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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익산갑위원장, ‘무소불위’ 정치권력 사유화 ‘논란’

익산=에너지경제신문 홍문수 기자 송태규 민주당 익산갑지역위원장이 시의회 예결위 심의 과정에 '외압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월권을 넘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정치권력 사유화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공천관리의 지위에 있는 송 위원장이 익산시의회 민주당 의원은 물론이고 타 당 의원에게까지 입김을 넣어 권한 밖의 직권을 남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26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익산시는 지역을 배경으로 서민의 현실과 인간 존엄의 의미를 탐구한 윤흥길 작가의 대표작 '소라단 가는 길'을 주제로 익산소라근린공원 내에 윤흥길 문학 공간을 조성하겠다며 사업비 3억4000여만원을 들여 '소라단 가는길 문학의 집' 조성계획안을 시의회 소관 상임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해당 상임위는 심의를 통해 필요성에는 인정하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시민들 공감대 형성과 내실있는 준비 등을 요구하며 예산안 전액을 삭감했다. 이후 예결위 심의 단계에서 예산안 전액이 복구됐다. 이 과정에서 송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진보당 의원에게까지 입김을 행사해 예산안을 복구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익산시의회 상임위에서 시의원들의 심의 과정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삭감된 예산안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지역위원장이 사실상 복원을 지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같은 송 위원장의 독주 뒤에 민주당 중앙당 지도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필두로 한 현 지도부는 '당원 중심의 당 운영'을 기치로 내걸고 있으나, 지역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일방적 통보 방식의 전략적 단수 공천으로 지역 당원들의 공분을 자초했다. 지난달 10일 민주당 중앙당 조강특위는 송태규 전 원광중·고 교장을 익산갑지역위원장으로 단수 공천하고, 당무위원회는 이를 최종 의결했다. 당시 익산갑지역위원장 공모에 5명의 후보가 응모하며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고, 일부 후보를 비롯한 당원들은 여론조사 방식 등의 공정한 경선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지도부는 이를 묵살하고 송 전 교장을 단수 공천했다. 이를 두고 민심과 당심을 외면한 공천이 결국 견제 장치 없는 '지역구 제왕'을 탄생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청래 대표의 당원 중심의 혁신 기치가 익산에서는 '불공정의 상징'으로 변질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송 위원장의 행보는 당직 인선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송 위원장의 취임 당시 '계파 갈등 봉합'과 '지역 정치 혁신'을 약속했던 호기로운 일성은 사라지고, 현재 지역위원회의 요직에는 송 위원장의 모교 출신이나 측근 인사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A씨는 “지역위원회가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조직이 아니라, 위원장 개인의 인맥을 관리하는 '자모회' 수준으로 전락했다"며 “공정해야 할 공천 관리자가 사적 인연으로 조직을 사유화하면서, 내년 지방선거의 공정성은 벌써부터 물 건너갔다"고 지적했다. 또 “시의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측근 정치에만 몰두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일이다"며 “민주당 중앙당 지도부는 익산갑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 잔치'를 직시하고, 지역 당심을 되살릴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이에 송태규 위원장은 정치인이기 전에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익산시의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한테 전화를 걸어 예산안 복구를 당부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떠한 외압이나 위력행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당직 인선과 관련해서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하고 일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특정 학교 출신들로만 채워진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거나 호흡을 맞춰나갈 수 있는 분들 위주로 인사권을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익산갑지역에 진 빚도 없으며, 질 빚도 없다"며 “앞으로 선거에는 출마를 하지 않을 것으며, 일희일비 하지 않고 당의 혁신을 위해 진정성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고,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는지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홍문수 기자 gkje725@ekn.kr

성남시 ‘미래형 과학고’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 개최...‘지역사회 기여방안’ 모색

성남=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성남시는 26일 '미래형 과학고' 설립에 따른 지역사회 기여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를 지난 24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회에는 시와 성남시의회, 성남교육지원청, 분당중앙고, 성남시정연구원 등 20여 명이 참석해 성남시 미래형 과학고의 지역사회 환원 및 기여방안을 점검하고 향후 활용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연구는 성남시 미래형 과학고의 운영 방향성을 바탕으로 국·내외 과학고 지역연계 사례를 분석하고 시민 인식조사를 통해 성남형 지역기여 모델을 도출하는 데 목적을 뒀다. 연구 결과, △판교 IT 산학 협력 △취약계층 IT 교육봉사 △과학동아리 페스티벌 △지역 연계 IT 경진대회 △청소년 환경문제 리빙랩 등 유형별 프로그램이 제안됐다. 시는 이번 연구 결과를 성남교육지원청 및 분당중앙고등학교에 내년 과학고 교육과정 구성시 참고 요청하고 미래형 과학고를 중심으로 지역 기업·대학·교육기관 간 협력 생태계 구축에 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오는 29일 성남교육지원청 주관 '경기 미래형 과학고 지역인재선발 도입 방안 포럼'에 참석해 지역인재선발 비율 40% 반영에 대해 강력 요청하는 발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시는 같은날 '2025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매니페스토 문화정책 콘체르토(Concerto)' 대회에서 신인 예술인 등용문인 '성남(SN) 탤런트'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문화 활동 활성화 분야 우수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대회는 전국 지자체의 우수한 문화정책과 사례를 공유·확산하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원주시 상지대학교에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 공동 주최로 열렸다. 대회 기간, 사전 서류심사를 통과한 전국 85곳 시군구가 △문화 거버넌스 구현 △문화 활동 활성화 △문화 기반 도시 활력(경제 활성화) 등 3개 분야에서 86개의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시는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 문화도시 성남'을 주제로 자체 오디션을 통해 신인 예술인을 발굴·육성하는 '성남(SN) 탤런트' 추진 사례를 소개했다. 성남(SN) 탤런트는 보컬, 댄스, 재즈,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인 예술인들을 발굴해 전문가 훈련(트레이닝)을 지원하고 시가 주최하는 각종 공연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돕는 시민 참여형 문화예술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23년 청년프로예술단 선발로 시작돼 △첫해 10개팀, 39명 △지난해 42개팀, 115명 △올해 24개팀, 72명이 활동 무대를 넓혀 왔다. 시민을 단순한 '문화 소비자'가 아닌 '문화 주체'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함께 지역 주민들이 공연장을 따로 찾지 않아도 광장, 공원 등 일상생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노래, 춤, 뮤지컬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성남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15개팀, 36명의 성남(SN) 탤런트 활동이 예정돼 있다"면서 “이번 수상을 계기로 시민 생활권 곳곳에서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 프로그램을 지속 발굴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3년만에 반등 픽업車, 여세 몰아 ‘내년 판 키우기’

올해 국내 소형트럭(픽업) 시장은 기아와 KG모빌리티가 신차를 잇따라 선보이며 활기를 불어넣은 한 해로 평가받는다. 더욱이 KG모빌리티와 GM한국사업장(한국GM)이 내년에 신규 모델 출시를 예고하면서 그동안 얼어붙었던 국내 픽업시장이 활기를 넘어 경쟁 열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KG모빌리티의 신형 픽업 'Q300(프로젝트명)'과 한국GM이 수입·판매하는 GMC의 '하머EV'와 '캐니언'이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픽업 시장은 신차 부재가 이어지며 시장 전반이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를 살펴보면, 국내 픽업 시장의 최근 5년간 판매량은 2020년 3만8117대에서 △2021년 2만9567대 △2022년 2만8753대 △2023년 1만7455대로 매년 감소세를 보였고, 지난해 1만3475대로 5년새 3분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올해 기아의 '타스만'과 KG모빌리티의 '무쏘EV'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침체 국면을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픽업 시장에 신차가 추가되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기간 국내에 신규 등록된 픽업 대수는 2만3495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1만3475대)보다 68.4% 크게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전동화 모델과 수입 브랜드까지 가세할 경우 픽업 시장이 단순 상용차를 넘어 레저·라이프스타일 차량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게다가 내년 두 종의 신차 픽업 출시가 예고되면서 침체됐던 픽업 시장이 반등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KG모빌리티는 '무쏘 스포츠&칸'의 후속 모델인 Q300을 내년 1분기 중 내놓을 계획이다. Q300의 파워트레인은 2.2리터(ℓ) 디젤 엔진과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 2종으로 운영된다. Q300은 정통 아웃도어 스타일을 강조한 디자인에 주행 성능도 강화했다. 외관 디자인에 따라 무쏘와 무쏘 그랜드, 적재함 크기에 따라 숏바디과 롱바디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선보인 전기 픽업 무쏘EV에 이어 내연기관 모델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전기차부터 내연기관까지 아우르는 픽업 풀라인업 구성을 마치게 됐다. 이를 통해 상용 수요는 물론 레저·개인 소비자까지 폭넓게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Q300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 KG모빌리티 임직원들이 최고 품질 결의대회를 열고 품질 경쟁력 확보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KG모빌리티는 Q300 출시에 앞서 선행 양산차를 활용해 출시 전까지 품질 및 연구개발(R&D)을 주축으로 실도로 주행 평가 진행 및 제조 품질에 대한 최종 완성도를 점검할 계획이다. 한국GM 역시 내년 프리미엄 브랜드 GMC의 하머EV와 캐니언 등 두 종의 픽업 모델을 수입해 국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이미 GMC는 허머EV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국내 수요를 진작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허머EV는 GMC가 야심 차게 선보인 순수 전기 슈퍼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브랜드 전통의 강인한 이미지와 최첨단 전기차 기술을 결합한 혁신적인 모델이다. 허머EV는 GM의 첨단 EV 플랫폼을 바탕으로 최신 기술이 집약됐으며, 특히 4륜 조향 기반의 크랩워크 기능을 통해 차량을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어 좁은 공간과 험로 모두에서 뛰어난 기동성과 차별화된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GMC의 중형 픽업트럭 캐니언은 기존 '시에라 드날리'에 이어 GMC 픽업트럭 제품군을 확장할 모델로, 정통 픽업트럭의 성능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차별화된 수요를 노린다. 또 한국GM은 GMC의 캐니언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캐니언은 글로벌시장에서 강력한 온·오프 로드 성능을 인정받았다. 2.7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구성으로 최고출력 350마력을 발휘한다. 아울러 오프로드에 특화해 서스펜션 등을 개량한 '캐니언 AT4X'도 내놓는다. GMC의 허머EV와 캐니언의 잇단 출시로 한국GM은 기존 '시에라 드날리'와 쉐보레 '콜로라도'를 포함해 한국시장에서 총 4종의 픽업 제품군을 거느리게 됐다. 이를 통해 GM한국사업장은 프리미엄 수입 픽업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작된 픽업 신차 출시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시장 전반의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다양한 라인업이 형성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업체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싼타가 된 김종태 빌라드아모르 회장, 장애인·아동 복지시설 3곳에 총 600만 원 기부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김종태 빌라드아모르 회장이 연말을 맞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며 '산타'로 변신했다. 김 회장은 지난 24일 오후 장애인 주단기보호센터 '꿈꾸는 나무'에서 장애인·아동 복지시설 3곳을 대상으로 한 후원금 전달식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이어진 인연을 올해도 지속해 연말 후원금 전달식을 통해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전달식에서는 △장애인 주·단기보호센터 꿈꾸는나무 △피해장애인 쉼터 나무와열매 △아동보육시설 성애원 등 3개 기관에 각각 200만원씩 총 6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 특히 전달식 이후에는 장애인들이 직접 제작한 동화책 등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 증정식이 이어져, 행사에 따뜻한 의미를 더했다. 신명희 피해장애인 쉼터 나무와 열매 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렇게 큰 마음을 전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쉼터에 입소한 장애인들이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안락한 공간과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후원금을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성애원 원장은 “1994년 전쟁 고아들이 같이 생활하면서 시작된 아동시설로, 현재는 학대 피해 아동과 가정 해체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어린이집부터 대학생까지 생할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향한 관심과 나눔이 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아이들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꿈꾸는 나무 원장 역시 “회장님의 후원은 아이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힘"이라며 “오늘 하루의 인연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저희화 함께해 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김종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함께 하게 돼 뜻깊다. 직접 와 보니 '정말 잘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봉사는 물질적으로 돕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저 중요한 것은 가슴으로 하는 봉사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따뜻함을 다시 느끼고 간다"고 밝혔다. 김종태 회장은 해마다 연말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의 역할을 실천하고 있다. 한편 이날 후원금 전달식이 열린 주단기보호센터 꿈꾸는 나무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자립을 핵심 가치로 삼아, 주·단기 보호와 재활·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이다. 2002년 장애인단기보호센터로 문을 연 이후, 주간보호센터 운영과 지역사회 연계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지역 기반 돌봄 체계를 구축해 왔다. 성인 독립준비 프로그램, 사회·교육·심리 재활, 여가 및 가족기능 강화 사업 등을 통해 이용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공동모금회 지원사업 선정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수상 등으로 운영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후원금은 이용자의 자립 역량 강화와 일상 지원 프로그램 운영에 사용될 예정이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2026 투자노트-➁반도체] 메모리는 확장, 양극화는 심화…투자 옥석 가려야

2025년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등 제한된 업종과 테마에 수급이 집중되며 큰 변동성을 겪었다. 2026년에는 산업별 여건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일부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어떤 산업은 업황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I 부터 반도체, 자동차 등 각 섹터가 맞이할 다음 국면과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반도체 산업은 2026년 또 한 번의 분기점에 서게 될 전망이다. 업황 전반은 긴 조정 국면을 지나 개선 흐름으로 돌아섰지만, 산업 내부의 온도차는 오히려 더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메모리반도체는 전체 업황의 방향성을 가늠할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2023년은 수요 급감과 재고 누적이 겹치며 DRAM과 NAND 가격이 급락한 시기였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대규모 감산에 나섰고, 업계 전반이 역사적 불황을 겪었다. 2024년 들어 가격 반등과 재고 정상화가 진행됐지만, 이는 전년 손실을 만회하는 단계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25년에 들어서며 흐름은 달라졌다. 수급 정상화가 가시화되고, DRAM과 NAND 가격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의 체감도가 높아졌다. 특히 공급 측에서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증설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업황 반등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은 구체적인 투자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설비투자(CAPEX)가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무차별적인 증설이 아니라 공정 전환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선별적 투자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예상한 2026년 DRAM CAPEX는 약 660억달러(98조원)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신규 웨이퍼 투입에 따른 실질 공급 증가는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NAND 역시 CAPEX 증가율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며, 공급 부담은 과거 대비 크게 완화된 구조다. 물량 중심의 증설 경쟁이 아닌, 수익성 개선을 전제로 한 질적 성장 국면으로 업황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메모리 업황 확장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6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실적이 수급 개선과 가격 반등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구간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DRAM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믹스 개선이 동시에 나타나며, 메모리 부문의 수익성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HBM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 DRAM 비중 확대에 힘입어 높은 이익률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됐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황 반등 국면에서 차별화된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가 업황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김정훈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견조한 AI 수요 및 엔비디아에 대한 HBM4 공급 협의 완료 등 AI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매우 우수한 영업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며 “영업 현금창출 확대 전망과 설비투자 규모를 매출액의 30% 중반 수준으로 유지하는 투자 정책을 감안할 시, 재무 부담 완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업황 개선이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메모리 업황 확장 국면에서 오히려 국내 반도체 산업 내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한기평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구조적 열위에 놓여 있다. 후공정 외주생산(OSAT), 기판, 장비 업체들은 소수 대기업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글로벌 고객 기반과 전략적 협업 구조도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메모리 업황 회복의 수혜가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또한 국내 업체들은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여력에서도 글로벌 선도 기업 대비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기평은 특히 기판과 OSAT 부문에서 R&D 투자 비중이 글로벌 평균을 하회하며, 이는 중장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업황이 확장 국면으로 이동할수록 이러한 양극화는 오히려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대형 메모리 업체들은 기술 전환과 제품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반면 밸류체인 하단에 위치한 기업들은 제한된 고객 기반과 투자 여력으로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일례로 종합 OSAT 기업인 하나마이크론은 중장기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큰 도전에 직면했다. 최근 차세대 반도체 공정이 전환되면서 주요 전방 고객사들이 패키징 기술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하나마이크론의 향후 입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술 격차 확대에 따른 고객사 이탈 위험도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 하나마이크론의 최근 3개년 평균 R&D 비중은 매출액 대비 약 3%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OSAT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 여기에 2021년 말 2804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9858억원으로 3배 이상 폭증해 부담이 확대됐다. 베트남 공장 증설 등 연평균 3000억원을 상회하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집행하면서다. 하나마이크론의 영업현금창출력은 메모리 수요 확대로 개선되는 추세다. 다만 최근 급격히 가중된 재무 부담은 향후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과 글로벌 생산 기반 확장을 위한 투자 여력을 지속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네패스는 매출의 약 80%가 삼성전자에 집중된 거래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생산 거점 역시 국내에 한정돼 있어 글로벌 고객 기반 확대에 제약이 있다. 삼성전자의 첨단 패키징 기술 내재화 기조는 AI 관련 포트폴리오 확장 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주력 고객의 내재화가 심화될 경우 고부가 패키징 물량 확보와 신규 AI 제품 수주가 제한될 수 있어서다. 과거 FO-PLP 설비 투자 이후 공정 안정화 지연과 거래처 이탈로 영업현금창출력도 약화됐다. 이에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정기평가에서 기술경쟁력 항목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하고,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안정적)로 낮췄다. 기판 업체 이수페타시스는 고다층기판(MLB)에 집중된 단일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 구조적 리스크로 지목된다. AI 서버향 수요가 고성장 초기 국면에 있는 만큼 단기 성장성은 유효하다. 하지만 AI 인프라 투자 기조가 둔화되거나 경쟁사들의 신규 진입과 공급능력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주요 매출처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네트워크 장비업체에 집중돼 있다. 이는 AI 서버 투자 피크아웃이나 네트워크 장비 세대교체 지연 시 매출의 단기 변동 폭이 커질 수 있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박원우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OSAT·기판·장비 기업들은 AI 반도체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높아진 기술 난이도, 수율 요구, 제품믹스 고도화에 대응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R&D 투자 및 중장기적 CAPEX 집행 여력, 글로벌 고객사와의 조기 공동개발 구조를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자장면 그릇 내놓던 때도…” 다회용 배달 용기의 ‘복권’은 가능할까

배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환경 현안으로 떠올랐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중국집에서 배달된 자장면 그릇을 문 앞에 내놓으면 배달원이 다시 찾아와 수거해 가는 풍경은 일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배달 음식과 함께 제공되는 것은 대부분 일회용 용기다. 이러한 일회용품을 선호하는 생활 방식으로의 변화는 배달원과 설거지의 비용 구조, 위생 인식, 사생활에 대한 감수성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다회용 배달용기가 과연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연구원 도시환경기후변화연구단의 강신영 연구원과 전략연구단의 박세원 연구위원은 서울시에서 실제로 운영된 다회용 배달용기 시범 사업을 분석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 '청정 환경 시스템(Cleaner Environmental Systems)'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다회용 배달용기의 전 과정 환경영향과 비용 구조를 비교·분석해, '막연히 친환경적일 것'이라는 인식을 넘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서울연구원, 서울시 시범사업 결과 논문으로 발표 연구에 따르면 다회용 배달용기는 제작 단계에서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 때문에 초기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용이 일회용기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일정 횟수 이상 반복 사용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온실가스 배출 기준으로는 평균 4.6회에서 5.2회 정도만 재사용해도 일회용기보다 환경 부담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수거 방식에 따라 차이가 컸는데, 문 앞 수거 방식의 경우 약 48회, 별도의 효율적인 회수 체계를 적용하면 24회 이상 재사용할 때부터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수거 방식의 차이가 다회용기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지적한다. 과거 중국집 배달처럼 배달원이 집집마다 방문해 그릇을 회수하는 '문 앞 수거' 방식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장 편리하다. 그러나 이 방식은 인건비 부담이 크고, 수거 차량 운행으로 인한 추가적인 탄소 배출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현대 도시 생활에서는 이 방식 자체가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음식 섭취 후 그릇을 문 앞에 내놓는 행위는 사생활이 외부에 노출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이웃 주민과의 불필요한 마주침을 피하려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충돌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된 생활 감각이 다회용기 문화가 사라진 중요한 배경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논문은 무인 회수기(RVM)를 활용한 '거점 반납' 방식을 제시한다. 아파트 단지 입구나 지하철역, 상업시설 인근에 반납 거점을 설치해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용기를 반납하도록 하는 모델이다. 이 방식은 한 번에 많은 용기를 회수할 수 있어 물류 효율이 높고, 문 앞에 그릇을 내놓는 데서 발생하는 위생 우려나 프라이버시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실제 분석 결과에서도 거점 반납 방식은 문 앞 수거 방식에 비해 비용 절감 효과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에서 거점 반납은 어떻게 이뤄지나 사생활 노출을 꺼리거나 반납의 번거로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다. 소비자는 배달 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에서 주문 시 다회용기를 선택하면 가방에 담긴 다회용기 음식을 받게 된다. 반납할 때도 가방에 넣어 반납하는데, 가방에 부착된 QR 코드만 스캔하면 된다. 무인 회수기(RVM)를 이용한 이 방식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수거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거점 반납 시스템에서 다회용기 관리는 개별 식당이 하지는 않는다. 사용된 용기와 배달 가방은 모두 중앙 집중식 전용 세척 시설로 운송돼 전문적인 살균 과정을 거친다. 대규모 시설을 통해 하루 수만 개의 용기를 안정적으로 재공급하는 효율적 물류망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배포 전 엄격한 품질 검사를 통해 위생 상태를 최종 확인하므로, 소비자는 오염 우려 없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가방 역시 시스템의 일부로 관리된다. ◇소비자 참여 유도할 인센티브 필요 다회용 배달용기가 일상 속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며,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연구는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할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 연구 기간 중 소액의 현금성 보상이나 포인트를 제공했을 때 거점 반납 참여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은 제도 설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또한 무인 회수기의 접근성을 대폭 높여야 한다. 1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이나 배달 이용 빈도가 높은 상권을 중심으로 반납 거점을 촘촘히 배치해, '일부러 반납하러 가야 하는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류 체계의 통합 역시 중요한 과제다. 기존 택배 물류망이나 친환경 차량을 활용한 회수 시스템을 구축하면 운영 비용과 환경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용기 분실과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한 보증금 제도 도입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과거 자장면 그릇 문화가 사라진 이유 중 하나였던 '회수와 설거지에 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제도적으로 분담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결국 다회용 배달용기의 확산은 과거로의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달라진 도시 생활과 사회적 감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시스템 구축의 문제다.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물류, 정책, 그리고 시민의 일상 경험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자장면 그릇을 내놓던 시절의 기억을 그대로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생활 방식에 맞는 '다회용 문화'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다회용 배달 용기가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신호등]예고 없는 재난의 일상화…2025년 국내 10대 기후 뉴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2025년 한반도는 폭염과 가뭄, 산불과 물폭탄, 끓는 바다와 무너지는 생태계가 동시에 겹치는 '복합 기후위기'의 한복판에 놓였다. 과거에는 “이례적"이라 불리던 현상들이 반복되며, 재난은 특정 계절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위험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재난의 빈도만이 아니라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한국 사회의 재난 관리·산업·에너지·복지 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한다. 2025년 한반도를 특징 짓는 10대 기후 뉴스를 짚어본다. ① 역대 최고 여름 기온, 세계 평균의 두 배로 뜨거워진 바다 지난 여름 전국 평균기온은 25.7℃로 가장 더웠던 지난해(25.6℃)보다 0.1℃ 높아 1973년 이래 역대 최고 1위를 경신했고, 평년보다 2.0℃ 높았다. 6월 말부터 이른 더위가 나타나 8월 하순까지 지속됐다. 6월은 평균 22.9℃로 1위, 7월은 27.1℃로 2위, 8월은 27.1℃도 2위를 기록했다.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확장한) 티베트 고기압과 (동쪽에서 서쪽으로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강력하게 유지되면서 한반도의 대기 상층과 하층을 뒤덮은 이중 고기압 구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7년간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약 0.74℃ 상승했지만, 한국 해역은 1.58℃ 상승했다. 특히 동해의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최근 14년간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업 피해액은 누적 3000억 원을 넘어섰고, 고수온 특보 발령 기간도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 명태 등 한류성 어종은 자취를 감춘 반면, 참다랑어·방어 같은 난류성 어종이 주종으로 자리 잡으며 어장 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따뜻해진 바다는 대기 중 수증기 공급을 늘려 극한호우와 강력한 태풍을 키우는 '연료' 역할도 한다. ② 폭염형 돌발가뭄의 상시화… “가뭄은 이제 순식간에 온다" 올해 한반도 곳곳에서는 '돌발가뭄(Flash Drought)'이 새로운 재난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던 전통적 가뭄과 달리, 극심한 폭염 속에서 수 주(週) 만에 토양 수분이 급격히 고갈되는 현상이다. 기온 상승으로 증발산량이 폭증하면서 강수량이 평년 수준이더라도 농업·생활·공업용수 피해가 동시에 발생한다. 강원도 강릉시 오봉저수지는 불과 한 달 사이 저수율이 약 50%포인트 급감하며 바닥을 드러냈다.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를 일부 잠그는 방식으로 제한급수를 실시했다. 강릉 단오제 보존회는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제(祈雨祭)까지 지냈다.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차가 하천수를 정수장과 오봉저수지로 날랐고, 강릉에서 남서쪽으로 16㎞ 떨어진 도암댐의 물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극심한 더위를 동반하는 '복합 폭염 돌발 가뭄'의 경우 가뭄 피해는 더 커진다. 기상청과 학계 분석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폭염일수 증가와 함께 폭염형 돌발가뭄의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이 뚜렷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현재의 월 단위 가뭄 예·경보 체계로는 주 단위로 급변하는 돌발가뭄을 포착하기 어렵다. 가뭄의 정의, 통계 방식, 대응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③ 영남을 덮친 '괴물 산불'… 기후변화가 키운 화마 3월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형 산불'의 전형을 보여줬다. 산불 발생 전 해당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약 20%에 불과했고, 기온은 초여름 수준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순간 최대 초속 25m를 넘는 강풍이 겹치며 불길은 통제 불능 상태로 확산됐다. 활엽수 대신에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위주로 숲을 조성한 탓에 산불 피해가 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의성 산불은 시간당 최대 8.2㎞라는 기록적인 속도로 번지며 산림 약 10만 ㏊를 태웠고, 3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이 대기 순환을 교란해 건조하고 강한 바람을 유도하면서, 산불이 특정 계절의 재난이 아니라 연중 상시 위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산불 대응 전략 역시 '진화 중심'에서 '사전 예방과 연중 관리'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④ '200년 빈도' 극한호우의 일상화… 시간당 100㎜가 흔해졌다 충남 서산, 전북 무안 등지에서는 시간당 100㎜를 넘는 기록적 폭우가 반복됐다. 1년 치 강수량이 1시간에 퍼붓는 식이다. 폭우와 더불어 산사태도 발생했다. 7월 경남 산청군에서는 집중호우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도 컸다. 최근 10년간 시간당 80㎜ 이상 극한호우의 발생 빈도는 과거에 비해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루 누적 강수량이 통계적으로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을 넘어서는 사례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는 대기 온도 상승으로 공기 중 수증기 보유량이 증가한 데다, 정체전선이 좁은 지역에 오래 머무는 기압 배치가 잦아진 결과다. 문제는 도심 하수관로와 배수펌프장이 여전히 과거 강우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단시간 집중호우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기후학계에서는 극한호우를 한반도 여름 기후의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치수·도시계획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⑤ 사라진 장마, 커진 가을 우기… 무너지는 계절의 경계 지난 9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모두 530㎜로 평년 같은 기간의 165.5㎜의 3배가 넘었다. 올여름 중부지방 장마기간(6월 19일~7월 20일) 32일 동안 서울에 내린 비는 모두 357.1㎜인데 비해 9월 12~10월 13일 사이 32일 동안의 강수량은 430㎜였다. 장마철보다 더 많이 내렸다. 전통적인 여름 장마는 약화되는 반면, 9~10월에 강수량이 집중되는 '가을 우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998년 이후 초가을 누적 강수량은 과거 평균 대비 약 42%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태평양고기압이 가을까지 세력을 유지하며 고온다습한 공기를 지속적으로 한반도로 밀어 넣은 결과다. 가을 우기는 수확기를 맞은 농작물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배추 무름병 확산, 벼 쓰러짐 피해가 대표적이다. 계절 구분을 전제로 설계된 농업·치수·재난 대응 체계 전반의 재점검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⑥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 430.7ppm… 수치로 확인된 위기 2024년 충남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측정된 이산화탄소(CO₂) 배경농도는 430.7ppm으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전 지구 평균(422.8ppm)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 역시 안면도·고산·울릉도 관측소 모두에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한반도 상공에서 온실가스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폭염·폭우·산불 등 극한 기상 현상의 물리적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 수치는 향후 기후 정책과 감축 목표 설정의 기준선이자 경고등으로 해석되고 있다. ⑦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컨트롤타워의 시험대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환경·에너지·탄소중립 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이미 현실화된 폭염·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후 적응' 기능이 강화됐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믹스 결정권과 예산 조정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경우, 한국의 기후 정책이 선언적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것이냐,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어떤 속도로 줄여나갈 것이냐, 원자력발전을 확대할 것이냐, 재생에너지 확대과정에서 자연생태계 보존에 얼마나 무게를 둘 것이냐 등을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된 측면도 있다. ⑧ AI 실시간 홍수 경고 전국 확대… 기술이 생명을 지킨다 2025년 여름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시간 홍수 위험 경고 시스템이 전국 993개 하천 지점으로 확대 적용됐다. 하천 수위가 계획홍수위에 근접하면 인근 차량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 앱을 통해 즉각 경고가 전송된다. 기존 대하천 중심 예보에서 지류·지천까지 관리 범위를 넓혀 재난 사각지대를 줄였다는 평가다. AI를 활용한 CCTV가 사람과 차량을 자동 인식해 위험 지역 진입을 차단하는 기능도 도입됐다. 예측 불가능한 극한호우 시대에 정보통신 기술 기반의 대응 체계는 핵심 안전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 ⑨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확정… 논쟁에서 실행으로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했다. 단일 수치가 아닌 범위로 제시된 이번 목표는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다. 산업계와 시민사회 간의 치열한 논쟁 끝에 도출된 수치로, 하한선인 53%는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불합치 결정 취지를 반영한 최소 기준으로 평가된다. 이제 관건은 목표 설정이 아니라 실행력이다. ⑩ 아열대화되는 생태계… 바뀌는 숲과 밥상 기온 상승으로 농작물 재배 한계선은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과거 대구 일대가 주산지였던 사과는 강원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 적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2090년대에는 한반도에서 사과 재배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남부 지방에서는 레몬·애플망고·바나나 등 아열대 과일 재배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산림에서는 한라산 구상나무 등 고산 침엽수가 집단 고사하며 멸종 위기에 처했고, 외래 해충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한반도 생태계 전반이 새로운 기후 체제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 뉴스가 아니라 생존 뉴스다" 2025년 한반도의 10대 기후 뉴스는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기후위기는 이미 현재형이며, 재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9월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는 이런 상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 내뿜는다면 2100년 무렵 한반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워지고, 기상 재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온실기체를 지금처럼 계속 내뿜는 '고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2100년까지 한반도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최대 7℃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이 7℃까지 상승한다면, 폭염 일수는 현재보다 9배, 열대야는 21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고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전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후위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한국 사회의 안전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지방 집값 바닥 찍었나?…미분양 해소는 ‘글쎄’

내년 전국 주택가격이 완만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오랜 침체를 겪어 온 지방 집값도 이젠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방 집값이 오르더라도 미분양 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은 공급 부족이 이어지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지방은 구조적 침체가 지속된 데다 수도권과 지역 내 상급지를 선호하는 '똘똘한 한 채' 현상까지 겹쳐 물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3분기까지 침체를 이어오던 지방 아파트 가격이 최근 8주 연속 반등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기준 울산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간 데 이어 이 주 들어 0.20%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부산도 해운대구와 동래구 등을 중심으로 0.03% 오름세를 보였다. 분양 물량이 많아 가격 조정이 이어졌던 대구 등의 지역 역시 내년에는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간 하락세가 이어졌던 만큼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다만 가격 흐름이 상승 사이클에 접어들더라도 곧바로 미분양 해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실제로 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미분양 주택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9069호로 전월 대비 3.5% 늘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도 4.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방 미분양은 5만1518호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앞서 미분양 물량은 올해 중순까지 감소 흐름을 보였지만, 8월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8월 말 6만6613호를 기록한 이후 9월 6만6762호, 10월 6만9069호로 석 달 연속 늘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8080호로, 2013년 1월 이후 12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84.5%가 지방에 집중되면서, 지방에 기반을 둔 대흥건설과 대저건설 등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지방 미분양이 쉽게 줄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고분양가 구조를 지목한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분양가 인하 여력이 제한된 탓에 수요 회복 속도보다 분양가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서울뿐 아니라 5대 광역시의 평균 분양가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올랐지만, 서울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여파로 매물이 없어서 집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반면 지방에서는 가격 부담이 그대로 미분양 적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약시장에서도 양극화는 뚜렷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7.20대 1을 기록했지만, 지방은 4.53대 1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평균 경쟁률이 1대 1을 밑도는 지역이 없었으나, 올해는 광주와 제주에서 청약 미달 단지가 발생했다. 비수도권 분양시장이 입지 여건과 분양가 경쟁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선별적 수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수도권 진입이 어려운 지방 자산가들이 지역 내 상급지로 이동하는 수요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한 미분양 대책의 효과 역시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건설사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미분양 주택 매입과 취득세 감면 등의 지원책을 시행했지만, 사업성이 낮은 물량이 많아 실제 매입 실적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 집값 상승이 곧바로 미분양 해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지방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가격 반등뿐 아니라 공급 구조 개선과 수요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서울 집값 내년에도 4.2%↑…“고가·1급지 위주 상승세 지속”

정부가 6·27 대책과 9·7 공급대책, 10·15대책 등 규제 정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줄어들었지만, 내년에도 집값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거래는 위축됐지만,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가격 하락 압력보다 상승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최근 '2026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간담회를 열고 내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4.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3%, 수도권은 2.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내년 주택 매매거래량은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지속 영향으로 올해보다 줄어든 65만4000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거래 위축이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규제 강화로 매수·매도 모두 부담이 커지면서 거래는 줄었지만 동시에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가격을 끌어내릴 만한 압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시장 불안이 집값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산연은 내년 서울 전세가격이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입주 물량 축소와 전월세 물량 감소로 전세가격이 오르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구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값 상승률 수치 자체보다는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4%냐 5%냐 같은 수치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며 “통계 기준에 따라 숫자는 달라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년에도 서울 집값이 오른다는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권 팀장은 또 “서울은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공급 불안 인식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전세시장 불안까지 겹치면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거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이는 가격 하락보다는 매물 잠김으로 이어지는 측면이 크다"며 “거래량과 무관하게 가격이 버티거나 오르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용인 톺아보기] 학교현장 빛낸 ‘이상일표’ 생활밀착형 행정...학부모들의 감사인사 봇물

용인=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정책의 성패는 결국 두 갈래로 갈린다. 하나는 리더의 리더십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의 체감 강도이다. 아무리 정교한 정책이라도 리더십이 부재하거나 생활 속에서 체감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따름이다. 특히 교육행정은 더욱 그렇다. 학교는 도시에서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자 학부모의 기대와 불안이 가장 크게 교차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그렇다 할 수 있다. 민선 8기 이상일호가 출범 이후 줄곧 '교육현장'을 시정의 중심에 둔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상일 시장이 반복해 강조해 온 “교육현장은 책상이 아니라 학교에 있다"는 말은 그의 평소 신념을 압축한 표현이다. 이 시장은 “정책은 회의실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등굣길과 교실 앞 풍경 속에서 검증된다"고 주장해왔다. 책상 위 보고서보다 현장의 변화로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겠다는 이 시장의 이런 인식이 교육현장을 시정의 출발점이자 기준으로 삼아온 민선 8기 시정방향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용인시는 관내 191개 초·중·고교와 2개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총 39차례의 학교장·학부모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논의된 교육 현안은 1301건. 이 가운데 694건이 이미 처리되거나 해결됐다. 처리·완료율은 53.3%. 단순히 '절반'이라는 수치가 아니라 “건의사항 두 건 중 한 건 이상을 실제 해결했다"는 의미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답했다는 점에서 정책의 신뢰도가 높다. 이 시장의 교육행정은 세 단계로 구조화돼 있다. 현장 점검 →즉각 조치 →재점검이다. 간담회는 현안 해결의 출발점이고 보고서는 점검표에 가깝다. 실제로 3년간 간담회에 참여한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는 1088명, 누적 대화시간은 7080분, 118시간에 달한다. 보여주기식 간담회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이다. 건의사항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책'보다 '생활'에 가깝다. 교육 분야가 567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교통(287건), 도로(213건), 주택·환경(104건) 등 상당수가 통학로 안전과 학교주변 생활환경 개선에 집중돼 있다. 이는 이상일 시정이 '교육을 교실 안에만 가두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올해만 해도 처인구 태성중 승하차베이와 캐노피 설치, 용인중 후문 방지턱 개선, 용동중 승하차 공간 확보, 기흥구 중일초 보행로 캐노피 설치, 용인 백현고 맞은편 안전휀스 설치, 수지구 대청초 후문 보도블록 정비, 대현초 통학로 가로등 설치 등이 잇따라 마무리됐다. 모두 학부모들이 “아이를 보내며 매일 마주하던 불안"이었던 현안들이다. 정책의 강점은 속도와 협업에서 드러난다. 시는 교육지원청, 경찰서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즉시 조치 가능한 사안은 현장 확인 후 곧바로 해결했다. 능원초 정문 승하차베이 설치처럼 경찰 협의가 필요한 사안은 절차를 밟아 공사를 진행 중이고 용마초 민방위 비상급수시설 위치 조정처럼 구조적 조정이 필요한 사안은 중장기 계획에 반영해 해체 및 공사를 예고했다.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접근이라 하겠다. 학교주변 환경개선도 눈에 띈다. 현암고 인근 데이터센터 주변 불법주정차 문제는 고정식 단속 CCTV 설치로 대응했고 성지고·초당고 학부모들이 요청한 구갈도서관과 동백도서관 시설개선도 구체적 일정이 제시됐다. 구갈도서관은 도비를 확보해 2027년까지 개선을 마무리하고 동백도서관은 2027년 리노베이션 착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검토 중'이라는 말 대신 '연도와 예산'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행정의 신뢰도가 다르다. 성과는 현장에서 더욱 선명하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등하굣길이 달라졌다"며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태성중 승하차베이 설치 이후 학부모 대표들은 “매일 아침마다 느끼던 불안이 사라졌다"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용인중 후문 방지턱 개선 현장에서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함께 시장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작은 변화가 큰 안심을 준다"고 감사인사를 했다. 대청초 후문 보도블록 정비가 완료된 날, 학부모회는 시청에 감사 서한을 보내 “아이들의 발걸음이 안전해졌다. 행정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적었다. 구갈도서관 개선 계획이 발표되자 지역 주민들은 “단순히 시설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행정"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이상일 시장의 집요한 '재점검 행정'이 있다. 한번 해결했다고 끝내지 않고 △실제 불편이 해소됐는지 △현장에서 추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간담회에서 제기됐던 남사초 버스정류장 전광판 교체, 원삼중 맨홀 물고임 문제, 청덕초 정문 앞 보도블록 정비, 고진중 상수도 문제, 서농초 인도 환경 개선 등이 빠르게 처리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상일 시장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교장, 교직원, 학부모 대표들과 직접 만나왔다"며 “앞으로도 학교별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실되게 들리는 이유는 이미 694건의 해결사례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어서이다. 이처럼 민선 8기 이상일표 생활밀착형 행정 성과는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횡단보도 하나, 캐노피 하나에서 체감된다. 한마디로 이상일 시장의 이런 작은 정책들이 모이고 모여 도시를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여하튼 교육현장에서 출발한 이른바 '체감행정'은 이제 용인시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학부모들이 전한 감사패와 꽃다발은 생활 속에서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한 행정의 성과를 나타낸다. 이러한 변화는 오늘도 용인시민들이 매일 오가는 길 위에서 차분히 확인되고 있다. 앞으로 이 흐름이 더욱 성숙하고 세련된 정책으로 이어져 용인시민의 삶의 질을 한층 더 높이길 기대해 본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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