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인사이트] 기후소송에 휘청이는 에너지 업계…“명확한 정책 재정립 필요”](http://www.ekn.kr/mnt/thum/202602/news-p.v1.20260209.ed2c2b56c28e4888a1245368cac83862_T1.png)
국내 발전사 등 에너지 기업들이 기후단체와 시민들이 제기한 각종 손해배상·책임 소송에 휘말리면서, 에너지 전환 국면에서 경영 부담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송은 에너지 기업 측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지만, 소송 과정 자체가 남기는 비용과 후유증이 크고 또한 소송 중에 노출된 기업의 경영 및 기술 자료가 외부로 유출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탄소중립 정책과 전력시장 구조 변화, 송전망 투자 확대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후소송까지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어 대응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 중인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첫 공판이 열린 국내 농업인 6명이 한전과 5개 발전 자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원고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위온과 기후솔루션이 맡고 있다. 원고 측은 기후변화로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했으며, 그 원인이 화석연료 기반 발전과 온실가스 배출에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내에는 총 61기의 석탄발전소가 있으며, 대부분은 발전공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개별 농가의 피해와 특정 발전사의 배출 행위를 직접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원고 측 주장이 법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후단체의 소송은 승소 사례가 없는데도 발전공기업뿐만 아니라 금융, 철강, 반도체 등 경제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기후단체와 용인 주민 등 16명이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계획' 승인 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 측은 용인클러스터를 계획할 때 기후변화영향평가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하면서 간접배출량을 누락해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계획을 취소달라고 지난해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후변화영향평가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기후변화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자연환경·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해야 한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해 7월에는 기후환경단체 회원 35명이 국민연금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석탄 분야에 투자로 인한 가입자의 건강과 재무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판결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2월 광양지역 청소년 원고 10인이 포스코를 상대로 광양 제2고로의 개수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해 미래세대의 환경권과 생명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며 제기한 민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후소송의 남발로 비용 증가, 브랜드이미지 추락 등 기업 경영 리스크뿐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 지연과 정책 불확실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별 소송의 승패와 별개로 에너지 산업 전체가 상시적인 법적 리스크 환경에 놓이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후소송의 또 다른 문제점도 제기된다. 재판 과정에서 노출된 기업의 영업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소송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후단체가 제기하는 소송은 법정에서 승소하는 것 자체보다, 소송 절차를 통해 기업과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사회적 이슈로 만드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사소송 과정에서 내려질 수 있는 문서 제출명령은 공공기관 입장에서 사실상 거부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내부 문건이 원고 측에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이 남발되는 기후소송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대형 로펌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송이 늘어날수록 방어를 맡은 로펌의 업무와 수익은 증가하는 반면, 발전사들은 승소하더라도 비용과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기후 대응은 피할 수 없는 과제지만, 소송이 정책 논의를 대신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불필요한 소송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기후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재정립과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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