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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흔든 코스피…증권가 “추세 하락보다 분할매수” [주간증시]

국내 증시는 이번 주에도 단기 변동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의 관심은 투자심리 회복 여부에 쏠리고 있다. 증권가는 최근 급락을 펀더멘털 훼손보다 수급과 투자심리 변화에 따른 일시적 조정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 변동성 속에서도 투매보다 분할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6일 코스피는 장중 8% 이상 밀리며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대규모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했고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낙폭을 키웠다. 급락의 표면적인 배경으로는 메모리 업황을 둘러싼 우려가 지목된다. 미국 마이크론이 메모리 공급 부족 장기화를 전망한 데 이어 애플이 반도체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향후 반도체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하락의 본질을 업황 악화보다 시장 구조에서 찾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에서 절반을 웃도는 상황에서 개인 자금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반도체 ETF로 집중되면서 상승폭도, 하락폭도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분석이다. 작은 악재에도 반도체에서 매물이 나오면 ETF와 패시브 자금이 연쇄적으로 움직이면서 변동성이 증폭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반기말 리밸런싱도 악재였다. 반기말은 1년을 두 구간으로 나눴을 때 상반기(1~6월)가 끝나는 시점을 뜻한다. 이 시기에는 펀드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자산 비중을 다시 맞추는 리밸런싱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의 차익실현과 기관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됐다. 최근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며 이동평균선과의 괴리가 커진 만큼 기술적 조정이 겹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증권가는 이번 조정을 추세적인 하락의 시작으로 보지는 않는다. 국제유가는 중동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왔고 메모리 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 역시 아직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장을 흔든 것은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와 수급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주 시장의 관심은 투자심리 회복 여부에 쏠릴 전망이다. 우선 이달 수출 지표가 반도체 수출 흐름을 다시 확인시켜 줄지 주목된다. 이어 발표될 삼성전자 잠정실적은 메모리 업황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실적이 예상치를 유지한다면 최근 조정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다만 증권가는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레버리지 ETF를 중심으로 형성된 수급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로 쏠린 자금이 유지되는 한 급등과 급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포에 따른 투매보다는 분할매수를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기업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지수 하단도 점차 견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급락은 실적 전망 하향이나 업황 악화보다 수급이 만든 조정의 성격이 강해서다.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중장기 상승 추세까지 훼손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주가 변동성은 펀더멘털보다는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에 기인한 성격이 강하다"며 “국제유가는 중동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는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연구원은 “향후에도 투자심리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매크로 여건과 기업 이익 성장세가 견조한 만큼 이번 조정이 추세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매도 대응보다는 관망 또는 변동성 확대 시 분할매수 전략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LG U+, 지엔씨에너지와 AIDC 전력 인프라 강화

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AIDC)의 안정적인 구축 및 운영을 위해 발전설비 전문기업 지엔씨에너지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AI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비상 발전기 등 전력 설비 확보는 AIDC 구축 일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MOU를 통해 지엔씨에너지는 LG유플러스가 구축 중인 파주 AIDC에 비상용 발전기를 공급하고, 향후 LG유플러스가 추진하는 AIDC 관련 전력 인프라 전반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나아가 핵심 설비 적기 대응 역량 강화, 증설 및 확장을 고려한 표준화 등에 대해서도 협력할 계획이다. 정숙경 LG유플러스 AIDC사업담당(상무)은 “AI데이터센터는 전력 인프라의 안정성이 곧 경쟁력"이라며 “핵심 설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AI 인프라 공급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 기반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는 “LG유플러스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분야에서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LG유플러스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시속 1200㎞ 하이퍼튜브·AI 철도” 속도·지능 경계 ‘극복’

철도의 미래가 '더 빠른 이동'과 '더 똑똑한 운영'이라는 두 갈래에서 동시에 달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진공에 가까운 튜브 안에서 자기부상 열차를 달리게 하는 하이퍼튜브가 시속 1200㎞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인공지능(AI)이 철도차량의 설계와 제작, 운행, 정비 전 과정을 연결하는 '피지컬 AI' 철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마지막 날 전략기술세미나에서는 민재홍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하이퍼튜브연구단장과 이원상 현대로템 최고기술책임자(CTO·상무)가 각각 '철도 기술의 비전과 미래', '철도 모빌리티 분야 AX 및 피지컬 AI 활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민 단장은 하이퍼튜브를 “철도 속도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소개했다. 하이퍼튜브는 진공에 가까운 튜브 안에서 차량을 자기부상 방식으로 띄우고 선형모터로 추진하는 개념이다. 바퀴와 레일의 마찰, 공기저항을 크게 줄여 기존 고속철도보다 훨씬 높은 속도를 목표로 한다. 기존 철도는 속도가 높아질수록 공기저항이 급격히 커지는 구조다. 특히 공기저항은 속도의 세제곱에 비례해 증가하는 만큼, 시속 350~400㎞를 넘어서는 구간부터는 속도 향상보다 에너지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하이퍼튜브는 공기 밀도를 낮춘 튜브와 자기부상 기술을 결합해 이 한계를 넘겠다는 구상이다. 철도연은 축소형 시험 장치에서 시속 1200㎞ 수준의 주행을 구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아진공 환경에서도 공기 압축에 따른 속도 한계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오송 시험선에 180m 규모의 하이퍼튜브 시험선을 구축 중이다. 기존 자기부상열차 시험선로를 개조해 추진과 부상 성능을 검증하는 시설로 활용하며, 올해 10월부터 추진 성능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민 단장은 “하이퍼튜브는 단순히 빠른 열차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속도와 에너지 효율, 승차감, 안전성, 경제성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복합 시스템"이라며 “시험선 구축과 함께 실제 운행 모델의 건설비·운영비를 분석해 상용화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연은 향후 시험 결과를 토대로 실용화 모델과 운영 개념을 재정립할 방침이다. 단순히 더 긴 시험선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와 노선, 차량 크기, 운행 방식, 건설·운영 비용을 함께 따져 경제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로템은 AI 전환의 무대를 열차 자체로 확장했다. 피지컬 AI는 로봇만을 뜻하는 개념이 아니라, 물리 법칙이 작동하는 실제 공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예측·판단·제어까지 수행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철도차량은 달리는 동안 진동과 온도, 마모, 전력 사용량 등 방대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만큼 피지컬 AI를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 산업 장비라는 설명이다. 이원상 현대로템 CTO는 “철도 모빌리티의 AX는 단순히 AI 기능 하나를 붙이는 문제가 아니라 설계와 제작, 운행, 유지보수까지 전 생애주기를 데이터로 연결하는 일"이라며 “철도차량 자체가 피지컬 AI의 핵심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우선 사내 업무 자동화 분야에서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철도차량 수출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문서 번역, 부품목록 작성, 도면 검토, 기술 변경사항 비교 등 반복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철도차량 부품 카탈로그 작성은 기존에 프로젝트당 수개월이 걸리던 작업이지만, AI를 활용하면 수주 단위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대한 도면과 부품 데이터를 사람이 수작업으로 정리하는 대신 AI가 부품번호를 기반으로 형상과 도면, 관련 정보를 연결하는 구조다. 디지털트윈도 제조 현장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현대로템은 차량 설계 데이터와 생산설비, 조립 순서, 작업자 동선, 지그와 치구 정보를 가상공장에 구현해 실제 제작 전에 공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조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간섭과 작업 순서 문제, 로봇 동선 등을 미리 찾아내 공정 지연과 재작업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이 CTO는 “예전에는 차량 3차원 모델을 화면에 띄우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GPU 성능 향상으로 이제는 복잡한 철도차량 모델도 실시간에 가깝게 구현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됐다"며 “설계와 제작, 운영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AI 기반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차량과 인프라에 부착한 센서가 진동, 온도, 마모 등 상태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이를 엣지컴퓨팅과 통신망을 통해 분석해 고장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정기적으로 차량 지붕이나 하부에 올라가 판토그래프와 대차 상태를 직접 점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카메라와 3차원 스캐너가 자동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AI가 이상 징후를 판별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교통공사 9호선에서는 카메라와 3D 스캐너를 활용해 차량 부품 상태를 자동 점검하는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차량이 검사 설비를 통과하면 AI가 마모와 변형 여부를 분석하고, 문제 발생 가능성과 유지보수 필요 시점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트램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기술과 AI 관제가 결합된다. 일반 철도와 달리 트램은 도로 위에서 자동차와 보행자, 자전거 등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만큼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를 활용해 선로 주변 위험 요소를 실시간 인식해야 한다. 현대로템은 선로 위 장애물과 보행자, 차량을 감지하고 정밀 정차를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교차로 신호체계와 연계해 트램에 우선신호를 부여하면 표정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이 CTO는 “피지컬 AI는 특정 로봇이나 단일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물리 세계의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피드백을 통해 다음 단계로 고도화하는 AI"라며 “철도는 설계·제조·운영·유지보수 전반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이퍼튜브가 '시속 1000㎞ 시대'라는 철도의 지평을 넓히는 기술이라면, AX와 피지컬 AI는 지금의 철도를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다. 하나는 미래의 속도를 향하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철도를 학습시키고 있다. 결국 두 기술은 철도가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스스로 상태를 읽고, 위험을 예측하며, 더 멀리 달리는 지능형 인프라로 바뀌는 길목에서 만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패트롤] 경기도-동두천시-양주시-의정부시-포천시

의정부=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경기도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의료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미등록 외국인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경기도 외국인 공공보건 접근성 향상 및 협력체계 구축 조례'가 경기도의회를 통과했다. 김성환 경기도 이민사회지원과장은 28일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의 건강권 문제는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라며 “조례 취지를 바탕으로 의료 접근성 향상과 공공-민간 의료 협력체계 구축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줄이고, 지역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공공보건 안전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례는 외국인의 의료 접근 문제를 개인의 어려움이나 일회성 지원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공공보건 안전망 구축 과제를 제도화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에게 병원 이용은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다. 국제 수가 적용으로 진료비가 높아지고, 언어 장벽과 의료정보 부족까지 겹치면서 증상이 있어도 병원 방문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경기도는 건강보험 미적용 외국인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할 경우 개인 건강 악화뿐 아니라 응급상황 심화, 감염병 확산 등 지역사회 보건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이번 조례를 마련했다. 조례 주요 내용은 건강보험 미적용 외국인의 의료 접근성 향상과 공공보건 안전망 구축을 위한 경기도지사 책무를 비롯해 △지원 대상과 우선지원 대상 규정 △협력 의료기관-공공보건기관-민간 의료지원 연계 기관과 협력 △의료통역 및 보건의료 정보 제공 △예방접종-감염병 관리 등 공공보건 서비스 연계 등을 담고 있다. 경기도는 조례를 근거로 우선 협력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건강보험 미적용 외국인이 실제 진료와 공공보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통역-동행-상담-사례관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공공병원과 보건소 등 공공보건기관과 연계해 예방접종, 감염병 관리 등 공공 보건상 필요한 진료를 확대하는 등 민간 의료지원 연계 기관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원 대상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경기도에 90일 이상 거주한 외국인 중 공공보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람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감염병 의심자 또는 확진자는 우선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범위는 감염병 예방, 모자보건 등 공공보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된다. 한편 경기도는 앞으로 관련 부서와 시-군, 의료기관, 민간 공제기관, 외국인 지원기관 등과 협의해 구체적인 사업 방식과 추진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동두천=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동두천시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이 2026년 전쟁-군사박물관 협력망의 교육 콘텐츠 개발-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전쟁-군사박물관 협력망은 국내 전쟁-군사 분야 박물관-기념관 간 교류 협력과 학예역량 강화를 위해 전쟁기념관(전쟁기념사업회)이 주관하고 국가보훈부가 지원해 구축한 네트워크로, 전국 5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는 협력망 소속 기관들을 대상으로 매년 공모를 거쳐 전시 및 교육 콘텐츠를 개발-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은 소장 유물인'한국전쟁 노르웨이 참전용사 다비드 란뷔의 일기'를 주제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및 체험-활동지를 개발하고자 이번 지원사업에 신청했으며, 심사를 거쳐 교육 콘텐츠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종 선정됐다. 전쟁기념사업회로부터 교육 콘텐츠 개발 비용 일체를 지원받게 된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은 올해 하반기까지 해당 교육 콘텐츠 공동개발을 완료한 뒤 내년부터 활용할 예정이다. 곽미영 동두천시 문화예술과장은 28일 “노르웨이 참전용사 다비드 란뷔(David Randby)의 일기는 동두천시가 주한노르웨이 대사관으로부터 기증받은 유물이며 작년 번역 작업을 거쳐 올해 경기도 등록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예비 심의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교육 지원사업 최종 선정을 계기로 향후 자유수호평화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양주=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양주시가 제7대 강수현 양주시장 퇴임식을 지난 26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퇴임식에는 기관-사회단체장, 시민, 직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감사패 전달, 그동안 발자취를 돌아보는 기념 영상 상영과 퇴임사 순으로 진행됐다. 강수현 시장은 스물세 살 나이에 고향인 양주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33년간 근무한 뒤 2022년 양주시장으로 취임하기까지 평생을 양주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시민과 함께 도약하는 양주'를 비전으로 2022년 7월 취임한 강수현 시장은 '경기북부 중심 도시'로 도약을 목표로 시민-현장 중심 행정을 펼쳤다. 특히 오랜 염원이던 △경기북부 공공의료원 유치 확정 △교육발전특구 지정 및 자율형 공립고 2.0 선정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옥정~포천) 개통을 통한 교통 체증 해소 등 굵직한 현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수현 시장은 퇴임사에서 “취임 시 약속드렸던 종합병원급 병원 유치와 명실상부한 교육도시로 변모를 시민과 함께 이뤄낼 수 있어 진심으로 기쁘고 감사했다"며 “업무에 바쁘다는 이유로 늘 미안함이 컸던 아내 심은실 여사와 두 아들, 며느리에게도 깊이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향후 양주시가 해결해 나갈 과제로 △과천 경마장 및 태릉 국제 스케이트장 유치 △전철 7호선 조기 개통 및 GTX-C노선 양주역 정차 △은남산업단지 및 테크노밸리 조기 준공 등을 언급하며 “양주의 멋진 발전을 위해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400여명 양주시 공직자를 향해 “여러분은 시장이 누구이든 관계없이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고 양주시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일하는 분들"이라며 “여러분 노력이 곧 양주 미래인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애정 어린 당부를 남겼다. 한편 영예롭게 임기를 마친 강수현 시장은 퇴임식 직후 청사 로비에서 직원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따뜻한 환송 속에 양주시청을 떠났다. 의정부=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의정부시가 산지형 공원인 추동공원에서 시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한 공원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한 '추동근린공원 극한호우 피해지 복구사업'을 완료했다. 이번 사업은 숲속마당, 청사초롱 유아숲체험원, 무장애 행복길 3곳 총 3300㎡ 면적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극한호우로 발생된 피해지를 전면 복구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계곡부 정비 및 구조물 보강에 중점을 뒀다. 시민 생명과 재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의정부시는 설계를 신속하게 완료하고 재난 안전 분야 특별조정교부금 5억원을 교부받아 지난 3월 공사에 들어갔으며 장마철 전 마침내 사업을 완료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숲속마당 인근 계곡부에 큰돌골막이와 목교를 설치하고, 청사초롱 유아숲체험원 주변에 측구수로관과 배수관을 설치했다. 능골 무장애 행복길 주변에는 큰돌찰쌓기와 데크목교 보수 등을 실시해 시민이 추동공원을 보다 안전하게 이용하고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공사 기간 중 호우로 인한 추가 붕괴와 토사 유출을 예방하고 공원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곡부 배수로를 신속히 정비하고 관로 매설 작업을 우선 시행했다. 또한 시민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안내 현수막을 설치하고 우회로를 확보했다. 지속적인 안전 점검을 통해 시설물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하자 점검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의정부시는 이번 사업과 별도로 CCTV와 경관 조명 등을 확충하기 위한 '추동 환경 개선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고, 추동공원 내 안전취약지역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추동공원 안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을 꾸준히 발굴-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포천=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포천시는 시민 건강 증진과 힐링 공간 제공을 위해 직동저수지 일원에 '흙향기 맨발길'을 조성했다. 소흘읍 직동리 479번지 직동저수지 인근에 100m 길이로 조성된 흙향기 맨발길에서 시민은 저수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맨발 걷기를 즐길 수 있다. 이용객 편의를 위해 그늘막과 옥외용 벤치, 앉음벽을 설치했고 구절초와 원추리를 심어 시민 눈을 즐겁게 했다. 포천시는 이번 맨발길이 휴식과 여가, 정서적 안정을 제공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홍탁 산림공원과장은 28일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생활밀착형 맨발길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우리 시가 추진하고 있는 100세 건강정원도시에 맨발길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천시는 앞으로 야외 운동기구와 차양 등 편의시설을 더해 흙향기 맨발길을 누구나 즐겨 찾는 건강 쉼터로 가꿔 나갈 예정이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월덱스 이사회에 상속·증여 전문가…승계 포석?

반도체 식각(食刻)공정 부품기업 월덱스의 이사회 구성을 두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증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주의 두 아들이 사내이사에 올라와 있는 가운데, 사외이사 두 자리를 모두 상속·증여·세무 전문가가 채우고 있어서다. 월덱스는 2대 주주 VIP자산운용과 이사 보수 한도, 주주환원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런 거버넌스 논란이 이사회 구성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월덱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는 배종식 대표이사와 배기화 부사장, 배영수 부사장, 정정구 이사다. 배기화·배영수 부사장은 각각 배 대표의 장남과 차남으로, 등기이사 6명 가운데 절반을 오너 일가가 차지한다. 배영수 부사장은 2024년 처음 이사회에 들어왔다. 임기는 3년으로 내년 3월까지다. 배기화 부사장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처음 이사로 선출됐다. 배기화 부사장은 월덱스 종속회사였던 이코루미 대표를 맡아 신사업 진출을 진두지휘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코루미는 LED 조명장치를 만드는 기업으로 2011년 출범했다가, 2023년 파산 신청했다. 매년 수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모회사인 월덱스는 자회사 생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여금을 지원했지만 끝내 파산에 이르렀다. 월덱스는 대여금과 미수수익 전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해 손실로 반영했다. 사외이사 두 명은 모두 승계·증여·세무 분야 전문가다. 정작 회사 사업과 맞닿은 반도체·소재나 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는 사외이사에 포함돼 있지 않다. 최성환 사외이사는 상속·증여 컨설팅기업 마에스트로7의 대표이사로 가업승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최 이사는 2021년 처음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 2024년 재선임되어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정상우 사외이사는 국세청 출신으로, 세무법인 세움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해당 세무법인은 기업 세무조사 대응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처음 선임됐다. 임기는 3년이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이런 구성이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과 거리가 있다고 본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사외이사는 회사의 장기 전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본시장이나 기업 거버넌스 전문가, 또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물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지금 계신 승계 전문가나 국세청 출신은 그런 조건에 부합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사 이사회 구성은 도저히 좋게 평가하기 어렵다"며 “다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최성환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잘 나오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성환 사외이사는 지난 2022년부터 2025년 말까지 이사회 출석률이 38%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16번의 이사회 중 6번만 참석했다. 실제로 한국ESG연구소 등 의결권 자문사들은 2024년 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직전 임기(2021~2023년)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이 주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의심은 지분 구조와 맞물려 있다. 1951년생인 배 대표는 월덱스 지분 34.7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 중인 두 아들은 회사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향후 승계를 위해서는 자녀들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증여나 상속에 대비해 이사회 진용을 미리 갖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증여 부담을 낮추기 위해 회사가 주가를 의도적으로 누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상장주식의 증여·상속세는 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만큼, 주가가 낮을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월덱스는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 21.3%, 자기자본이익률(ROE) 22.7%로 동종업계 최상위권 수익성을 기록하고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만 2300억원에 달하지만, 배당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남우 회장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뛰어난 회사인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주가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사회 면면을 보면 회사의 투자나 자본 배치와 관련된 것보다는 대부분 승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러니 승계 전문가들이 주가 누르기를 주도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덱스 측은 에너지경제신문 질의에 “이사진의 전문성 확대를 위한 경험이 풍부한 분들을 모시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누르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본업을 운영하다보니 자본시장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벌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IR 활동도 적극적으로 시행하며 자주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KGC, 변리사협회 80주년 기념식서 지식재산처장상 수상

KGC가 지식재산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식재산처장상을 수상했다. 70여개국에 상표를 등록하고 중국에서 정관장 저명상표 판결을 받는 등 K-브랜드 위상을 높인 점이 평가받았다. KGC는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대한변리사협회 창립 80주년 기념 포상에서 지식재산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식재산처장상을 수상했다고 28일 밝혔다. 대한변리사회는 창립 80주년을 맞아 국가 지식재산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포상했다. KGC는 1955년부터 해외에 본격 진출해 한국 홍삼을 알려 왔다. 2020년에는 중국 법원에서 정관장 저명상표 인정 판결을 받았고, 2022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색채 상표를 등록했다. 인삼재배 관련 특허는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상표 권리는 70여개국에서 8467건을 확보했다. 특허와 디자인, 실용신안, 품종 등도 850여건을 창출했다. 연구개발 성과도 함께 인정받았다. KGC는 인삼·홍삼의 활용성을 높이는 기술 특허와 함께 인삼·생약의 기원 판별, 인삼 품종 및 재배 편의성 향상을 위한 기술 특허를 확보해 왔다. 앞서 KGC는 2023 기업지식재산대상에서 산업통상부 장관상을 받았다. KGC 관계자는 “이번 수상은 지식재산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꾸준한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톱티어 종합건강기능식품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확보와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막걸리가 빙수로…국순당·구테로이테 여름 디저트 협업

국순당이 막걸리의 음용 방식을 넓히기 위해 디저트 협업에 나섰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구테로이테와 손잡고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를 베이스로 한 빙수·그라니따·라떼 3종을 여름 한정으로 출시한다. 국순당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구테로이테와 협업해 막걸리를 활용한 여름 디저트 3종을 선보인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나온 메뉴는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빙수와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그라니따, 막걸리 라떼다. 세 메뉴 모두 국순당의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를 기본 재료로 만들었다. 판매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구테로이테 본점에서 여름 한정으로 이뤄진다. 국순당은 취급 매장을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다. 막걸리 빙수는 막걸리를 얼려 만든 빙수 베이스에 쌀의 단맛과 발효 풍미를 담았다. 그라니따는 얼린 막걸리 위에 에스프레소 샷을 더해 막걸리 풍미와 커피 향을 함께 냈다. 막걸리 라떼는 막걸리의 쌀향과 발효 풍미에 에스프레소의 바디감을 더한 커피 메뉴다. 두 회사는 막걸리를 카페 메뉴로 재해석하기 위해 이번 메뉴를 함께 개발했다. 베이스로 쓰인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는 지난 2020년 출시된 1000억 유산균막걸리 시리즈 제품이다. 유산균배양체 1000억개 이상과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인 프락토올리고당 1000㎎이 들어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국순당은 막걸리의 새로운 음용 경험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꾸준하게 시도하고 있다"며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특유의 상큼하고 깔끔한 신맛 및 감칠맛이 빙수, 커피 등과 어우러진 새로운 K-디저트로 막걸리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사람 살리는 에어컨, 지구는 죽인다…‘냉방 딜레마’에 빠진 인류 [기후신호등]

2026년 여름 유럽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40℃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냉방 시설이 부족한 학교와 병원, 노인 요양시설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한때 유럽에서 에어컨은 '미국식 사치품' 혹은 '에너지 낭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에어컨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라 생존 장비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역설이 숨어 있다. 에어컨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지만, 에어컨 사용이 늘어날수록 전력 소비가 증가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늘어난다. 그리고 그 결과 기후변화가 더욱 심화돼 미래의 폭염은 더욱 강해진다. 인간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켜지만, 그 행동 자체가 더 뜨거운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에어컨의 역설(Air Conditioning Paradox)' 또는 '냉방 딜레마'라고 부른다. 인간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냉방이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가 직면한 대표적인 환경·사회적 딜레마다. ◇폭염은 왜 '침묵의 살인자'인가 폭염은 흔히 태풍이나 홍수보다 덜 극적인 재난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기상재해 가운데 하나다. 폭염이 무서운 이유는 인체의 체온조절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상적으로 36~37℃의 체온을 유지한다. 뇌의 시상하부는 일종의 체온 조절 장치 역할을 하며 땀 분비와 혈관 확장을 통해 열을 배출한다. 그러나 기온이 피부 온도 수준인 35℃ 안팎을 넘어가면 신체는 더 이상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외부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가장 위험한 질환은 열사병이다. 체온이 40℃ 이상으로 상승하면 피부 냉각을 위해 혈액이 피부 쪽으로 집중된다. 그 결과 간과 신장, 위장관 같은 주요 장기에 충분한 산소와 혈액이 공급되지 못한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져 사망할 수 있다. 심혈관계도 큰 타격을 받는다. 더운 날씨에는 체내 열을 배출하기 위해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혈액을 순환시켜야 한다. 이는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일부 연구에서는 최고기온이 1℃ 상승할 때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 위험이 2%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신장질환과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심한 탈수는 급성 신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악화시키고 자살률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폭염을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부른다. 홍수나 태풍처럼 눈에 띄는 파괴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훨씬 많은 생명을 서서히 앗아가기 때문이다. ◇누가 폭염에 가장 취약한가 폭염은 모든 사람을 괴롭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위험하지는 않다. 가장 취약한 집단은 고령자다.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땀 분비 능력이 감소하고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진다. 갈증을 느끼는 감각도 둔화돼 탈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어 위험이 더욱 커진다. 만성질환자도 위험군이다. 심장병, 당뇨병, 신장질환 환자는 더위에 대한 신체 적응력이 낮다. 혈압약과 이뇨제, 일부 항우울제와 항히스타민제는 체온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거나 탈수를 촉진할 수 있다. 저소득층 역시 폭염의 대표적 피해자다. 에어컨을 구매할 수 없거나 전기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냉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냉방 빈곤(cooling poverty)'이라고 불린다. 이탈리아 유로-지중해 기후변화센터(CMCC)의 지아코모 팔케타(Giacomo Falchetta) 박사 연구팀은 지난 2024년 9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50년에도 약 40억 명이 적절한 냉방 없이 폭염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외 노동자도 취약하다. 건설노동자, 농업 종사자, 택배기사, 군인 등은 폭염 속에서 장시간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열사병 위험이 높다. ◇유럽의 비극, 2003년 폭염이 남긴 교훈 오늘날 유럽에서 에어컨 논쟁이 뜨거운 이유는 2003년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2003년 여름, 유럽은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수 주 동안 기록적인 고온이 지속됐고, 약 7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에서만 약 1만5000명이 사망했다. 당시 사망자의 상당수는 혼자 거주하던 노인이었다. 유럽의 많은 가정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병원과 요양시설도 폭염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유럽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이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폭염 경보 체계를 정비하고 냉방 대책을 강화했다. 그러나 동시에 “에어컨을 대폭 늘려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논쟁도 시작됐다. ◇에어컨이 만드는 새로운 기후위기 문제는 에어컨이 결코 공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약 10%가 냉방에 쓰이고 있다. 냉방 부문은 이미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의 증가 속도다. 중국 베이징공과대학교의 장홍즈(Hongzhi Zhang) 박사와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샨위리(Yuli Shan)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지난 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에어컨 사용 증가만으로도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추가로 0.03~0.07℃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냉방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 소비와 냉매 배출을 함께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는 2050년 냉방용 전력 수요가 4493 TWh(테라와트시, 1TWh=10억 k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전력 소비량과 비교해도 엄청난 규모다. 이탈리아 CMCC 재단 연구팀은 2024년 논문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 주거용 에어컨 보급률이 41%로 증가하고, 에어컨 보유 가구 수가 9억 가구에 이르러 주거용 냉방 전력 수요만 1,940TWh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냉매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는 이산화탄소보다 수천 배에서 최대 1만4800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 에어컨이 폐기되거나 누출될 경우 상당한 기후 영향을 미친다. ◇유럽을 갈라놓은 '에어컨 논쟁' 유럽에서 논쟁이 치열한 이유는 두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에어컨은 생명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학교와 병원, 노인요양시설에 냉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우파 정당들은 냉방 부족을 정부의 무능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에어컨은 환경적 괴물"이라고 주장한다. 녹색당과 환경단체들은 에어컨 보급 확대보다 도시 녹화와 단열 강화, 건축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양측 모두 틀리지 않다. 폭염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려면 냉방은 필수다. 그러나 무분별한 냉방 확대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킨다. 인류는 지금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에어컨을 늘려야 하지만,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에어컨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딜레마와 마주하고 있다. 사실 2003년의 비극이 단순히 에어컨이 없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주장도 많다. 오히려 많은 연구자들이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이다. 유럽에서는 8월이 대표적인 여름 휴가철이고, 프랑스에서는 가족들이 장기간 휴가를 떠나는 문화가 강하다. 당시 많은 노인들이 도시의 아파트에 홀로 남겨졌고, 더위에 쓰러져도 발견해 줄 가족이나 이웃이 없었다. 실제로 사망자 상당수는 혼자 살던 고령층이었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폭염 경보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독거노인 관리 체계나 냉방센터(무더위 쉼터), 폭염 대응 의료 시스템 등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2003년 폭염은 흔히 '기후 재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고립의 재난'으로 평가된다. ◇해법은 에어컨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해법이 “에어컨 사용 금지"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냉방"이라고 말한다. 첫째는 무더위 쉼터 확대다. 경로당, 주민센터, 도서관, 체육관, 호텔 등을 냉방센터로 활용하면 취약계층이 가구마다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아도 폭염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호텔을 야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둘째는 도시 자체를 시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원과 가로수, 녹지 확대는 '도시의 에어컨'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큰 가로수 한 그루는 여러 대의 에어컨에 해당하는 냉각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는 패시브 쿨링이다. 차양막, 단열재, 반사 지붕, 쿨루프 등을 활용하면 에어컨 없이도 실내 온도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 UCL의 오스카 브루스 교수 연구팀은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쿨루프가 도시 온도를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보고했다. 넷째는 고효율 냉방기술과 재생에너지 확대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고효율 히트펌프와 저온난화 냉매를 보급하면 냉방에 따른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생명을 지키면서 지구도 지켜야 한다 21세기 들어 폭염은 더 이상 예외적인 재난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계속되는 한 폭염은 더욱 길고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대에 에어컨은 분명 생명줄이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 만성질환자에게 에어컨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류는 냉방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 결과 더 뜨거운 지구를 만드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해답은 “에어컨이냐, 환경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필요한 사람은 안전하게 냉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도시 설계와 건축, 에너지 시스템, 사회복지 정책을 함께 바꾸는 것이다. 무더위 쉼터와 녹지 확대, 패시브 쿨링, 고효율 냉방기기, 재생에너지 전환은 모두 그 해법의 일부다. 폭염 시대의 진정한 과제는 에어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에어컨에만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사람의 생명과 지구의 미래를 동시에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수도권 일극 깬다…李, 첨단산업 지도 다시 그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발표하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핵심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다. 1000조 원을 넘어서는 전체 투자 규모 가운데 절반 이상이 광주·전남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만난 이후 삼성전자의 광주·전남 반도체 전공정 팹(fab) 투자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SK하이닉스도 전공정 팹은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까지 망라한 투자로 광주·전남 클러스터에 먼저 힘을 보탰다. 투자가 현실화되면 수도권에 집중됐던 국내 첨단산업 지형도가 호남(반도체)·영남(피지컬 AI)·충청·강원(AI 데이터센터) 등 권역별 특화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3대 권역별 산업 특화다. 광주·전남 등 호남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제2 반도체 클러스터'가, 경남 창원·사천 등 영남권에는 한화·두산 등을 중심으로 우주항공과 로봇을 아우르는 '피지컬 인공지능(AI) 종합 벨트'가 조성된다. 강원(동해)과 충청(당진)에는 GS그룹 등이 주도하는 기가와트(GW)급 통합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첨단산업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분산하는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본격화하는 첫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 첨단산업의 뼈대가 될 이 구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까지는 개선해야 할 인프라 과제도 적지 않다. 전공정 팹 1기를 가동하려면 20만 평 규모의 부지와 하루 20만t 수준의 용수, 1GW 안팎의 전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연구위원은 “반도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만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건 현실"이라며 “지자체 간에 협업이 있어야 한다. 전남은 전기, 다른 지역은 부품과 소재, 또 다른 지역은 용수 이런 식으로 특색을 갖고 협업해 넓혀나가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부지 확보는 비교적 수월하다는 평가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광주 첨단3지구(339만㎡), 빛그린국가산업단지(407만㎡), 군공항 이전 부지(826만㎡) 등이 이미 가동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289만㎡),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415만㎡)와 맞먹는 규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문제는 용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용인 산단은 2050년 하루 109만t 이상의 용수 부족이 예상돼, 광주·전남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광주는 장성호와 영산강, 용연정수장 등을 활용해 물량 자체는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평가지만, 관건은 '양'이 아닌 '질'이다. 반도체는 나노미터(㎚) 단위 회로를 새기는 초미세 공정인 만큼 고순도 수질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 확보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반도체 팹 1기는 대형 원전 한 기와 맞먹는 24기가와트시(GWh)급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24시간 가동이 필수인 팹에서는 0.01초의 순간 정전조차 조 단위 손실로 직결되는 탓에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조성 중인 클러스터의 총 전력 수요는 5.8GW에 달하지만, 3·4기 팹에 공급할 전력원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 자립도 197%(전남 기준)인 호남은 수치상 최적지로 꼽힌다.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야 하는 영남권과 달리, 호남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기반의 잉여 전력이 풍부하다. 전남을 지역구로 둔 '5선'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해남은 풍부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있어 대규모 전력 수요 충당과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태양광·풍력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커, 미세한 전압 변화조차 허용하지 않는 반도체 공정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반도체 라인은 단 1밀리초(0.001초)의 전압 강하로도 수백억 원의 웨이퍼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력의 '양'을 넘어 '질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각적인 보완 과제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호남권 클러스터의 성패는 단순히 전력이 많다는 차원을 넘어,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정제해 반도체용 '1급수 전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정부와 한국전력이 호남권 계통에 동기조상기와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무탄소 기저전원을 패키지로 공급하는 인프라 투자를 선행해야 기업들의 투자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빛 원전의 계속운전, 여수 권역과 경상권 원전 단지에서 광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 확충, 광주 권역의 LNG 발전소 추가 건설을 통해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정 팹 관리에 필요한 석·박사급 엔지니어 수천 명의 지방 근무 기피는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우수 인력이 내려갈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경기 평택·이천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거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 탕정에 산업단지를 구축할 당시에도 우수 인력의 지방 이주 기피로 고전한 사례가 있다. 정부와 기업은 29일 발표를 시작으로 후속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30일에는 SK가 광주에서, 다음 달 2일에는 삼성이 충남 아산에서 각각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충청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존 후공정 기반을 살려 수도권과 호남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천안·온양 캠퍼스의 후공정 고도화를,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3高 악재’ 하반기 경제 전망…정부 낙관에 “성장 0.1%p 그쳐”

올 하반기 한국 경제는 반도체 호황 속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다. 동시에 내수 회복과 성장률 상승 효과로 이어지기에는 제한적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대외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합의에도 재봉쇄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남아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 파괴된 생산시설 복구와 공급망 정상화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으로 치솟는 물가에 고환율, 하반기 예상되는 금리 인상은 성장률 반등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한 불은 껐지만 잔불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경제 상황을 이같이 비유했다. ◇ 정부, 하반기 성장률 상향 조정 예고…종전 후 성장 '제한적' 정부는 종전 합의로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경제 성장률 상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종전 합의는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해소된 것으로 하반기 전망으론 나쁠 것이 없다"며 “국제유가가 계속 낮아져 하반기 물가 부담도 상쇄되면 올 초 정부 전망치 2%에서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경부는 7월 초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할 예정인데, 올해 성장률을 당초 2.0%에서 2% 중후반대로 끌어 올릴 가능성이 크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확실한 개방 등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국제유가가 80달러 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굉장히 좋은 사인"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잇따른 성장률 상향 조정 움직임도 정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1.9%에서 2.5%로, 한국은행은 2%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에서 2.6%로 무려 0.9%포인트(p) 끌어올렸다. 모두 중동전쟁 발발 전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한 것으로 종전 후 불확실성 제거, 반도체 호황과 내수 개선세 등을 긍정적 요소로 꼽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종전 합의가 당장 하반기 성장률 상승 효과로 이어지기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훼손된 생산시설 복구와 유가 안정, 공급망 회복까지 수개월에서 최대 2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서다. 한은도 종전 협상 타결 후 올해와 내년 성장률 상승 기여도는 0.1%p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은 “종전 후에도 시설 파괴로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80~90 달러 이상 고유가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0.1%p란 성장률 인상 효과를 보듯 향후 중동 상황에 따라 국내 미치는 영향이 가변적이라서 매우 제한적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도 “사실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말고는 회복세를 실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2%대 이상 성장률 전망도 작년 1%에 그쳤던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高' 리스크…7차 석유 최고가격 시행 “당분간 유지" 종전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에도 올 하반기 고물가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유가 하락분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 걸린다. 또, 석유류 등 급등한 에너지 가격은 생산자물가와 수입 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실제 지난 달 소비자물가는 3.1% 오르며 처음 3%대를 넘어섰다. 특히, 석유류 물가가 4월 21.9%, 5월 24.2% 등 상승 폭이 커지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한은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2.2%에서 2.7%로, 내년 2%에서 2.3%로 각각 올려 잡았다. 유가 상승세가 꺾이더라도 곧바로 물가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안정목표를 점검하며 “에너지 공급망이 중동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국제유가가 안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물가는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해 기름값을 누르고 있는 석유 최고가격제도 당분간 유지된다. 정부는 27일 0시부터 7차 석유 최고가격을 이전보다 리터(ℓ)당 150원씩 내리기로 했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은 리터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각각 인하됐다. 중동 정세 안정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국제유가 90달러 이하 안정화 등 정부가 내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종전 합의 후 실제 바뀐 게 없어 종료 시점을 예단하기 이르다"며 “종료 여부는 석유의 시장 공급가 차이가 최대한 줄어 물가 충격이 최소화되고, 민생 부담 경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도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류 소비자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7차 최고가격은 향후 4주간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중동정세, 국내외 유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상황 변화에 따라 4주 조정주기를 탄력 운영할 예정이라며 그 전에 종료 여지도 남겼다. 최근 1500원 안팎에서 널뛰는 원·달러 환율도 하반기 내수 회복과 물가 안정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은 완화됐지만 전쟁 후유증에 안전자산인 달러에 자금이 쏠리고, 외국인 자금 유출도 지속돼 당분간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다시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단가 인하 효과도 상쇄돼 국내 기업들은 수입 비용에 물류비 상승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고물가·고환율은 하반기 금리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통화당국은 긴축 정책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신 한은 총재는 5월 말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성장·환율 등으로 봤을 때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쟁점은 언제,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올리느냐"라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고물가·고환율에 고금리까지 겹치면 이자 비용이 커져 내수 위축, 서민 부담 등 경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하반기 고용 부진·반도체 쏠림 걸림돌…“중동 재건 사업은 기회" 정부는 지속되는 청년 고용난과 함께 일자리 주력 산업인 제조업 취업자 감소 등을 하반기 성장의 위험 요소로 꼽았다. 중동 전쟁의 여파가 고용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기 변화는 시차를 두고 후행적으로 고용에 반영된다. 강기룡 차관보는 “5월 취업자가 4만명 줄어 올해 들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고, 제조업 일자리도 14만개 감소해 고용 부진은 우려스런 대목"이라며 “반도체 수출 호조세와 달리 고용 감소세는 부정적 요소로 하반기에는 청년 뉴딜 정책, 양극화 해소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산업과 고용 양극화를 야기하는 반도체 쏠림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항공우주 등 신 성장 동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송영관 KDI 위원은 “하반기 경제는 반도체 호황으로 주식시장의 지나친 기대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어 정부는 코스피 급락에 대비 위험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금리 인상 후 부동산 쏠림에 따른 버블 위험 등 한쪽 쏠림 현상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반도체 호황이 식었을 때 이후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AI와 빅데이터, 항공우주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종전 후 중동의 재건 사업 참여,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 대한 정책적 주문도 나왔다. 김정식 교수는 “전후 복구 과정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하반기 경제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중동에 편중된 공급망 다변화, 경제 안보 품목의 안정적 확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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