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범의 세무칼럼] 주가조작의 끝은 세무조사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5.28 11:01

박영범세무사 YB세무컨설팅 대표

박영범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


2009년 개봉한 주식 범죄 영화 '작전'에서 조폭 출신의 벤처기업 사냥꾼 황종구는 “대한민국 경제는 내가 돌리는 거야"라며 호기롭게 외친다. 평범한 개미투자자 강현수를 비롯한 작전 세력이 600억 원 규모의 주가조작을 기획했던 이 이야기는 스크린 속 상상으로만 남지 않았다. 2025년 대한민국 주식시장 코스닥에 스스로를 “영화 <작전>의 주인공"이라 부르며 판을 짠 실사판 작전 세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결말은 영화보다 훨씬 씁쓸하고 가혹했다. 새롭게 도입된 '리니언시(자진신고)' 제도로 인해 철석같이 믿었던 동료의 배신을 겪고, 검찰의 구속을 넘어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까지 마주하게 된 대한민국 '리니언시 1호' 주가조작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본다.


이번 사건의 총책 A(구속)는 기업사냥 전문가로 통하며, 영화 속 황종구처럼 작전의 전체적인 판을 짰다. 그는 현직 증권사 부장이었던 B(구속)를 포섭해 실행력을 갖추었고, 재력가 C(구속)와 전주(錢主) D로부터 작전에 필요한 현금 30억 원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기획과 실행을 담당하는 'OO 팀'과 자금 조달 및 바람잡이를 맡은 'O 패밀리'라는 두 개의 조직으로 움직였다.




이들이 먹잇감으로 삼은 곳은 코스닥 상장사 '가' 기업이었다. 이곳은 최대 주주 지분율이 45%로 높아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은 전형적인 '품절주'였다. 게다가 총책 A는 2대 주주의 보유 주식 17%에 대한 매수 권한(속칭 '모찌')까지 미리 확보해 두었다. 즉, 유통 물량을 완벽히 통제해 적은 자금과 거래량만으로도 주가를 쉽게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범행의 시작은 대담했다. 재력가 C와 전주 D는 시세조종에 쓸 현금 30억 원을 여행용 캐리어에 꽉꽉 채워 담아, 수십 개의 차명 계좌 및 대포 폰과 함께 선수 B가 일하는 증권사 사무실로 직접 배달했다.준비를 마친 이들은 2025년 1월 14일, 전일 종가 1,926원이던 주가를 단숨에 상한가인 2,490원으로 끌어올리며 작전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거래량을 평소의 400배까지 폭증시키며 집중적인 통정매매(서로 짜고 치는 매매)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총책 C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시장에 허위 호재를 퍼뜨리는 속칭 '펄 붙이기' 작업으로 개미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주가를 7,000원 이상으로 띄운 뒤, 고점에서 개미들에게 차명 주식을 모두 떠넘기고 수익을 반씩 나누는 것이었다. 실제로 주가는 한때 장중 4,105원까지 폭등하며 이들의 탐욕을 채워주는 듯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범죄 카르텔은 2025년 3월 14일, 공범 중 한 명의 '배신'으로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급해진 이들은 무너진 주가를 살리기 위해 전직 축구선수 출신의 시세조종 선수 F를 긴급 영입해 2차 주가 부양을 시도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숨통을 끊어놓은 결정타는 2024년 1월 새로 도입된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신고자 형벌 감면) 제도'였다. 주가조작은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이루어져 내부 고발 없이는 적발이 매우 어려운데, 이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대검찰청에 '1호 자수자'가 등장한다. 공범의 자수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부는 불과 2개월여 만에 작전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배신과 역습을 거듭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조직원들이 서로를 밀고하며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결국 이들이 차명 계좌로 굴린 289억 원 규모의 거래와 부당이득 14억 원은 백일하에 드러났고, 총책 3인방은 줄줄이 구속되었다.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주가조작 세력의 범죄 수익을 뿌리째 뽑으려는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다.


최근 국세청은 “코스피 7,000시대, 코리아 프리미엄 안착"을 목표로 내걸고, 주가조작 세력을 포함한 불공정 탈세자 31명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벌어들인 '검은돈'을 추적하며 한층 교묘해진 '터널링(Tunneling,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과 '자산 편취' 수법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을 합법적인 이익으로 위장하기 위해 사주 배우자 명의의 유령 회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거나, 회사의 공금을 사주 일가의 고액 급여로 둔갑시켜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 등이 주요 적발 대상이다. 국세청은 부당이득은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탈루 세액을 끝까지 추징하고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을 밝혔다.


과거의 주가조작이 단순히 솜방망이 형사 처벌이나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검찰의 신속한 구속 수사, 리니언시 제도로 인한 조직의 내부 와해, 그리고 국세청의 전방위적 세무조사와 세금 추징이라는 '삼중 철퇴'가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설된 범죄수익환수부를 통해 범행에 사용된 종잣돈까지 끝까지 추적해 동결하고 있으며, 국세청은 불공정 자본 거래를 시장 질서 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돈줄을 완전히 옥죄고 있다.


영화 <작전>의 결말은 주인공의 통쾌한 한탕이었을지 모르나, 현실판 작전 세력이 마주한 마무리는 차가운 구치소와 텅 빈 통장뿐이다. 서민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쥐어짜 낸 범죄는 반드시 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사법당국과 과세당국의 흔들림 없는 공조를 통해 명백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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