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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엔텍, 日 신재생에너지 전시회서 ‘해상풍력 역량’ 과시

GS엔텍의 글로벌 해상풍력시장 공략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GS엔텍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전시회 '월드 스마트 에너지 위크(World Smart Energy Week) 2026'에 참가해 해상풍력 기술 및 품질 관리 능력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과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월드 스마트 에너지 위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전시회로, 올해 행사에 전 세계 67개국 1600여개 기업들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GS엔텍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의 영광낙월 프로젝트 실제 설치 영상과 1/40 축소 모노파일 정밀 모형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세계 1위 해상풍력 기업 네덜란드 Sif와 협업공정 영상을 공개해 세계 수준의 품질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전시회장을 방문한 허철홍 GS엔텍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노파일 기술력과 영광낙월 프로젝트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일본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파트너가 되겠다"며 일본시장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GS엔텍은 행사장에서 일본 해상풍력시장의 핵심 사업자들인 일본 주요 상사들과 구체적인 프로젝트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GS엔텍 관계자는 “전시장을 찾은 해외 바이어들이 GS엔텍이 도입한 네덜란드 Sif의 최첨단 자동화 설비와 15메가와트(㎿)급 초대형 모노파일 제작 역량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GS엔텍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해상풍력시장은 탄소중립 정책에 힘입어 오는 2030년까지 합산 기준 약 20.5기가와트(GW)(한국 10.5GW, 일본 10GW)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GS엔텍은 울산 용잠공장을 해상풍력사업의 전략기지로 삼고 있다. 약 3000억 원이 투입된 용잠공장은 네덜란드 Sif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독보적인 모노파일 기술을 적용한 생산공장이다. 오는 6월 준공에 이어 연내 양산에 들어가면 연간 15만톤 규모의 모노파일을 공급할 수 있다. GS엔텍은 용잠공장의 15㎿급 초대형 터빈을 지탱할 수 있는 모노파일 제작 능력을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독보적인 경쟁력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기존 전남 영광 낙월 프로젝트에서 64기 모노파일을 성공적으로 납품한 실적을 보유한 만큼 GS엔텍의 해상풍력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전기차 충전기 늘렸다고 끝인가?…‘사용자 만족’ 갈 길 멀다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1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와 사용 경험은 여전히 과도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전기차 충전기 고장과 유지보수 미흡, 충전공간을 둘러싼 주차 갈등 등 이해관계 충돌을 해소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전기차 대중화의 성패를 가를 핵심요소로 '충전 경험 개선'을 꼽으며 사용자 편의성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전기차 및 충전부품 전문업체 이볼루션의 조현민 대표는 “정부는 그동안 충전기 대수 목표 달성에만 집중해 설치를 확대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노후 충전기와 신규 충전기의 운영·관리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기 설치 확대와 함께 운영 기준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한 조 대표는 노후 충전기 관리와 신규 인프라 확충을 아우를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조 대표는 전기차 충전기 이용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로 교체 기준의 불투명성, 신축·구축 아파트 간 인프라 격차 등을 꼽으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령, 교체 기준 불투명성의 경우 통상 설치 5년 이상 된 충전기를 노후설비로 보고 전기차 충전사업자(CPO)들이 교체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교체가 필요한 설비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충전기까지 교체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거론했다. 조 대표는 “고장난 충전기를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충전기까지 교체될 경우 기존 100원이던 충전 요금이 200~300원 수준으로 상승해 사용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교체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태봉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교육위원은 오랜된 아파트의 주차시설 한계에 따른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입주민 간 갈등 문제를 지적했다. 이 위원은 “구축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 설치 대수가 충분하지 않은 곳이 많은데 이 경우 입주민들은 기존 주차공간을 전기차가 차지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 “관리자 입장에서도 법에 따라 일정 비율의 충전기를 설치해야 해 불가피하게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파트 주민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소개했다. 아울러 이 위원은 전기차 충전기의 안전 및 유지관리 인프라 문제도 언급했다. 전기차 충전기 유지·관리 책임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운영사와 시공업체 간 책임 공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하자보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위원은 “이용자 과실로 설비가 손상될 경우 관리 주체가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충전기 안전점검 기술 보급이 부족한 데다 아파트 관리 인력 역시 일반 전기 설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충전기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정욱 GS차지비 대표는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빠르게 확대됐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찾기 어렵고, 쓰기 번거롭고, 신뢰하기 어려운 경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충전 인프라 평가는 단순 설치 수량이 아니라 실제 사용 가능 여부와 충전 과정의 직관성, 고장 시 복구 속도, 운영 책임의 명확성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김 대표는 건의했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소를 찾았더라도 진입 동선이나 주차 가능 여부, 사용 가능 상태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에 운전자들은 충전기가 '지금 당장 문제없이 이용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인프라를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향후 정책은 설치 수량 확대를 넘어 노후 설비 교체·개보수 우선순위, 부품 단종 장비 관리 기준 등 운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이용자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 패널로 참석한 김종진 현대자동차 EV충전인프라팀장은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고객이 체감하는 충전 경험은 여전히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 뒤 “충전 불편은 단순한 민원을 넘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그 해결 방안으로 정부 지원 방식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김 팀장은 “현재는 설치 보조금 중심 정책으로 인해 사업자들이 신규 설치에 집중하는 반면 노후 충전기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구조"라며 “설치 예산의 일부를 유지보수 및 운영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지원사업으로 고장 충전기를 24시간 이내 수리하거나 콜센터 응대율이 높은 사업자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서비스 품질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 충전 인프라의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김 팀장은 제언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타이어 3사, ‘전기차 대비’ R&D 투자 2년새 44%↑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의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이 2년 전과 비교해 44%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전환 등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모습이다. 19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사는 작년 연결 기준 R&D 비용으로 약 5654억원을 집행했다. 정부보조금을 차감하기 전 금액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 부문을 제외한 타이어 및 기타부문만 계산했다. 2년 전인 2023년에는 이들 회사의 R&D 투자액 합계가 3937억원 수준이었다. 2년만에 1717억원을 추가 투입한 셈이다. 업체별로 보면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3080억원을 썼다. 2023년(2028억원)과 비교하면 52% 가까이 급증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에서 R&D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서 3.0%로 뛰었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1619억원을 R&D에 투입했다. 2년 전(1042억원)과 비교해 55.3% 많아졌다. 매출액 대비 R&D 투입액 비중도 2.58%에서 3.44%로 높아졌다. 넥센타이어의 R&D 비용은 2023년 866억원에서 지난해 955억원으로 10.3% 늘었다. 타이어 3사는 해외 고객사를 적극 발굴하고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며 몸집을 꾸준히 키워왔다. 한국타이어 타이어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10조3186억원이었다. 창사 이래 첫 10조원대 돌파다. 전년과 비교하면 9.6% 성장한 수치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조7013억원을 올렸다. 2024년과 비교해 3.7%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넥센타이어 연결 매출도 12% 늘어난 3조1896억원을 달성했다. 외형이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따라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부문 영업이익은 2024년 1조7622억원에서 작년 1조6843억원으로 4.4% 줄었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5886억원) 대비 2.2% 빠진 5759억원이다. 넥센타이어는 2024년 1721억원에서 지난해 1703억원으로 1% 감소했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등 대외 리스크, 천연고무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이익 개선 폭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에도 타이어 3사가 R&D 비용을 대폭 늘린 것은 미래차 관련 기술 개발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고객사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계' 대신 '전자제품 및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더 좋은 타이어'를 만들면 됐지만 앞으로는 요구되는 역할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신소재 제품을 만들거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타이어에 지능형 센서를 탑재하는 게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업체들의 R&D 동향을 봐도 이같은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물리 정보 신경망 기반 열해석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생성형 AI 기반 드라이버 모델 개발 △차량 온보드 센서 융합 기반 실시간 마모 추정 전자제어장치(ECU) 알고리즘 개발 등 R&D에 신규로 착수했다. 금호타이어는 '스마트 타이어 기반 실차 마모 평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 방침이다. 넥센타이어는 '타이어 트레드 고무 조성물 및 이를 포함하는 타이어' 관련 소재 연구를 지난해 시작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원유 위기 고조…정유업계, 러시아산 등 수입 다변화 ‘발등의 불’

국내 정유업계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사실상 해상길이 막혀버린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 조짐에 '대체 원유'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70% 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통로가 차단되면서 국내 민간 소비용은 물론 산업용 원유의 부족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 다변화 카드의 하나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권 경제제재로 수입이 차단된 러시아산 원유 도입 추진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산 원유는 대러 제재 이전에 국내로 들여온 경험이 있어 정유사들이 단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러 제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전까지 최적의 대안으로 꼽기 어렵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따라서, 아랍에미리트(UAE) 원유 사례처럼 중동 내 대체 수급처와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고심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사실상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자 정유4사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현재 선박에 선적돼 해상에서 운송 중인 러시아산 원유에 한해 지난 12일(현지 시간)부터 1달간 제재를 일시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추가로 대러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타진에 나선 이유는 다른 데서 나는 원유와 비교해 중동산과 성질이 가장 비슷하고 운송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 정유사의 설비 구조는 황 함량이 많고 밀도가 높은 중질유에 해당하는 중동산에 맞춰져 있다. 그간 정제 시설에 투입하던 기존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유종을 찾기 더 용이하다. 한국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이 주도한 대러 제재로 국제 금융 거래가 막히면서 중단됐다.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면 대금을 보내야 하는데, 돈줄이 막히면서 한국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제재 이전에는 국내 정유사들도 러시아에서 원유를 조달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대러제재 이전인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원유 수입의 5.6%를 러시아산이 차지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대러 제재 이전에 정유사들은 필요한 경우 동부 시베리아-태평양(ESPO)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곤 했다"며 “ESPO 원유를 이미 정제 설비에 투입해본 경험이 있어 러시아산 수입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더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조달하는지 여부로 경쟁력이 결정된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추진은 원유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정유4사가 결정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차지해온 중동산이 당장 이달 초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막히면서 수급 상황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중동산 원유가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25일에서 한달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부터 원유 수급이 빠듯해지기 시작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30%가량은 북미를 비롯한 기타 지역에서 수입하고, 청와대가 나서 UAE에서 확보한 원유 2400만톤과 기존 비축유 중 조만간 방출할 2246만톤을 고려하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 관건은 원유 수급 위기를 마주하기 전까지 대러 제재라는 허들을 넘을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러 제재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데다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따른 지정학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현재 기준으로는 해상 운송 또는 선적된 물량에 한정돼 있어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가능하려면 추가 조치가 내려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대러 금융제재를 해제하거나 제재 주체인 미국과 EU의 설득을 이끌어낸 뒤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검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에너지 위기 극복, 국민 협조도 필요하다

선박이 통과하는 좌우 폭의 실제 길이가 3㎞에 불과한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사태'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초기인 이달 초까지만 해도 2주 정도면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란의 거센 반격에 따른 전쟁 장기화 흐름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사태도 길어지면서 원유를 비롯한 주요 국제 원자재의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동발 원유 운반선이 다음주까지만 들어오는 상황에 급기야 우리 정부와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나서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2400만톤을 긴급 확보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석유화학(석화)업계도 나프타 수급 차질에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 가능성을 고객사에 알리고 있으며,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했다. 석화사들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은 산업용 소재로 안 쓰이는 데가 없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생산원가를 자극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생각지 못한 데서도 중동발 불씨가 튀고 있다.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 쓰이는 헬륨의 절반 가까이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조선사들은 선박 용접을 위해 에틸렌을 가져다 쓰고 있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가뜩이나 1400원대 후반에 고착화된 고환율에 원유수급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까지 가중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원유 수급 차질의 직격타를 받는 석유제품의 생산비가 6.3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화학제품과 고무·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비용 증가폭은 각각 1.59%, 0.46%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원유 수급 등 현안을 한국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고,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수호를 위한 군사지원을 요구하는 '다국적 해법'도 현재까지 호응이 적다는 점이다. 그만큼 원유 수급 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경제와 기업에 피해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걱정을 했던 때처럼 한국도 '혹독한 쇼크'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주유소 휘발유·경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넘어 비축유 방출, 대체원유 물량 확보, 차량 5부제 등 정부의 비상대책 못지 않게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홈플러스 악재’ MBK vs ‘경제 안보’ 고려아연…국민연금 펜 끝에 달린 운명의 주총

오는 3월 24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투기적 사모 펀드의 행보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과 국가 핵심 광물 공급망 안보라는 거대한 명분이 정면으로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사활을 건 표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자본시장의 시선은 사실상 승부의 키를 쥔 국민연금의 입을 향하고 있다. 이번 주총의 최대 이슈는 '이사회 구성'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을 담은 주주 제안을 던지며 이사회 장악을 향한 맹공을 펼치고 있다. 표면적인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MBK·영풍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이들의 의결권 지분은 약 41~42% 수준으로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우호 지분을 다소 앞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이 온전히 MBK 측으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변수는 바로 MBK의 '홈플러스 사태'다. MBK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극심한 경영 악화와 기업 회생 절차 위기 등 사회적 파장의 중심에 서면서 MBK의 경영 능력과 자본 운용 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MBK 펀드에 막대한 자금을 출자한 국민연금마저 투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투자한 자본을 까먹고 있는 사모펀드의 손을 국민연금이 다시 들어줄 명분이 있느냐는 회의론이 자본시장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비판의 목소리는 여의도 정치권과 시민사회로 번지며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다. MBK의 행보를 '약탈적 사모펀드'로 규정하며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의 엄격한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회의에서 “국민연금은 기득권 세력의 방패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자산을 지키는 공적 수탁자"라며 “국민이 땀 흘려 번 돈이 투기 자본의 자금줄이 되어서는 안 되며, 약탈적 사모펀드와의 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한 정치권의 기류는 국민연금의 이번 의결권 행사는 물론, 향후 MBK에 대한 추가 펀드 출자 여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세에 몰린 듯했던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미국 제련소 건설'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투자 전략의 연속성을 내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테네시주 대규모 제련소 프로젝트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과 미국의 경제안보를 잇는 핵심 고리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 과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적 가치는 앞선 법원의 가처분 판결에서도 힘을 얻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를 “미국의 핵심광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미 간 협력 강화,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처 확보를 목적으로 추진된 거래"라고 명시하며 그 정당성을 인정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가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이처럼 중장기적 호흡이 필수적인 국가 기간산업의 전략적 투자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주총은 연기금의 책임 투자 원칙과 기간산업 보호라는 두 가지 무거운 과제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예정이어서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중요한 표 대결로 기록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수치상으로는 MBK와 영풍 측이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투기 자본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국가 경제안보라는 변수가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결국 국민연금이 단기적 지분 구도가 아닌, 어떤 명분과 잣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고려아연의 최종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같은 강도에도 더 가볍고…1200℃ 화염 10분 이상 견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이 AI와 모빌리티 등 첨단 제품을 구현할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범용 플라스틱과 달리 생산 비용이 높더라도 고강도, 내열성과 경량성 구현이 용이해 금속 재질을 대체하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움직임과 구조를 모방한 휴머노이드부터 열폭주 현상을 막아야 하는 배터리까지 미래 산업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석화사들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경쟁력을 강화해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나가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1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산업에서 요구하는 특성과 물성을 구현한 고분자 탄소화합물로 정의된다. 쉽게 보면 철 같은 금속 재료를 대체할 정도로 강도와 내구성 등이 우수하면서도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게가 가볍고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소재라고 설명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개발돼 처음 선보인 플라스틱은 동식물이나 광물 등 자연에서 나오는 여러 소재를 대체해왔다. 나프타 등 원료가 풍부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일상생활부터 대형 공장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로 구성되는 원유가 고갈되지 않는 한 플라스틱으로 갖가지 소재를 뽑아낼 수 있다.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염화비닐(PVC), 합성고무 같이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는 범용 소재가 대표적인 예다. 플라스틱이 널리 쓰인 이유는 대량 생산 뿐만 아니라 경량성과 성형성 때문이다. 탄소는 전자가 4개이기 때문에 탄소 간의 결합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거나 산소나 질소, 염소 등 다른 원소나 작용기와 결합해 다양한 물성을 만들어낸다. 탄소를 죽 연결한 선형 고분자나 고리 형태를 띠는 방향족 고분자를 등 형태도 다양하다. 이 같은 특성이 모양 변형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더 가벼운 소재를 구현하는 데 기여했다. 단점은 강도다. 긴 탄화수소 고분자가 서로 얽혀 어느 정도의 강도를 구현하지만 철강재 같은 수준에는 못미친다. 내열성도 섭씨 100도(℃) 내외로, 주변에 불이 났을 때 고열을 잘 견딘다고 보긴 어렵다. 불이 나도 내부가 타면 안되는 지하철처럼 유리 섬유나 탄소 섬유를 섞어 강도와 내열성을 강화한 내열 플라스틱도 있지만 플라스틱 자체는 강하지 않다. 가벼운 무게와 가공하기 쉬운 성형성이라는 장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널리 쓰이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리기 위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강도 성능은 최소 대략 50메가파스칼(MPa) 수준이다. 고강도 콘크리트가 견디는 압축 강도와 비슷하다. 탄소 배열이나 첨가 물질 등으로 철강재 수준의 수백MPa 강도를 구현하기도 한다. 탄소는 배열 구조에 따라 흑연부터 다이아몬드, 탄소섬유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최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사람의 행동을 흉내내려면 사람이 가진 뼈대 구조와 최대한 비슷한 형태를 구현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뼈가 튼튼하다고 해서 철강재 등 금속처럼 무겁지는 않은 데다 인간의 관절이 구조와 소재 모두 복잡해 휴머노이드 개발자들은 철강재가 아닌 다른 소재를 찾게 됐다. 금속을 안 쓰거나 최소한으로만 쓰고, 고강도·내열성과 경량성·유연성을 모두 강화한 고기능성 플라스틱으로 빈 자리를 대체하는 식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석화기업들이 자동차와 항공·우주, 로봇 제조에 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내·외장재와 뼈대, 탑재 배터리 등 곳곳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적용해 기동성과 내구성을 갖추려는 수요자들에 석화사들이 발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와 관련한 시상식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열폭주 지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SFB) 소재로 상을 받았다. 불이 나면 표면이 세라믹처럼 단단해져 열과 화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준다. 1200도가 넘는 조건에서 화염을 10분 이상 견디는 내열 성능을 확보했다. 그동안 배터리에 적용한 난연 플라스틱은 배터리 열폭주 현상을 늦춰주는 정도로 근본적인 화재 확산 차단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반면 LG화학이 개발한 SFB는 고열 속에서도 쉽게 뚫리지 않기 때문에 특정 배터리 셀이나 모듈에서 발생한 화재가 옆에 있는 셀·모듈에 붙으며 피해가 커지는 문제를 막기 쉽게 해준다는 것이 LG화학 설명이다. 무게와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이는 것이 배터리 설계의 주안점이므로 SFB의 쓰임새가 전기차 등 최신 모빌리티 중심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11일 전시 현장에 있던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의 SFB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는 특성 때문에 배터리 내·외장재의 두께를 줄이고 여러 형태에 대응이 가능하다"며 “전기차 전체의 무게를 줄이고 차체 설계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민선 8기 유정복호 인천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좋아지는 도시로 ‘부각’

인천=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도시로 인천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시가 최근 시민의 삶의 질이 실제로 개선되면서 도시 경쟁력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는 19일 최근 월간중앙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정주 여건 분석'에서 삶의 질 개선도 전국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번 평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경제활력, 보건안전, 인구사회, 보육교육 등 4대 분야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얼마나 빠르게 좋아졌는가'를 평가한 결과다. 변화의 속도에 초점을 맞춘 조사에서 인천은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하며 전국 최고 수준의 개선도를 보였으며 보건안전과 인구사회 분야에서 큰 폭의 상승이 전체 평가를 견인했다. 인구사회 분야는 25점에서 64점으로 39점 상승했고 보건안전은 40점에서 53점으로 13점 증가한 반면 경제활력과 보육교육 분야는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도시 전반의 삶의 질 지표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최근 인천이 경제 성장과 복지 확대, 인구 유입 등 도시 전반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 분야에서도 인천의 성장세는 두드러져 1인당 개인소득이 최근 4년 동안 약 20% 증가했으며 최근 3년 평균 경제성장률 역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공항과 항만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물류 산업, 경제자유구역 중심의 투자 유치, 바이오와 반도체 등 미래 전략 산업 육성이 맞물리며 지역 경제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건·안전 분야에서도 변화가 이어져 의료 접근성 개선 정책을 통해 미충족 의료율이 감소했고 도서 지역을 포함한 의료 취약지에 대한 공공의료 지원이 확대됐다. 또한 정신건강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면서 시민 스트레스 인지율이 낮아지는 등 건강 관련 지표에서도 의미 있는 개선이 나타났다. 시의 인구 분야 성과는 더욱 뚜렷해 전국 광역시 가운데 드물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도시로 총인구 증가율과 순이동 증가율 모두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지원 정책, 출산·양육 지원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이 실제 정주 매력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보육·교육 분야에서도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과 긴급·야간 돌봄 확대, 아동수당 확대 등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유정복 시장은 “이번 결과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시민 한 분 한 분의 일상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라며 “인천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이어 “경제 성장과 복지 확대, 안전 강화, 돌봄 체계 구축까지 모든 정책의 중심에는 시민의 삶이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이 직접 변화를 느끼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체감형 정책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도 도시의 성장과 시민의 행복이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미래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삶의 질 중심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탄소배출 대폭 늘어난다”…삼전·하이닉스 주가 상승의 역설 [이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기대에 힘입어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증산에 따른 탄소 배출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캐나다 리서치 업체 테크인사이트는 1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환산 2억472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45% 급증한 수치다. 테크인사이트는 AI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과 이에 따른 최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가 탄소 배출 증가를 견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전력 소비와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불소계 가스가 반도체 산업의 주요 배출원이다. 보고서는 파운드리와 로직 분야가 여전히 전체 배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범용 반도체인 D램(DRAM) 생산에서의 배출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D램, 낸드(NAND), 파운드리·로직 부문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각각 2670만톤, 3400만톤, 7990만톤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030년에는 배출량이 각각 4660만톤, 4660만톤, 1억139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증가율만 보면 D램 부문 배출량이 75% 급증해 낸드(+37%), 파운드리·로직(+43%)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반도체로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 증가가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첨단 AI 반도체인 HBM4는 D램 12개를 적층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올해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HBM4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테크인사이트의 스티븐 러셀 선임 연구원은 “AI에 의해 촉발된 HBM 및 기타 첨단 메모리 수요 증가는 절대적 규모에서 반도체 제조 분야의 탄소 배출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제조업체들이 효율성을 개선하고 있음에도 웨이퍼 생산량이 늘고 공정 복잡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리서치 업체 실리콘 애널리스트는 HBM 생산 과정에서 기가바이트당 에너지 소비량이 기존 메모리 대비 최대 5배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미국 빅테크들의 AI 투자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HBM 수요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4개 기업은 올해에만 약 6500억달러를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지운 송 메타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HBM 공급 부족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 전망 역시 탄소 배출 증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19일 보고서를 내고 “현재 메모리 시장은 고객사 수요 충족률이 여전히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공급부족은 2030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 '탄소배출·주가' 동시에 끌어올린 AI 반도체 열풍 AI 반도체 생산 확대는 탄소 배출 증가를 초래하지만 역설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5% 증가한 2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D램 부문 영업이익은 서버용 D램과 HBM4 출하 확대에 힘입어 전년 대비 약 6배 증가한 163조원(영업이익률 74.1%)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 퀄컴에 이어 최근 엔비디아까지 파운드리 수주를 확보했으며, AMD와의 협력 역시 파운드리 부문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2만원을 유지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종가는 20만500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120만원에서 135만원으로 올리고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202조원으로 전망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D램 부문에서 70% 후반대,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40% 후반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서도 기존 20만5000원에서 26만원으로 상향했다. 노무라증권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29만원에서 3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 “배출 저감 기술 개선됐지만…생산 늘어나면 상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수단 또한 만만치 않다. 오스트리아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IIASA)의 팔라브 푸로히트 선임 연구원은 불소계 가스를 관리하는 저감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생산 라인당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의 투자가 필요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청정에너지 활용 역시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한국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러셀 연구원은 “현실적인 배출 저감 기술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배출 집약도가 낮아지더라도 생산 증가 속도가 더 빠르면 총 배출량은 여전히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체들은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고효율 스크러버 설치 등 다양한 감축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기가바이트당 스코프 1·2 배출 집약도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33% 감소했다. 삼성전자 역시 “제조시설 확장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일본 다이킨과 차세대 가스 'G2'를 공동 개발했으며, 이는 반도체 식각 공정에서 사용되는 삼불화메탄을 대체할 수 있는 저탄소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기준 스코프 1·2 배출량이 감소했다고 밝히며, 2030년까지 스코프 1 배출을 2020년 대비 42% 줄이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생산 시설 확대에도 불구하고 목표 달성 경로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李 “전쟁 추경은 속도전”…‘지방 우대’ 원칙도 지시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전쟁 추경'으로 규정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실상 '전쟁 추경'인 이번 추경은 민생경제 충격을 누르고 경기 회복의 동력을 살려갈 방향으로 편성해야 한다"며 “언제나 속도를 강조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속도가 생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와대와 모든 정부 부처는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엄중한 자세를 가져달라"고 말했다. 또 “많은 공직자가 밤잠을 설쳐가며 애쓰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고통받는 우리 국민의 삶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조금 더 힘을 내달라"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 편성과 관련해 '지방 우대' 원칙도 준수할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는 어려운 분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 안 그래도 부진했던 지방 경제가 더 큰 난관에 봉착했다"며 “지방 경제 침체가 계속되면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이 확대되면서 경제의 효율성과 안전성이 떨어진다. 지방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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