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의 양대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이 예술작품 전시관으로 변신에 공들이고 있다. 고급 이미지 구축을 통한 백화점 고객 유치 전략의 일환이지만 명동의 관광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명동 본점 '더 헤리티지'(옛 조선저축은행 및 제일은행 본관) 4층 헤리티지 뮤지엄에서 '명동 살롱: 더 헤리티지'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달 9일 더 헤리티지가 10년간의 복원·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개관한 이후 헤리티지 뮤지엄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회다. 4층 헤리티지 뮤지엄은 원래 1935년 건축당시부터 실내 강당으로 쓰이던 공간으로, 신세계백화점은 강당 무대 등 원형을 보존하면서 다양한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첫 전시회는 1950~1960년대 명동 일대를 촬영한 1세대 사진가 성두경·임응식·한영수 3인의 사진 작품과 영상이 전시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중심으로 명동 일대의 건물을 비롯해 말·전차·자동차가 함께 지나는 모습, 한복·양복이 혼재된 행인 모습, 말을 탄 경찰과 신문팔이 소년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모습도 담겼다. 신세계백화점은 더 헤리티지 건물 자체가 문화재(서울시 유형문화재 제71호)인 만큼 건물의 약 90%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 동시에 1~2층 샤넬 매장을 제외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대부분의 공간을 한지 공예품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사진전을 찾은 한 방문객(60대·여)은 “신세계백화점에서 친구들 모임을 갖기 앞서 잠시 들렀다"며 “도심 속에서 조용히 옛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30일부터 이달 29일까지 한 달간 명동 본점과 롯데호텔 서울광장 일대에서 '롯데타운명동(LTM) 아트 페스타'를 개최한다. LTM 아트 페스타는 지난 2023년부터 롯데백화점이 서울시 등과 협력해 개최해 온 민관협력 관광축제 '서울페스타 명동 페스티벌'의 연장선 성격의 행사로,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영플라자, 에비뉴엘(명품관), 롯데면세점, 롯데호텔이 모여있는 명동 '롯데타운'을 쇼핑·문화·엔터테인먼트 복합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LTM 아트 페스타는 젊은층과 외국인관광객을 겨냥해 '도심의 열기(Downtown Fever)'를 테마로 호주 아티스트 '브롤가'가 제작한 힙합 분위기의 캐릭터 '스티지(Steezy)'를 비롯해 현대예술 작품 위주로 꾸몄다. 롯데백화점 본점 본관 외부와 내부 중앙홀 등에 5~8m 크기의 대형 스티지 조형물을 설치했으며 본관과 에비뉴엘 각 층마다 주재범·최연재·정그림·강민기·유재연 작가의 현대회화 및 조형작품을 전시했다. 또한 본관 1층에는 스템프 투어 미션을 완수한 고객에게 한정판 굿즈를 증정하는 기프트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등 체험형 콘텐츠도 더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타운명동 아트 페스타가 트렌디한 감각을 내세워 2030세대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집객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명동 상권은 엔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돼 한류 관광의 중심 자리를 되찾고 있으며 2023년 기준 명동은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지역 1순위(85.9%)를 차지했다. 업계는 롯데·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문화·예술 마케팅이 고급화로 차별화해 고객 유입과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백화점의 생존전략이기도 하지만, 명동 일대가 한류 관광의 중심지인 만큼 서울의 관광 콘텐츠를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