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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韓 ‘마이스터고’ 노하우 인도에 전수…“산업인재 양성 지원”

국내 대표 개발협력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한국의 '기술인재 양성'의 성공방정식인 '한국형 마이스터고등학교' 운영 노하우를 인도에 전수한다. 이를 통해 코이카는 미래 인도 제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기술 인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한국의 직업교육 모델이 글로벌 인재양성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코이카는 20일(현지시간)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州)의 주도 보팔(Bhopal)에서 '인도 직업기술교육 역량강화사업' 착수보고회를 열고 한–인도 양국간 직업기술교육훈련(TVET) 협력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사업은 한국 정부가 주도해 인도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최초의 양자 협력 프로젝트형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지난해 1월 사업 추진을 위한 교환각서 체결하고 3월 협의의사록 서명에 이어 올해 본격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착수보고회에는 이성호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를 비롯해 산제이 쿠마르 인도 교육부 차관, 디네쉬 프라사드 사클라니 인도 국가교육연구개발위원회(NCERT) 원장 등 양국 관계자 약 250명이 참석했다. '인도 직업기술교육 역량강화사업'은 인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육성 국가시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에 따라 급증하는 제조업 숙련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됐다. 코이카는 이 사업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인도 보팔 지역의 다목적 시범학교(DMS) 를 중심으로 메카트로닉스(기계·전기공학) 직업교육훈련 체계를 구축한다. 사업이 추진될 마디아프라데시 주는 인도 광물 생산량의 2위를 차지하며 농업·식품가공업·자동차·제약 및 의료 산업 등이 발달해있으나 1인당 GDP가 인도 전체 평균에는 미치지 못해 잠재 성장력이 큰 지역이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으로는 △인도 국가자격체계(NSQF) 기반의 메카트로닉스 교육과정 승인 자문 △학생용 교재 및 교사용 지도서 개발 △CNC(컴퓨터제어 계측)·PLC(공장자동화) 실습장비를 포함한 41종의 첨단 실습 기자재 지원 △인도 교육 정책결정자 및 교사 대상 한국 초청 연수 등이 포함된다. 특히 한국의 마이스터고 모델을 주로 벤치마킹해 현지 교사들의 실기 지도 역량을 강화하고, 산업체와 연계한 세미나 및 실습실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성호 대사는 “이번 사업은 한국-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최초의 개발협력 사업이며, 향후 한국기업의 진출 가능성이 열려있는 인도 최중앙부인 마디아프라데시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한국 정부는 인도가 2047년까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빅시트 바라트 2047' 비전을 달성하는데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제이 쿠마르 차관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한국의 인재양성 교육체계에 기반한 경제성장 과정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고 인도 전역에 확산시킬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민영 코이카 인도주재원은 “한국의 제조업 중심 산업 육성과 숙련 기술인력 양성을 통한 경제성장 경험과 역사에 대해 인도 정부의 관심이 매우 높다"면서 “관심과 기대가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인도 측 사업 관계자와 긴밀히 소통하며 면밀히 사업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손보업계, 4분기도 ‘에취’…손해율·세금 폭탄 우려

손해보험사들이 좀처럼 실적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본업'에 해당하는 보험부문 수익성이 하락하는 탓이다. 지난해 3분기 순이익(6조461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9.6% 감소한 데 이어 4분기에도 부진이 예상된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의 예상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을 포함한 일명 '황금연휴'가 영업일수 감소로 이어지면서 예실차(보험사가 추정한 보험금·사업비와 실제로 발생한 금액의 차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기업들이 있다는 반론이 힘을 얻고 있다. 예측기관에 따른 차이가 있으나 1곳 이상 전망치를 밑돈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황이다. 보종별 손해율에 대한 위협이 커졌고, 세금 부담도 불어난 까닭이다.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 전 구간에 걸쳐 세율이 1%포인트(p) 높아진다. 이연법인세를 전년도 부채로 인식하면 순이익과 총자산이익률(ROA)을 비롯한 지표가 나빠진다. 대신 향후 시점에 이연법인세부채가 줄어들면서 세전이익 대비 실효세율이 완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교육세율은 지난 1일 과세분부터 기존 0.5%에서 1%로 100% 인상된다. 손보업계에서는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 등 교육세를 내는 10여개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계약마진(CSM)도 조정된다. 세금 납부액이 CSM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계리 가정이 변경될 때 현금 유출이 다른 이슈들과 함께 반영된다는 이유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회사당 3000억원에 달하는 조정폭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500억원씩 6년에 걸친 영향을 반영한 결과다. 분기당 3조원에 달하는 신계약 CSM에 힘입어 늘어나던 CSM 잔액도 4분기(62조3080억원, 전분기비 -2.1%)에 꺾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하순을 전후로 A형 독감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환자가 대거 발생한 것도 언급된다. 교육세 인상에 따른 충격을 고려해도 CSM 조정폭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의문에 답이 된 셈이다. 독감 유행이 장기위험손해율을 악화시키면서 예실차 부담이 생각 보다 확대됐다는 것이다. 올 1~3분기 세대를 불문하고 100%를 밑돌지 않았던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손해율(1세대 113.2%, 2세대 114.5%, 3세대 137.9%, 4세대 147.9%)의 추가적인 상승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실손보험 상품을 많이 취급하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다. 실손보험 점유율 1위 현대해상은 순손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A형 독감의 '빈자리'를 B형 독감이 채우고 있다는 점을 들어 1분기 실적 역시 '모래주머니'를 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미성년자를 중심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과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등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적자 구간에 접어든 자동차보험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지난해 11월 보험료 상위 4곳(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의 손해율은 평균 92.1%로 집계됐다. 1~11월 누적 손해율은 86.2%로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했다. 자보는 손해율이 80%대 초중반을 넘어가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빙판길 교통사고 등이 많아지는 연말로 갈수록 손해율이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업계 전체적으로 최대 6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났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화재(다음달 11일)를 필두로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상에 나서지만, 흑자전환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2.5% 이상 올려야 한다는 업계의 성토가 충분히 녹아들지 못하면서 1.3~1.4%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올해 2.7% 가량 인상이 예상되는 정비수가도 자보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박 연구위원은 “CSM 확보를 위해 마진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쟁적으로 상품을 판매한 영향이 손해율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보의 경우 보험료가 지난 몇 년간 인하된 만큼 이번 인상으로 손해율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국민 80%이상 ‘원전 필요’, 신규 원전 찬성도 70% 육박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으며, 신규 원전 건설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반대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여론조사와 앞서 진행한 전문가 토론회 의견을 토대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결과는 원전을 둘러싼 논의가 이념적 대립에서 현실적 선택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를 통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 결과와 함께 향후 신규 원전 추진 방안을 종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답변이 갤럽 89.5%, 리얼미터 82.0%로 나왔다. 또한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는 '안전하다'는 답변이 갤럽 60.1%, 리얼미터 60.5%로 나왔다. '신규 원전 계획 추진'을 묻는 질문에는 '추진돼야 한다'는 답변이 갤럽 69.6%, 리얼미터 61.9%로 나왔다. '향후 확대가 필요한 발전원' 질문에는 재생에너지가 1위(갤럽 48.9%, 리얼미터 43.1%), 원자력이 2위(갤럽 38%, 리얼미터 41.9%)로 나왔다. '확대 필요 이유' 질문에는 친환경이 1위(갤럽 32.4%, 리얼미터 33.4%), 미래세대가 2위(갤럽 25.6%, 리얼미터 20.1%)로 나왔다. 이처럼 원전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온 것은 전력 수요 환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 확산과 반도체 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대규모 상시 전력에 대한 필요성이 널리 알려짐에 따라 국민들이 이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으로 원전을 꼽고 있다는 해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여전히 가장 높았지만, 간헐성과 계통 부담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이를 단독 대안으로 삼기 어렵다는 현실도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AI·반도체 시대에는 전력의 '친환경성' 못지않게 '안정성'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 환경 변화도 원전 인식 전환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UAE와 터키 등지에서 원전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외교 행보를 이어가면서, 원전이 국내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전략적 수출 산업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 필요성도 더해졌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대형 원전과 SMR 투트랙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원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 수출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책 판단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정부가 설계했다는 점에서 정부도 원전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싶어 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로 보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필수 기반인 송전망 확충이 지역 갈등과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고 있어 현실적 제약이 크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의 잇따른 인상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경제적,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기후부는 이번 여론조사가 정책 방향을 단정하는 근거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회적 수용성을 점검하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원전 필요성에 대한 80% 이상 공감대는 정부가 신규 원전 추진을 재검토하거나 속도를 조정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 명분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는 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찬반 대결'에서 '현실적 선택'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이를 어떻게 제11차 전기본의 후속 정책으로 구체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여론조사가 결과를 정해놓고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고비판하고 있다. 탈핵시민행동 유에스더 집행위원은 “신규 원전 설치와 관련된 결정을 제대로 된 공론조사가 아닌,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로 인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앞세운 인기투표 형식으로 여론조사가 진행된 것은 문제"라며 “신규 원전이 어느 지역에 들어설 것인지, 구체적인 부지도 모른 채 답을 유도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2개 기관을 통해 전국 만18세이상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한국갤럽은 12~16일간 전화 조사로 1519명, 리얼미터는 14~16일간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로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2026 투자노트-➇제약·바이오] 약가 인하·R&D 압박…‘진짜’만 남는 잔혹한 옥석 가리기

지난해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등 제한된 업종과 테마에 수급이 집중되며 큰 변동성을 겪었다. 올해는 산업별 여건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일부 산업은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반면, 어떤 산업은 업황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I부터 반도체, 자동차 등 각 섹터가 맞이할 다음 국면과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크레이시(CRAISEE)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은 기업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의약품 수요 성장에도 불구하고 약가 인하와 연구개발(R&D) 투자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확대로 외형 성장 동력은 유지되고 있다. 다만 제도 환경 변화와 비용 구조 악화가 맞물리며 산업 전반을 끌어올리는 흐름은 약해질 전망이다. 제약·바이오에 2026년은 기대의 해가 아닌 실적과 재무 체력이 냉정하게 검증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여전히 성장 산업으로 분류된다. 고령화 진입과 만성질환 확산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유효해서다. 의약품 수요는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꾸준히 증가해 왔고, 이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산업 전체의 매출 성장 가능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성장의 성격이다. 과거에는 수요 증가가 산업 전반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됐다. 내수 중심 제약사도 일정 수준의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고, 시장은 이를 하나의 산업 흐름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같은 환경에서도 기업별 실적 흐름이 뚜렷하게 갈린다. 신평사들은 이 같은 변화를 '산업 구조의 성숙'으로 본다. 단순 복제약(제네릭) 중심의 성장 모델은 한계에 직면했고, 이미 제품 포트폴리오와 R&D 성과가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판단이다. 특히 신평사들은 올해도 업권의 외형은 성장하지만, 그 과실은 일부 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거나 자체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 방어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약가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해외 매출과 파이프라인 성과에 따라 실적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내수 의존도가 높은 제네릭 중소형 제약사는 성장의 체감도가 낮아지고 있다. 가격과 비용 구조가 동시에 압박을 받으면서 실적 개선 폭이 제한적이다. R&D는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R&D 확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임상 실패 가능성과 장기간의 투자 회수 구조는 기업별 재무 체력에 따라 부담 수준이 달라진다. 같은 R&D 투자라도 기업마다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이순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의약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제약산업의 외형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나, 제품 포트폴리오와 R&D 성과에 따라 기업 간 실적 차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가 바라보는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검증'이다. 최근 수년간 시장은 기술이전과 글로벌 행사, 학회 발표 등 이벤트 중심으로 반응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올해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졌던 기술이전 기대는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 이후 가시적인 성과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주가는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실제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1일차인 지난 12일 한미약품,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디앤디파마텍 등 주요 바이오 종목들이 동반 약세를 보이며 섹터 전반에서 '셀온'이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이를 단순한 실망이 아니라, 시장 기준이 높아진 결과로 해석한다. JPMHC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대형 딜과 기술 트렌드는 분명했지만, 국내 기업은 주가로 이어질 만한 성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주 글로벌 빅파마들은 AI 신약 개발과 비만·항암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전략 방향을 보였다. 일라이 릴리와 엔비디아의 AI 신약 개발 파트너십(5년간 10억달러 투자, 한화 약 1조5000억원), 애브비와 중국 리메젠의 56억달러(8조2000억원) 규모 면역항암제 기술 도입, 노바티스의 BBB(혈뇌장벽) 셔틀 기술 계약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이를 실질적인 계약이나 숫자로 연결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증권사들은 단순 미팅 숫자나 파이프라인 소개만으로는 투자자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계약 규모와 조건, 일정 등 구체적인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대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던 시대는 끝났다'는 판단이다. 비만 치료제와 AI 신약 개발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된다. 테마의 유효성은 여전히 높지만 테마 자체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단계는 지났다는 분석이다. 상업화 가능성과 실행력이 평가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특히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의 초점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 가격 경쟁보다는 물량 확대와 보험 적용 범위, 공급 안정성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누가 먼저 개발했느냐보다, 누가 더 안정적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AI 도입 여부보다 실제 임상 효율 개선, 개발 기간 단축,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돼야 한다. 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평가받기 어렵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1일차 이후 국내 바이오 섹터는 셀온 국면에 진입했다"며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코멘트가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작년부터 구조적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다만 금리 인하 기대와 코스닥 수혜 등 매크로 환경, 신규 딜과 글로벌 데이터 발표 등 내부 모멘텀을 고려하면 연중 바이오 섹터의 우상향 흐름은 유효하며, 긴 호흡에서는 조정 시 매수 관점이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들이 바라보는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리스크는 약가 정책과 재무 구조다. 이 두 요소는 동시에 작용하고 있으며,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약가 인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신평사들은 약가 인하 정책 강화가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본다. 특히 올해 7월 시행을 목표로 검토 중인 제네릭 약가 산정률 인하는 산업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올 하반기부터 제네릭 약가 산정률이 현행 53.55%에서 40%대로 인하될 예정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신약 개발 유도, 제네릭 난립 방지를 위한 정책 변화로, 기존 등재 약제도 등재 시점과 약가 수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조정된다. 이로 인해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소형 제약사는 동일한 판매량에서도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기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고, R&D 투자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수익성 악화 → 투자 위축 → 성장성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적 부담인 것이다. 대형 제약사와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은 상대적으로 다른 위치에 있다. 자체 신약과 수출, 위탁생산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역시 대규모 투자 부담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설비 투자와 R&D 비용 확대는 재무 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신평사들은 이 지점에서 기업별 영업현금창출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같은 산업 환경에서도 재무 체력에 따라 신용도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형 성장만으로는 신용도를 방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결국 2026년 제약·바이오 산업은 '누가 더 성장하느냐'보다 '누가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될 전망이다. 약가 정책과 투자 부담이라는 현실 속에서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수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따른 약가 인하 정책 강화로 제약업체의 수익성 확보 여지는 제약될 것"이라며 “특히 제네릭 약가 산정률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제네릭 위주 중소형 제약사의 영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수출의약품,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약가 제도 변경에서 제외되는 제품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회사는 수익성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해외 수출과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 개발 등 R&D 성과 발현 여부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세금 깎고 레버리지 풀면 서학개미 돌아올까…“투자자는 수익률로 움직여”

정부가 '집 나간 서학개미'를 다시 국내 증시로 불러들이기 위한 정책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고 있다.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추진하는 한편, 고위험·고배율 레버리지 ETF 규제 완화까지 검토 중이다. 급등한 원·달러 환율과 해외 투자자금 유출에 대한 대응책이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정책의 전제가 투자자 현실과 어긋나 있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해외 주식 투자 자금을 국내로 유도하기 위해 '국내 주식 복귀계좌(RIA)'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보유하던 해외 주식을 처분해 해당 계좌로 자금을 옮긴 뒤 국내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복귀 시점에 따라 감면 폭을 차등 적용하고, 1인당 한도는 5000만원으로 설정했다. 동시에 금융위원회는 개별 종목 등락률을 2배 추종하는 ETF와 코스피·코스닥 지수 변동성을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허용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시장 투기화와 변동성 확대를 우려해 막아왔던 규제를 완화해, 국내에서도 해외와 유사한 고배율 상품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정책의 공통된 목적은 해외 주식으로 빠져나간 개인 자금을 다시 국내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외화 유출 압박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서학개미가 해외로 이동한 근본적인 이유가 세금이 아니라 수익률이라는 점에서다. 자본시장 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해외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이미 오래전부터 부과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으로 이동했다"며 “서학개미들이 미국으로 간 이유는 세금이 아니라 장기 수익률 격차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제 혜택과으로 인해 일부 자금이 되돌아올 가능성은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 퍼포먼스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이런 경우라면 굳이 세제 혜택이 없어도 자금이 되돌아 올 수 있다. 세제혜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익률이 얼마냐가 가장 중요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 주식 시장의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시장보다 훨씬 더 좋았기 때문에 구조적인 수익률 격차를 해소하지 않는 한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코스피가 연초 이후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순매수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32억4983만 달러(약 4조7886억원)로, 지난해 12월 한 달간 순매수 규모(18억7385만 달러)를 이미 크게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단기 지수 흐름보다 향후 5년, 10년 뒤 기대 수익률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서학개미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도 시행 전부터 정책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는 '꼼수'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주식을 동시에 보유한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팔아 RIA 계좌로 자금을 옮긴 뒤 국내 주식을 매수하고, 기존에 보유하던 국내 주식을 처분해 다시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양도세 혜택은 챙기면서 달러 자산 비중은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외화 유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수급 개선은 가능하더라도 자금 흐름의 방향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레버리지 ETF 규제 완화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해외에서 3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익숙한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국내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 레버리지 상품 투자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의 손실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해외 파생상품 투자로 매년 수천억 원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그간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하고 사전 교육을 의무화해온 기조와도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피가 고점 인식 구간에 진입했다는 시각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까지 허용할 경우, 변동성 확대와 개인 손실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며 “서학개미 유턴을 명분으로 한 규제 완화가 또 다른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이나 상품 규제 완화가 단기적인 유인책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자금 회귀를 이끌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대해 느끼는 구조적 불신과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않는 한 자금은 언제든 다시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선 연구기관 관계자는 “코스피 5000선 도달 가능성은 높지만, 도달 이후에는 기술적 조정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수익률을 보고 움직인다. 정책 효과를 기대하려면 단기 유인보다 국내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장인화 포스코 회장, 다보스포럼 참석…‘철강 공급망 협력’ 강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2026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철강 등 소재 공급망 논의에 참여한다. 다보스포럼에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석이다. 21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장 회장은 22일 다보스포럼의 '마이닝 앤 메탈스 거버너스 미팅' 세션에 참여해 기술 혁신을 통한 철강의 탈탄소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해당 세션에는 글로벌 주요 철강사 및 원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다. 장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지속가능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다자간 협력과 연대의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다보스포럼 기간에 기업 전시관을 마련해 글로벌 기업인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새해 3주간 수출 15%↑…‘슈퍼사이클’ 반도체 70% 뛰어

2026년 첫달 중순까지 수출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전년대비 약 15% 증가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364억달러로 작년보다 14.9% 늘어났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4.5일로 작년과 같아 일평균 수출액도 25억1000만달러로 14.9% 늘었다. 수출은 작년 2~4월 증가세를 보이다가 5월에 감소했지만 6월부터 회복해 12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해들어서도 1월1~20일간 10%대가 늘어나 증가세가 8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을 주요 품목별로 보면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반도체 수출이 70.2% 뛰며 전체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9.5%로, 9.6%포인트(p) 확대됐다. 석유제품(17.6%), 무선통신기기(47.6%) 등도 증가세에 기여했다. 반면 승용차(-10.8%), 자동차 부품(-11.8%), 선박(-18.1%) 등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수출이 19.3% 증가했다. 중국(30.2%), 베트남(25.3%) 등에서도 증가세를 보였다. 유럽연합(-14.8%), 일본(-13.3%) 등은 감소했다. 1월 1∼20일 수입액은 370억달러로 4.2%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13.1%), 반도체 제조장비(42.3%) 등에서 증가한 반면, 원유(-10.7%), 가스(-23.1%), 기계류(-0.7%) 등에서는 감소했다. 특히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12.5%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3.1%), 미국(5.3%), 유럽연합(26.6%), 호주(15.9%) 등에서 늘었고, 일본(-0.1%) 등에서는 줄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북극항로, 종전 러시아, 미국의 亞 피봇…한국, 지정학 저주 벗어날 절호의 기회 잡아야”

“북극항로는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해양수산부 자문위원장)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경기 용인정 국회의원)이 주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으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북극항로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꿀 전환점임을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진행되면서 기존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 외에도 북극을 경유해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있다.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의 거리는 약 2만2000km이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5000km로 줄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새로운 항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미국은 이들의 북극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그린란드 합병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처럼 패권국 간 신항로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의 새로운 중간 거점으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해 아시아로 오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과의 관계 개선이 어려워 동진하고 있다"며 “남북을 잇는 북극항로가 녹아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세 가지 환경이 동시에 맞물리며 우리에게는 지정학적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전쟁 이전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핵심은 유럽이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봉쇄된 상태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의 방향을 아시아로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며 최근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전략 2050'에서도 북극 지역과 극동 지역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언주 의원은 “북극은 더 이상 먼 변방이 아니라 자원·항로·안보가 교차하는 신패권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며 “북극항로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의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제시됐다. 김병구 울산항만공사 북극항로 TF 팀장은 울산항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연간 총 물동량 2억 톤, 이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등 액체화물만 1억6000만 톤을 처리하는 동북아 최대 액체화물 항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항만이 북극항로의 주요 중간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LNG를 유연하게 사고파는 '트레이딩'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울산항이 중간 허브가 되려면 해당 항만에서 LNG를 실시간 가격과 수급 상황에 따라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북극항로가 아직 여름철에만 이용 가능하고 사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점도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범주 KEI컨설팅 전무는 “국내 LNG 시장은 플레이어 수가 적고 유연성이 낮아 트레이더가 반입한 물량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처분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시장과 제도가 개선된다면 가격 투명성 확보와 인프라 활용률 제고, LNG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북극항로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도 “한국가스공사뿐 아니라 직수입자에게도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트레이딩이 활성화 될 수 있다"며 “북극항로에서는 보험료가 수에즈 운하 대비 2~3배 높게 책정되고 있고, 극지 운항을 위한 강화 설비로 인해 선박 건조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리스크도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김태유 교수 “이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구상, 북극항로 대비한 해양민족 선언으로 이해해야”

“북극항로는 단순한 해상 지름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로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전략적 분기점이다. 에너지 수송로와 해상 교통로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 필수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구상은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 시대를 대비한 해양민족 선언으로 이해해야 한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제 질서에 대한 거시적 진단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21세기 세계는 더 이상 규범과 협력의 시대가 아니라, 강대국 간 생존 경쟁이 전면화된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국가는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공통점을 '해양 접근성'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영국, 미국, 일본 모두 해양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세력을 확장한 국가들"이라며 “반대로 대륙에 갇힌 국가는 외교·안보·경제에서 늘 구조적 제약을 안고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북극항로는 한국이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는 것이 김 교수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북극항로의 핵심 가치를 에너지 안보에서 찾았다. 그는 “북극에는 천연가스와 원유, LNG뿐 아니라 향후 수소·암모니아 등 미래 에너지 자원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다"며 “이 자원을 누가, 어떤 경로로, 어떤 조건으로 가져오느냐가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를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구조 중 하나"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특정 해협과 항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북극항로는 이러한 병목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해 온 핵추진잠수함 보유 구상을 북극항로 전략과 직접 연결지어 평가했다. 그는 “북극항로가 현실화되는 시대에는 단순한 상선 운항 능력만으로는 국가 이익을 지킬 수 없다. 에너지 수송로와 해상 교통로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 필수"라며 “핵추진잠수함은 장기간 잠항과 광역 작전이 가능해 북극해와 같은 극지 환경에서 에너지 수송로를 감시·보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구상은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 시대를 대비한 해양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이 북극항로를 활용하려면 외교·산업 정책뿐 아니라 해양 안보 전략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핵추진잠수함 논의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이 북극항로 경쟁에서 결코 불리한 국가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LNG 운반선과 쇄빙 LNG선 건조 능력을 갖춘 나라"라며 “조선·플랜트·해양엔지니어링 역량을 결합하면 단순 통과국이 아니라 북극 에너지 물류 체계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울산·여수 등 동남권 항만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허브 구상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북극에서 들어온 에너지를 저장·재기화·혼합·재수출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한국은 단순 소비국이 아니라 에너지 흐름을 조정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에너지 가격 안정과 제조업 경쟁력 유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안보적 의미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해상 교통로는 곧 국력"이라며 “말라카 해협이나 호르무즈 해협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 경제는 즉각 흔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키우는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의 짧은 전환기를 한국의 사실상 유일한 전략적 기회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전쟁이 끝난 직후가 러시아와의 협력 창이 가장 넓게 열리는 시점"이라며 “이 시기를 놓치면 러시아는 다시 중국 중심의 에너지·물류 질서로 깊이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역시 전쟁 이후 에너지·자원 개발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 해양·조선 역량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북극 LNG 운반선, 해양플랜트, 항만 인프라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이 시점에서의 협력은 단순한 양자 거래가 아니라, 한국이 북극항로와 에너지 물류 체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정치적 부담만을 이유로 기회를 외면할 경우,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모두에서 중장기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원전이냐 재생이냐 같은 에너지원 논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운송하고, 어떻게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할 것인지라는 더 큰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해양국가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며, 이제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북극항로 세미나] “지정학적 이점과 기술력 결합해 대항해 중심 국가로 세워야”

북극항로가 차세대 글로벌 물류·에너지 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항로 개척만으로 기회가 자동으로 열리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액체화물 인프라와 친환경 연료 공급 역량을 갖춘 울산항 등 국내 항만은 북극항로를 준비하고 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거래 구조와 시장·제도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를 실질적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항만 경쟁력 강화에 더해 시장 개방과 제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과 에너지경제신문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임종순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좌장)는 북극항로와 LNG 허브 구축을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선 '지정학 프로젝트'로 해석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강대국 간 긴장을 완화하고 인류 번영을 이끄는 위대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이점과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해 대한민국을 대항해 중심 국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구 울산항만공사 북극항로 TF 팀장은 울산항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국내 최적의 항만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항은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S-OIL,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정유·에너지 기업이 밀집한 산업 거점이자 세계 4대 액체화물 상업용 탱크터미널 클러스터를 갖춘 에너지 중심 항만이다. 울산항은 연간 총 물동량 2억 톤, 이 중 액체화물만 1억6000만 톤을 처리하는 동북아 최대 액체화물 항만이다. 김 팀장은 “이미 구축된 인프라만으로도 북극항로 개척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에너지와 석유·천연가스를 저장하는 상업용 탱크터미널의 경우, 국내 저장시설의 50% 이상이 울산항에 집중돼 있다. 상업용 탱크터미널은 컨테이너가 아닌 액체 화물을 취급한다는 점만 다를 뿐 기능적으로는 컨테이너 터미널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울산항은 이미 북극항로 운항 경험도 축적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북동항로와 북서항로를 포함해 총 17회의 북극항로 상업 운항이 이뤄졌으며 누적 물동량은 5만5388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울산 소재 제지 기업들이 캐나다에서 목재 펄프를 북서항로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사례는 울산항이 북극항로의 실질적 기·종점 항만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울산항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역량이 꼽혔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해운 부문 탄소중립을 목표로 각종 규제와 제도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은 친환경 연료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해운에 의존하는 만큼, 항만의 연료 경쟁력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울산항은 지난 2023년 정부로부터 국내 유일의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거점 항만으로 지정됐으며, 이를 계기로 관련 투자가 본격화됐다. 특히 세계 최초로 그린 메탄올을 선박 연료로 공급한 항만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그린 메탄올 공급 실적은 울산항이 친환경 에너지 벙커링 표준과 산업을 선도하는 항만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벙커링 표준 절차 연구개발, 민관 합작 벙커링 기업 설립 등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토론에서는 북극항로의 구조적 한계도 분명히 지적됐다. 북극항로의 기회를 잡고 부산과 울산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사업자인 '트레이더'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은 북극항로가 기후 변화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항로 개척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름철에만 제한적으로 이용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를 상시적·지속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북극항로는 금융·보험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보험료가 수에즈 운하 대비 2~3배 높게 책정되고 있고, 극지 운항을 위한 강화 설비로 인해 선박 건조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리스크도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북극항로는 약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극항로를 기존 항로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 차원의 '플랜 B'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기후 변화 속도, 금융·보험 인프라, 지정학적 안정성 등은 결국 타이밍의 문제"라며 “타이밍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로는 제도 개혁을 꼽았다. 그는 “트레이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제3자 접근, 판매 제한 등 제도적 장벽을 풀어야 한다"며 “가스공사뿐 아니라 직수입자에게도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트레이더를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북극항로를 단순한 물류 효율화 수단이 아닌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평가하며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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