의 식품으로, 당류(설탕, 액상과당 등) 첨가 여부에 따라 무가당과 가당 음료로 구분한다. 그 중 가당음료는 손쉽게 에너지와 당분을 섭취할 수 있게 하여 비만,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등 만성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서는 총 당류 섭취를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20% 미만, '가당음료 등에 포함된 첨가당'을 10% 미만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첨가당이란 설탕, 액상과당 등 식품의 조리 및 가공 시 첨가되는 당분을 말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조사 결과 10대 아이들과 청소년은 고함량의 당이 포함된 △탄산음료 △과일채소음료 △기타 가당음료 등 3가지를 주로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또한 매우 높은 수치의 탄산음료 및 기타 과당음료 섭취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10∼18세는 탄산음료 84g 과일채소음료 40g 가당음료 45g, 19∼29세는 탄산음료 79g 기타 과당음료 57g 등이었다. 평균이 이렇다는 것이다.
과당, 포도당, 설탕, 액상과당 등 당류의 지나친 섭취는 당뇨병이나 비만·고지혈증·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을 초래한다. 또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이 되며 심혈관 질환과 일부 암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국내외 연구결과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류 중 첨가당의 하루 섭취량을 전체 열량의 10%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는 자연식품에 함유된 천연당을 제외한 수치다.

▲첨가당 함유량이 매우 높은 콜라와 사이다. 예를 들어 첨가당 30g이 들어갔다면 '1일 섭취 기준' 30%가 아니라 60%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 국제 권고이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시중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팔리는 콜라·사이다 등 탄산음료 1캔(200㎎ 기준)을 마시면 25g 이상의 첨가당을 섭취한다. 또 팥빙수 한 그릇(보통 크기)은 당류 함유량이 60~80g이나 된다. 도넛(150g 기준) 1개의 경우 당류 30∼40g짜리가 수두룩하다. 천연 과즙음료에도 20g 안팎의 당분이 들어가 있다.
◇'가당 음료' 섭취율 10대 최고…20대가 뒤이어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소아 청소년과 청년들이 당류 함량이 높은 청량음료에 입맛이 길들여지고 게다가 첨가당이 듬뿍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즉석 식품이나 가공식품의 의존도가 높은 식생활을 한다는 사실은 '국민건강의 빨간불'이 아닐 수 없다.
당류 섭취량이 늘어나면 몸에 포도당이 축적되고, 단기간 내에 급격히 혈당이 높아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부담이 생기고,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을 유발할 가능성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가공식품을 고를 때 당류 함유량을 꼭 살펴보라고 강조한다.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는 '가당음료 등에 포함된 첨가당'을 10% 미만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식품약품안전처에서 정한 1일 당류섭취 기준은 이보다 훨씬 높다. 예를 들어보자. 콜라 1캔에 20g의 당이 들어있을 경우 식약처 기준으로 20%라고 표시돼 있다. 보통 한창 커가면서 활동이 활발한 중고생의 경우 하루 2000kcal 내외의 열량이 필요하다. 탄수화물 1g의 열량은 4kcal이다. 2000kcal의 10%는 200kcal이다. 그러므로 당류 섭취 권고 기준은 50g이다. 20g의 당류가 50g의 40%라는 사실은 유치원 아이들도 안다.

▲탄산 포도과즙 음료에 첨가당이 42g이나 들어 있다. 국제 기준으로 하면 1일 당류 섭취 권고량의 84%지만 식약처는 42%라고 정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식약처는 몇 년 전에 전에 없던 당류 섭취 권고기준(%)을 정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는지 의심스럽다. 언론의 수 차례의 지적에도 '이렇다 할 말이 없이' 굳세게 당류 기준을 허당으로 밀고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식품에 포함된 당류에는 천연당도 있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니 결국 졸속으로 당류 섭취 기준을 제정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식사 계획을 세울 때 총 당질 섭취량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당지수와 당부하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부하지수는 1회 섭취량의 당질을 기준으로 혈당반응을 비교한 값이다. 식품마다 1회 분량에 함유된 당질의 함량이 다르므로 실생활에 적용할 때는 당지수가 아닌 당부하지수를 비교해야 한다는 권고이다. 흰밥보다는 잡곡밥을, 흰빵보다는 통밀빵을, 찹쌀보다는 멥쌀을, 백미보다 현미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이다.
◇식약처 식품표시기준, '당류 %' 대폭 강화해야
질병청은 “음료를 마신 사람은 음료를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당을 과잉 섭취할 가능성이 높았다"면서 “특히 가당음료 섭취가 높은 아동·청소년·20대의 경우 음료 섭취자의 당 과잉섭취자 분율은 미섭취자 대비 2배 이상 높았다"고 지적했다. 지영미 청장은 음료 섭취량 증가로 인한 건강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아동, 청소년의 경우 가당음료 섭취로 인한 비만이 성인기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 학교, 가정에서 가당음료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류 섭취 문제는 국민건강의 초미의 이슈이다.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서고, 젊은 층에서 당뇨병이 늘고 있고, 당뇨병 경계치에 속하는 국민도 1500만 명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학계는 추산한다. 국민의 절반이 당뇨대란의 위기를 겪고 있다.

▲첨가당 함유량이 매우 높은 콜라 캔 제품. 몇 년 전에는 당류의 경우 함유량만 표시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여기에 과도한 당류 섭취는 비만·고지혈증·비알코올성 지방간 등을 초래한다. 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환기하지만 당류 섭취는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이 되며, 심혈관 질환과 일부 암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국가적으로 보건당국과 교육당국, 그리고 학계의 자세 전환과 더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 설탕이 듬뿍 들어간 콜라·사이다에 청량음료라는 가면을 벗기자. 갈증이 날 때 처음에는 청량한 듯 하지만 금세 갈증을 더 유발하는 것이 가당 탄산음료다. 청량음료라는 말을 쓰지 말고 '설탕 탄산음료'나 '가당 탄산음료'라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 설탕 같은 당류가 들어가지 않은 음료를 '무가당음료'라고 하는 것을 감안하면 못할 이유가 없다.
둘째, 당류 섭취 기준 중에서 가당 탄산음료나 첨가당이 들어간 기타 음료 및 주요 가당 식품군에서 우선적으로 현재 기준보다 2배로 강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나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부합하는 일이다.
셋째, 첨가당이 일정 기준 이상 과량 들어간 음료를 비롯한 식품군에 대해 '지나친 당류 섭취는 건강을 해칩니다' 혹은 '지나친 당류 섭취는 건강을 해질 수도 있습니다' 라는 식의 경고 문구를 넣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