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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AI 적용 확대와 전기화(electrification) 추세에 따른 전력수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존 조치들을 대부분 폐지하는 동시에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앞으로 어떻게 에너지 산업을 꾸려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기존과는 다른 방향의 행정명령들이 나왔다. 여기에는 전통 화석에너지의 생산이나 개발의 지원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설비 신속 인허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중국에서 기존 재생에너지 계획의 시행을 위해 발표한 지침을 살펴보면, 재생에너지의 소비를 크게 늘리되 단순한 용량 증대보다는, 산업 전반에 걸친 전기화(electrification)와 인프라의 고도화를 이루고 여기에 재생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주요 전력소비 국가들이 기존의 에너지 계획을 선회하거나 더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전력소비 7위(2023년 소비량 기준)인 우리나라도 전력정책의 기본뼈대라고 할 수 있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제11차, 2024~2038)을 지난달에 확정하였다. 여기에는 AI의 산업 적용범위 확산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감안한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되 재생에너지와 수소, 그리고 원자력 등의 무탄소 전원을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 내용을 약 2년 전에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일부 비교하여 보면, 2036년을 기준으로 수요관리를 감안하기 전의 수요(기준수요)를 제10차에서는 모형 기반 전망에 전기화 및 데이터센터의 영향을 더하여 135.6GW로 예측한 반면 제11차에서는 138.2GW로 예측하고 있다(참고로 2038년은 145.6GW로 예측). 여기에는 제10차 계획과 마찬가지로 거시변수를 기반으로 산정한 모형수요에 산업 부문의 전기화와 데이터센터 증가 등을 감안한 추가수요가 반영되어 있다. 기준수요(모형수요+추가수요)에서 수요관리 분을 차감한 목표수요의 경우, 제10차에서 예측한 2036년의 값(118.0GW)과 2038년의 값(129.3GW)이 2년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11GW 이상 차이 난다는 부분에서 전력 수요가 과다 예측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가장 큰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추가수요 부분이다. 기존 제10차 계획에서 10.5GW만 반영되었던 추가수요는 제11차 계획에 16.7GW로 확대 반영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데이터센터로 인한 수요와 산업 부문의 전기화가 각각 한 몫을 하고 있다. 추가수요에 반영되어 있는 국내 데이터센터는 1990년대부터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 그 추이를 보면 2010~2020년에 비하여 최근 3년 동안의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만큼 성장 속도가 점점 가파른 모양이 되고 있는데, 2023년 150개를 넘어선 이후에 2029년까지 예정된 데이터센터만 700개가 넘는다. 다양한 산업으로 그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대규모의 복잡한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팅 등을 위해 기존보다 많은 전기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추가수요에 데이터센터보다 더 큰 수치로 반영되어 있는 전기화 현상은 우리나라 제조업 및 모빌리티 산업 등에서 주요 흐름이 되고 있으며, 점차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기에는 현재 캐즘(chasm)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전기차 보급의 확대와 국내에서의 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력 수요 등도 반영되어 있다. 데이터센터의 증가나 전기화의 직접적인 영향인지는 몰라도 최근 1~2년 동안의 전력사용량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그 모양이 상당히 가파른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최대 전력 실적 기준으로 코로나19의 Pandemic 종식 후인 2023년 8월에 93.6GW를 기록한 이후, 바로 다음 해인 2024년 8월에 97.1GW를 기록하는 등 단 1년 만에 3.5GW가 증가한바 있다. 이러한 흐름 등을 감안할 때에 전력수요를 과소 예측하여 블랙아웃의 가능성을 높이거나 급하게 후속 조치를 하게 되는 것보다는, 조금 여유 있게 예측하고 대응을 준비해 가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이후에 이어질 송·변전 설비계획 등이 주목되고 있다. 후속계획인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이나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등의 수립은 연내에 진행될 예정이다. 아무쪼록 관련 전문가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여, 집단지성이 십분 활용된 최상의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손성호

[EE칼럼] ‘민감국가’ 지정, 한국 원자력의 길을 묻다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15일, 미국 에너지부(DOE: Department of Energy)가 한국을 '민감국가'(SCL: 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로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었다. 올 해 초만 하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 에너지부 및 국무부와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어 그 충격은 더 컸다.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3국 수출을 위한 '팀 코러스(Team Korea+US)' 출범에 박차를 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는 점은 매우 모순적으로 보일 뿐 아니라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협력적이었다고 자평하던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말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어서 심리적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 17일, 한국 정부가 현 상황에 대해“외교정책 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뒤, 이어서 18일에는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도 “민감국가 리스트라는 건 오로지 에너지부의 실험실에만 국한된 것"이라며 "큰 일이 아니다"고 발언하면서 상황은 다소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 되었다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에, 안덕근 산자부 장관이 미국을 찾아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양국이 절차에 따라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것이다. 오는 4월 15일 상기 결정이 발효되기 전에 배제 조치가 이뤄지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지만, 행정 절차 상 이유나 시간 제약 등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일단 포함되더라도 조기에 리스트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사건과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자체 핵무장 주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의 양립 가능성 차원에서 한국 사회가 다시금 차분하게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정치권의 일부 인사들만 주장하던 자체 핵무장 주장이 점점 더 그 목소리가 커지고, 심지어 여론 지지도 높아지게 된 것은 안보 불안이 커진 탓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북핵 위협이 해를 더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정세 불안, 심지어 핵무장 국가가 핵 사용 가능성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상황,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 등이 중첩적으로 국민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Nuclear Non Proliferation Treaty)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비확산 레짐의 성실한 구성원으로서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을 증진하고 관련 기술의 수출을 목표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한국 국내에서 NPT 체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자체 핵무장 주장에 과하게 힘이 실리는 것은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글로벌 비확산 체제의 유지와 존속을 지지하는 많은 국가들 입장에서 우려할 만한 시그널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상황을 둘러싼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그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핵무기 체제에 대한 재논의가 점화되는 양상이기는 하지만, 국제적인 논의를 거쳐 핵무기의 배치를 재조정하는 것과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여 보유하겠다는 것은 엄연히 질적으로 다른 문제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원자력 정책이 보다 전략적이면서도 냉철한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 원인인 보완 문제 등을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철저히 보강해 나가면서 향후 제3국으로의 수출을 위해 한미 협력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안보적으로는 한미동맹에 기반을 둔 확장 억제를 통해 국가 안보를 공고히 하면서도 글로벌 비확산 레짐이 유지되는 데에도 기여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원자력에너지의 이용 확대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진심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즈니스 중심의 거래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 한미 간 원자력 협력을 통해 한국이 미국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및 기술적 이익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양국 원자력 협력의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 특히 신흥국 시장으로의 원자로 수출에 있어서 한국의 제조 능력과 수출 경험을 통해 축적한 기술 및 행정적 노하우는 미국 원자력 업계에는 부족한 부분이라 상호보완성이 높다. 한국이 이번 '민감국가' 사건을 통해 안으로는 정책적 모순을 바로잡고, 밖으로는 한미 원자력 협력을 한 단계 더 성숙하게 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도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길 바란다. 임은정

[EE칼럼] 친환경 국산화가 먼저다

글로벌 탄소중립에 대한 열망은 미국이 파리협약을 탈퇴하면서 한풀 꺾인 모양새이다. 지구 전체가 탄소저감을 위한 담합을 선언하고 모두가 지켜야지만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데 14.4%를 배출하는 미국이 빠져나가면 우리처럼 1% 정도만 책임져야 하는 나라가 무슨 노력을 해도 지구온난화는 막을 방법이 없다. 중국이 약 33%를 차지하고 있는데 석탄 발전소를 더 늘리고 있다. 인도는 15억의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더 많은 석탄 발전소를 신규로 짓고 있고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더 팔려고 노력할 것이고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은 탄소저감에 동참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나마 탄소저감을 노력하던 유럽도 그들의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전비를 더 내라는 요구에 응하다보면 탄소저감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으로 몰려가고 있다. 독일은 이미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으로 기업들이 떠나고 있고 3년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곤혹스런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 현실을 냉혹하게 바라보면 과연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할까 의문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4년짜리 대통령이고 그 다음 정권이 어떠한 기후정책을 펼칠지는 아무도 가늠하기 어렵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인류가 책임져야할 노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간과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에서도 다시 부활할 수밖에 없는 아젠다일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당분간 트럼프가 요구하는 알래스카 개발이라던가 추가 LNG 구입이라던가 하는 압박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서도 들어줄 수 있는 요구는 수용하고 우리가 얻어 내야할 원자력이나 방위비 협정을 유리하게 이끌어내고 관세도 타국 대비해서 적어도 손해나지 않을 정도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더 중요한 것은 4년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자본을 축적하여 친환경 기후테크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R&D와 실증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 기술력은 세계에서 수준급이지만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초격차를 벌일 수 있는 기술을 키우고 그런 기술을 통해서 친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단가를 낮춰야 한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노드하우스(Nordhaus) 교수는 과도한 탄소가격은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외국으로 그린워싱을 가속화하게 하기 때문에 적절한 탄소가격을 매겨야 인센티브가 작동한다고 했고 기술투자를 통하여 에너지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모두 투자하고 노력하기 보다는 공짜로 올라타기(free-riding)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하기 좋은 국토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로써 탄소저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GE, 지멘스, 미쯔비시만 만들던 가스터빈을 두산에너빌리티가 국산화하여 중국과 초격차를 벌이고 있고 이를 확장하면 수소터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가능하다. 다만 실증을 위한 트렉레코드를 쌓는 것을 지원하고 전력시장 규제완화를 통하여 부흥해야 한다. 미국 빅테크들은 AI를 위해서 SMR(Small Modular Reactor)를 필수 전력설비로 개발하고 있다. SMR은 대한민국이 표준을 지배하고 선점해서 시장을 앞서가야 한다. 배터리 3사도 매우 열심히 중국과 경쟁을 하고 있지만 점차 시장환경은 나빠지고 있어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진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태양광은 이미 밸류체인을 모두 중국에 빼앗겼지만, 풍력발전에 대한 기자재 국산화를 서둘러 지원해서 국내 기업들이 해외 바다를 누빌 수 있도록 해야한다. 유럽산 또는 중국산에게 완전하게 시장을 잠식당한다면 친환경은 아무런 부가가치 창출에는 도움은 안되고 비싼 전기요금만 내야할 실정이다. 친환경이 먼저가 아니고 국산화가 먼저이고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 전기요금으로 외국 기자재만 사들이는 현실은 국민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선, 변압기, 변전기 등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하고 있는 K-Grid 기술도 더욱 격차가 벌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친환경 국산화를 통해 전 세계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기후테크 선진국이 되는 게 먼저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홍종

[EE칼럼] 해상에너지 시대가 온다

에너지 업계의 숙원이였던 에너지 3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하였다. 에너지 3법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그리고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다. 에너지 3 법 중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다. 그동안은 민간 주도로 해상풍력 개발사업이 시행되어 난개발이 우려되어 왔고, 수용성 확보에도 곤란을 초래하여 왔다고 본다. 이번 해상풍력 특별법은 정부 주도의 입지 발굴과 예비지구 지정, 민관협의회를 통한 발전지구 지정으로 수용성 확대, 발전지구 내 사업자 선정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다. 그러나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고, 발전지구 지정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행령이 확정되기까지는 환경성 평가나 인허가 의제의 세부 사항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2023년 말 현재 세계 해상 풍력 발전 용량은 총75.2GW에 달한다. 아시아와 유럽에서는 각각 41GW와 34GW의 해상 풍력 발전 용량이 가동되고 있다. 두 지역을 합치면 세계 해상풍력 발전 용량의 99.9%를 차지한다. GWEC 마켓 인텔리전스(GWEC Market Intelligence)는 향후 2024~2033 년동안 410 GW이상의 새로운 해상 풍력 발전 용량이 추가될 것이며 연간 해상 풍력 발전 설비는 2023년 10.8GW에서 2028년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33년에는 66GW 규모로 신규 풍력발전 설비의 해상 점유율이 현재 9%에서 최소 2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부유식 해상 발전도 관심의 대상이지만 규모는 고정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적다. 참고로 2022년말 현재 전세계 부유식 풍력발전 누적 설치 용량은 235.95 MW이다. 한국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설비용량 전망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2030년 37.8%, 2038년 45.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데 해상풍력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 일본은 2030년까지 5.7GW, 2040년까지 45GW의 해상풍력 설비를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대만은 2035년까지 20.6GW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중국의 신재생 에너지부분에서 차지하는 풍력 시장은 2023년에는 8,858억 kWh이며 전국 총 발전량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아직 중국내 풍력발전에서 해상 풍력은 7% 정도만 차지하고 있으나 발전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다. 2023년 5월, 단일 기계 용량이 7.25 MW인 “해유 관란호" 부유식해상 풍력 발전기가 하이난 원창에서 136km 떨어진 해상 유전 해역에서 성공적으로 가동하였다. 중국은 제도적 지원도 적극적이다. 2015년 7월 1일부터 자체 생산하는 풍력 전력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부가 가치세 중 50%를 즉시 환급한다. 기업이 국가의 주요 지원을 받는 공공기반 시설 프로젝트(항구, 공항, 철도, 도로, 전력)에 투자하여 소득을 얻은 기업은 첫 해부터 3년간 기업 소득세를 면제하고, 네번째에서 여섯 번째 해까지 기업 소득세를 절반으로 감면하고 있다.해상 발전을 위한 기초 조건은 한국이 매우 좋다고 본다. 세계 최고 수준의 철강, 반도체, 건설, 고급인력, 그리고 해양 반도. 기초가 튼튼하면 무엇이든지 쌓을 수 있다고 본다. 체력도, 국력도, 전기력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속도다.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 튼튼하고, 빠르게, 그러면서 정확하게 진행한다면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 해양 풍력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공동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E칼럼]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원전수출에 영향없다.

지난 10일 모 일간지는 “미, 한국 '민감국가' 첫 분류 ... AI 등 협력 제한하나"라는 제하의 단독보도를 하였다. 미국 에너지부가 우리나라를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분류하여 규제 조치에 착수하였고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AI) 등 미국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이 제한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20여 언론사에서 이 소식을 보도하였다.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동일한 기사가 매체만 달리하여 줄줄이 나왔다. 바이든 정부에서 한 일인데 트럼프 정부로 바뀌고 2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뉴스인 것이 이상했다. 미국 에너지부의 홈페이지에서 관련된 사실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외신을 검색해도 찾을 수 없었다. 이윽고 여러 매체의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 기자들 누구에게 물어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를 쓴 것이 아니었다. 연합뉴스에서 미국 에너지부에 이메일로 문의하여 확인하였다고 하니 받아서 쓴 것이라고 하였다. 그 부분도 믿기가 어렵다. 아무튼 언론은 SNS에서 흥밋거리를 퍼 나르는 수준이었다. 매체가 많아도 깊이와 다양성은 없었다. 이미 많은 언론이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였다. 보도가 사실인지, 왜 미국 정부가 그런 결정을 하였는지에 대한 확인 보다는 이것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향후 벌어질 영향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근거를 찾는 대신에 이 사람 저 사람 전문가에게 물어서 의견으로 뉴스를 채우고 있다. 취재 대상이었던 대부분의 전문가도 사실확인이 되지 않으니 딱히 해줄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상상의 날개를 펴서 기사를 쓰기로 작정한 듯하다. '체코 원전수출에 영향을 초래한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관련 연구개발에 영향이 초래된다.' '원전업계의 영향은?' 이런 식 제목을 단 기사가 하루만에 여럿 나왔다. 사실확인부터 하자고 해도 그것은 언론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기자들은 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듯하다. 또 아무도 민감국가 지정이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려고 하지 않았다. 검색도 하지 않고 일단 전화통부터 잡는 듯하다. 민감국가는 미국 국무부가 지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에너지성이 지난 1월 15일 국무부에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정되면 4월 15일에 민감국가가 되는 것이다. 민감국가라는 것도 핵무기를 만들려는 나라만 민감국가로 지정되는 것도 아니다. 국가안보, 지역불안정, 국가 경제안보 위협 또는 테러지원 등의 이유로도 민감국가로 지정된다. 핵안보의 문제로만 몰아갈 일도 아니었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우리나라에 어떤 제제조치가 가해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공무원이나 정부출연 연구소의 연구원이 민감국가를 방문하거나 접촉할 때 사전 정보 브리핑, 사후보고, 방첩활동 등의 내부적 제약이 따르는 것이다. 즉 적용대상이 민감국가 자체가 아니라 민감국가와 접촉하는 자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알아도 체코원전 수출에는 영향을 미칠 요소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관료와 연구원이 미국의 정보와 자료가 유출될 것을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이지 우리가 체코에 수출하는 것에는 관련이 있을 수 없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과 관련된 활동도 미국 정부와 출연연구소와 관련이 없는 산업적 영역의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없다. 물론 인공지능(AI) 산업과도 관련이 없다. 원전 관련주가가 하락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이런 언론의 보도태도가 사회적 불안을 조장했다. 사실확인도 안했고 민감국가가 무엇인지도 관심이 없었다. 어제 밤 늦게 외교부는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것도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니 정치인들의 핵무장론 때문에 발생했다는 기사들도 오보가 되었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여기저기 의견들을 모아서 퍼나르기고 그것이 사실일 경우에 발생될 일의 여파를 먼저 터뜨리려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어느 정도 내용이 파악된 지금도 여전히 더 뭘 꾸며댈까 하고 주무르고 있을 듯하다. 정범진

[EE칼럼] 한 끗 차이의 나비효과

한 끗. 근소한 차이나 간격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는 한 끗 차이로 중요한 경기의 승패가 결정되거나, 나중에 예상치 못한 파장이 일어나는 나비효과를 경험하곤 한다. 지난 2월 2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이 확정되었다. 작년 5월 발표된 전기본 실무안에는 신규원전 4기가 포함됐었지만, 국회 보고 과정 중 정치적 타협에 따라 3기로 축소됐다. 1기 차이지만, 여기에 숨겨진 의미와 파장은 가볍지 않다. 첫째, 국민 부담이 큰 폭으로 뛴다. 전기본 최종안은 실무안 대비 신규원전 1기를 줄이는 대신 태양광 발전설비 2.4GW를 추가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분석에 따르면, 원전 1기 대체를 위해서는 7GW의 태양광 발전설비와 92GWh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요하다고 한다. 전기본 최종안대로 태양광 발전설비 2.4GW만 반영해도 32GWh의 ESS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들 설비 건설비용은 원전 1기 건설비용의 약 2배인 12조 원가량일 것으로 추산됐다. 신규원전은 60년을 가동하지만, 태양광과 ESS 가동 기간은 각각 20년, 15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설비의 추가 교체가 필요해 총비용은 33.6조 원까지 급증한다고 한다. 이런 건설비용뿐만 아니라 국민이 내야 할 전기요금도 매년 3,8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숫자 하나 줄였을 뿐인데, 국민이 떠안을 부담은 어마어마하다. 둘째, 원전 건설 물량이 줄어든다. 원전 1기 건설비용은 6조 원 내외다. 신규원전 1기 축소는 이 정도의 건설 물량이 국내 산업계에 풀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원전 1기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원전 설계부터 기자재 제작 및 건설 분야까지 망라한 업체가 참여한다. 이들 업체의 인력과 조직은 우리 원전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들 업체의 인력과 조직은 물량이 지속 확보돼야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단기간에 많은 물량이 몰렸다가 사라지는 것보다 조금씩이나마 물량이 공백기 없이 공급되는 것이 경쟁력 유지에 효과적이다. 이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신규원전 1기가 타당한 이유 없이 사라진 것이다. 셋째, 전기본의 공신력이 훼손됐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90여 명의 전문가가 2023년 7월부터 2024년 5월까지 87회의 논의를 거쳐 전기본 실무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회 보고 과정 중 전문가 평가나 검증 없이 신규원전 1기를 줄인 것은, 과학적 근거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시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처럼 정치적 흥정의 산물이 된 전기본은 그 신뢰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나비효과 예로는 지난 2월 27일 국회를 통과한「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들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오랜 난제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한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중 특별법안 제36조제6항의 단서 조항인 “여건 변화가 있을 경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심의‧의결로 저장 용량을 달리할 수 있다"는 문장이 삭제됐다. 이것이 우리나라 계속운전 제도를 뒤흔들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운전 허가가 만료된 원전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10년간 계속운전할 수 있으며, 그 횟수는 제한이 없다. 계속운전은 가장 경제적인 탄소중립 수단이다. 세계적으로 최초 운전 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의 대부분은 계속운전되고 있다. 발전사업자는 계속운전 기간 중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공간을 확보해 놔야 계속운전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단서 조항 삭제로 원전 부지 안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최대 저장 용량이 제한되면서, 저장공간 부족으로 계속운전 허가를 받기 어렵거나 계속운전 횟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발에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이 됐다. 계속운전을 하지 못하면, 대체 발전설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비용은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대체 발전설비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대규모 전력 공급부족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정책이나 법률의 수치나 문구의 미세한 변경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그것이 우리 사회․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기본과 특별법이 바로 그 대표적 사례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실수를 인지한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그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신규원전 계획과 특별법 해당 조항의 조속한 원상복구가 필요한 이유다. 문주현

[EE칼럼] 자원이자 연료인 나무, 산불 문제 해결책 있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전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장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다". 미국 교육심리학자 웨인 다이머의 이야기를 자주 되새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부터 5월 23일까지 전국적으로 50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과거 10년간 매년 평균적으로 403건의 발생한 것에 비하면 산불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산림청 재직 당시 산불 대응 업무를 여러 차례 담당한 적이 있다. 최근 산불을 보면 대형화, 전국화, 그리고 연중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3월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의 기억이 생생한데 2023년 4월에도 강릉에서 국민관광지 경포호 북쪽을 검게 그을린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주요 산불은 과거에는 강원과 경북의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양구, 영월, 홍성, 합천, 고령 등 내륙과 서해안 지역에서도 큰 산불이 빈발하고 있다. 예전에는 봄철과 짧은 가을철에 발생하던 산불이 여름 장마철을 제외한 연중 발생한다. 산불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충분한 방안을 고려할 시점이다. 향후 산불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연료이다.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진화 임무를 맡은 조종사의 말을 인용한다. 2023년 4월 충남 홍성 산불 때 지휘를 맡았던 영암산림항공관리소의 기장은 진화 임무를 마치고 일몰 후 착륙하면서 “연료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헬기로 물을 뿌려도 진화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연료가 축적되는 정도는 산림청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산림의 평균 임목 축적량은 168.7㎥이다. 이는 1ha 면적에 있는 나무의 양으로, 2011년의 130.4㎥에서 10년 만에 30% 증가한 것이다. 전체 산림 면적을 기준으로 보면 10년 사이에 2억 3천만㎥, 연간 2300만㎥의 목재가 숲속에 추가로 비축된 것이다. 2022년에 국내에서 수확한 목재량은 430만㎥으로, 늘어나는 양의 81%는 숲에 쌓이고 있다. 사실 산불 대응에 있어 인위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것은 연료다. 산불 연구 전문가인 강원대 이시영 교수에 따르면, 연료는 산불 발생의 3요소 중 하나인 동시에 산불 확산에도 기여한다. 반면, 산소, 기상, 지형 같은 다른 요소들은 자연현상으로 사람이 조절하기 어렵다.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숲에 쌓여만 가는 연료, 즉 나무의 밀도를 관리해야 한다. 나무는 연료이면서 목재 자원이다. 늘어나는 산불 피해 추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안으로 국산 목재의 산업화를 제안한다. 우리나라 목재 자급률은 2022년 기준으로 15%로 대부분 목재 수요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토 대비 산림면적이 64%로 OECD 회원국 중 세계 4위의 산림국가에 어울리지 않은 실정이다. 1970년대 치산녹화 이후 나무 수령이 50년을 넘어가고 있으며, 매년 목재 수입으로 6조원 이상의 외화를 지출하고 있다. 한편, 산불로 인해 귀중한 나무들이 손실되고 있다. 심고, 가꾸어서 커진 나무는 벌채해 이용하고, 대신 좋은 묘목으로 다시 키우고 가꾸는 것이 지속가능한 산림관리의 원칙이다. 순환적 임업을 실행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향후 산불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목재자원화를 앞당기는 일이다.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는 숲 경영이다. 벌채에 부정적인 시민들도 있고, 지속가능한 산림관리에 대한 이해가 미흡한 일부 시민단체가 있을 수 있다. 현재나 미래에 산불로 인해 입을 산림과 지역의 피해를 감안할 때 산불당국은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또한 순환임업을 이행하는 데 있어 임업 노동력과 임도의 부족, 임업 기계화 미흡 등 장애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거부터 거론된 문제로 국산재 산업화를 촉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항이다. 중요한 것은 주요 이슈로 부상한 대형 산불 위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산불 위험이 가장 높은 봄철이다. 3월 중순이면 통상적으로 대형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 효과적으로 대응해 이번 시즌을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산불 시즌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산불로 인한 피해는 늘어나고 있다. 산불 대응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고려하고, 산림 재난 위험을 현실적으로 경감하는 노력이 필요한 단계이다. 그 노력의 출발점은 연료이면서 자원인 나무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고기연

[EE칼럼] 대왕고래를 더 이상 산으로 가게 하지 말자

지난해 6월 대통령의 발표로 시작된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사업은 한 편의 코미디처럼 흘러왔다.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자원탐사사업이 불행하게도 정치의 영역으로 엮이면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 종료된 1차 탐사시추인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상업적 가스전 발견에 실패했다는 산업부 발표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돈만 날렸다느니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등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기대를 많이 한 사람은 기대만큼 실망도 컸을 것이고 기대를 안한 사람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며 비난할 수도 있다. 시추 전에 다른 기고문을 통해 이번에 계획된 첫 시추인 대왕고래 구조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척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즉, 탐사에 성공하면 남아있는 유망구조의 탐사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귀중한 평가자료를 제공하여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20%의 탐사 성공 확률의 의미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꾸준히 탐사와 시추를 통해서 동해지역에서 석유 가스의 부존 가눙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부터가 정말로 중요하다. 이번 시추 결과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또한 시추 과정에서 얻은 중요한 많은 지질 및 암석 정보를 정밀 분석해야 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동해 심해광구 내에 존재하는 다른 유망구조에 대한 탐사 유망성을 재평가하고 향후 탐사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에너지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93% 이상이고 석유가스는 전량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에게는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이 국가생존에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국내 석유가스개발은 산유국이라는 에너지안보 측면 뿐만 아니라 동쪽의 일본, 서쪽의 중국과의 해양영토 분쟁에 대비한 자료 확보와 축적, 그리고 탄소중립을 위한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 확보 등 다양한 장점이 존재한다. 즉, 잘 추진하면 1석 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계획한 것이 한국석유공사의 “광개토" 프로젝트라 불리는 장기적 탐사 계획이었다. 국가적 차원에서 겉으로 드러난 목적과 숨은 목적이 다를 수 있다. 이것을 만천하에 자랑하며 드러낼 필요는 없다. 숨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략을 주변국에 알려줄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자원개발의 기본은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다. 광개토 프로젝트는 단기적으로는 제2의 동해 가스전을 찾아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고 CCS 저장소도 확보하여 국가 탄소중립에 기여하고자 2031년까지 24개 공을 시추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이다. 이번에 시추 종료된 심해 대왕고래 유망구조 시추는 그 첫 번째 시추공에 해당한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운동화 끈 조여 매고 막 출발 한 것과 같고 1년 으로 따지자면 24절기 중 첫 번째인 입춘이 지난 것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국가 에너지자원 문제가 정치적으로 다루어지면 한국의 에너지안보 분야는 희망이 없다. 대왕고래가 산으로 가게 두어서는 안된다. 국가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국내 해양 자원 탐사사업은 국가의 역할이며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정부를 대신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석유공사는 앞으로 국민의 믿음과 공감대를 얻어 장기적인 광개토 프로젝트가 좌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 신현돈

[EE칼럼] 지금은 NDC보다 AI가 먼저다

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증기기관, 내연기관, 전기와 같은 획기적인 기술개발과 이를 뒷받침하는 화석에너지에 의해 탄생한 산업혁명은 각종 기계의 발명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했다. 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혁명의 문 앞에 서게 됐다. 바로 인공지능(AI) 혁명이다. 이번에는 인간의 또 다른 한계인 지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이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계산을 넘어 패턴을 학습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돕는다. 인간의 분석 능력 범위를 넘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뿐히 처리하며, 의료·과학·예술 등 지금까지 고유한 지적 영역으로 인식되던 분야까지 인간을 대체할 태세다. 산업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AI 혁명에도 에너지 소비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 인간의 몸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중 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정도다. 이는 몸 전체 근육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과 거의 맘먹는 수준이다. 조금은 생뚱맞게 들리겠지만, 인간의 뇌 활동을 대체하는 기술혁명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AI 혁명에는 엄청난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부 산하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8년까지 최대 132GW에 이를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전력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신청 건수가 732개이고 여기에 필요한 전력은 49.4GW에 이른다. 여기에 AI 혁명을 뒷받침할 반도체를 생산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필요한 전력 10GW는 별도다. 작년 최대전력수요 93.2GW와 비교하면 엄청난 크기다. AI 혁명에 성공하려면, 새로운 차원의 전력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 추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AI 혁명 전과 후의 경제체제는 완전히 다른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경로 파괴적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비상사태 선언이 상징적 사건이다. 에너지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미국이 에너지 부족으로 AI 혁명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우리나라는 더욱 절박하다. AI 관련 산업 비중이 높은 가운데 국가 경제의 해외 의존도도 높아, AI 혁명에 실패하여 경쟁력을 상실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구조다. 미국보다도 비상한 자세로 에너지 확보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한가롭기 그지없다. 최상위 에너지계획으로 볼 수 있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1년 8개월이나 지연된 지난달 21일에 늦장 확정될 정도로 긴장감이 없다. 내용도 현실과 딴판이다. 2038년까지 데이터센터에 의한 추가 수요 전망이 4.4GW이다. 앞서 소개한 입법조사처 2029년 전망치 49.4GW와 비교해 10배 이상 낮다. 물론, 부지 선점을 노린 데이터센터 신청에 근거한 입법조사처 전망에는 허수가 많다지만. 10배 이상 차이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기에 올해 유엔에 제출할 2차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정하고 있는 탄녹위는 한술 더 뜬다. 발전 부문에서만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65% 감축을 목표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계획된 신규 원전이 고작 2기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재생에너지 올인을 의미한다. 2030년까지 44% 감축하는 1차 NDC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올려야 달성된다. 그러나 2023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9.6%에 지나지 않으므로, 매년 거의 7GW씩 늘려야 한다. 물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불가능해 보인다. 더욱이 고작 이용률이 20% 내외일 정도로 간헐성이 극심한 태양광, 풍력으로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되어야 하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등 보완 설비가 꼭 필요하지만 이에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에너지계획을 고집하면, AI 혁명에서 필패한다. NDC도 중요하지만, AI 경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경쟁에서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가려가며 사용할 여유가 없다고 선언한 이유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로 잠시 시간을 벌었다. NDC를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재생에너지 올인 정책에서 벗어나 AI 혁명에 필요한 충분한 전력 공급에 나서야 한다. 어쩌면 AI가 기후변화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AI의 도움으로 꿈의 에너지 기술인 핵융합이나 초전도체 개발을 앞당겨 기후변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에는 NDC보다 AI가 먼저로 보인다. 박주헌

[EE칼럼] 에너지 위기에서 배워야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에 세계 경제와 정치가 안정화되면서 에너지 위기라는 단어를 못 들어본지 한참인 것 같은데, 요즘은 거의 매일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아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이미 위기의 모든 조건은 갖추어져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교훈을 찾아야 한다. 집에 불이 나기 전에 가연성 재료를 잘 치워둬야 하듯이, 이런 에너지 위기도 미리 그 조건을 해소할 수 있어야만 궁극적으로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폐해에 놀란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가스 보급선을 확충하였다. 특히 부유한 유럽 국가들과 일본이 그 중심에 있었다. 유럽의 경우 전체 수입량의 40%를 러시아로부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니, 우크라이나가 그 파이프라인을 폭파했을 때 에너지 비용이 몇 배로 치솟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풍력과 태양력 등의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 같은 탄소중립 에너지원은 공급망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아서 에너지 자급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나았는데, 재생에너지의 경우 어쩔 수 없는 간헐성 때문에 전력망 안정성을 고려할 때 현재 수준 이상으로 비중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지 않았다면 유럽 국가들이 지금의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자급 가능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압도적으로 높였을 것이다. 이러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로부터 우리가 배워할 것은 무엇일까? 영국은 북해 유전 등을 소유한 에너지 부국이라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니, 한국과 비슷한 에너지 빈국인 프랑스를 보자. 1970년대에 프랑스의 에너지 자급률은 26%에 불과했으나 적극적인 원자력발전의 도입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50%대의 에너지 자급률을 안정적으로 달성하였다. 이번 에너지 위기에서 프랑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 했던 이유이다. 한편, 독일에서는 오일 쇼크 이후 자국 내의 풍부한 석탄을 이용해 자급률을 유지하였는데, 여러 번 국내 언론에서도 보도된 것과 같이 이것이 EU의 환경 규제 등과 많은 문제를 발생시킴에 따라 점차로 석탄 이용을 억제하였다. 그런데 이 시기에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원자력 발전을 폐지하는 정책추진을 하였고, 그 통에 대체 전원 확보를 위한 에너지 자원 수입이 증가하는 상황을 맞게 되어, 재생 에너지 활용을 높여서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려 하였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수입에너지 가격 폭등과 신재생의 높은 경비가 동시에 닥쳐서 국가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2024년 독일의 전기 요금은 MWh당 69유로로 프랑스의 46유로와 큰 차이가 있다. 단순히 경쟁력이 없을 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 에너지 안보 수준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상황을 돌아보면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 지 너무나 자명하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상황은 정리해 보면, 고도로 발달된 중화학공업위주의 산업구조로 인해 세계 8위의 에너지 소비 국가이면서도 전체 에너지의 96%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단순히 에너지의 원활한 공급이 에너지 안보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안보를 좌우할 상황이다. 그러면 어떻게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어떤 에너지 문제도 없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내고 지금의 공업 강대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일까? 자유무역과 에너지공급을 보장했던 안정된 국제 체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전 세계의 보안관 역할을 해 주었던 미국 주도의 안보 체제 하에서 큰 위험부담 없이 에너지와 원자재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공업생산품을 수출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 이런 모든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실익이 없는 보안관 노릇을 거부하고 있고, 해당 국가가 개별적으로 그 부담을 져야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멀리서 수입해 오는 화석에너지원에는 위험부담이 추가될 것이고, 이런 상황이 지금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가 주요 에너지 수입국에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선박수송로가 얼마나 위험한 지역을 통과하는 지를 생각해 보면 이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한전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OIL, LG화학 순서로 전기를 많이 소비한다. 에너지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안보는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큰 일이다. 재생에너지는 국내 자급 에너지이다. 에너지 안정성에서는 미흡하지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안정성과 안보 이 두 가지 모두에서 가장 이상적인 자원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를 강화함으로서만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원자력 이용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의 근본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걸 상기해야 한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전형적인 경우이지만, 최근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정 과정도 걱정스럽게 보인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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