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2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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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소비진작’ 빠진 바이오가스법

추창민 감독의 2005년 데뷔작 '마파도'에 재래식 화장실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주인공(이문식 분)이 재래 화장실에 구더기 때문에 시너를 뿌린 후 용변을 보던 중 담배꽁초로 인해 화장실이 폭발하는 코믹한 장면이 연출된다. 시너 같은 인화물과 담뱃불이 인분에서 생성된 '가스'와 만나면 폭발, 즉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시청각 교보재다. 화장실 인분이나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 생활하수 등 버려진 유기물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발생하는 가연성 혼합기체를 '바이오가스(Biogas)'라 한다. 주성분인 메탄이 55~70% 정도 함유돼 '천연가스'와 유사다. 영화 '마파도'에서처럼 인화성 첨가제만 있다면 그대로 기존 가스보일러나 가스엔진·터빈 등을 통한 전력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고질화를 통해 메탄만을 분리·정제, 순도 95%의 바이오메탄을 생산하면 도시가스나 차량용 CNG 등에 혼입, 기존 화석연료 기반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도 있다. 본시 대기 중 탄소가 유기체 일부로 흡수됐다가 연소를 통해 방출되기 때문에 메탄, 산화질소 등 일부 소량의 온실가스 제외하면 적어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이른바 '탄소중립 연료'다. 그만큼 현행 신재생에너지법은 태양광·풍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재생에너지'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공급인증서(REC)나 탄소배출권 부여 등 혜택도 누리고 있다. 이런 바이오가스에 최근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2022년 제정된 '바이오가스법'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 법의 핵심은 생산목표제로, 지지체와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의 돼지사육 농가나 가축분뇨처리시설, 연간 1000t 이상 음식물폐기물 배출자에게 시설에서 생산되는 바이오가스의 생산수율 목표를 정부가 매년 부과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특히 소관 부처인 환경부는 현재 6~7% 수준인 수율을 2030년까지 민간 10%, 공공 50%, 2050년까지는 모두 80%까지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해 2022년 3억6000만N㎥인 생산량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약 2.5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천명했다. 하지만 의욕적인 생산확대 계획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이용 의무화나 보조금 등 바이오가스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법안에서 찾기 어렵다. 사실 유기성 폐자원 수율이 상향되면, 바이오가스의 생산 증대는 필연적이다. 이때 특별한 소비 증진 정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현재 생산량의 약 30%를 담당하는 도시가스 혼입이나 25%인 전력·열 생산 부문에서 이를 얼마나 흡수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일 제대로 흡수되지 못할 경우 현재도 미활용 물량이 약 17%임을 감안한다면, 거칠게 말해 생산 확대된 상당분을 그냥 태워버려야 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고 소비를 확대할 방안이 필요하다. 한가지 방편으로 바이오가스, 특히 미활용이나 신규 확대분을 수소로 전환, 수소차 충전용이나 연료전지·수소가스터빈 발전용 등 신규 활용처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그런데 이는 수소의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필요한 청정수소의 약 80% 수입을 규정했지만, 사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CHPS)에 따라 이미 2030년 무렵이 되면, 수입 비중이 80%에 근접해 사실상 거의 전량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특정 상품, 특히 에너지 상품을 해외에 사실상 전량에 가깝게 의존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수반된다. 가까운 장래에 수소경제가 지금보다 활성화돼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높아지면 해외생산 청정수소 공급 차질이 실제화될 경우 이에 따른 국민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안보적 차원에서라도 정책적으로 '백업(Backup)'을 위한 국내 청정수소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유지하는 것은 그래서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비싸고 양적으로 충분치 않은 태양광·풍력 기반 수소에만 전담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재 도시가스의 70~80% 가격 수준에 전국적으로 고르게 산재한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자원에 그 역할을 일부 분담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이오가스는 시쳇말로 우리가 '먹고 싸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자원으로 우리와 함께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도래할 수소경제와도 공존해야 한다. 소관 부처는 다르지만 상호 상생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양 부문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상생을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범부처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주기를 제안한다. 김재경

[김성우 칼럼] 분산에너지 활성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세계 8위의 전력소비국인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이 다른 편이다. 발전소의 대부분이 해안가에 있는데, 전력수요는 수도권과 영남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전력자급률이 9%에 그치는 데 비해 충남은 215%로 지역간 수급 불균형도 심하다. 게다가 주민수용성과 보상비용부담 등으로 전기를 다른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 건설도 녹록치 않아,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는 분산에너지가 필요하다. 전기는 마치 만든 후 바로 먹지 않으면 상하는 음식과 같아서, 생산지에서 멀리 보내거나 저장했다가 소비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에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균형 있는 전력수급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2023년 6월 제정됐다. 그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세부사항이 위임된 하위법령안을 같은해 12월 입법예고해 2024년 1월 2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쳤다. 현재는 관계부처 협의 중으로 오는 4월 법제처 심사 후 6월 14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이는 전력직접거래확대, 전력신산업활성화, 청정에너지입찰개설 등 올해 시도되는 다양한 전력시장 개선의 일환이다. 분산에너지법 하위법령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 보면, 분산에너지의 범위를 자가용전기설비, 발전설비용량 4만kW 이하의 발전설비, 법상 기준을 충족하는 열 에너지 등으로 구체화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모듈당 발전설비용량 30만kW 이하의 발전용원자로를 활용하는 경우에 한하여 분산에너지사업으로 규정했고,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수소에너지·연료전지 또는 재생에너지를, 연료전지발전사업은 수소·암모니아·기타 수소화합물을 이용하는 경우 분산에너지사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분산에너지 의무설치자도 연간 20만MWh 이상의 에너지 사용이 예상되는 신축·대수선 건축물의 소유자, 개발사업 등의 면적 100만㎡ 이상인 사업의 시행자 또는 관리자로 구체화했다. 의무설치자가 의무설치량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그 부족분에 분산에너지설비 설치단가의 100분의 150을 곱한 금액 이하의 과징금 조항도 담겼다. 한편 전기판매사업자와 계약전력 10MW 이상 신규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자 등을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실시하여야 하는 사업자로 규정해 전기품질 및 전력계통의 신뢰도 유지 가능 여부, 전기 공급을 위해 필요한 전력설비 보강 난이도, 계통영향 최소화 방안 마련 여부 등의 평가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더욱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내에서는 자가용 전기설비를 통해 생산한 전력의 50% 미만은 분산에너지사업자와 전력을 거래할 수 있고, 저장전기판매사업자가 분산에너지특화지역 내에 전기저장장치를 설치하는 경우 발전설비를 설치한 것으로 보며, 분산에너지사업자가 배전설비를 설치해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제 특례도 만들었다. 분산에너지법 시행으로 분산에너지의 활용 및 거래가 활성화되면 분산에너지를 활용한 사업모델이 다각화되고 분산에너지사업자들의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자는 분산에너지 의무설치량 산정에 필요한 지역별 비율 등 하위법령의 후속절차로 이루어지게 될 세부 설계를 주시할 필요가 있고, 설계자는 사업자의 경쟁력 확보가 지속가능성을 가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으로 새로 도입되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로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사업자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향후 산업부 고시로 도입될 세부 평가기준뿐만 아니라 전력계통영향평가 업무를 담당할 한국전력공사의 구체적인 실무 동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글로벌 씽크탱크인 에너지전환위원회(Energy Transitions Commission) Adair Turner 의장은 탄소중립과 전력수급을 고려할 때 전세계 송전망을 2050년까지 7000만km에서 2억km로 증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처럼 비상시에도 다른 나라로부터 전기를 빌려올 수 없고, 송전망 건설을 위한 주민 합의가 어렵고, 현재 발전소와 수요지역이 달리 위치한 상황에서,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선택이 아니다. 이것이 다른 나라와 사정이 다른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분산에너지법의 함의다. 김성우

[김상호 칼럼] 하남시민 소환하라, 국회의원 선서문

새해부터 무거운 마음으로 대한민국 정치 뉴스를 마주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현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대한 테러는 민주주의 위기, 사회적 비극 사건입니다. 정치인은 갈등 한복판에 있으며, 대중과 함께하기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폭력은 있을 수 있다'고 우리 상황을 위로하기에는 '혐오 및 증오 정치'가 임계점을 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표 테러사건에 대해 “특정한 어떤 집단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자신이 일정의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순교자로서 어떤 행동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혐오정치, 증오정치의 숙주는 정치 양극화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고장 난 대한민국 정치 때문입니다. 팬덤 정치에 휘둘리는 정치환경 때문입니다. 얼마 전 MBC 스트레이트가 방송한 '유트브와 팬덤정치' 편에 의하면 진보채널과 보수채널을 유튜브에서 모두 시청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합니다. 일종의 유사 정당 역할을 하는 유튜브 채널이 혐오정치 배양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민주주의 후퇴 지수 통계가 이를 방증합니다.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기관(V-DEM)에서 조사한 민주주의 지수가 2022년 17위에서 2023년 28위로 하락했습니다. 숙의민주주의 지수는 14위에서 45위로 하락했습니다. 대화가 사라졌습니다. 야당 대표를 만나는 대통령 책임과 의무를 방기합니다. 윤석열정부는 임기 1년8개월 만에 9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박정희 대통령 이후 최다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분노를 키우는 양극화 정치의 토양을 만들어줍니다. 민주당 역시 거대 야당으로서 유능함을 바탕으로 국민적 지지를 확장하는 통합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선공약인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도 약속을 지킨 것은 다행입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한 정치혁신이 제도로서 뿌리 내리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 같은 역할이 필요합니다. 세계인들 박수 속에 퇴임한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포용-협치 정치로 세계에서 독일을 위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대통령과 정당 지도자들 국정운영, 정당운영 혁신이 제1 과제입니다. 또한 고장 난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정치지도자와 정치제도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 향상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총선 출마 후보자들의 철학과 정책이 중요합니다. 양극화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 혁신 구상은 무엇입니까? IMF 이후 경제 양극화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분 대안은 무엇입니까? 고조되는 한반도 전쟁 위기, 남북 간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안보관, 평화관은 무엇입니까? 하남시 지역위원회 운영 민주화와 화합의 정치를 위한 공약은 무엇입니까? 시민 여러분이 묻고 공약을 확인해야 합니다. 프랑스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주권자로서 함께 책임지고 실천하는 국민 역할이 필요합니다. 특히 투표에 앞서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서문을 기억해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출마자들이 선서문대로 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기준에 따라 평가하면 됩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양극화로 고장 난 정치를 복원하는 길의 해답은 정치지도자 국정운영과 정당운영 혁신, 국회의원 자질 향상에 있습니다. 민주주의 후퇴를 막는 유권자의 투표 기준에 있습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글로벌 공급망 위기, 기회로 삼아야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과 핵심광물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올해도 격화될 분위기다. 지난해 말 미국이 첨단 반도체에 이어 범용 반도체의 대 중국 수출 제재에 나서자 중국은 곧바로 희토류 수출 제한을 확대하며 맞불을 놓았다. 미·중 갈등이 불러온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우리 경제에서 미국과 중국을 빼 놓고선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난 20년간 최대 수출 시장 자리를 지킨 중국이 올해도 계속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중국 때리기가 더 강해지면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로 우리 수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또한 공급망 재편을 발판으로 미국이 다시 우리의 제1수출 시장으로 떠오를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한국 의존도는 감소한 반면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핵심 수출산업인 반도체, 이차전지 제품 산업에서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 EU(유럽연합), 중국은 전략적 산업과 통상정책을 통해 경제안보를 위한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구체적인 법안을 도입하거나 시행 중으로 공급망의 다변화 현상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세계 공급망 교란과 우려국의 비시장 조치 남용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투자의 필요성을 밝혔고,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등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와 함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 등을 도입했다. EU는 통상 및 산업전략 등에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목표로 전기차 및 배터리, 반도체 등 주요 전략산업에서 공급망 역내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후중립산업법(NZIA), 핵심원자재법(CRMA), 한시적 보조금규제완화(TCTF), 역외보조금 규제(FRS), 반도체법 등이 EU의 정책적 방향성을 보여주는 법안들 이다. 중국은 2020년 10월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공급망 상단의 과학기술 혁신을 핵심 국가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중국 수출 비중 감소와 수입 비중 증가로 전체 무역의 60% 이상을 중국산 중간재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간재의 대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산업은 전자제품, 컴퓨터, 통신장비 제조업(204억 달러 25.7%), 의약품을 제외한 화학제품(192억 달러 24,1%), 전기장비(118억 달러 14.9%) 순으로 주로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이다. 여기에댜 최근에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의 원자재 및 중간재 수입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격이 저렴하고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아날로그 반도체 등의 상당 비중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차전지 또한 원료가공과 4대 소재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원료가공 중국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수산화리튬 87.9%, 수산화니켈 99.5%, 황산코발트 100% 등이다. 전구체는 금속 수산화물 98.6%, 기타 금속산화물 99.9%이며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산화물 100%, NCM(니켈,코발트,망간)수산화물 92.6%이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요국이 추진하거나 도입하는 공급망 관련 정책과 규제는 우리 기업의 부담과 비용을 가중 시키고 있다. 따라서 몇가지 주문한다. 첫째, 미국 등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내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구체적 전략 수립과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둘째, 지난해 구축한 한·미·일 정상회담을 기반으로 3국 간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실현 가능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한·중 간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투자 및 신규 이슈 등을 포함한 통상정책 대화를 정례화해야 한다. 넷째, 국내외 자원개발에 나서야 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자원탐사, 연구개발부문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고 우리나라 수출의 22%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교역국이다. 따라서 경쟁력 우위의 첨단제품을 집중 발굴하고 중국 내수 시장을 더 전략적으로 분석해서 접근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현재의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서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강천구

[김상호 칼럼] 지킬 수 있는 약속으로 ‘하남 총선’ 치르자!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고, 일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으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You can fool all the people some of the time and some of the people all the time, but you can not fool all the people all the time)" 이 말은 미국 대통령 애브리엄 링컨 명언으로 세계시민에게 알려졌지만 그보다 100여년 이상 앞선 프랑스 작가 자크 아바디가 말했다고도 합니다. 누가 최초이든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명언이자 잠언이란 사실은 분명합니다. 또 선거철이 다가왔습니다. 선거문화가 '연속 게임'이라기보다는 단발성으로 그치다 보니, 후보들도 사전검증이 부족한 공약을 선심성으로 쏟아내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위 명언은 선출직에 나서는 사람은 물론 유권자도 책임감을 갖고 다시금 새겨봐야 하겠습니다. 이번 4월 총선에서도 각 정당과 각 후보들은 하남시 발전을 위한 다양한 구상을 내놓을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이 구상들에 대해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까요? 지역 사정을 상대적으로 비교적 잘 안다는 지역 언론도 후보들 공약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뿐이지 시시비비를 가려 평가하거나 사회적으로 검증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김영래 전 아주대학교 교수가 2007년부터 시작한 매니페스토 정책이 선거제도 일환으로써 임기과정과 사후적 평가는 나름 제도화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이번 총선에서 하남시 서울시 편입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하남시도 이 논란에 있습니다. 각 당과 후보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약속할까요? 이번 사안을 정리해 보면,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가칭)'김포 등 서울시 편입, 서울 메가시티'를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5호선 예타 면제 후 신속 착공, 9호선 연결 검토(및 부울경, 호남권 충청권 메가시티를 통한 지방거점도시 문제 해결/서울 국제경쟁력 제고)를 제시합니다. 사안이 더 커진 것은 국민의힘에서 서울 편입을 원하는 도시들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나서면서입니다. 하남시 미사-위례-감일 등 신도시 아파트연합회 회장단은 “서울 편입 찬성, 그러나 선심성 공약은 우려"라는 입장을 이미 밝혔습니다. '선심성 공약' 언급은 편입 공약에 대한 전체 국민 지지도(2023년 11월1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서울 인근 도시 편입 반대 58.6% VS 찬성 31%)가 낮고, 절차 불확실성으로 과연 국민의힘이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서병수 국회의원(전 부산시장) 등이 소속당의 공약을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일부 출마자들이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코앞에 닥친 선거에서 하남시 유권자들이 깨어있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유권자들이 흔들리면 정치권과 선거꾼들은 부화뇌동합니다. 부디 지킬 수 있는 약속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일찌감치 찬성 입장을 표명하신 대표단 분들도 주민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하기를 기대합니다. 이 사안은 무조건 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 진리의 길 같은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고, 전체 하남시 구성원인 원도심 주민들도 이 사안 중요성에 대해 정보를 공유해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하남시도 서울 편입을 추진할 경우 장단점에 대해 주민들께 소상히 알려주고 여론을 다각도로 취합해야 할 것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하남시 가치 상승 등 미래적인 부분을 포함해 현재 하남시 세수와 재원 상황이 향후 어떻게 변동되는지 등 구체적 수치들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계획하고 진행해온 도시계획들은 어떻게 추진되는지, 서울로 편입될 경우 향후 도시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기업환경 변화, 교산 신도시 2차 친환경기초시설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요구됩니다. 우리 하남시가 광주군에서 하남시로 독립한지 34년이 지나갑니다. 도시는 구성원들 합의와 협력으로 발전합니다. 무엇이 우리 아이들에게, 또 미래 아이들에게 올바른 선택이 될는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 시민들 집단지성이 필요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지킬 수 있는, 지켜야 하는 약속들로 심도 있게 토론해가는 정치문화를 기대합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후보자들 어깨가 무거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남시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부탁드립니다. 지역 언론인들께도 부탁드립니다. 사전에 출마자 공약을 검증해주십시오. 이번 4월 총선에서 하남시 정치문화를 혁신하는데 언론인들 역할을 걸기대합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산유국이 주도하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의 아이러니

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는 기후변화와 엘리뇨로 인해 2023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년 동안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파리협정에서 목표로 한 1.5도를 넘는 수치다. 파리협정은 수십 년에 걸친 지구 평균기온을 언급하는 것이므로 이미 목표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1.5도 목표가 더 이상 현실적으로 달성될 수 없다며, 각국 정부가 더 빨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기후변화 문제를 논의할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다. 대륙별 순회 원칙에 따라 동유럽의 순서가 됐다. 동유럽 국가들이 만장일치로 개최국을 정해야 하는데, 러시아는 동유럽의 EU 국가에서 개최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최종적으로 개최에 필요한 자금과 시설이 갖춰진 아제르바이잔이 선정됐다. 지난해 당사국총회가 개최된 두바이에서 북쪽으로 1770km 떨어진 곳으로, 비행기로는 약 3시간 거리다. 아제르바이잔은 불이라는 뜻을 가진 페르시아어 '아자르'와 나라라는 뜻을 가진 아랍어 '바이잔'에서 유래했다. '불의 나라'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땅 위로 새어나온 천연가스가 불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 붙은 이름이다. 이 지역은 불을 숭배해 배화교라고 불리는 조로아스터교의 본산이었다. 기원전 6세기경 페르시아의 예언자 자라투스트라(조로아스터)가 창시했다. 이슬람 국가인 이 나라의 아테시카 사원은 조로아스터교의 성지 중 하나다. 바쿠의 석유에 대한 기록은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도 나온다. 그는 “한 샘에서는 100척의 배에 한꺼번에 실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기름이 뿜어져 나오지만 식용으로는 좋지 않다. 그러나 불이 잘 붙고, 가려움병이나 옴이 붙은 낙타에게 발라주면 좋다"고 썼다. 국내 여행 유튜버 1위인 빠니보틀이 석유 목욕을 한 곳이기도 하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세계 최대의 유전지대로 이름을 날렸다. 초창기에 해외 자본에도 유전 개발을 허용했는데, 노벨 가문이 여기에 뛰어들었다.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두 형인 로베르트와 루드비그는 바쿠 유전의 개척자다. 이들은 1877년 노벨 브러더스 석유회사를 설립해 원유수송용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유조열차도 만들었다. 1878년엔 세계 최초의 유조선 조로아스터호를 건조하기도 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석유의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한 독일은 바쿠 유전을 차지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특히 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독일은 극심한 석유 부족에 시달리자 1942년 바쿠 유전을 점령할 계획을 시도했다. 에델바이스 작전으로 명명된 이 계획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무산됐다. 자국 내에 풍부한 석탄으로 인공석유를 만들며 버티던 독일은 연합군이 인공석유 공장에 집중적인 폭격을 가하면서 결국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 바쿠는 카스피해 최대의 항구 도시이다. 카스피해는 러시아, 이란, 아제르바이잔 등 5개국으로 둘러싸인 세계 최대의 내륙해다. 면적이 한반도의 17배나 된다. 육지로 둘러싸여 있어 호수로 보기도 하고, 크기가 워낙 커서 바다라고도 하며 논란이 있었다. 구소련 시절에는 소련과 이란이 카스피해에 대한 권한을 나누어 가졌으나,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3개국이 새로 독립하면서 러시아와 이란은 호수, 신생 3개국은 바다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채굴기술을 이용해 카스피해에서 유전을 본격 개발하면서 연안국들 간에 첨예한 이슈가 되었다. 오랫동안의 논란 끝에 2018년 이들 5개국은 카스피해를 바다로 정의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인구 1000만 명의 아제르바이잔은 지금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청에 따르면 2022년 이 나라의 석유와 가스 생산량은 GDP의 절반, 수출의 92.5% 이상을 차지했다. 바쿠 유전은 150여년을 채굴하면서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BP통계에 의하면 아제르바이잔의 하루 원유생산량은 2011년 93만2000배럴에서 2021년 72만2000배럴로 줄었다. 파리협정이 체결된 지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올해 당사국총회는 국제 탄소시장의 근간인 파리협정 6조의 세부 이행규칙을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회의의 의장으로 국영 석유기업인 소카르(SOCAR)의 부사장 출신인 무크타르 바바예프 환경자원부 장관이 임명됐다. 지난해 UAE에서 열린 'COP28'에서는 국영 석유기업인 애드녹(ADNOC)의 최고경영자인 술탄 알 자베르가 의장을 맡았다. 2년 연속 화석연료 업계의 고위직이 당사국총회를 주도하게 됐다. 아제르바이잔은 당초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35% 줄인다는 목표를 발표했으나, 2023년에 새로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서는 2050년까지 40% 줄이는 것으로 목표를 후퇴시켰다. 산유국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회의에 임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성우

[이슈&인사이트] 개인비행기 대중화 시대가 온다

지금 전세계는 항공분야의 이산화탄소 Zero Emission(무배출) 항공기 기술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개발 경쟁에 중국이 1인용 개인항공기와 2~5명이 탈 수 있는 도심항공기, 9∼350명까지 탈 수 있는 기체의 개발을 앞세워 항공시장 선점 경쟁에 가세했다. 이 세 시장에서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4~5인승 기체를 활용한 도심 항공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필자는 이 세시장을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기술 생태계 및 시장 개발이 다각도로 일어나는것을 목표로 하여 시리즈 형태로 이 세시장의 기술 및 시장의 진행상황을 짚어보고자한다. 먼저 이번에는 1인용 비행기 개발시장을 살펴 보고자한다. 1인용 비행기 시장은 한 사람이 기체의 소유자이면서 조종사로서해당 기체를 소유하고 비행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자동차 처럼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듯이 비행기를 소유하는 1인용 비행기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 시장의 형성에 가장 유리한 항공법 체계를 갖고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 이유는항공법과 시장규모 때문이다. 일단 미국의 초경량 비행체 항공법인 'Part 103'을 살펴보자. 이 법에 적용되는 항공기체는 안전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고, 조종사 자격에도 어떤 요구 조건이 없다. 항공기 등록 및 표시도 필요없다. 이 법에 적용되기 위한 항공기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일 탑승자가 공중에서 비행을 하기 위한 기체여야하고 둘째, 레크리에이션이나 스포츠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셋째, 자체 중량이 254파운드 미만이어야 한다. 그리고 네번째는 연료용량이 5갤런을 초과하지 않아야하고 다섯번째, 비행속도는 55노트를 초과할 수 없으며 여섯번째, 일출시간과 일몰시간 사이를 제외하고는 비행할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 마을, 거주지의 혼잡한 지역이나 사람들이 모이는 야외집회 지역에서 비행할 수 없다. 전 세계에 1인용 비행기체를 개발하는 회사 가운데 크게 3개 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로 스위덴의 Jetson이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배터리를 기반으로하는 1인용 수직이착륙 전기비행기 Jetson One을 9만8000달러(약 1억3112만원)에 시판하고 있다. 충전 후 20분 동안 비행이 가능하다. 이 회사는 2017년 토마스와 피터 두사람이 공동 창업했다. 현재까지 398대의 예약주문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62%를 미국에서 주문했다. 이 회사는 미국시장의 규제정책과 시장의 호응에 맞춰서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상대적으로 기술개발의 난이도가 낮고 투자비용도 적고 안전인증과 같은 규제가 덜한 초경량 비행체 시장을 한국의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들이 도전해 볼 만하다. 그리고 초기시장 형성에 가장중요한 국가가 미국이다. 두번째 회사는 미국기업인 PivotalAero다. 배터리 기반의 전기 수직이착륙비행기인 Helix를 오는 6월부터 19만~2만6000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Jetson과 달리 이 기체소유자에 대해 반드시 FAA(미국연방항공청)기준의 조종사 교육프로그램 이수를 의무화한다. 기체가 tilt-wing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조종이 어렵기 때문이다. 세번째회사는프랑스의 Zapata다. 이 회사는 앞의 두 회사가 배터리기반이라 비행시간이 20분인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하이브리드 방식의 기술을 적용해 비행시간을 2시간으로 크게 늘린게 특징이다. 현재개발진행 중으로, 정확한 상용일정과 가격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창업기업 및 중소기업들이 1인용 수직 이착륙비행 기체시장에 과감하게 진입하기를 권해 본다.특히 배터리가 가지고 있는 비행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한 기체개발을 추천한다. 그리고 미국의 Part103에 적합한기체로하여 미국시장의 문을 과감하게 두드려보는 그날을 기대한다. 더불어 한국에서 초경량 기체에 대한 활발한 기술개발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초경량기체에 대한 기준을 FAA와 같은기준으로 바꾸는 전환이 필요하다. 조셉 김

[EE칼럼] 트럼프 대선공약으로 본 미국 에너지 정책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력해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 등 여러 난관이 적지 않게 남아 있지만 민주당의 바이든 현 대통령보다는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에 대한 호불호(好不好)와는 관계없이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선공약을 통해 미국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공약은 지난해 4월 헤리티지재단이 중심이 돼 작성한 900쪽의 정책과제 보고서인 '리더십을 위한 지킴―보수의 약속(Mandate for Leadership 2025: The Conservative Promise)'에 잘 나타나 있다. 총 30장에 걸쳐 작성된 이 보고서는 분야별로 정책과제를 정리했는데 에너지 부문은 과거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에서 에너지 정책을 담당했고 트럼프 행정부 때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FERC) 위원장을 역임한 버나드 맥나미(Bernard McNamee)가 여러 에너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작성했다. 공화당의 가장 큰 지지세력은 남부지역과 중부 및 중서부 지역이다. 즉, 대도시보다는 농촌과 한물간 공업지대로 흔히 '러스트벨트'라 불리는 지역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에너지를 왕성하게 생산하고 수출하는 텍사스 일대로 주요 에너지 기업의 영향력이 큰 곳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세력은 보스톤, 뉴욕, 필라델피아 등의 동부 대도시와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등 첨단 ICT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이런 지역별 분포에서 짐작되듯이 공화당의 에너지 정책은 민주당이 강조하는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산, 탄소중립 등과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특히 민주당의 환경친화적 에너지 정책이 에너지 가격의 인상을 불러온 것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본 공약집에서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 정책 방향은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고 국민에게 값싼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국제적인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에너지가 미국의 국익을 위해 활용되고 나아가서 우방국에 대한 에너지 수출을 통해 동맹을 지원하며 미국 에너지 산업의 이해를 증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아무래도 값비싼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에너지와 원전의 활용을 더 강조하게 된다. 특히 텍사스 휴스턴을 허브로 한 미국 석유메이저의 생산과 수출 증대를 미 에너지부의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및 탄소저감 기술에 대해 정부가 큰 돈을 들여 지원하는 것도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CCUS, 에너지 저장장치 등과 같은 탄소저감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에는 부정적 입장이다. 특정 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은 특정 산업과 이익집단을 위한 것으로 에너지 시장에서 가격시그널을 왜곡하고 자원의 공정한 배분을 방해한다고 보고 있다. 본 공약집에 나타난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FERC의 규제원칙이다. FERC는 전력이나 천연가스의 주간(州間) 거래를 규제하는 연방규제기관으로서 주간 거래를 담당하는 전력 송전망과 천연가스 배관망의 사용요금과 거래조건을 규제한다. 그런데 본 공약집은 FERC가 특정 에너지를 지원하지 않는 이른바 '자원 중립성(resource neutrality)'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때문에 보강해야 하는 송전망 투자의 경우 이를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의 분담이라는 모호한 말로 일반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말고 해당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선공약은 송전망 건설계획 및 접속절차에 있어서도 풍력 및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자원에 편의를 봐주는 것은 자원중립성을 해친다고 비판한다.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복귀한다면 미국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현 바이든 대통령과는 크게 다를 것으로 판단된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보다는 값싸고 안정적인 화석에너지의 생산이 강조될 것이며 적극적인 수출확대로 미국산 LNG의 시장점유율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더 높아질 것이다. 조성봉

[기고] 봄철 산불예방, 포천시민 함께해야 한다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 봄을 맞이하는 우수다. 바야흐로 봄의 시작이다. 따뜻해진 날씨에 상춘객 발걸음은 저절로 산으로 향한다. 반가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봄철 불청객 소식이 들린다. 바로 '산불'이다. 우리 포천시는 전체 면적의 64%가 산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포천 국립수목원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포천 한탄강, 명성산으로 둘러싸인 산정호수 등 빼어난 산세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이렇듯 보호해야 할 산림면적이 크다. 산림은 피해를 입으면 다시 복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모두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가을과 겨울 바싹 마른 낙엽 위로 작은 불씨라도 튄다면 큰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포천시는 봄철 산불조심기간인 5월15일까지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한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와 산불감시원 등 초동진화체계를 갖추고 산불진화 민간헬기 임차, 유관기관과 공조 등 대형 산불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시민 여러분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산불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산림에서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5년간 우리 시에서는 연평균 9건, 10.23㏊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약 82%가 봄철에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6건의 산불은 담뱃불 등 실화로 인한 화재였다. 산림 또는 산림인접지역에서 화기 사용은 물론 인화물질을 휴대해서도 안 된다. 불을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 또한 처벌 대상이다. 산림인접지역은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 토지를 말한다. 게다가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면 논두렁과 밭두렁을 많이 태우게 되는데 불씨가 바람에 날아가 산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우리 시에서 지원하는 영농부산물 파쇄 지원 사업을 활용하길 바란다. 이렇듯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완전히 산불을 예방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여러분의 참여와 실천이다. 산불이나 산불 발생위험 행위를 발견했을 경우 119 또는 포천시청 산림과로 즉시 신고할 것을 부탁드린다. 오직 우리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만 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미래 세대에 다시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도 시민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산불예방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다. 이현호 포천시 부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배출권거래제의 屋上屋 ‘탄소차액계약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최근 탄소차액계약제도(Carbon Contract for Difference·CCfD)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탄소저감 프로젝트에 안정적인 수익원을 제공함으로써 불확실한 탄소 가격과 관련된 재정적 위험을 줄여 저탄소 기술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 수단이다. 배출권 이월제한 폐지와 같은 정작 중요한 근본적인 개선방안은 그대로 두고, CCfD를 덧입히려 하니 자못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예산까지 본격적으로 확보한 것을 보면 더이상 늦기전에 진지하게 제도도입의 그 이면도 들여봐야 한다. 전문가 외엔 아무 관심이 없지만, 잠재적·부정적인 파괴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CCfD는 기본적으로 탄소 배출권 가격이 낮을땐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하고, 높을 땐 투자한 기업이 정부에 추가적인 납세를 하는 형식이다. 개념적으로 배출권 가격이란 정부가 제시한 기준가격보다 높을 수도 혹은 낮을 수도 있으니, 얼핏 보기에는 공정해보인다. 하지만 굳이 이 제도를 배출권거래제 위에 옥상옥(屋上屋)의 형태로 두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정부가 돈을 주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주체인 기업이 배출권거래제 하의 인센티브 체계로는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런 동기를 틀리다고 할 수 없지만, 언제나 정책은 일단 도입되면 효과여부를 떠나 자생력을 발휘하며 세금먹는 하마가 되기 쉽상이기에, 적어도 당국자와 국민들도 이를 알고는 있어야 한다. 첫째, 기술선택과 관련된 시장 왜곡, 즉 투자 대상인 기술을 신중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특정 기술이나 분야를 다른 분야보다 선호함으로써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일단 CCfD의 수혜대상에서 벗어나면 잠재적으로 혁신과 비용 효율적 감축사업이 저해된다. 더 새롭고 효율적인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더 이상 사용되지 않거나 최적이 되지 않을 수 있는 특정 기술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 둘째, CCfD를 구현하고 관리하려면 별도 행정시스템이 필요하므로 정부 및 기관의 행정 부담이 증가한다. 관료주의적 비효율과 지연으로 인해 저탄소 기술의 적시 도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EU-ETS 속에 일부 멤버가 CCfD를 채택하는 것은 ETS 제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Korea-ETS 전체에서 CCfD 를 택하는것은 더이상 ETS 가 아닌 보조금제도로 변형될 위험이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선례가 없다. 현재 ETS 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배출권 가격보다는, 정부의 CCfD 기준가격 설정이 훨씬 중요해진다. 여기에 가격결정의 자의성과 규제의 복잡성이 폭증한다. 셋째, 과잉 보상 및 횡재 이익의 위험이 있다. 현재처럼 탄소 가격이 이월제한 등으로 비정상적으로 하회하면, 프로젝트 개발자가 과도한 보상을 받아 공공이나 환경을 희생시키면서 횡재 이익을 얻을 위험이 있다. 계약 조건을 조정하거나 초과 지급금을 환수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며, 이는 행정적으로 까다롭고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다. 넷째, 선정 및 자격 기준. 어떤 프로젝트나 기술이 CCfD에 적합한지 결정하는 것은 잘 연결된 산업이나 기업의 로비 및 영향력의 위험으로 인해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선정 기준과 의사 결정 과정은 공공 자원의 가장 효과적인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평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 책임을 모두 질 것인가? 다섯째, CCfD에 필수적인 장기 계약으로 인한 경직성. 장기 계약은 수혜 기업들로 하여금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어 새로운 기술, 시장 발전 또는 국제 기후 정책의 변화에 대한 정책 대응의 유연성을 제한한다. 향후 정책 방향이나 환경 목표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는 특정 프로젝트나 기술에 자원을 낭비할 위험이 있다. 여섯째, 불평등의 가능성. CCfD의 혜택은 제한된 수의 프로젝트 또는 기업에게만 돌아갈 수 있으며, 이는 저탄소 전환에 대한 공공 지원의 분배에 불평등을 초래한다. 한국과 같은 문화에서 이로 인한 각종 잡음과 책임소재는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가? 시장 지배력을 가진 대형 배출업체는 CCfD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얻고 시장 지배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인센티브가 대기업에 편중되고 잠재적으로 더 혁신적인 소규모 기업에는 돌아가지 않아 탄소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 수혜를 받는 기업은 CCfD의 로비를 통해 설계와 이행에 영향을 미쳐 자신들의 운영에 유리하도록 할 수 있으며, 이는 배출권시장 전체의 경쟁구도를 무너뜨린다. 일곱째, 고탄소 인프라에 대한 고착화 위험. 예컨데 대형발전사 혹은 일부 제철사와 같은 대규모 탄소 배출 기업은 본질적으로 탄소 집약적인 중공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으로 혁신적인 저탄소 기술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CCfD 사업은 의도치 않게 기존의 고탄소 인프라에 보조금 지급 메커니즘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돈준다는데 싫어할 기업은 없기에 그동안 CCfD를 다룬 여러 관변 연구와 논평을 보면 환영 일색이었다. 보도자료 받아쓰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제도의 도입에 대한 비용효과성, 즉 좀 더 적은 비용으로 같은 효과를 누릴 다른 대책은 없는가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시장에 돈다발이 투입되면 나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은 뜨순 밥을 먹겠지만, 호주머니를 털어 세금으로 이를 충당해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자문할 수 밖에 없다. 유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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