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 1975년 설립한 국내 민간기업 최초의 종합 연구소 '가산 R&D 캠퍼스'가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LG전자는 지난 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캠퍼스에서 '50년의 기술과 열정, 내일을 향한 약속'을 주제로 기념행사를 열고, 지난 반세기 동안의 성과와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향후 50년 혁신을 향한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고 9일 밝혔다. 행사에는 이현욱 LG전자 HS연구센터장(부사장), 오세기 ES연구소장(부사장)을 비롯해 김쌍수 전 부회장, 이영하 전 사장, 신문범 전 사장, 송대현 전 사장 등 역대 가전 사업본부장·연구소장과 산학 협력 중인 국내 주요 대학 교수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가산 R&D 캠퍼스는 1975년 12월 보다 체계적인 연구 거점 확보와 연구소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금성사 중앙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당시 국내 기업 대부분이 공장 내 소규모 연구조직을 운영하던 가운데 가전·컴퓨터 등 전 제품군의 신제품 개발, 품질 향상, 생산시스템 자동화를 전담한 국내 최초 민간 종합 연구소로 출범했다. 초기에는 단층 건물에 전기계측·제어·표준 실험시설을 갖춘 형태였으나, 2002년 압력·온도·소음 등 다양한 실험실을 갖춘 실험동 신축, 2007년 지상 20층·지하 5층 규모의 연구동 준공, 2013년 별관 추가 건립을 거쳐 현재 전체 연면적은 3.5만 평에 달한다. 개소 당시 수십 명이던 상주 인력도 1700여 명 규모로 확대되며 글로벌 기술 전문가를 배출하는 LG 가전 R&D의 핵심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가산 R&D 캠퍼스에서는 가전의 지평을 연 혁신 제품들이 잇달아 탄생했다. 1998년 세계 최초로 모터와 세탁통을 직접 연결한 DD모터, 2001년 직선운동 기반의 냉장고용 리니어 컴프레서는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을 대폭 끌어올리며 LG 가전의 핵심 부품 경쟁력을 증명했다. 2016년 출시한 국내 최초 듀얼 인버터 에어컨은 에너지 효율을 최대 40% 개선하고 미국 '에디슨 어워드' 최고상을 수상했다. 또한 △의류관리기 'LG 스타일러'(2011년) △세계 최초 분리세탁 '트윈워시'(2015년) △지속 업그레이드되는 'UP 가전'(2022년)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전제품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연구소는 초창기부터 국내 전자산업의 기술 발전을 주도해왔다. 1977년 전자식 금전등록기(POS) 국산화 성공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전자식 한·영 타자기, 주문형 반도체(Custom IC) 독자 개발 등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1981년 2만여 개 부품이 집적된 전자식 비디오테이프레코더(VTR)의 국산화는 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가전 시장에서 한국 기술 경쟁력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이곳에서 개발된 LG 가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미국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전 브랜드' 조사에서 6년 연속 종합가전 브랜드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 'JD 파워'의 가전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도 최다 수상했으며, 북미·유럽 주요 소비자매체 평가에서 냉장고는 10개국 28개 부문, 세탁기는 6개국 9개 부문, 건조기는 4개국 5개 부문에서 최고 평점을 받았다. 현재 가산 R&D 캠퍼스에서는 가전제품뿐 아니라 핵심 부품, 기능성 신소재, 플랫폼 등 미래 기술 연구가 한창이다. 고속회전 모터·인버터 실험실, 미생물·위생 실험실, 선행플랫폼 실험실 등 전문 연구공간과 의류과학연구소·공기과학연구소·소재연구소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형태·용량의 HVAC 컴프레서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차세대 가전 플랫폼 개발 등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현욱 HS연구센터장(부사장)은 “지난 50년간 쌓아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AI홈 시대를 주도하는 전략 거점이자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선보이는 R&D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