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윤활기유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며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갖춘 국내 정유업계의 글로벌 공급망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중동권의 공급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국내 업계의 글로벌 윤활기유 시장을 둘러싼 각축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핵심 시장인 미국에선 중동발(發) 공급불안의 여파로 윤활기유 수입과 중동산 제품 비중이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글로벌 윤활기유 전문 매체인 베이스오일뉴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인구조사국 무역 통계를 인용해 미국의 2분기 윤활기유 수입분이 약 250만배럴(33만톤)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수입물량을 40% 수준으로 차지하던 중동산 제품 비중은 2분기 6% 미만까지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동권의 주요 윤활기유 설비가 중동전쟁의 여파로 가동 불가 상태에 진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윤활기유 중 고성능 제품군인 그룹3 기준 전세계 공급물량의 30% 수준을 차지하는 카타르의 '펄 GTL' 설비는 이란의 설비 타격으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중동전쟁 여파에 휩쓸리며 중동권의 윤활기유 공급능력이 크게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산 윤활기유는 미국향(向) 수출 실적이 급성장하며 중동산 공급차질의 여파를 상당 부분 흡수해 대체 수입처로 급부상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국산 윤활기유의 미국향 수출물량은 16만9656톤(t)으로 전년 동기(13만1682t) 대비 28.8% 증가했다. 수출액의 경우 4억871만달러(6000억원)로, 같은 기간 160.4% 증가해 수출물량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힘입어 국내 정유업계의 2분기 윤활기유 및 윤활유 사업부문 실적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윤활기유·윤활유 사업부문 매출은 합산 4조29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5%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7084억원으로 같은 기간 297.7% 급증했다. 이처럼 국내 정유업계가 중동권 윤활기유 공급차질 여파를 흡수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들 업계의 안정적인 생산역량이 자리한다. 이들 정유업계가 글로벌 공급차질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가동률을 유지하며 전세계 윤활기유 시장의 핵심 공급망으로써 경쟁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윤활기유 생산 능력이 가장 높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하루당 약 8만배럴 수준의 그룹3 윤활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경쟁사인 에쓰오일 역시 하루 4만4000배럴 수준의 윤활기유 생산 역량을 자랑한다. 두 회사만으로 전세계 윤활기유 생산량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중동권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동의 생산능력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윤활기유 고마진 현상이 지속되는 한편,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토대로 한 글로벌 파트너로써의 입지를 공고히 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동권의 공급 정상화 시점은 내년 이후까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고부가 윤활기유 시장을 둘러싼 국내 정유업계의 경쟁관계도 내년을 기점으로 한층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시기 HD현대오일뱅크가 그룹3 윤활기유 생산에 착수할 예정인 까닭이다. 앞서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HD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대산 윤활기유 공장을 증설하고 내년부터 그룹3 윤활기유 생산시설의 상업 가동을 본격화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HD현대오일뱅크와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의 합작법인이다. 기존 기업들의 공급망 입지 강화 행보도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 SK엔무브(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미국 에너지기업 HF싱클레어와 그룹3 윤활기유 장기 공급·유통 관계를 구축하며 북미 판매망을 강화했다. 이밖에 GS칼텍스는 이달 인천 윤활유 글로벌 물류센터의 완전 자동화를, 에쓰오일은 지난해 유럽 현지법인 'S-OIL Europe B.V.'를 설립하고 윤활기유 트레이딩·마케팅 역량 확대에 나서는 등 글로벌 윤활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차질로 국내 업계의 성장 지표가 두드러진만큼 중동권의 생산능력이 단기간에 회복될 경우 업계 성장세도 일부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동 업체의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공급 파트너로써 국내 정유업계의 입지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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