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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100% 확신은 없다: 확률예보가 필요한 이유”

강수를 중심으로 확률예보에 대해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 기상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상기관은 왜 '강수확률 30%'와 같은 수치로 내일의 날씨를 설명할까. 우리는 “서울 지역의 내일 강수확률은 50%입니다"라는 예보를 들을 때, 그 의미를 과연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 혹시 이를 '비가 올 가능성과 오지 않을 가능성이 각각 절반'이라는 단순한 통계적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더 나아가, 본질적으로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대기 현상을 예측하면서 '확률'이라는 개념을 덧붙이는 일이 예보의 책임을 완화하기 위한 방패막이 장치는 아닌지 의문을 품어본 적은 없는가. 확률예보는 모호함을 감추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이를 의사결정 가능한 정보로 전환하려는 과학적 진보의 산물이다. 과거 예보가 예보관의 경험과 직관에 크게 의존하던 주관적 예보의 시대를 지나, 오늘날에는 슈퍼컴퓨터 기반의 수치예보모델에 의존하는 객관적 예보 시대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대기는 수많은 변수가 상호작용하는 초복잡계이자 비선형 시스템이기에, 모든 과정을 완벽히 재현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한 결과로 등장한 대안이 바로 확률예보다. 확률예보는 전통적 통계 기법과 앙상블 예측 등 복합적인 과학적 과정을 통해 산출된다. 함축적으로 강수확률 30%란, 과거 유사한 기압계와 기상 조건에서 해당 지역에 10번 중 3번 비가 내렸음을 의미한다. 강수확률 50% 역시 같은 맥락에서 10번 중 5번 비가 왔다는 뜻으로, 과학적으로 정당한 결과물이다. 이는 불확실성을 회피한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정량화해 제시하는 가장 정직한 방식이다. 확률예보는 단정적인 결정론적 예보보다 더 많은 데이터와 계산, 그리고 검증을 거쳐 생산되는 고차원의 정보라 할 수 있다. 확률예보의 가치는 산업 현장에서 특히 분명하게 드러난다. 기업 경영에서 기상 단순한 참고 자료를 넘어 리스크 관리의 핵심 수단이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 개념이 '비용-손실 모델(Cost–Loss Model)'이다. 대응 비용(C)과 대비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손실(L)을 비교해 임계확률 Pc=C/L을 산출하고, 예보 확률이 이를 초과할 경우 행동에 나서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농업 분야에서 농약 살포 비용이 100만원이고, 비로 인해 재살포와 작물 피해로 500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면 임계확률은 20%다. 즉 강수확률이 20%만 되어도 살포를 연기하는 편이 통계적으로 합리적이다.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비용이 500만원이고, 우천 시 재시공 손실이 5,000만원이라면 임계확률은 10%에 불과하다. 낮은 확률이라도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경영상 안전한 선택이 된다. 물류·유통 산업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강수확률이 예보되면 인력을 선제적으로 배치해 배송 지연과 고객 이탈이라는 더 큰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이처럼 확률예보는 의사결정을 정교화하고, 장기적으로 막대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한다. 국가적 재난 관리에서도 원리는 같다. 태풍이나 집중호우의 발생 확률이 일정 임계치를 넘는 순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방재의 골든타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100% 확신'을 기다리는 태도는 곧 위험을 방치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확률에 기반해 움직이는 것만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현대 과학기술로도 100% 완전한 예보는 불가능하다. 이는 예보관의 역량 부족이나 슈퍼컴퓨터 성능의 한계 때문이라기보다는, 대기 운동 자체가 지닌 근본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극한 기상현상이 빈번해지는 오늘날, 단정적 결정론에 머무는 태도는 기상·기후 정보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사고방식일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예보가 발전하더라도,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제 우리는 확률예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수급 예측 역시 기상 변수의 확률 정보를 반영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장기 기후예측에서도 단일 수치를 제시하는 방식보다 확률예보에 기반한 정보가 정책과 산업 현장에서 훨씬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확률예보는 우리에게 '스스로 판단할 권리'를 부여한다. 20%의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인지, 80%의 가능성에 기대어 모험을 감수할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예보를 고정된 정답이 아니라 전략적 의사결정 도구로 인식할 때, 우리는 자연재해의 위협을 보다 현명하게 관리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 확률예보를 통한 '슬기로운 예보 생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재개발 사각지대 메우는 서울시 ‘용적률 인센티브’…부정수급 차단이 관건

서울시가 재개발 구역에서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세입자들에게 손실을 보상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26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정책은 시 재정을 통한 단순 현금성 지원이 아니라 사업 시행자가 자발적으로 손실을 보상하면 그 대가로 용적률을 올려주는 인센티브 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원래 의도대로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정책 수혜 대상자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개발 구역에서 손실보상을 받을 수 있는 주거 세입자·영업 세입자는 '구역지정 공람공고일' 이전부터 거주하거나 영업한 자로 한정된다. 공람공고일 이후에 전입했다면 법적으로 이주 보상 대상이 아니다. 사업 시행자가 법적 의무가 아니더라도 이들에게 손실보상을 실시하면 정비구역 상한 용적률 125% 범위 내에서 인센티브를 받는다. 추가 손실보상 금액만큼 환산부지 면적을 산정하고, 이를 상한 용적률 완화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법적 보상을 받는 세입자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한다. 추가 보상액은 법적 세입자가 받는 최대 금액 범위 내에서 거주·영업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공람공고일 다음 날부터 사업시행인가 고시일까지 전체 기간 중 실제 거주 기간에 비례해 보상액을 산출한다. 또 사업 시행자 여건에 따라 법적 보상액의 일정 비율을 최저 기준을 정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정책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재훈 주거정비지원팀장은 “기존 세입자들은 주거이전비를 지원받거나 임대주택을 지원받아야 하는데 임대주택을 받는건 극히 일부"라며 “나가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도, 사업 속도를 높이고 싶은 조합 입장에서도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정책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시는 인센티브 도입으로 인한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정비계획 변경을 '경미한 변경'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용적률을 10% 초과 확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 이후 17년. 그동안 시는 관리처분인가 이후에 조합·세입자·공무원 사전협의체를 구성해 원만한 이주 협의를 이끌어내도록 조정하거나, 겨울철에 강제철거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해 시행해왔다. 명도집행과정에서 무력충돌이 있지 않도록 현장에 안전지킴이를 파견하는 정책도 시행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이주 갈등과 명도분쟁을 완화해 사업 지연 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강제 규제가 아닌 용적률 인센티브라는 경제적 유인 제공을 통해 자발적인 상생을 유도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권대중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올려주는 용적률이 보통 3% 내외일 것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며 “쫓겨나는 세입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를 담은 좋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용적률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아 사업이 지연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세입자들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개포동 구룡마을 사례도 언급됐다. 지난달 16일 구룡마을 4·6지구 일대는 화재로 소실돼 폐허가 됐다. 구룡마을 일대 판잣집은 건축법상 '주택'이 아닌 '간이 공작물'로 분류돼 분양권 대상에서 제외됐다. 권 교수는 “추가 부담금을 내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정책 수혜자가 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권 교수는 재개발 현장의 '가짜세입자'와 '조합과 현금청산자 간 담합'을 경고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조합이 세입자에게 돈을 썼다는 증빙이 있어야 나온다. 조합장이 자기 지인이나 가짜 세입자를 명부에 올려놓고 비법적세입자로 둔갑시키는 경우 뒷돈을 챙길 수 있다. 권 교수는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조합이 세입자에게 보상을 해줬다는 근거를 철저히 조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인허가권자는 해당 세입자가 실제로 거기 살았던 사람이 맞는지, 억울하게 입주권이 없는 사람인지 전입세대 열람 등 서류를 전수조사해서 가짜를 걸러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재개발 구역에는 집주인이지만 입주권을 포기하고 현금을 받아 나가는 현금청산자들이 있다. 이들은 감정평가액에 따라 재산을 팔고 나가지만, 감정평가액이 예상보다 적을 때 보통 청산자는 조합을 상대로 토지보상금 소송을 한다. 이때 토지보상금 소송을 하는 대신 조합이 청산자에게 비법적세입자 자격으로 주거이전비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용적률을 상향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된다. 인허가권자의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하는 이유다. 지역별 형평성 문제에 있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렸다. 같은 처지더라도 서울이 아닌 다른 지자체에 사는 세입자들은 손실보상을 받지 못했을 때 생기는 우려다. 이에 권 교수는 지자체별로 지역별 상황이나 자체 조례에 따라 용적률은 유연하게 조정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차후에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서울시와 다른 지자체간 통일적인 보상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는 “지자체에서 조례를 지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국토부 차원에서 통일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며 “도시계획 차원에서도 정부와 지자체 간 합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정주영 서거 25주기…현대차그룹, ‘창업주 기업가 정신’ 음악으로 재조명

시대를 초월하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정주영 현대자동차그룹 창업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음악으로 재조명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5일 '아산 정주영 서거 25주년 기념 추모 음악회 : 이어지는 울림'을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했다. 정주영 창업회장은 대담한 비전과 불굴의 의지, 사람 위한 혁신으로 대한민국 산업을 개척한 대표적인 경영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음악회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선우예권, 조성진, 임윤찬 등 4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정주영 창업회장의 삶과 정신을 피아노 선율로 풀어냈다. 추모 음악회에는 정관계, 재계, 사회 각계의 주요 인사들 및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범 현대가(家), 현대차그룹 임직원 등 총 2500여명이 참석했다. 정의선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이번 추모 음악회는 할아버님께서 남기신 깊은 '울림'을 기리기 위해 준비했다"며 “할아버님의 신념과 모든 도전은 '사람'에서 시작됐다. '사람'의 가능성을 믿으셨고, '사람'을 위한 혁신을 이루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25년이 지났지만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는 지금 그 울림은 저와 우리 모두에게 더욱 크게 다가오며, 많은 지혜를 배운다"며 “앞으로도 할아버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의선 회장은 “몇 년 전 김선욱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님과 이번 연주회를 기획하게 됐다"며 “제가 만약 할아버님께 연주회 내용을 여쭸으면 '이봐! 뭘 망설여, 해 봐!'라고 하셨을 것"이라고 정주영 창업회장을 추억했다. 음악회는 한 대의 피아노에 김선욱, 조성진이 나란히 앉아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을 연주하며 시작됐다. 이어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2번'을 선우예권, 임윤찬이 연주했고, 4명의 피아니스트가 함께 4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리스트의 '헥사메론'을 선보였다. 피아니스트들은 정주영 창업회장이 사람들을 위해,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굳은 신념으로, 불가능에 도전하며 이룬 성취는 물론 지금 세대에 주는 희망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김선욱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는 “이번 추모 음악회는 한 시대를 이끌었던 정주영 창업회장을 음악으로 다시 마주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말보다 오래 남는 음악을 통해 그분의 삶과 정신, 그리고 그분이 남긴 시대의 무게를 관객들과 함께 조용히 되새길 수 있어 더욱 의미 깊었다"고 말했다. 또 “4명의 피아니스트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호흡 속에서 무대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었던 시간 또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추모음악회에 함께 한 의미를 밝혔다. 정주영 창업회장은 건설,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일궈내며 한국 경제의 산업 지형을 변화시키고, 국가 경제의 고비마다 혁신으로 돌파구를 열며 경제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현대(現代)'라는 현대화를 지향해 모든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주영 창업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담겨 있다. 정주영 창업회장은 1946년 자동차 정비업체인 '현대자동차공업사', 1947년 건설사인 '현대토건사'를 설립했다. 1950년 두 회사를 합병해 '현대건설 주식회사'를 창업하고 전쟁 이후 다리, 댐, 발전소, 도로 등을 건설하며 국토 재건과 경제 부흥을 위해 힘을 쏟았다. 전후 낙동강 고령교, 한강 인도교, 인천 제1도크 등 복구공사, 비료공장, 화력발전소, 댐 건설 등 국가 재건 사업을 수행하면서도 미국·일본 등 선진업체의 단순 하도급이 아니라 자체 기술력 확보에 매진했다. 또 해외로 눈을 돌려 한국 역사상 최초 해외 공사인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했다. 특히 1970년대 세계 오일쇼크 당시 정주영 창업회장은 중동건설 시장에 진출해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항 공사 수주를 성공시켰다. 총 공사금액만 한국 정부 한해 예산의 약 20%인 9억3000만달러의 대규모 역사로, 국가 외환 부족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67년 '현대자동차를 설립한 정주영 창업회장은 자동차산업 불모지인 한국에서 독자 모델 개발과 기술 국산화을 추진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한국 최초 대량 양산형 고유모델 포니 개발을 성공시키고, 이후 수출 시장 개척, 제품 라인업 확대, 파워트레인 독자 기술 확보, 부품 밸류 체인 국산화 등을 통해 기존에 없는 새로운 길을 만들며,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반을 구축했다. 정주영 창업회장의 삶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에도 주저하지 않고 도전해 길을 만드는 여정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을 때 “이봐, 해봤어?"라고 말하며, 치밀하게 계획하고 직접 도전해 성공시켰다. 그가 조선소 건립 자금 마련을 위해 당시 500원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영국 은행을 설득한 사례는 현재까지도 회자한다. 이외에도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동시에 진행하던 정주영 창업회장에게 1973년 오일쇼크라는 위기가 닥쳤다. 수주했던 12척의 초대형 원유운송선(VLCC) 가운데 3척이 취소 또는 인수 거부됐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현대가 부담해야 했다. 당시 정주영 창업회장은 해운업 진출이라는 또 다른 도전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인수 거부된 한 척과 발주 취소된 두 척을 진수시켜 3척으로 상선회사를 설립해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서산 간척지 유조선 공법은 정주영 창업회장이 창의적인 생각으로 난관을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정주영 창업회장은 “좁은 국토를 한 뼘이라도 더 늘려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도, 기업 경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나라를 살찌게 하는 일 못지 않게 보람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 민간추진위원장으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꽃바구니를 보내기 위해 꽃밭 전체를 산 것도 잘 알려진 에피소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인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는 정주영 창업회장의 사람 중심 경영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단독] “서울 전세 없어서 못 구하는데”…송파는 1억 낮춘 ‘급전세’ 나왔다

서울 전세 매물 감소로 발품을 팔아도 계약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송파구에서는 오히려 기존 시세보다 1억원~1억5000만원가량 낮춘 '급전세' 매물이 등장해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급전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와 인근 대규모 입주에 따른 전세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송파 대단지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둘러본 결과, '급전세' 전단지가 다수 붙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실제 매물을 보면 전용 84㎡(33평형)는 11억원에 급전세로 나와 기존 시세 대비 최대 1억5000만원가량 낮았고, 선호도가 높은 남향 고층 매물도 전용 39㎡(18평형) 기준 7억원에 등장해 기존 최저가(8억원)보다 1억원가량 저렴했다. 또 다른 33평형 급전세 매물은 11억8000만원에 나와 있었는데, 이는 지난달 시세(12억5000만원) 대비 약 7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이들 대부분은 2월 말에서 3월 중순 사이의 빠른 입주를 희망하는 매물이다. 입주 시기를 앞당기는 조건으로 가격을 조정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급전세'까지는 아니더라도, 빠른 입주를 전제로 기존 가격 대비 5000만원가량 추가 조정이 가능한 경우도 빈번하다는 전언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급전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시에는 다주택자 매물을 중심으로 매매 급매만 쏟아졌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예컨대 현재 헬리오시티 급매물은 전용 110㎡(42평형)가 30억원에 나와 기존 최저가 대비 4억5000만원 이상 하락했고, 또 다른 42평형 매물은 32억원으로 기존 대비 약 2억원 낮아졌다. 33평형 역시 29억5000만원으로 1억5000만원 인하된 매물이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매 급매뿐 아니라 '급전세' 매물까지 동시에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전세가 빠르게 소진되는 분위기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헬리오시티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급전세'가 등장한 건 정부 규제로 다주택자들이 조급해지면서 빠르게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겹친 영향"이라며 “특히 소형 매물은 실거주 목적보다는 투자 성격이 강해, 갈아타기 등 본인의 실거주 주택 마련을 위해 전세를 서둘러 거래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전세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데, 최근 만기가 도래한 매물들이 나왔으나 세입자 수요도 예전만 못해 소진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인근 입주 물량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와 잠실 르엘(1865가구) 등 총 4543가구의 새 아파트가 연달아 입주하면서 전월세 공급이 늘었다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25일 현재 송파구 전세 매물은 3571건에서 3524건으로 1.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도 다주택자 규제 강화와 전세대출 축소에 따른 전세 수요 위축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현재 전세값을 크게 낮출 만한 구조적 요인은 많지 않지만, 해당 단지는 규모가 1만 가구에 육박할 정도로 크고 임대차 매물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며 “최근 다주택자 대상 대출 만기 연장 제한과 LTV 축소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환 부담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낮춰서라도 대출 상환 재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의원은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임차인들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해 입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최근 전세대출 한도가 사실상 6억원 수준으로 제한되면서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금을 더 높게 받으려 하면 세입자들이 자기자본 투입을 꺼려 고가 전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송파구 일대는 입주 물량이 늘며 단기적으로 수요가 감소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 현금 보유자들도 금액 차이는 있겠지만 기왕 높은 금액으로 입주할 거라면 신축을 선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매매 시장은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5월 9일 이후에도 대출 규제로 인한 수요 부족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달리, 전세값의 장기 하락은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날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은 예외적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정부 규제가 본격화되면 전월세 매물은 다시 잠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효성중공업, 산업·학계와 HVDC 국산화 점검회 개최

효성중공업은 서울 공덕동 본사에서 한국전력공사, 전기산업진흥회를 비롯해 주요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초고압직류송전(HVDC) 에너지 고속도로 국산화 추진현황 점검회'를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점검회에서 참석자들은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았던 대용량·전압형 HVDC 기술의 국산화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효성중공업은 2기가와트(GW) 전압형 HVDC 시스템의 핵심 기자재인 컨버터 밸브와 제어 시스템 등 HVDC 기술의 국산화 현황을 발표했다. 앞서 효성중공업은 2024년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전압형 HVDC 시스템을 양주변전소에 공급한 바 있다. 전압형 HVDC는 기존 전류형에 비해 전력 제어가 쉽고 계통 안정화에 유리해 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한 필수 기술이다. 아울러 HVDC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분야별 주제 발표도 이어졌다. 기술협력단으로 참여한 서울대·연세대·경북대 교수진은 시스템 최적화와 전력망 안정화 기술 등 각 분야별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이종필 한국전기연구원 센터장은 핵심 기자재인 컨버터 밸브의 인증시험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총 3300억원을 투자해 구축 중인 창원 HVDC 변압기 공장이 완공되면 효성중공업은 독자 기술로 시스템 설계부터 컨버터, 제어기, 변압기 등 핵심 기자재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국내 유일 HVDC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정부·한전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산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글로벌 시장으로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G전자, 외인·기관 이달 순매수 3000억 육박…로봇 기대감에 관세 부담 완화 ‘주목’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LG전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시장에서는 외인 및 기관의 자금 유입을 기업 펀더멘털 개선 신호로 인식하는 만큼, LG전자의 신사업 확대와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LG전자 주식 순매수 금액은 3000억원에 육박했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25일 장 마감 기준 33.25%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외국인 지분율이 30%를 회복한 이후 꾸준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 역시 외인·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이달 들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 주가는 26일 장 초반 전일 대비 9% 가까이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1일에는 하루 만에 23% 가까이 급등하며 시장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올해 초 CES에서 공개한 홈로봇 'LG 클로이드(CLOiD)'를 앞세운 로봇 사업 확대 기대감을 꼽는다. LG전자는 홈로봇 외에도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을 공개하며 로봇 부품 사업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아울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간 25일 진행된 실적 발표에서 피지컬 AI 분야에서 LG전자와의 협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기업 분석 보고서에서 “AI 및 피지컬 AI, 로보틱스 등 신성장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며 “가정용에서 산업용으로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고, 지분 투자한 로보티즈·로보스타 및 베어로보틱스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전망돼 LG전자 전체 포트폴리오에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도 이달 초 리포트를 통해 홈로봇을 LG전자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지목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관세 및 글로벌 소비 심리 위축 등 주가를 억눌러왔던 주요 요인들이 해소되고, 실적에 대한 우려 역시 불식되는 가운데 LG전자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역시 향후 LG전자의 상승 흐름을 뒷받침할 요인으로 보고 있다. 주력 사업이자 캐시카우인 생활가전 사업의 관세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대미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인 베트남 등 주요 국가 생산 전략 측면에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무효 판결로 지난해 납부한 관세 환급이 현실화될 경우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 환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LG전자 관계자는 “홈로봇 등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성장 기회를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관세와 관련해서는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최적의 대응 방향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후 리포트] “턱없이 낮은 韓 탄소가격, 그러다 좌초자산 쇼크 맞는다”

한국 경제가 탄소중립으로의 이행을 상대적으로 늦추면서 단기적인 비용 부담은 피하고 있지만, 그 대가로 미래에 훨씬 더 급격하고 파괴적인 '좌초 자산(stranded assets)'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지금의 정책적 완만함이 오히려 산업 구조를 낡은 기술에 고착시키고, 향후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자산 가치 붕괴와 지역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경고는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비즈니스개발·기술학과 교수이자 영국 서섹스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의 과학정책 부문 연구원인 아바스 압둘라피우 박사가 내놓았다. 압둘라피우 박사는 국제 기후·에너지 전환 정책과 탈탄소화 전략 분야에서 활동하는 학계 연구자로, 학제간 접근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경제·기술 측면을 분석해 온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최근 국제 학술지 '에너지 연구 및 사회과학 (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한국과 유럽연합(EU)·미국·일본·캐나다·호주 등 주요 6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탈탄소화 과정에서 산업별 좌초 자산 위험을 비교·분석했다. 좌초 자산이란 기후 규제 강화와 기술 혁신, 시장 수요 변화 등으로 인해 설비나 인프라가 예상 수명보다 훨씬 이르게 경제적 가치를 상실하는 자본 투자를 의미한다. 압둘라피우 박사는 논문에서 탈탄소화가 가속될수록 이러한 자산이 점진적으로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급격히 가치가 붕괴되는 '비선형적 위험'에 노출된다고 강조한다. ◇한국 산업의 구조적 위험: '기술적 고착'과 '지연된 전환의 역설' 논문이 한국 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로 지목한 것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사실이 아니다. 핵심은 정책 강도가 낮은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면서 산업 전반에 '기술적 고착(technological lock-in)'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호주는 EU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한 탄소 규제 환경을 유지해 왔다. 논문은 한국의 탄소가격 수준을 국제 비교 기준으로 톤당 약 30~35달러 수준으로 설정하고 분석했는데, 이는 EU(약 80달러 이상)나 미국(약 60달러 내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로 인해 한국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규제 비용 부담을 덜고, 기존 설비를 더 오래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구진은 바로 이 지점이 한국 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지적한다. 규제가 느슨할수록 기업은 조기 전환을 미루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자본이 탄소 집약적 기술에 추가로 묶이게 된다. 이는 미래의 규제 강화 국면에서 자산 가치가 한꺼번에 붕괴되는 '집중형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를 “완만한 현재(shallow now)가 급격한 미래(steep later)를 만든다"는 구조적 역설로 설명한다. 전환을 미룰수록 조정 비용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적되며, 어느 순간 더 이상 분산시킬 수 없는 형태로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철강·정유·화학 산업, '완만한 쇠퇴'가 아닌 '급락 시나리오' 논문이 지목한 한국의 고위험 산업은 철강·정유·석유화학 부문이다. 한국 철강 산업의 경우 일부 노후 고로와 평로 설비가 탄소 가격이 상승할수록 운영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단순한 수익성 악화를 넘어, 설비의 조기 폐쇄 또는 대규모 감가상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정유·화학 산업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이들 산업은 화석연료 기반 원료와 공정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데다 전동화나 저탄소 원료로의 전환에는 막대한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 논문은 한국의 경우 이러한 전환이 지연될수록 기술 전환이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급격한 단절'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즉, 경쟁력은 서서히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좌초 자산 문제가 단순히 기업 회계상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강·정유·발전 설비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단일 공장의 폐쇄가 지역 전체의 고용과 소득 구조를 동시에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개의 대형 산업 시설이 폐쇄되면 협력업체와 지역 서비스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수백 가구의 생계가 동시에 위협받을 수 있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탈탄소화 지연은 결국 충격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과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해법은 '속도 논쟁'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 논문이 제시하는 해법은 단순히 “더 빨리 탈탄소화하라"는 주문이 아니다. 핵심은 예측 가능하고 신뢰 가능한 정책 신호다. 첫째, 정부는 탄소가격 경로, 성능 기준, 기술 전환 의무 등에 대해 일관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기업과 투자자가 자산 수명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좌초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최소 조건이다. 둘째, 전환 금융(transition finance)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노후 설비의 저탄소 개조, 관리된 폐쇄, 신기술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저금리 융자와 공공 보증이 필요하다. 수소환원제철, 화학 공정 전동화처럼 초기 자본 부담이 큰 분야에서는 금융 접근성이 전환 속도를 좌우한다. 셋째, 수소·재생에너지·탄소 포집 및 저장(CCUS) 등 인프라 준비성 없이는 기술 전환도 불가능하다. 에너지 정책과 산업 정책을 분리하지 않는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정의로운 전환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노동자 재교육, 사회 안전망 강화, 산업 의존 지역의 경제 다변화 없이는 탈탄소 정책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압둘라피우 박사는 논문에서 “탈탄소화를 늦춘다고 해서 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용은 단지 미래로 떠넘길 뿐이며, 그 형태는 더 급격하고 더 불평등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낮은 탄소가격이 주는 안도감'이 아니라 충격을 관리 가능한 경로로 분산시키는 예측 가능한 전환 전략이라는 주문이다. ◇EU는 자초 자산이 관리 가능한 수준 EU는 높은 탄소가격과 엄격한 규제로 인해 단기적인 좌초 자산 부담은 크지만, 산업 전반에서 조기 전환이 진행되고 있어 장기적 자산 붕괴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평가된다. 즉, 충격은 분산되어 나타나며 '관리 가능한 좌초(managed stranding)' 경로에 가깝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탄소가격은 제한적이지만, 주(州) 단위 규제와 보조금 중심 정책으로 산업 탈탄소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좌초 자산 위험은 산업·지역별로 불균등하게 분포하며, 일부 화석연료 집약 산업은 여전히 높은 노출도를 보인다. 호주는 한국과 유사하게 정책 강도가 낮아 단기적 비용 부담은 작지만, 그만큼 기술적 고착과 지연된 전환 위험이 크다고 평가된다. 특히 자원·에너지 집약 산업에서 미래 규제 강화 시 급격한 자산 가치 하락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점진적 기술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나, 화석연료 기반 산업 구조가 여전히 강해 좌초 자산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정책 신호의 일관성 측면에서는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캐나다는 명시적인 탄소가격 제도를 통해 장기적 전환 신호를 제공하고 있지만, 자원 채굴 및 에너지 산업 비중이 커 산업별 위험 격차가 크다. 전반적으로는 단기 충격은 있으나 장기적 구조조정은 비교적 질서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ETS 시장가격과 정책·분석용 탄소가격의 중요한 차이 압둘라피우 박사 논문에서 한국의 탄소가격을 톤당 약 30~35달러 수준으로 설정했는데, 현재 한국 배출권 거래제(ETS)에서 형성되는 실제 배출권 시장가격은 톤당 약 1만 원대 중반,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10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EU ETS나 북미 시장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논문에서 사용한 톤당 30~35달러 수준의 탄소가격은 실제 거래 가격이 아니라 정책 분석에서 흔히 사용되는 '암묵적 탄소가격(implicit carbon price)', 혹은 각국의 규제 강도, 보조금, 기준 등을 종합해 환산한 '정책적 유효 탄소가격', 또는 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는 '장기 기대 탄소가격'에 가깝다. 즉, 시장에 형성된 가격이 아니라, '정책이 신뢰될 경우 기업이 직면하게 될 비용 수준'을 가정한 분석용 지표다. 이처럼 한국의 ETS 시장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은 단기 비용 부담이 작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탄소가격 신호가 산업 투자 결정에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지금은 싸다"는 신호에 반응해 기존 설비를 유지·연장하지만, 정책이 강화되거나 ETS 설계가 바뀌는 순간 낮은 가격은 더 이상 완충장치가 되지 못하고 충격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특징주] 엔비디아 역대 최고 실적에 삼전·하닉 최고가 경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26일 장 초반 강세다. 이날 발표된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역대 최고액을 경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0시13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65%(1만1500원) 오른 21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SK하이닉스 주가도 2.46% 오른 104만3000원이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6시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4분기(작년 11월~올해 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오른 681억3000만달러(약98조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실적 전망치 662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며 역대 가장 높은 분기 매출액이다. 매출 대부분은 623억달러를 기록한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나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컨퍼런스콜에서 '에이전트 AI 시대로 본격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젠슨 황은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실질적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시간외거래에서 3.75% 급등한 202.8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정규장도 1.41% 상승 마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LH, 올해 17조9000억원 발주 계획…“수도권·3기 신도시에 집중”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경기 회복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 총 17조9000억원 규모의 공사·용역 발주계획을 수립했다. 26일 LH에 따르면 올해 공사 발주 규모는 총 1515건으로, 17조8839억원 규모다. 공사 15조8222억원·용역 2조617억원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주택사업 관련 발주가 전체의 약 68%를 차지한다. 이어 건축공사(8조7000억원)와 전기·통신·소방 등 부대공사(3조3000억원)를 중심으로 물량이 집중 편성됐다. 발주계획을 심사 유형별로 보면 종합심사낙찰제(간이형 종합심사제 포함)가 13조5000억원(402건)으로 가장 많았다. 적격심사 3조3000억원(966건)와 기타 1조원(147건)가 뒤를 이었다. 이번 발주계획은 수도권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수도권과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편성됐다. 전체 계획의 71%에 해당하는 약 12조8000억원이 수도권과 남양주 왕숙·인천 계양·고양 창릉·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에 배정됐다. 수도권 외 지역에도 약 5조1000억원(29%)을 발주한다. 대구 연호·아산 탕정2·전북 장수 등 지방 공공주택과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투입해 지역 건설경기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아울러 LH는 직접 주택 건설사업을 확대하고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발주계획을 철저히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 관심이 높은 주요 아파트 대형공사 발주 일정은 월별·분기별로 면밀히 관리한다. 하반기 변동사항을 반영해 주요 공사 일정을 재공지하는 등 건설사들의 지속적인 입찰 참여를 지원할 예정이다. 조경숙 LH 사장 직무대행은 “공공주택 5만2000호 착공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고 침체된 건설시장에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발주계획을 수립했다"며 “적기 발주와 철저한 일정 관리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효성티앤씨, 이창황·유영환 각자 대표이사 내정

효성티앤씨는 이창황 스판덱스PU장(부사장)과 유영환 무역PG장(부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대표 내정자는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효성의 전신인 동양나이론 중앙기술연구소에 입사했다. 2003년 스판덱스PU 상무, 2005년 스판덱스PU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0년 중국 스판덱스 총괄, 2019년 전략본부장, 2023년 중국 스판덱스법인 동사장 및 가흥화공 동사장을 맡았다. 이 내정자는 효성을 글로벌 1위 스판덱스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효성티앤씨는 이 내정자가 섬유 사업 전반에 대한 깊은 안목과 고도의 전문지식 등 검증된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대표 내정자는 성균관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주식회사 효성 철강 팀장으로 입사해 1995년 전략본부 LA 지사장, 2011년 전략본부 경영전략 및 해외지법인 담당, 2018년 경영진단실장을 맡았다. 2023년부터는 지원본부장으로서 회사의 경영을 뒷받침하는 제반 업무를 이끌었다. 풍부한 해외 근무 이력과 전략·지원 업무 추진 경험을 통해 경영 환경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무역 부문의 전문성과 사업 운영 역량도 갖춘 유 내정자가 향후 회사의 성장과 주주가치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효성티앤씨는 기대하고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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