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과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이 정기 주주총회를 나란히 개최하며 조원태 회장·우기홍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비롯한 주요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승인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무리를 목전에 두고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한 통합 시너지 창출과 지배구조 고도화가 올해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주주들의 날 선 질의와 경영진의 방어 논리가 치열하게 부딪힌 현장이었다 26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과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동시에 열린 두 회사의 정기 주주총회는 상정된 안건을 모두 가결했으나 장내 분위기는 사뭇 대조를 이뤘다. ◇“우호 지분 충분, 경영권 위협 없어" 한진칼 주주총회는 강동형 경영관리 담당(상무)의 개회 선언과 함께 시작됐다. 단상에 오른 류경표 한진칼 대표이사(부회장)는 주총 의장으로서 인사말을 통해 올해 지주사로서의 책임 경영과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류 대표는 “지난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신규 CI 공개 및 새로운 비전 선포를 통해 그룹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한편 미래를 향한 준비를 본격화했다"며 “올해는 항공 부문 계열사들의 통합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드는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것이며, 통합 대한항공·진에어 출범을 기점으로 계열 구조 재편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재무 건전성과 지배 구조 강화 성과를 강조했다. 교환 사채 상환과 현금성 자산 확보를 통해 재무 구조를 더욱 안정화했고 그랜드 하얏트 인천 웨스트 타워 매각 등 그룹 전반의 자산 효율화를 성공적으로 이행했다는 게 류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이사회 역량 평가 제도 도입을 통한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 강화와 그룹 전체의 공통 윤리 경영 규범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2026년 경영 방침을 '미래 100년을 향한 성장 기반 구축'으로 정했다"며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안정적인 지배 구조를 공고히 하고, 계열사 간 유기적인 협업과 전략적 과제 수행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현재 한진그룹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호반그룹과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두 회사 간 지분율 격차는 1.78%포인트(p) 내외로 좁혀져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한 상황이다. 주총장에 참석한 에너지경제 기자는 조원태 회장 이하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수단·계획, 한진칼(HANJIN KAL)이라는 사명을 사업회사 대한항공의 정관 변경에 맞춰 '한진 KE' 등으로 변경할 계획이 있는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류 대표는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은 이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고 계실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당사와 업무상 관련이 있는 유관 그룹이나 회사들을 통해 나름대로 충분한 우호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그 규모를 합치면 과반수를 훨씬 넘기 때문에 경영권 위협에 대해서는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명 변경과 관련해선 “대한항공이 영문 약칭을 KE로 변경한 것은 맞으나, 당사 사명 변경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가 없지만 일단은 검토 단계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답변해 내부작업이 진행중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한진칼의 주총장 분위기는 곳곳에서 주주들의 날선 질의가 쏟아지면서 험악하게 돌변했다. 먼저 수백억 원 규모의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과 그에 따른 영업적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주주는 “25명 안팎의 한진칼 직원을 위해 수백억 원 규모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출연해 연결기준 영업적자를 낸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진칼은 75억원 가량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류경표 대표와 이성환 재무관리담당(전무)은 “파견직원을 포함해 실제 직원은 약 50명이며, 주가 하락 시 매입했던 자기 주식(약 44만 주, 176억 원 규모)을 기금으로 출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무는 “현금 지출이 없는 방식이며 법인세 감면 혜택까지 있어 회사에 유리하고, 주식 자체를 매각할 수 없어 배당금(연 약 1억4000만원)만 복지 재원으로 사용되므로 무리한 규모라고 할 수 없다"고 방어 논리를 폈다. 이사회 규모 축소와 주주 환원 정책 부재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일부 주주들은 이사회 인원이 기존 11명에서 9명으로 축소된 배경을 묻고, 과도한 공매도에 대한 수수방관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이 부족하다며 경영진의 자사주 직접 매입을 권유했다. 류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당시 산업은행 측 인사 합류로 이사 수가 15명까지 늘어났던 것을 타 대기업 지주사 평균인 7명 미만에 맞게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부양 요구에 대해서도 “현재 유통 주식 수가 15~18%에 불과하고 MSCI 지수 등에 편입돼 있어 무리한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시 주가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조원태 회장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 행사 역시 거론됐다. 한 주주는 국민연금의 연임 반대 사유를 언급하며 경영진의 소통 부재와 주주 가치 훼손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류 대표는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는 과거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주주권 침해'로 본 것에 기인한다"며 “당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포기 후 대규모 실업과 국고 손실을 막기 위해 정부 승인하에 진행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하며 주주들의 이해를 구했다. 이처럼 꼬리를 무는 논쟁 속에서 무엇보다 이날 주총장 분위기를 가장 무거워지게 만든 대목은 120억 원으로 책정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었다. 찬성 측 발언에 나선 한 주주는 “현재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이라는 중차대한 과업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며 “이사 보수는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합병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동기부여이자 중요한 경영 수단인 만큼, 올해 보수 한도액을 전년과 동일한 120억 원으로 유지하는 원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른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반대 발언권을 얻은 한 주주는 “경영진이 성과주의에 따라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가는 것 자체는 탓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타 대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현재 한진칼의 회사 규모에 비추어 120억 원이라는 보수 한도액이 과연 적정한 수준인지 강한 의문이 들어 우리 주주들을 위해서라도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또 다른 주주 역시 거들며 “고문을 맡고 계신 분들이나 임원진들이 수년간 회사 시스템을 다 파악하셨을텐데, 회사가 진정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120억 원이라는 금액은 재고돼야 마땅하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를 반영하듯 제6호 의안이었던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은 찬성표가 4095만1427주에 머물며 전체 안건 중 가장 낮은 71.6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격론이 오갔음에도 한진칼의 각종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날 한진칼 제13기 정기 주주총회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6472만7683주 중 6099만6647주가 출석해 94.24%의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표결 결과 제1호 의안인 제13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은 6057만4241주 찬성(99.31%)으로 통과됐다. 제2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2-1호 의안 이사회 규모 정상화는 5706만7492주 찬성(93.56%), 제2-2호 의안 전자 주주총회 도입은 6099만2366주 찬성(99.99%), 제2-3호 의안 독립 이사 명칭 변경은 6099만5365주 찬성(100%), 제2-4호 의안 집중 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는 3104만3071주 찬성(99.98%), 제2-5호 의안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및 최대 주주 의결권 제한 강화는 6099만6632주 찬성(100%), 제2-6호 의안 전자 투표 도입 시 감사위원 선임 결의 요건 완화는 6099만3661주 찬성(100%), 제2-7호 의안 홈페이지 주소 등 단순 개정 안건은 6099만5365주 찬성(100%)을 기록했다. 이어 제3호 의안 사외이사 최종구 선임의 건은 6,068만4130주 찬성(99.49%), 제4호 의안 사내이사 조원태 선임의 건은 5719만6334주 찬성(93.77%), 제5호 의안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채준 선임의 건은 3087만8408주 찬성(99.45%)으로 통과됐다. 현재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을 18.87%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나 이날 안건 처리 결과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의 대척점에 서있음에도 사내이사 선임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 방어·통합 비용 철저 대비해야"…허윤 대한항공 감사위원장, 재무 투명성 약속 반면 같은 날 대한항공 제64기 정기 주주총회는 한층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의장으로 나선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부회장)는 “지난해 항공업계는 글로벌 관세 리스크와 지정학적 분쟁의 장기화,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컸던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도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한 공정거래위원회 시정 조치 이행 과정에서 공급 운영과 판매 활동에 여러 제약이 따르는 등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했다"면서도 “하지만 당사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여객 노선 스케줄 최적화와 화물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유연하고 능동적인 대처를 통해 흔들림 없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실제 대한항공은 2022년부터 4년 연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실적을 갱신하며 작년 매출 16조5019억 원, 영업이익은 1조5393억 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자랑한다. 한편 주주 발언 시간에는 아시아나항공 합병 임박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 우려가 거론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2025년 말 연결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 총계는 약 39조 원, 부채 비율은 작년 4분기 말 기준 333%다.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데 대한항공은 유동 부채 15조원 중 단기 차입금이 18.4%인데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금융 비용인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현장에선 아시아나항공 합병 완료가 다가오며 통합 비용(PMI) 발생에 따른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가 강하게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고금리 기조 속에서 금융 비용마저 크게 증가할 것인 만큼 유동 부채 중 차입금 상환 압력에 대비해 추가 사채를 발행하거나 자산을 유동화하는 등 선제적인 자금 조달 계획이 명확히 마련돼 있는지 설명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2024년 기말 아시아나항공이 당사의 종속 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상기 연결 기준 부채 총계·부채 비율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부채가 이미 포함돼 있다"며 “당사는 2025년 말 연결 기준 약 5조3000억원 수준의 현금 유동성과 4조원 수준의 영업 현금 창출 능력(EBITDA)을 통해 통합에 대비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2020년 말부터 약 4년 간의 인수 기간과 이후 2년 간의 통합 기간을 거쳐 2026년 12월 최종 합병을 예정하고 있고, 신용 평가사들은 해당 기간 동안 당사의 신용도를 충분히 검토해 그 영향을 선반영하고 있다"며 “국내 신평 3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해 2023년과 2025년 당사의 신용 등급을 BBB+에서 A0로 각각 1단계씩 상향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연료비·인건비 상승 등 외생 변수 속에서도 주주 배당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현금 흐름 창출 능력은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는 언급도 존재했다. 통상 항공운송업은 영업 원가 중 유류비 비중이 큰 사업으로 유가 등락에 따라 손익·현금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대한항공은 유류 할증료를 통해 유류비의 일정 부분을 보전하고 있고 유가 헷지 계약을 통해 변동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고유가 위협에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이에 따른 영업 수지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는 연료 효율이 높은 신기재를 지속적으로 도입해 연료비 절감 노력을 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외생 변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2024년 12월에 공시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유지하고 배당 정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주 김대규 씨는 “올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시 상호 주식 교환에 의해 대한항공이 신주를 발행하게 돼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고, 코스피는 상승세인데 주가 르흠을 보면 답답하다"며 사측의 대응책과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주문했다. 우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중 당사가 보유한 약 64%의 지분에 대해서는 주식이 발행되지 않고 구 주주 보유 주식을 교환하기 위해서 발행하는 신주의 수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전체 주식의 6%대 중반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양사 합병에 따라 증가하는 주식 수보다 자산의 증가가 더 클 것으로 본다"며 “효율성 증대와 글로벌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 등을 고려하면 향후 회사의 성장과 함께 주가도 적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장내를 정리했다. 이날 대한항공 제64기 정기 주주총회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3억6822만610주 중 2억925만6932주가 출석해 최종 참석률 56.82%를 기록했다. 안건 표결 결과, 제1호 의안 제64기 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은 찬성표 2억808만6000주(99.5%)로 가결됐다. 정관 일부 변경을 다룬 제2호 의안은 제2-1호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의 건이 1억 692만 4천주 찬성(99.9%), 제2-2호 전자 주주총회 도입 관련 변경의 건이 2억 921만 6천주 찬성(100%), 제2-3호 사외이사 명칭 변경의 건이 2억921만2000주 찬성(99.9%), 제2-4호 감사위원회 구성 강화의 건이 2억 921만6000주 찬성(100%), 제2-5호 퇴직연금 제도 도입 대비 변경의 건이 2억920만9000주 찬성(99.9%), 제2-6호 단순 개정 및 부칙 등 변경의 건이 2억921만6000주 찬성(100%)을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제3호 의안 이사 선임에서는 제3-1호 사내이사 우기홍 선임의 건이 1억8056만3000주 찬성(86.3%), 제3-2호 사내이사 유종석 선임의 건이 2억802만1000주 찬성(99.4%), 제3-3호 사외이사 김석동 선임의 건이 2억485만5000주 찬성(97.9%)을 얻어 가결됐다. 이어 제4호 의안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현욱 선임의 건은 1억650만7000주 찬성(99.6%)으로, 제5호 의안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1억7859만1000주 찬성(85.4%)으로 각각 무난히 가결되며 모든 주총 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