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을 역임한 외식프랜차이즈 1세대 기업인 김용만 김가네 회장이 성범죄로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의사는 내비치지 않고 과거 윤리문제에 강경대응하던 프랜차이즈협회도 김 회장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협회의 자정 노력이 퇴보했다는 비판과 함께 김가네 브랜드 이미지 훼손 및 가맹점 피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는 준강간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용만 김가네 회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위를 이용해 만취한 직원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쳐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 “이 범행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범행에 대해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사후 피해자가 합의 의사를 번복하기는 했지만 2023년 9월 피해자와 합의하고 3억원을 지급한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의 나이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는 했지만 범행 사실이 분명하고 죄질이 불량해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는 점은 재판부도 인정한 것이다. ◇ 프랜차이즈협회, '오너리스크법' 신설로 유죄 선고돼도 징계 안해 프랜차이즈협회는 김 회장의 성범죄가 발생한 2023년 9월 이후 이번 1심 선고 전까지는 물론 선고 이후에도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협회의 침묵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회원사를 대하던 태도와 이번에 김가네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7년 6월 프랜차이즈협회 이사회는 가맹본사 대표가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H치킨 본사에 대해 자진 사퇴 형식으로 회원사 탈퇴를 결의했다.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협회는 개인이 아닌 회사(가맹본사)를 회원으로 하며, 징계도 개인이 아닌 회사를 대상으로 한다. H치킨에 대해서는 본사 대표가 물의를 일으킨지 불과 며칠만에 회원사 탈퇴를 결의했다. 대표에 대한 1심 선고(2019년 2월)가 내려지기 1년 8개월 전에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내린 것이다. 같은 날 협회 이사회는 본사 대표가 치즈 강매 등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M피자 본사도 제명시켰다. 이 역시 갑질 혐의에 대한 1심 선고(2018년 1월)가 나오기 7개월 전에 내려졌다. 이밖에 2017년 8월에는 본사 대표가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된 B버거 본사에 대해서 대표이사의 1심 선고 직후 제명 조치를 내렸다. 당시 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은 회원사를 대상으로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사회적 물의를 빚은 회원사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취할 방침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회원사 대표의 일탈에 신속하고 엄격하게 대처하던 프랜차이즈협회가 이번 김용만 회장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2017년 일련의 사건 이후 물의를 일으킨 가맹본사와 임원을 규제할 법제도가 마련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이후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및 표준가맹계약서 개정을 통해 '가맹본부 또는 임원이 위법행위 또는 가맹사업 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가맹점에 손해를 입힐 경우 가맹점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른바 '오너리스크 배상 조항'이 신설돼 협회가 선제적으로 범죄 여부를 판단하거나 징계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 오너리스크법, 가맹점주에 피해 입증책임…사실상 '유명무실' 그러나 문제는 이 '오너리스크 배상 조항'이 직접 손해배상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표준가맹계약서 내에 추가된 조항에 불과해 가맹점주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가맹본부 또는 임원이 일으킨 사건 때문에 가맹점 매출이 감소했다는 인과관계는 가맹점주가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실제로 오너리스크법이 시행된 2019년 1월 이래 지금까지 이 제도의 적용을 받아 가맹점이 손해를 배상받은 사례는 아직 전무하다. 일례로 2019년 6월 유명 연예인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A라멘 점주들은 이 연예인의 게이트 사건으로 가맹점 매출이 감소했다며 오너리스크법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당시 가맹계약 상당수가 오너리스크법 도입 전에 체결돼 소급적용할 수 없고 가맹점 매출 감소에 게이트 사건으로 인한 불매운동 외에 경기침체 등 다른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점주 패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협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오너리스크법을 핑계로 물의를 일으킨 회원사를 수수방관하고 있어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역할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프랜차이즈협회는 외부 전문가들을 포함하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향후 회원사의 윤리교육과 인증제도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전히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강조하면서 정작 실제 발생한 윤리문제는 외면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김용만 회장, 유죄 선고에도 대표직 고수 “가맹점 생계 위해" 김용만 회장 역시 범행을 직접 인정하면서도 경영일선 은퇴 등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로 비판받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심 첫 공판 최후진술에서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자신이 구속되면 가맹점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생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이 구속을 면하기 위해 가맹점주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김 회장은 성범죄 사건이 일어난지 7개월 만인 2024년 4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유로 아들 김정현 김가네 대표에 의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지만, 같은 해 11월 김 회장은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했고 아들과 부인은 각각 대표이사 해임·사내이사 등록말소 됐다. 김가네는 김 회장이 지분 99.4%를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1심 선고 이후에도 항소 여부나 거취 문제에 대해 일절 침묵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김가네의 경우 단체 행동의 구심점이 될 가맹점주협의회조차 구성되어 있지 않아 개별 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피해 보상 요구는 물론 김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협회 차원에서 본사를 제명할 경우 '문제 브랜드' 낙인이 찍혀 오히려 가맹점에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협회 차원의 징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협회가 과거에는 강경 대응하다가 김 회장 사건에 대해서는 별 실효성도 없는 법제도 신설을 이유로 태도를 바꾼 것은 전임 회장인 김 회장을 보호하기 위한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민규 기자, 김유진 인턴기자 songm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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