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들어 국내 전기차 시장에 수입 브랜드 주도의 '저가 공세'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BYD(비야디)의 저가 신차가 국내 상륙해 '가성비'를 내세워 일년 간 6000대 이상을 팔아치우며 한국시장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 테슬라가 중국 생산의 비용 장점을 활용해 저가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전기차들의 저가 공략이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전기차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와 BYD는 올해 2000만~3000만원대 전기차 판매를 예고하고,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 국내 판매량 톱3에 오른 테슬라는 지난 1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델3 스탠다드 후륜구동(RWD)'과 '모델3 롱레인지 RWD'의 판매 가격을 공개했다. 모델3 스탠다드 RWD는 4199만원, 롱레인지 RWD는 5299만원으로 책정됐다. 책정가에서 국고 보조금을 적용하면 스탠다드 RWD는 보조금 168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더할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실구매가가 3000만원대 후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롱레인지 RWD 역시 국고 보조금 420만원이 잡혔고, 지자체 보조금을 포함하면 실구매가가 4000만원 중·후반대 수준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한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판매량 2만9750대에서 지난해 5만9916대로 늘어나며 전년 대비 101.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보조금을 감안한 가격대를 내세워 시장 공세를 높이면 수입차 시장은 물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점유율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지난해 한국 진출과 함께 전기차 저가 경쟁을 촉발시킨 BYD도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시장 안착을 넘어 빠르게 점유율 잠식에 나서고 있다. BYD는 지난해 3000만원대 전기차 '아토3'를 내세워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층을 적극 공략한 결과, 국내 총 판매량 6107대 중 가운데 아토3으로 절반에 해당하는 3076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BYD는 올해 아토3보다 더욱 저렴한 2000만원대 전기차 '돌핀'을 선보이고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아직 돌핀의 정확한 출시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출시 준비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만큼 1분기 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돌핀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가운데 가장 저렴한 모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돌핀과 돌핀 액티브의 국고 보조금은 각각 109만원, 132만원으로 확정됐다. 여기에 제조사 할인과 지자체 보조금이 더해질 경우 실구매가는 2000만원 중반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신차 가격대가 통상 4000만~5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와 BYD의 저가 공세는 가격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대기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면서도 가격 부담으로 망설였던 수요층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경우 전기차 시장 판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전년대비 50.1% 늘어난 22만177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제조사별로는 △기아 6만609대 △테슬라 5만9893대 △현대차 5만5461대다. 하지만, 지난해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57.2%로 직전연도보다 6.8%포인트 떨어진 반면, 수입차 점유율은 42.8%로 6.8%포인트 올라 희비가 갈렸다. 테슬라와 BYD의 가격 공세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산 전기차 모델은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로 꼽힌다. 두 모델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주력 차종이지만, 테슬라 모델3와 BYD 돌핀과의 가격 격차가 확대될 경우 점유율 방어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오닉5 하위 트림의 가격은 4740만원, EV6는 4660만원이다. 아이오닉5에는 483만~567만원, EV6에는 501만~570만원의 국고 보조금이 지급된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3000만원 후반대부터 4000만원대 초반 수준이다. 이 경우 테슬라 모델3 스탠다드 RWD보다 아이오닉5의 실구매 가격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4000만원 중반대에 형성된 모델3 롱레인지와 비교해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소비자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가격 인하를 통해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고, BYD는 초저가 모델로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현대차·기아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기업 차원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을 강화한 전기차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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