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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3주간 수출 15%↑…‘슈퍼사이클’ 반도체 70% 뛰어

2026년 첫달 중순까지 수출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전년대비 약 15% 증가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364억달러로 작년보다 14.9% 늘어났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4.5일로 작년과 같아 일평균 수출액도 25억1000만달러로 14.9% 늘었다. 수출은 작년 2~4월 증가세를 보이다가 5월에 감소했지만 6월부터 회복해 12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해들어서도 1월1~20일간 10%대가 늘어나 증가세가 8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을 주요 품목별로 보면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반도체 수출이 70.2% 뛰며 전체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9.5%로, 9.6%포인트(p) 확대됐다. 석유제품(17.6%), 무선통신기기(47.6%) 등도 증가세에 기여했다. 반면 승용차(-10.8%), 자동차 부품(-11.8%), 선박(-18.1%) 등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수출이 19.3% 증가했다. 중국(30.2%), 베트남(25.3%) 등에서도 증가세를 보였다. 유럽연합(-14.8%), 일본(-13.3%) 등은 감소했다. 1월 1∼20일 수입액은 370억달러로 4.2%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13.1%), 반도체 제조장비(42.3%) 등에서 증가한 반면, 원유(-10.7%), 가스(-23.1%), 기계류(-0.7%) 등에서는 감소했다. 특히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12.5%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3.1%), 미국(5.3%), 유럽연합(26.6%), 호주(15.9%) 등에서 늘었고, 일본(-0.1%) 등에서는 줄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북극항로, 종전 러시아, 미국의 亞 피봇…한국, 지정학 저주 벗어날 절호의 기회 잡아야”

“북극항로는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해양수산부 자문위원장)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경기 용인정 국회의원)이 주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으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북극항로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꿀 전환점임을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진행되면서 기존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 외에도 북극을 경유해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있다.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의 거리는 약 2만2000km이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5000km로 줄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새로운 항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미국은 이들의 북극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그린란드 합병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처럼 패권국 간 신항로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의 새로운 중간 거점으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해 아시아로 오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과의 관계 개선이 어려워 동진하고 있다"며 “남북을 잇는 북극항로가 녹아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세 가지 환경이 동시에 맞물리며 우리에게는 지정학적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전쟁 이전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핵심은 유럽이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봉쇄된 상태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의 방향을 아시아로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며 최근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전략 2050'에서도 북극 지역과 극동 지역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언주 의원은 “북극은 더 이상 먼 변방이 아니라 자원·항로·안보가 교차하는 신패권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며 “북극항로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의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제시됐다. 김병구 울산항만공사 북극항로 TF 팀장은 울산항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연간 총 물동량 2억 톤, 이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등 액체화물만 1억6000만 톤을 처리하는 동북아 최대 액체화물 항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항만이 북극항로의 주요 중간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LNG를 유연하게 사고파는 '트레이딩'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울산항이 중간 허브가 되려면 해당 항만에서 LNG를 실시간 가격과 수급 상황에 따라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북극항로가 아직 여름철에만 이용 가능하고 사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점도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범주 KEI컨설팅 전무는 “국내 LNG 시장은 플레이어 수가 적고 유연성이 낮아 트레이더가 반입한 물량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처분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시장과 제도가 개선된다면 가격 투명성 확보와 인프라 활용률 제고, LNG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북극항로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도 “한국가스공사뿐 아니라 직수입자에게도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트레이딩이 활성화 될 수 있다"며 “북극항로에서는 보험료가 수에즈 운하 대비 2~3배 높게 책정되고 있고, 극지 운항을 위한 강화 설비로 인해 선박 건조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리스크도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김태유 교수 “이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구상, 북극항로 대비한 해양민족 선언으로 이해해야”

“북극항로는 단순한 해상 지름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로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전략적 분기점이다. 에너지 수송로와 해상 교통로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 필수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구상은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 시대를 대비한 해양민족 선언으로 이해해야 한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제 질서에 대한 거시적 진단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21세기 세계는 더 이상 규범과 협력의 시대가 아니라, 강대국 간 생존 경쟁이 전면화된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국가는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공통점을 '해양 접근성'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영국, 미국, 일본 모두 해양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세력을 확장한 국가들"이라며 “반대로 대륙에 갇힌 국가는 외교·안보·경제에서 늘 구조적 제약을 안고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북극항로는 한국이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는 것이 김 교수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북극항로의 핵심 가치를 에너지 안보에서 찾았다. 그는 “북극에는 천연가스와 원유, LNG뿐 아니라 향후 수소·암모니아 등 미래 에너지 자원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다"며 “이 자원을 누가, 어떤 경로로, 어떤 조건으로 가져오느냐가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를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구조 중 하나"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특정 해협과 항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북극항로는 이러한 병목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해 온 핵추진잠수함 보유 구상을 북극항로 전략과 직접 연결지어 평가했다. 그는 “북극항로가 현실화되는 시대에는 단순한 상선 운항 능력만으로는 국가 이익을 지킬 수 없다. 에너지 수송로와 해상 교통로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 필수"라며 “핵추진잠수함은 장기간 잠항과 광역 작전이 가능해 북극해와 같은 극지 환경에서 에너지 수송로를 감시·보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구상은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 시대를 대비한 해양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이 북극항로를 활용하려면 외교·산업 정책뿐 아니라 해양 안보 전략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핵추진잠수함 논의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이 북극항로 경쟁에서 결코 불리한 국가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LNG 운반선과 쇄빙 LNG선 건조 능력을 갖춘 나라"라며 “조선·플랜트·해양엔지니어링 역량을 결합하면 단순 통과국이 아니라 북극 에너지 물류 체계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울산·여수 등 동남권 항만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허브 구상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북극에서 들어온 에너지를 저장·재기화·혼합·재수출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한국은 단순 소비국이 아니라 에너지 흐름을 조정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에너지 가격 안정과 제조업 경쟁력 유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안보적 의미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해상 교통로는 곧 국력"이라며 “말라카 해협이나 호르무즈 해협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 경제는 즉각 흔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키우는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의 짧은 전환기를 한국의 사실상 유일한 전략적 기회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전쟁이 끝난 직후가 러시아와의 협력 창이 가장 넓게 열리는 시점"이라며 “이 시기를 놓치면 러시아는 다시 중국 중심의 에너지·물류 질서로 깊이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역시 전쟁 이후 에너지·자원 개발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 해양·조선 역량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북극 LNG 운반선, 해양플랜트, 항만 인프라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이 시점에서의 협력은 단순한 양자 거래가 아니라, 한국이 북극항로와 에너지 물류 체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정치적 부담만을 이유로 기회를 외면할 경우,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모두에서 중장기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원전이냐 재생이냐 같은 에너지원 논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운송하고, 어떻게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할 것인지라는 더 큰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해양국가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며, 이제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북극항로 세미나] “지정학적 이점과 기술력 결합해 대항해 중심 국가로 세워야”

북극항로가 차세대 글로벌 물류·에너지 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항로 개척만으로 기회가 자동으로 열리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액체화물 인프라와 친환경 연료 공급 역량을 갖춘 울산항 등 국내 항만은 북극항로를 준비하고 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거래 구조와 시장·제도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를 실질적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항만 경쟁력 강화에 더해 시장 개방과 제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과 에너지경제신문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임종순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좌장)는 북극항로와 LNG 허브 구축을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선 '지정학 프로젝트'로 해석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강대국 간 긴장을 완화하고 인류 번영을 이끄는 위대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이점과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해 대한민국을 대항해 중심 국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구 울산항만공사 북극항로 TF 팀장은 울산항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국내 최적의 항만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항은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S-OIL,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정유·에너지 기업이 밀집한 산업 거점이자 세계 4대 액체화물 상업용 탱크터미널 클러스터를 갖춘 에너지 중심 항만이다. 울산항은 연간 총 물동량 2억 톤, 이 중 액체화물만 1억6000만 톤을 처리하는 동북아 최대 액체화물 항만이다. 김 팀장은 “이미 구축된 인프라만으로도 북극항로 개척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에너지와 석유·천연가스를 저장하는 상업용 탱크터미널의 경우, 국내 저장시설의 50% 이상이 울산항에 집중돼 있다. 상업용 탱크터미널은 컨테이너가 아닌 액체 화물을 취급한다는 점만 다를 뿐 기능적으로는 컨테이너 터미널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울산항은 이미 북극항로 운항 경험도 축적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북동항로와 북서항로를 포함해 총 17회의 북극항로 상업 운항이 이뤄졌으며 누적 물동량은 5만5388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울산 소재 제지 기업들이 캐나다에서 목재 펄프를 북서항로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사례는 울산항이 북극항로의 실질적 기·종점 항만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울산항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역량이 꼽혔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해운 부문 탄소중립을 목표로 각종 규제와 제도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은 친환경 연료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해운에 의존하는 만큼, 항만의 연료 경쟁력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울산항은 지난 2023년 정부로부터 국내 유일의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거점 항만으로 지정됐으며, 이를 계기로 관련 투자가 본격화됐다. 특히 세계 최초로 그린 메탄올을 선박 연료로 공급한 항만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그린 메탄올 공급 실적은 울산항이 친환경 에너지 벙커링 표준과 산업을 선도하는 항만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벙커링 표준 절차 연구개발, 민관 합작 벙커링 기업 설립 등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토론에서는 북극항로의 구조적 한계도 분명히 지적됐다. 북극항로의 기회를 잡고 부산과 울산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사업자인 '트레이더'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은 북극항로가 기후 변화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항로 개척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름철에만 제한적으로 이용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를 상시적·지속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북극항로는 금융·보험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보험료가 수에즈 운하 대비 2~3배 높게 책정되고 있고, 극지 운항을 위한 강화 설비로 인해 선박 건조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리스크도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북극항로는 약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극항로를 기존 항로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 차원의 '플랜 B'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기후 변화 속도, 금융·보험 인프라, 지정학적 안정성 등은 결국 타이밍의 문제"라며 “타이밍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로는 제도 개혁을 꼽았다. 그는 “트레이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제3자 접근, 판매 제한 등 제도적 장벽을 풀어야 한다"며 “가스공사뿐 아니라 직수입자에게도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트레이더를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북극항로를 단순한 물류 효율화 수단이 아닌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평가하며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 “LNG는 이미 ‘유연 상품’…관건은 韓 시장·제도 전환”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하려면 물동량 확보뿐만 아니라 시장 제도와 여건에 대한 개편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액화천연가스(LNG)는 더 이상 도착지가 고정된 경직적 상품이 아니다"며 “스팟(현물) 비중 확대와 계약 구조 변화로 항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커졌다"고 밝혔다. 김 전무에 따르면 과거 LNG는 장기계약 중심, 도착지 제한이 강한 절대 계약 구조였지만, 셰일가스 생산 확대 이후 계약 유연성이 빠르게 높아졌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다수의 LNG선이 시장 상황에 따라 항로와 목적지를 바꾼 바 있다. 공급 주체 역시 국영 가스전이나 메이저 국제석유회사(IOC)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가스전을 조합해 최적 공급을 설계하는 트레이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LNG 가격 체계도 전통적인 유가연동(JCC)에서 벗어나 아시아 LNG 현물가격(JKM), 유럽 가스 허브가격(TTF) 등을 결합한 복합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김 전무는 “2010년대 중반부터 논의되던 LNG 상품의 변화가 이제서야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문제는 여건만으로 자동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 성공 조건으로 △물리적 인프라 △시장 형성 △제도적 지원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물리적 인프라 측면에서 한국은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가스공사가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 저장용량을 보유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LNG 저장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 터미널이 배관망으로 연결돼 있어 저장·이송·벙커링 활용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천연가스 수요 감소로 저장시설 이용률이 떨어질 가능성은 극복할 과제로 꼽았다. 가스공사 저장용량은 1216만㎘, 민간 저장용량은 193만㎘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1409만㎘이다. 또한 국내 천연가스 주배관은 5346㎞로 끝과 끝이 서로 연결된 환상망 구조로 설계돼 있어, 주입과 사용이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가장 큰 한계로는 시장이 지목됐다. 김 전무는 “국내 LNG 시장은 플레이어 수가 적고 유연성이 낮다"며 “트레이더가 반입한 물량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처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7년 도시가스사업법 개정 이후 반출입 규제가 강화되며 직수입 물량조차 용도별로 엄격히 관리되는 점이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반출입 제도 개선과 트레이더의 국내 활동 여건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수급 관리라는 도시가스사업법의 철학을 유지하되 LNG 상품 시장의 경쟁과 유연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전무는 “시장과 제도가 개선된다면 가격 투명성 확보, 인프라 활용률 제고, LNG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북극항로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중동·호주·미국에 더해 북극까지 공급원이 다변화되는 것은 한국에 분명한 전략적 기회"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진수남 가스기술공사 사장직무대행 “국제질서와 산업전략 함께 고민할 때”

진수남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 참석, 환영사로 북극항로 논의가 단순한 물류 차원을 넘어 국제 질서와 산업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가능성의 영역을 지나 이제는 현실적 선택과 판단을 요구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며 “이는 국가 간 협력과 책임, 전략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의 통찰이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며 이번 논의가 관점 제시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전략, 실행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박노벽 전 대사 “러시아는 유럽을 잃었다…북극 에너지의 방향은 아시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극 에너지는 유럽이 아닌 아시아를 향할 것이며, 한국은 그 흐름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대사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질서를 “미·중·러 3각 경쟁이 본격화된 전환기"로 규정하며, 북극항로와 에너지 질서가 어떻게 재편될지를 외교·안보 관점에서 설명했다. 박 전 대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적 충돌"이라며 “현재의 전쟁 양상은 미·러 대립을 넘어,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러시아의 위치를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대러 전략을 '이중 구조'로 분석했다. 미국은 한편으로 러시아에 대해 에너지 제재와 금융 압박으로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종전 이후 러시아를 다시 세계 경제 질서로 편입시킬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사는 “이 과정에서 에너지 분야가 가장 중요한 지렛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유럽 시장의 상실이다. 박 전 대사는 “전쟁 이전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핵심은 유럽이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봉쇄된 상태"라며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의 방향을 아시아로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최근 발표한 '에너지 전략 2050'을 언급하며, 북극 지역과 극동 지역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사는 “전쟁 이전에는 시장 주도형 전략이었지만, 전쟁 이후에는 국가 주도형 전략으로 전환됐다"며 “다만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는 다시 해외 자본과 기술 없이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 역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전 대사는 “중국은 러시아를 전략적 동반자라기보다 종속 변수로 다루고 있으며, 가스 가격과 투자 조건에서 매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역시 미국의 제재 변수와 외교적 균형 전략으로 인해 러시아 에너지 수입 확대에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현실적으로 기대를 거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사는 “한국과 일본은 기술력, 금융 역량, 조선·플랜트 능력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라며 “특히 야말(Yamal) 등 북극 LNG 프로젝트는 한국의 쇄빙 LNG선과 플랜트 기술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기회가 자동으로 주어지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박 전 대사는 “러시아의 에너지 전략은 여전히 국가 안보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정치·외교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과 민관 협력 구조가 없다면, 한국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에너지, 외교, 안보가 동시에 맞물린 공간"이라며 “종전 이후 질서 재편 국면에서 한국이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느냐가 향후 수십 년 에너지 안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북극항로 세미나] 이언주 의원 “북극항로, 에너지 안보 강화 韓 성장전략 새 축 부상”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경기 용인정 국회의원)은 북극항로에 대해서 “북극은 더 이상 먼 변방이 아니라 자원·항로·안보가 교차하는 신패권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며 “북극항로는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의 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주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으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강대국 대한민국을 향한 해양민족 선언)' 세미나에 참석, 축사를 통해 북극항로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최근 국제 정세 변화를 언급하며 북극의 전략적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과 제재 환경 변화 논의가 맞물리면서 북극항로와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국제 질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항로는 단순히 운송 거리를 줄이는 지름길이 아니라 에너지 조달 비용을 낮추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여 우리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와 북미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와 천연가스, 향후 수소·암모니아 등 청정에너지가 북극항로를 통해 아시아로 본격 유입될 경우, 한국이 에너지 수입국을 넘어 에너지 물류와 거래의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한국이 북극항로 시대를 현실적인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부산·울산·여수를 중심으로 한 항만 인프라와 LNG 저장·재기화, 벙커링 역량,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연계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는 북극항로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에서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며, 북극항로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AI로 프로필 만들고, 식단 관리도…AI 활용도 높이는 컬리

리테일 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컬리가 물류에 이어 마케팅 영역까지 AI 활용폭을 넓히고 있다. AI 기반의 다양한 체류 유도형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운영 측면에서도 기존 마케팅팀이 맡던 큐레이션 업무까지 대체하는 등 AI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21일 컬리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앱 내 생성형 AI 기반의 'AI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이미지를 올리면, 인형·영화배우·옛날 캠·한복 등의 콘셉트로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준다. 매일 지급되는 이용권(1장)으로 사용이 가능한데, 해당 서비스와 관련한 링크를 공유하면 이용권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기자가 직접 AI 스튜디오를 사용해보니 간편한 이용 방법과 빠른 전환 시간이 장점이었다. 한복을 주제로 '이미지 만들기' 버튼을 누른 뒤 반려견 사진을 선택하니, 한복을 입고 있는 강아지 이미지로 재탄생했다. 이 모든 과정이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컬리 관계자는 “AI 스튜디오는 앱 내 신규 사용자뿐 아니라 기존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함으로써 고객 활동성을 강화하고자 만들었다"면서 “또, AI 네이티브(Ai-Native) 가능성을 검증하는 목적도 있다"고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AI 네이티브는 단순 도구로서 AI 관련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핵심 사업 요소로 내재화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컬리가 지난해 8월 선보인 식단 관리 앱 '루션'도 AI 기반의 체류 유도형 콘텐츠로서 또 다른 대표 사례다. 기존 앱과 별도의 플랫폼으로 운영되지만, 추천 식단을 누르면 컬리 앱에서 판매 중인 관련 상품으로 연동시켜주는 방식이다. 구글 제미나이·버텍스 AI를 도입한 이 프로그램은 식단 기록 정확도 등 핵심 기능도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사용자가 등록한 음식이 없을 때 실시간으로 영양정보를 생성하도록 함으로써 음식 미인식 비율을 13.7%에서 5.5%로 줄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컬리는 현재 만보기·체중 기록 기능 등 루션에 부가 기능을 더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체성분 분석 기기 연동도 지원하며, 체지방률·근골격량·기초대사량 등 주요 신체 지표까지 자동 분석해주는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컬리는 마케팅의 한 축인 '큐레이션 역량'을 강화하는 측면으로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 기반의 상품 전시 최적화 시스템'을 적용해 컬리 앱 메인 화면에 위치한 상품 컬렉션 작업을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컬리 온사이트 마케팅팀이 상품 컬렉션에 배치시킬 추천 상품을 일일이 찾아 노출시켰던 반면, 해당 시스템 도입으로 AI컬렉션으로 전환해 불필요한 수작업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됐다. 컬리 관계자는 “AI 상품 전시 최적화 시스템을 통해 큐레이션 영역 당 약 5시간의 운영 시간을 줄였다"면서 “추천 정확도를 꾸준히 높여 이를 최대 8시간까지 절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김유승의 부동산뷰] 흔해진 ‘하이엔드’ 아파트…제3의 브랜드 늘어난다

서울 강남 3구 등 1급지들을 중심으로 특화 설계와 특급 커뮤니티 시설을 앞세운 하이엔드 아파트가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실거주 만족도와 시세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어 서울 외에도 과천, 부산 등 일부 상급지들로 확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이같은 하이엔드 아파트도 너무 흔해져 차별성을 기대하기 힘든데다 비싼 건축 원가·분양가 등으로 '제3의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엔드 아파트는 설계부터 시공, 마감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차별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획일적인 주거 형태를 벗어나 해외 유명 건축가와의 협업을 통해 외관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남향 위주의 배치나 한강 조망 등 우수한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특화 설계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아울러 거실 천장고를 높여 호텔과 같은 공간감을 연출하고, 히든형 주방을 도입하거나 드레스룸을 대형화하는 등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자재 역시 독일·이탈리아·영국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바닥재와 벽체, 주방 마감재를 적용하는 등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 역시 주효한 차별화 요소다. 단지 내 고급 운동 시설부터 입주민 전용 영화관 등 다양한 여가 시설을 조성하고, 커뮤니티 공간에서 조식·중식·석식을 제공하는 등 호텔급 편의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취지다. 예컨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에 단지 중앙 3000평 규모의 조경 시설인 '파라마운트 밸리'를 조성할 예정이다. 지하 공간에는 아쿠아파크와 골프클럽, 스파형 게스트하우스, 프라이빗 영화관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이 부산에 공급한 '써밋 리미티드 남천'은 전국 최초로 자동화 금고 서비스를 도입했다. 프라이빗 시네마와 호텔식 사우나, 다이닝 레스토랑 등도 갖췄다. 국내 하이엔드 브랜드의 출발은 DL이앤씨였다. 013년 신반포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 분양을 계기로 기존 '아크로' 브랜드를 하이엔드로 리뉴얼했다. 이후 2015년 현대건설이 고급화에 초점을 맞춘 하이엔드 콘셉트의 '디에이치'를 선보이며 건설사간의 고급화 경쟁이 본격화됐다. 현재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7곳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선보인 '써밋', 롯데건설의 '르엘', 포스코이앤씨가 내세운 '오티에르', SK에코플랜트가 공급하는 '드파인'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도 강남 원베일리와 원펜타스 등에 적용된 '래미안 원'을 하이엔드 브랜드 대용으로 삼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과거에는 시공능력평가 상위의 메이저 건설사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단지에 일종의 로열티나 브랜드 파워를 부여할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건설사별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며 “특정 입지나 지역이 브랜드 기준에 부합할 경우에만 적용하다 보니 명품 브랜드처럼 '명품 아파트'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입주한 '잠실 르엘'의 경우 동일 입지에 일반 브랜드인 롯데캐슬이 적용됐다면 현재와 같은 가격 형성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거래 과정에서 브랜드 프리미엄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하이엔드 아파트 공급 이후 기존 대장 아파트가 교체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트렌드와 맞물려 대장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면서, 하이엔드 아파트가 비교적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현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가 지난해 6월 전용 84㎡가 72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이는 기존 대장 아파트였던 '아크로리버파크'가 지난해 9월 전용 84㎡가 54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했을 때 약 31.6% 높은 수준이다. 송파구의 기존 대장 아파트였던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가 점차 '잠실 르엘'로 대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르엘 잠실은 지난해 11월 전용 59㎡가 39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반면 잠실엘스 전용 59㎡는 지난 10일 30억9500만원, 리센츠 전용 59㎡는 지난해 10월 29억8000만원에 손바뀜해 약 10억원 안팎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희소성도 가치 상승 요인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최근 5년간(2021년~2024년 9월 15일) 청약홈을 통해 접수된 일반공급 물량 60만3849가구 가운데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된 가구는 2만7868가구로, 전체의 약 4.6%에 불과했다. 반면 평균 청약 경쟁률은 일반 아파트가 약 12대 1인 데 비해 하이엔드는 19대 1로 더 높았다. 실제로 내부를 둘러보면 실거주자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차이도 확인된다. 대표적으로, 최근 분양한 SK에코플랜트의 하이엔드 아파트 '드파인 연희'는 거실과 방 3개가 같은 방향으로 배치되는 판상형 4베이 설계를 대부분의 평형에 적용했다. 3베이 구조의 경우 한쪽 방이 응달이 돼 실거주 시 불편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유상 옵션으로 제공되는 폭이 넓은 강마루를 기본 사양으로 적용한 점도 특징이다. 화장대나 선반 등 빌트인 가구 역시 유상 옵션이 아닌 기본 사양으로 제공하는 등 차별화를 꾀했다. 이 같은 선호 현상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현대건설의 '과천 디에이치 르블리스'와 대우건설이 부산에 공급한 '써밋 리미티드 남천' 등 하이엔드 아파트 공급이 수도권은 물론 지방으로까지 넓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됐다고 해서 모든 단지가 동일한 수준의 최고급 사양을 갖추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가 다양한 옵션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사업비와 조합원 분담금, 분양가 등을 고려해 조합과 함께 적용 범위를 정해야 한다"며 “설계와 자재 선택에서 조합의 영향력이 큰 만큼, 하이엔드라고 해서 전반에 최상급 옵션을 적용하는 것은 강남권 정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이엔드 브랜드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상급지 도시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브랜드가 기준처럼 자리 잡으면서, 일반 브랜드가 적용된 단지를 둘러싼 입주민과 조합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은 DL이앤씨와 맺은 시공 계약을 대의원회에서 해지하기로 의결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에 착수했다. 조합이 요구한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DL이앤씨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공사 교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과거에는 브랜드 선택지가 제한적이었고 하이엔드 개념도 뚜렷하지 않아 분쟁 여지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하이엔드 브랜드가 빠르게 늘고 공사비와 사업비 부담까지 확대되면서 수요자의 기대 수준이 한층 높아졌고, 이에 따라 갈등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엔드 상품을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으니 각 건설사들은 브랜드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장마다 선별 적용해 브랜드 가치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조합과의 갈등이 커질 수 있지만, 만일 하이엔드 브랜드의 가치가 희석될 경우 향후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새로운 하이엔드 브랜드를 다시 만들면 소비자 혼란을 키울 수 있는 데다 회사 입장에서도 브랜드 관리 부담이 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제3의 브랜드'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각 건설사의 컨소시엄 브랜드를 병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아예 새로운 브랜드명을 만들어 적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송파구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헬리오시티'가 꼽힌다. 헬리오시티는 총 9510세대 규모에 이르는 초대형 재건축 사업으로, 현대건설·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 등 3개 건설사가 공동 시공했다. 이 단지는 지난 3일 전용 39㎡가 지난 3일 18억25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전용 84㎡도 10일 27억5000만원에 손바뀜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일반 브랜드를 쓰기도 애매한 사업장의 경우 향후 수요에 맞춘 맞춤형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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