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구글 제미나이(Gemini)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관련 인프라 구축 수요가 늘면서 전력기기와 철강 기업들도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최소한 오는 2030년까지는 AI·전력 인프라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이들을 위한 기회가 커지고 있다.
HD현대와 LS·효성 등 국내 전력기기 3사는 AI가 소비하는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위한 고품질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기기 기술과 생산 역량이 우수해 미국 빅테크와 에너지 인프라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철강사들도 AI·전력 인프라를 겨냥한 철강재 연구개발·수주 전략으로 미국 시장의 철강 관세 장벽을 돌파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기 3사는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기기 등 AI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765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 무정전 전원장치(UPS)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대규모 장거리 송전(送電) 체계인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반 전력 인프라와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필요하다.
이 같은 수요는 수주 성과에 반영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HD현대일렉트릭 (17억9700만달러) △LS일렉트릭 1조860억원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 4조1745억원로 35%, 27%, 108% 증가했다. 수주잔고도 △HD현대일렉트릭 (78억8800만달러) △LS일렉트릭 5조6425억원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15조1000억원으로 나란히 28%, 45%, 45%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전력 인프라 기업들에서 쏟아지는 제품 주문의 결과이다.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기존 전력 인프라에서 끌어다 쓰면서 전체 전력 수급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자율적 협약을 맺은 것이 국내 전력기기와 철강 기업의 수주 증가를 가져온 계기였다.
빅테크들이 전력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것이다. 전력기기 제품은 미국 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 파생 관세를 적용받고 있지만 고객사가 대신 부담에 나설 정도로 장벽을 거뜬히 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전력 인프라 기업들도 노후 송전망을 HVDC 같이 송전 능력이 더 우수한 방식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미국 에너지청(DOE)는 지난 3월 내 전력망을 개선이 시급한 전력망을 현대화하기 위해 약 190억달러 규모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지원 대상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올해와 미국 내 전력 수요는 각각 4조2480억킬로와트시(㎾h)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이보다 3.1% 더 성장한 4조3790억㎾h로 전망된다.
▲조지아주 리디아 스프링스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 단지 전경. 사진=AP/연합뉴스
철강사들도 AI와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미래 성장 토대를 다지고 있다.
포스코는 제철소별 강재 특화 전략의 일환으로 포항제철소를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에너지강재 연구개발 및 생산에 특화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8대 핵심 전략제품에 △신재생에너지용 초고내식 합금도금강판(포스맥) △에너지후판 △전력용 전기강판 △고망간(Mn)강 같은 제품을 포함했다.
현대제철은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보호 건축물(인클로저)용 강재, 송전철탑용 형강·후판 등의 수주·판매를 확대하고, 이들 제품과 판재와 봉형강을 포괄하는 제품 패키지로 세계 AI·전력 인프라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선재·봉강·철근 수출이 4억479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7% 증가했다. 형강도 1억8428만달러로 3.4% 늘었다. 이는 전체 철강제품 수출(74억8989만달러)이 3.3%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미국 시장으로 수출한 선재·봉강·철근이 757% 늘어난 1억6220만달러로 1위 자리에 올랐고, 형강도 6649만달러로 147%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1~3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집계한 수입 봉형강(Long product) 중 23%(24만399톤)가 한국산으로 가장 많았다. 업계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조성에 쓸 강재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철강과 전력기기 분야 기업들의 AI·전력시장 대응 전략은 당분간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울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자산 업체 JLL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은 2030년까지 200기가와트(GW) 규모로 지난해에 비해 100GW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5년 동안 49GW 증가해 109GW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필요한 5년간의 투자는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전력 수요도 올해부터 연간 평균 1100테라와트시(TWh) 증가해 2030년까지 3만3600TWh에 이를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예측했다. 미국만 놓고 보면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5년 동안 전력 수요가 총 420TWh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 중 절반가량이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결과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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