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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OLED·LCD·웹OS로 ‘TV 적자 탈출’ 시동

LG전자가 중국 제조사의 약진과 국내외 수요 둔화로 침체에 빠진 TV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전면전'에 나섰다. 단순 신제품 출시를 넘어 제품 포트폴리오와 플랫폼 전략을 동시에 재편하는 구조적 대응이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마이크로 적·녹·청(RGB) △웹 운영체제(OS)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를 구축해 TV 사업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콘텐츠·광고 기반 수익 모델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지난 25일 서울 양평동 그라운드220에서 2026년형 TV 신제품을 공개하고 'TV 회생' 전략을 밝혔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13년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한 LG전자는 이번에도 OLED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OLED 에보(G6)'와 월페이퍼 TV 'OLED 에보(W6)'가 대표적이다. 회사 측은 신제품이 역대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며 '더 넥스트 OLED'로 진화했다고 강조했다. OLED 에보(G6)는 일반 OLED(B6 모델) 대비 최대 3.9배 밝기를 구현하며, '하이퍼 브라이트 부스터'를 통해 장면별 밝기를 정교하게 제어한다. 또 3세대 알파11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탑재해 색 표현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해당 프로세서는 전작 대비 성능이 5배 이상 향상됐으며, 빛 반사도 낮춰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OLED 에보(W6)도 눈길을 끈다. 9mm대 두께에 패널·파워보드·메인보드·스피커 등을 모두 내장한 무선 월페이퍼 TV로, 세계 최초로 4K·165Hz 영상과 오디오를 손실·지연 없이 전송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 제품은 지난 1월 CES 2026에서 다수 해외 매체로부터 최고 제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OLED와 함께 이번 전략의 또 다른 축은 LCD 기반 'LG 마이크로 RGB 에보'다. 이 제품은 백라이트 광원을 초소형화하고 기존 백색 대신 RGB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해 색 재현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OLED에 탑재되는 3세대 알파11 AI 프로세서를 동일하게 적용해 화질 처리 성능도 강화했다.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CX담당(상무)은 “마이크로 RGB는 컬러 측면에서 OLED에 근접한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린 프리미엄 LCD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프리미엄 OLED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LCD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OLED 대비 가격 장벽이 낮은 마이크로 RGB를 통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웹OS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전략도 강화한다. 신제품에 탑재되는 웹OS26은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에 더해 구글 '제미나이(Gemini)'까지 지원하는 멀티 AI 체계를 갖췄다. 이를 통해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탐색과 추천 기능을 한층 고도화했다. 또 독자 보안 시스템 'LG 쉴드(Shield)'를 적용해 제품과 개인정보, 데이터를 보호하는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LG전자가 이처럼 제품과 플랫폼을 동시에 강화하는 배경에는 TV 사업의 구조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LG전자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지난해 75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장 큰 원인은 수요 부진이다. TV 시장은 모바일 기기 확산과 교체 주기 장기화로 신규 수요보다는 교체 수요 중심의 성숙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전년 대비 0.6% 감소한 1억9481만대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침체 속에서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TV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는 중국 TCL이 차지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가성비 전략에 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 미니 LED TV를 앞세워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단순 하드웨어 경쟁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플랫폼을 결합한 사업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기존 OLED 강자로서의 지위는 지속적으로 가져가며 프리미엄 입지를 높이되, LCD 기반 TV 라인업도 늘리며 주도권 회복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OLED TV의 경우 높은 가격대가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마이크로 RGB 에보 출시를 통해 중국의 공세에 맞설 방침이다. 마이크로 RGB는 OLED 대비 성능은 다소 낮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선 경쟁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백선필 상무는 “LG전자가 OLED 중심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LCD 역시 오랜 기간 고민해온 영역"이라며 “마이크로 RGB 에보는 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연내에는 가격대를 낮춘 OLED TV 출시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OLED 스페셜 에디션(SE) 패널을 적용한 보급형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패널은 기존 대비 2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OLED 대중화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웹OS 기반으로는 광고와 외부 OS 공급을 통해 수익을 확대한다. 전 세계 2억대 이상의 기기를 연결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기반으로 광고 및 콘텐츠 수익을 창출하고,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춘 반복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선필 상무는 “우리만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최상의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원자력 세미나] “중동 전쟁으로 원전 중요성 재확인… SMR, 재생에너지 보완 역할”

올해 소형모듈원자로(SMR)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초기 시장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첫 투자에는 부담을 가지는 만큼 초기 시장을 잘 열어줘야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에너지경제신문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SMR 시대 개막과 원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제9회 원자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SMR 특별법 통과에 따른 SMR 산업 육성 방법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법 통과를 계기로 SMR 산업 육성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면서 제도적 기반 마련과 정책 지원 필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이번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가스발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급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원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좌장을 맡은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평가위원은 “이번 전쟁으로 과거 유럽이 겪었던 가스 공급의 불안정성이 다시 확인됐다"며 “과거 탈원전 과정에서 원전을 줄이고 가스로 대체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원전의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SMR은 가스발전을 대체할 발전원이지만 대형 원전보다 유연하게 발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이를 SMR이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SMR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전력 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계통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백업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의 배터리·양수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탄소를 배출하는 가스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SM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이어 “앞으로 전력계통 운영의 난이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이미 원전 출력 조정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계통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전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SMR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전력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지금은 중간에 멈출 수 없는 '기호지세(騎虎之勢)'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SMR 산업 성공의 핵심 과제로 초기 시장 확보를 제시했다. 그는 “SMR은 소수 건설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일정 규모 이상의 반복 건설이 전제돼야 한다"며 “국내에서도 일정 수준의 수요와 발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민간 투자 유치는 쉽지 않다"며 “수용성 확보와 함께 시장·제도 여건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MR 특별법에서 경제성을 고려한 시행령과 예상 가능한 규제가 마련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한곤 혁신형SMR기술개발사업 단장은 “SMR 특별법이 통과된 것은 다행이지만 상용화 단계에서의 지원이 충분히 강조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며 “사업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첫 번째 사업자가 되기보다는 두 번째부터 참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김 단장도 SMR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초기 시장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SMR 사업은 안정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전력시장에서 다른 전원과 경쟁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대량생산을 통해 경제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이 구체화될 때 세제 혜택 등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이 유지되면서 규제가 예측 가능하게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SMR의 수출 경쟁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김용수 한국수력원자력 SMR사업실장은 “국내 시장만으로는 SMR 산업을 키우기 어려운 만큼 해외 선도 기업과 협력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국내 초도기 건설을 통해 실증 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수출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며 “특히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미 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전 수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자재 기업들의 동반 진출"이라며 “현재 약 350여 개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가 SMR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혁신형 SMR 사업은 부지 공모, 인허가, 설계 고도화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으며 2030년대 초 건설, 중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개발과 함께 규제 체계, 공급망, 금융 지원 등이 동시에 갖춰져야 사업화가 가능하다"며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SMR 전기를 소비할 수 있는 특구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SMR을 잘 만들어 해외에 수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국내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제도만으로는 SMR 전기를 실제로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이 부족하다"며 “인허가 패스트트랙, 요금 자율화,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포함한 'SMR 에너지 특구'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대한민국 안에 또 하나의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수준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SMR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특구를 조성해 산업과 전력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장기간 안정적인 전력 가격이 보장되면 투자에 나설 수 있다"며 “20~30년 단위의 전력 가격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 원전을 활용한 전력 공급과 SMR 도입 이후 상환 구조를 결합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그는 “초기에는 기존 원전 전력을 활용하고 이후 SMR이 가동되면 이를 통해 상환하는 구조를 만들면 사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민간 중심의 장기 계약이 형성되면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사업 지속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구 원자력안전위원회 SMR규제연구추진단장은 이날 토론회 방청객으로 참여해 최대한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SMR 시대는 기존 규제 틀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만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SMR은 여전히 기술과 시장이 함께 형성되는 과정에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결국 SMR 시대의 핵심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하고 목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특히 규제 문제와 관련해 “안전 규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실제로는 그 외 다양한 제도적·외부 규제가 더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SMR 특별법 등에서 논의되는 규제 개선 역시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원안위가 최근 발표한 SMR 규제체계 로드맵은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규제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며 “규제기관 역시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자력 세미나] 김소희 의원 “12차 전기본에 SMR 확대 반영돼야”

김소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드시 소형모듈원자로(SMR) 확대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과 에너지경제신문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SMR 시대 개막과 원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제9회 원자력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 의원은 “전력수요 대응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SMR은 매우 현실적인 선택지"라며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입지와 운영의 유연성이 높아 산업 현장 인근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첨단산업 확산에 따라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12차 전기본에 SMR 확대 방향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2035년 SMR 1기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기본은 2년 주기로 수립되는 장기 계획으로 현재 정부는 12차 전기본도 수립 중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12차 전기본에 SMR 추가 확대 방안이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3일 SMR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제 기술개발과 사업화, 제도 정비로 속도감 있게 이어가는 일"이라며 “국회에서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함께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적 뒷받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신문 부사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당분간 에너지 위기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SMR이 자원 안보와 원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원자력 세미나] “SMR 경쟁은 누가 먼저 실증을 보여주느냐의 싸움”

“소형모듈원전(SMR)은 단순히 축소된 원전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다른 산업입니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총괄전략본부장은 25일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열린 'SMR 시대 개막과 원전 패러다임 전환' 세미나에서 “국내 중심의 국산화 모델에서 벗어나 글로벌 공급망의 일부로 참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SMR의 핵심을 '경제 모델 변화'로 설명했다. 그는 “기존 원전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구조였다면, SMR은 여러 기기를 반복 생산하는 '연속 생산(Series)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다"며 “프로젝트 규모가 작아지면서 민간 참여가 쉬워지고 산업 생태계가 훨씬 다양해질 수 있다. 이에 맞춰 원자력 산업의 거버넌스와 협력 구조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최근 SMR 시장 확대의 배경으로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전력 수요 급증을 지목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SMR 기업과 직접 협력하거나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이제는 원자력 발전소를 '쇼핑'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기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50~100MW 수준을 넘어 기가와트(GW) 단위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는 SMR 시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SMR의 경쟁력으로 다목적 활용성도 꼽았다. 그는 “SMR은 전력 생산뿐 아니라 고온 공정열 공급, 수소 생산, 해수 담수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며 “특정 지역에서는 대형 원전보다 SMR이 더 적합한 시장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SMR 산업의 한계로는 실증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 기술 설명을 하면 마지막에 반드시 '왜 한국에는 건설 사례가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도면에 있는 원전과 실제 건설된 원전은 전혀 다른 만큼, 실증 경험이 있어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SMR 시장의 구조적 특징으로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미국을 배제하고 SMR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SMR은 초기부터 글로벌 파트너십을 전제로 하는 산업으로, 한미 협력 기반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향후 경쟁의 핵심으로는 속도를 꼽았다. 그는 “현재 SMR 경쟁은 누가 먼저 건설해 실증을 보여주느냐의 싸움"이라며 “이후에는 원가 경쟁력과 시장 맞춤형 설계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본부장은 “원자력 산업은 지금까지 공공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제조업·민간 중심 산업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이 변화에 맞춰 기술 개발, 인허가, 투자 구조까지 전반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원자력 세미나] “SMR 상용화, 특별법으로 2033년까지 앞당길 수 있어”

소형모듈원자로(SMR) 특별법 통과로 SMR 상용화 목표 시기인 2035년보다 1~2년 앞당길 수 있다는 전이 나왔다. SMR로 석탄발전소를 대체하면 고용 승계와 함께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SMR 특별법 하위법령을 잘 마련하는 것이 SMR 상용화 시기를 단축하는 데 관건으로 꼽혔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에너지경제신문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수력원자력 후원으로 개최한 '제9회 원자력 세미나'에서 'SMR 지원 특별법 제정과 경제적 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문 교수는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SMR 특별법 통과 이후 미칠 영향을 분석한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SMR은 'SMART100'과 'i-SMR' 두 가지 노형이 있다"며 “SMART100은 특별법 11조를 통해 부지를 확보해 2029년 건설하면 2033년쯤 상용 운전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i-SMR은 2028년까지 표준설계심사를 받게 될 텐데, 건설사업 준비를 병행해 2031년부터 건설을 시작하면 2034년쯤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5년 SMR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 교수 분석대로 SMR 특별법이 잘 작동한다면 상용화를 1~2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 교수는 SMR 특별법에서 △8조 총리실 산하 SMR 시스템개발 촉진위원회 설치 △9조 인허가 및 안전기준 수립 △11조 부지 확보 및 건설비 지원 △12조 민간자본 유입 촉진 등 총 4개 조항에 주목했다. 이들 조항이 SMR 상용화 시기를 단축하는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SMR 글로벌 시장은 2035년 최대 76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인허가 패스트트랙뿐만 아니라 민간투자가 확대되면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현재 지역에서 SMR 특구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제대로 추진하면 연간 20기를 제조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40년 석탄발전 폐지에 따라 석탄발전 부지를 SMR로 활용할 수 있고, 고용 승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석탄발전 부지에 구축된 송전망을 활용할 수 있어 다른 부지에 신규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건설비를 최대 35%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문 교수는 “미국에서 한 연구결과를 보면 SMR은 석탄발전 기존 인력의 75%를 고용 승계할 수 있다고고 한"며 “석탄을 SMR로 대체하면 고용 승계뿐 아니라 지역 소멸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SMR 특별법은 단순한 기술지원법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생존이 걸린 국가 전략 이행법"이라며 “패스트트랙 구체화, 주민 상생모델 개발, 금융지원 제도 강화 등 하위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구광모 LG그룹 회장, 지주사 이사회 의장직 8년만에 내려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주사인 ㈜LG 이사회 의장직을 8년만에 내려놓았다. 빈 자리는 박종수 사외이사가 메운다. 사내이사가 의장직을 겸하는 것을 막아 이사회 운영 투명·독립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LG 외 그룹 내 11개 주요 상장사들도 모두 '사외이사 의장체제'로 전환했다. 26일 ㈜LG와 재계에 따르면, ㈜LG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박종수 사외이사 의장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박 신임 의장은 지난 2023년 ㈜LG에 합류해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2022년 국내 최대 조세 전문학회인 한국세무학회의 회장을 역임하는 등 회계·세무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은 이사회 독립성을 높여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6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임명된 뒤 줄곧 ㈜LG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왔다. 국내 대부분 대기업은 사내이사인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이럴 경우 경영진을 견제하는 이사회의 주요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부각된다. LG그룹은 이사회가 경영진과 분리돼 독립적으로 주요 안건을 심의하는 게 '경영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스탠다드' 역시 이처럼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형성돼 있다. 구광모 회장의 결단으로 LG그룹 상장사들은 이사회 의장을 모두 외부인으로 채우게 됐다. LG이노텍과 LG헬로비전이 2022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뽑았고, 지난달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HS애드도 동참했다. 그룹 주력사인 LG전자는 지난 23일 첫 사외이사 출신 리더로 강수진 의장을 선임했다. LG그룹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021년 ㈜LG, LG전자, LG유플러스에서 첫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했고, 거버넌스 강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해 ESG위원회 및 내부거래위원회도 신설했다. 이어 지난해 ㈜LG, LG전자, LG화학에서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경영진 보수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산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번에 구 회장 결단을 포함한 '사회이사 의장 체제'로 전환으로 LG그룹의 지주 및 계열사 이사회의 투명경영 구조가 확립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지주사 전환 앞 ‘복잡해진 퍼즐’...교보생명, 베테랑 카드 꺼냈다

교보생명이 오랜 기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 영입을 모색한다. 이사회 전문성 강화를 촉구하는 흐름에 부합하는 행보로 시장에 신뢰감을 주기 위함이다. 종합금융그룹 도약과 지주사 전환에도 박차를 가한다. 27일 교보생명은 주주총회에서 안철경 전 보험연구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안 전 원장은 보험개발원·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기관에서 보험업과 소비자보호 관련 노하우를 축적했고, 보험연구원에서는 금융정책실장·연구조정실장·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교보생명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전환에 있어서도 풍부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금융당국과의 소통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학계 인사가 많은 교보생명 이사회의 다양성 향상도 모색할 수 있다는 평가다. 안 전 원장은 보험업황 둔화 등에 대응하는 솔루션으로 시니어 케어 분야 진출을 제시한 바 있다. 교보다솜케어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는 교보생명이 영입 후보로 점찍은 이유다. 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를 비롯해 현재 업계에 적용되고 있는 제도들이 도입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한 것도 특징이다. 내년부터 IFRS18과 기본자본 기준 킥스 비율 등이 시행되는 만큼 제도에 능통한 이사를 확보하는 것도 이번 선임의 목적으로 풀이된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하락할 굵직한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120% 수준이지만, 경과조치를 제외하면 80% 안팎이다. 여전히 금융당국의 권고치(50%)를 30%포인트(p) 상회하지만, 올해 9월과 내년 5월 상환 예정인 신종자본증권이 1조원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여유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일부가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보완자본을 동원하면 공백을 메울 수 있으나, 발행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장기 국고채 등 시장금리 인상도 좋게만 보기 힘든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의 현재가치가 줄어들지만,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용자본 축소를 야기한다. 교보생명으로서는 지주사 설립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신종자본증권 발행시 지불해야 하는 이자가 커지는 문제가 함께 생긴다. 일본 SBI그룹의 SBI저축은행 지분을 매입하는 것도 기본자본 킥스 비율에는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5월 8.5%를 인수했고, 41.5%+1주 추가 매입으로 50%+1주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인수 금액은 9000억원 규모다. 이번 주총에서는 △신창재 이사회 의장 사내이사 재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을 비롯한 안건도 상정된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 의장의 지분율 33.78%와 SBI홀딩스의 지분만 합쳐도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SBI홀딩스는 지난해 재무적투자자(FI)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들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9.05% 인수를 포함해 20.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SBI는 2007년부터 교보생명과 협업 중으로, 최근에도 토큰증권(STO)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파트너십을 다지고 있다. 또한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경영진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하는 등 우호관계가 굳건하다. 경영실적도 현 경영진에게 힘을 싣는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이 8844억원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리밸런싱 등 투자성과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미래 이익으로 불리는 보험계약마진(CSM)도 9월말 기준 6조3885억원으로 7.9% 가까이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풋옵션 분쟁에 막혀 기업공개(IPO)가 지연되고 있으나, 다른 비전들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라며 “안 전 원장 영입은 학계 인사가 많은 교보생명 이사회의 다양성 향상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래퍼 총리 시대 열린다”…네팔, ‘Z세대 정권’ 출범

작년 70여명이 숨진 'Z세대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네팔의 새로운 정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26일 현지 매체 네팔뉴스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총선에서 선출된 하원 의원 275명의 선서식이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열린다. 지난 5일 치러진 총선에서는 유명 래퍼 출신인 발렌드라 샤(36·일명 발렌) 전 카트만두 시장이 이끈 중도 성향의 국민독립당(RSP)이 전체 하원 의석 275석 중 절반을 훨씬 넘는 182석을 단독으로 차지했다. 지난 의회에서 최대 정당이었던 네팔회의당(NC)은 3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로 물러난 K.P. 샤르마 올리 전 총리의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은 25석만 얻어 3위에 머물렀다. RSP가 압승하면서 차기 총리는 발렌 전 시장이 맡게 된다. 네팔 총리는 하원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뒤 의회의 신임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신임 총리 취임은 27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총선은 지난해 9월 Z세대가 주도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올리 전 총리가 물러난 이후 처음 치러진 선거다. 2022년 창당한 신생 정당이 기성 정당을 제치고 정권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올리 전 총리가 이끈 CPN-UML과 NC의 좌파 연립정부는 부패를 척결하고 경제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네팔 정부가 지난해 9월 체제 비판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전면 차단하자 젊은 세대가 분노했고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실탄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는데 이 과정에서 77명이 숨지고 2000여 명이 다쳤다. 이후 민심이 분노하면서 국회의사당, 전 총리 자택 등이 불타는 사태로 번졌고 이때 올리 전 총리도 축출됐다. 정치 지형 변화는 의회 구성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총선에서 선출된 40세 이하 하원 의원은 71명으로, 이 중 62명이 RSP 소속이다. 이는 지난 의회의 10명 수준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강도 높은 반부패 정책과 행정 개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년층 지지를 기반으로 한 실용주의 경제 정책과 일자리 창출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호주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RSP의 압도적 승리와 발렌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을 고려할 때, 이번 정부가 2008년 연방 민주공화국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NDTV는 “지난 17년 동안 14차례 정권이 교체됐지만 5년 임기를 채운 정부는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로위연구소는 또 이번 총선을 “기존 정치 질서를 무너뜨린 세대 교체"로 평가하며 외교 정책의 리셋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동안 CPN-UML은 중국과, NC는 인도와 각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선거로 기존 정당들이 대거 몰락하면서 이러한 외교 구도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RSP는 선거 공약에서 인도와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강조하며 네팔을 지정학적 완충지가 아닌 경제적 가교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다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인도와의 국경 분쟁, 미국의 인프라 지원 프로그램(MCC) 등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향후 정책 방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간편결제 시대 개막에 ‘네카토’입지 훨훨…‘AI 전략’으로 종합플랫폼 타깃

간편결제 이용이 실물 신용카드 이용률을 웃도는 현상이 '뉴노멀'로 자리잡으면서 '네·카·토'(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 위상이 확대되고 있다. 핀테크업계는 주도권 확보를 위해 결제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는 한편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내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자지급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수단과 간편결제 등 주요 전자결제 서비스 이용 규모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일평균 이용건수는 전년 대비 8% 증가한 3654만건을 기록했다. 이용금액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선불충전기반 결제 서비스 확산의 영향으로 1조3051억원을 기록해 11% 늘었다. 신용카드 정보를 사전에 등록해 간편 결제하는 서비스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일평균 이용건수는 3557만건으로 전년보다 14.9%, 이용액은 1조1053억원으로 14.6% 늘었다. 간편결제는 실물카드 없이 모바일·온라인에 등록된 카드나 선불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대명사처럼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으로도 불리며 오프라인에선 바코드·QR 결제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결제시장에선 지난 2023년 이후 간편결제 규모가 신용카드 이용률을 공식적으로 넘어서게 됐다. 한국은행의 '국내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간편결제 이용 비중이 50.5%를 기록해 처음으로 전체 결제의 절반을 넘어섰다. 간편결제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이 재편된 것이다. 특히 간편결제를 제공하는 은행 자체앱이나 은행기반 플랫폼, 카드사앱보다 국내 주요 핀테크사가 압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업계 시장 지위 확대와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선 몇 해 전부터 삼성·애플페이 등을 통해 실물 카드 없는 소비 환경 구축이 빠르게 조성되는 가운데 핀테크사도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는 추세다. 결제 편의성을 넘어 얼굴 인식 등 생체 인증 결제 기술을 도입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Npay 커넥트' 단말기를 통해 QR·MST·NFC·얼굴인증(페이스사인) 등 모든 결제 수단을 지원하며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다. 결제 외에도 쿠폰 자동 적용·포인트 적립·리뷰 연결 등 마케팅 기능을 결합해 가맹점 단골 유치와 온오프라인 통합 생태계를 구축했다. 카카오페이는 QR 테이블오더와 AI 기반 초개인화 혜택('AI로 나만의 혜택 찾기', 소비 리포트) 서비스를 추진해 온 결과 오프라인 결제액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시켰다. 밴(VAN)·포스(POS)사 등 6개 파트너와 협력해 테이블 QR 스티커만으로 주문·결제까지 처리하는 '단말기 없는' 저비용 생태계를 전국 가맹점으로 확대하는 전략이다. 내년 사용자 1000만명을 목표로 가맹점·소비자 모두 잡는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토스는 자체 단말기와 얼굴결제 '페이스페이'를 무기로 오프라인 시장에 진입했다. 올해 100만 매장 확대를 계획 중으로, 가격 경쟁력·NFC를 넘어선 안면인식으로 소비자 편의성을 높였다. GS25 등 대형 제휴와 프로모션으로 초기 가맹점망을 20만개 이상 구축하며 빠르게 발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송금·금융 플랫폼 연계 전략으로, 가맹점 매출 확대와 이용자 효용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결제 시장 장악을 넘어 AI기술을 기반으로 한 종합 금융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연내 전 서비스에 AI에이전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추천이나 예약, 상품 구매, 서비스 이용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기능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다. 네이버페이는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서비스 실행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통합작업이 완료되면 결제와 투자, 가상자산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시행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는 AI기술 기반 전환 및 초개인화 서비스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신원근 대표는 앞서 AI 서비스로의 전환과 AI 중심의 사업 연계 등을 강조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자산 기반 미래사업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지난 23일 진행한 주주총회에서 신 대표의 연임이 확정되면서 이런 청사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상이다. 토스의 경우 은행·증권·보험 영역에서 모두 자리를 잡으며 금융 종합앱으로의 전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업계가 온·오프라인 모두 결제방식의 혁신을 주도하는데 이어 생활과 가맹점, 소비자를 연계하는 중기적 목표도 이뤄가고 있다"며 “AI를 기반으로 서비스 확장을 통해 생활서비스부터 가상자산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플랫폼으로의 확장도 점차 가시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중동사태 장기화, 기업 돈줄부터 흔들린다”...한은의 경고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금융시장 변동성을 넘어 기업 자금시장과 금융권 건전성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고,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할수록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둔화되고, 취약 기업을 중심으로 부채 상환 여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 자산건전성에도 부담이 가중되고, 회사채 시장에서는 만기 도래 물량을 신규 발행으로 막지 못하는 차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이 주요 취약 부문으로 꼽혔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원유 조달 구조로 인해 수급 차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데다,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가격 전가력이 떨어져 비용 상승을 흡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재무구조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경제의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리스크를 키우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한국의 GDP 대비 원유 순수입 비중은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며, 수입 물량의 상당 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중동 긴장 국면에서 원화 가치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반응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시장 내부 요인도 변동성을 키웠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단기 수익을 노린 자금 이동, 신용거래 확대 등이 겹치면서 주식시장의 등락 폭이 확대됐다. 레버리지 중심의 파생형 ETF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된 점 역시 변동성을 증폭시킨 요인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향후 전쟁이 길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을 안정시키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동시에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 글로벌 통화긴축 우려가 다시 부각되며 시장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외 충격은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한은이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충격이 실물경제 둔화로 확산될 경우 은행의 기업대출 부실이 늘어나고, 증권사와 보험사의 투자 손실도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향후 2년을 가정해 '비관'과 '심각' 두 단계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금융자산 가격과 원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상황을, 심각 시나리오에서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경기 침체가 결합된 위기 수준의 충격을 상정했다. 심각한 상황에서는 예금취급기관의 자본비율이 의미 있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될수록 취약 업종 중심으로 부실이 누적되면서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상승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 영향으로 자본 여력이 더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은행권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극단적 상황에서는 증권사와 보험사의 시장 손실이 자기자본 대비 각각 10% 후반과 20% 후반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시장 가격 변동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또한 일부 금융회사는 자본비율이 규제 기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체 금융시스템 차원의 대응 여력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시스템 전반의 복원력은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가계, 기업, 부동산 등 부문 간 격차가 확대된 구조에서는 외부 충격이 특정 취약 부문에 집중되면서 예상보다 큰 충격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외환 및 금융시장 동향과 취약 부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 시 신속한 안정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당국 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함께 제시됐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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