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고교 무상교육' 예산과 교육복지 확대 공약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 58명의 교육감 후보 상당수는 고교 무상교육과 교육복지 확대 관련 공약을 전면에 내걸며 학부모와 청년층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재정 당국이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책 경쟁을 넘어 '지방 교육재정 방어'를 위한 후보들의 역량 시험대로 번지는 양상이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고교 무상교육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정부의 예산 기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3월 30일 '2027년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한 뒤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교 무상교육은 입학금·수업료·교과서비·학교운영지원비 등을 전액 지원하는 제도로, 2021년 전면 시행됐다. 현재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하는 구조다. 다만 지난해 법 개정으로 국비 지원 비율은 기존 '47.5%'에서 '47.5% 이하'로 조정됐다. 올해 정부 지원 비율은 30%(5785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정부는 내년 지원 비율을 추가로 낮춘 뒤 국회 협의를 거쳐 2027년 사업을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교 무상교육을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비 지원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 전국 시·도교육청이 떠안아야 할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교육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갈등은 6·3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려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후보들은 정부의 국비 축소 움직임에 대응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후보는 '국가 책임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다른 후보들은 교통비·교육 바우처·운전면허 취득비 지원 등 '생활 밀착형 복지' 공약으로 학부모 표심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수도권 후보들을 보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만 3~5세 유아교육 완전 무상화'와 '초·중·고 학생 교통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윤호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초등학교 영어교육 시작 시기를 현행 3학년에서 1학년으로 앞당기는 공약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서울 지역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영어학원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공교육 확대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교육청이 우수 학원을 지정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학부모의 사교육비 일부를 지원하는 '공립형 학원' 구상도 내놨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임태희 후보는 지난해 고3 학생 12만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운전면허 취득비를 지원한 데 이어, 중3~고3 학생 독감 예방접종비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안민석 후보는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100만원의 펀드 자금을 지급한 뒤 6년간 위탁 운용해 졸업 시 수익금과 함께 돌려주는 '씨앗 교육펀드'를 공약했다. 특히 최근 교육감 선거에서는 단순 무상교육 유지 요구를 넘어 AI 바우처·교통비·교육수당·사회진출 지원금 등 현금성·바우처형 공약 경쟁이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교육복지 범위가 학교 안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청사가 위치한 세종·충청권에서는 정부의 예산 축소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국가 책임 강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임전수 세종시교육감 후보는 최근 “교육은 선택이 아닌 기본권"이라며 “고등학교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교 무상교육을 법정 제도로 전환해 항구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 지역은 농산어촌과 소외 지역 비중이 높은 만큼 국비 축소 시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지방교육재정 방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삼영 강원교육감 후보는 교육감협의회와 연대해 국고 지원 비율을 법으로 명확히 의무화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현숙 후보는 “국가 지원 축소는 교육격차 확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상시적 예산 편성 체계 전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신경호 후보는 지역별 교육 인프라 지수를 반영한 예산 배분 기준 마련과 고교 무상교육 법적 근거 강화, 지역소멸 위기 지역 대상 특별 교육교부금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광익 후보 역시 “국비 지원 축소는 결국 지역 간 교육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에 최소한의 국비 지원 유지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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