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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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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의 소재 탐구] 같은 강도에도 더 가볍고…1200℃ 화염 10분 이상 견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3.19 17:22

■ 정승현의 소재 탐구 ⑦첨단산업 동반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금속재료 수준 강도·내구성애 플라스틱처럼 가볍고 활용성 많아
휴머노이드 로봇 뼈대·형태 소재로 각광받으며 ‘고기능성’ 주목
LG화학 SFB 소재, 불길 접촉 세라믹화 물성변화 화재 확산 저지

LG화학 SFB

▲LG화학이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공개한 열폭주 지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Super Flame Barrier) 펠릿의 모습. 사진=정승현 기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이 AI와 모빌리티 등 첨단 제품을 구현할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범용 플라스틱과 달리 생산 비용이 높더라도 고강도, 내열성과 경량성 구현이 용이해 금속 재질을 대체하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움직임과 구조를 모방한 휴머노이드부터 열폭주 현상을 막아야 하는 배터리까지 미래 산업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석화사들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경쟁력을 강화해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나가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1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산업에서 요구하는 특성과 물성을 구현한 고분자 탄소화합물로 정의된다. 쉽게 보면 철 같은 금속 재료를 대체할 정도로 강도와 내구성 등이 우수하면서도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게가 가볍고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소재라고 설명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개발돼 처음 선보인 플라스틱은 동식물이나 광물 등 자연에서 나오는 여러 소재를 대체해왔다. 나프타 등 원료가 풍부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일상생활부터 대형 공장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로 구성되는 원유가 고갈되지 않는 한 플라스틱으로 갖가지 소재를 뽑아낼 수 있다.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염화비닐(PVC), 합성고무 같이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는 범용 소재가 대표적인 예다.


플라스틱이 널리 쓰인 이유는 대량 생산 뿐만 아니라 경량성과 성형성 때문이다. 탄소는 전자가 4개이기 때문에 탄소 간의 결합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거나 산소나 질소, 염소 등 다른 원소나 작용기와 결합해 다양한 물성을 만들어낸다. 탄소를 죽 연결한 선형 고분자나 고리 형태를 띠는 방향족 고분자를 등 형태도 다양하다. 이 같은 특성이 모양 변형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더 가벼운 소재를 구현하는 데 기여했다.


단점은 강도다. 긴 탄화수소 고분자가 서로 얽혀 어느 정도의 강도를 구현하지만 철강재 같은 수준에는 못미친다. 내열성도 섭씨 100도(℃) 내외로, 주변에 불이 났을 때 고열을 잘 견딘다고 보긴 어렵다. 불이 나도 내부가 타면 안되는 지하철처럼 유리 섬유나 탄소 섬유를 섞어 강도와 내열성을 강화한 내열 플라스틱도 있지만 플라스틱 자체는 강하지 않다. 가벼운 무게와 가공하기 쉬운 성형성이라는 장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널리 쓰이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리기 위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강도 성능은 최소 대략 50메가파스칼(MPa) 수준이다. 고강도 콘크리트가 견디는 압축 강도와 비슷하다. 탄소 배열이나 첨가 물질 등으로 철강재 수준의 수백MPa 강도를 구현하기도 한다. 탄소는 배열 구조에 따라 흑연부터 다이아몬드, 탄소섬유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최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사람의 행동을 흉내내려면 사람이 가진 뼈대 구조와 최대한 비슷한 형태를 구현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뼈가 튼튼하다고 해서 철강재 등 금속처럼 무겁지는 않은 데다 인간의 관절이 구조와 소재 모두 복잡해 휴머노이드 개발자들은 철강재가 아닌 다른 소재를 찾게 됐다. 금속을 안 쓰거나 최소한으로만 쓰고, 고강도·내열성과 경량성·유연성을 모두 강화한 고기능성 플라스틱으로 빈 자리를 대체하는 식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석화기업들이 자동차와 항공·우주, 로봇 제조에 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내·외장재와 뼈대, 탑재 배터리 등 곳곳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적용해 기동성과 내구성을 갖추려는 수요자들에 석화사들이 발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와 관련한 시상식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열폭주 지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SFB) 소재로 상을 받았다. 불이 나면 표면이 세라믹처럼 단단해져 열과 화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준다. 1200도가 넘는 조건에서 화염을 10분 이상 견디는 내열 성능을 확보했다.


그동안 배터리에 적용한 난연 플라스틱은 배터리 열폭주 현상을 늦춰주는 정도로 근본적인 화재 확산 차단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반면 LG화학이 개발한 SFB는 고열 속에서도 쉽게 뚫리지 않기 때문에 특정 배터리 셀이나 모듈에서 발생한 화재가 옆에 있는 셀·모듈에 붙으며 피해가 커지는 문제를 막기 쉽게 해준다는 것이 LG화학 설명이다.


무게와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이는 것이 배터리 설계의 주안점이므로 SFB의 쓰임새가 전기차 등 최신 모빌리티 중심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11일 전시 현장에 있던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의 SFB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는 특성 때문에 배터리 내·외장재의 두께를 줄이고 여러 형태에 대응이 가능하다"며 “전기차 전체의 무게를 줄이고 차체 설계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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