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가 최고 79층 규모의 초고층 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45년간 서울 도심에 레미콘을 공급했던 산업시설은 업무·주거·상업·숙박 기능이 결합된 미래형 복합개발지로 재탄생한다. 서울시는 이를 성수전략정비구역, 준공업지역 재편과 연계해 강북의 새로운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며, 삼표그룹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건설기초소재 기업에서 종합 디벨로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SGL(삼표 글로벌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업지는 서울숲과 한강을 동시에 접한 핵심 입지로, 개발이 완료되면 최고 79층, 높이 360m 규모의 업무·주거·상업·숙박 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축물이 된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은 1977년 가동을 시작해 약 45년간 서울 도심 개발에 필요한 레미콘을 공급해온 상징적인 생산기지였다. 도심 한복판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교통 혼잡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이전 요구가 커졌고, 서울시와 성동구, 삼표산업, 현대제철은 2017년 공장 철거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장은 2022년 철거됐다. 기자가 직접 찾은 성수동 삼표 부지는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고, 현장에서는 토양조사 등 본격적인 개발에 앞선 사전 작업이 한창이었다. 개발사업의 전환점은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간 도시계획 변경 사전협상이었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의 용도를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고 업무·숙박·주거·문화·판매시설 등이 결합된 복합개발을 허용했다. 사전협상 당시에는 지상 77층 규모가 제시됐지만, 이후 지구단위계획과 세부개발계획을 거치며 최고 79층, 높이 360m 규모로 계획이 구체화됐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민간 복합개발을 넘어 서울시가 추진하는 성수 미래도시 전략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23년 아일랜드 더블린의 수변 복합업무지구인 '그랜드 캐널독(Grand Canal Dock)'을 방문한 뒤 성수와 삼표 부지를 서울의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과거 가스시설 부지를 규제 완화와 민관 협력을 통해 글로벌 IT기업이 모이는 혁신지구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성수에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도 성수를 청년첨단혁신축과 경제혁신축이 만나는 핵심 거점으로 제시했다. 성수 준공업지역과 IT산업개발진흥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을 연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미래첨단산업이 집적된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표 부지는 이 같은 청사진의 중심축이다. 서울시는 건축혁신형 사전협상 제도를 처음 적용해 글로벌 미래복합단지(Global Future Complex)를 조성하고 AI 기반 스마트오피스와 국제 친환경 인증 건축물, 서울숲과 연결되는 입체 보행공간 등을 갖춘 미래형 업무허브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클라우드 네트워크와 AI 업무환경을 갖춘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하고, 저층부는 서울숲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열린 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개발계획에 따르면 업무시설은 전체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주거시설은 40% 이하로 제한된다. 서울시는 단순한 주거단지가 아니라 미래산업과 창업, 문화가 결합된 업무복합 거점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여를 통해 연면적 약 5만3000㎡ 규모의 '유니콘 창업허브'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공공기여 규모는 약 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이를 서울숲 일대 교통 기반시설 확충과 성수대교 북단, 동부간선도로, 강변북로 연계 교통 개선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숲과 사업지를 연결하는 입체 보행데크와 열린 광장도 조성해 공원 접근성을 높이고, 서울숲 리뉴얼 사업과 연계해 문화·공연·휴식 기능도 함께 확충할 예정이다. 삼표그룹은 이번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 전략으로 보고 있다. 기존 시멘트와 레미콘, 골재 중심의 건설기초소재 사업에서 벗어나 토지 기획과 금융조달, 설계, 시공, 운영, 브랜드 전략을 아우르는 종합 디벨로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와 관련 행정 절차를 협의 중이며 본PF 전환이나 착공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본격적인 착공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예상하고 있지만 인허가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표는 성수 프로젝트와 함께 서울 은평구 증산동 일대의 'DMC 수색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지하 5층~지상 36층, 3개 동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로 조성되며 준공 후에는 그룹 신사옥 'SP타워'가 들어선다. 삼표산업과 삼표시멘트, 에스피네이처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해 그룹의 핵심 업무 기능을 통합하게 된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삼표가 자체 개발한 저탄소 친환경 시멘트와 특수 콘크리트도 적용돼 향후 성수 프로젝트의 기술적 기반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수 일대는 이미 서울을 대표하는 신흥 업무지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 준공업지역과 수제화 거리의 이미지를 벗고 무신사와 크래프톤, 현대글로비스, SM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과 콘텐츠 기업이 잇따라 이전하면서 '크리에이티브 업무권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팩토리얼 성수와 디타워 서울포레스트, 서울숲 더스페이스 등 대형 오피스 공급도 이어지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부지는 서울숲과 한강을 동시에 품고 있는 데다 성수전략정비구역과 크래프톤 신사옥, 무신사 등 기업 이전 흐름까지 맞물린 성수의 핵심 입지"라며 “삼표산업이 '성수1' 상표권을 선제적으로 등록한 것도 이곳을 성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성수가 '팝업스토어의 성지'를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업무지구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360m 초고층 건축물인 만큼 인허가와 교통대책, 환경·경관 문제, 지역 수용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건설경기 침체와 고금리, 오피스 시장 수급 변화 역시 사업의 변수로 꼽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최근 서울시 정비사업은 개발 속도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개발로 인한 교통·환경 등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다양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