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이익이 줄었는데도 물가 상승에 따른 매출액 증가 탓에 중견기업으로 떠밀려 올라갔던 기업 500여 곳이 다시 중소기업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매출액 기준 개편안을 마련하고 이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중기부가 마련한 개편안을 보면, 중소기업 매출기준은 최대 1500억원에서 1800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된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소기업 기준은 최대 120억원에서 140억원 이하로 조정됐다. 중기부에 따르면 현행법은 업종 별 매출액이 400억~1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중소기업을 졸업하도록 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매출액이 늘어나 중견기업의 지위를 확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10년 전에 만들어진 이 기준이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가령 1차 금속 제조업의 경우, 알루미늄이나 동, 니켈 등 수입 비철금속 국제가격(LME)이 2015년 이후 60% 이상 상승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 등으로 금속 가격이 더 상승하는 등 원가 부담이 크게 가중됐다. 매출의 대부분이 원자재 비용인 탓에 마진은 크지 않은데도 중견기업이 되어, 중소기업이 누릴 수 있는 세제 감면이나 공공조달 등 각종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중기부의 이번 개편안 마련은 중소기업계가 먼저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중기부 정책브리핑에서 “중소기업 범위 조정 문제는 중소기업계가 먼저 이야기한 사안"이라며 “이번 개편안에 100% 만족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기준을 명확히 한 데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범위 기준이 상향되면서 중견기업에서 다시 중기업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약 500곳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이번 개편을 통해 단순 물가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 지위 상실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소규모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어 기업 성장 사다리가 보다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미국의 관세강화로 인한 수출 가격 경쟁력 확보,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문가, 학계, 업계가 합의를 거쳐 범위기준 개편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한 만큼, 향후 5년마다 시행되는 범위기준 검토 시 예측가능성과 현장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기부는 이번 개편안을 담은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중 입법예고하고 '온라인 중소기업 확인시스템 개편'을 거쳐 9월에 시행할 예정이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