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KAI 인수 구상 下 ] 양산·개발 뒷받침할 ‘키울 돈’이 관건](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27.9f39373183024f1182f8e9f7760d027a_T1.png)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구상을 평가할 때는 지분을 사들일 능력과 함께 회사를 성장시킬 능력을 살펴야 한다. KAI는 KF-21 양산 전환과 생산 확대를 준비하면서 재고와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화와의 결합을 추진한다면 이러한 투자 수요를 뒷받침하면서 기술과 수출 역량을 어떻게 높일지가 중요하다. 기존 주주의 지분을 사들이는 대금은 주식을 파는 주주에게 지급된다. 그 자체로 KAI에 생산·개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인수 대금과 별도로 양산과 후속 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KAI의 재무제표에는 성장에 앞서 투입되는 자금과 이를 조달하는 과정이 함께 나타난다. 차입이 늘었지만 생산과 개발을 위한 투자도 확대됐다. 수주를 납품과 매출, 현금으로 연결하는 과정까지 살펴야 인수 이후 필요한 자금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 KF-21 개발에서 양산으로…생산 확대에 자금 선투입 업계 관계자는 “KF-21이 체계 개발에서 양산 단계로 전환하면서 구조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시제기 6대를 제작하던 단계에서 계약 물량 40대와 후속 생산을 준비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만큼 차입 증가도 이러한 사업 변화와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다. 항공기 개발에서 양산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생산 물량에 맞춰 부품과 자재를 확보하고 설비·인력을 준비하는 데 자금이 먼저 투입된다. 매출이 늘더라도 납품과 대금 회수 시점에 따라 일정 기간 외부 자금 조달이 확대될 수 있다. KAI의 반기 보고서에서도 생산·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의 증가가 확인된다. 이하 재무 수치는 별도재무제표 기준이고, 재무 상태는 올해 6월 말, 실적과 현금 흐름은 상반기 누적 기준이다. 6월 말 재고자산은 3조9568억 원으로 지난해 말 3조6086억 원보다 약 3482억 원 증가했다. 단기 선급금도 같은 기간 2조2478억 원에서 2조4703억 원으로 약 2225억 원 늘었다. 납품과 대금 회수에 앞서 재고와 선급금에 투입된 자금이 확대된 것이다. ◇ R&D 2942억 원…유·무형 자산 취득 지출도 확대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됐다. 반기 보고서상의 활동 항목에 따르면 상반기 개발비와 R&D 투자금 합계는 2942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1640억 원을 웃돌았다. 매출액 대비 비율은 지난해 연간 4.52%에서 올해 상반기 13.24%로 높아졌다. 상반기 집계액은 개발비 2573억 원과 R&D 투자액 369억 원으로 구성된다. 현금 흐름표상 상반기 유형자산 취득 지출은 651억 원, 무형 자산 취득 지출은 2547억 원으로 합계 약 3197억 원이다. 전년 동기 합계 약 1051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지출은 향후 생산과 기술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투자다. 인수 이후에도 양산 준비와 후속 개발이 이어져야 하는 만큼 지분 취득 계획과 별도로 투자 일정에 맞춘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 한화가 강조하는 엔진·항전·무장과 완제기 역량의 결합도 지속적인 개발 투자가 전제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중복 투자를 줄여 확보한 자원을 어떤 기술과 사업에 재투입할지까지 구체화해야 통합의 효율이 성장으로 이어진다. ◇ 차입금·사채 8481억 원 증가…영업 현금 유출은 축소 KAI의 차입금·사채는 지난해 말 2조730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9212억 원으로 약 8481억 원 증가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1억 원에서 1161억 원으로 늘었다. 상반기 영업 활동에서는 3830억 원, 투자 활동에서는 3961억 원이 각각 순유출됐다. 반면 재무 활동에서는 8803억 원이 순유입됐다. 생산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차입·사채 발행 등으로 보완한 구조다. 다만 영업 활동 현금 순유출 규모는 전년 동기 6033억 원보다 줄었다. 현금 잔액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자체 현금 창출력이 개선됐다고 볼 수는 없다. 반대로 차입 증가만으로 사업의 건전성이 훼손됐다고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투자한 자금이 언제 매출과 현금으로 돌아오는지, 그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금융 비용 부담은 커졌다. 상반기 이자 비용은 전년 동기 약 273억 원에서 537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28억 원에서 1170억 원으로 감소해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이자 보상 배율은 약 4.9배에서 2.2배로 낮아졌다.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을 웃돌지만 이를 감당하는 여유는 줄어든 셈이다. 양산 준비를 위한 선투자의 필요성과 함께 향후 납품·대금 회수를 통한 차입 관리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 부채 비율 484.7%…계약 부채·선수금 성격 구분 필요 KAI의 6월 말 부채 비율은 484.7%로 지난해 말 443.1%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부채 총액 전체를 이자를 지급하고 상환해야 하는 금융 차입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재무 상태표에 별도로 표시된 유동 계약 부채는 1조9770억 원이다. 이 밖에 기타 부채에 포함된 유동·비유동 선수금이 약 2조6593억 원이다. 합계 약 4조6363억 원으로 부채 총계 9조4582억 원의 약 49%를 차지한다. 반기 보고서는 해당 선수금을 한 시점에 이행하는 수행 의무와 관련된 계약 부채로 설명한다. 향후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에 따른 금액인 만큼 금융 기관 차입금·사채와 성격이 다르다. 계약 이행에 필요한 자금이라는 점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은 아니지만 부채 비율을 해석할 때 사업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한화와 KAI의 결합을 검토할 때도 이 구분은 중요하다. 부채 총액만으로 부담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이미 확보한 선수금을 인수 이후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는 재원으로 계산해서도 안 된다. 기존 계약의 이행에 필요한 자금과 신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나눠 관리해야 한다. ◇ 수주 잔고 25조7502억 원…성장 기반, 현금으로 연결해야 KAI의 상반기 매출은 2조222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47.2% 증가했다. 방산업계는 KF-21 납품에 따른 매출 확대를 언급하며 올해 KAI의 연매출이 5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6월 말 수주 잔고는 25조7502억 원이다. 국내 방산 10조2355억 원, 완제기 수출 5조257억 원, 기체 부품 9조8076억 원, 위성 사업 등 6814억 원으로 구성된다. 수주 잔고는 장기간에 걸쳐 매출로 전환할 사업 기반이다. 현금과 이익으로 연결하려면 계약에 맞춰 생산하고 납품해야 한다. 자재와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생산·개발 인력을 유지하면서 납기와 원가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화와 KAI의 결합을 추진한다면 이러한 수주 이행 과정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생산 지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통합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를 수 있다. 통합 수출과 공동 마케팅으로 신규 계약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확보한 수주를 수익과 현금으로 전환하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 방산 대형화 성과, 인수 이후 투자에서 갈린다 글로벌 방위 산업에서 기업 결합은 기술과 사업 기반을 넓히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록히드 마틴 역시 1995년 록히드와 마틴 마리에타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한화와 KAI의 역량을 결합해 개발·생산·수출 대응 능력을 높이려는 구상도 이러한 산업 재편의 연장선에서 검토할 수 있다. 다만 대형화와 경쟁 질서의 유지는 함께 다뤄야 할 과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2년 록히드 마틴의 에어로젯 로켓다인 인수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체계 업체와 핵심 부품 공급 업체의 수직 결합이 경쟁에 미칠 영향을 문제 삼은 사례다. 통합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사와 협력 업체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화가 제시한 중복 투자 축소와 통합 수출, 우주 산업 생태계 구축은 인수의 기대 효과다. 이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려면 추가 지분 취득에 필요한 자금과 인수 이후 투자 재원을 구분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 KAI의 자체 현금 창출과 자금 조달을 어떻게 뒷받침하고, 연구·개발(R&D)과 설비·인력 투자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확대할지 구체화해야 한다. 한화 계열사의 기존 사업 투자와 KAI의 양산 자금 수요를 함께 고려한 일정도 필요하다. 차입을 얼마나 활용하고 어떤 현금 흐름으로 상환할지, 장기간 진행되는 개발·생산 사업에 맞춰 만기를 어떻게 배분할지에 따라 거래 이후의 재무 여력이 달라진다. 협력 업체의 거래 조건과 경쟁사의 부품 접근성, 고용과 핵심 기술 인력의 유지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항공·우주 산업의 통합 경쟁력은 조직을 합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축적된 기술과 숙련 인력,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면서 개발 기간과 납기를 줄이고 수출 기회를 넓혀야 한다. 한화 계열사의 수익 창출 능력과 KAI의 완제기 역량·수주 기반은 결합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늘어난 차입과 선투자 수요는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자금 계획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를 보여준다. 인수를 추진한다면 기존 사업과 KAI의 성장을 함께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인수할 재원을 마련하는 데서 나아가 기술과 생산, 사람에 투자할 여력까지 확보할 때 “이왕 인수를 할 거라면 잘해야 한다"는 요구에 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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