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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없어서 못 판다”…관리 체계 구멍에 쓰러지는 두부제조업

“콩(식용 대두)이 없어서 수출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국산 콩을 장려하려는 정부 의도는 알겠는데, 가격이 3배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영세업체가 국산 콩을 쓰겠습니까. 여당마저도 농림수산식품부랑 똑같은 말을 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죠." 17일 김석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타운홀 미팅 결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김 부회장은 두부 브랜드 '맑은물에'의 대표이기도 하다. 앞서 중기중앙회는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식용 대두에 대한 수입 물량 확대와 할당 관세(0%) 적용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죄송합니다만 수입은 늘릴 수 없다"며 “다만 영세업체는 수입 콩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상황이 좀 괜찮은 대기업들은 국산 콩을 이용해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도록 잘 정리를 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업계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식용 대두는 두부나 장류, 두유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채유용 대두를 활용한 식용유 시장은 주요 식품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반면, 식용 대두를 활용한 시장에서는 중소 식품제조사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채유용 대두는 할당 관세 0%를 적용받고 있지만, 식용 대두는 제외다. 수입 콩을 둘러싼 관세 혜택이 대기업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식용 대두 수입은 국영 무역 체제로 이루어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콩을 수입해 수요가 있는 기업에 정부 지정가격으로 공급한다. 실수요자 및 실수요자 단체가 콩을 수입하려면 고율 관세가 적용돼 사실상 aT 독점 구조다. 국내산 식용 대두와 수입산 식용 대두의 가격은 약 3배 차이가 난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풀무원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수입 백태(식용 대두)의 kg당 가격은 1483원, 백태의 kg 당 가격은 5235원이다. 김 부회장은 “수입 콩 시장과 국산 콩 시장은 완전히 다른데, 수입 콩 시장을 제한해 국산 콩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논리"라며 “특히 두유 같은 경우는 동남아 시장에서 많이 팔린다. 콩이 없어서 수출에 제한이 걸리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수입 식용 대두를 대기업 대신 중소업체에 분배하겠다는 것 역시 비판의 소지가 적지 않다. 풀무원과 CJ제일제당, 대상 등은 수입 콩을 이용한 두부 제품과 국산 콩을 이용한 두부 제품 모두를 판매하고 있다. 여당의 계획처럼 이들이 분배받는 수입 대두 물량이 줄어든다면 시장에서 이들이 생산하는 저가 두부가 아예 자취를 감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의 정책과 관련해 기업이 입장을 밝히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국산 콩을 이용한 프리미엄 제품에 힘을 쏟고는 있지만, 저가 두부에 대한 수요도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은 계속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경쟁보다는 유기농 콩을 이용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거나 세분화된 소비자 니즈를 맞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난청 인공와우 수술, 국소마취로도 가능하다

노화성 난청은 나이가 듦에 따라 달팽이관(와우)을 포함한 청각기관의 퇴행으로 점차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는 질환으로,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40% 이상이 노화성 난청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청기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고심도 난청 환자에게는 인공와우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청각 재활 방법이다. 인공와우는 손상된 달팽이관 대신 청신경을 직접 전기 자극해 소리를 인식하게 하는 장치로, 수술을 통해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이식하게 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김창희 교수 공동연구팀이 최근 인공와우 수술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인공와우 수술은 대부분 전신마취 하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심장 질환, 호흡기 질환,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나 고령 환자는 전신마취 시 수술 후 회복 지연, 인지기능 저하, 섬망 등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국소마취 하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연구팀은 전신마취가 위험한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국소마취만으로도 안전하게 인공와우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2021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인공와우 수술 980건 중, 전신마취 고위험군으로 판단된 환자 16명(평균 연령 65세)을 대상으로, 17건(한 명은 양측 수술)의 국소마취 수술을 시행했다. 국소마취를 권고한 경우는 △전신마취 시 수술 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전신 상태가 취약한 환자 △전신마취 후 섬망 발생 위험이 높은 고령 환자 △국소마취를 선호하는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 △전신마취를 거부하는 환자 등 크게 4가지였다. 연구팀은 환자의 안전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소마취 방법을 적용했다. 외이도와 귀 뒤 절개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하고,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정제는 기본적으로 투여하지 않았다. 수술 시간은 한쪽 귀당 1∼1.5시간으로 제한했다. 분석 결과, 17건 중 16건(94.12%)에서 국소마취만으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1건은 수술 전 경도 인지장애가 있던 고령 환자로, 수술 중 행동 문제가 발생해 전신마취로 전환됐다. 수술 관련 사망이나 주요 합병증 또한 발생하지 않았으며, 안면마비, 미각 장애,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소마취를 시행한 가장 많은 경우는 MELAS 증후군으로 5건(29.41%)이었다. MELAS 증후군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로 인한 희귀질환으로, 전신마취 후 근육 긴장도 회복 지연, 대사성 산증, 호흡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높아 국소마취가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어 80세 이상의 고령(4건), 심한 허혈성 심장질환(3건) 등의 순이었다. 최병윤 교수(교신저자)는 “그간 대부분 전신마취로 행해졌던 인공와우 수술이 국소마취로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라며 “특히, 전신마취가 어렵거나 전신마취 후 합병증이 우려되는 환자들에 대한 정밀의료적 접근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최병윤·김창희 교수 공동연구팀은 또한 방사선 피폭 없이 전극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기술 검증에도 성공했다. 인공와우 수술의 성공은 전극이 달팽이관 내에 얼마나 정확하게 배치되느냐에 달려 있다. 청신경에 더 가까이 위치할 수 있도록 개발된 '얇은 와우축 전극'은 보다 정확한 자극을 통해 청력 회복효과를 높일 수 있지만, 가늘고 유연하다는 특성상 삽입 중 '전극 끝말림'(Tip Fold-Over)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는 한계가 있다. 전극이 꺾이면 청력 회복 효과가 떨어지고 어지럼증, 이명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수술 중 전극 위치 확인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는 수술실에서 X-레이를 촬영해 확인했으나, 마취 시간을 연장시키고 환자와 의료진에게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었다. 연구팀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정상 달팽이관 구조를 가진 환자 98명(134건)을 대상으로 SmartNav의 효과를 평가했다. SmartNav는 수술 중 전극들 사이의 전기신호를 측정해 전극이 제대로 배치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무선 측정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모든 환자에서 SmartNav로 전극 위치를 확인한 후 X-레이로도 촬영해 정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X-레이에서 전극 끝말림이 확인된 8건(6.0%)을 SmartNav가 모두 감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민감도 100%). 특히, X-레이로 놓치기 쉬운 미세한 꺾임까지 발견했으며, 정상 배치를 정상으로 판단한 비율(특이도)도 99.2%로 매우 높았다. 평균 측정 시간 역시 기존 X-레이 촬영 시 11분 18초에서 3분으로 크게 단축했다. 또한, SmartNav는 국소마취 수술, 재수술 환자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특히 선천성 내이 기형 중 하나인 와우 신경결손 환자에서도 신경 반응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희 교수(제1저자)는 “X-레이 노출 없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시행할 수 있음을 밝혀낸 연구"라며 “실시간으로 전극 배치를 확인해 문제를 즉시 교정할 수 있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합병증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들은 국제학술지 'Otology and Neurotology'와 '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에 각각 게재됐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김동선 버거’ 파이브가이즈, 사모펀드에 지분 매각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주도한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매물로 나온 지 5개월 만에 새 주인 찾기에 성공했다. 한화갤러리아는 17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에이치앤큐에쿼티파트너스(H&Q)와 한국 파이브가이즈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의 지분 매각에 관한 지분 양해각서(MA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파이브가이즈는 2023년 6월 김 부사장이 국내로 들여온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다. 식음료(F&B) 등 김 부사장의 신사업 첫 단추로 주목받으면서, 최근까지 한화갤러리아의 100% 자회사인 에프지코리아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혀 왔다. 서울 강남·용산·서울역, 경기 판교 등 핵심 상권에 매장을 출점하며 시장 안착에 성공하면서 외형도 커졌다. 지난해 에프지코리아의 연매출은 46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5%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4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올 7월부터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 에프지코리아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해 왔으며, 이를 위해 투자안내문(티저레터)도 배포한 지 5개월 만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것이다. 매각 대금은 구체화되지 않은 가운데, 업계 추정대로라면 예상 매각가는 600억∼700억원 수준이다. 김 부사장이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올 당시 투자액이 약 200억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3배 가량의 차익을 거두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한화갤러리아가 파이브가이즈를 매각한 자금을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 재건축 등 본업인 백화점 경쟁력 강화에 사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향후 잔여 본실사 과정을 거쳐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매각 대금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에이피알, 일본서 화장품·뷰티 디바이스 두 토끼 잡았다

글로벌 뷰티기업 에이피알이 일본에서 2년 연속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일본에서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큐브'와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을 내세워 현지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이 연 4회 분기별 개최하는 대규모 정기 할인 행사 '메가와리'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에이피알은 11월21일부터 12월3일까지 진행된 4분기 '메가와리'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0% 이상 성장했다. 한 브랜드가 독주하지 않고 메디큐브와 에이지알이 각각 스킨케어와 뷰티 디바이스 카테고리에서 고른 판매 분포를 기록하며 실적 견인을 쌍끌이했다. 메디큐브의 대표적인 스킨케어 라인인 '제로', 'PDRN', '콜라겐' 등 제품으로 구성된 '홀리데이 스킨케어 세트'는 3위를 차지하며 현지 소비자의 기초 화장품 라인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올해는 국내외서 K-뷰티 디바이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에이지알의 성장이 눈부셨다. 대표 제품인 '부스터 프로'는 3분기 행사 대비 약 30% 판매율이 증가했다. 행사 첫날을 포함해 12월2~3일 뷰티 전체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행사 기간 기준 최종 순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휴대성 강화한 '부스터 프로 미니 플러스'도 8위에 랭크됐다. 메디큐브와 에이피알이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수요 증가를 이어가자 기업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에이피알은 '큐텐 어워즈 2024' 뷰티 부문 카테고리상에 이어 더욱 규모를 키운 '큐텐 재팬 메가 뷰티 어워즈 2025'에서 2년 연속 뷰티 부문 종합상을 수상했다. 또 큐텐과 함께 대형 이커머스 채널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라쿠텐(Rakuten)에서도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슈퍼 세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2배 이상 신장했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메가와리를 비롯한 일본 주요 이커머스 행사에서 고른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오프라인 채널 등 다양한 형태로 현지 고객과의 접점을 마련해 브랜드 영향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초희귀 ‘심장이소증’ 환아, 서울아산병원서 ‘기적의 드라마’

난치병 정복의 중심, 서울아산병원이 또 해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죽음의 문턱에 선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지난 4월 10일 서울아산병원 신관 분만장. 엄마 뱃속에서 38주 만에 태어난 아기의 심장이 몸 밖으로 완전히 노출된 채 뛰고 있었다. 심장을 보호해야 할 흉골이 없고 가슴과 복부의 피부조직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흉부가 열려 있는 상태였다. 아기가 울면서 힘을 줄 때마다 심장과 폐 일부가 몸 밖으로 밀려나왔고, 폐 기능이 극도로 저하돼 자가 호흡으로는 생명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그 여아(8개월)는 심장이소증(ectopia cordis)을 안고 태어났다. 심장이 흉곽 안에 위치하지 않고 몸 바깥으로 나와 있는 원인 불명의 초희귀 선천성 질환이다. 100만 명당 5∼8명에게 발생하며, 환자의 90% 이상은 출생 전 사망하거나 태어나더라도 72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그런데 이 아기의 작은 심장은 몸 밖에서도 힘차게 박동하며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소아청소년심장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성형외과, 소아심장외과, 산부인과, 융합의학과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다학제 협진팀을 만들었다. 처음 경험하는 환자지만 베테랑 의료진들의 눈에는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국내 최초로 심장이소증을 앓는 신생아의 심장을 흉강 안으로 넣고 가슴 부위를 배양 피부로 덮는 고난도 재건 수술에 성공했다. 부모는 아이를 얻기 전 3년간 14차례의 시험관 시술을 받았다. 2024년 마침내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임신 12주 만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024년 11월 1차 태아 정밀 초음파 검사에서 아기의 심장이 몸 밖에 나와 있는 심장이소증을 진단받은 것이다. 당시 처음 진료를 시행한 병원에서는 생존율이 매우 희박하다며 절망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살아서 태어나기 어렵고, 태어나더라도 3일을 넘기기 힘드니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어요?" 라며 마지막 희망을 안고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먼저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의 산부인과 이미영 교수는 매 진료마다 긴 시간 동안 꼼꼼하게 정밀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며 심장의 구조와 태아의 건강 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살폈다. 주치의인 소아청소년심장과 백재숙 교수와 소아심장외과 최은석 교수는 치료 계획에 참고할 수 있는 모든 연구 문헌을 찾아보았고 “태아의 심장 구조는 정상이고, 저희가 끝까지 함께 할 테니 포기하지 마세요" 라며 끊임없이 용기를 건넸다. “살릴 수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신념과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 더해져 태아는 뱃속에서 38주의 시간을 버텨냈다. 그리고 금년 4월 10일, 드디어 세상과 만났다. 하지만 태어난 순간부터가 진짜 싸움의 시작이었다. 흉골 전체가 없고 흉부·복부 피부와 연부조직이 결손되어 심장 전체가 몸 밖에서 뛰고 있는 상태였다. 신생아의 심장이 체외에 완전 노출된 경우는 국내에서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로, 초음파에서 확인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소아청소년심장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성형외과, 소아심장외과, 산부인과, 융합의학과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마음으로 뭉쳤다. 수차례 회의하며 생존을 위한 치료 방향을 논의했고, 흉강 내 공간을 확보해 심장을 넣은 뒤 그 위를 배양시킨 피부로 덮어 흉부를 재건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몸 밖에 위치한 심장을 외상, 감염, 건조로부터 보호하고 호흡과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의료진은 즉시 인공호흡기 치료, 멸균 드레싱 등을 시행했고 생후 다음날인 4월 11일 성형외과 김은기 교수는 개방된 흉부와 노출된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로 인공피부를 덮는 수술을 시행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는 5월 7일, 14일, 22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심장을 흉강 내에 넣는 수술을 시행했다. 혈압을 유지하면서 주변 장기를 손상시키지 않고 심장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었다. 최 교수는 간을 아래로 내리면서 조금씩 심장을 안으로 밀어 넣었고 3번째 수술 만에 심장 전체가 흉강 안쪽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어 6월 10일에는 김은기 교수가 아기의 피부를 소량 떼어 배양한 자기유래 배양피부를 흉부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생후 두 달 만에 심장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흉부는 뼈와 같은 단단한 구조물 없이 피부로만 덮여 있었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상태였다. 이에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는 3D 프린팅을 이용해 흉벽이 벌어지지 않게 양측 흉곽을 모아주는 맞춤형 흉부 보호대를 제작했다. 또한, 재활의학과 의료진은 이 환아가 또래 아이들처럼 자랄 수 있도록 재활 치료를 진행했다. 이후 아기는 건강을 점차 회복해 일반병동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생후 100일쯤에는 엄마 아빠에게 처음으로 미소를 보여주었다. 몸 밖에서 뛰던 작은 심장이 이제는 몸 안에서, 제자리에서 힘차게 뛰고 있다. 최근 퇴원해 정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다니면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향후 최종 교정을 위해 전흉벽을 단단한 인공 구조물로 재건하고 그 주변을 아이의 근피부조직으로 덮어야하기 때문에 3세 이상까지 성장을 기다린 후에 추가 수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백재숙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는 “진료의 매 순간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아기가 보여주는 작은 변화들이 의료진에게 분명한 희망이 되었고, 그 희망이 다음 치료 단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면서 “한 걸음이라도 계속 내딛으려는 마음이 새로운 가능성과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희귀 질환을 가진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희귀 선천성 질환인 심장이소증 아기를 살리는 것은 의사 한 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합니다.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임상 경험을 갖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의 관점에서 본 평가와 치료 방향을 공유했고, 이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협진을 진행한 덕분에 살릴 수 있었습니다." (최세훈 교수)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1조 클럽’ 가입 앞둔 HK이노엔…‘케이캡’ 성장세 굳힌다

HK이노엔이 올해 '연매출 1조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비롯한 전문의약품(ETC) 포트폴리오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견인한 결과다. 내년에도 HK이노엔은 글로벌 영토 확장을 지속하면서 핵심 캐시카우인 케이캡의 성장세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HK이노엔 연매출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1조609원으로 추산된다. 올 1~3분기 누적 매출 7713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20.5% 성장한 2842억원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연매출 1조원 달성까지 2295억원을 남겨두고 있는 만큼 사상 첫 1조클럽 진입 목표도 낙관적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HK이노엔의 저력은 ETC 포트폴리오의 고성장세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올 상반기 ETC 매출은 469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1.5% 증가세를 보였고, 3분기 역시 2457억원 매출로 전년동기대비 19.1% 고성장 흐름을 유지했다. 1~3분기 누적 매출(7713억원)의 90% 이상이 ETC를 통해 창출된 셈이다. 특히 ETC 분야 핵심 캐시카우인 케이캡의 매출은 3분기말을 기준으로 지난 2023년 861억원에서 이듬해 1246억원까지 1년새 44.7% 급증했고, 올해도 1431억원 매출로 전년동기대비 14.9%의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켰다. 1조클럽 진입 이후로도 케이캡 기반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내년 말 만료 예정이있던 케이캡 물질특허를 오는 2031년 8월까지 연장하고 제네릭(복제약) 출시에 따른 약가 압박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기 떄문이다. 앞서 제네릭 개발 기업들은 내년 말 테고프라잔 제네릭 출시를 위해 연장된 물질특허에 무효심판을 청구했으나, 지난달 대법원이 해당 청구에 심리불속행기각을 결정하면서 HK이노엔은 20231년까지 테고프라잔의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실제 GC녹십자를 비롯한 7개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테고프라잔 제네릭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고, 약 80개 제약사가 제네릭 도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HK이노엔이 확보한 독점 권리로 이들 제네릭은 최소 2031년 7월까지 국내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 HK이노엔이 지속 추진 중인 글로벌 영토확장 작업도 케이캡 기반 성장세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현재 중국, 몽골, 필리핀 등 전세계 18개국에서 케이캡 출시를 마친 HK이노엔은 태국과 파라과이, 에콰도르 등 3개국에서도 허가를 완료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파트너사 세벨라 파마슈티컬스가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식품의약국(FDA) 허가승인을 준비하는 등 54개국에서 기술수출·완제수출 계약을 통한 해외 매출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케이캡 원개발사인 일본 라퀄리아와 일본 사업권 인수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1~3위 시장인 미국·중국·일본 내 케이캡 사업권을 모두 확보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이번 계약으로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세계 1, 2, 3위 시장을 포함해 전세계 케이캡 사업권을 확보하며 글로벌 성장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은 약 2조원 규모로 세계 3위의 대형시장"이라며 “현재 일본에서 케이캡이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계약을 통해 본격적인 시장 진출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웅진그룹, 2026년 정기 임원인사…윤새봄 사장 부회장 승진

웅진그룹이 17일 2026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인사에서 웅진 윤새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웅진 최고재무책임자(CFO) 김현호 상무와 웅진프리드라이프 준법지원실장을 맡은 이준 이사는 각각 전무와 상무로 승진했다. 웅진그룹은 그룹 핵심 전략을 뒷받침할 리더십을 재정비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인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기술 혁신이 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전환기적 경영 환경에서 그룹의 안정성을 공고히 하고 미래 성장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한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공식 스페셜 파트너사 합류

종합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의 공식 스페셜 파트너사로 참여한다. 한샘은 '흑백요리사2' 공식 스페셜 파트너로서 55년간 쌓아온 한샘 키친의 전문성과 브랜드 철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회차별 미션 콘셉트에 맞춰 주요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셰프들이 실제 사용하는 모습을 통해 한샘 키친의 설계와 기능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또 한샘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키친 철학과 전문성에 대한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는 안성재 셰프를 공식 앰배서더로 선정하고 '키친은 실력이다' 캠페인을 전개한다. 안성재 셰프는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모수'의 오너 셰프로, '흑백요리사'에서 엄격한 평가 기준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셰프들의 셰프'로 불리는 인물이다. 한샘 관계자는 “오랜 시간 한국인의 생활 방식과 조리 문화를 연구해 온 한샘 키친의 전문성과 가치를 알릴 특별한 기회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흑백요리사2', 안성재 셰프와 함께 다양한 협업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한양대, 이연복 셰프와 ‘천원의 아침밥’ 행사 펼쳐

한양대학교가 '이연복 셰프와 함께하는 천원의 아침밥' 특별 행사를 개최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서울 성동구와 한양대가 협력해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학생 복지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인 물가 상승 속에서도 학생들의 아침 결식률을 낮추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15일 성동구 서울캠퍼스 한양플라자 학생식당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이연복 셰프를 비롯해 목란 이홍운 셰프, 조선팰리스 왕업록 셰프, 루안 구광산 셰프, 핑하우 왕병호 셰프가 참여했다. 또 문정희, 한보름, 양지은, 조정민, 남보라, 윤종훈, 김히어라, 강형석 등 연예인들이 동참해 학생들에게 직접 아침 식사를 제공하며 소통했다. 한양대 이기정 총장, 김민수 부총장, 윤호주 의무부총장, 최중섭 대외협력처장, 하정희 학생인재개발처장, 서진석 총무처장도 자리했다. 이날 이연복 셰프는 짜장 요리를 중심으로 멘보샤, 샤오롱바오 등 스페셜 메뉴를 준비해 직접 배식에 나서며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연예인 봉사단도 배식과 응원 인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뜻깊은 추억을 선사했다. 행사 후 이연복 셰프는 “이기정 총장님을 통해 한양대에서 '천원의 아침밥'이 매일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고자 이번 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아침을 거르기 쉬운 시험 기간에 이렇게 따뜻한 응원을 받아 힘이 난다"며 “학교가 학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기정 총장은 “시험 기간으로 지친 학생들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자리"라며 “앞으로도 학생 복지와 캠퍼스 공동체 문화를 강화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코스맥스, 공식 웹사이트 개편…“전 세계 소비자·파트너 연결”

글로벌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가 공식 웹사이트를 전면 개편하고 전 세계 소비자와 파트너를 연결하는 디지털 허브 기능을 한층 강화한다. 코스맥스는 17일 “창립 33주년을 맞이해 8년 만에 홈페이지 개편을 단행했다"며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4개 언어 페이지를 구축해 국가별·언어권별 맞춤형 콘텐츠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번 웹사이트 리뉴얼을 통해 코스맥스는 글로벌 고객사 및 소비자들의 정보 검색 편의성을 높이고 코스맥스의 초격차 기술력과 제품 연구개발 역량을 보다 신속하게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품 개발 스토리, 연구 성과, 지속가능경영 활동 등 코스맥스의 다양한 브랜드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고해상도 이미지와 영상 등 시각 콘텐츠 중심의 사용자 경험도 확대했다. 특히 메뉴를 간소화하고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 디자인을 적용해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을 구현한 UI(User Interface), UX(User Experience)를 채택해 정보 탐색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 15개 메뉴를 7개로 축소하고 각 페이지에는 역동적인 애니메이션 효과와 영상, 대화형 구성 요소를 추가해 높은 방문 몰입도를 제공한다. 화면을 아래로 움직여 특정 요소를 클릭하면 세부 정보가 펼쳐지는 드롭다운(dropdown), 상세 페이지 이동 등 추가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CTA(Call to Action) 버튼, 여러 이미지를 좌우로 넘겨 여러 이미지를 배열한 캐러셀(carousel) 구성 등 다양한 요소를 더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서버 인프라도 개선했다. 반응형 웹사이트(접속 기기의 화면 크기에 실시간으로 반응해 페이지 구성을 최적화하는 방식)로 구성해 PC, 모바일 등 다양한 접속 환경에서 일관된 경험이 가능하다. 8년 만에 단행된 홈페이지 개편인 만큼 코스맥스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아름다움의 과학(The science of Korean beauty)'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혁신·품질·지속가능성이라는 핵심 브랜드 가치를 글로벌 시장에 명확히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글로벌 K-뷰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OBM 파트너십 확장을 위한 허브로 웹사이트를 활용하며 맞춤형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접목해 협력 효과를 확대할 계획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이번 웹사이트 개편은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과 혁신적인 기업 이미지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며 “고객 및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고 전 세계 고객과 코스맥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잇는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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