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 어렵지만 시급한 시멘트산업의 탄소감축

시멘트에 모래, 자갈, 물을 섞어 만드는 콘크리트는 현대 물질문명의 토대이다. 콘크리트는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자재의 80%를 차지한다. 전 세계에 1인당 80톤이 넘는 콘크리트가 존재하는데, 이를 전부 합하면 총 650기가톤에 달한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을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무게가 나간다. 건축의 세계에서 시멘트는 콘크리트가 서로 단단히 달라붙도록 돕는 마법의 성분이다. 인류는 수천 년간 석회를 구워서 건물을 짓는 데 사용했다. 튀르키예에서 발견된 1만 년 전 신석기 유적의 바닥과 기둥에 시멘트를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로마인들이 콜로세움의 기초를 만들 때 사용한 것도 콘크리트의 일종이다. 현대의 시멘트 제조법은 1824년 영국의 조셉 애스프딘이 특허를 낸 방법이다. 애스프딘은 '포틀랜드시멘트'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시멘트의 색이 영국 포틀랜드섬에서 산출되는 천연석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포틀랜드시멘트는 전체 시멘트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토마스 에디슨은 시멘트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에디슨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시멘트 소성로(kiln)를 만들어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정부는 우리나라의 근간이 될 기간산업을 시멘트, 비료, 화학섬유 등으로 정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우리나라에 그나마 많이 매장되어 있는 지하자원이 석회석이라, 1960년대부터 국가산업으로 육성했다. 시멘트는 한자로 양회(洋灰)라고도 하는데, 이 무렵부터 여러 시멘트 기업이 탄생했다. 2023년 한국은 연간 5천만톤이 넘는 시멘트를 생산하는 세계 11위의 시멘트 대국이 되었다. 소비량으로는 세계 10위이다. 국내 석회석 매장량은 118억톤이며, 향후 약 200년간 시멘트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시멘트의 제조과정을 살펴보면, 주원료인 석회석과 부원료인 진흙, 모래, 산화철 등을 원료 분쇄기에 투입하여 분쇄한 후 소성로에서 최고 2,000℃의 고열로 가열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가 생성된다. 클링커에 석고와 같은 첨가제를 혼합한 후 분쇄기에서 아주 잘게 분쇄하여 시멘트를 만든다. 시멘트산업은 철강, 석유화학과 함께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8%를 차지한다. 석회석(CaCO3)을 가열하면 탈탄산과정에 따라 클링커(CaO)가 생성되면서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소성로 가열을 위해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약 33%, 원료 분쇄기, 냉각기 등 각종 설비에서 전기를 소모하면서 약 7%가 발생한다. 2023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30위 기업 중에는 시멘트 회사가 5개나 있다. 이들 기업의 배출량은 3천만톤이 넘는다. 국내 배출량의 약 4.7%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시멘트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은 제품 생산 단위당 평균 0.83tCO2로 글로벌 평균(0.62tCO2)보다 높다. 영업이익이 많지 않은 시멘트 회사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멘트산업은 전형적인 온실가스 난감축(hard to abate) 분야이다. 에너지 연소 때문이 아닌 공정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시멘트산업에서 발생하는 공정배출 감축을 위한 대표적인 수단에는 원료전환이 있다. 석회석을 슬래그, 애시류 같은 비탄산염 원료로 대체하거나, 클링커 비중을 줄이고 석고와 같은 혼합재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또 다른 주요 수단은 연료전환으로,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폐목재, 폐유 등의 순환자원이나 수소, 바이오매스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열기, 냉각기 등의 효율 향상을 통해서도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 이러한 감축기술 도입 이후에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결국 CCUS 기술을 이용해서 처리해야 한다. 탄소중립의 핵심 수단이지만, 아직은 너무 비싸서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 양은 많고 마진은 박한 시멘트산업은 더욱 그렇다.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투자가 시급하다. 시멘트산업은 전형적인 원료 지향성 제조업이다. 운송비 부담이 커서 원료인 석회석을 채굴하는 광산 인근에 생산 공장을 짓는 편이다. 공장을 해외로 옮길 수도 없고, 해외 수입에 의존하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는 비바람을 막아줄 튼튼한 지붕과 벽이 있고, 발밑에 단단한 바닥이 있으면 건축의 중요성을 잊곤 한다. 그러나 주거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의식주 중의 하나이다. 없어선 안 될 시멘트산업이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도 제대로 된 평가를 계속 받으려면 탄소배출 문제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 박성우

[EE칼럼]행정명령을 통해서 본 트럼프의 에너지정책 방향

취임한지 두 달여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가 무섭다. 관세 폭탄, 불법 이민자 추방, 이스라엘-하마스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개입, 트랜스 젠더의 스포츠계에서 추방 등 여러 쟁점 이슈를 속전속결로 해치우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수단은 대통령 행정명령(President Executive Order)이다. 2월 12일 현재까지 총 65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취임 후 열흘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 수가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후 100일 안에 서명한 것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명령 중 에너지 및 환경과 관련된 내용은 6개이다. 제일 먼저 내린 행정명령은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 및 조치 78개를 폐지하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서명한 행정명령 5개와 인플레이션 감축 법(IRA)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행정명령 그리고 인프라 투자와 고용에 관한 법률(IIJA)의 이행에 대한 명령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 UNFCCC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기로 하였으며 국제기후재무계획을 즉시 철회하기로 하였다. 돈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모든 법적 권한을 동원하여 연방정부 토지에서 진행되는 에너지 공급과 개발행위에 편의를 제공하고 인프라, 에너지, 환경, 자연 자원과 관련된 프로젝트의 준공을 신속히 처리하라는 내용이다. 네 번째는 미국의 에너지 개발을 촉진하는 것인데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여 경제적·군사적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연방정부의 영토, 영해 및 대륙붕에서의 에너지 탐사와 생산을 장려하며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중국 등의 광물자원 무기화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기차에 대한 지원 및 특권을 폐지하고 항만, 액화기지, 파이프라인 등 LNG 수출 인프라를 비롯한 에너지설비에 대해 신속하게 인허가를 내주라는 명령이 포함되어 있다. 다섯 번째는 알래스카의 자원 개발을 촉진하는 것으로서 알래스카 북극권에 있는 풍부한 석유 및 천연가스 자원을 알래스카 남부로 이송하는 파이프라인과 액화기지 및 항만의 건설과 운영에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상 및 육상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정부의 영토 임대, 허가, 금융 대출 등을 정지하라는 사실상의 풍력발전 건설정지 명령이다. 이상 여섯 개의 에너지·환경 관련 행정명령은 임기 초반 트럼프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색깔과 방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탄소저감, 재생에너지의 확대 등에 반대하며 전통적 화석 에너지의 생산과 개발을 확대해서 미국 국민에게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다. 일례로 알래스카의 에너지 자원 개발을 촉진함에 있어서 지난 바이든 및 그 이전의 대통령 때 진행되었던 환경영향평가, 국토관리청(Bureau of Land Management)의 결정사항, 내무부 장관의 공공토지명령(Public Land Order) 등을 비롯한 개발 관련 정부 결정 및 핵심 세부사항에 대한 조처방안을 담고 있다. 이뿐 아니라 각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간의 업무분장 및 협업 사항을 미리 파악하여 에너지 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방해가 되는 핵심 규제와 장애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을 주도면밀하게 지시하고 있다. 그만큼 트럼프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수단에 대해 미리 잘 준비해 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주정부를 비롯한 여러 지방정부 그리고 언론과 환경 및 시민단체의 반발, 법원의 제동 등 트럼프 정부 앞에 놓여 있는 장벽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에 민감한 유럽 각국도 최근 우파가 집권한 독일 총선에서도 볼 수 있듯이 환경보다는 성장, 에너지 전환보다는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역점을 기울이려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몇몇 국가는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려 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태세를 취하고 있다. 몇 년 전 탈원전과 탈탄소를 향하여 치닫는 모습과는 꽤 다른 낯선 장면이 당분간 지구촌 곳곳에서 연출될 것 같다. 조성봉

[EE칼럼] 드디어 통과된 에너지 3법, 첨단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야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및'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등 이른바 '에너지 3법'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개 법안의 통과는 정치권이 현재 극한 대립 중임에도 에너지 분야를 지원하기 위하여 합의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크게 평가를 받는다. 또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그리고 전력망이 함께 한 묶음으로 통과한 것은 기존의 소모적인 제로섬게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미래에 모두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한 첫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관련 학계 역시 모두 찬성과 응원의 메시지를 곧바로 발표하였다. 5월에는 함께 학술대회를 연다고 한다. 각각 송배전망이 모자라서 생산한 전기를 필요한 지역으로 보내지 못하는 문제를, 저장용량이 이미 한도를 넘어버린 사용 후 핵연료 저장 문제를, 그리고 사업자 난립과 인허가 늦장 등으로 지지부진한 풍력발전의 문제를 해결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 중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AI 산업의 발전 및 기후변화 대응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전력망 확충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의 특별법이다. 국가가 기간 전력망 관련 계획을 수립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60일 이내 주민 의견을 수렴해 회신하도록 하되 이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협의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인데, 이는 상당히 강력한 조항이다. 해당 조항이 사업 시행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임은 확실하나 전력망 설치지역의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된다. 이에 특별법은 송·변전 시설 주변 주민이나 지자체에 관한 보상 조항을 함께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생산된 전력은 생산지에서 우선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이를 잘 활용하여 수도권 전력 사용 집중 문제를 해소하는 유인책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적인 처리 시설에 대한 근거를 담은 법으로, 지난 2016년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지 9년 만에 동의를 얻었다. 2050년까지 중간 저장 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 폐기 시설을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1970년대 원자력발전이 시작한 이래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해묵은 숙제를 이번에 여야가 해결의 물꼬를 튼 것이다.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정부 주도의 계획 입지로도 사업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예비타당성조사의 면제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문제가 되어 왔던 입지 선정 소요 기간의 장기화 문제를 해결하여 풍력 사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지난달 21일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역시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지난해 5월에 실무안이 만들어진 지 9개월 만이다.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15년 계획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모두가 함께 지난 2월 말에 확정된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야 하겠다. 추가적인 제도의 도입도 필요해 보인다. 먼저, 최근 전력 소비가 변동이 심해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보다 입체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즉, 발전량이 많은 지역에 소비자를 유치하고나 AI를 적용한 스마트미터 등 첨단 기기의 개발과 적용,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프로슈머(prosumer) 형 재생에너지 생산 및 소비자가 생산하여 사용하는 넷미터링 제도 등을 추가하여 전력망 건설 및 예비율 유지의 필요성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또한 2010년대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제도의 근간이 되어온 RPS 제도를 보완하는 입찰제 병렬 적용, 전력 계통에 대한 민간 투자 유인 방안 마련, 전기 요금제의 다양화 및 전력망을 활용한 서비스의 개발 등 정부는 에너지 3법과 기본계획에 더하여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십분 활용하는 미래지향적인 첨단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함께 마련하여 조속히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허은녕

[EE칼럼] 동해안권 광역 수소 혁신클러스터를 조성하자

귀금속 취급점들은 서울 탑골 공원 주변 종로3가, 전자제품은 용산, 한약재는 경동시장 등 특정 상품을 취급하는 상점이나 기업이 한 공간에 모여있는 집적지, 즉 클러스터(cluster)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관찰된다. 함께 모여있으면 상대적으로 고객 유치나 원자재·인력 수급 등에 유리하기에 클러스터는 보통 자연 발생적일 수 있다. 한편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클러스터를 특정 지역에 지리적으로 인접한 기업과 관련 시설이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집단으로 정의하면서, 이들이 지역 내 경쟁과 협력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 경제적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특정 산업, 특히 제조업 전후방 연관 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클러스터'가 주목을 받게 되었고, 자연스레 이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들이 유행을 탔던 시기도 있었다. 보다 최근에는 전통적 제조업 대신 첨단 기술 기반 신산업이 경제 성장의 주된 엔진으로 부상하면서, '혁신클러스터'가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혁신클러스터는 연구소, 스타트업, 벤처 캐피털, 대기업, 대학, 정부 기관 등이 특정 지역에 집적, 긴밀하게 연결, 기술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클러스터를 말한다. 산업클러스터가 주로 제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중점을 두었다면, 혁신클러스터는 연구개발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혁신'에 무게 중심이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메타), 테슬라, 인텔, 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최첨단 혁신기업들이 집적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남부, '실리콘밸리'가 바로 이런 혁신클러스터의 표본이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이후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제이, 제삼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진행 중인데, 여기에 기술혁신 기반 에너지 신산업인 수소산업도 동참하고 있다. 가령 일본은 2020년 야마나시현에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를 구축했으며, 미국은 2023년 지역 특성을 고려하여 총 17개주에 걸쳐 7개의 수소허브를 지정, 총 7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독일도 권역별로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연계 또는 기존 지역 산업 연계 수소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수소 혁신클러스터 조성의 필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 혁신클러스터 조성 의지를 밝혔다. 그 후속 조치로 지자체 공모를 통해 '강원 동해·삼척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와 '경북 포항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를 선정하였다. 또한 2020년 제정된 수소경제법을 통해 '수소특화단지'라는 명칭으로 수소 혁신클러스터의 법적 근거도 마련하였다. 여기서 수소특화단지는 수소기업과 지원시설의 집적화, 또는 집적화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수소차·연료전지 등의 개발·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특별히 지정하는 단지를 의미한다. 이미 선정된 두 곳의 클러스터도 여기에 해당하여 2024년 수소특화단지로 재지정되면서 총사업비 5천억 원을 투입, 2028년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흥미롭게도 이 두 곳의 수소특화단지가 모두 태백산맥 넘어 동해안을 낀 강원 영서와 경북 일부 지역을 아우르는 동해안 경제권역에 있다. 또한 두 수소특화단지를 연결한 선의 중앙에는 울진 원자력 수소 국가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작년에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에 낙찰된 삼척의 남부발전 빛드림 발전본부 1호기와 그린 암모니아 수입 터미널이 조만간 가동될 예정이다. 나아가 포항에는 수소환원제철용 대규모 수소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포스코가, 연결한 선을 남쪽으로 연장하면 한수원의 월성 원전 지역과 함께 울산 석유화학단지까지 연계가 가능하다. 또한 무엇보다 올해부터는 부산에서 동해·삼척까지 편도 2시간대에 주파가 가능한 KTX 동해선도 개통되어, 혁신 활동에 필수적인 활발한 인적교류가 가능해졌다. 동해안 경제권역과 같이 제한된 지역 내에 수소특화단지를 포함한 다양한 수소 생산·유통·활용 혁신기업과 관련 시설이 지리적으로 인접된 곳은 적어도 국내에는 전례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이들을 묶어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기술혁신과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적으로 파편화된 혁신클러스터를 연계, 새로운 광역 수소 혁신클러스터로 창발(創發)시킬 수 있다. 이를 제안한다. 김재경

[EE칼럼] 동해 대왕고래 사업 다시 보기; 에너지 안보의 함정

작년 6월 윤 대통령이 직접 동해 심해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자원 부존 가능성을 발표하였다. 과학적 검증도 거쳤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천연가스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단다. 현재 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쓸 수 매장량이란다. 산자부 장관은 해당 광구의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로 추정했다. 오랜 자원 곤궁의 한계를 벗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정치권이 에너지 자원개발 성공 앞장서는 행태는 앞날이 걱정스럽다. 윤 대통령의 석유-가스 발견 공표는 총선 참패와 지지율 하락에 즈음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후속대책과 관련 정책(안) 신뢰성에 한계를 준다. 따지고 보면 이번이 대통령이 연계된 세 번째 석유발견 선언이다. 그 첫 번째는 박정희 전(前) 대통령 1976년 연두 기자회견에서의 포항 원유발견 발표이었다. 검은 액체 병을 보이면서 우리 미래 희망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실상은 육지 시추공에 스며든 경유를 원유를 오인해 벌어진 정치적 목적이 가미된 소동이었다. 당연히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90년대 포항 영일만 해상석유 시추 성공의 계기를 제공하였다. 1998년부터 2021년 말까지 우리나라 최초 상업적 가스공급을 가능하게 한 동해 가스전 추진 계기를 마련하였다. 2005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사할린 유전사업참여는 두 번째 정치권 개입 논란이다. 러시아 가스의 북한 경유 방안의 하나로 사할린 유전투자가 내밀하게 검토되었다. 충분한 물량학보로 북한 경유 파이프라인 건설의 경제성 제고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계약금(620만 달러) 떼일 위험 논란으로 정치문제가 되었고, 특검 등을 거쳐 하릴없이 종결되었다. 에너지개발 부문 정치실패의 전형이랄 수 있다. 고위험ㆍ고수익 특성을 가진 석유-가스산업의 투자전략은 생산부문에서의 '규모의 경제' 구현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이 활용 가능한 지구 부존량 전체인 자원량(Resources)과 그 부존 상태가 알려지고, 경제성 있는 매장량(Reserves) 간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대왕고래 지역은 완전한 매장량 검색 이전이지만 물리탐사를 통한 추론이 가능한 가상적/투기적 자원 범주에 있다. 어중간한 회색지대에 있는 셈이다. 따라서 시추 등 경제성 평가 조치강화로 매장량으로의 전환이 긴요하다. 이것이 관련 정책의 요체이다. 우리 정부 대응정책이 점차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산업부 장관이 '대왕고래 관련 사업들이 모두 실패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5월쯤 추가 경제성 공개가 가능하다고 단언하였다. 이번 1차 시추는 경제성 불충분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의 경제성 평가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작년 우리 국회는 대왕고래 관련 예산 497억 대부분을 삭감하였다. 불명확한 경제성 때문이었다. 이에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해외민간투자 유치,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투자 '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부존자원의 공공재적 가치와 정부 개입 강화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실패와 관료 이기주의 위험도 엄존한다. 민간에 대한 공공지원 수준도 논란의 대상이다. 아직은 대안 간의 상호비교나 선택 기준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효율적 동해 석유-가스 사업의 추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다지'라는 우리 말의 뿌리를 생각하는 것도 좋다. 조선 말기 개화기에 외국인 주된 투자처는 운산(雲山) 등지에서의 금(金) 광산이었다. 발견된 자연산 황금을 다른 사람들이 건드리지 말라는 '노-터치(No Touch)라는 언급이 '노다지'로 바뀌었다 한다. 혹시 지금 대왕고래 사업에 관여자들은 자신만의 '노다지'를 키우는 일에 몰두하지 않는가? 이런 측면에서 '성공불(成功拂) 융자'제도를 활용한 자원개발 성과의 엄정한 평가'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성공불 융자는 자원개발과 같은 투자위험이 큰 사업에 대해 정부가 필요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금융과 달리 사업이 실패하면 상환의무를 면제한다, 물론 성공하면 원리금에다 특별 부담금을 추가로 징수한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 자원 안정확보 차원에서 1984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였다. 탐사·시추비를 대상으로 하며, 15년 이내(거치 포함), 탐사사업비의 80% 이내(석유공사는 100%)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성공불 융자 대상선정의 도덕적 해이 및 특별 부담금의 과소 징수 등에 대한 비판이 지속 되었다. 당연히 보완 필요성은 지속 제기되었다. 따라서 이번 대왕고래 사업은 우리 에너지-자원 독자 개발능력에 대한 중요한 평가 계기이다. 안전공급을 대가로 성공불 융자 등 국민부담을 강요하고, 집단 이기주의 대책수용을 강요하는 정책실패 방지책이 도출되어야 한다. 이참에 신재생 에너지사업과 원전사업 검증도 병행하면 더 좋다. 신재생을 '정의로운' 대안으로 강요하면서 막대한 정부 지원을 수명 기간 내내 지속 강요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보완이 바로 그것이다. 원전의 경우 단기 발전원가의 이점만을 강조하면서 비싼 건설단가, 지금 계산이 불가능한 핵연료처리비용, 기술자립의 한계에 따른 대외 종속비용 등에 대한 전-후방 분석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판에 우리 국회는 '전력망 확충법', '고준위 방폐장 법', '해상풍력 특별법'을 제정하여 국민부담을 합리화하고자 한다, 정치권 조치가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에너지 안보 정책의 한계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관련 전문가로 편하게만 지내온 필자의 어눌한 부끄러움은 어이할꼬? . 최기련

[김성우 칼럼] 슬기로운 국제 감축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최근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과연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이다. 사실 이 질문은 감축 주체에게 물어봐야 한다. 마침 지난 3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국내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산업계 전망을 발표했다. 국내 산업계는 산업 부문 NDC 달성 가능성을 38.6%로 내다 봤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NDC는 파리협정 당사국별로 스스로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국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응답 기업들이 꼽은 달성이 힘든 이유는 전환 어려움, 개선 지연, 경영 위축, 기술 부족 등이다. 감축 투자를 하기에는 경제가 어렵고, 감축을 말자니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 이러한 진퇴양란의 현실에서, 국제탄소시장이 출범해 비교적 싸게 감축하면서 투자 수익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 말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9")에서 합의된 국제탄소시장(파리협정 제6조) 상세이행규칙은 국제감축의 기반이 되는 유의미한 성과로 2025년부터 사업 발굴 및 투자가 본격화될 전망인데, 내용이 복잡하다 보니 의미만큼 상세히 알려지진 못했다. 국제감축이란 A국가가 B국가내 감축사업에 투자해 그 감축실적을 배출권으로 확보한 후 이를 A국가와 B국가간 나누어 가짐으로서, 각 국가의 감축목표 달성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한국이 캄보디아에 작은 수력발전소에 투자하고 그 배출권을 양 국이 나누어 소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권을 발급하고 거래하고 사용하는 글로벌 기준이 필요한데, COP29에서 이 기준을 마침내 합의한 것이다. 유연하게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국가나 UN기반 고품질 배출권이 필요한 기업들은 파리협정 제6조의 합의를 기다려 왔다. 2021년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탄소시장에 대한 기본지침이 타결된 이후 세부 이행규칙에 대한 온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COP29합의로 국제감축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된 것은 의미가 크다. 파리협정 제6조는 양 국가간 협의하에 감축실적을 인정받는 6.2조에 의한 국제감축과 UN주도하에 감축실적을 인정받는 6.4조에 의한 국제감축으로 대별되는데, 금번 합의로 국가간 협력사업(제6.2조)의 세부절차가 구조적으로 완성되고, UN주도 메커니즘(제6.4조)에 대한 운영표준이 확립됨에 따라 국제탄소시장의 토대가 갖춰진 셈이다. 발빠른 일본, 스위스, 싱가폴 등은 이미 제 6.2조에 따라 개도국의 국제감축 사업을 선점해 사업 등록을 시작했고, 제6.4조에 따른 국제감축 사업도 빠르면 올해부터 등록이 시작되고 내년부터 배출권이 발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상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12.8%가 국제감축 부문(3,750만 CO2 ton)으로 계획되어 있으므로, 파리협정 제6조 합의로 인한 영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에 확정되는 제4차 계획기간(2026~2030)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서는 국제감축을 얼마나 수용할지 결정되어야 하고, 2035년 NDC 설정시에도 국제감축의 비중을 결정해야 한다. 이는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국제감축실적을 한국 탄소시장에 공급하고 싶은 해외 기업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제탄소시장 본격화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선점하는 등 신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고, 탄소가격의 변동 추이 및 거래 활성화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기업의 탄소배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특히 그린워싱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한국 배출권거래제에 활용이 가능한 고품질 배출권 확보를 원하는 기업은 파리협정 제6조에 의한 국제탄소시장 활용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결국은 한국내 탄소가격과 국제감축 공급가격의 차이가 기업 투자의 주요 동인일 것인 바, 공급가격이 낮고 배출권 이외의 수익이 안정적인 사업 선점이 필요하다. COP29 직후 아세안(ASEAN)은 역내 탄소시장 활성화를 통해 2050년까지 연간 11억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3조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아세안이 하나의 주체로 뭉쳐 공동으로 국제감축을 추진함으로서 협상력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것을 제안했다. 그 협상의 상대방인 한국의 경우 국내 탄소시장을 10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살려 이제 출범하는 국제탄소시장을 슬기롭게 선점할 필요가 있다. 김성우

[EE칼럼] 트럼프 2기와 한국의 에너지 정책

인생 역전이라는 말이 있다. 사업적인 면에서 승승장구해 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해당 안되겠지만, 정치적인 면에서는 해당 되는 말일 것이다. 여러가지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트럼프 대통령이 두번째 당선을 한 것이니 말이다. 그것도 비교적 여유 있게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을 꺽고 당선되었으니 이래서 인생은 예측 불가능하다고 한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두번째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경제와 에너지 면에서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관세 정책이 대표적이다. 공약에서 밝혔듯이 모든 상품에 일괄적으로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60%까지 관세를 인상하고, 2000년에 미국으로부터 획득한 최혜국 대우를 받도록 하는 항구적 정상 무역관계 지위를 박탈하고, 상호 무역법을 제정하여 대미 수입 관세에 상응 하는 세율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EU,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서도 관세를 인상하려고 한다. 당장 한국은 철강, 알루미늄, 구리 석유 가스, 반도체 등의 수입품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관세를 통한 전방위 경제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 상반기 현재 대미 무역 적자국 순위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한국, 일본, 대만 태나다 인도 순위다. 2021년 14위 였던 한국이 이제는 6위가 된 것이다. 블룸버그는 과도한 관세는 미국에게 인플레이션의 압박과 GDP 성장의 1.2퍼센트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에너지 정책은 더욱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 믹스에서 보면 미국은 천연가스가 가장 많고, 다음이 신재생 에너지, 핵발전, 석탄, 석유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미 중서부 지역의 송전망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며,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과 연계된 ESS가 부족하며, 보조 서비스 시장도 확대되어야 한다. 이 와중에 AI 혁명이 오고 있다. 반도체에 기반한 AI 시장은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전기공급 없는 AI는 성장할 수가 없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하여 가스 공급 발전이 늘고 있으며, 천연 가스 발전에 대한 규제를 완화 하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원전 사고로 유명한 쓰리 마일 아일랜드 원전을 2028년에 835 MW AI 데이타 센터로 복원하기 위하여 투자하기로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날 예상 했듯이 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하고 이와 연관된 모든 국제 협약에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자동차 의무화를 철폐하고 국내 에너지 자원개발에 잠재적으로 부담을 주는 모든 기관들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세일 가스에 대한 개발에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외부의 대륙붕에서 에너지 탐사와 생산을 장려하고 해상풍력은 금지하였다. 뉴욕주는 4기 와트에 달하는 3개의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연기하였다. 기업을 경영 하면서 협상의 귀재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역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을 펴고 있다고 본다. 처음부터 세게 나가면서 협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도 트럼프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분석하고 잘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정책 변화와 미래 방향에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앞서 우리나라는 에너지 정책에 관한한 통일되고 통합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바뀌면 다시 바꾸는 조령모개식의 에너지 정책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해외 수출에서도 반드시 국내 기관들간의 협력부터 해야 한다. 신영복 시인의 '더불어 숲'에 이런 말이 있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자." 작금의 사회도, 정치도. 에너지 정책도 기억해야 할 글귀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E칼럼]가짜 우클릭 에너지정책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였다. '잘사니즘'이라는 깃발을 걸고 작심한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달라진 것이 너무 없다. 물론 잘살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이전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에 포장지만 바꾼 것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에너지 부문에서는 그렇다. 우선 그는 “에너지 공급은 안정성, 친환경성, 경제성이 핵심"이라고 하였다. 지난 정부에서는 '안전과 깨끗'이 '안정성과 경제성' 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므로 적어도 문구상으로는 정상에 가까워진 것 같이 보인다. '안전과 깨끗'이 중요하다면 에너지가 끊기는 것보다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 정책은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는 '안정적 공급과 사회적 비용 최소화'가 원칙 아닌 적이 없었다. '안전과 깨끗'이라는 얼토당토한 원칙을 내세웠던 것은 참으로 기발(?)하였다. 우선 안전하고 꺠끗하지 않으면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고 그 깨끗이 친환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원자력을 배제할 이유는 없었다. 안전과 친환경은 별개의 차원인데 그걸 같은 잣대로 측정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여전히 친환경이라는 원칙이 경제성의 앞에 놓인 것이다. 친환경이니 지속가능성이니 하는 측정되지 않는 모호한 원칙은 무도하게 휘두르면 제왕의 칼이 되는 것이다. 친환경을 위해서 경제성을 얼마나 희생해도 좋은지 알 수 없다. 전기요금이 지금의 3배 또는 5배가 되더라도 친환경적이어야 하는지 혹은 2배 정도가 한계인지가 언급되고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주장은 전기요금이 지금의 3배 또는 5배가 되어야 하는 주장이다. 경제성을 끝에 슬그머니 넣어놨지만 결국 대표연설에서는 “석탄 비중은 최소화하고 LNG 비중도 줄여가되, 재생에너지를 신속히 늘려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원자력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없다. 에너지공급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물론 그 정의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에너지 안보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아무리 에너지 위기가 와도 부자나라는 필요한 만큼을 확보한다. 다만 비싸지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는 필요한 만큼을 확보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에너지 위기는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지 부족이 아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애초에 비싸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통해서 싸지기 전에 이를 확대하는 것은 에너지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다. 즉 고장난 풍력발전기는 외국에서 부품이 들어오고 기술진이 방문해야 고칠 수 있다. 이미 고치는 비용이 더 들어서 방치되고 있는 풍력발전기가 있고 수명이 남아있음에도 전력생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 태양광 패널도 넘쳐난다.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발이 땅에 붙어 있어야 타당한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전력생산지의 전력요금을 낮춰서 바람과 태양이 풍부한 신안, 영광 등 서남해안 소멸위기 지역들을 에너지산업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라고 했지만 재생에너지 전기요금이 원자력발전보다 5배 이상 높은데 어떻게 전력요금을 낮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재생에너지 단지가 조성된 지역에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봐야 할 것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합니다."고 했는데 결국 송전망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인프라로 중요하다.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력망에 투자할 여력이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이 2020년 캘리포니아 정전과 2021년 텍사스 정전의 교훈이다. 전기요금을 마구 올릴 수는 없고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주고나면 결국 어디선가 돈을 아껴야 하는데 그게 전력망을 확충하거나 보강하지 못하는 것이다.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은 넘쳐나는 돈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는 빚투성이이고 빚을 내어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책이 이행된다면 국민이 내야하는 전력요금은 얼마가 될까? 그것이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수출경쟁력은 어떻고 또 전력사용이 높은 산업이 외국으로 이전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이번에 발표된 에너지 정책으로 볼 때, 더불어민주당은 수권정당이 되기 싫은 듯하다. 젊은이들은 국채를 발행하여 마구 퍼쓰고 뿌려준다고 표를 주지 않는다. 25만 원을 줄 것이 아니라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 불씨가 값싼 에너지이다. 정범진

[EE칼럼] 중국 자원 무기화에 맞설려면 자급률 높여야 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 텅스텐, 몰리브덴,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5개 광물 품목 수출 통제를 단행 했다. 수출 통제 5개 광물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주로 사용되는 합금 및 화학물 25개 제품 및 관련 기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일에는 중국의 “수출금지.기술 제한 목록"의 조정을 입법 예고했다. 수출제한 목록에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포함 LMFP(리튬 망간 인산철) 배터리 등 배터리 양극제 제조 기술이 포함 되었으며 리튬 추출 기술도 수출 제한에 추가키로 했다. 일본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리튬 배터리 부품의 80% 이상을 생산했으며 양극재는 89.4%, 음극재는 93.5%를 생산했다. 또한 2023년 12월 2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희토류 추출.정제.가공기술의 수출 금지 항목에는 희토류 추출과 분리기술을 포함해 희토류 광물 및 합금재료 생산기술, 사미륨 코발트, 네오디뮴, 세륨 자석 제조기술, 희토류 붕산 칼륨 제조 기술 등이 있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미국을 포함 우리나라와 주요국이 직면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광물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특히 미국에 대한 중요 금속광물 판매 조치에 들어갔다. 판매 금속광물 소재들은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항공우주 산업 등 미래 기술개발에 필수적 요소이다. 중국의 움직임은 전 세계 자원 공급망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의도가 내포하고 있다. 중국은 수출금지 조치를 넘어 다른 국가의 핵심광물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해외 기지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수 년새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니켈 원광의 제련.가공 과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니켈은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재료이다. 중국은 지난 2022년 니켈의 공급망 장악을 위해 가격 폭락을 주도했다. 전 세계 니켈 사업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고 가장 큰 타격은 호주 몫이었다. 가격 붕괴는 니켈 광산 다수의 폐쇄를 초래했고 관련 기업 등이 줄도산하면서 실적자가 급증했다. 이후 호주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니켈을 포함한 각종 광물 시장의 외국인 투자 감시를 강화하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 니켈을 비롯한 중요 광물시장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무력화하려는 조치는 비단 호주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대책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입법화한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을 다음달 7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공급망 3법( 공급망기본법, 소부장특별법, 자원안보법)의 마지막 퍼즐로 불린 이 법은 지난 2021년 중국발 요소수 사태 이후 자원 공급망을 내실 있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돼 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이 되어 “자원안보협의회"를 만들어 5년 마다 자원안보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기업의 공급망 분석과 정부 진단을 포함한 조기경보 체계를 가동해 핵심광물의 수급 상황도 관리키로 했다. 또한, 비상시 민간기업도 한시적으로 핵심 자원을 비축 하도록해 민간의 협조 범위도 확대 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을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 된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미국과 동맹국의 경제안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 종속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라는 심각한 도전에서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는 한미동맹의 경제안보 협력 강화와 직결된 문제이다. 즉 양국 모두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이런 도전을 극복하려면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의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공급망에서 더욱 끈끈하게 연결해 서로 “윈윈"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한국의 해외 투자액 가운데 미국 투자는 162억 7300만 달러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특히 이차전지의 경우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에 조 단위 투자를 하면서 현지 공장을 조성, 가동하기 위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대미 수출이 덩달아 늘어났다. 따라서 미국의 관세 정책을 우리가 잘 대응한다면 미국 산업에 우리 기업의 진출이 보다 늘어나고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호주, 베트남, 필리핀 등 광물이 풍부한 국가들과도 협력하여 공급망 다변화 및 광물 자급률 향상에도 힘써야 한다. 한편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축이 되어 국내 금속광산 재개발과 재자원화 산업 육성, 희소금속 부존 파악, 광산물 소재. 가공 핵심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의 정책을 통해 국내 광업 경쟁력을 강화하므로써 공급망 자립을 구축하는데 보템이 되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천구

[EE칼럼] 알래스카,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지평 될 수도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회복력 있는 동맹 간 에너지 협력' 회의가 열렸다. 필자도 발제자 중 한 사람으로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과 함께 한국, 미국, 일본 간 에너지 분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인 알래스카의 댄 설리번(Dan Sullivan) 의원이 기조연설을 통해 알래스카 자원 개발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과의 에너지 협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상기 회의 직후인 6일부터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간 정상회담이 있었다. 이시바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정상회담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양 정상이 '미·일 황금시대'를 열어가자고 한 이 자리에서도 알래스카 자원 개발이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등장했다. 일본은 약 440억 달러(한화 약 62조 원) 규모의 알래스카 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며 이를 미국으로부터의 관세 압박에 대한 방패로 삼으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알래스카 가스는 관세 전쟁에서의 방패, 그 이상의 지정학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알래스카는 미국 에너지 자원의 보고 중 하나이다. 하지만 환경 보호 및 기후변화 대응 기조 속에서 그 잠재력은 봉인되어 왔고, 바이든 행정부 역시 다양한 행정명령을 통해 알래스카의 개발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첫 날 행정명령을 통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진전을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NPR-A: National Petroleum Reserve of Alaska) 및 주 내 다른 지역의 자원 제한 문제를 해결하며, 북극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ANWR: Arctic National Wildlife Refuge)에서 불법적으로 취소된 석유 및 가스 임대 계약을 복원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사인했다. 이미 트럼프 취임 직전인 1월 10일, 알래스카주의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 Alaska Gasline Development Corporation)는 LNG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개발 업체인 글렌판(Glenfarne)과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었는데,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계기로 알래스카의 가스 개발 및 수출 프로젝트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이나 일본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이나 일본 모두 에너지 공급에 있어 절대적인 부분을 수입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을 중동에서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한국과 일본에게는 지속적인 고민거리였다. 1970년대 발생한 두 차례의 석유 위기는 한국과 일본이 모두 탈(脫) 중동산 석유·에너지 다변화를 위해 가스와 원자력에너지의 사용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스는 파이프라인으로 도입하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1969년 11월 4일, 일본이 알래스카로부터 LNG를 도입한 것이 세계 최초의 LNG 사업이 되었으며, 대륙으로부터의 파이프라인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한국과 일본은 LNG 시장에 있어서 줄곧 높은 지위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 이에 더해 최근에는 탈 러시아산 가스를 지향하는 유럽 국가들이 LNG 수입을 늘리면서 글로벌 LNG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경쟁도 치열해졌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이 도입하고 있는 사할린산(産) LNG 계약도 순차적으로 만료될 예정이니 만큼, 향후 10년 내에 이를 대체할 공급원을 마련할 필요도 커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래스카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 각광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동 지역에 비해 운송 기간이 절반 내지 3분의 1 가량으로 줄어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송로 상 호르무즈 해협이나, 말라카 해협 같은 초크포인트(choke points)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절한 가격에 도입할 수만 있다면 이를 가공하여 동남아시아와 같은 신흥국 시장에 되파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알래스카의 광활한 대지에서 시작되는 가스 개발이 한미일 삼각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침 19-20일 동안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민간 경제사절단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미국 정부와의 통상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니 만큼, 알래스카 가스 개발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는 바이다. 임은정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