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이란 전쟁과 에너지 실용주의](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50702.05b45b3b37754bef91670415ae38a4b8_T1.jpg)
최근 영국 집권 노동당은 제3국에서 정제한 러시아 석유 수입을 허가하는 '일시적' 제재 면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북해 신규 석유와 가스채굴을 반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케미 바데노크 당대표를 비롯한 보수당은 자국 탄화수소 채굴 대신 러시아산 수입을 위해 제재를 해제한 노동당의 행동을 미친 짓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보수당 집권 당시 에너지부 장관이었던 클레어 큐티뉴는 이 조치가 탄소배출을 오히려 증가시키며 외국 에너지 의존도를 더 심화시키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석유와 가스 차단이 전 세계에 어떤 충격을 주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상황을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기회로 삼자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프로젝트를 오히려 포기하고 있다. 토탈에너지는 5월 초 무려 80억 유로를 제시하며 낙찰받은 독일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뜻을 내비쳤다. 7.5기가와트 규모의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독일 에너지 전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BP 역시 JERA와 조인트벤처로 참여한 프로젝트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올해 초만 해도 JERA는 규모의 경제로 풍력기업과 협상력을 향상시켜 일본에서도 해상풍력을 정착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일본 내 해상풍력은 이미 정부 주관공모 입찰 1호였던 미쓰비시부터 철수한 상황이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 차질을 넘어서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 말처럼 '역사상 최대 에너지 위기'로 진행 중이다. 중동 위기는 디젤과 제트유의 위기이자 비료 부족으로 인한 식량 위기, 헬륨과 나프타 부족으로 인한 주요 산업과 일상생활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여름이 오면 태양과 바람이 없는 시기 전력공급이 타이트해지면서 본격적인 에너지 부족 여파가 전 세계를 강타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를 극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란 전쟁 이전 에너지 위기를 겪었던 세계는 지금은 희미해진 넷제로와 ESG 대신 '실용주의'란 단어를 꺼냈었다. 에너지 수요급증에 따른 현실적 접근을 뜻하는 이 개념은 탈석탄과 ESG 기치를 내걸었던 블랙록이 화석연료 투자를 재개하면서 사용하기도 했다.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와 분자 부족을 우려하는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에너지 정책이 어떤 것이건 간에 에너지 실용주의 노선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 일본까지 석탄발전 전력 생산이 급증하고 있으며 넷제로를 공약으로 정권을 차지했던 영국 노동당 역시 현실적인 에너지 부족을 러시아 탄화수소로 메꾸기 위한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탈원전과 탈석탄 공약으로 정권을 잡은 이재명 정부 역시 탈원전 노선을 버렸고 이란 전쟁 이후 일부 석탄발전을 '안보 전원'으로 지정해 계속 가동 의지를 천명했다. 또한 한일 정상회담에서 원유, LNG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점도 에너지 실용주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란 전쟁 이후 세계 각국의 에너지 안보정책 마지막 열쇠는 국내 에너지 생산이 될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쟁자금을 지원하는 러시아 화석연료 수입 대신 북해 석유와 가스채굴이 배출량 감소를 4배 줄이고 40%에 해당하는 영국 내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려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며, 20만 명에 달하는 북해 유전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1960년대 이후 4천억 파운드의 생산세를 납부한 이곳의 160억 파운드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는 노동당의 청정에너지 전환 투자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한국 역시 이란 전쟁 이후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배출량 감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내 석유와 가스 생산의 실용적 접근을 모색할 시기가 왔다. ADNOC CEO는 올해는 물론이고 2027년 1분기까지 호르무즈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공급부족에 에너지 다변화만으론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영국은 러시아 제재를 일시적이라 말했지만, 법적 면제조치는 무기한이다. G7의 탈석탄 선언은 자국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조치를 철회할 수 있다. 서구의 실용주의는 이미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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