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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시평] 탄소규제 강화와 기업의 고민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지난 11일 정부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로 최종 확정했다. 이번 목표는 11월 10일부터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공식 발표되었고, 연내에 UN에 제출될 예정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목표의 편차가 크다. 전력 부문은 2018년 대비 68.8~75.3%라는 고강도 감축 목표가 설정되었고, 건물 부문은 53.6~56.2%, 수송 부문은 60.2~62.8%를 감축해야 한다. 반면 산업 부문은 24.3~31.0%로 상대적으로 완화된 목표가 제시되었다. 이는 온실가스 다배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감축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라고 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기업의 감축을 강제하기 때문에 NDC는 기업에 대한 탄소규제 강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침 NDC가 확정된 날에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도 확정되었다. 향후 5년간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과 이를 할당하는 방식이 법정 계획을 통해 결정되어, NDC와 연동된 기업에 대한 탄소규제의 강도가 정해진 것이다. 과거와 가장 큰 차이는 전력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는 점이다. 산업 부문의 경우,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탄소누출업종은 국제경쟁력을 고려해 100% 무상할당을 유지하지만, 나머지 산업 부문은 현행 10%에서 15%까지 유상할당 비율이 확대된다. 이러한 정책 변화가 기업에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향후 5년간 유례없는 의무감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의 배출허용 총량 대비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의 총량이 약 17% 감소하고, 그 총량 중 유상할당 비율이 확대되며, 시장안정을 위해 정부가 비축할 배출권 수량도 기업들이 할당받을 배출권 수량내에서 예비할 예정이므로 기업이 받을 무상할당량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전망에 따르면, 산업 부문의 경우 2030년의 무상으로 받을 할당량은 2018년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 들 전망이고, 전력 부문의 경우 2018년 대비 3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내 탄소감축을 담당하는 조직의 주요 고민을 대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회사 내 컨센서스 부족이다.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기획, 원료, 생산, 투자 등 다양한 부서의 역할이 필요한데, 아직은 탄소규제 대응은 담당 조직의 숙제로 인식되거나 단순 비용으로만 간주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경영환경 악화까지 겹치면서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탄소감축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둘째, 대응수단의 모호성이다. 주요 대응 수단은 감축기술 활용, 재생에너지 사용, 배출권 확보인데, 감축 기술의 가용 시점이 언제일지, 재생에너지와 탄소배출권의 가격 및 수급은 원활할 지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 미리 계획을 수립하기 힘들다는 우려다. 셋째, 정책 불확실성이다.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감축목표 수준 및 주요 감축수단 등으로 정책시그널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앞으로도 탄소규제 관련 상세 지침이 변경되지는 않을지, 감축 지원이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걱정이다. 미국의 기후정책 변화가 한국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이 불확실성에 포함되어 있다. 넷째, 기업의 리스크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부담이다. 감축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기업의 투자 여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고, 기후정보공개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데 공개시 그린워싱으로 인한 평판 리스크가 커지는 등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국가별 각자도생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위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에서, 점차 경쟁이 버거워지는 중국 제조업의 약진 등 대내외 여건상 우리 기업이 탄소를 대규모로 감축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다만, 기업이 탄소감축을 어떤 속도로 얼마나 이행할지 판단하기 전에, 관련 규정이 복잡하고 부서별 임원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 동안 탄소감축은 담당하는 조직만의 이슈로 여겨온 것은 아닌지, 관련 부서 임원들과의 공감대는 얼마나 형성되어 있는지, 최고경영층은 (전사적 자원 배분을 위한) 탄소배출 관련 디테일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김성우

[데스크 칼럼] 차기 서울시장의 조건

내년 6·3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인구 930여만명이 거주하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수장도 새로 선출된다. 서울은 지금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구·기후·인공지능(AI) 등 서울은 물론 국가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는 과제들이다. 향후 10년간 서울시장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지속가능성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인물·정쟁이 아니라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장기적 전략과 비전을 가진 서울시장이 나와야 한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뀌는 낭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선 '늙어가는 도시'를 대비하자. 저출산·초고령화가 가져올 변화를 잘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여전히 4인가구 단위에 머물러 있는 돌봄·복지·주거 정책을 시급히 전환해야 하며, 노인인구 급증에 따른 부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젊은 인구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 지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균형발전 정책에 따른 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고 서울 경제를 선순환하도록 만드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도시계획, 주택·부동산 문제에 대한 소신과 비전을 갖춰야 한다. 서울의 주택 시장은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일부 지역만 가격이 뛰고 다른 지역은 침체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같은 평형 아파트 가격이 수십배 차이가 나는 부동산 과열 현상은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서민들의 박탈감, 투기를 부추긴다. 반면 '비인기지역' 주민들은 비좁은 주차장·도로, 낡아가는 인프라로 불편이 심각하다. 인구는 갈수록 줄어가는데 언제까지 그린벨트까지 해제해가며 새 집을 지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해야 한다. 건설한지 50년이 다되어가는 지하철, 교량, 상하수도 관로 등의 안전 관리 대책도 시급하다. 둘째, 기후 위기에 따른 탈탄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탄소 배출을 줄여가되 에너지 믹스를 통해 필요한 전기는 제때 조달해야 한다. 서울은 에너지 자급률 0%,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 사용기간 종료라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다른 지자체들과의 협상, 중앙 정부와의 조율, 집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소신·소통 행정에 나서야 한다. 또 도심내 열섬 현상, 집중 호우시 침수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본격화되는 AI·빅데이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AI는 이제 막 도입됐지만 조만간 엄청난 속도로 진화해 산업은 물론 사회 전체를 집어 삼킬 태세다. 시민들에 대한 AI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 교통·도시안전·재난관리·복지·일반행정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효율성·합리성을 제고해야 한다. 서울은 스마트시티를 표방했지만 뉴욕·싱가포르 등 글로벌 도시에 비해 턱없이 뒤처져 있다. 넷째,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시장이 필요하다. 시민과 소통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존중·확산시켜야 한다. 요즘 서울시를 둘러 싼 한강버스·세운4구역 재개발 등 논란은 모두 소통 부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불도저식 청계천 복원으로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추억은 잊어야 할 때다. 시민 참여 거버넌스를 회복하고 일방 통행식 행정을 쌍방향으로 돌려놔야 할 때다. 협치와 투명성, 조정 능력을 갖춘 시장이 나와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롯데월드, ‘2025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 어워즈’서 그린경영 분야 장관상 수상

롯데월드가 지속적인 ESG 경영 실천으로 지속가능한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롯데월드는 20일 진행된 '2025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 어워즈'에서 그린경영 부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2002년부터 매년 개최 중인 글로벌스탠더드경영대상은 한국경영인증원(KMR)의 주관 아래 그린경영, 품질경영, 안전경영, 탄소중립경영, 상생경영 등 각 테마별 경영성과와 수행실적이 우수한 기업 및 기관 단체를 발굴해 시상한다. 롯데월드는 2021년 테마파크 업계 최초로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기후변화 대응 및 자원관리, 해양생태계 보전 등 '그린월드'(Green World) 환경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과제들을 수립하고 환경 경영 성과를 만들고 있다. 권오상 롯데월드 대표 주도 하에 친환경 경영 의지와 전담 환경&ESG 조직을 중심으로 ISO14001 환경경영시스템을 전 사업장에 확대 적용해 204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연간 5억원 이상의 에너지 비용과 1600톤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롯데월드는 테마파크 내에서 발생하는 음식폐기물을 재생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자원 선순환 활동과 수자원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환경 부담을 줄이고 있다. 도심 숲 조성 활동, 환경부 협업 청소년 기후행동 캠페인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추진하며 지역사회의 환경 인식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2011년 국내 레저업계 최초 실내 공기질 인증을 획득한 후 2025년 현재까지 8회 연속 인증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러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통해 ESG 활동 성과와 친환경 경영 활동을 알리고 있다. 김기훈 롯데월드 영업본부장은 “이번 수상은 전사적인 환경경영과 지속 가능 실천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관광 레저 산업의 녹색 전환을 선도하는 모범기업으로 친환경 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CJ올리브영, 내년 5월 미국에 1호 매장 오픈…현지 MZ세대 공략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K뷰티의 세계화에 발맞춰 2026년 5월 중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미국 1호 매장을 연다.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 전략은 패션·뷰티에 특화된 핵심 상권에 우선 출점해 유행에 민감한 현지 MZ세대 소비자 공략이다. 이에 맞춰 확정된 패서디나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북동쪽으로 약 18㎞ 거리에 있는 소도시로,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등 유수의 연구기관이 소재해 고소득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내년에 선보이게 될 매장은 올리브영의 MD 큐레이션 역량과 매장 운영 노하우를 집약한 'K뷰티 쇼케이스' 형태로 조성된다. 한국 올리브영 매장과 온라인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이용한 북미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K뷰티 정보를 재미있게 습득하고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400여개 K뷰티 브랜드를 비롯해 글로벌 브랜드와도 협의 중이며, 향후 다양한 뷰티·웰니스 카테고리 상품을 폭넓게 추가 입점 시킬 예정이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미국 현지 물류센터를 비롯해 상품 소싱, 마케팅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 전반도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을 연계한 옴니채널을 구축해 구매 편의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올리브영의 미국 오프라인 진출은 '공동 플랫폼' 구축이라는 산업적 의미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단일 브랜드의 해외 매장 개설을 넘어 K뷰티 브랜드들이 올리브영과 함께 세계 최대 뷰티 시장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무대다. 이커머스 채널에서 개별 상품 단위로 소비되던 K뷰티를 하나의 오프라인 채널에서 선보여 카테고리·브랜드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K뷰티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업계의 시선을 모은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K뷰티 산업의 지속가능한 세계화에 기여해 K브랜드부터 해외 브랜드까지 폭넓게 아우르는 글로벌 뷰티·웰니스 유통플랫폼으로 진화하고자 한다"며 “이번 1호 매장을 시작으로 LA 웨스트필드 등 캘리포니아주 중심의 복수 매장을 2026년 내 순차 개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이슈+] ‘AI 버블론’두고 옥신각신, 팩트는?

▲AI버블론을 두고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버블이 실재한다는 측과 버블은 기우라는 측이 팽팽하게 맞서며 증시의 방향을 흔들고 있다./CRAISEE(크레이시)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거품 논쟁이 재점화되며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또다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를 두고도 시장에서는 AI 투자 과열과 수익성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실적 호조가 거품론을 잠시 누그러뜨렸다는 평가와 함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장기적 리스크를 경계하는 시각이 여전한 모습이다.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 570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549억2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젠슨 황 CEO는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시장에서는 고객사 투자 지속성과 AI 관련 매출 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AI 거품론을 제기하는 쪽은 수익 대비 과도한 주가 상승과 불투명한 매출 구조를 핵심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마이클 버리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엔비디아는 2018년 이후 순이익 약 2050억달러, 자유현금흐름(FCF) 188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주식보상비용(SBC)은 205억달러에 달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자사주 1125억달러를 매입했음에도 발행주식 수는 4700만주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질적인 주주 몫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AI 산업 내 기업 간 맞거래 구조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앤트로픽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클라우드 300억달러 상당을 구매하기로 했고, 동시에 엔비디아와 MS는 각각 100억달러, 50억달러를 앤트로픽에 투자하기로 했다. 버리는 이를 두고 “최종 수요는 미미하고, 기업들끼리 되주고 돌려받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장부상 성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 매출의 61%가 4대 주요 고객사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들 기업 가운데 아직 AI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곳은 없다"며 투자 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도 AI 관련 지출이 단기간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투자 조정 가능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반응도 이러한 경계 심리를 반영했다.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AI 거품 우려가 재부상하며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0.84%, S&P500은 1.56%, 나스닥은 2.15%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10.87% 급락했고, △AMD(-7.84%) △팔란티어(-5.85%) △인텔(-4.24%) △퀄컴(-3.93%)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도 같은 흐름을 탔다.코스피 지수는 외국인이 2조8000억원 넘게 팔면서 전 거래일 대비 3.79%(151.59포인트) 내린 3853.26에 마감했다. 삼성전자(-5.77%), SK하이닉스(-8.76%) 빠졌다. 달러-원 환율은 1473.90원까지 오르며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피터 틸은 3분기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약 8조원 규모의 엔비디아 주식을 처분했다. 신용시장에서도 오라클 등 일부 빅테크의 CDS 거래 규모가 수십억 달러대로 급증하며 AI 투자 실패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반면 AI 인프라 기업들과 엔비디아 측은 수주 지표와 실적을 근거로 거품론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버티브·이튼·슈나이더 일렉트릭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들은 “현재 AI 투자 확대 흐름은 단기 과열이 아니라 실수요"라고 강조했다. 버티브는 3분기 투자자 설명회에서 “데이터센터용 냉각·전력 장치 수주 잔고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며 “리드타임 지연이 아니라 주문 자체가 늘어난 결과"라고 밝혔다. 이튼은 같은 기간 전체 수주 잔고가 20%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데이터센터 부문 주문량은 7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역시 “데이터센터 수주 잔고가 연간 기준 두 자릿수 성장세"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은 AWS, 구글, 메타 등 하이퍼스케일러에 전력·냉각 장치를 공급하며 관련 시장 점유율은 약 50%로 추정된다. 수주 잔고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도 AI 수요 지속성을 재확인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시장 전망치(549억2000만달러)를 상회했다. 회사는 4분기 매출을 650억달러로 제시했다. 젠슨 황 CEO는 “GPU 중심의 컴퓨팅 전환, 에이전틱 AI 부상, 새로운 AI 애플리케이션 확산이 AI 인프라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거품론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는 다른 현실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월가 거물 투자자들은 관련 자산 비중을 오히려 확대하며 '추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단기 변동성보다 AI를 10년 이상 이어질 구조적 혁신으로 보고 장기 포지션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줄이는 대신 알파벳 A클래스 주식을 약 43억달러 규모로 신규 편입하며 포트폴리오를 AI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했다. 켄 피셔도 알파벳 비중을 확대했고,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아마존과 메타를 추가 매입하는 한편 블록체인 기반 기업과 신흥시장 ETF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캐시 우드 역시 AI·가상자산 인프라 관련 종목 비중을 늘리며 미래 기술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각국 정부가 국가 차원의 '소버린 AI' 구축에 나서며 공공 자금 투입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투자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보이콧’ 美 보란듯…G20 정상회의 첫날부터 ‘남아공 정상선언’ 전격 채택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날인 22일(현지시간)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이 채택됐다. 과거엔 회의 마지막 날인 둘째 날 폐막에 앞서 선언이 채택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회의를 보이콧하며 정상선언 채택에 반대한 미국에 맞선 결정으로 보인다.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회의장인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회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컨센서스로 정상선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선언문은 회의 마지막에 채택되지만 정상선언을 첫 번째 의제로 삼아 먼저 채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 이어 세션1 회의를 시작하며 “압도적인 합의와 동의가 이뤄졌다"며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바로 지금 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는 이후 30페이지, 122개 항으로 이뤄진 'G20 남아공 정상선언'(G20 South Africa Summit: Leaders' Declaration)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서 정상들은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 미국 의장국 하에서 협력하고 2027년 영국, 2028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며 2028년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공표했다. 또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적응 필요성과 함께 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야심 찬 목표, 가난한 국가들이 겪는 가혹한 수준의 부채 상환 부담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가 꺼리는 이슈를 언급했다. 미국은 남아공이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박해한다고 주장하며 G20 의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이후 현지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공식 전달하며 자국의 합의 부재를 반영한 의장성명만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러나 “겁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반발했고 회의 첫날 정상선언을 전격 채택함으로써 아프리카 첫 G20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불평등 해소와 저소득국 부채 경감,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위한 약속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G20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와 무역의 75%,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9개국과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등 2개 지역 기구로 구성된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1999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미국·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하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 열렸다. 중국은 리창 총리가, 러시아는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회복력 있는 세계',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 등 3개 세션으로 구성되며 23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23일 폐막식에서 차기 의장국 미국에 의장직을 이양하는 행사는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남아공 대통령실이 G20 의장직 인계를 위해 미국이 제안한 자국 주재 미국 대사대리의 회의 참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외무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라마포사 대통령이 미국 대사대리에게 의장국 권한을 이양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G20 회원국으로 여전히 적절한 수준의 대표를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가원수, 장관 또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사가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 청사에서 동급 대표 간에 (의장국) 인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핀 피리 남아공 외무부 대변인은 AP통신에 “대통령이 대사관 하급 직원에게 (의장) 권한을 이양하지 않을 것임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며 “일요일(23일) 이양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른바 '트로이카'(G20 작년·올해·내년 의장국)의 일원이 정상회의에 아무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오전 요하네스버그 엑스포센터에서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3세션 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마지막 공식 세션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술혁신과 인공지능 전환(AX)에 관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지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의장국으로서 합의를 끌어낸 '글로벌 AI 기본사회'에 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에는 남아공 현지 동포들과의 오찬 간담회도 예정돼있다. 이 간담회를 끝으로 이 대통령은 남아공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이번 중동·아프리카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튀르키예로 출국한다. 튀르키예에서 이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원자력 분야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주간증시] 금리·AI 불확실성 속 변동성 확대…코스피 3700선 지지 시험대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지난주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엔비디아 실적 호재가 하루 만에 소멸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진 영향이다. 이번 주 증시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불확실성과 AI 밸류에이션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3.79%(–151.59포인트) 하락한 3853.26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838.46까지 밀리며 3850선을 내줬다. 20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로 4000선을 회복했던 지수는 하루 만에 다시 40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코스닥 역시 3.14% 내린 863.95로 마감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양대 지수는 약 6% 하락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전해졌음에도 AI 고평가 우려는 하루 만에 되살아났다. 미국 기술주가 일제히 조정을 받으면서 외국인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된 영향이 컸다. 엔비디아를 둘러싼 부담 요인도 재차 부각됐다. 매출채권이 231억달러에서 334억달러로 크게 늘어 대금 회수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전체 매출의 61%가 상위 네 개 고객사에 집중된 점 역시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은 AI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우며 단기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준 고위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보다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와 마이클 바 이사는 최근 물가 압력을 고려할 때 성급한 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고, 리사 쿡 이사는 자산가격이 고평가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직접 언급했다. 미국 고용지표도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9월 비농업 고용은 11만9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지만, 7·8월 수치는 총 3만3000명 하향 조정됐다. 실업률도 전월보다 0.1%포인트 오른 4.4%를 기록했다. 여기에 연방정부 셧다운 영향으로 10월 지표 발표가 늦어지면서 금리 판단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태다. 글로벌 증시 역시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심리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외국인 이탈과 금리 불확실성, AI 밸류에이션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뚜렷한 매도 기조를 보이고 있다. 21일 하루 동안 외국인은 2조85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된 점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들어 AI 투자 수혜가 집중된 종목군일수록 차익 실현 압력이 커지고 있어 기술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지수 하단은 비교적 견고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0.7~10.9배로, 지난 7~8월 박스권에서 지지를 형성했던 10.6배와 유사한 수준이다. 현 기준 주당순이익(EPS)에 PER 10.6배를 적용할 경우 코스피는 약 3805포인트 수준에 해당한다. 당시 지수가 10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3770선 부근에서도 하방 경직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강하지만 개인 수급이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점도 단기 낙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실적 전망 역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BNK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3분기 KOSPI200 영업이익은 78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를 297조2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직전 주 295조8000억원에서 상향된 수치로, 이익 모멘텀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BNK투자증권도 중기 전망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단기 조정으로 이어지고는 있으나, 내년 글로벌 경기 정상화 국면을 고려하면 이익 상향 흐름이 지수 회복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시됐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준 인사들의 긴축 기조 유지, 셧다운 여파로 지연된 10월 지표 확인,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술주 실적의 질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다만 지수 하단이 뚜렷해지고 실적 모멘텀이 강화되는 만큼, 불확실성 해소 국면에서는 수급 개선과 함께 지수 반등 여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병행되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가 아닌 동결이 될 가능성도 존재하나, 동결의 근거가 셧다운 영향으로 인한 데이터 부재라면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금리 불확실성은 셧다운 종료 이후 발표되는 미국의 물가와 고용 데이터가 공개되기 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친정 집 남게 된 11번가…매각 리스크 해소·수익성 개선 속도

새 주인 찾기로 진통을 겪던 11번가가 SK그룹 품에 남으며 매각 리스크를 털어낸 가운데, 다시 시장에서의 존재감 높이기에 집중한다. 본업인 이커머스 경쟁력에 더해, 모회사가 된 SK플래닛의 마일리지 역량을 결합해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스퀘어는 11번가의 보유 지분 100%를 또 다른 자회사인 SK플래닛에 전량 매각했다. 이를 통해 SK스퀘어–SK플래닛–11번가로 이어지는 새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당초 SK스퀘어가 SK플래닛·11번가를 각각 자회사로 두는 구조였지만,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했던 11번가를 다시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정리가 된 것이다. 업계는 최근 몇 년 간 11번가를 둘러싼 평판 리스크가 불거졌던 만큼, 회사가 시장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꺼내든 대책이라 평가하고 있다. 2018년 11번가는 국민연금·새마을금고·H&Q코리아 등의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5000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5년 내 11번가의 IPO(기업공개) 실패 시 SK스퀘어가 FI 보유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23년 11번가의 IPO(기업 공개) 무산 후 SK스퀘어가 콜옵션 권리 행사를 포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FI 주도로 SK스퀘어 지분까지 통매각하는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이 발동됐지만, 외부 원매자를 찾는데 난항을 겪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스퀘어는 2차 콜옵션 만료 기한이 다가오자 자회사에 지분을 넘기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연내 SK플래닛은 11번가 FI에게 11번가 지분 인수 대가로 총 4673억 원을 일시 지급할 예정이다. 이로써 FI는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며, 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11번가 입장에서도 SK그룹 내에서 경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업계 분석이다. 실제 11번가가 공식 출범 이래 연간 흑자를 달성한 적은 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2019년이 전부다. 다만, 최근 2년 간 희망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집중하며 수익성 개선에 차도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515억원을 기록한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754억원으로 대폭 줄었고, 주력 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은 지난해 3월부터 올 10월까지 20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도 내고 있다. 새롭게 개편된 사업 구조 아래에서도 11번가는 기존대로 실속을 차리는 영업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수익성이 높은 오픈마켓에 집중하되, 직매입은 고수익 핵심 상품군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통합 마일리지 플랫폼 'OK캐쉬백'을 보유한 SK플래닛과의 시너지도 11번가가 기대하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OK캐쉬백과 11번가의 간편결제 서비스 '11페이'를 결합하고, 11번가의 기프티콘 사업을 OK캐쉬백 앱 내 통합해 포인트 활용도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도 세웠다. 나아가 11번가는 'AI(인공지능) 기반 맥락(Context) 커머스'를 지향한다는 미래 비전도 밝혔다. 두 회사가 보유한 AI·데이터 기술 역량을 교류해 고객의 구매 패턴·취향 등을 다면적으로 이해하고,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커머스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다. 이 밖에 남은 하반기 동안 11번가는 최근 진행했던 '그랜드 11절'과 같은 대형 프로모션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1일까지 연중 최대 해외직구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 오리지널'도 운영한다. 이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인 우수 셀러 확보와 배송력 향상에도 공들이고 있다. 올 6월에는 상품 등록·실시간 결제 확인 등이 가능한 셀러 전용 앱 '셀러오피스'을 출시해 가입 문턱을 낮췄고, 일찍이 빠른 정산 서비스를 통해 배송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셀러가 주문 당일 등 빠른 시간 내 택배사에 상품을 전달하면 그만큼 정산 시기도 앞당겨준다"며 “실제 셀러 만족도나 배송력 강화 측면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COP30 폐막: ‘화석연료 로드맵’ 빠진 절충안에 합의

브라질 아마존 인근 도시 벨렝에서 2주간 개최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가 예정된 폐막일인 21일(현지시간)을 넘겨 22일에 공동선언문(Mutirão Decision)을 채택하며 막을 내렸다. 브라질은 이번 총회를 '이행의 COP'이자 '진실의 COP'로 규정하며 다자주의 강화와 기후 정책의 이행 가속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로드맵 마련을 놓고 산유국과 유럽연합(EU) 및 기후 취약국 간의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이번 COP30의 결과는 다자주의가 시험받는 지정학적 분열의 시기 속에서 최소한의 공동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화석연료 로드맵 부재 등으로 인해 과학이 요구하는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브라질 의장국은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포함한 여러 약속을 COP30 이후에도 계속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최대 쟁점: 화석연료 로드맵 부재 COP30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에너지 전환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합의문에 명문화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주최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날 '명확한 로드맵'을 촉구하며 정치적 의지를 표명했고, EU와 콜롬비아, 소규모 섬나라를 포함한 80여 개국이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시간표 마련에 힘을 모았다. 콜롬비아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지지하는 선언문 발표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석유 생산국은 화석연료 감축 로드맵에 완강히 반대했다. 이들은 로드맵 대신 탄소 포집과 같은 기술을 통해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폐막을 앞두고 발표된 최종 합의문 초안에는 화석연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모두 사라졌는데, 이는 산유국들의 입김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EU는 초안 내용이 너무 약하다며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막판 밤샘 협상 끝에 절충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합의문은 2023년 COP28에서 합의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상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국제사회에서는 합의문에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을 두고 “산유국들의 승리"이자 “COP의 후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후 재원 및 적응 목표 강화 기후 재원 조성 계획은 COP30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이었다. 합의문은 개발도상국의 기후 행동을 위한 재원 조달 규모를 2035년까지 연간 최소 1조3000억 달러(약 1923조원)로 확대할 수 있도록 모든 행위자가 협력해야 한다는 요청을 재확인했다. 이 목표는 지난해 COP29에서 합의된 연간 최소 3000억 달러를 포함하는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의 일환이다. 또한 기후 변화 적응 지원과 관련하여, 합의문은 적응 재원을 2035년까지 현 수준의 약 3배로 늘리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적응 재원 격차를 해소하고 선진국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는 중요한 정치적 신호이지만, 개발도상국이 요구한 수준의 야심 찬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목표 시점이 늦춰지거나 기준 연도가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초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30년까지 적응 재원을 3배로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Loss and Damage Fund), 녹색기후기금(GCF), 지구환경시설(GEF)의 재원 보충을 기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마존 보전 노력과 브라질의 이니셔티브 COP30 개최지인 벨렝은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 생태계인 아마존에 인접해 있어, 브라질은 아마존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개최지를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브라질은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장기적인 재정 지원을 목표로 하는 열대우림보전기금(TFFF)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TFFF는 초기 기금 예상치 250억 달러(약 36조 원)와 민간 부문을 포함한 목표 재원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규모로 추진된다. 브라질은 또한 '글로벌 무치랑(Global Mutirão)' 정신(브라질 토착어로 '공동 협력'을 의미)을 바탕으로 협상의 진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무역 장벽 및 NDC 격차 논의 합의문에는 기후 변화 대응 조치가 국제 무역에 있어 자의적이거나 부당한 차별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기후 관련 무역 장벽에 대한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최종 합의문은 기후 변화 대응 조치가 자의적이거나 부당한 차별, 또는 국제 무역에 대한 위장된 제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무역의 역할과 관련한 국제 협력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보조 기구에서 세 차례의 대화(dialogue)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각국이 제출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완전히 이행하더라도 지구 온도 상승 폭이 파리협정 목표인 1.5°C 이하가 아닌 2.3~2.5°C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감축 목표와 필요한 감축량 간의 '격차 해소'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뤘다. COP30은 파리협정의 1.5°C 목표를 재확인하고, 일시적인 온도 초과(overshoot) 수준과 기간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할 것을 강조했다. 각국에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 및 투자 계획을 개발하고 NDC를 경제 개발 전략과 연계하도록 권고했다.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은 결정문에서 제외되었으나, COP 30 및 31 의장국이 주도하는 '1.5도를 향한 벨렝 미션'을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는 향후 화석연료 전환 로드맵을 위한 발판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NDC의 이행 가속화를 위해 협력적이고 자발적인 이니셔티브인 '글로벌 실행 촉진 기구(Global Implementation Accelerator)'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정의로운 전환와 성평등 문제도 다뤄 이번 회의에서는 '정의로운 전환 (just transition)' 문제도 다뤄졌다. 각국은 국제 협력, 기술 지원, 역량 강화 등을 강화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정의로운 전환 작업 프로그램(just transition work programme)을 보다 실행 가능하게 만드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성평등 행동 계획 (gender action plan, GAP) 협상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여기에는 의사 결정 시 분리된 데이터와 성별 분석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기후 행동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인종·장애·연령 등 다차원적 요소가 사람들의 경험을 형성한다는 인식이 포함됐다. ◇미국 불참과 중국의 역할 확대 이번 총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 과학을 '사기극(con job)'으로 치부하며 연방정부 차원의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미국이 유엔 기후 총회에 불참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은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를 대표단으로 파견하며, 녹색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기후변화 대처 리더십을 차지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COP30 의장 안드레 꼬레아 두 라고는 중국이 저탄소 에너지의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부상해 “전 세계 모두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COP30은 치솟는 숙박비 문제와 더불어 폐막 직전 전시장 인근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등 혼란 속에서 진행됐으나, 다자간 협력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냈다. 그러나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가 빠지면서, 이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에 미치지 못하는 '불충분한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엔 부담과 기회 양면적 영향 예상 우선 기업에는 수출규제와 무역장벽 강화 위험이 커질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 EU의 CBAM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은 제기됐기 때문이다. EU 등은 앞으로도 CBAM 등 자체 규제와 녹색 규격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국내 수출기업은 제품·공정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성적 표기 등으로 인해 관련 비용의 상승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교통·건물·배터리·그린수소 등 분야에선 기술·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가 수출·투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전통적 석유화학·정유·철강은 구조적 수요 축소로 재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경우 외교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개별 경제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외교·무역 대응이 그 만큼 더 필요해졌다. 정부는 2035 NDC와 관련한 로드맵을 상세히 작성하고, 재원계획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산업별 전환지원(보조금·세제·직업전환) 프로그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신호등] 글로벌 ‘그린 보호주의’ 파도…산업 대전환으로 넘어야

최근 산업연구원(KIET)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이 보고서의 제목은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기후환경·에너지 정책 분석과 산업별 대응 방안'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인 기후·에너지 정책 환경 변화가 국내 주력 산업에 중대한 구조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글로벌 그린 보호주의' 격랑을 소극적으로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의존도가 심각한 한국 경제의 특성상,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글로벌 통상 질서와 기후 통상 정책 변화에 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정책적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자(fast follower)'였지만, 선진국과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는 저탄소 시대을 맞아 적극적인 '선도자(first mover)'로 전환한다면 추월도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국민경제와 관련된 정책에 대한 대통령 자문을 수행하기 위해 헌법(제93조1항)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이다. 다음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 보호무역 강화와 에너지-AI의 충돌 보고서는 주요국의 정책 변화를 자세히 다뤘다. 우선 미국의 경우 기후 정책 후퇴 및 보호무역주의 심화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상호 관세 도입을 포함한 강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글로벌 통상 질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교역 둔화 등 부정적인 간접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2기에서는 파리 기후 협정 탈퇴와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면적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 친환경 투자 인센티브의 대폭 축소가 예상된다. 특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의 제정으로 IRA에 기반한 전기자동차(EV) 세액공제는 2025년 9월까지, 충전 인프라 세액 공제는 2026년 6월까지 폐지될 예정이다. 한편, 공화당은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수입품의 탄소 집약도가 미국 제품보다 10% 이상 높으면 수수료를 부과하는 '해외 오염 관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 발의를 통해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EU, 청정산업딜과 규제 완화 패키지 유럽연합(EU)은 기후 환경 규제를 통해 글로벌 탄소중립 주도권을 선점하는 기존 전략에서 성장과 전환을 동시에 도모하는 기조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그린딜을 대체하는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을 통해 에너지 집약 산업 지원과 산업경쟁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규제를 간소화하기 위해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보고 의무 간소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적용 대상의 약 80% 축소 및 보고 기한 2년 연기, 공급망 실사 지짐(CSDDD) 적용 시기 1년 연기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CBAM은 예정대로 내년 1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독일은 탄소 가격 변동 리스크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탄소차액계약(CCfD) 입찰을 시작해 중공업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등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GX(Green Transformation, 녹색 전환) 추진법을 기반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일본은 탄소세와 GX-ETS(배출권거래제, 2026년 의무화)를 결합해 탄소 가격 신호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GX 경제전환 채권을 통해 탈탄소 기술·인프라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은 '2030년 이전 탄소 피크 도달과 2060년 탄소중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설치한 발전 설비 용량 가운데 86%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등 국가 주도로 빠른 전환을 추진 중이다. 특히 철강 분야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신규 설비(710만 톤) 모두를 전기로(EAF)로 채우는 등 산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혁명: 데이터센터 증가와 전력 수요 폭증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지난해 415 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945 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AI 최적화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2030년까지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6배 수준의 전력 소모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중단 없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므로,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보다 안정적인 화석연료나 원자력에 대한 의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의 탄소 집약도는 미국 평균보다 48% 높다. 이러한 전력 수요 압박에 대응하여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에너지 수요를 완화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와의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계약을 통해 2030년부터 50MW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의 장기 PPA를 통해 원자력 발전을 확보했다. 이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혼합형 PPA의 확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에너지 믹스 논의에 새로운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및 그린 제품 시장의 지속적 성장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의 보급 속도는 가파르게 증가해 전력 믹스의 핵심 전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기준 태양광의 평균 발전단가(LCOE)는 석탄보다 낮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2024년 신규 전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92.5%에 달했다. 민간 이니셔티브인 RE100(재생에너지 100%)은 2023~2025년 동안 회원사가 450개사로 증가하는 등 순항 중이다. 반면 국내 기업에게 RE100은 중요한 수출 규제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을 기반으로 하는 '그린 철강' 시장은 2024년 약 37억5000만 달러에서 2032년 약 1290억 달러로 연평균 55.6%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BMW와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그린 철강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저탄소 제품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산업 '이중고': 수익성 악화와 정책적 부담 가중 국내 경제는 철강·화학 등 주요 기초 소재 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내수 침체, 통상 환경 불확실성으로 경영상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주요 소재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제조업 평균(5.6%)을 하회하고 있다(예: 석유화학 2.2%, 철강 4.0%). 이러한 심각한 업황 부진은 향후 저탄소 전환을 위한 주력 산업의 투자 여력을 제한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전력비 등 생산비 인상 부담을 가격 결정력이 약한 소재 기업들이 떠안으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196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주택용을 추월했는데, 일부 전력 다소비 업종에서는 국내 생산 중단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확정된 2035 NDC 목표(2018년 대비 최대 61% 감축)로 인해 산업 부문의 실질적 감축 부담은 기존 대비 3배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배출권거래제(ETS)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에는 기업의 감축 의무와 비용 부담이 눈에 띄게 강화될 예정이다. 특히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현재 15%에서 2030년 50%로 증가하면서 전력 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수익이 축소된 상황에서 전환 투자비용과 배출권 구매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기업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전환 역량' 강화 통한 추월 기회 확보해야 보고서는 국내 주력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저탄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산업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탄소중립 이행을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는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체계를 혁신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 목록을 새로 짜고, 철저히 이행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장기·고난도 혁신 기술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시설투자 및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후대응기금의 안정적 재원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배출권 경매 수입 증가분의 재투자를 확대하고 환경부담금 체계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에 앞서 탄소(배출권) 가격의 정상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셋째, 고배출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전환금융(transition finance)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고배출 산업의 업종별 전환경로(decarbonisation pathways)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근거로 과학적 기반의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투자 실행력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민간 금융기관이 전환금융 추진 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과도기적 투자의 회계 및 공시 기준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넷째, 저탄소 제품 수요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수소환원제철 등 혁신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그린 철강 생산 시범사업을 실제 시장 적용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인프라 사업에 그린 철강 사용을 일정 비율 의무화하거나, 민간기업 채택 시 차액계약(CfD) 제도를 시범 도입해 초기 수요를 창출하고, 생산비용 격차를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현재 전체 공공조달 규모 대비 2%에 불과한 녹색 공공조달 제도의 성과지표를 개선, 실질적인 녹색제품 수요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 ◇균형 잡힌 무탄소 에너지 전환 믹스 실현 에너지 전환 정책은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균형감 있는 무탄소 전원 믹스(mix)를 실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에너지시스템의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서는 특정 에너지원을 배제하는 전원믹스와 에너지정책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 등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SMR을 포함해 수소발전,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모든 무탄소 전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높은 발전비용(LCOE)을 낮추기 위해서는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하고, 지역공유형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해 주민 수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내수 시장 기반의 국산화 및 규모의 경제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발전단가를 하락시키고, 에너지고속도로(HVDC, 해저케이블) 구축을 조기 달성해 수급 불균형과 송전 제약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 확산과 탄소중립 전력화에 따라 전력 수요가 크게 확대될 것에 대비해 산업 부문 에너지 효율 개선 제도 확대 및 고도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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