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부실기업 신속 퇴출'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 요건과 동전주 규정에 대한 후속 조치를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다. 실질심사를 통한 상장폐지는 소송 끝에 결론이 뒤바뀐 사례가 아직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입 문턱에서는 기술특례 상장의 평가 체계와 업종별 심사 기준을 손질해 심사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코스닥데이'를 열고 상장폐지 제도와 기술특례 상장 고도화 방향 등을 설명했다. 형식심사 상장폐지는 상장 규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면 다른 사정을 따지지 않고 퇴출하는 제도다. 거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첫째 유형이다. 거래량 미달이나 주식분산 미달이 여기에 해당하며, 거래소는 이런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 뒤 1년간 개선 기회를 준다. 그래도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한다. 최종 부도나 감사의견 거절처럼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곧바로 퇴출 절차에 들어간다. 거래소는 최근 시가총액 요건을 강화하고 동전주 요건을 새로 만들어 형식 기준 자체를 높였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이 요건에 따른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정리매매가 중단된 기업이 나왔다. 비슷한 처지의 기업들이 줄줄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 신속 퇴출이라는 정책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찬 공시부 팀장은 “후속 조치는 상장부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내부 보고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구체적인 사항을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9년 도입된 실질심사는 형식 기준을 교묘히 피해 가며 부실해지는 기업을 걸러내는 장치다. 횡령·배임 혐의, 주된 영업 정지 등 약 20개 사유가 있다. 오재화 상장관리부 팀장은 사유 발생이 심사를 시작하는 '방아쇠'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횡령 금액이 전액 회수되거나 영업 허가가 다시 갱신되더라도 사유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심사는 그 이후에 영업 지속성, 재무 건전성, 경영 투명성을 종합적으로 따져 상장폐지 여부를 정한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심사위원회와 시장위원회가 두 단계에 걸쳐 심의한다. 오 팀장은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 기업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면서도 “현재까지 소송으로 결론이 뒤바뀌어 상장폐지된 기업이 다시 살아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진입 측면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고도화가 과제로 제시됐다. 2005년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도입된 기술특례 상장은 21년 만에 누적 300사를 넘어섰다. 기술특례 기업의 누적 시가총액은 도입 당시 약 2600억원에서 지난해 말 70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거래소는 연말까지 전문평가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외부 연구용역에 착수했고 9월에는 공청회를 열었다. 개선안의 골자는 표준 기술평가 모델의 지표를 첨단 업종에 맞게 재정비하고 평가기관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업종별 맞춤형 질적 심사 기준도 넓혀 왔다. 2019년 바이오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AI·에너지·우주항공, 올해 6월 말 첨단로봇·사이버보안·K콘텐츠가 추가됐다. 연말까지 방산 등 3개 업종이 더해진다. 상장 이후 관리도 조였다. 이석우 기술기업상장부 팀장은 “기술력과 영업실적 시현 사이에는 일정한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지난 7월부터 매출액 미달·대규모 손실에 따른 상장폐지 유예를 마일스톤을 공시한 기업에만 적용하고 있다. 기술특례 기업이 상장 때 내세운 기술 분야와 무관한 사업으로 주력을 바꾸면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도록 규정도 바꿨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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