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짙은 전운이 대한민국 재계의 철옹성 같던 시가 총액 순위마저 바꿔놨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글로벌 방산주에 투심이 쏠리면서 K-방산의 최전선에 선 한화그룹이 LG그룹을 누르고 재계 시총 4위 자리를 탈환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준 한화그룹 12개 상장사의 시가 총액 합산액은 180조6740억 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국내 자본 시장에서 삼성(1433조 원)·SK(826조 원)·현대자동차(300조 원)에 이어 당당히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그동안 굳건하게 재계 4위 타이틀을 지키던 LG그룹(175조290억 원)은 한화그룹의 폭발적인 기세에 밀려 5위로 주저앉았다. 이러한 자본 시장 쿠데타의 선봉장에는 단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섰다. 이란 사태 발발 직후, 이 두 기업의 주가는 기염을 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단 4거래일 만에 주가가 28만6000원이나 수직 상승하며 14조7471억 원을 허공에서 빨아들였다. 현재 시총만 76조3653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화시스템 역시 주가가 4만5300원 치솟으며 시총 30조 원(30조192억 원) 고지를 밟았다. 단 며칠 새 두 회사에서만 23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든 셈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작금의 방산 랠리가 단순한 '전쟁 테마'의 일회성 거품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중동의 지정학적 패권 다툼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각국의 피 말리는 군비 경쟁이 '구조적 대폭발'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무기 체계 수요 폭발은 단기 이벤트가 아님을 이번 전쟁이 증명했다"며 “방공 미사일 밸류 체인을 꽉 쥐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체 불가능한 업종 최선호주"라고 못 박았다. 이동헌·이지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메네이 사망 이후 중동의 군사 패러다임은 '방어적 억지'에서 '선제적 차단'으로 완전히 뒤집힐 것"이라며 “자국을 지키기 위한 방공망과 정밀 타격, 무인기 수요가 팽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단기적인 전황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끝없이 쏟아질 수주 파이프 라인이 주가의 강력한 우상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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