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특별 기고] 각 의료기관 장점 살리는 ‘인증제도’ 중요하다

필자가 최근에 겪은 일이다. 지방대도시에 거주하는 노모께서 버스에서 하차도중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다. 걱정을 끼칠까봐 아들인 필자에게 연락하지 않고 인근에서 잘 본다고 소문이 난 병원을 방문하였다. 응급실에서 기본적인 검사 후 원무과 상담을 받았는데, 실비보험 가입여부를 먼저 확인하고는 대뜸 슬개골 골절이 의심된다며 전신마취 수술이 필요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비용이 약 삼백만원 정도 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서야 큰일이다 싶어서 필자에게 연락, 어찌할 바를 물으셨다. 확인해보니 처음 방문한 병원은 '인증'을 받지않은 병원으로, 근처 인증을 받은 병원을 다시 방문, 진료를 받도록 안내해드렸다. 인증을 받은 2차 종합병원에서의 진단은 슬개골에 실금이 간 정도의 외상으로 수술과 입원까지도 필요치 않고 간단한 고정처치와 약물치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른 치료를 통해 현재 노모께서는 다시 무릎 건강을 회복하셨다. 급격한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지역의료의 중요성 부각, 그리고 의료서비스의 고도화된 전문화는 의료기관에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합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파고 속에서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을 담보하는 '의료기관 인증제도'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한 잣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관의 규모와 기능, 그리고 전문성을 정밀하게 반영한 '수요자 중심의 유연한 인증 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2010년 도입된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그동안 환자안전의 파수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은 환자 확인부터 감염관리, 투약 안전에 이르기까지 환자안전을 위한 전방위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는 단순한 지표 개선을 넘어 현장의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적 도약을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가 남아 있다. 인력과 재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병원들에게 수백 개의 엄격한 인증 기준은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다. 환자안전의 가치에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인증의 울타리 밖에서 망설이는 기관들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의료기관을 안전의 범주 안으로 포용하기 위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올해부터 '기본 인증제'를 본격 도입한다. 기본 인증제는 환자안전과 직결되는 핵심지표를 중심으로 구성된 새로운 모델로, 이는 단순히 기준을 완화한 것이 아니라 중소병원들이 단계적으로 의료 질 향상 체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성장의 사다리가 될 것이다. 기본 인증제가 인증의 저변을 넓히는 든든한 토대라면, '분야별 인증제'는 그 위에서 각 의료기관의 전문성을 깊게 다지는 제도다. 이러한 방향성 아래 전문 영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분야별 인증제 도입을 정교하게 기획 중이다. 질환별, 부서별 특성에 맞춘 맞춤형 인증 모델을 구축하여 의료기관이 자신의 전문 기능에 따라 필요한 분야를 선택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률적 규제로서의 인증이 아닌, 각 의료기관의 강점을 살리는 맞춤형 품질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인증제도는 의료기관을 줄 세우기 위한 평가도구가 아니다. 국민이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신뢰의 기반을 닦고, 의료기관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과정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국민의 신뢰로 이어지고 다시 국가 보건의료 체계의 경쟁력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의료 환경은 멈추지 않고 변한다. 인증제도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자양분 삼아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앞으로도 더 많은 병원을 건강하게 만들고, 국민의 삶을 안전하게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글=오태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원장(강북삼성병원 교수)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강진원 강진군수 후보, 청자협동조합 임명장 ‘관권선거 의혹’ 고발…연쇄 악재

강진=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기자 최근 부녀자 성추행 의혹으로 고발된 무소속 강진원 강진군수 후보가 이번에는 직무정지 상태에서 강진군수 명의의 강진청자협동조합장 증서가 사용된 것과 관련해 '관권선거'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강진경찰서는 강 후보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고발인 측은 강 후보가 직무정지 상태에서 지난 20일자 강진청자협동조합장 선출 관련 임명장에 '강진군수' 명의를 사용한 것은 공적 지위를 이용한 행위로 볼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발인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단체와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위로 비칠 우려가 크다"며 “직무정지 상태이고 지방선거 후보자가 군수 명의를 사용한 행위 자체가 공직선거법 취지와 공직자 정치적 중립 의무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강진청자협동조합은 지역 도예인 중심의 민간 협동조합이지만, 청자촌 공동전시판매장 운영과 청자축제, 체험장 사업 등 강진군 청자산업 및 관광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돼 활동해온 단체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역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강진청자협동조합은 과거 청자촌 공동전시판매장 운영권, 청자 체험장, 흙공장 운영 문제 등을 둘러싸고 지역 내 다른 도예단체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역 정가 일각에서는 “형식상 민간 협동조합이지만 사실상 군 정책사업과 긴밀히 연결된 공공적 성격이 강한 조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선거 시기 군수 명의 임명장 수여 자체가 공적 권위를 활용한 정치 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쟁점은 군청 공공문서 전달 과정이다. 고발인 측은 “지난 22일 강진군에서 작성된 공공문서가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 측에 전달된 정황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군청 공무원 조직과 연계된 정치적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군청 내부 문서와 공적 직위가 특정 후보 선거운동 과정에서 활용됐다면 이는 선거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수사기관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부녀자 성추행 의혹에 이어 관권선거 및 공무원 연계 의혹까지 연달아 제기되면서 강 후보를 둘러싼 도덕성과 적법성 논란이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은 고발장 내용을 토대로 조만간 고발인 조사 등 사실관계 확인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경북 농협권, 의료·법률·여성교육 연계한 현장 지원 확대

◇왜관농협, 농촌 의료 공백 해소 위한 '왕진버스' 운영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가자 경북농협은 22일 칠곡군 국민체육센터에서 왜관농협과 함께 지역 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촌 왕진버스' 사업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 농업인 200여 명이 참여해 다양한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현장에는 김주원 경북농협 본부장과 이종덕 왜관농협 조합장, 한영희 칠곡군 부군수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농촌 복지 확대 방안을 공유했다. 농촌 왕진버스는 의료기관 이용이 쉽지 않은 농촌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찾아가는 의료지원 사업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농협이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대한중앙의료봉사회 의료진이 참여해 양방·한방 진료를 비롯해 구강검진과 시력 검안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근골격계 질환 상담과 돋보기 지원 등 농업인들의 일상생활과 영농활동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복지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돼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안동농협, 생활법률·정보통신 이동상담 진행 안동농협도 조합원 권익 보호를 위한 현장 상담 활동에 나섰다. 안동농협은 본점 3층 대회의실에서 조합원과 가족 100여 명을 대상으로 '농협 이동상담실'을 운영했다. 이번 상담실은 농업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법률 문제와 최근 증가하는 정보통신 피해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생활법률과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교육과 개별 상담을 함께 진행했다. 생활법률 교육에서는 스마트워크교육원 임정남 교육부장과 대한법률구조공단 울산지부 김정학 고객지원부장이 강사로 나서 상속, 계약, 소비자 피해 등 실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또 보이스피싱과 개인정보 유출 등 통신금융사기 예방 교육도 함께 진행돼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현장에서는 개별 상담도 병행돼 실제 피해 예방과 대응 방안에 대한 안내가 이뤄졌다. 안동농협은 농촌지역 특성상 전문 법률서비스 접근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매년 이동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실생활 중심의 상담 지원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권태형 안동농협 조합장은 “농업인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담과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마련하겠다"며 “조합원 권익 보호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경북지역 농협들의 현장 지원 활동은 의료·법률·교육 서비스를 연계해 농업인의 생활 안정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함께 도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생존율 낮은 췌담도암, 정밀 진단·맞춤 치료로 ‘완치 도전’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후복막강 깊숙이 위치해 있어 암의 초기 병변 발견이 쉽지 않다. 담도암과 담낭암 역시 진행 속도가 빠르고 주변 장기로 전이되기 쉬운 특성이 있다. 조기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생체표지자(Biomarker)가 부족해 혈액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CT, MRI, 초음파내시경(EUS) 등 정밀 영상검사와 조직검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정확한 진단을 위한 전문 의료진의 경험과 역량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췌장암과 담도·담낭암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구화 식습관과 고령화, 환경적 요인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췌장암은 여전히 전체 암 가운데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이며, 담도암·담낭암 역시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암센터 '췌담도암팀'은 신속한 진단과 다학제 협진을 기반으로 정밀검사부터 항암·수술·내시경 치료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한 환자 맞춤 정밀치료 체계를 구축했다. 췌장암 및 담도·담낭암은 여전히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대표적인 난치암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정밀진단 기술과 항암치료, 로봇수술, 내시경 치료 등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환자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암센터 윤승배 교수(소화기내과)는 “췌장암과 담도·담낭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몸의 이상 신호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황달, 복통이나 소화불량을 동반하는 체중감소, 갑작스럽게 발생한 당뇨 등이 있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췌장물혹, 만성췌장염, 암 가족력 등이 있는 고위험군은 정기검진과 정밀검사를 통해 병변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조기 발견 어려운 췌담도암…정밀 진단이 관건 은평성모병원 암센터는 진단부터 치료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원위크 서비스(One Week Service)'를 운영 중이다. 암이 의심되는 경우 예약부터 진료까지 1주일, 진료 후 검사까지 1주일 내 완료를 목표로 한다. 췌담도암팀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을 기반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부터 수술·항암·비수술적 치료까지 유기적으로 연계된 진료 체계를 구축했다. 전담 코디네이터가 전 과정을 지원해 환자의 불안과 치료 지연을 줄인다. 원위크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자는 일주일 내 진료와 영상검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조직검사는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과 초음파내시경을 활용한 생검으로 시행된다. 은평성모병원 암센터는 ERCP실 내 전용 초음파내시경 장비를 갖춰 췌담도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하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발전으로 진행성 췌장암 및 담도·담낭암 환자의 치료 선택지가 늘어났다. 은평성모병원 암센터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활용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적극 시행하고 있으며, 수술 전 항암 보조요법을 통해 수술 가능성을 높이고 완치율 향상을 위한 치료전략도 적용하고 있다. 췌담도암 수술 분야에서는 로봇수술과 복강경수술 등 최소침습 수술이 기본이다. 이를 통해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을 낮추고 환자의 회복 속도를 높인다. 간담췌외과는 개원 이후 7년간 5000례 이상의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중증 암수술을 시행하고 있으며, 연간 700례 이상의 담낭절제술을 기록 중이다. ◇ 고난도 내시경 수술로 췌담도암 동반질환 치료 암센터 박정현 교수(간담췌외과)는 “췌장암과 담도·담낭암 수술은 주요 혈관과 담도, 췌장 등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다뤄야 하는 대표적인 고난도 수술 분야로, 정교한 술기와 풍부한 임상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최근에는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 등 최소침습 수술 기법의 발전으로 정밀도를 높이면서도 출혈과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의 회복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췌장암 및 담도·담낭암 환자는 질환의 위치와 진행 양상에 따라 폐쇄성 황달이나 담관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치료 과정에서 중요하다. 은평성모병원 암센터는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경피적 담도배액술(PTBD)뿐 아니라, 초음파내시경 유도하 담낭배액술(EUS-GBD)와 담도배액술(EUS-BD)까지 시행하고 있다. 초음파내시경 배액술은 절개 없이 막힌 담낭와 담도를 안전하게 배액해, 암 환자분들의 빠른 회복과 항암치료 유지에 도움을 주는 최신 치료법이다. 이러한 치료역량을 바탕으로 췌담도암팀은 2025년 한 해 동안 약 1200건의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과 120건 이상의 초음파내시경 유도 배액술을 시행했다. 암센터 고성우 교수(소화기내과)는 “초음파내시경 유도 담낭·담도배액술은 시술 난도가 높고 숙련도가 중요한 치료로, 의료진의 경험과 협진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풍부한 시술 경험을 바탕으로 고위험 환자에서도 안정적으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제공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정용진 회장 첫 공개석상 사과…민주당·유관단체 ‘진정성 온도차’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과 관련해 모그룹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직접 공개석상에 나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스타벅스측은 자체조사 결과 이번 '5·18 탱크데이' 마케팅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명한 가운데, 5·18 관련단체들은 정 회장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한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진정성을 인정한다고 엇갈린 평가를 내놔 향후 상황이 주목된다. 정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스타벅스 마케팅 관련 경위조사 결과 및 대국민 사과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 용서를 구한다"며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더 무겁게 책임지겠다"고 사과했다. 정 회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는 지난 19일 사태 발생 직후 내놓은 공식 사과문에 이어 두 번째 사과이자, 직접 공개석상에 나와 사과한 것으로는 지난 2024년 3월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정 회장이 사과문을 낭독한 이후에는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과 김수완 대외협력본부 부사장 등 그룹 관계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태 발생 직후인 19일부터 1주일간 스타벅스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부조사를 벌인 결과, 이번 마케팅 관련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로 해당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마케팅은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이 제안한 것으로 팀장-담당 본부장-대표이사의 보고라인을 거쳐서 최종 확정됐는데, 이들 결재라인에 대한 휴대폰·노트북 포렌식 검증과 하드드라이브 회수 조사를 했음에도 해당 인원들이 사전모의 등 고의성을 가졌다고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탱크'라는 텀블러 이름과 용량(503㎖)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아닌 대만의 텀블러 제조사가 결정하는 것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수인번호를 연상시키는 503㎖는 해외 텀블러 용량인 17온스(503ml)를 환산해 표기한 것이며, 탱크 텀블러 행사일을 5월 18일로 정한 것도 탱크 텀블러 입고 시기를 감안해 최대한 장기간 매출이 가능한 월요일(18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운율감을 살려 나수 텀블러는 '가방에 쏙', 탱크 텀블러는 '책상에 탁', 단테 텀블러는 '한손에 착'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자체조사에서 '탱크데이' 네이밍을 제안했던 직원 등 커머스팀 팀원 3명은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는 등 법적·절차적 제약이 있었다고 신세계그룹은 인정했다. 또한 사내 메신저 대화 기록은 회사 서버에 일주일만 저장돼 기획 초기 단계에서 팀원들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할 수 없었던 만큼 신세계그룹은 이번 이벤트의 고의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본건에 대한 일체의 경찰조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고의성이 밝혀질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각 해고조치하고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조사 방식과 경영진 책임 범위, 선불카드 환불 문제 등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졌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선불 충전금의 환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라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해야 가능한 구조"라고 말해 즉각적인 환불은 어려움을 시사했다. 이어 “고객들의 문제 제기와 요구사항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관련 부서와 대응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경위조사 결과와 환불 등 후속조치 발표 내용에 실망한 5·18 단체들은 “실질적 책임이 빠진 기만"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퇴 없는 면피성 사과는 광주 시민에 대한 기만"이라며 “알맹이 없는 사과문 한 장으로 시·도민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기만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는 5·18기념재단과 함게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의 본질은 오월의 상처와 국가폭력의 기억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었는가에 있다. 진정성 없는 사과문 몇 줄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간담회에서 정 회장의 사과에 대해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며 “선거가 끝나고 같이 만나거나 상임위 차원에서 저희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나누도록 하겠다"고 밝혀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사건을 더이상 이슈화하지 않을 뜻임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정 회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5·18 단체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일이 새로운 과제로 남게 됐다. 김철훈 기자, 김혜민 인턴기자 kch0054@ekn.kr

“AI 풀스택 사업자로 도약”…NHN클라우드, 연간 흑자 ‘자신’

NHN클라우드가 단순한 클라우드 사업자를 넘어 인공지능(AI) 인프라와 플랫폼,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AI 풀스택 제공 사업자로 우리나라의 AI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사업을 필두로 올해 첫 연간 기준 흑자전환을 달성하고, 향후 2030년에는 전체 매출에서 AI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각오다. ◇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 “국가대표 AI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26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를 미국과 중국을 잇는 AI 강국으로 만드는 것이 NHN클라우드의 핵심 비전이자 미래"라며 '국가대표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NHN클라우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법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NHN 기술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7.4% 늘어난 1391억원으로, 특히 NHN클라우드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0.7% 성장하며 법인 설립 이래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오는 2030년 전체 매출에서 AI 사업의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올해 연간 흑자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NHN클라우드는 AI 인프라와 플랫폼,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신규 AI 풀스택 브랜드 'NHN 팩토리 엑스(Factory X)'를 선보였다. 팩토리 엑스는 대규모 AI를 새산하는 공장을 뜻하는 '팩토리'와 회사의 경험(eXperience), 고객의 AI 전환(AX) 여정을 뜻하는 '엑스'를 결합한 브랜드로, 인프라·플랫폼·서비스 등 3대 핵심 레이어로 구성된다. 김 대표는 “앞으로 NHN클라우드는 기존 클라우드 사업과 팩토리엑스라는 두 개의 축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이전까지 인프라 사업으로 성장이 가능했다면, 앞으로는 팩토리엑스가 다음 성장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NHN클라우드 '팩토리엑스', 3가지 강점 봤더니 이날 현장에는 최고인프라책임자(CI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NHN엔터프라이즈 대표가 나와 인프라와 플랫폼, 서비스 측면에서의 NHN클라우드의 강점을 소개했다. 먼저 인프라 측면에서는 AI 데이터센터 '발열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수랭식 데이터센터와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링 기술 △인프라 운영 노하우 등이 강점으로 제시됐다. 앞서 NHN클라우드는 '광주 국가 AI 데이터센터'에서 H100 GPU와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AI 전용 데이터센터 '팩토리엑스 서울'에서는 국내 최초의 엑사스케일 AI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강민수 NHN클라우드 최고인프라책임자(CIO)는 “모든 AI 플랫폼과 서비스는 결국 GPU 인프라에서 출발한다"면서 “NHN클라우드는 수랭식 데이터센터, 대규모 GPU 클러스터링 기술, 인프라 운영 노하우 등을 통해 기업이 AI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인프라 기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태형 최고기술책임자(CTO)는 “GPU를 보유하는 것과 잘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NHN클라우드는 자체 플랫폼 기술력으로 기업들이 고가의 GPU 자산을 낭비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GPU 통합 관리 플랫폼 'GPU라이브(GPU Live)'와 AI 개발 플랫폼 'AI 이지메이커'가 GPU 활용을 극대화하고 AI 개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대표 플랫폼이다. 아울러 NHN엔터프라이즈는 기업 실무에 맞춰 비개발자도 AI 에이전트를 손쉽게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X'를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안성민 NHN엔터프라이즈 대표는 “AI 도입의 핵심은 모델이 아니라, AI 동료가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프로젝트 X를 통해 기업이 보안과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AI 에이전트의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클라우드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 주권을 지키며 AI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인프라 생태계가 필수"라며 “팩토리엑스를 통해 기업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AI를 실행하고 이를 비즈니스 성장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나프타 수입 ‘미국 갈아타기’…석화업계 수급 해결엔 역부족

지난 2월 말에 발발한 미-이란 전쟁 이후 해외 나프타 수급 지형이 국제 원유처럼 미국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동지역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통항이 어려워지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산 나프타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더 먼거리에서 더 많은 운송 비용을 치르더라도 미국산 나프타를 들여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프타 수급량이 미-이란 전쟁 이전보다 대폭 줄어든 데다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해 나프타 없이 못 사는 석화사들은 수입산 다변화와 수급 안정화에 계속 힘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6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로 수입된 나프타 1046만배럴 중 미국산이 20.7%(671만배럴)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5%(1179만배럴)로 7위였던 미국이지만 올해 1~3월 7.5%를 차지해 4위로 올라선 데 이어 4월 들어 맨 앞 순위로 치고 나갔다. 반면에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나프타 수입국 1위를 지켰던 아랍에미리트(UAE)는 4월에 전체의 7.5%(79만배럴)로 전체 5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23.9%(5685만배럴), 올해 1~3월 18.3%(1098만배럴) 수준이었던 UAE산 나프타 수입 비중과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UAE에서 수입하는 원유와 석유제품은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 연안을 통해 운송되는데,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운송이 불가능해졌고, 그나마 해협 봉쇄 영향을 덜 받는 푸자이라항도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 이 같은 수급구조의 변화는 그만큼 석화사들이 나프타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모든 석유화학 소재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가 부족해지면 에틸렌 같은 기초유분부터 고분자 제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같은 스페셜티 소재까지 제품 전반에 걸쳐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구조다. 석화 생산설비 유지보수 같은 일정이 겹치면 공급 부족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이란 전쟁의 여파는 수급구조뿐 아니라 평상시와 비교해 원활하지 않은 나프타 수급 상황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월평균 나프타 수급량은 4424만배럴이었지만, 올해 4월 2981만배럴로 대폭 줄었다. 이 가운데 수입산은 1046만배럴로 지난해 월평균 대비 47.2% 감소했고, 국내 나프타 생산량도 정유사들의 원유 수급 불안 영향을 받아 1956만배럴로 20.8% 줄었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나프타 수급 불안 여파는 최근 대체 수급처 확보 등으로 잦아드는 듯한 모습이지만 수급 불안은 여전하다. 석화사들이 국내외에서 나프타를 수급하는 비중은 대략 55 대 45다. 이 가운데 수입물량은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한 것보다 더 저렴한 것을 찾아 들여오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전쟁 이후에는 이런 전략을 펴기 힘들어졌다. 국내 정유사들 뿐만 아니라 석화사들이 중동에서 원료를 상당 부분 수급해온 이유는 원가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서다. 중동처럼 석유가 나는 지역에서 석유제품을 생산하면 효율적인 설비 가동과 운송 비용 절감 같은 수직계열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한국으로 원유와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기간은 25일 정도 걸리는 반면, 미국에서는 40일 넘게 걸린다. 거리와 시간 모두 길어 운송 비용이 더 올라간다. 수입물량뿐 아니라 국내 생산분도 정유사들의 원유 수급 불안 여파로 감소하면서 정부가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를 지난 3월 말부터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전체 나프타 생산량 중 수출 비중이 11% 수준이라 해외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업계는 전한다. 이같은 수급 구조 및 환경의 불안에도 미-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석화사들은 나프타 수급 다변화 노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 과정에서 타결과 결렬 사이를 수시로 오가는 '냉온탕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60일간 휴전,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포함한 종전안의 큰 틀을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오며 종전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25일(현지 시간) 미국이 이란을 향해 공습을 단행하면서 향후 전개 방향이 불투명해지는 등 석화업계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석화사들은 나프타를 국내 정유사들로부터 일정 부분 공급받는 데다 다양한 국가에 위치한 수급처를 확보하고 필요할 때 수입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미국-이란 전쟁이 벌어진 뒤부터는 나프타를 실제로 빠르게 수급할 수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어 비중동산 나프타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삼성전자 성과급 ‘거센 후폭풍’…초일류 공든탑 흔들리나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역대급 성과급' 지급에 잠정합의하면서 후폭풍이 '초일류 기업의 균열'을 나타내는 다양한 양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사업부서가 다른 임직원들끼리 설전이 오가며 내부 결속력이 약해지는 기류가 감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준법 투쟁에 나서고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직원들이 술렁이는 등 여파가 계열사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향후 수년간 성과급에만 집중하면서 내부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일부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과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무대 삼아 치열한 언쟁을 벌이고 있다. 휴대폰·가전 등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임직원들은 반도체디바이스솔루션(DS) 직원들의 성과급 요구가 지나치다는 비판글을 올리고 있다. DS 직원들은 DX 사업 역량이 부족한 탓에 자신들이 받게 되는 돈이 줄어든다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은 DX와 DS 부문이 별도로 운영된다. DX 직원은 DS 홈페이지 내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자 상대방의 게시글 내용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특정 내용을 확대·재생산하며 오해가 쌓이고 있다. '원팀'으로 움직여야 하는 회사 구성원들의 결속력이 성과급 논란 탓에 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복수노조 간 '노노(勞勞)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DX 직원 위주로 이뤄진 삼성전자 동행노조는 이날 수원지법에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과반 조합원 확보로 노사협상 대표권을 쥐고 있는 초기업노조가 소수 노조의 평등권과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동행노조는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투표 무효 확인 소송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DX 직원들의 단체 행동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7일 오전 10시까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가부를 묻는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마치고 결과를 공개한다. 동행노조 가입자 수는 당초 2600명 수준이었지만 투표를 앞두고 1만3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날 오전 기준 투표율은 90%에 육박한 상황이다. 삼성 계열사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의 대표적인 후폭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이미 끝낸 상태다. 그럼에도 사측과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계열사 노조를 자극한 대목은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역시 최소 1억6000만원가량씩 성과급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삼성그룹의 내부 불문율을 어기는데다 평소 자신들의 처우가 뒤떨어진다는 불만이 컸던 만큼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경우 이미 파업을 벌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시설투자가 절실한 성장 기업임에도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반국민들도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를 보면 국내 모든 사업체의 상용 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작년 기준 5061만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이 일반 근로자의 14년치 연봉을 한 번에 받게 되는 셈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는 한탄과 '억울하면 삼성전자에 입사하라'는 조롱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의 인사 시스템 운영에도 변수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향후 수년간 업황 '슈퍼 사이클'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연수나 육아휴직 등 자리를 비우는 활동을 극단적으로 제한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실제로 일부 게시판에는 출산 계획을 미뤄야할지 고민이라는 취지의 글도 올라와 있다. 삼성전자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수가 2023년 1303명에서 지난해 2022명으로 55.2% 뛰었다.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올해 임금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된 이후에는 이번 성과급 논란과 관련한 후폭풍이 더욱 강하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투표 최종 가결 여부는 공동교섭단 소속 노조의 투표 결과를 합산해 결정된다. 투표권자 과반이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잠정 합의안은 최종 확정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당국 출신’ 빠진 여신협회장 선거…현장 목소리 울려퍼질까

카드·캐피탈·신기술금융사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건의하는 여신금융협회의 수장을 선출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여신업권 뿐 아니라 금융권에서는 이번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제·금융 관료 출신 인사들이 회장을 독식해온 것과 달리 현장과 가까운 인사들을 중심으로 후보군이 꾸려졌기 때문이다. 26일 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제14대 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5명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는 27일 서류심사를 통해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하고, 다음달 4일 면접·무기명 투표로 단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회원사들이 총회에서 의결하는 방식으로, 다음달 하순을 전후로 회장 선임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은 KB국민카드 대표 출신으로, 그룹 내에서 전략·보험·디지털 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카드사들의 디지털 전환과 사업 확장 노선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로 불리는 까닭이다. 박경훈 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는 우리은행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전략-재무총괄 부사장(CFO)을 지냈고, 최근에도 한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맡아 현장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장도중 신용보증재단 중앙회 상임이사는 현대캐피탈·국민리스 출신으로, NICE평가정보 금융사업실장과 기획재정부 부총리 정책 보좌관을 역임했다. 정책을 기획하고 구현하는 측면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작게는 개별 기업, 크게는 업권의 자존심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학계에서는 김상봉 한성대 교수가 깃발을 들었다. 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국내 경제학 석사(서강대 대학원)와 해외 박사(텍사스주립대) 학위를 받은 유일한 후보다. 그는 신한카드와 SK경영경제연구소에 몸 담은 전력이 있고, 여신협회 자문위원도 두 차례 지냈다. 윤창환 전 국회의장 정책수석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정책 특보단장을 맡았고, 현재는 △여신금융산업 3.0 AI·AX 전략센터장 겸 수석 아키텍트 △생산적 포용금융 정책포럼 상임의장 △글로벌 AI 넥스트 센터 최고경영자(CEO)다. 정부가 금융권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상황에서 '완충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거를 기업들의 고충을 정책에 녹여내고 회원사들의 소통과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현업 경험과 시장 이해도를 갖춘 후보가 다수 포진한 구도에 '박수'를 보낸 셈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이 감소하고 조달 비용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이익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이렇다할 신사업을 발굴하지 못했던 시기를 끝내야한다는 니즈도 반영됐다. 그간 금융당국과 소통하기 용이하다는 점을 이유로 관 출신들이 많이 뽑혔지만, 성과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정책 기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해외에서는 비자(VISA)가 핀테크사를 인수합병(M&A)하고, 마스터카드가 데이터 애널리틱스 법인을 설립하는 등 여전사들의 변신이 이뤄지고 있다. 아멕스는 여행·라이프스타일 기능까지 제공하는 일명 '슈퍼앱'을 만들었다. 일본도 카드사의 비금융 겸업을 제도적으로 허용하지만, 국내의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쓰여진 사업만 영위할 수 있는 포지티브형 규제체계에 막혀 플랫폼 사업 진출이 어렵다. 협회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소폭이지만 인상하는 데 성공했고, 요양시설 등 시니어사업과 보험·자산운용을 비롯한 분야의 시너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힘을 쏟기 시작한 다른 업권과 비교가 되는 것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 요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에 기반한 정책 대응과 회원사간 소통 강화 측면에서 새로운 수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이번 '혁신'이 올해 말 예정된 은행·보험업권 회장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중 붕괴…사망자 3명으로 늘어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작업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32분께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작업 중 상판 일부가 무너져 아래에서 작업하던 차량과 작업자 등을 덮쳤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3명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2명은 50대·60대 남성으로 철거 작업 관계자로 전해졌다. 50대 남성 1명은 차에 깔렸다가 구조된 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부상자 3명은 30대·40대·50대로 허리나 머리, 갈비뼈 등을 다쳤다. 사고는 이날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2.9㎝ 규모 단차 침하 현상을 점검하기 위해 정밀 안전진단을 진행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운 서대문소방서 재난안전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오후 2시 안전점검을 위해 '거더' 사이로 들어갔다가 거더가 붕괴한 것 같다"며 말했다. 거더는 교량 상판을 지지하는 보 형태 구조물이다. 소방당국은 사건 접수 6분 만에 선착대를 현장에 보냈고, 오후 2시 49분에 대응1단계를 발령해 소방차 16대와 인력 62명을 투입했다. 경찰 30여명도 출동해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현장 통제에 나섰다. 이번 사고로 서울역∼신촌역 구간 전차선 단전이 발생하면서 해당 구간 열차 운행도 한때 중단되는 등 교통 차질이 빚어졌다. 1966년 건설된 서소문 고가차도는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연결하는 길이 335m, 폭 14.9m 규모 구조물이다.2019년 3월 콘크리트 조각이 도로 위로 떨어지는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가 결정됐다. 철거 공사는 지난해 8월 시작됐으며 올해 6월 초 완료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기존 고가차도 철거 이후 2028년 2월 준공 목표로 새 고가차도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