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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미래산업도시 전략 ‘실행 단계’…농지 규제 풀고 개발 속도 높인다

강원=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강원도가 농업진흥지역 규제 완화를 앞세워 지역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미래산업글로벌도시 종합계획 추진 성과를 '우수'로 평가받으며 정책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판단이다. 도는 27일 '미래산업글로벌도시 종합계획 심의회'를 열고 농촌활력촉진지구 추가 지정과 종합계획 추진 평가 결과를 확정했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농촌활력촉진지구 확대다. 강릉·철원·고성·양양 등 4개 시군 5개 지역이 새로 지정되면서 약 7만 평 규모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이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약 4만2000평은 기존 농업진흥지역으로, 그동안 개발이 제한됐던 땅이다. 주요 사업에는 △강릉 옥계면 동물체험시설 확충(민간) △철원 갈말읍 생태빌리지 조성(공공) △고성 간성읍 신활력복합타운 조성(공공) △양양 현북·현남면 농업지원 생산체계 구축(민간) 각 2개 지구다. 농촌활력촉진지구는 농지 규제를 완화해 민간 투자와 지역 개발을 유도하는 제도로 강원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이번 지정으로 동물체험시설, 생태빌리지, 복합타운, 농업지원시설 등 지역 특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단순 개발 확대를 넘어 생활 인프라 확충, 체험형 관광 등 동해안권 정주 여건 개선과 외부 방문객 유입, 지역 소비 확대가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책 추진 기반도 확인됐다. 이번 심의회에서는 '미래산업글로벌도시 개발 종합계획(2024~2033)'의 첫 연차 평가 결과가 확정됐는데, 평균 91점대를 기록하며 '우수' 등급을 받았다. 주요 사업 추진율과 90%를 넘는 예산 집행률이 정책 실행력을 뒷받침한 것으로 평가된다. 분야별로는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SOC 확충, 정주여건 개선 등이 동시에 추진되며 미래 성장 기반이 점진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확장 속도도 빠르다. 강원도는 현재까지 15개 농촌활력촉진지구를 지정했으며, 이번 추가 지정으로 총 20개 지구로 확대된다. 농업진흥지역 해제 면적은 53만 평 규모로 늘어나고 일부 지구는 이미 착공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도는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고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중협 도지사 권한대행은 “평가와 환류 체계를 강화해 실행력을 높이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도민 체감 성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농업진흥지역 해제 확대에 따른 난개발 가능성과 민간 투자 지속성, 사업별 수익 구조 확보 여부는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패트롤] 허영 의원-최혁진 의원-강원도의회

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온 체육교류를 제도적으로 상시화하려는 입법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국회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은 27일 국회에서 '남북체육교류협력 특례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스포츠를 정치 상황과 분리해 지속 가능한 교류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법안은 체육교류 과정의 행정 장벽을 낮춰 스포츠 교류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원책을 내용으로 한다. 스포츠 물품 반출입과 선수단 이동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원센터와 협의체를 설치해 교류를 체계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재정 지원과 방송·통신 인프라 구축 근거도 포함됐다. 그동안 남북 체육교류는 정세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절차 지연으로 교류가 무산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번 법안은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정책 효과는 접경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체육 교류가 재개되면 관광과 체류 소비가 늘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중장기 로드맵도 제시했다. 2026년 원산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시작으로 2028년 평양 아시아탁구선수건 대회와 2028년 LA 오림픽 등 국제대회 협력까지 교류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허 의원은 스포츠를 남북 간 가장 현실적인 교류 수단으로 평가하며 제도적 기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실제 교류 재개 여부는 남북관계 흐름과 정부 간 협의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접경지역 군수 후보들도 입법의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한금석 철원군수 후보, 김세훈 화천군수 후보, 김철 양구군수 후보, 함명준 고성군수 후보가 동참해 각 지역 여건을 반영한 활용 구상과 공약을 제시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부동산 세제 기준을 '보유'에서 '실제 거주'로 전환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27일 최혁진 국회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제도는 실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40% 공제를 적용해 왔다. 이로 인해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도 동일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은 보유기간 공제를 폐지하고 거주기간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도록 했다. 1세대 1주택 실거주자를 대상으로 2년 이상 거주 시 공제를 적용하고, 거주기간에 따라 공제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최대 80%까지 확대한다. 기존 보유기간 공제 40%는 실거주 공제로 흡수해 실수요자 부담이 늘지 않도록 했다. 또 거주하지 않은 주택이나 토지·상가 등 비주택 자산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외 거주자에 대한 공제 적용도 제한한다. 이번 개정안은 투기적 보유를 억제하고 실거주 중심 과세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세 부담 변화에 따른 시장 영향과 형평성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최 의원은 “세금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며 “부동산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 기득권이 아닌 중산층과 서민에게 정당한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에는 최 의원을 포함해 13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춘천=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제9회 지방선거에 적용될 시·군의원 정수와 선거구 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제345회 임시회에서 관련 조례 개정안을 심의해 일부 선거구를 조정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개정은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인구 변화와 지역 대표성을 반영한 선거구 재편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도내 시·군의원 총정수는 기존 174명에서 177명으로 늘었다. 춘천시는 인구 증가에 따라 1명이 증원돼 21명으로 확대됐고, 원주시는 인구 상한 초과로 2명이 늘면서 선거구가 전면 재조정됐다. 선거구도 확대됐다. 전체 선거구는 52개에서 55개로 늘었으며, 2인 선거구는 8개에서 14개로 증가한 반면 3인 선거구는 일부 축소됐다. 이는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줄이기 위한 조정이다. 특히 강릉시의 경우 일부 선거구 면적이 과도하게 넓어 의정활동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분구가 이뤄졌다. 기존 '마 선거구'를 분리해 주문진·연곡 지역을 별도 선거구로 조정하고, 의원 정수도 균형 있게 재배분했다. 도의회는 이번 조정이 인구 기준뿐 아니라 생활권과 지리적 여건까지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구 개편은 지방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특히 의원 정수 확대 지역을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선거구 재편에 따른 지역 간 형평성과 유권자 혼란 가능성 등은 향후 선거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현장에 답 있다”…김장호 구미시장 예비후보, 모내기 현장서 ‘농심’ 파고들다

선산읍 찾아 이앙기 직접 몰며 농민들과 소통“인력난·비용폭등…농업 버텨야 지역도 산다"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김장호 구미시장 예비후보가 모내기 철 들녘으로 들어갔다. 장화를 신고 논에 선 그는 직접 이앙기를 몰았다. '현장 행보' 이상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가 읽힌다. 27일 김 예비후보는 구미시 선산읍의 한 모내기 현장을 찾아 농민들과 함께 작업하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농민들은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치솟는 인건비, 농자재 가격 급등 등 삼중고를 호소했다. 농촌이 감내하고 있는 구조적 위기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김 예비후보는 “구미는 반도체·방산을 품은 산업도시이지만 동시에 농업 기반 위에 서 있는 도농복합도시"라며 “농민 소득을 끌어올리고 인력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이 무너지면 지역의 지속 가능성도 흔들린다"며 “농촌이 살아야 도시도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농업 공약의 방향도 구체화했다. △토양 생산성 제고를 위한 '땅심 높이기 사업' △노후 농수로 정비 등 기반 시설 현대화 △공동방제 시스템 확대를 통한 노동력 절감 △강동지역 벼 건조·저장시설 신축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확대 △농업 근로자 기숙사 건립 △맞춤형 농기자재 지원 △스마트 농업 확산 등이 핵심이다. 단순 지원을 넘어 '생산성·인력·유통'을 동시에 겨냥한 구조 개선 접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예비후보는 “흙을 밟고 땀을 흘려보니 농업이 얼마나 고된 산업인지 다시 체감했다"며 “책상 위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행보는 농업을 '보조 산업'이 아닌 '지역 유지의 기반 산업'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구미는 산업단지 중심 성장에도 불구하고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이다. 농업 경쟁력 약화는 곧 지역 균형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 한편 김 예비후보는 민선 8기 구미시장 재임 시절 방산 혁신 클러스터, 반도체 특화단지, 기회 발전 특구 등 국책사업 유치와 삼성SDS AI 데이터센터 등 총 16조 원 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 시 예산을 4년 만에 7,300억 원 늘려 '2조 원 시대'를 연 점, 라면 축제·푸드 페스티벌·낭만 야시장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연간 100만 명 방문 도시로 탈바꿈시킨 점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결국 관건은 산업과 농업을 동시에 살리는 '이중 구조 전략'의 현실성이다. 이날 논에서 시작된 메시지가 정책으로 얼마나 구체화 될지 주목된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박규빈의 경영 현미경] “빚 쌓일수록 현금 넘친다”…현대로템, 6.3조 부채에도 웃는 이유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단 1년 만에 부채가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면 대체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나 무리한 차입 경영을 알리는 '적색 경보'로 해석된다. 늘어난 부채만큼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최악의 경우 존립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K-방산과 철도 인프라 수출의 최전선에서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로템이 최근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다. 장부상 빚이 산더미처럼 쌓일수록 오히려 기업의 현금 곳간이 터질 듯이 넘쳐나고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는 수주산업이 만들어낸 '재무적 마법' 덕분이다. 현대로템의 2025년 말 기준 총 자산은 9조3180억원으로 전년 5조2854억원보다 약 4조326억원이나 급증했다. 기업의 덩치가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자산 팽창의 원인으로는 자본은 약 1조321억원 늘어나면서도 총부채가 3조2763억원에서 6조2768억원으로 약 91.6% 폭증한 결과로 분석됐다. 하지만 자본시장과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은 부채 급증에 전혀 우려를 표하지 않는다. 늘어난 부채의 핵심이 은행에서 빌려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차입금이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가 물건을 만들어달라며 먼저 앞당겨 준 '계약 부채'이기 때문이다. 2024년 말 1조7942억원이었던 현대로템의 계약부채는 2025년 말 3조9720억원으로 2조1778억원이나 늘었다. 당기에 늘어난 전체 부채 3조원 중 72% 이상이 계약부채 증가분인 셈이다. 수주산업에서 계약부채는 발주처로부터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받았지만 아직 제품을 제작·인도하지 않아 '매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임시로 부채에 잡아둔 금액인 선수금을 말한다. 이는 이자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무이자 자금일 뿐만 아니라, 향후 공정이 진행됨에 따라 전액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전환되는 '착한 빚'이다. 즉, 장부상 선수금 계정의 액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돈을 벌 일감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러한 계약부채의 팽창은 현대로템이 2025년에 연달아 터뜨린 초대형 잭팟 수주들의 결과물이다. 현대로템은 2025년 8월 폴란드 군비청과 무려 8조9814억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이행 계약을 맺었다. 앞서 2월에는 모로코 철도청과 2조2027억원 규모의 초대형 전동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국가 간(G2G) 초대형 프로젝트가 성사되고 총 계약금의 일부가 막대한 선수금으로 현대로템의 계좌로 쏟아져 들어오며 장부상 부채가 크게 부풀어 오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제품이 순차적으로 인도되면서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한 매출채권 역시 2024년 9094억원에서 2025년 3조3919억원으로 2조4825억원(약 273%)이나 급증했다. 주요 거래 상대방이 폴란드 정부·모로코 철도청, 한국철도공사 등 국가 기관이기에 돈을 떼일 대손 위험은 제로에 가깝다. 막대한 무이자 선수금의 유입과 성공적인 수출 프로젝트의 진행은 현대로템의 수익성과 현금 창출력을 단숨에 폭발시켰다. 현대로템의 2025년 매출액은 5조8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4% 성장했다. 이보다 훨씬 극적인 것은 이익 지표다. 영업이익은 1조5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4566억원 대비 120.3%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과거 10%대 초반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은 마진이 압도적으로 높은 폴란드향 K-2 전차 수출 물량 인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며 17.2%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과거 오랜 기간 회사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레일 솔루션(철도) 부문의 화려한 부활이다. 2024년 1231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철도 부문은 미국 LA 메트로·우즈베키스탄 고속 전철·이집트 전동차 등 양질의 해외 프로젝트 공정이 안정화되고 저가수주 물량이 해소된 덕분에 2025년 매출 2조896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하며 극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장부상 이익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현금 흐름표는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 능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2024년 1425억원이었던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은 2025년 9043억원으로 1년 만에 약 6.3배(7618억원) 증가세를 보였다. 곳간이 두둑해지자 현대로템은 과거의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했던 차입금과 사채를 대거 상환하기 시작했다. 2025년 현금 흐름표의 '재무 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액'을 보면 유동성 장기부채 약 2556억 원과 사채 1150억 원을 상환하는 등 빚 갚는 데에만 막대한 자금을 썼다. 그 결과 회사의 '유동성 장기부채'는 전액 상환돼 장부에서 자취를 감췄다. 반면에 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4723억원에서 908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는 현대로템이 지급해야 할 이자부 차입금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훨씬 더 많은 완벽한 '순현금(Net Cash)' 경영 체제에 안착했음을 의미한다. 빚(선수금)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진짜 빚(차입금)은 갚고 현금은 넘쳐나는 마법이 실현된 것이다. 기업의 재무를 총괄하는 CFO 입장에서 선수금이 아무리 이자가 없는 '착한 빚'이라 하더라도 회계상 부채 총액이 6조 원대로 단기간에 급증하게 되면 재무 건전성의 대표 지표인 부채 비율이 치솟는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 실제로 막대한 대규모 선수금 유입의 여파로 현대로템의 장부상 부채 비율은 전년 163.1%에서 2025년 말 206.4%로 43.3%p나 껑충 뛰어올랐다. 통상 부채 비율 200% 초과는 재무적 주의 단계로 여겨지며, 자칫 금융권 차입 한도 축소나 해외 대형 프로젝트 입찰 시 표면적인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으로 오인받을 소지가 있었다. 이에 현대로템 경영진은 2025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창원 공장 등 핵심 보유 토지에 대한 대대적인 자산 재평가를 실시했다. 과거 원가법으로 낮게 묶여 있던 5485억원 어치의 공장 부지의 가치를 공시지가 기준법 등을 활용해 현재 시가인 1조2982억원으로 재평가한 결과, 4364억원의 막대한 평가 차액이 발생했다. 회사는 여기서 향후 발생할 1284억 원 규모의 법인세 효과 등을 차감한 약 3081억 원을 '자산 재평가 이익' 명목으로 자본 항목인 '기타 자본 구성 요소(재평가 잉여금)'에 편입시켰다. 외부에서 유상증자 등으로 주주 가치를 희석하며 자금을 끌어오지 않고도 회사가 본래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가치를 현실화해 분모인 '자기 자본'을 단숨에 대폭 확충한 것이다. 당기순이익 7705억원 달성에 따른 이익 잉여금 증가와 자산재평가 효과가 강력한 시너지를 내며 2024년 2조90억원이던 총자본은 1년 만에 3조412억원으로 1조 원 이상 급증했다. 한발 앞을 내다본 회계적 묘수가 3조 원의 선수금 유입으로 인한 부채 비율 상승 충격을 선제적으로 억제하고, 향후 차세대 전차·수소 철도 모빌리티 생산 설비 등 대규모 시설 투자를 위한 든든한 재무적 융통성을 확보해 낸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자 과실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사상 최대 실적과 전례 없는 잉여현금 흐름(FCF)을 확보한 현대로템 이사회는 2025년 결산 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6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2024년 주당 배당금 200원에서 3배 인상된 결정으로, 총 현금 배당금 지급액만 655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로템은 이번 사업 보고서를 통해 주주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선진적인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공식 천명했다. 회사는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 성향 8% 수준을 핵심 타겟으로 유지하며, 2025년 결산 배당부터 2027년 결산 배당까지 향후 3년간 매년 주당 배당금(DPS)을 10~50% 상향하겠다"는 강력한 우상향 배당 플랜을 확정 지었다. 장기적인 미래 투자 재원 확보와 주주 환원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약속으로,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대목이다. 이 배경에는 29조7735억원에 달하는 경이로운 수주 잔고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전년 대비 59%나 폭증한 수치로, 이는 2025년 연간 매출액인 5조8390억원을 기준으로 5년 치가 넘는 넉넉한 일감을 창고에 가득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EC2 K-2PL·계열 전차와 그리고 EC1 군수품·탄 등 폴란드 물량만으로도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실적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라크·페루·루마니아 건 수주 시 무난하게 탑 라인·이익 모두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K-UAM 통신망 ‘1.4GHz’ 유력…항우연, ‘위성 전파간섭’ 검증

정부가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상용화의 핵심 인프라인 '전용 상공망(통신망)' 후보 주파수로 1.4기가헤르츠(GHz) 대역을 사실상 낙점하고 정밀 기술 검증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미래 항공 모빌리티 상용화를 위해 치열한 주파수 확보전을 벌이는 가운데, 최적의 대역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해당 주파수가 기존 상용 통신 위성망과 겹쳐 심각한 '전파 간섭'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정부 당국이 이를 차단하기 위한 긴급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K-UAM 상공망 후보 대역을 특정하고, 해당 대역의 위성 간섭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 과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K-UAM 상공망 후보 대역(1.4GHz) 대상 정지 궤도 위성 전파 간섭 영향성 분석 및 간섭 완화 기술 효과 분석' 과업 지시서에는 도심 환경을 3D로 모델링해 위성 전파가 UAM 기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하고 방어 기술을 검증하라는 지침이 담겨 있다. 특히 정부 공식 문건에 K-UAM 상공망 후보 대역으로 1.4GHz가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빌딩풍' 뚫는 1.4GHz, K-UAM 생명선 낙점된 이유 UAM 기체는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 상공 300~600m 저고도를 비행한다. 승객이 기내에서 유튜브를 보는 '서비스용 통신'은 기존 5G·LTE 망을 일부 활용할 수 있지만, 기체의 안전한 자율 비행과 지상 관제를 책임지는 '제어용 통신(C2, Command and Control)'은 단 1초의 끊김이나 지연도 대형 참사로 직결될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망과 완벽히 분리된 별도의 독립된 주파수가 필수적인 이유다. 항공·통신 전문가들은 1.4GHz 대역이 도심 항공 통신의 '황금 주파수'라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5G 고주파는 직진성이 강해 도심 고층 빌딩에 막히면 전파가 끊기는 '음영 지역'이 발생하기 쉽다. 반면 저대역에 속하는 1.4GHz(L-대역)는 파장이 길어 빌딩 숲을 유연하게 에둘러 피해 가는 '회절성(回折性)'이 매우 뛰어나다. 비나 눈이 오는 악천후에도 통신 품질 저하가 적어 수도권 상공을 누비는 K-UAM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정부가 수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특정 주파수의 간섭 시뮬레이션을 긴급히 돌린다는 것 자체가 최종 할당을 앞둔 사실상의 '내정 단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주파수 삼국지…미국은 5GHz, 중국·홍콩은 1.4GHz 안전한 상공망 주파수 확보는 글로벌 모빌리티 패권을 쥐기 위한 국가적 과제다. 광활한 영공을 가진 미국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근 드론 및 UAM 제어 통신을 위해 5GHz 대역(5030~5091MHz)을 우선적으로 할당해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고층 빌딩이 밀집한 중국 선전시나 홍콩 통신국(CA)은 도심 환경에 유리한 1.4GHz 대역(1430~1444MHz)을 저고도 무인기 전용망으로 공식 할당해 이미 실증에 돌입했다. 한국이 1.4GHz 대역을 성공적으로 채택할 경우,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향후 기체 및 통신 장비 수출 시 글로벌 호환성을 확보하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늘길 덮치는 우주 전파… 제2의 '美 고도계 사태' 막아라 뛰어난 이점에도 불구하고 1.4GHz 대역은 치명적인 암초를 안고 있다. 바로 우주에서 쏟아지는 기존 '위성 전파'와의 정면 충돌이다. 1467~1492MHz 대역은 현재 동경(東經) 105도 상공에 위치한 통신 위성 '아시아스타(ASIASTAR)'와 향후 발사될 후속 위성 '실크웨이브-1(Silkwave-1)' 등 정지 궤도 위성들이 지상으로 강하게 쏘아 보내고 있는 주파수 대역과 정확히 겹친다. 위성에서 내리꽂히는 강력한 전파가 UAM 기체와 지상 기지국 안테나에 섞여 들어갈 경우 심각한 노이즈를 발생시켜 자칫 에어택시 통신 두절을 유발할 수 있다. 항공 분야에서 전파 간섭은 국가적 재난을 부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2021년 미국에서는 통신사들이 5G용 주파수(C-밴드)를 개통하려 하자 연방항공청(FAA)이 “항공기 전파 고도계 주파수와 인접해 전파 간섭으로 착륙 시 추락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며 대규모 항공기 무더기 결항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항우연이 이번 시뮬레이션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와 같은 '주파수 간섭 대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지국이 '방어막' 친다…7월 K-UAM 운명 가를 분수령 이에 항우연은 오는 7월 17일까지 기존 위성의 시간에 따른 궤도 기동 변화와 도심 건물에 의한 전파 차폐 효과를 반영해 3차원 정밀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나아가 간섭을 원천적으로 튕겨내는 '방어막 기술'도 검증한다. 지상 기지국의 섹터 안테나 방향을 물리적으로 조정하거나, 위성 방향으로 향하는 기지국 안테나의 전파 수신율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억제하는 '빔 패턴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 위성 간섭이 실제로 차단되는지를 정량적으로 도출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올리브영 페스타, 5월 일본 찍고 8월 미국 간다

국내 최대 헬스&뷰티(H&B) 플랫폼 올리브영의 연례 오프라인 행사 '올리브영 페스타'가 올해는 전 세계 K-뷰티 팬들을 직접 찾아간다. 2019년부터 국내에서 진행해온 행사의 무대를 해외로 확장한다. 올해는 '올리브영 페스타 월드투어' 콘셉트로 5월 일본에서 첫 문을 연다. 8~10일 사흘간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올리브영 페스타 JAPAN 2026'을 개최하고 현지 팬들을 맞이한다. 약 542㎡(164평) 규모의 공간에서 55개 브랜드가 부스를 설치하고 제품을 비롯해 방문객들이 참여하는 체험형 콘텐츠를 다채롭게 선보인다. 첫 글로벌 행사인 만큼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뷰티 트렌드를 현지에서도 최대한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전달 방식에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올리브영은 핵심 경쟁력인 큐레이션(제품 발굴 및 배치) 역량을 총동원했다. '한국 코스메 랭킹존'은 올리브영 연간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정한 '2025 올리브영 어워즈' 수상작 중 12개 카테고리 36개 제품을 공개한다. 'K뷰티 셀렉트존'은 한국의 체계적인 뷰티 관리법을 일상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단계별 루틴을 제안한다. 일본에서 올리브영을 표현하는 줄임말 '오리양'에서 따온 '오리양 한정존'은 세트 제품을 최대 할인가로 구매 가능한 프로모션 중심으로 운영된다. 또 매장에서만 진행하는 '터치업 라운지'를 행사장으로 옮겨와 뷰티 컨설턴트가 방문객에게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이번 페스타에서는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 시 경험하는 K-뷰티 쇼핑의 몰입감을 현지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곳곳에 장치를 마련했다. 일부 부스는 실제 올리브영 매장과 동일하게 조성하고, 이동 공간은 일본인에게 인기 쇼핑지인 서울 명동과 홍대 길거리로 구현했다. 8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날아간다. '올리브영 페스타 LA 2026'은 일본 행사보다 규모를 키워 수백 개 브랜드가 방문객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에게 K-뷰티의 진수를 보여주는 쇼케이스 형태로 꾸며진다. K-뷰티를 통해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모두 가꾸는 '건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강조하고 극대화하는 데 주력한다. 올리브영은 국내에서도 고객이 여러 뷰티 브랜드와 만날 수 있는 페스타 개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에는 서울 노들섬 일대 야외 공간에서 5월21일부터 25일까지 개최해 뜨거운 반응을 었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페스타 월드투어'는 글로벌 K-뷰티 팬덤을 확장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국내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K-뷰티 팬들을 매료시킬 압도적인 규모와 한층 진화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AI 신약개발 가로막는 의료 데이터 규제…단일법 체제로 정비해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효율적인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의료 데이터' 활용이 필수적이지만, 국내 법제도 미비로 의료 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정부 가이드라인 수준인 의료 데이터 활용 근거를 단일 법률 체제로 정비하고 정보유출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27일 이언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5인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전한 의료 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과 활용 혁신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의료데이터에 기반한 차세대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단일 법률 제정을 통한 법체계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김재선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내에선 진단 및 신약개발 영역뿐만 아니라 첨단재생의료, 맞춤형 건강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료 데이터 활용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기존의 법률들은 각각의 영역을 규율하고 있어 전 분야를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법제도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의료 데이터 활용이 미래 바이오 산업의 핵심 영역으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단일법을 마련해 자국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선 단일법 제정이 지연되며 산업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96년 '의료정보 보호 및 개인정보 보안에 관한 연방법(HIPPA)' 개정, 2016년 '21세기 치료법' 제정 등을 통해 의료 데이터 활용 기반을 구축해놓은 상태다. 일본과 독일 역시 각각 '유전체 의료 추진법(2023년)'·'건강 데이터 이용법(2024년)'을 통해 의료 데이터 활용 환경을 마련했다. 반면 한국은 권고에 가까운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체제로 단일법이 부재한데다, 생명윤리법, 개인정보보호법, 인공지능기본법 등 영역별로 개별볍이 산재해 실제 산업 활용도가 떨어지는 형국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의료 데이터는 동의와 비식별 요건을 갖춘 이후에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 또는 정보 주체의 직접 동의를 거쳐 연구 목적으로 활용되거나 공공 데이터 센터(바이오 뱅크)를 통해 활용된다"며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연구 성과가 불투명한 반면 데이터 제공기관으로서 의무·책임이 부과돼 보수적 입장을 취하게 되고, 환자는 데이터 활용 범위에 신뢰를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 동시에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김화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K-MELLODDY) 사업단장은 사업단이 추진 중인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멜로디 프로젝트)'의 사례를 들어 법제적 기반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학습이란 각 기업과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한 곳으로 모으지 않고, 개별적으로 AI를 학습시키는 기술로, 정보 유출 위험이 극히 적어 민감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이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법적 기반이 마련돼있지 않아 실질적 활용에는 제약이 크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김 단장은 “연합학습이 주요 해외국과 달리 국내에서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현 개인정보보호법상 연합학습 파라미터(입력값)가 개인정보인지 아닌지 모호하기 때문"이라며 “법적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으니 현장은 불명확성을 우려하며 활용을 꺼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합학습 기술 활용 법적 근거 마련 △범부처 추진체계 기반 시범사업 확대 △데이터 제공 기업(기관) 인센티브 마련 등 연합학습 기반 의료 데이터 활용 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소비자 관점에서 발생하는 민감정보 유출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 제공주체인 국민의 통제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의료 데이터는 다른 데이터와 결합했을 때 재식별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익명화를 기반으로 데이터 활용 체계가 전환된다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정부 차원에서 익명화에 대한 검증과 인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사전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정보 유출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 보상체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로보락처럼 한국에 말뚝 박자…中가전, 정수기·에어컨까지 ‘전방위 공습’

로보락의 로봇청소기 시장 진출 성공을 눈여겨 본 중국 가전 브랜드들이 정수기·세탁기·공기청정기 등으로 출시 제품군을 늘리며 '한국 시장 대공세'에 나선다. 진출 초기 특정 제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경쟁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가격 만족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넓혀온 중국 브랜드들이 국내 생활 가전 전반으로 파고드는 침투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가전 업계에 따르면, 로봇청소기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드리미는 헤어스타일러, 헤어드라이어, 음식물처리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한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드리미는 최근 정수기를 비롯해 선풍기·공기청정기 등 신제품 3종으로 구성된 '스마트 에어 케어 콜렉션'을 선보였다. 이어 하반기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 출시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단일 히트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가전 전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행보다. 또 다른 중국 가전기업 마이디어는 냉방가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들어 3~4월 두 달에 걸쳐 벽걸이형 에어컨 6종, 스탠드형 에어컨 2종을 잇달아 선보였다. 여름을 앞두고 계절성 수요가 큰 냉방가전 시장에 진입해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제품 확대를 넘어, 국내 가전시장 진입 전략이 '단일 히트 → 포트폴리오 확장'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확인된 '성공 공식'이 다른 가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생활가전 전반으로 옮아가는 초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중국 브랜드들의 한국 공략에서 또다른 주목할만한 흐름은 중대형 가전으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이다.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소형가전에서 벗어나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중대형 가전시장까지 노린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샤오미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 등을 판매하며 국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 온 샤오미는 에어컨·세탁기·냉장고 등 대형 가전 라인업도 갖출 전망이다. 앤드류 리 샤오미 국제사업부 동아시아지역 총괄은 이미 지난해에 “내년(2026년)에 한국으로 대형 가전을 들여오는 게 목표"라며 세탁기·냉장고·에어컨을 대표 제품으로 거론했다. 업계에선 중국 내수시장의 둔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 해외시장 확대가 필수과제로 떠오른 중국 가전 브랜드들이 한국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의 소매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1.7% 증가한 4조1616억위안을 기록했다. 앞선 1∼2월 증가율(2.8%)은 물론 시장 전망치(2.3%)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국내 가전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전업황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중국 브랜드의 잇단 제품 출시로 갈수록 국내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탓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28조7745억원으로 전년대비 5.7% 줄었다. 2022년 35조원에서 지난해 28조원대로 해마다 하락하는 추세다. 그동안 국내 가전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는 양강체제로, 외국 브랜드의 진입이 쉽지 않은 구조였다. 업계도 당장 중국 브랜드가 삼성·LG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일부 품목에서 시작된 경쟁이 세탁기·에어컨 등 핵심 생활가전으로 확산될 경우 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LG 중심의 양강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구도가 다극화 양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표적인 예외 흐름으로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로보락이 삼성·LG 철옹성을 무너뜨리면서다. 로보락은 지난해 연간 판매액 기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섰다.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운 로보락은 기술력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흡입력, 물걸레 자동 세척·건조 기능 등 고도화된 사양을 앞세워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동시에 확보하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을 주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의 가전 제품 라인업 확대는 로보락의 국내시장 성공 사례에서 자신감을 얻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종합생활가전 기업' 입지를 다지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인터뷰] “제조업 강한 한국, 亞 해상풍력 허브기지 능력 충분”

한국 해상풍력 산업이 '목표만 크고 성과는 더딘 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협의 구조를 통해 공급망을 육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다. 영국이 세계 2위의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거버넌스 모델을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해보겠다는 구상이다. 전 세계 해상풍력 성장을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오션에너지패스웨이(Ocean Energy Pathway)의 장다울 한국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나 “한국은 조선·철강·전선 등 해상풍력의 핵심 제조 기반뿐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해양 엔지니어링과 전력 인프라 역량까지 갖추고도 지난 20년 동안 해상풍력을 사실상 키우지 못했다"며 “이제는 정부가 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업계와 함께 실행 가능한 이행계획을 짜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션에너지패스웨이는 전 세계 해상풍력 성장 가속화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해양보호를 동시에 추진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글로벌 비영리 단체다. 한국·일본·인도·브라질 등을 포함한 약 9개국에서 활동하며, 정부와 산업계, 싱크탱크를 연결하는 중립적 정책 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 장 대표는 “해상풍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수단이면서도, 해양 생태계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하는 산업"이라며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도록 돕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한국 해상풍력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장기간의 정책과 실행 간의 괴리를 꼽았다. 그는 “한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상풍력 논의를 시작했고, 2011년 이명박 정부가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2030년까지 12GW 보급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 역시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인 2030년 3.2GW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실제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치량은 0.3GW에 그치는 등 아직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 대표는 “한국은 현재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해상풍력 단지가 많지 않다"며 “실증용·소규모 단지를 제외하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업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라며 “조선, 철강, 기계 등 해상풍력과 연계 가능한 산업 역량이 충분하고, 타워·하부구조물·케이블 분야에서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까지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장을 키우지 못해 결국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 삼성중공업, 효성,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기업들이 풍력 분야에 진출했지만 시장 부진과 정책 불확실성 속에 잇따라 사업을 접은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장 대표는 “당시 내수시장을 일정 규모로 키웠다면 한국이 지금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가졌을 것"이라며 “해상풍력은 한국이 충분히 세계 최상위권을 노릴 수 있었던 산업"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해상풍력 확산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높은 발전단가만을 지목하는 시각은 단편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해상풍력은 단순히 터빈 몇 기를 바다에 세우는 사업이 아니라 항만, 설치선박, 계통, 금융, 수용성, 인허가가 한꺼번에 맞물려야 돌아가는 중후장대 산업"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병목으로는 △전용 설치항만 부족 △설치선박 부족 △계통 연계 불확실성 △군(軍) 협의 및 어업 수용성 문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연 등이 꼽힌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 해상풍력 설치 역량을 사실상 결정하는 것은 항만"이라며 “현재 연간 설치 가능 물량이 제한적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치선도 충분치 않고, 현재 국내에서 운용 가능한 선박은 대형 차세대 터빈 설치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15MW급 이상 터빈이 본격화되면 선박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PF 문제도 핵심 변수다. 장 대표는 “입찰에 선정됐다고 바로 착공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은행이 조 단위 자금을 빌려주려면 계통, 군 협의, 주민수용성, 기술 검증 등 여러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상당수 사업이 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산업이 커지려면 '지속적인 수요'가 가장 중요하다"며 “연간 시장 규모가 예측 가능하고 실제로 이행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항만을 짓고, 선박을 만들고, 공급망 기업이 공장을 확충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주목하는 모델은 영국이다. 영국은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해상풍력 비용이 높았지만,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비용 절감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비용도 낮추고 세계 2위 수준의 해상풍력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는 “영국은 2011년 무렵 해상풍력 보급량이 2GW 수준이었지만, 그 시점에 이미 정부 주도로 '비용절감 TF'를 만들어 해상풍력 가격을 어떻게 낮출지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며 “이후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구를 만들고, 공급망·기술혁신·시장제도·금융·인허가 등 분야별 과제를 체계적으로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핵심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지속적인 협의와 점검 체계였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영국은 해상풍력 비용을 낮추기 위한 과제를 세운 뒤, 해마다 목표 대비 성과를 점검했다"며 “정부가 혼자 계획을 짠 것이 아니라 산업계와 함께 실행전략을 만들고 서로 역할을 분담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은 공급망을 세부 품목별로 구분하고 자국 생산, 보호, 산업 육성, 수입 등 전략적 선택지에 대해 기술 역량, 비용 효율성, 시장 가치, 파급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최고의 방식을 선택했다"며 “대부분을 처음부터 자국 기업이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접근이 아니라, 산업 발전 단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 현실적이었다. 또한 영국 내에 투자해 공장을 짓고 생산하는 경우, 자국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구분하지 않고 장려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한국도 최근 해상풍력 민관 거버넌스 구축에 나섰다. 장 대표는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후 가진 첫번째 장관과 풍력업계 간담회 이후 영국 사례를 참고한 민관 협력 구조의 필요성을 검토했고, 그 결과 해상풍력 분야에서 새로운 거버넌스의 틀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해상풍력법 상으로는 해상풍력 발전위원회와 실무위원회, 해상풍력발전추진단, 전담기관 등이 법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비용절감, 공급망 육성, 인프라 구축의 전략을 짜서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의 자문 역할을 하는 체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과거에도 유사한 협의체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운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차관이 직접 정부 측 공동 위원장을 맡고, 정부 측에는 해상풍력발전추진단과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을 비롯해 발전공기업, 전력계통·시장기관, 정책금융기관,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한다. 민간에서는 제주대 김범석 교수가 민간 측 공동위원장을 맡고, 한국풍력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산업계, 학계, 싱크탱크 등이 직접 참여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기존과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모였다는 사실이 아니라, 여기서 실제로 무엇을 만들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라며 “올해 안에 목표하고 있는 '한국 해상풍력 경쟁력 강화 전략'이 제대로 수립되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향후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로 2035년까지의 장기 입찰 로드맵을 꼽았다. 그는 “해상풍력은 공급망과 금융,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2~3년짜리 단기 계획으로는 기업들이 움직이기 어렵다"며 “2035년까지 어느 해에 어느 정도 물량을 시장에 낼 것인지 예측 가능한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며 “입지 조사와 개발, 설계·제조·설치·운영 등 전 주기에 걸쳐 필요한 다양한 전문 인력을 대학과 훈련기관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핵심이며, 석탄발전 등 기존 에너지 분야 인력의 전환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전략도 중요하다. 장 대표는 “지금 한국 해상풍력의 국내 공급망 비중을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한 번에 끌어올리려 하기보다, 우선 시장 자체를 키우면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부터 확실히 먹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타워, 하부구조물, 케이블, 항만, 시공, 유지보수, 금융, 보험, 법률, 인허가 등은 한국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라며 “블레이드와 나셀처럼 시간이 더 필요한 분야는 장기적으로 기술이전을 포함한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해상풍력이 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민간 시장에서도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내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낙찰가는 높은 편이지만, 해상풍력은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서 비용이 높다가도 보급 확대와 학습효과, 금융비용 하락, 공급망 확충을 통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며 “유럽 여러 국가들도 일정 보급량을 넘기면서 비용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2035년에 가까워지면서 비용이 충분히 낮아지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규모 전력 수요 기업과의 기업 전력직접거래(PPA)가 가능한 시점이 올 수 있다"며 “그 단계까지 가면 해상풍력은 단지 재생에너지 보급수단을 넘어 산업경쟁력과 전력시장 안정에도 기여하는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태양광만으로는 대규모 산업용 전력 수요와 24시간 탄소중립 전력 조달 요구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며 “한국에서 해상풍력은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RE100, CBAM, 기후공시와 같은 탄소 무역 장벽 대응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해상풍력은 잠재력 대비 지금까지의 성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던 산업"이라면서도 “2050년 150GW 이상의 방향을 가지고 앞으로 5년, 10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해상풍력은 한국의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분야"라며 “호주,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이 열릴 때 한국이 공급망 허브로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또다시 장밋빛 목표만 내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어떻게 낮출지, 어떤 인프라를 언제 깔지, 어떤 공급망을 우선 육성할지, 어느 정도 시장을 지속적으로 열 것인지까지 책임 있게 설계하는 것"이라며 “이번 민관 거버넌스가 그런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고령층 백신접종률 높지만 예방효과 낮아…고효능 백신 확대해야”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주요국에 비해 고령층의 예방접종률은 높지만 그에 비해 예방접종의 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고효능 백신'의 도입이 저조한 탓으로, 당장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고효능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이개호 의원이 '세계 예방접종 주간'(매년 4월 마지막주)을 앞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고령화 시대, 생애 전주기 예방접종 전략 정책토론회'에서 감염학과 교수와 질병관리청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령층 예방접종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어린이를 제외한 예방접종 지원사업이 여전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초고령사회에 맞춰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예방접종 정책 확대와 방향 설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따라 12세 이하 어린이, 65세 이상 고령층, 여성 청소년 등에게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폐렴구균, 인플루엔자(독감),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전액 무료로 받거나 일부 비용을 지원받는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NIP 사업 덕분에 현재 국내 65세 이상 고령자의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이 약 80%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0%대인 미국과 캐나다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예방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젊고 건강한 성인의 경우 백신 접종 시 60~80%의 예방효과를 보이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5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송준영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의 낮은 예방효과는 사용되고 있는 백신의 종류와도 관련이 있다"며 고령자 대상 '고효능 백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고효능 백신 중 하나인 면역증강 백신 '플루아드'는 표준 백신 대비 약 14% 더 높은 인플루엔자 예방 효과를 보였으며, 폐렴이나 중증 감염으로 인한 입원 예방 효과도 25~46%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이러한 고효능 백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은 국가 책임 하에 개인 비용 부담 없이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으며, 폐렴구균 백신 역시 기존 백신 소진 이후 고효능 백신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호주도 면역증강 백신 등 고기능 인플루엔자 백신을 중심으로 높은 접종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캐나다 역시 일부 주에서 고면역원성 백신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올해부터 고용량·고면역성 인플루엔자 백신을 국가예방접종(NIP)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폐렴구균 백신 역시 23가 다당질 백신에서 20가 단백결합 백신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대한감염학회가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상 예방접종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요양급여에 포함될 수 있어 급여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치료 중심 구조로 운영되는 만큼, 재정 상황에 따라 예방접종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축소되거나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예방접종 확대의 가장 큰 쟁점은 재정 부담이다. 노영준 미래소비자행동 사무국장은 “예방접종 확대 정책은 건강보험료 인상 등 전체 국민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 없는 재정 다각화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국민 인식과 수용성 반영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고령층이라 하더라도 거주지역, 건강상태, 재력 등에 따라 형식적인 대상 확대보다 비용 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하고, 백신의 정보와 효과 등 소비자의 알권리도 보장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정책과 하진 과장도 고효능 백신 도입에 대해 “백신 수급과 접근 인프라 구축, 접종 이후 부작용 추적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정부도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선의 정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효능 백신 도입을 둘러싸고 재정 부담뿐 아니라 공급 체계, 접종 인프라 관리 등 정책 전반에 걸친 복합적인 과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령화 진행으로 감염병 취약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책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지적이다. 단기적인 재정 부담을 이유로 예방접종 확대를 미룰 경우, 향후 중증 질환 증가로 인한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더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이 질병 발생 이전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공중보건 정책이라는 점에서, 예방 효과가 높은 백신 도입은 초고령사회에서 의료비 절감과 사회적 비용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혜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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