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인력에 대한 사업장 변경 제한을 아예 풀어버리면 누가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일하려고 하겠습니까. 수도권이야 상황이 좀 낫겠지만 지역 중소기업은 인력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겠죠." 경남 김해에 위치한 한 식품제조사 관계자 A씨는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요건 완화 방침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 업체에는 85명의 근로자가 재직 중인데, 이중 20명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다. A씨는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를)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친구나 가족과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며 사업장을 바꿔달라는 친구들이 많다"며 “과거에 비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워낙 많아진 만큼 요즘 들어 이런 일이 특히 비일비재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충북 음성에 공장을 둔 한 제조업체 관계자 B씨도 정부의 외국인력 사업장 변경 제한 완화 기조에 난색을 표했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 인력은 10여 명이다. B씨는 “기업 입장에서 외국 인력을 데려올 때 처음에 약 40만원 정도가 든다"며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사업장을 옮기겠다고 하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 비용이 완전히 매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 현장에서는 외국 인력이 일이 익숙해지기까지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규정을 완화하면 일이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사업장을 떠나는 일이 잦아지는 등 '뺑뺑이' 인력들만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외국인력 통합지원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2004년 도입된 우리나라 외국인력 제도의 핵심이다. 정부가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은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와 사유 등을 제한한 규정이다. 현행법은 외국인 인력의 사업장 변경 사유·횟수·지역을 제한하고, 사실상 사업주 동의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구조를 띠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1년 고용허가제의 사업장변경 제한과 구직기간 제한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 등 유엔 인권기구는 2012년 이후 줄곧 우리 정부에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 및 완화를 권고해왔다. 특히 노동계는 “이주노동자를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단지 '인력수급의 대상'으로만 다루고 있다"며 고용허가제 폐지와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중소기업 310개사를 대상으로 '외국인력(E-9) 사업장 변경제도 개편 관련 의견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48.7%)은 입국 초기 3년 간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한다고 답변했다. 또 사업장 변경 제한이 완화 시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영세 중소기업의 인력난 심화'(61.3%)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인력난 심화를 우려하는 비율은 비수도권(65.4%)이 수도권(54.9%)보다 10.5%p 높게 나타났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고용허가제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와 사업장 변경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경우 영세 중소기업과 인구소멸지역의 인력난 우려를 확인했다"며 “외국인근로자가 장기적인 숙련 형성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외국인 권리 보호와 함께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균형 잡힌 제도 개편이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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