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사업을 수주한 한국수력원자력이 29일 시공 계약 논의를 진행해온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협상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수원은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대우건설이 일방적 계약 종료 통보에 반발하면서 업계는 체코 원전 사업이 더뎌질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이 체코에 이어 미국 원전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원전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고 고품질과 납기 준수 경쟁력을 유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수원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오던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지난 20일 한국과 체코 산업통상부가 화상으로 진행한 3차 두코바니 원전 이행점검 협의체에서 시공계약에 대해 이달 말까지 협상을 체결하거나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양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2036년 완공을 목표로 체코 정부가 추진해온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에서 한수원 중심의 '팀코리아'가 2024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6월 총 사업비 26조원에 한국형 노형 APR1000(발전 용량 1GW 규모) 2기를 공급하고 설계·조달·시공(EPC) 및 핵연료 공급 등을 수행하는 내용으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현대건설·삼성물산을 제치고 체코 원전 시공자로서 팀코리아에 합류했다. 그러나 시공 주관사를 맡기로 한 대우건설과 한수원이 공사비와 일정, 사업 단계별 책임 소재 등을 두고 접점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1년 넘게 시공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원자로와 터빈 발전기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설계용역은 한국전력기술과 각각 지난해 12월 계약을 체결해 참여가 확정됐다. 원전 연료와 시운전 정비를 맡을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와는 내년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착수하고, 내년 7월 계약 체결을 목표로 시공사를 새로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 2022년 체코 원전 입찰 초기 단계에서 5호기에 대한 계약금액과 조건을 합의했지만, 2024년 최종 입찰에서는 5·6호기에서는 공사비와 관련 조건 합의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서류를 냈다. 체코 원전 주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계속 협상을 진행하고, 지난달과 이달에는 한수원과 대우건설 측 최고경영진끼리 협의했으나 결국 결렬됐는 것이 한수원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을 통해 안타깝다면서도 “2027년 4월 건설허가 신청과 2029년 1월 부지정지 착수라는 체코 원전 프로젝트의 주요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며 한수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입장문을 내고 유감스럽다며 “원청사가 원만한 협상에 재차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7일 한수원이 변경해 제시한 하도급 계약 조건을 이날까지 검토하기에 시간이 짧았다고 지적하며 “원청사에서 제시한 변경된 조건을 상세히 검토할 수 있도록 정식 공문을 통해 연말까지로 협상 시한을 연장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원청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사비 총액 계약 방식에 대해서는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APR1000 모델의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 과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단순 시공 컨소시엄에 설계 변경에 따라 증가하는 공사 물량을 공사비 변경 없이 높은 비율로 감당하라는 조건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원전 수출 과정에서 같은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때문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원전 건설 필요성이 높아지자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원전 공급망은 수출 시장을 중동, 유럽을 넘어 미국까지 넓힐 기회를 맞이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내 중심이었던 한국 원전 사업의 영역이 2024년 체코 원전 수주와 올해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 체결을 계기로 수출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변화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원전과 달리 해외 원전 건설은 세부적인 계약 조건을 더 따지는 경향이 크지만, 일일이 계약 조건을 따지다가 시간과 인력을 낭비할 가능성도 봐야 한다"며 “앞으로도 다른 원전 수출 과정에서 같은 문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부사항 여러 건을 일괄 계약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 '빠른 건설'이라는 한국 원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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