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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수급 불균형에 원·달러 1480원대 고착 우려...당국 “달러 유입 촉진” 대응 전환

원·달러 환율이 8개월 만에 장중 1480원대를 넘어서며 고환율 국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외환당국의 경계 발언과 시장 안정 조치에도 환율 수준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자, 일시적 급등인지 구조적 변화의 신호인지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린다. 외환당국은 '달러 유출 차단'에서 '달러 유입 촉진'으로 대응 방향을 바꿨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6.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환율은 장중 1482원대까지 오르며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연말을 앞둔 외화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달러인덱스 상승과 함께 외환시장의 달러 유동성이 빠듯해지면서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움직임을 변동성 차원을 넘어서 '수준'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기자설명회에서 “불필요하게 높은 환율 레벨은 조율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고환율이 금융위기라기보다는 물가와 분배 측면에서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외환당국 수장이 환율의 절대 수준에 개입 의지를 내비친 이례적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개입이나 구두 경고만으로 환율 흐름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환율은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잠시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거시 변수보다 수급 요인이 환율을 좌우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과거 원·달러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은 경상수지(무역)였다. 최근에는 수출 호조에도 환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수출과 환율 사이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 확대로 인해 국내로 들어오는 외화는 줄고 해외 투자를 위한 국내 달러 수요는 늘면서 수급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지목된 '서학개미' 외에도 금융기관도 외화수요를 늘린 주요 주체 중 하나다. 다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실제 외화 수요를 주도한 주체는 국민연금보다 자산운용사·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개인 투자자였다. 자산운용사는 해외 투자 상장지수펀드(ETF)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추종하기 위한 기초자산으로 미국 주식을 더 많이 사들였다. 연말 결산을 앞둔 계절적 요인까지 겹치며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이 일시적으로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고환율로 인한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물가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0.3%포인트 높아진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에서 유지될 경우 내년 물가상승률은 기존 전망치(2.1%)를 웃도는 2.3% 안팎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수입 원가 상승은 에너지와 식료품 등 생활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를 살 때 환율은 1530원대를 넘어서며 해외여행·유학·직구 관련 체감 비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수출 기업이나 해외 자산을 보유한 일부 주체는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고환율이 경제 주체 간 손익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용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리 내부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극명히 나뉜다"며 “성장과 물가, 양극화 측면의 위기일 수 있어 걱정이 심하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기존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등 외환 수급 주체를 겨냥해 급증한 달러 유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압박해 온 조치에서 달러 유입 촉진으로 방향을 바꿨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외환당국은 18일 환율 급등의 원인을 구조적 외화 수급 불균형으로 보고 달러 유입을 가로막던 외환건전성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크게 네 가지로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규제 완화 △외국계 은행 국내 법인의 선물환 비율 하향 조정 △수출기업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 △외국인의 한국 주식 직거래 활성화다. 한국은행도 달러 유입 확대를 유도하려는 조치를 내놨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여고 한시적으로 외화건전성부담금 면제 조치를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환건전성 부담금 납입부담을 줄여 국내 외환 공급 유인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기관이 한은에 예치한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한은은 “금융기관이 주로 해외에서 운용하던 외화자금을 리스크 대비 안정적인 이자 수익으로 국내에서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환율 전망치를 최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내년 원·달러 환율 연평균 전망은 1390~1420원 수준으로 올라섰고, 상단은 1500원까지 열어둔 기관도 적지 않다. 최근의 고환율이 시장의 '눈높이'를 끌어올렸다는 판단에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이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4분기 평균 환율(1,450원)은 전망치(1,420원)를 큰 폭 상회했다"며 “한 번 높아진 눈높이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기적으로 1500원대 환율이 고착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 환율 급등은 해외증권 투자 증가와 연말 외화 수급 불균형이 맞물린 '오버슈팅' 성격이 강하며, 계절적 요인이 해소되면 달러 공급 여건도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ETF 투자 증가 속도 역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형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환율 범위는 1350~1450원을 예상한다"며 “단기적인 환율 변동성을 대비하되 대외투자를 진행하는 기관은 환율에 대해 상승과 하락 양방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1470~1480원대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내년 상반기 중에는 1400원대 중반에서 점진적인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조적인 달러 강세 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환율 수준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동 허 암로(AMRO, 아세안+한·중·일 역내 거시경제조사기구) 수석경제학자는 최근 고환율 흐름의 원인으로 “국내 투자자의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에 투자 관심이 늘고 확대된 것이 요인"이라며 “정부가 외환시장 추가 개방·확대 조치를 도입했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명확히 운용하는 프레임워크 틀 내에서 어느정도의 환율 변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단기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전망이 안정적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주간증시] 산타랠리 기대는 남았지만…연말 증시는 ‘선별적 반등’ 국면

연말을 앞두고 국내 증시에 산타랠리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은 전반적인 상승보다는 업종·시장별 차별화 국면에 들어섰다. 코스피는 외국인 수급 부담 속에 박스권 흐름을 보이는 반면, 코스닥은 정책 기대와 계절적 요인이 맞물리며 상대적 반등 가능성이 거론된다. 연말 랠리의 성패는 유동성과 정책 효과가 실제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산타랠리 기대감에도 전반적으로 조정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는 4,000선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했고, 코스닥 역시 투자심리 위축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15일 4053.74에서 출발해 19일 4020.55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925.60에서 915.27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에서 브로드컴과 오라클 실적 발표 이후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부각되며 반도체와 기술주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오라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핵심 투자자(블루아울캐피털)이 이탈하면서 AI 과잉투자 우려가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9조6000억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해지 소식에 이차전지 업종이 급락하며 18일 코스피 지수는 4000선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대형주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기관은 일부 내수·정책 기대 업종에서 제한적인 매수세를 유지했다. 이는 추세 훼손이라기보다는 연말 거래대금 감소와 수익 실현이 맞물린 계절적 조정으로 해석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휴를 앞두고 휴가를 떠난 투자자들이 많아 거래량이 급감하는 시기"라며 “호가창이 얇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작은 물량으로도 변동성이 의외로 확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거래대금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지수보다는 시장·업종별 차별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과거와 같은 전면적 상승보다는 구조적 조건을 충족한 영역에서만 제한적인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오라클과 브로드컴 영향으로 AI 산업에 대한 불안도 남아 있고, 1480원 부근의 고환율 경계심도 높아지는 등 부담 요인이 큰 탓이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 상승이 제한되고 연준 정책이 금리 상단을 제어할 수 있다는 확신이 형성될 때 분위기 반전이 시도될 것"이라며 “1월 FOMC와 다음 연준 의장 확정 등이 영향을 미칠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유동성의 이동이다. 연말 개인 매도 물량이 상당 부분 소화된 이후, 연초를 앞두고 코스닥과 중소형주로 자금이 재유입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계절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시장이다. 조 연구원은 “연말·연초 효과는 연초, 중소형주 중심으로 발현된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과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도 변수로 작용한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코스닥 시장을 상장도 쉽고 퇴출도 쉬운 구조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은 '코스닥 신뢰 및 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기관 투자자 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연기금의 수익률 평가 방식에 코스닥 지수를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같은 날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 1호 투자처로 전남 해남군 국가 AI컴퓨팅센터와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파운드리 등 7곳을 확정하고 첨단산업 자금공급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5년간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150조원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의 자금 공급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내년에만 30조원, 지역에 40%인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실적 전망은 여전히 완만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2026년 이익 컨센서스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도체 외에도 자동차, 호텔·레저, 필수 소비재 등 업종에서도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실적 전망치 상향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올해 주가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10월 이후 2026년 순이익 전망치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업종에 대한 선별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코스닥 울리는 금융-㊦]SC로위 ‘韓 부동산 타깃’, 신한·키움도 합세…집값 안정화에 ‘찬물’

홍콩계 투자사 SC Lowy(이하 SC로위)는 수년 전, 국내 코스닥 기업을 자금 조달의 '도관'으로 활용한 거래 구조로 '기존의 금융 제도를 형해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신한캐피탈,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금융사들과 손잡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다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SC로위와 협업에 나선 국내 대형 금융사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편집자주] 코스닥 기업들을 울렸던 SC로위가 최근 한국 금융시장 내 활동 반경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 금융사들과의 협업을 앞세워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협업 자체보다 '이 자금이 결국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시선을 두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C로위는 현재 신한캐피탈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한국 전용 대출 펀드(론펀드)를 조성 중이다. 국내 기업과 다양한 산업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담보대출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해당 펀드 투자 방향에 대해 “국내기업, 부동산, 구조화 등 크레딧 투자를 주요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금융과 구조화 금융을 포괄하는 크레딧 투자라는 설명이지만, 부동산 역시 주요 투자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올해 2월 키움투자자산운용 역시 SC로위와 '부동산·기업금융 투자 협력'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키움투자자산운용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NPL), 기업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협업이라고 밝혔다. SC로위의 이런 행보를 바라보는 시장의 관심은 '파트너십'이 아니라 '자금의 최종 목적지'에 있다. SC로위의 최근 투자 행보를 종합하면, 기업금융보다 부동산 크레딧으로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 SC로위는 지난 7월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 단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2억5000만 달러(약 3500억원) 규모의 재고금융 거래를 완료했다. 단일 딜로도 국내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규모다. SC로위의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베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SC로위는 국내 부동산 자산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하는 사모 크레딧 펀드를 조성했다. 해당 펀드에는 중동 최대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100% 자회사가 출자자로 참여했다. 국내 시행사와 시공사, 금융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부동산 크레딧 금융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전략은 수도권 등 핵심 지역의 주거용·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선순위 담보대출이다. 당시 SC로위 관계자는 “한국 사모 크레딧 전략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혁신적인 자금조달 솔루션을 선사한다"며 “이 펀드는 한국 부동산 섹터에서의 늘어나는 사모 크레딧 수요에 대응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을 놓고 시장에서는 “SC로위가 한국을 부동산 크레딧 시장으로 본격 공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침체는 '저점 투자' 시점으로 읽힌다. 문제는 여기에 국내 대형 금융사들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운용사의 투자 판단은 수익 극대화가 최우선일 수 있지만, 국내 금융사는 책임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SC로위야 '돈 넣고 돈 벌면 그만인' 외국계 운용사지만, 국내 대표 금융그룹은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 금융사 자금은 단순한 투자 자금이 아니라, 가계·기업 금융과 맞닿아 있는 공적 성격의 자금이라는 점에서다. 이런 자금이 부동산 크레딧으로 집중될 경우,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각종 규제와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투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될 경우, 정책 효과를 상쇄하거나 가격을 왜곡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고급 주거시설이나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크레딧 공급이 확대되면, 자산 가격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공공성 논란도 제기된다. 자금이 부동산 크레딧으로 쏠릴 경우, 금융사는 기업들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매개체가 되는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담보 가치에 기대 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흐름이 굳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금융 자금은 기업 경쟁력 강화나 산업 고도화로 이어지기보다, 기존 자산 가격을 떠받치는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SC로위의 과거 이력 역시 이런 시선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본지의 보도에서 살펴본 것처럼, SC로위는 과거 코스닥 상장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위험을 기업에만 전가하고, 자신은 확정 수익만 회수한 구조로 논란을 빚었다. 시장에서는 “과거 기업금융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구조가, 형태만 바꿔 부동산 금융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신한캐피탈과 키움투자자산운용 모두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금융 거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자금이 어디로, 어떤 구조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금융의 역할과 파급력은 전혀 달라진다. 캐피탈과 자산운용사가 은행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인허가와 자본시장 규제, 금융 시스템에 대한 공적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특히 대형 금융그룹 계열사인 경우, 사실상 '공적 신뢰를 등에 업은 민간 금융'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이는 자금 운용의 방향에 대해 시장과 정책 당국의 시선이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한 사모펀드 고위 관계자는 “SC로위가 조성하는 자금이 기업의 유동성에 활력을 불어 넣어는 역할을 얼마나 할 것인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데, 여러 특성을 보면 부동산 자금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MF때 론스타처럼 외국계 자본은 한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든 수익을 내고 빠져나가는 것이 목적일 수 있다"며 “그들에게 금융의 공공성을 요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국내 대형 금융그룹 계열사들이 같은 구조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내 금융사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곱게 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동양고속, 거래정지 후 급락…1000% 급등 후 변동성 확대

이달 들어 1000%의 급등세를 보인 동양고속이 19일 장초반 급락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5분 현재 동양고속은 전 거래일 대비 19.91% 하락한 10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하루 동안 거래정지에 들어가며 '9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이 멈춘 영향으로 보인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기대에 따른 지분 보유 부각으로 단기간 매수세가 몰리며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약 1000% 급등했고, 같은 기간 거래정지 조치도 4차례 받았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알지노믹스, 코스닥 상장 이틀 연속 ‘상한가’

알지노믹스 주가가 코스닥 상장 둘째 날인 19일 장 초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16분 기준 알지노믹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0%(2만7000원) 오른 11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알지노믹스는 2017년 설립된 리보핵산(RNA) 기반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상장 전 일라이 릴리와 계약 소식에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앞서 알지노믹스는 지난 5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RNA 편집·교정 치료제 개발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코스닥에 상장한 전날에는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가격)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금투협 7대 회장 선임…“협회 역할 재정의”

금융투자협회(금투협) 7대 회장으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가 선출됐다. 중소형 증권사 대표 출신이 금투협회장에 당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 협회 건물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57.3% 득표율로 황성엽 후보자를 7대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황 당선자의 임기는 3년으로 2026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이번 선거는 서유석 현 금융투자협회장과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황 대표 3파전으로 치러졌다. 1차 투표에서는 황 당선인이 43.40%, 이현승 후보가 38.28%를 기록하며 결선에 진출했으며, 서유석 후보는 18.27%로 탈락했다. 결선 투표에서는 황 당선인이 57.36%, 이현승 후보가 41%를 득표했다. 황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협회의 대대적인 역할 재정의를 내세웠던 만큼 과감한 문제 해결 및 소통 역량을 비출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앞서 황 당선인은 지난 8일 회원사에 배포한 공약 소견 발표 자료를 통해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동반자를 은행 중심에서 자본 시장 중심으로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 자산의 흐름을 증시 및 연금 시장으로 △규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자율 규제 기능 강화 등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선거 연설에서도 해당 공약 이행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대형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중소형사의 혁신 참여 확대, 업권 간 균형과 공정한 질서 등이다. 황 당선인은 “어떤 업권도 소외되지 않는 설계, 즉 공정한 질서, 성장하는 시장,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며 “어항이 작으면 싸우고, 어항이 크면 함께 자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자본시장은 누군가 앞에 서야 하는 순간을 맞고 있다"며 “신뢰 없이는 아무것도 설 수 없다는 게 제 철학"이라고 부연했다. 협회의 역할도 기존 '설명하는 협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능동적으로 재정의해가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금융당국·정부와 상시 협의체 구축과 업권별 요구를 즉각 처리하는 '이지 액세스 시스템' 개편 등을 통해 제도화된 소통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황 대표는 38년간 신영증권에 몸담으며 자산운용, 법인영업, 투자은행(IB) 부문 등 주요 업무를 두루 경험한 '실무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1963년생인 황 대표는 휘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신영증권에 입사했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재무학 석사도 받았다. 신영증권에서 자산운용본부장, 법인사업본부장, IB사업부문장 등을 거쳐 2020년 3월 사장에 취임했으며, 같은 해 6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산타랠리 기대에 불붙은 ‘빚투’…변동성 장세 속 성적표는 ‘마이너스’

▲11월 이후 변동성 장세를 보이는 코스피 시장에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이 확산하며 개인 투자자의 '빚투'가 늘어나고 있다./크레이시(CRAiSEE) 11월부터 코스피 지수는 4000선을 오르내리는 '변동성 장세'를 보인다. 하지만 연말 산타랠리 기대감에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빚내서 많이 투자한 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연말 산타랠리에 대한 과도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활황 기대감이 커졌지만, 최근 오름세가 꺾였다. 지난 11월 2일 코스피 지수는 4221.8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3800~4100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은 금요일마다 코스피가 2% 안팎으로 하락하면서 매주 '검은 금요일'이 연출됐다.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금리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엔비디아와 오라클 등 미국 대형 기술주의 AI 투자 대비 수익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AI 거품론이 주목받을 때마다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AI와 반도체 주가가 흔들리면서 전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코스피 지수에 외국인 투자자가 대규모로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13조491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럼에도 신용융자 잔액은 계속 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7조3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시장 17조2715억원, 코스닥시장은 10조661억원이다. 신용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 중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주가 상승 기대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 18조원대였던 신용융자 잔액은 증시 활황에 힘입어 매월 1조~3조원씩 늘어났다. 코스피 변동 폭이 커진 이후에도 코스피 시장 신용융자 잔액은 1조5000억원 가량 늘었다. 최근에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코스닥 시장의 빚투 규모도 10조원을 넘어섰다. 연말을 앞두고 주가가 오르는 '산타랠리' 기대감에 개인 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12월 말에는 산타랠리 기대감이 커지지만,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시장이 관망하면서 지수 방향성이 좀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일부 자금이 이탈했지만 투자자금은 유통·소비재 등 경기 방어적 성격의 업종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보인다. 지수 전반을 끌어올릴 새로운 상승 동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방어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국면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시장 체력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며 “특히 거래대금 축소는 수급 탄력성을 떨어뜨려 대외 변수 발생 시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12월은 계절적으로 외국인·기관이 결산 영향으로 매매를 줄이는 시기"라며 “거래 공백이 생기는 구간에서 악재가 겹치면 가격 변동 폭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인 투자자의 지난달 빚투 성적은 마이너스를 받았다. 지난달 신용융자 잔액이 많이 늘어난 20개 종목의 평균 등락률(10월31일 대비 11월 28일 기준)은 마이너스 4.9%로 집계됐다. 지난달 코스피가 대형주 중심으로 지지부진한 성과를 내면서 빚투가 몰린 주도주의 성적표도 저조했다. 지난달 신용융자 잔액이 많이 늘어난 종목은 SK하이닉스(6009억원), 삼성전자(4065억원), HD현대일렉트릭(523억원), 효성중공업(493억원) 등이다. 빚내서 산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 담보가치가 일정 비율(통상 140%)을 밑돌면 증권사는 담보로 잡은 주식을 팔아(반대매매) 융자금을 회수한다. 이런 이유로 주가 하락 국면에서 신용매수는 주가 상승 국면보다 투자 위험이 크다. 실제로 연초 1000억원대였던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달 298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월별 기준으로 2023년 10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수가 고점 부근에서 방향성을 잃은 상황에서 신용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전형적인 위험 신호"라며 “연말에는 거래가 얇아지면서 작은 악재에도 가격 변동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코스닥 울리는 금융-㊤]SC로위, ‘투자사 탈 쓴 고금리 대부업자?’…자금은 묶고 이자만 ‘꿀꺽’

홍콩계 투자사 SC Lowy(이하 SC로위)는 수년 전, 국내 코스닥 기업을 자금 조달의 '도관'으로 활용한 거래 구조로 '기존의 금융 제도를 형해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신한캐피탈,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금융사들과 손잡고 부동산을 중심으로 다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SC로위와 협업에 나선 국내 대형 금융사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 [편집자주] 국내 메자닌 채권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던 2019년,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 사이에서는 '투자 유치'라는 이름의 금융 거래가 오히려 기업의 목을 조이는 구조로 작동했다. 겉으로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한 메자닌 투자였지만, 실제론 자금 사용을 차단한 채 이자와 수수료만 회수하는 고금리 대출에 가까웠다. 그 중심에 SC로위가 있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C로위는 지난 2018~2019년 비케이탑스(구 동양네트웍스) 등 코스닥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CB·BW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거래에 참여했다. 겉으로는 일반적인 메자닌 투자였다. 하지만 실제 계약은 단일 금융상품이 아니라 사채 인수, 금전채권 신탁, 옵션 계약이 동시에 묶인 복합 구조였다. SC로위 방식의 첫 번째 축은 원금(투자금)을 기업 리스크에서 분리하는 구조다. SC로위는 발행사가 CB나 BW를 발행해 자금을 유치하면, 동시에 금전채권 신탁 계약을 체결해 투자금을 신탁 계좌에 묶었다. 이 거래가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기존 메자닌 투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치들이 동시에 결합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CB·BW 투자는 자금이 발행사 계좌로 유입돼 곧바로 사업 자금으로 활용된다. 또 투자자는 기업 실적과 주가 흐름에 따라 손익을 함께 부담한다.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주식 전환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구조가 메자닌의 본래 성격이다. 하지만 SC로위의 거래는 투자금이 발행사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달랐다. CB·BW 발행과 동시에 금전채권 신탁을 설정해 자금을 신탁 계좌에 묶어두면서, 자금 사용 여부를 투자자인 SC로위 판단에 맡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메자닌 투자에서 통상 전제되는 '자금 사용–사업 성과–주가 반영'의 연결 고리가 애초에 차단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돈이 들어온 상태'로 회계 처리되지만, 정작 사업 자금으로는 단 한 푼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자금 중개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두 번째 축은 체감 이자율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비용 구조다. 자금 사용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기업은 표면 이자(당시 연 6% 수준), 콜옵션 프리미엄(사실상 선이자 성격), 옵션 관련 비용 등을 부담해야 했다. 자금을 실제로 사용하지 못했음에도 금융비용은 정상적으로 발생했다. 이 구조를 두고 당시 시장에서는 “기업이 체감하는 실질 이자율은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의 자금 중개 기능은 멈췄지만, 금융비용만 누적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세 번째 축은 출구 전략이다. SC로위와의 계약에는 대체로 발행 후 1년 뒤 행사 가능한 풋옵션이 포함됐다. 투자자는 일정 기간 확정 수익을 확보한 뒤 풋옵션을 행사해 거래를 종료하고 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종합하면 SC로위의 당시 투자는 표면적으로는 메자닌 거래였지만, 정해진 시점에 원금과 수익을 회수하는 채권자에 가까웠던 것이다. 메자닌 투자의 핵심인 주식 전환을 통한 시세차익보다는, 이자와 수수료를 통한 확정 수익이 거래의 중심에 있었다. 이 같은 구조의 핵심 문제는 위험의 비대칭이다. 신탁과 담보 승인 구조를 통해 투자자의 원금 회수 위험은 사실상 '0'에 가깝다. 하지만 기업은 자금 공백 속에서 이자와 옵션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실제로 SC로위와 계약한 코스닥 기업들은 이자 비용뿐 아니라 주가 변동에 따른 파생상품 평가손실까지 반영되며 금융비용이 급증했다. SC로위와 계약을 맺었던 코스닥 5개사의 이후 행보는 이 구조가 남긴 후과를 보여준다. GV(옛 금빛)는 경영난과 횡령 이슈가 겹치며 악화일로를 걷다 2021년 12월 최종 파산 선고를 받았다. 비케이탑스는 구조조정 끝에 지난해 4월 상장폐지로 시장을 떠났다. 5개 기업 중 SC로위와 가장 먼저 계약(2018년7월)을 맺었던 곳은 비케이탑스였다. 비케이탑스는 계약 이듬해인 2019년 당기순손실이 351억원으로 전년 166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매출이 699억원에서 116억원으로 크게 꺾인 상황에서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9년 비케이탑스의 금융비용은 140억원으로 전년 85억원 대비 65% 급증했다. 이밖에 이에스앤엘(옛 포티스)도 2023년 말 상장폐지를 당했다. KH건설(옛 KH E&T)은 지난해 9월부로 거래가 정지됐다. 웰킵스하이텍(옛 크로바하이텍)만이 거래정지 후 거래가 재개됐다. 이들 기업들은 SC로위와의 거래 후 각각 금융비용 급증과 거래 정지, 감사의견 문제까지 줄줄이 악재가 이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SC로위의 이런 계약방식에 대해 “사실상 형식적으로만 납입을 완료한 것처럼 꾸며서 증자 또는 사채 발행을 완료하는 가장납입 거래 효과와 같은 거래 구조"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가장납입은 기업이 실제로 자금을 납입 받지 않았음에도, 형식적으로만 납입을 완료한 것처럼 꾸며서 증자 또는 사채 발행을 완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거래에서 투입된 자금은 공시를 위한 등기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곧바로 인출된다. 즉, 공시상으로는 대규모 자금 유치로 유동성이 풀린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의 실제 현금 흐름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는 것이다. IB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 자본주의 시장이 갖고 있는 기존의 제도를 형해화 시키면서 수익을 거둔 곳이 SC로위"라면서 “신한과 같은 금융사가 SC로위와 손잡는다면 기존 질서 유지 보다는 수익성 극대화만 추구하는 것을 인정하고, 문제 발생시 이를 방조할 의지가 있다고 읽혀진다"고 말했다. 한편, 자본시장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메자닌채권시장의 특성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국내 메자닌 채권 발행 규모는 2013년까지 연간 1조원 내외에 머물렀다. 그러나 2016년 이후 5조원 안팎으로 급증했다. 2018년 발행액은 5조4616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 들어서도 발행 증가세는 이어져 7월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메자닌을 통한 자금 조달이 보편화되던 시기였고, 그만큼 구조화된 거래도 빠르게 늘어났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한미약품, 비만 치료제 품목허가 절차 개시 ‘비영업 자산 가치 폭증’ ...↑

한미약품이 18일 장초반 강세다.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절차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6분 현재 한미약품은 전 거래일 대비 1.15% 뛴 43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전날 공시를 통해 한미에페글레나타이드오토인젝터주(HM11260C·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 식약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신청 용량은 2mg, 4mg, 6mg, 8mg, 10mg 등이다.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현대차증권은 이날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가 국내 임상 3상에 성공하면서 비영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종전 40만원에서 55만원으로 상향했다. 여노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지난 4일 행사를 통해 오는 2030년 별도기준 매출액을 2조9000억원, 연평균 성장률을 20%로 제시했다"며 “또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등을 플래그십 제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 연구원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성공으로 할인율이 수정되며, 비영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며 “임상 3상 성공으로 리스크 할인율이 수정돼 비영업가치가 기존 3699억원에서 1조1410억원으로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LG에너지솔루션, ‘포드 9.6조 계약 해지’로 하락세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18일 장 초반 하락세다. 미국 포드와 맺었던 9조6000억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 계약이 해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 10분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78%(3만원) 내린 38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75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이 포드사의 계약 해지 통보로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해지 금액은 9조6000억원 규모로 2023년 말 매출액의 28.5%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0월 15일 포드사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공시한 바 있다. 이번 해지는 포드가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등 정책 변화에 맞춰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 공장 가동률 극복을 위해 최근 18개월간 맺었던 수주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 해지로 2027년 이후 매출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해당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 수주를 즉각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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