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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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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또 출렁이는 국제 에너지시장…‘에너지요금 현실화’ 더는 미룰 수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16 14:08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 유가 급등, LNG 도입가도 덩달아 상승

LNG 도입가는 전력 SMP 영향 줘 전력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

한전, 가스공사 부채율 400% 넘어 시장 변동성 대응 체력 없어

정연제 교수 “요금 동결하면 피해는 세금이나 부채로 돌아와”

epaselect ISRAEL IRAN CONFLICT

▲지난 15일 이스라엘 상공에 이란의 미사일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외신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국제 에너지 시장을 또다시 뒤흔들고 있다. 중동발 긴장이 반복될 때마다 세계 원유·가스 가격은 민감하게 반응해 급등하고, 이에 따라 한국의 에너지 수입 비용과 전력 도매가격(SMP) 역시 요동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이스라엘 사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중대한 시험대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더는 억지로 눌러둔 에너지요금 체계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며 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단기적 비축과 공급선 다변화, 중장기적으로는 원전·SMR 등 국내 생산 기반 강화와 재생에너지 보완책 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에너지시장, '지정학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

1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지난 10일 66.9달러에서 16일 74.9달러로 올랐다. 한국과 일본으로 수입되는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가격도 MMBtu당 지난 10일 12.2달러에서 13일 13.4달러로 올랐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천연가스 장기계약물량은 유가와 연동되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오를 수록 수입가격이 올라간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한국 전력시장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전력 가격은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가격 SMP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SMP는 가장 비싼 발전단가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가장 비싼 에너지원인 LNG발전 단가가 대부분의 SMP를 결정한다.


즉, 국내 LNG 수입단가가 올라가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2025년 5월 기준 SMP는 평균 135원/kWh 수준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높은 수치다.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지속되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이란은 세계 석유 공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조치를 시사하면서 이 해협의 불확실성이 시장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에너지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석유 비축량은 약 115일분, 천연가스 비축량은 9일분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수급 차질은 없지만,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연료비와 전력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들도 SMP 상승에 따른 손익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또한 한국가스공사는 LNG 도입선 다변화와 장기계약 물량 확보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확대되면 원유뿐 아니라 비선형적 공급망인 해상 수송과 보험비용, 수출입 계약 등에도 영향을 미쳐 장기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요금 억제'로는 대응 역부족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국제 전쟁으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사안이 있다. 국내 요금의 인상 여부이다.


정부는 러-우 전쟁 때 국제 에너지가격이 폭등했지만, 국내 물가 안정을 이유로 요금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입부담을 한전,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이 떠 안으면서 천문학적 부채가 발생해 현재도 두 공기업은 부채율이 400% 넘는 등 재무상태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그동안 에너지업계와 전문가들은 에너지요금 인상을 통해 빨리 공기업의 재무상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재무상태가 건전해야 또 다른 에너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탄핵, 대선 등의 정치적 이슈가 이어지면서 요금은 제한적으로만 올랐고, 결국 이번 이란-이스라엘 전쟁 사태를 맞게 됐다.


에너지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국내 요금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도 국제 가격의 변동성에 따라 국내 요금도 조정되도록 한 '연료비 및 원료비 연동제'가 있지만, 그동안 정부는 예외 조항인 '국민 생활 안정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요금 조정을 유보하거나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조항으로 적용을 유보했다.


에너지요금 동결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 효과를 보일 순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소비를 부추길 수 있고, 공기업 재무상태를 부실하게 만들며, 에너지효율 및 미래 투자를 중단하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반복되는 위기, 구조적 대응 나설 때...정책적 해법은 '요금 현실화 + 취약층 보호'

전문가들은 에너지요금의 단계적 현실화와 함께,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맞춤형 복지정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는 안보이자 경제다. 가격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그 비용은 결국 더 큰 위기로 되돌아온다. 에너지요금을 억지로 묶어놓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금이나 부채로 돌아온다"며 “요금 현실화 없이는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나 원전 투자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이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에너지요금의 진실'을 직시하고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행과 함께 '실용주의 에너지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전기요금 체계 전반을 정비하고, 비용 기반 요금 체계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국제 에너지 시장은 앞으로도 지정학적 갈등, 기후변화, 공급망 이슈 등 복합 위기로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이란-이스라엘 전운은 단지 일회성 충격이 아니라, '더는 미룰 수 없는 구조 개편의 경고'라는 점에서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정부도 에너지 정책의 실용성과 유연성을 높여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력공급 안정과 국민 부담 완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료비연동제 유보의 동태적 구조와 제도적 함의' 연구를 통해 에너지 요금인상 유보는 물가안정 효과는 있겠지만 공기업 재무악화, 소비 비효율화, 신규 투자 중단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적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인상을 계속 유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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