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8·17)를 두 달여 앞두고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나란히 지방 행보에 나서며 묘한 신경전을 연출했다. 정 대표는 12일 광주를 찾아 5·18 참배와 현장 최고위를 잇달아 소화하며 연임 의지를 사실상 내비쳤다. 김 총리는 11일 '보수의 심장' 대구를 방문해 실용·통합 노선을 부각하며 당권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1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내란 잔재 청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고 적었다. 이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남·광주 현장 최고위에서는 “당정청이 원팀, 원보이스로 똘똘 뭉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호남은 민주당의 부모님 같은 존재"라며 “지방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겠다"고도 했다. 정 대표의 잇따른 호남 행보는 당내에서 노골적인 전대 포석으로 읽히고 있다. 지난 9일 비공개로 전북 사찰을 찾은 데 이어 이번이 지방선거 이후 두 번째 호남 방문이다. 호남은 수도권 다음으로 전당대회 권리당원 수가 많은 지역이다. 11일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정 대표 면전에서 지선 책임론과 함께 전대 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 직후 나온 행보여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정 대표는 연임 도전 여부에 대해 “각자 알아서 판단하시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현장 최고위에서는 계파 간 공방이 다시 불거졌다. 비당권파인 황명선 최고위원은 “지선 실패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많은 분들이 '뻔뻔한 지도부'라고 비판한다"고 직격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정 대표의 발언을 정조준해 “국민과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고 맞받았다. 반면 당권파인 문정복 최고위원은 “어떤 말과 행보도 당무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오해받아서는 안 된다"며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를 겨냥해 “대통령 순방 중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으면서 연이틀 당선자 워크숍에서 축사하고 사진을 찍는 것이 급박한 업무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 총리는 11일 대구 북구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서구 그냥드림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의를 표명한 뒤 오히려 정부청사와 국회, 지역 현장을 바쁘게 오가는 모양새다. 그는 “대구가 축적해온 로봇산업 기반에 AI 기술이 더해지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전날에는 반도체 해외 공장 검토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한국에서 안 되면'이 아니라 '어떻게 한국에서 되게 할 것인가'를 가지고 기업과 정부, 정치가 대화해야 한다"고 적었다. 김 총리가 '보수 심장' 대구를 택한 건 지역·이념을 가리지 않는 통합 후보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그는 사의 표명 글에서 “민주당의 교훈은 당정일체와 민생실용 확장 노선만이 성공과 연속의 길"이라고 밝히며 이 대통령 노선의 계승자임을 자임했다. 친명 색채를 강조하면서도 실용·통합을 앞세워 외연 확장을 꾀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김 총리는 공식 일정 전후로 대구 지역 민주당 지방선거 당선인 및 출마자들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구지만, 험지 당원들의 상징성과 결집력이 전대 국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쥔다는 점에서 당권 주자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는 호남 권리당원을 확보하며 현직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려는 것이고, 김 총리는 친명 적통 구도를 조기에 굳히려는 것"이라며 “두 사람의 지방 행보 경쟁은 전대가 가까워질수록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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