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난방은 국내용이야, 공기업은 해외 진출 힘들어, 정치인 출신 사장은 일 못해' 한난의 정용기 사장이 이 3가지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부수는데 앞장서고 있어 조용히 이목을 끌고 있다. 서양에서 전수받았지만 한국에서 성장시킨 지역난방 시스템을 열 등 에너지 공급이 취약한 몽골,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북방지역에 이를 전수해주면서 이를 통해 국내 발전, 건설 사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정용기 사장은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친환경적이면서 효율이 높은 지역난방 시스템의 해외 보급에 나섰다. 한난은 이를 북방 비즈니스로 부르고 있다. 한난은 3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몽골 에너지부와 '열병합발전 및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난은 몽골에 △열병합발전(CHP), 가스보일러 도입을 통한 몽골의 노후 석탄발전소 및 보일러 현대화 △바이오매스, 폐기물 · 소각열 등 재생에너지 분야 사업 개발 △에너지 분야 법률 및 제도, 설비 운영, 유지관리 등의 정책 · 기술 교류 △중장기적으로는 울란바토르 석탄 열병합 발전소를 천연가스 기반 K-난방 시스템으로 전환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난의 북방 비즈니스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작했다. 한난은 지난해 6월 한-우즈벡 정상회담에서 지역난방 현대화 사업 MOU를 체결한 이후, 'K-난방 실크로드를 가다'를 모토로 한난 정용기 사장이 직접 이끄는 '우즈벡 K-Heating TF'를 통해 △노후 지역난방 설비 현대화 △뉴타슈켄트 신도시 에너지 인프라 컨설팅 △전문 인력 트레이닝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논의가 구체화되어 올해 8월 4일 정용기 사장이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와 △지작 지역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 △뉴타슈켄트 신도시 친환경 열공급 시스템 적용 등을 논의했으며, 가시적 성과도 곧 나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지역난방은 제품이 아닌 공동주택이나 큰 건물에 열을 공급해주는 방식이자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를 수출에 활용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더군다나 한난은 민간기업도 아닌 공기업이다. 그런 점에서 한난의 북방 비지니스는 기존 틀을 과감히 깼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정용기 사장이다. 정 사장은 정치인 출신이다. 19대와 20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2년 11월 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올해 11월 임기 마감을 앞두고 있다. 취임 당시 정 사장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컸다. 비전문가인데다 그동안 국회에서 맡았던 상임위도 지역난방공사와 상관없는 분야였기에 과연 그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컸던 게 사실이다. 북방 비즈니스 전략은 이러한 의심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정 사장은 국내 사업도 견실하게 이끌고 있다. 한난은 정 사장이 취임한 2022년에 4039억원 영업적자를 냈지만, 2023년 3147억원, 2024년 3279억원 영업이익으로 전환했고 올해는 4616억원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결국 정 사장은 지역난방은 국내용일 뿐이다, 공기업은 해외진출 힘들다, 정치인은 일 못한다는 3가지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부셨다. 한난의 북방 비즈니스는 단순한 일개 공기업의 해외 진출이 아니다. 국내 발전, 건설 사업까지 동반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한난 관계자는 “지역난방 시스템은 단순히 배관을 깔아서 온수를 전달해 주는 것을 넘어 발전소 건설을 통해 전기와 온수를 동시에 생산 및 공급하고 더 나아가서는 신도시 건설에까지 이르는 거대한 사업분야"라며 “우리가 해외 국가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놓으면 그것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해 사업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난은 지난해 9월, 국내 지역난방 관련 민간기업의 우즈벡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우즈벡 K-난방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40여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K-난방 협의체'를 발족했다. 이번 우즈벡 방문기간 동안 올 4월 공식 출범한 '우즈벡 열공급공사'와 공동으로 선진 지역난방 기술 포럼을 개최하고,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 7곳과 함께 기술 홍보회를 열어 민관 동반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으로 삼을 계획이다. 정용기 사장은 “몽골, 중앙아시아 등 북방 국가들은 노후 설비 개선과 에너지 전환 수요가 크다"며, “우리 한난의 K-난방은 고효율·저탄소 기술로 현지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외교적 협력관계 강화와 한국 기업들의 해외 동반 진출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