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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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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상 베트남과 타결됐는데…미중 ‘갈등 재점화’ 우려 나오는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03 12:12

영국 이어 두 번째 무역협상…아시아·무역 적자국과는 첫 합의
베트남産 모든 제품에 20% 관세…제3국 우회수출 제품엔 40%
중국 겨냥용 조치…“글로벌 공급망서 중국 고립 전략”
“협상서 中 이익 희생 반대”…반격 예고한 중국

Trump Tariffs Analysis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트남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미중 갈등이 재점화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환적한 제3국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합의 내용이 중국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각국과 협상에서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을 경우 반격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통화 후 베트남과 막 무역 합의를 했음을 발표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베트남산 상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환적 상품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베트남에 대해 46%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했는데, 양국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를 20%로 대폭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 대가로 베트남은 이전에 해본 적이 없는 조치를 취했고 그것은 바로 미국에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베트남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상호관세 발표 이후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국가가 됐다. 미국 정부가 아시아 지역이자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와 합의를 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중국과도 합의가 있었으나 그것은 서로에 대한 수출통제 등에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는 내용이어서 포괄적인 무역합의라고 보긴 어렵다.




베트남은 최근 들어 미국의 주요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글로벌 의류·신발 제조업체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 기지를 다각화해왔다.


미국 측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미국의 전체 수입 중 베트남이 차지한 비중은 4.5%로, 독일과 같이 공동 6위에 올랐다. 베트남·독일 다음으로 일본(4.2%), 대만(4.0%), 한국(3.4%)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동시에 베트남은 중국, 아일랜드, 멕시코, 스위스에 이어 5번째로 많은 무역 적자를 미국에 안긴 나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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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한 생산공장(사진=AFP/연합)

주목할 점은 이번 미국과 베트남의 무역합의 내용이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는 부분이다. 베트남산 제품에 대해 부과된 미국의 관세율은 20%로, 기본관세인 10%보단 높지만 현재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30%의 관세보단 낮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미국 관리들은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떠나도록 장려하기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데 대한 관세를 중국보다 낮게 조정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환적 상품에 대한 40% 관세 또한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베트남에서 환적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원산지 세탁'을 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지난 4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베트남은 사실상 중국의 식민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입수한 미국과 베트남 무역합의 공동성명 초안에 따르면 양국은 중국산 제품이 우회수출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들을 고립시키겠다는 미국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무역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도 원산지 규정과 관련해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인도산으로 인정받으려면 현지에서 상품 부가가치의 60% 이상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인도는 35% 수준을 원하고 있다.


베트남, 태국, 한국 등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이러한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한 조치를 이미 내린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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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연합)

이러한 내용은 중국의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중국의 보복 조치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라나 사제디는 “중국은 중국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합의에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며 “우회수출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제품에 더 높은 관세에 동의하기로 한 결정이 이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중국은 어떤 당사국이라도 중국의 이익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거래를 성사시키고, 그것을 통해 관세 감면을 받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 측은 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고 단호히 반격해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미-베트남 무역합의는 베트남에게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현재 미국과 협상 중인 다른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제디는 이번 합의에 따라 중기적으로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25% 하락해 연간 경제 생산량의 2% 이상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중국이 어떠한 보복 조치를 꺼내더라도 베트남 경제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협상을 주도하는 한 외교관은 “아시아 지역의 다른 국가들은 미-베트남 합의보다 불리한 내용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다만 백악관은 이번 무역협상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문이나 포고령 등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 일부 세부사항은 여전히 협상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초 영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시행하는 행정명령은 지난달 중순에 서명됐다. 또 양국은 지금도 핵심 쟁점인 25% 철강 관세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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