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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자가검진 꼼꼼히 하면 1~2㎝ 작은 멍울도 발견 가능

“유방암은 국내 여성 암 발병률 1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매년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개인과 의료계, 그리고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올해 1월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유방암 신규 환자는 2만9528명으로 전체 암 가운데 발병률 4위를 기록했다.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암 중에서는 가장 흔한 암으로, 여성 암 환자 5명 중 1명이 유방암 환자다. 또 모든 연령대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증가세를 보였으며, 1999년 대비 2022년 환자 수가 약 5배로 껑충 뛰었다. 유방암 치료의 권위자인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 박형석 교수는 18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유방암의 원인을 어느 하나로 특정하긴 어렵고, 여성호르몬 노출과 과도한 지방식이를 비롯해 BRCA 유전자 돌연변이, 술·담배, 방사선 노출, 환경오염 등 다양한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서 “최근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 수가 특히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을수록, 임신과 출산 경험이 적을수록, 여성의 나이가 증가할수록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나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식생활의 서구화, 즉 과다한 지방 섭취로 인해 과체중이나 비만 여성이 늘어나는 것 또한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는 주요한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3년 유방암 검진 수검률은 70%를 넘어섰으며, 환자 3명 중 2명은 암이 '국한 병기'(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음) 단계에서 발견된다. 국한 병기의 유방암은 의학적 완치율(5년 상대 생존율)이 98%를 웃돈다. 그러나 3명 중 1명은 아직도 국소진행(암이 발생한 장기 외 주위 장기, 인접 조직 또는 림프절 침범)과 원격전이(암이 발생한 장기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전이) 상태에서 발견된다. 원격전이 유방암은 완치율이 겨우 30%를 맴돈다. “유방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에서 만져지는 통증이 없는 멍울입니다.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올 때도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어요. 보통 종양 크기가 2㎝보다 작으면 1기로 진단되는데, 자가검진을 꼼꼼하게 하면 1~2㎝ 수준의 작은 멍울도 발견할 수 있으므로 만 30세 이상의 여성은 매달 정기적으로 자가검진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만 40세 이상에서는 자가검진과 함께 2년에 한 번씩 유방촬영술을 받도록 권합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유방암 또는 난소암의 가족력, BRCA 유전자 변이 가족력, 난소암 기왕력 등 고위험군 여성은 BRCA 유전자 변이 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경우 만 18세 이상부터 매월 자가검진을 시행하고, 만 25세부터 6개월 간격으로 임상의사에게 유방검진을 받는다. 만 25~29세에서는 매년 유방 MRI를, 만 30세 이후부터는 1년에 한 번 유방촬영술 및 유방 MRI를 받도록 한다. 유방촬영술은 가슴을 납작하게 눌러서 촬영하는 유방 전용 X-레이로, 유방암의 기본 검사다. 유방초음파가 통증도 없고 방사선 노출에 대한 부담도 없으므로 좀 더 편한 건 사실이지만 이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박 교수는 “조기에 암을 발견해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검사 방법은 유방촬영술"이라며 “조기 유방암의 신호일 수 있는 미세석회질이나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작은 종양을 더 잘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며, 다만 유방조직의 밀도가 높은 치밀유방은 유방촬영술로는 종양을 발견하기 어려우므로 유방촬영술과 유방초음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암의 재발 확률을 낮추려면 수술로 암뿐 아니라 주변의 정상 조직까지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여성에게 유방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유방 절제 환자들은 수술로 인한 신체적 아픔과 기능 상실, 정서적 어려움까지, 다른 장기 수술과는 다른 후유증을 겪게 된다. 그래서 유방암 수술은 암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동시에 가슴의 외형을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암이 크지 않고 종양 개수가 적은 경우 유방 부분절제술로 환자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부분절제술 후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면 유방 전절제술을 했을 때와 재발률에 차이가 없습니다. 부분절제와 전절제는 종양의 크기와 개수, 방사선치료의 가능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현재 부분절제술이 유방암 수술의 60% 정도를 차지합니다." 박 교수는 유방암에서 로봇수술의 유용성을 높이 평가했다. 로봇수술은 유방 전절제술이 필요하나 암이 유두를 침범하지 않아 유두를 보존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 최적인 수술이다. 또 다발성 유두종증, 비정형세포증식증 같은 경계성 종양의 진단 또는 수술 과거력이 있거나, 유방암 또는 난소암의 가족력이 강하거나,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유방암 고위험군 환자들에서 수술적 예방법으로 로봇 유방 전절제술 및 동시 재건술을 시행해 유방의 원형을 거의 보존할 수 있다. 연세암병원 유방암센터는 2016년 아시아 최초 유방암 로봇수술 성공에 이어 2019년 세계 최초 SP로봇을 이용한 유방절제술 성공, 2020년 12월 국내 최초 로봇 유방절제술 200례 달성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세계 최초로 로봇 유방수술을 1000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에는 유방외과와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등 관련 과의 다학제 진료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희 유방암센터는 이 부분에 아주 특화되어 있어 개별 환자에게 최적의 맞춤 치료를 제공하고 있어요. 특히 암예방센터와 연계해 수술 5~10년이 지난 암 생존자는 물론,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 환자와 가족들까지 체계적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다양한 수술 기법, 항암치료, 항호르몬치료, 표적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통해 유방암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면서 “환자들이 좌절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씩씩하게 치료를 받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LG전자, AI 기반 가정용 환기시스템 선봬

LG전자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실내 오염원을 감지하고 맞춤형 환기를 제공하는 가정용 환기시스템 'LG 프리미엄 환기 플러스(PLUS)'를 출시한다고 18일 밝혔다. 환기시스템은 외부 공기를 정화해 실내로 들이고 실내의 오염된 공기는 밖으로 배출하는 장치다. 신제품에는 공기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AI 공기질 센서'가 적용됐다. 이 센서는 새집증후군 원인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요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AI가 학습한 다양한 오염원 데이터를 활용해 실내 공기질을 파악한다. 오염이 감지되면 환기시스템은 자동으로 작동하거나 풍량을 높여 공기질을 빠르게 개선한다. 고객은 실내외 공기 상태에 따라 다양한 환기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바깥 공기가 쾌적할 경우 외기를 활용하는 '자연바람 환기' 모드를, 실내 미세먼지만 제거하면 되는 경우 내부 공기만 정화하는 '실내 순환' 모드를 설정해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공기질을 관리할 수 있다. 제품 필터에는 UV 나노 살균 기술이 들어갔다. 이를 통해 황색포도상구균, 폐렴막대균 등 세균과 바이러스 증식을 99.99% 억제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배정현 LG전자 ES사업본부 SAC사업부장(전무)은 “사계절 내내 쾌적한 공기를 누릴 수 있는 스마트 환기 솔루션으로 고객의 건강과 삶의 질을 한층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국앤컴퍼니, 어린이 보호구역서 ‘안전한 통학로’ 만든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지난 17일 대전시청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는 한국앤컴퍼니그룹과 대전시, 대전경찰청, 한국생활안전엽합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역 어린이보호구역 환경개선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스쿨존 내 '옐로우카펫' 가벽 설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옐로우카펫은 어린이들이 횡단보도 진입 전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바닥 또는 벽면을 노란색으로 표시한 교통안전 시설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원이 지역 어린이들의 등·하굣길 교통안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대차그룹, 中 광저우시에 수소버스 공급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 수소연료전지버스를 공급한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법인 'HTWO 광저우'가 중국 상용차업체 카이워그룹과 공동 개발한 8.5m 수소연료전지버스가 지난 11일(현지시각) 광저우국영버스그룹 입찰에서 최종 낙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광저우국영버스그룹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수소버스 총 5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중 절반에 해당되는 25대를 입찰 1위 선정 업체인 HTWO 광저우·카이워그룹이 연내 공급하고 실제 운행에 투입한다. 8.5m 수소버스에는 HTWO 광저우의 90킬로와트(kW)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됐다. 앞서 4.5t 물류트럭, 냉장차, 청소차 등 다양한 차량에 적용돼 주행 성능이 검증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다. 발전 효율이 64%로 기존 내연기관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5분 간의 수소 충전으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복합 주행거리는 현지 기준 최대 576km다. HTWO 광저우 관계자는 “광저우 수소버스 프로젝트 1위 낙찰은 HTWO 광저우가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중국 시장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중국 내 수소기술 연구개발 및 산업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더 많은 현지 파트너와 손잡아 수소산업 생태계를 공동 구축하며 중국의 녹색 발전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표그룹, 한양대 건축학과 학생들과 산학투어 진행

삼표그룹이 건설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생들과 함께 뜻깊은 산학투어를 진행했다. 삼표산업은 지난 6일 경기 화성시 소재 삼표산업 기술연구소(S&I 센터)에서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학생 및 교수진을 대상으로 실습 중심 산학투어를 실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안기현·신민재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학생 46명(4·5학년 및 대학원생)이 참여했고 2개 조로 나뉘어 연구소, 몰탈공장, 레미콘공장 등 삼표산업의 주요 생산 및 연구 시설을 직접 체험했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서울대 건축학과 학생 대상 산학투어를 진행한데 이어 2년 연속 현장 견학을 통해 학문과 산업의 접점을 직접 경험하며 도약을 준비하는 예비 건축인들을 위한 실무 체험형 산학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특히 이론 위주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힉생들이 직접 콘크리트 부재 몰드(공시체)를 제작해온 뒤 레미콘 타설 실습을 통해 콘크리트 혼합, 타설, 마감 등 실제 시공 과정을 직접 참여했다. 또 원재료 배합 및 강도시험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현장 중심의 실무 경험을 통해 건축 분야의 실무 감각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다. 삼표산업 연구소의 전문 연구원들은 건축 재료의 성능시험, 혼화재 개발, 친환경 기술 연구 방향 등을 소개하며, 건축학 전공 학생들에게 실제 산업 현장의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생생히 전달했다. 이날 산학투어에 참가했던 박예은·최혜연 한양대 건축학과 대학원생은 “실제 공정을 직접 보면서 이론으로만 배웠던 내용들을 설명과 함께 테스트를 거치며 검증하는 과정이 흥미로워 더 생생하게 와닿았다"며 “특히 견학을 하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장의 분위기가 기억에 남았다"고 소회를 남겼다. 안기현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실험실을 넘어 실제 공정 현장에서 재료의 흐름과 기술을 이해하는 귀중한 기회였다"며 “산업계와의 연계를 통해 실무 감각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삼표그룹은 산학 협력체계 강화 및 확대 일환으로 현장교류형 공장 견학을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추진하고 체계적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해 미래 인재 양성에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갈 방ㅊ침이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이론 위주의 대학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실제 산업 현장을 체험하고 건축 재료의 생산과 연구 과정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며 “앞으로도 삼표산업은 건축 및 재료 분야의 미래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산학 협력 활동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김유승의 부동산뷰] 서울 재개발 인허가권 지자체로?…부동산시장 ‘대격변’ 온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인허가권 일부를 25개 자치구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반대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나 더불어민주당의 의지가 상당해 곧 입법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문성·부패 가능성 등을 보완하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사업성 때문에 강남 3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1급지 위주로 진행되는 노후 주택 정비 사업이 자치구들의 인센티브 등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서울 전체로 확산돼 신규 주택 시장의 판도가 파뀔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현재 시가 독점하고 있는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조합 설립 △사업시행·관리처분 인가 △이주·철거 △착공·분양 △준공·입주 등 재개발·재건축의 인허가권 일부를 자치구에게 이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모든 인허가권을 시가 쥐고 있다. 특히 시가 운영하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핵심이다. 문제는 시가 인·허가 권한을 일괄 행사하면서 심의 대기 기간이 길어져 사업비 상승과 분양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비사업 '속도전'을 위해서라도 현장과 가까운 자치구에 인·허가 권한을 넘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구 단위에서 인·허가를 처리할 경우 도심 중심부 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정비사업이 다양하게 추진될 수 있어 공급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 사례로는 경기도는 서울의 구청장급인 기초자치단체장들에게 인·허가 권한이 부여돼 있어 정비사업 진행 속도 및 주택 공급 정책 결정이 빠르다. 지난달 28일 김윤덕 국토부 장관,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 범여권 인사들은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재건축 현장에서 만남을 가지며 권한 이양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날 정 구청장은 “현재 서울시 내에서 지정이 완료됐거나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은 총 1054곳"이라며 사업 규모가 제각각임에도 모든 정비사업이 서울시 단일 창구 체계에서 동일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는 중·소규모 사업까지 착공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비판이다. 정 구청장은 “정비구역 지정 권한만이라도 자치구에 위임하면 구청장이 현장 여건과 주민 의견을 직접 반영해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도시계획·건축·환경 심의도 구 차원에서 병행 처리할 수 있어 행정 속도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초기 결정권이 분산되면 이후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후속 절차도 자연스럽게 연쇄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지자체장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데 이를 일률적으로 법규로 묶기보다는, 조례 등을 통해 지역에 맞는 세부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너무 구체적인 부분까지 중앙부처가 관여하기보다는, 세부 행정은 지자체가 맡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구마다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재정자립도가 높은 구의 경우 인허가 권한을 가지고 개발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비 구역을 조정하거나 지정하려는 수요가 많다"면서 “현재는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일정한 범위를 정해 권한을 넘겨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부정적이다. 주택 공급은 기반시설 확보, 전세 대란의 가능성 등 때문에 광역 지자체 차원에서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자치구로 인허가권이 이양되면 규모를 떠나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현재 100곳 이상에서 재개발·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도를 나가고 있다. 일정 시점이 되면 관리처분을 지나 이주·착공·준공 단계로 가야 하는데, 시기 조율이 원활하지 않으면 모든 자치구가 다 빠르게 진행하고 싶어할 것이다. 자치구 간 이해관계 조정 등으로 시기를 조절하지 않으면 전세대란 가능성이 생기는 등 실무적 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비사업 계획을 수립·결정할 만한 심의 역량을 자치구가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전체를 바라보는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자치구는 자신들의 이해 관계만 본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 의사결정 당사자 수가 줄어들수록 합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구역 규모를 작게 가져갈수록 이해관계가 단순해져 진행 속도 면에서는 유리하다. 다만 속도가 실제로 얼마나 빨라질지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비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큰 틀에서 도시 모습을 그리는 것으로, 도시 계획에서 요구되는 목표는 유지해야 한다. 도로·보행 동선 등 도시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하는데, 구 단위로 권한이 내려가면 이런 체계를 통합적으로 만들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도시는 개별 구역을 따로 정비한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해야할 지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도시는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 그런 면을 고려하면 서울시가 전체적인 큰 틀을 유지하고 기존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역할을 이행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현재 진행되는 정비 사업 중에는 1000세대 이상인 곳들이 있는데, 인허가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가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속도전을 위해 구역을 쪼개게 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실제로는 2000~3000세대 규모로 정비가 이뤄져야 하는 곳도 1000세대 단위로 나눠 추진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종합적인 정비계획 수립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도시 정비 사업이 지나치게 민원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 교수는 “정비구역 관련 인허가는 현재 서울시가 도시계획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로 승인하고 있다. 이를 구청으로 넘기면 주민들과 표심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도시계획 총량과 무관하게 인허가가 남발될 위험이 있다"며 “관점에 따라 생각이 다양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런 점들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부동산 권한 다툼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오 시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오 시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가 정비사업으로, 재건축 핵심지이자 부촌인 강남 3구 등에서 지지 기반도 확보하고 있다. 그런 만큼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권한을 분산하고 주요 의제를 정부에서 이끌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제도 개편 논의의 한 주축을 맡은 정원오 성동구청장 역시 여당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반대에도 국토부와 민주당 등은 서울 내 주택 공급 문제 해결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명분으로 곧바로 입법화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9·7 공급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노후 공공청사·국유지 등을 활용해 총 2만8000호를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싸늘해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을 두고 싸우고 있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무 정쟁화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부동산에 있어 기본적으로 정부가 잘하는 부분이 있고 오 시장이 잘 하는 점도 있는데, 지역 사정에 따라 민간 주도나 공공 주도 등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협화음이 과도하면 전체적인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더러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대기업 역대급 투자 이행되려면

“국내에 1000조 원 이상 투자" 대기업 총수들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후속 대책을 논의하며 우리 경제에 통 큰 선물을 선사했다. 천문학적 대미 투자로 국내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씻어내는 발표였다. 기업인들은 한미 관세 협상을 잘 마무리한 정부를 높이 평가했다. 미국의 막무가내 압박 속에서도 나름 선방했고, 그 결과 기업 부담을 줄여줬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외환시장 충격을 차단하기 위해 연간 200억 달러로 현금 투자를 제한했으나 대미 투자 총액인 3500억 달러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만약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결렬됐다면 우리 기업들이 받을 타격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런 불확실성이 제거됐으니 한시름 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책 회의를 생중계한 동영상을 보면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대기업 총수들의 표정이 밝았다. 하지만 기업들이 약속한 투자를 이행할지는 두고 볼 문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같은 효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본지를 포함해 거의 모든 매체는 '재계, 1000조 원 통 큰 투자'를 주요 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적지 않은 사람은 기시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정권 초기 적게는 수조 원, 많게는 수백조 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곤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3년 6개월 전에도 똑같은 기사를 봤다. 주연은 그대로이고 조연만 바뀌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 주연은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성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다. 투자 명분이 달라지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때는 '민간 주도 성장'에 부응한다는 점이 부각됐고, 지금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우려되는 국내 투자 위축을 막겠다는 점이 강조됐다.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대한 약속을 지켰는지는 이재명 정부 후반이 돼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투자는 총수 의지만으로는 실행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기업의 중장기 전략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국내도 해외 못지않은 투자 리스크가 상존한다. 무엇보다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와 비효율적인 사회 시스템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과거 정부는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그렇게 하려는 의지는 빈약했고 그럴 역량은 더 부족했다. 실용과 능력을 내세우는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기업이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을 보면 회의적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기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재명 정부에서는 기업 하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투자 여건을 만들지 못하면 결국 투자는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 되풀이 될 것이다.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구조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마음껏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투자 약속은 빈말이 되고 말 게 뻔하다. 다시 정권이 바뀌고 대기업 총수들이 또 통 큰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도돌이표'는 무한반복될 것이다. 물론 정부 책임만 있는 건 아니다. 대기업들도 정부 눈치를 보며 투자 계획을 급조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전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살짝 바꿔 재탕한 부분도 눈에 띈다. 전반적인 투자 내용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일정과 금액은 외부인이 알기 어렵다. 영업 비밀이 포함돼 불가피한 점도 있을 것이다. 결국 기업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확인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이제 '덤앤더머'를 연상하게 만드는 정부와 기업의 '투자 발표 쇼'는 끝나야 한다. 성장률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근간인 대기업의 국내 투자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기업은 투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정부도 수시로 투자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장박원 편집국장 jangbak@ekn.kr

한전, K-전력기술로 북미 전력망 시장 진출 나선다

한국전력(사장 김동철, 이하 한전)이 미국 주요 전력회사 관계자 대상으로 765kV 전력망 기술력을 선보이며, K-전력기술의 북미 전력망 시장 진출 기반을 강화했다. 한전은 11월 10일부터 5일간 ITC Holdings, AES Corporation 등 9개 전력회사, Burns&McDonnell, POWER Engineers 등 3개 엔지니어링회사, 미국 전력연구소(EPRI) 등 총 13개 기관, 37명의 북미 전력산업 관계자 대상 '765kV 기술 교육 워크숍'을 시행하였다. 이번 교육은 최근 북미지역 765kV 전력망 건설이 본격화되고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EPRI가 한전에 美 전력회사 대상 765kV 기술 교육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한전은 765kV 설계·운영·시험 분야의 기술력과 국내 제조사의 기자재 공급역량을 체감할 수 있도록 HD현대일렉트릭, LS전선, 보성파워텍, 제룡산업과 함께 커리큘럼 기획과 교육을 공동 준비했다. 참가자들은 한전 신안성변전소에서 변압기, GIS, 철탑 등 765kV 실계통 핵심 설비를 시찰과 함께, 전자파·소음 측정과 드론 점검 등 시연을 통해 최신 유지보수 기술을 확인했다. 11일에는 한전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 765kV 설비가 실제 계통에 적용되기까지 거치는 다양한 안정성·신뢰성 검증 과정을 소개하는 시험 기술 참관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철탑 승탑과 코로나케이지1) 를 활용한 전기환경 측정 시험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실험을 직접 경험하기도 하였다. 12일부터 14일까지는 변압기, 차단기, 전선, 금구류 등 765kV 전력기기 제조사를 방문하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품질관리와 공급역량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한전은 국내 제조사의 북미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제조사와 미국 전력회사 간 1:1 비즈니스 미팅 등 실질적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창열 한전 기술기획처장은 “한전과 국내 제조사가 결합한 '765kV 팀코리아'는 기술력과 생산역량을 기반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전략 모델"이라며, “이번 워크숍이 K-전력기술의 미국 전력망 적용을 앞당기는 기반이 되고, 한전과 제조사가 공동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싼 게 비지떡’?…저가 차량이 도심 공기오염 주범

영국 버밍엄에서 5만대 이상의 차량을 대상으로 오염 배출량을 측정하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원격 감지 기술을 이용한 이 연구는 차량의 실제 시장 가격과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사이에 강력한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즉, 값이 싼 차량일수록 NO₂와 CO와 같은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버밍엄대학의 지리·지구·환경과학대학원 연구팀에 의해 수행됐고, '청정 생산 저널(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에 게재됐다. ◇가격이 낮을수록 오염도는 두 배로 증가 연구팀은 5만 건 이상의 차량 배출량 측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머신러닝(기계 학습)을 사용해 각 차량의 실제 소매 가격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차량 가격과 실제 배출량 사이에 견고한 역상관관계가 확인됐다. 특히, 1000~5000 파운드(192만~960만원)의 최저가 차량 그룹은 1만5000~2만 파운드(2877만~3836만원) 가격대의 차량에 비해 오염 물질을 약 두 배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극적인 배출량 감소는 1만5000~2만 파운드 사이의 가격대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면서 “이는 정책적 개입을 위한 잠재적인 지렛대 지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동일한 단계의 유로(Euro) 배출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 중에서도, 값이 싼 차량은 더 많은 이산화질소(NO₂)와 일산화탄소(CO)를 배출하는 경향을 보였다. 유로(Euro) 배출기준은 유럽연합(EU)이 만든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단계를 말한다. 1992년에 처음 유로1 기준이 도입됐고, 1996년에 유로2 기준이, 2014년에는 마지막으로 유로6 기준이 도입됐다. 단계 숫자가 올라갈수록 기준이 더 엄격해진다. ◇디젤차, 가격 상승에 따른 오염 저감 효과가 더 커 차량 가격 상승에 따른 배출량 저감 잠재력은 연료 유형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디젤 차량의 경우 가격이 1000파운드 상승할 때마다 NO₂ 배출량은 연료 1㎏당 0.44g 감소했는데, 이는 가솔린 차량에 비해 현저히 큰 저감 효과를 보였다. 디젤 차량의 NOx 제어를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후처리 시스템(예: 선택적 촉매 환원, SCR)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솔린 차량의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NO₂ 배출량 감소는 가격이 1000파운드 상승할 때 연료 1㎏당 0.02g에 그쳤다. 가솔린 차량은 주로 삼원촉매 변환기에 의존하는데, 이는 성숙하고 비교적 저렴한 기술이어서 가격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기술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았다. ◇환경 불평등 문제 대두: 부유층의 CO2 vs. 저소득층의 도심 공해 이번 연구 결과는 교통 관련 환경 불평등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부유한 가정이 더 많은 소비를 통해 더 많은 온실가스(GHGs)를 배출한다는 패턴이 기존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났지만, 대기 오염 물질(NO, NO₂, CO, 미세먼지)의 경우 그 양상이 뒤집혔다. 소득이 낮은 집단은 재정적 제약으로 인해 더 저렴하고, 오래되었으며, 배출량이 많은 차량을 소유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전체 소비 수준은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지적인 도심 대기 오염에 불균형적으로 더 많이 기여하게 된다. ◇미래의 환경 규제 방향: 유로 등급을 넘어서 이 연구는 온실가스 저감 및 도심 대기 오염 감소를 위한 환경 규제 정책에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현재 저배출 구역(LEZs)이나 청정 대기 구역(CAZs)과 같은 정책들은 주로 유로 배출 기준에 의존하지만, 연구 결과는 유로 등급 내에서도 차량 간에 상당한 성능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유로 등급 기준 외에도 차량의 연식, 누적 주행 거리 또는 가격 기반 지표와 같은 추가 기준을 통합헤 실제 고배출 차량을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이 더 오염된 차량을 소유하고 오염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 등의 환경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도 있다. 5000 파운드 미만의 차량을 1만5000~2만 파운드 범위의 깨끗한 모델로 교체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다면 공기 질 개선에 큰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차량 가격이 기술적 속성과 배출 성능을 예측하는 신뢰할 수 있는 대리 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면서 “이러한 '배출 경제학'적 관점은 도시 대기 질을 개선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정의로운 교통 배출 정책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데이터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터뷰] “한국은 북극항로의 아시아 첫 관문, 에너지 허브 기회”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며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북극항로는 한국에 아주 특별한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남중국해, 말라카해협, 수에즈운하를 거쳐 약 2만km를 가야 한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동북아 국가들의 경우 1/3이 줄어든 1만5000km면 갈 수 있다. 세계 최대 제조지역과 세계 두 번째 경제지역과의 만남은 그만큼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 한국은 북극항로에서 아시아 지역의 첫 번째 관문에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궁무진하다. 그 중의 가장 큰 이점으로 에너지 허브가 꼽힌다. 에너지 허브 개념은 기본적으로 항로를 오가는 선박에 연료를 충전해주는 사업을 말하는데, 이것을 넘어 에너지 중간저장 및 트레이딩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고, 여기에 물류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세계 경제의 핵심지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김태유 서울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극항로는 한반도가 에너지 허브로 될 수 있는 기회이자, 지정학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문명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싱가포르 이은 제2의 아시아 에너지허브 가능성 세계에는 3대 에너지 허브가 있다. 미국의 걸프만, 유럽의 네덜란드, 아시아의 싱가포르이다. 에너지 허브는 기본적으로 항로를 오가는 대형선박들이 연료를 충전(bunkering)하는 곳이지만, 항로의 중간거점으로서 물류, 제조,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모든 산업이 함께 발달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문명의 산실로서 세계 최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기반이 된다. 한국은 북극항로의 아시아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에너지 허브 기회를 맞았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항로를 이용하는 배들은 연료를 충전해야 한다. 연료를 충전하려면 벙커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말라카 해협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리콴유 전 총리가 그것을 간파하고 에너지 허브를 유치하면서 금융 허브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라며 “한국은 북극항로의 아시아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에너지 허브 구축이 가능하고, 에너지는 산업 원료로도 쓰이게 되기 때문에 첨단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울·경이 에너지 허브가 되면, 싱가포르의 성공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탄소중립 정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 가스 중심의 에너지 허브산업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김 교수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허브는 별개이기 때문에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는 우리가 가야할 길은 맞지만, 이것으로 우리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다. 예컨대 미국의 사막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우리보다 2배 이상의 효율을 보이기 때문이다"라며 “벙커링과 석유화학은 탄소중립으로 커버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결국 청정연료(수소, 암모니아)도 LNG를 이용해야 하기에 에너지 허브는 좀 더 글로벌한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근공(近攻)'만 있던 한국, 드디어 '원교(遠交)'를 만났다 북극항로는 한국에게 에너지 허브 기회뿐만 아니라 원교의 대상까지 제공한다는 게 김 교수의 관측이다. 김 교수는 “한반도는 수천 년 동안 병자호란, 임진왜란, 일제강점 등 수많은 침략을 받았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못나고 약해서가 아니라 지정학적 불리함 때문"이었다며 “한반도에는 그동안 중국과 일본 같은 근공의 대상만 있었지 원교의 대상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은 먼 나라와 힘을 합쳐 이웃 나라를 협공한다는 사자성어로, 삼십육계에 나오는 전략이다. 한반도는 이웃 중국과 일본의 근공에 대항하여 원교할 나라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면 한국도 드디어 원교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그 대상은 러시아와 미국이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끝나게 되면 심각한 경제 침체에 직면할 것이다. 러시아는 갖고 있는 것이 석유, 가스 자원밖에 없기 때문에 이걸 팔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마침 북극항로로 한국과 러시아 간의 교역 여건이 훨씬 좋아졌다. 한국은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아시아로 회귀전략(Pivot to Asia)을 했고, 트럼프 1기 정부 때 본격화했다. 한·중·일이 근공 관계라면 한·미·러는 원교 관계가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한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일은 산업 정합도가 굉장히 높다. 경쟁이 치열해 승패가 결정될 수 밖에 없는 '근공' 관계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한테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산업까지 모두 뺏기고 있다"며 “그러나 러시아와는 산업이 상호보완적이다. 러시아는 석유, 가스, 광물과 식량자원이 풍부하고 기초 과학을 갖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원이 빈약하지만 전자, 배터리, 반도체 등 러시아에 없는 첨단 산업을 갖고 있다. 양국은 아주 훌륭한 '원교'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다 해도 현재 러시아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나라는 중국이다. 수출이 막힌 러시아의 에너지를 중국이 대부분 사들이면서 서로 윈윈(win win)하고 있고, 국제외교에서도 미국에 맞서 서로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러시아는 근본적으로 중국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와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금 잠시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이가 좋을 수 없는 근공 관계"라며 러시아가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중국은 동해를 거쳐 태평양, 북극항로로 나가는 것이 숙원이다. 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는 염원을 차항출해(借港出海)라고 한다. 현재 중국이 동해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루트가 두만강인데, 두만강에 북러를 잇는 낡은 철교가 하나 있다. 그런데 그 철교가 워낙 낮아 대양을 항해하는 큰 배는 지나가지 못한다. 이 철교 하나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이 러우 전쟁에 지원병을 보내면서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북한이 침략을 받으면 러시아가 참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가장 싫어하고 못마땅해 하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이미 북한과 동맹 관계인 중국은 동해로 진출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할 계획인데, 북한이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되면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는 일본과 북방섬을 두고 영토 분쟁 중이다. 유일하게 한국하고만 아무런 분쟁이 없었다"며 “최근 러시아도 한국에 엄청난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2024년 6월 19일)하기 직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을 높이 평가하며 관계 개선을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우리는 그 뜻을 이해하고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가스관 설치 재추진해야 현재 러시아는 미국과 반대 진영에 있다.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절대적 지원을 받고 있어 사실상 러시아 대 미국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전후 러시아와 외교 및 교역이 가능한 것일까? 김 교수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최종 목표는 중국의 도전을 제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한테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밖에 기회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기간이다. 중국이 더 이상 미국에 도전할 수 없게 되면, 미국은 중국을 우선 하고 한국은 찬밥 신세가 될 것이다. 한국은 지금 기회를 잡아야 한다. 러시아와의 교역도 이런 차원에서 미국의 묵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러시아와 교역의 일환으로 가스관 건설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베데프 시절 남북러 가스관 건설이 추진됐으나, 결국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이를 회상한 김 교수는 “당시 러시아가 이를 제안했으나, 한국이 거절한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가스관이 북한을 거쳐 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게 당시의 생각이었다"며 “이것은 가스관 경제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러-우 전쟁 중에도 가스관은 운영되고 통관료도 정상 지불됐다. 가스관은 절대 안전하다. 즉, 남북러 가스관이 설치되면 우리로서는 저렴한 연료 확보는 물론이고, 러시아와 원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신라 3국 통일 이후 천년만에 찾아온 원교 '러시아·미국' 김 교수는 끝으로 한국에 천년만에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기 위해서는 정파를 떠난 대승적 국론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그마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원교 대상인 당나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로 한국에 원교 대상이 없었는데 이제야 원교 대상인 러시아와 미국이 나타났다"며 “비스마르크(독일 전 수상)는 '행운의 여신이 다가왔을 때 옷자락을 잡는 게 진짜 정치'라고 말했다. 진보든 보수든 합심해서 북극항로 선점과 거점항구 확보의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번 인터뷰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학사 △미 웨스트버지니아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미 콜로라도 CSM 대학원 경제학박사 △아이오나대 조교수 △1987년~2005년 서울대 공대 자원공학과 교수 △2002년~2003년 한국자원경제학회장 △2003년~2004년 대통령 정보과학기술수석보좌관 △2006년~2008년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2006년~ 서울대 공대 산업공학과 교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명예교수 △해양수산부 북극항로 자문위원회 위원장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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