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중복상장 토론에도 입장 차 ‘여전’…주주 동의 방식·예외 범위서 이견[자본법안 와치]](http://www.ekn.kr/mnt/thum/202605/news-p.v1.20260527.2284feb4d850408e84f099f47a2649ce_T1.png)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위한 세 차례 공개 세미나를 열었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모회사 일반주주 동의를 의무화할 건지, 어떻게 받을지를 두고 기관 투자자는 일반주주 다수결로 동의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기업과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 업계는 투자와 기업공개(IPO)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며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한국거래소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3차 세미나'를 열고 중복상장 과정에서의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제도의 큰 방향인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과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설계로 들어가자 이견이 드러났다. 거래소는 “상장 자체를 막기보다 주주의 실질적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7월 제도 시행을 목표로 금융당국과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왕수봉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보호 의무를 부과하고 특별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 공정성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모회사 이사회의 의무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주주 영향 평가 ▲현금배당·자기주식 소각·자회사 주식 배분 등 보호 방안 마련 ▲간담회·설문·임시주총 등 주주 소통 ▲찬반 결의와 자회사 통지 ▲공시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일반주주 동의 방식으로는 특별결의보다 '소수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이나 '3%룰'이 일반주주 보호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MoM은 최대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 다수의 동의를 받는 방식이다. 3%룰은 감사위원을 선출·해임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왕 교수는 “특별결의는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서는 가결이 너무 쉬워 기존과 차이가 없다"며 “일반주주 보호라는 취지에는 MoM이나 3%룰이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개정된 상법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조되면서 모회사 이사회가 일반주주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근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자회사 상장은 자회사 이사회가 결정해 왔기 때문에 모회사 일반주주 의견은 사실상 반영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기관 투자자 측은 소수주주 다수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성윤 달튼인베스트먼트 한국 대표는 “중복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 사안"이라며 “기존 중복상장 구조를 해소하고 신규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도입됐지만 자율적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완벽하게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결국 일반주주 다수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 이후에도 일부 기업에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외부 평가기관 산정 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패밀리마트–이토추 상사 사례를 언급하며 특별위원회만으로는 독립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는 미국식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제도나 상사 전문법원이 없어 사후 소송만으로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중복상장을 예외 없이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장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중복상장은 예외 없이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맞다"며 “상장이 필요하다면 인적분할로 처리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코스피 시가총액이 9.4배 늘었으나 지수는 5.6배에 그친 점을 근거로 자사주 소각 부재와 중복상장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IPO 이후 남은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 주주에게 배분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벤처캐피탈(VC)·사모펀드(PE)·증권사는 중복상장 원칙 금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은 별도 예외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이 이사회나 특별위원회를 갖추기 어렵고, 투자 위축이 우량기업의 IPO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대표는 순수 지주회사에 대한 완화된 접근과 기존 투자 건에 대한 소급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체 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회사가 새 사업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는 사업부문을 분리하는 물적분할과 성격이 다르며, 제도 도입 전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의 회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왕태식 NH투자증권 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한 '열린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왕 본부장은 “해외와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보다 국내 기업의 특성을 감안해 열린 관점에서 심사하고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후 정부가 지주회사 제도를 과세이연 특례 등으로 장려한 결과 대기업 상당수가 투자 여력이 제한된 순수 지주회사 형태가 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주주명부 폐쇄 없이 진행되는 소액주주 간담회가 실제로 의결권 있는 주주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실무상 한계도 지적했다. 왕 본부장은 “간담회를 진행하면 참석하는 소액주주가 굉장히 소수이고 참석한 주주가 실제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인지도 불분명하다"며 “목소리 큰 몇몇 주주가 의견을 주도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부회장은 “우선 이번 논의가 실체법적 규제인지, 절차적 의무 부과인지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MoM·3%룰·특별결의 방식이 현행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위반 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조달 비용은 연 1.4% 수준인 반면 차입·회사채 조달 비용은 3.29% 수준이라며 상장 제한이 기업 투자와 배당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부회장은 법무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도 MoM 방식을 권고하지 않았고, 일본 역시 인위적인 규제 없이 중복상장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임흥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이번 제도가 상장 금지가 아닌 주주의 실질적 보호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임 상무는 “기조 자체의 변화를 꾀한다기보다는, 그동안 디스카운트됐던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주의 실질적 보호라는 부분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도 개선이 여러 차례의 공청회와 간담회를 거친 사안이라며 “의견들이 조금씩 좁혀가는 느낌은 있다"고 평가했다. 최종 확정까지 금융당국과 추가 협의를 거쳐 7월 시행 목표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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