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생활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지난 2018년 이후 팜유 공급망에 위성 추적 시스템과 '산림 파괴 금지' 정책을 도입했다. 2020년 기준 약 95%의 원료를 추적 가능한 공급망으로 전환해 열대우림 훼손 논란을 줄였다. 글로벌 식품·음료 기업인 네슬레 역시 지난 2019년 '산림 파괴 제로'를 선언한 뒤, 커피·코코아 재배지에 재생농업과 혼농임업을 도입했다. 재생농업은 토양 건강과 생태계 기능을 회복하는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이고, 혼농임업은 농작물과 나무를 함께 재배해 생물다양성과 탄소 흡수를 높이는 토지 이용 방식이다. 네슬레는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주요 공급망의 90% 이상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 실제로 생물다양성이 회복된 성과도 확인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자연자본(Natural Capital)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후 리스크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주면서 자연을 더 이상 외부 변수로 취급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자본은 숲·토양·물·생물다양성 등 자연이 제공하는 자원과 생태계 서비스의 총합으로, 인간의 경제 활동과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는 자산이다. 국내에서도 자연자본을 정량화해 경제 시스템에 편입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가 정책과 기업 경영 모두에서 '생태계 계정(Ecosystem Accounting)'이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생태계 계정' 구축 추진…자연을 경제 지표로 통합 최근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이현우·이승준 선임연구위원 등 연구팀이 작성한 '생태계 계정 구축 및 생물다양성 주류화 정책 개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국가 차원의 생태계 계정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생물다양성 가치를 정책 전반에 반영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특히, 자연의 비(非)시장적 가치를 정량화해 경제 지표와 연계함으로써, 환경과 경제를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통계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30년까지 단계별로 진행될 생태계 계정 구축 로드맵을 수립하고, 생태계의 규모, 상태, 서비스, 자산을 아우르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안했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생태계 계정은 생태계의 규모(extent), 상태(condition), 서비스(service), 자산(asset)을 포괄적으로 측정해서 이를 경제 지표와 연계하는 '공간 기반' 통합 통계 체계다. 이 보고서는 기존 국민계정체계(SNA)가 반영하지 못했던 공기 정화, 수질 개선, 홍수 조절과 같은 비시장적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계량화하는 데 생태계 계정의 본질적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생태계 계정이 단순한 환경 통계를 넘어 정책 의사결정의 핵심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정보를 경제 활동과 연계함으로써, 개발과 보전 사이의 의사결정을 보다 정량적이고 객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2030년 완성 목표…3단계 로드맵 추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생태계 계정 구축 사업은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에 근거해 2030년까지 완성을 목표로 추진된다. 우선 1단계(2025~2027년)는 실험 단계로, 계정 구축 로드맵을 수립하고 일부 계정을 시범적으로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 과정에서 관계부처 협의체 구성과 플랫폼 설계가 병행된다. 2단계(2028~2030년)는 본 구축 단계로, 규모·상태·서비스·자산 계정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통합하는 국가 생태계 계정 플랫폼이 완성된다. 이 단계에서는 생물다양성이나 탄소 저장량 등 주제별 계정도 함께 구축된다. 마지막 3단계(2031~2033년)는 고도화 단계로, 계정의 정밀도를 높이고 이를 국가 승인 통계로 전환하는 한편, 제도적 활용 기반을 확립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정책 추진의 법적 근거는 '환경정책기본법' 제9조인데, 정부가 환경과 경제를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하고 정책에 활용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생태자산 종합평가' 기법을 중요한 정책 도구로 제시한다. 이는 토지피복 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전후 생태자산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종 중심 평가를 넘어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식은 환경영향평가나 개발사업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자연자본의 총량 유지라는 정책 목표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해외에서는 기업의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 해외 주요 국가들도 생태계 계정을 정책·재정·기업 의사결정에 직접 활용하는 도구로 발전시키고 있다. 생태계 계정을 공공·기업·금융이 함께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자연자본을 정책 평가 체계에 통합한 대표적 사례로 영국을 들 수 있다. 재무부의 공공사업 평가 지침인 '그린북(Green Book)'에 자연자본 개념을 반영, 개발사업의 비용·편익 분석에 생태계 서비스 가치를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매년 자연자본 계정을 발표해 대기 정화, 탄소 저장 등 서비스 가치 변화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생태계 계정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통합 자연자본 계정(INCA)을 통해 생태계 서비스 변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최근에는 회원국에 관련 통계 제출을 요구하는 규정을 도입해 사실상 '자연자본 회계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자연자본을 국가 경제 통계에 포함시키는 전략을 추진 중이고, 호주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생태계 계정을 구축한 뒤 이를 국가 단위로 확장하고 있다. 종합하면 해외 사례의 공통점은 세 가지다. 첫째, 자연자본을 '정책 의사결정 변수'로 편입했다는 점, 둘째, 공간 기반 데이터로 정량화했다는 점, 셋째, 공공·기업·금융이 함께 활용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 등이다. ◇TNFD 공시와도 연계돼…'데이터 기반 자연 리스크 관리' 이 같은 국가 차원의 생태계 계정 구축은 기업이 직면한 새로운 공시 체계인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NFD)'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생태계 계정이 향후 기업의 TNFD 공시 대응에서도 핵심 인프라로 작용할 수 있다. TNFD는 기업이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성과 영향, 그리고 이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와 기회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국제 프레임워크로, 2021년 출범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규제 환경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도 지적하듯, 생태계 계정은 이러한 TNFD 공시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국가 단위에서 구축되는 공간 기반 생태계 데이터는 기업이 사업장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자연 의존성과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TNFD의 핵심 방법론인 LEAP 접근법에서 가장 중요한 초기 단계는 '자연과의 접점 파악'인데, 이때 국가 생태계 계정 데이터가 사실상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된다. LEAP은 Locate(위치 파악, 자연과의 접점 식별), Evaluate (의존도 및 영향 평가), Assess(리스크와 기회 분석), Prepare(대응 전략 수립 및 공시 준비)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신한금융그룹, 포스코홀딩스, SK증권, KB금융그룹 등 선도 기업들이 TNFD 권고안을 반영한 보고서를 발간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대신경제연구소가 2024년 12월 발간한 '생물다양성 위험과 기업 공시 현황' 보고서 등에 따르면, 상당수 국내 기업의 공시는 여전히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이나 서식지 복구 활동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도 하다. ◇“자연자본을 재무 리스크로 인식해야" 전문가들은 기업의 대응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이 단순한 사회공헌이나 환경 캠페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자연자본을 재무적 리스크이자 자산으로 인식하고 경영 전략에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우선 자사 사업과 공급망이 어떤 생태계 서비스에 의존하는지 파악해야 하고, 동시에 사업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해야 한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리스크를 평가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 생태계 계정 플랫폼에서 제공될 표준화된 지표를 활용하면, 기업은 자연자본 관련 성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외부 공시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향후 투자 유치, 글로벌 공급망 참여, 규제 대응 측면에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이슈에 대한 산업계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에너지경제신문과 환경재단은 오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2026 ESG 생물다양성 및 자연자본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포럼은 개막식과 함께 △국립생물자원관이 주관하는 '자연자본 공시와 측정 동향' △국립생태원이 주관하는 '기업과 생물다양성: TNFD와 지속가능경영' △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지속가능성 공시 성공적 안착' 등 3개의 세션이 열려 자연자본 공시(TNFD 공시)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기업과 전문가 간 논의가 진행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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