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전쟁 공포가 전 세계 하늘길을 덮치자 국내 여행업계가 스스로 철옹성 같던 위약금 규정을 거두며 '100% 전액 환불'이라는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중동이 목적지인 사람은 물론 두바이 등을 단순 경유하는 여행객들에게도 취소 수수료를 단 1원도 받지 않겠다며 입장을 전격 선회한 것이다. 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국내 굵직한 대형 여행사들이 중동행 및 중동 경유 패키지 상품에 대해 줄줄이 '수수료 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통상 외교부 여행 경보 3단계(출국 권고) 이상이 아니면 소비자가 단순 불안감으로 여행을 취소할 경우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물어내야만 한다. 현재 주요 기착지인 아랍에미리트(UAE)는 2.5단계(특별 여행 주의보)에 불과하지만, 여행사들은 소비자 피해 주의보까지 발령된 험악한 여론 앞에 규정집을 덮고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하나투어는 3월 출발하는 중동 노선에 대해 100% 환불을 확정 지었고 모두투어는 아예 환불 적용 기한조차 두지 않고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돈을 내어주기로 했다. 놀유니버스·노랑풍선·참좋은여행·여기어때투어 역시 일제히 '중동행 취소 수수료 제로(0)'를 선언하며 대규모 환불 사태 진화에 나섰다. 여행사들이 이토록 파격적인 출혈을 감수하게 된 결정적 배경에는 항공사들의 '백기 투항'이 자리 잡고 있다. 패키지 취소 수수료의 절대다수가 결국 항공권 위약금에서 파생되는데 항공사들이 먼저 수수료 장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3월 말까지 인천~두바이 노선의 취소 및 변경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기로 했다. 에미레이트항공·카타르항공·에티하드항공 등 중동의 항공 맹주들마저 줄줄이 무료 취소 정책에 동참하면서 여행사들 역시 밀려드는 환불 러시를 막아설 명분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중동으로 떠났다가 이란의 공습 여파로 두바이 공항 등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이다. 여행사들은 이들을 무사히 구출하기 위해 막대한 체류비 폭탄까지 기꺼이 떠안고 있다. 하나투어는 이번 사태로 두바이에 고립된 고객 150여 명의 추가 숙박비와 식비는 물론 귀국 항공권 비용까지 전액 책임졌다. 참좋은여행과 놀유니버스 역시 귀국 지연으로 발생한 천문학적인 체류 비용과 항공료를 회사가 전부 부담하겠다며 놀란 고객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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