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이 '미래 전장(戰場)'의 룰을 통째로 바꾸는 파격적인 육·공(陸·空) 융합 청사진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중동의 핵심 우방국인 아랍에미리트(UAE) 영공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통합 대공망'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한편, 세계 무대를 휩쓸고 있는 K-9 자주포 등 주력 지상 무기의 '완전 무인화' 로드맵을 전격 선언했다. 과거 단일 무기체계 수출에 머물렀던 K-방산의 한계를 뛰어넘고 인공 지능(AI)과 초연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가 단위의 방위 시스템을 통째로 이식하는 '글로벌 톱티어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선전포고다. ◇ 중동 하늘 덮는 거미줄 방어망…UAE와 'K-통합 대공망' 짠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최대 방산기업인 에지(EDGE) 그룹과 'UAE 통합 대공망 구축 사업'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Term Sheet)를 체결했다. 서명식은 앞서 지난 15일(현지 시간) 아부다비 에지 그룹 본사에서 치러졌다. 이는 대한민국 방산 수출 역사에 획을 긋는 굵직한 성과다. 그동안 한화는 2022년 UAE를 시작으로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 2025년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다기능 레이다·발사대 등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의 핵심 구성품을 공급하며 중동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개별 장비 납품을 넘어선다. 한화는 에지 그룹과 현지 합작 법인(JV)을 설립해 단거리부터 중·장거리 요격 미사일과 다연장 로켓 '천무', 그리고 현대전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대드론체계(C-UAS)까지 단일 네트워크로 엮어내는 '다계층 방공망(Multi-layered Air Defense)'을 직접 기획하고 구축한다. 국가 영공의 '방패' 자체를 함께 만드는 시스템 설계자로 체급을 올린 것이다. 양기원 한화시스템 대표는 “단발성 무기 공급을 넘어 방산 기술과 산업을 공유하는 동반자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하는 전환점"이라며 “UAE를 중동·제3국 시장 진출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마드 알 마라르 에지 그룹 CEO 역시 “자립적인 방산 역량과 현지 산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한화시스템과 지속 가능한 산업 협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화답했다. ◇ 사람이 사라진 전장…K-9·천무도 스스로 판단하고 쏜다 하늘에서 거대한 방어망이 짜이는 사이, 지상에서는 '병력 없는 전투'를 현실화할 무인화 혁명이 가동됐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 지상전의 뼈대가 될 '지상방산 무인화 혁신 로드맵'을 전격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글로벌 베스트 셀러 무기들의 대대적인 진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9년까지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 천무·차세대 보병 전투 장갑차 등에 작전 상황에 따라 병력 탑승 없이 원격 제어·스스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선택적 유·무인 복합체계(OMFV)' 기술을 전면 이식하기로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화력 장비들이 AI를 탑재한 무인 로봇 군단으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지상전의 새 시대를 열 무인 지상 차량(UGV) 생태계 선점에도 잰걸음을 치고 있다. 지난 4일 방위사업청과 양산 계약을 맺은 국군 최초의 다목적 무인 차량 '아리온스멧(Arion-SMET)'은 부품 국산화율 98%를 달성, 핵심 방산 기지인 창원 사업장에서 본격 생산돼 내년부터 육군과 해병대에 실전 배치된다. 450kg의 적재 중량·AI 기반 원격 사격 통제·야지 자율 주행 등 압도적 성능을 앞세운 아리온스멧은 앞서 미국 국방부 해외 비교 성능 시험(FCT)을 통과하며 세계적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수조 원대 규모로 열릴 루마니아·핀란드·캐나다 등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정조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리온스멧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10톤 미만 소형 다목적 무인 차량부터 20톤급 중형 궤도형 로봇전투차량(T-RCV), 30톤급 대형 무인 전투 차량(H-UGV)에 이르는 6종의 공통 플랫폼 풀(Full)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폭발물 탐지 제거 로봇·AI 기반 한국형 공병 전투 차량(K-CEV) 등 다양한 무인체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 방산 패러다임의 대전환…'디펜스 OS'로 육·공 초연결 방산업계는 두 계열사의 이번 동시다발적 발표가 결국 '다영역 전장(Multi-Domain Operations) 통제권'을 쥐겠다는 한화의 중장기 비전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가성비와 화력 중심이던 쇳덩어리 하드웨어의 시대를 지나, 전장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AI 두뇌'가 승패를 가르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한화그룹이 2040년까지 2조 원을 투입해 자체 국방 AI 모델인 '디펜스 OS(Defense OS)'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를 하나로 묶기 위한 포석이다. 지상의 무인 K-9과 아리온스멧의 눈과 발이 하늘의 통합 대공망 레이다·하나의 거대한 인공 지능망으로 실시간 연동되는 초연결 전장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김동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S사업부장은 “최고의 생산 체계 구축을 통해 대한민국 군과 우방국에 안정적으로 무인 차량을 공급하고 선제적으로 미래 전장에 대비하는 국방 무인 체계 선도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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