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C 기대감에도 투자부담·경쟁 심화 우려
주가 반등과 달리 실적·재무 전망은 '경고등'

▲지난해 이차전지 업종은 영업현금흐름(하늘색) 대비 순차입금(오른쪽 그래프 적색선) 비율이 급증했다. 투자(CAPEX) 등을 위한 자금조달이 영업 창출 현금 대비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한국기업평가]
이차전지 종목이 나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이차전지 기업들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이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도 이차전지 업종은 '불확실성의 터널' 속에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이차전지 종목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대표적인 종목 모두 2거래일째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달 첫 거래일인 1일에는 하락했지만, 이튿날에는 상승했다. 이 가운데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은 지난 5월 연중 최저점까지 하락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등락을 반복해왔다.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투자심리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증권가에는 이들 종목들의 목표주가 하향이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만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포스코퓨처엠의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다만 이는 이들 회사 자체의 실적 개선에 의한 것은 아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유상증자를 통한 순차입금 감소, 즉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것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이차전지 평균 멀티플 상승(16.2→18.0)이 주효했다.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기준(멀티플)이 높아졌기 때문에, 같은 이익을 내더라도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보고서를 낸 다른 증권사들은 모두 두 회사의 목표가를 내리거나 유지했다.
신용평가사 시각도 증권가와 다르지 않다. 통상 증권사는 수익성과 성장성 즉 주가 상승 여력을 평가한다. 반면 신평사는 채무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재무안정성과 지급능력을 평가한다. 증권가에서 목표주가 상향 의견이 잇달아 나오는 종목인데도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례가 종종 나오는 이유다. 이를 적용하면 이차전지 업종의 경우 수익성과 성장성, 재무안정성 모두가 불안하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일 이차전지 업종에 대해 하반기 실적 저하와 재무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지속된 부정적인 수급환경이 계속될 것이란 진단이다.
이차전지 기업들은 지난해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을 겪었다. 전기차(EV) 시장 성장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정책 불확실성 등이 겹쳐졌다. 올 하반기에는 미국 중심 물량 증가와 미국 정부의 첨단 제조세액공제(AMPC) 보조금에 대한 기대도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이 이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MPC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 1kWh당 35달러, 모듈 1kWh당 10달러 등 생산량에 따라 현금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게 된 핵심 배경이기도 하다.
한기평은 이차전지 하반기 전망에 대해 “미국 중심 물량 증가, AMPC 보조금 수취가 수익성 회복 기대 요인이지만, 투자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라며 “다양한 자구안 이행을 통한 재무안정성 통제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