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수도권 집값 상승세를 금융안정의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과열 양상이 일부 진정되긴 했지만 가격 오름세 자체는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23일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과열 양상이 다소 진정됐으나, 높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서울 아파트값은 1월 연율 환산 기준 1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강남 3구 같은 핵심 지역뿐 아니라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상승 폭이 더 확대되는 흐름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다만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과 가계부채 관리 기조, 최근의 대출금리 상승은 위험을 일정 부분 완충할 요인으로 평가했다.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출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자영업자 등 취약 부문의 신용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증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거시경제 흐름은 비교적 개선되는 모습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는 미국의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에도 불구, 양호한 소비심리 등으로 내수가 회복되고 반도체 경기호조 등에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상당 폭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역시 목표 수준 부근에서 안정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 근처에서 안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국제 유가와 환율 추이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고 짚었다. 금융시장에선 변동성이 핵심 변수로 꼽혔다. 한은은 “미 관세 및 통화정책 불확실성 부각 등에 따른 주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 추진과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 등을 감안하면 증시가 추세적 하락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지만, 인공지능(AI) 기업의 수익성 논란과 고평가 우려는 글로벌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 리스크로 제시됐다. 환율 흐름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연말 외환 수급 안정 대책 등으로 환율 상승 폭이 축소됐지만, 달러 및 엔 움직임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여전히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는 반도체 등 주요 업황 호조 등에 힘입어 크게 올랐지만, 최근 인공지능(AI) 과잉 투자와 기존 산업 대체 우려 등에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외 건전성 자체는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올해 들어 환율이 개인의 해외주식 투자 지속과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달러·엔화 움직임 등 복합 요인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지만, 대외 차입 여건과 외화 유동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낮은 가산금리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는 등 대외 신인도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미 투자 재원은 보유 외화자산 운용수익 범위 내에서 충당할 계획으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이 총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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