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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본잠식 빠진 광해광업공단, 지난 10년간 뭐했나…이게 다 비전문 낙하산 인사 때문”

“광해광업공단이 자본잠식에 빠져 있죠. 제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2012년만 해도 부채율은 157%였습니다. 이후로 공단 운영을 어떻게 했길래 자본잠식까지 오게 됐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결국 이게 다 비전문가 사장이 임명되니까 이렇게 된거 아니겠습니까?" 한국광해광업공단(이하 공단)의 전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28년을 근무하고 이후에도 대학에서 자원개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공단의 현 모습을 진단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원개발 산업이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우리나라에서 공단은 거의 유일한 광물개발 전문 기업이자, 공공기관이다. 글로벌 광물시장 동향 체크부터 민간 기업에 대한 탐사 및 자금 지원, 정부의 자원정책 수립 지원 업무를 도맡고 있다. 공단은 2008~2013년 이명박 정부 시절, 광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막대한 예산과 권한을 부여받아 대대적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자원가격이 폭락하면서 그 타격을 그대로 받아 지금까지 부실이 이어지고 있다. 공단의 재무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말 기준 총자산 4조8210억원, 총부채 8조5840억원으로 3조7630억원 자본잠식이 진행됐다. 수익원이라도 있으면 돈을 갚아 나갈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적자만 늘고 있다. 공단의 영업적자는 2022년 876억원, 2023년 1043억원, 2024년 1319억원이며, 금융비용으로 인해 같은 기간 당기순적자는 181억원, 3120억원, 1조1817억원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강 교수가 공단의 재무상태가 계속 악화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본 것은 몇 차례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단을 어렵게 하는 사업이 크게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니 니켈광사업,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사업,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사업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만 보더라도 광물가격이 크게 오르는 사이클이 있었다. 이 좋은 기회에 자산을 처분했다면 적자 규모를 훨씬 줄였을 것이다. 그런데 공단은 그 시기를 멍하니 쳐다만 봤다. 이것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단이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사업에 진출한 2008년의 구리가격은 톤당 9000달러로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해 말 가격이 2000달러대로 폭락했으나, 금새 다시 올라 2011년 2월 1만100달러를 돌파했다. 다른 광물가격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공단의 해외사업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 패착 원인이 되고 말았다. 공단은 볼레오사업 지분율을 10%에서 87%까지 높여 광산 운영권자가 됐다. 이후 가격은 급락해 2019년 4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수익성이 떨어지자 가동률이 저조해졌고 공단의 재무상태는 악화됐다. 하지만 광물가격에는 항상 사이클이 있다. 내려간 가격은 다시 오르게 마련이다. 2021년 5월 구리가격은 1만700달러대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2024년 5월에는 1만800달러대로 다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니켈가격도 2008년 톤당 3만1000달러대에서 2016년 8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2022년 4월 3만3000달러대로 급등했다. 강 교수가 지적한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공단은 재무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이 황금 같은 시기를 허공에 날려버린 것이다. 강 교수는 “공단 행태와 바로 비교되는 게 LS니꼬동이다. 2009년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사업에 공단과 LS니꼬동이 각각 10%씩 참여했다. LS니꼬동은 2017년 지분을 6억3500만달러(당시 약 7100억원)에 매각하면서 투자비를 제외하고 1500억원을 벌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광산에서 생산되는 구리를 20년간 공급받는 수급계약까지 체결했다. 공단은 왜 이런 판단을 못했는지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최종 결정과 책임은 사장의 몫. 공단 사장에 능력없는 낙하산 인사들만 오면서 황금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고 날려버려 자본잠식 지경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 강 교수의 진단이다. 2008년부터 김신종, 고정식, 김영민, 황규연 사장은 모두 공단의 관할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출신들이다. 이들이 부처에 근무하며 광업 관련 정책을 다뤄는 봤겠지만, 그렇다고 전문가라고 보긴 어렵다. 부처 퇴직 후 정권과의 연을 통해 공단 사장으로 온 비전문가들로 인해 공단은 황금기회를 모두 날려버리고 결국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다. 공단은 2021년 9월 10일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통합해 새로 출범했다. 김신종, 고정식, 김영민, 황규연 사장은 광물자원공사 출신이고, 황규연 사장은 초대 광해광업공단 사장을 맡았다. 기막힌 것은 이 같은 행태가 현재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4월 취임한 황영식 사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30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고, 그가 가진 관련 이력은 광해관리공단 비상임이사와 광해광업공단 비상임이사뿐이다. 황 사장은 후보자 시절 자기소개서에 공단과의 인연을 설명하면서 “언론인을 그만두고 영월로 귀촌해 농업인으로 살고 있다. 영월과 고향 문경은 탄광이 번성하는 등 공통점이 많다. 두 폐광지역을 고향과 제2의 고향으로 둔 인연으로 공단 비상임이사로 일했다"고 적었다. 사실 강 교수는 황 사장과 함께 공단 사장 후보자 최후 2인 중 한명이었다. 황 사장은 언론인 출신이고, 강 교수는 광물공사 28년 근무 이후 대학에서 관련 학문을 가르치고 있는 전문가인데, 결국 당시 대통령실은 계엄사태로 어수선한 틈을 타 황 사장을 뽑았다. 당시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황 사장은 같은 언론사에서 근무해 서로 잘 아는 사이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한국 광물산업이 다시 일어서는 첫 단계로 전문가 선임을 꼽고 있다. 일본 에너지·자원 전문 공공기관인 조그멕(JOGMEC)처럼 전문가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에 자원 전문가가 없나. 50~60대의 정말 일 잘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 좋은 인력들을 갖다 쓰면 되는데 그걸 안 한다. 일본 조그멕은 스미토모상사 등 민간 자원기업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 좋은 재원 중에 고르고 골라 사장으로 임명한다. 그렇게 하니까 일본이 훌륭한 에너지·자원 공급망을 갖추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전문가 사장을 앉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교수는 끝으로 “현재 자원가격이 많이 내려와 있다. 지금이 자원확보에 나설 절호의 기회다. 자원가격은 사이클상 반드시 오르게 돼 있다. 마침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지금이 한국 자원산업이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지금을 놓치면 다시 기회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하대 금속공학과 △중앙대 대학원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세아베스틸지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한국남동발전 비상임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장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現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재생에너지로 돌리는 산업지대…정부, ‘RE100 산단’ 설계 착수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전용 산업단지, 일명 'RE100 산단'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RE100 산단 조성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번 TF는 지난 10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RE100 산단을 국가 핵심과제로 공식화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회의는 문신학 산업부 1차관 주재로 진행됐으며,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8개 부처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RE100 산단은 산업단지 내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받는 공단을 말한다. 풍력, 태양광 등 지역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RE100' 이행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실질적 입지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민간 글로벌 캠페인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BMW 등 세계적 기업들이 가입하고 있으며, 자사 공급망에도 동일한 기준 적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RE100 산단 조성을 국가 우선 과제로 공식화했다. RE100 이행이 가능한 산업단지를 국내에 마련하고, 수출 제조업의 투자 유치와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RE100 산단 조기 조성을 위해 △특별법 제정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인프라 구축 △기업 유치를 위한 입지 경쟁력 확보 등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특히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를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기조를 설정하고, 전기요금 인하 방안, 교육·주거 인프라 조성 등 복합적인 유인 구조를 구축하는 데 TF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TF를 격주 단위로 운영하며, 2025년 연내에 RE100 산단 기본 계획과 관련 특별법 제정안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신학 1차관은 “RE100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수출기업의 생존 요건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규제가 아니라 기회로 받아들여야 하며,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조속한 실행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2050 탄소중립 앞당긴다…세종, 녹색도시 시동

세종=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도시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탄소 배출 없는 교통으로 움직이며, 건물 하나하나가 '제로에너지'를 향해 나아간다. 세종시가 '에너지 자립 스마트시티'라는 이름의 거대한 전환 실험에 본격 착수했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가 정책의 선도모델이자, 도시 차원의 구조 개편을 동반한 첫 실행 사례다. 정부와 세종시는 16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함께 포럼을 열고, 에너지·교통·건축 등 전 부문에 걸친 탄소중립 전략을 공개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이날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세종에서 탄녹위와 공동으로 '에너지 자립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행사는 탄녹위가 권역별로 순회 중인 '탄소중립·녹색성장 권역 릴레이 포럼'의 일환으로, 도시 단위 탄소중립 전략의 모델로 떠오른 세종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영석 세종시 환경녹지국장(탄소중립이행책임관)은 “세종시는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지속가능 미래도시'를 비전으로,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기본계획 이행 첫해였던 지난해, 목표치 대비 120.4%의 감축 실적을 거뒀다"며 성과를 소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도시 내 탄소 배출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탄소공간지도, 건물 단위의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제도, 대중교통 중심 생활권 실현 방안 등 전방위적 탄소중립 수단들이 발표됐다. 문병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세종시에서 실증 중인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정책 설계 가능성을 설명했다. 홍성준 국토교통부 녹색건축과장은 '그린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 확산을 강조했다. 교통 분야에서는 세종시가 자체 도입한 통합 교통요금제 '이응패스'의 성과와 확장 계획이 발표됐다. 조은강 대중교통과장은 “2020년 7.9%였던 대중교통 이용률을 2030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도심 내 친환경 교통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연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정인 중앙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제도·기술·시민참여의 삼각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장은혜 법제연구원 ESG법제팀장, 윤은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정연준 행복청 사무관, 김호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실장 등은 세종시 사례를 토대로 도시형 탄소중립 정책의 확장 가능성과 실현 과제를 짚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기후변화 시대, 숲과 정원, 공원과 꽃 같은 단어가 국민 삶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며 “세종시는 녹색성장을 도시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진 탄녹위 공동위원장은 “이상기후는 더 이상 미래의 우려가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라며 “탄소중립 실현의 최전선인 도시 현장에서 지자체, 시민, 산업계가 함께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세아베스틸, 한화큐셀서 20년 간 태양광 에너지 수급…RE100 달성 박차

세아베스틸은 재생 에너지 솔루션 전문 기업 한화큐셀과 20년 장기 직접 전력 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세아베스틸은 올해 하반기부터 한화큐셀의 태양광 발전 재생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PPA는 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전기 소비자가 전력 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RE100 이행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주요 재생 에너지 조달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2024년 기준 연간 2만6967MWh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확보했다.또 점진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세아베스틸은 연간 1만6425MWh의 재생 에너지 전력을 추가 확보함으로써 연간 총 4만3392MWh 상당의 전력을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게 된다. 이는 국내 4인 가구 전력 사용량인 3684kWh로 환산 시 약 1만2000세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하며, 연간 약 1만9800톤의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세아베스틸은 철 스크랩 기반의 전기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철광석을 사용하는 고로 대비 탄소 집약도가 현저히 낮은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탄소 중립에 대한 중요성과 저탄소·친환경 철강 제품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원 사용량을 선제적으로 확대해 ESG 경영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공급사인 한화큐셀은 국내 재생 에너지 산업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으로서 직접전력구매계약을 포함한 다양한 재생 에너지 공급 모델을 선보이며 국내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이번 20년 PPA를 통해 양사는 RE100 달성을 위한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됐다. 이날 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홍상범 세아베스틸 경영총괄부문장은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PPA를 통한 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는 기업 가치 제고와 신규 사업 기회 창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친환경 전략을 통해 ESG 경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은 “이번 계약을 통해 국내 기업의 RE100 실현과 탄소 중립 이행을 적극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 파트너들과 협력해 무탄소 전원 확대와 국가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최대 5조원 사업’ 기후대응댐 정책 반쪽되나…“재검토하겠다” 김성환 발언에 업계 술렁

환경부가 주요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기후대응댐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필요성을 정밀하게 다시 따져보겠다고 밝히면서다. 다만, 이미 건설이 확정된 곳도 있어 이를 철회한다면 관련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 환경부 내부까지도 반발이 나올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악화로 이에 대응할 수자원 인프라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정권을 넘어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기후대응댐 건설계획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물산업계·학회 및 환경부·한국수자원공사 내부의 불안함이 감지된다. 김 후보자는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후대응댐 관련해서 “(댐 신설과 관련해) 주민 반발은 없는지 등을 정밀하게 재검토해 꼭 필요한 것만 추진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양해를 구해서 중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댐에는) 다목적댐으로 설계 중인 것도 있고, 평소에는 수문을 열어두고 폭우가 왔을 때 물을 일시적으로 저류하는 용도로 설계하는 댐도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필요성을 정밀하게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기후대응댐' 명칭에 대해서도 “너무 뭉뚱그려서 표현한 거 같다"며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이 같은 김 후보자의 발언은 민주당 내 일부 의견과 환경단체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3월 11일 이학영 민주당 국회의원 등 5명 의원들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국회에서 기후대응댐 강행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기후대응댐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국책과제로,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거대한 물그릇'을 구축한다는 개념의 수자원 인프라 건설 정책이다. 현재 전국 후보지 14곳 중 9곳은 확정됐고, 5곳은 주민반대 등의 이유로 보류된 상태다. 보류 지역은 △전남 화순 동복천댐 △순천 옥천댐 △충남 청양·부여 지천댐 △강원 양구 수입천댐 △충북 단양 단양천댐이다. 총사업비는 확정 9곳만 하면 약 2조원, 보류 5곳까지 포함하면 최대 5조원으로 추정된다. 김 후보자의 재검토 발언 이후 보류 5곳은 취소 가능성이 높아졌고, 나아가 확정된 곳까지 취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환경부는 폭우와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대응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후대응댐을 통해 약 220만명의 시민이 사용 가능한 연간 2억5000만톤의 담수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확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지자체에 아낌없는 지원책을 제시하며 설득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지자체 설득을 위해 파크골프장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올해 1월 15일 환경부는 댐 주변 지역지원금을 기존 300억~400억원에서 600억~800억원으로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와 전문가들도 기후대응댐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수자원학회가 발간한 '4월 이슈페이퍼 보고서'에서는 학회 회원 87명을 대상으로 기후대응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87명 전문가들은 학계 44.8%, 민간기업 35.6%, 공공기관 16.1% 등으로 구성됐다. 응답 결과, 81.6%는 14개 기후대응댐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유로는 가뭄 대비 용수 확보(69.9%), 홍수 대응력 강화(65.1%), 기후변화 대응(65.1%)를 꼽았다. 또한 기후대응댐의 필수 기능으로는 홍수 조절(83.7%), 용수 공급(82.6%), 하천 유지용수 확보(53.5%)로 답했다. 수자원학회는 보고서에서 “기후대응댐과 같은 중요한 수자원 인프라 구축은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물관리 전략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즉, 정권 성향따라 정책을 뒤집기 보다는 꾸준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5조원 규모의 사업이 장관 교체로 재검토 상황까지 가게 되면서 관련 업계와 지자체, 전문가들은 자칫 추진 동력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태웅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수자원학회 수자원현안위원회 위원장)는 “원래 우리나라는 비가 매년 비슷한 패턴으로 왔다. 장마 때 온 비를 가둬 놓으면 1년 정도 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 탓인지 지난 2016년에 2년 동안 마른 장마가 나타났다. 만약 가뭄이 3년 연속 있었다면 국가적으로 위기상황이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공업·생활용수는 계속 늘고 있어 댐 개발은 필요하다. 일단 지역수자원관리계획을 토대로 공청회를 통해 확정된 댐은 추진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환경부가 한번 계획된 사업을 일관성 있게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사업에 지장이 생기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7일 전국 대부분 비…수도권 최대 150㎜ 폭우

오는 17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 수도권에는 최대 150mm의 폭우가 내릴 수 있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16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16∼17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 50∼150㎜(많은 곳 경기 남부 200㎜ 이상), 서해5도 10∼40㎜, 강원 내륙·산지 50∼100㎜(많은 곳 강원 중·남부 내륙 150㎜ 이상), 강원 동해안 5∼40㎜다. 광주·전남, 대구·경북(북부 내륙 제외), 울릉도·독도는 10∼60㎜, 제주도 북부는 5∼30㎜의 비가 내리겠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대부분 지역에서 기온이 내려간다. 하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아 낮 최고체감온도가 30도 내외로 오르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21∼26℃(도), 낮 최고기온은 27∼32도로 예보됐다. 연합뉴스

“SMR은 미리 만들어야 산다”…두산에너빌, 세계 유일 ‘SMR 파운드리’로 부상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의 게임 체인저는 기술이 아닌 생산력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자리매김하며 세계 원전 산업의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뉴스케일(NuScale) 등 유력 SMR 기업들이 두산에 손을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 본격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SMR 시장에서 두산은 유일하게 대량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1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SMR 시장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지만, 선진국의 기후 정책과 에너지 안보 이슈가 맞물리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력을 기반으로 '즉시 납품 가능한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SMR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 뉴스케일이 두산에 전략적 협력을 요청하고, 두산이 뉴스케일에 지분 투자까지 단행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원전 산업은 대부분 '수주 → 설계 → 제작'의 방식으로 움직여 왔다. 하지만 SMR은 소형·모듈형 설계를 바탕으로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산품형 모델을 지향한다. 이 구조에서는 납기 단축과 대량생산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다. 두산은 아직 뉴스케일과 최종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2기 분량의 핵심 소재를 선제 제작하고 있다. 이는 기존 원전 업계의 관행을 뛰어넘는 전략이다. 즉, '미리 만들어야 팔 수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 하에 '선제 제작 → 유연 납품 → OEM 다변화'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두산은 대형 원전 기준 동시 5기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SMR 전용 라인까지 별도로 확보해 둔 상태다. 이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결정적인 차별점이다. 미국·유럽의 대부분 SMR 개발사는 설계 및 시스템 엔지니어링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실제 대형 압력용기나 주기기 생산 능력은 두산만이 갖추고 있다. 두산은 SMR 시장에서 엔지니어링 주도자가 아닌 '제조 기반 인프라 제공자', 즉 파운드리(Foundry) 역할을 택했다. 이 방식은 반도체 산업의 TSMC 모델과 유사하다. 즉, 다양한 SMR 개발사가 설계와 운용을 맡고, 두산은 이를 기반으로 부품·모듈을 OEM 방식으로 생산·납품하는 글로벌 제조 허브로 기능하는 구조다. 뉴스케일 외에도 X-에너지, 테라파워, GE히타치 등 주요 SMR 기업들이 설계 고도화 단계에 이르면서, 향후 두산의 공급망 파트너가 늘어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시장 선점 전략에 기반한 투자다. 현재 SMR 실증 혹은 제작 단계에 진입한 국가는 소수다. 중국은 자국 내 기술과 설비를 내재화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지정학적 제약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 가능한 OEM 제작사는 두산이 사실상 유일하다. 즉, 두산은 SMR 시장의 공급망 병목을 해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글로벌 파운드리로, 기존 대형 원전 제작 경험과 설비를 SMR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다. SMR 시장은 이제 기술 개발에서 공급망 경쟁과 납품 역량 확보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설계자가 아닌 생산 기반 파트너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SMR 생태계의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구조다. 앞으로의 과제는 OEM 다변화, 납품 스케줄 관리, 국내외 정책 연계(예: IRA, 한미 SMR 협력 프레임워크) 등으로, 단순한 '제작사'를 넘어선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사실상 기후에너지부 장관 청문회였다”…산업부 개편 어디로

지난 15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사실상 '기후에너지부 장관 청문회'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자는 이날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동시에 활용하겠다는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구상은 물론 산업부 산하 공기업의 통폐합 문제 등 산업부 에너지정책실 이슈 전반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에너지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산업부 장관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가 해야할 발언을 환경부 장관이 선점한 것이란 평가와 함께 향후 부처 개편방향성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기후·에너지정책의 총괄자로서의 역할 의지를 드러냈다"며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봐야겠지만 에너지 주도권을 환경부로 이관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환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균형 있는 조합이 필요하다", “원전도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불가피한 전원"이라고 밝혀 기존 '탈원전'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의 통폐합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이는 향후 기후에너지부 또는 환경부 주도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물론 산업부 산하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을 포함한 에너지정책 전반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방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환경부 청문회(15일) → 산업부 청문회(17일)로 이어지는 인사 청문회 일정은, 정책 우선순위와 부처 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지명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겉으로는 대통령이 경제계와 약속했던 '산업부 장관 민간 출신 임명'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의 인사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에너지정책 주도권을 환경부로 옮기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경제 6단체장들과의 회동에서 산업부 장관은 반드시 민간 출신을 임명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삼성, SK,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 인사들을 물색했지만, 청문회 부담과 내부 사정으로 대부분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SK 측에서는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과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을 추천했으나,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 공공부문 경험과 두산에너빌리티 경영 이력을 모두 갖춘 김정관 사장에게 낙점이 돌아갔다. 정책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이 처음엔 김 사장 임명을 주저했지만, 경제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국 받아들였다"는 후문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산업부 내 에너지기능 분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재명 정부가 기후·산업·에너지를 아우르는 대형 개편을 구상 중이고, 김 장관은 이를 위한 전환기형 인사로 한시적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선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산업부로부터 에너지 정책 관련 업무보고를 받고 마음에 들어했다는 소문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선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 설립에 탄력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산업부 장관 후보자인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원전 기업 대표이기도 하지만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를 거친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된 실무적 조율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김정관 후보자는 “산업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다. 인공지능(AI) 시대 머리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라면 심장은 에너지다. 심장과 머리를 따로 떼어선 안 된다" 라며 에너지 분야를 환경부에 이관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어 이번 청문회에 더욱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환경부와 산업부 장관 인사에는 에너지 및 원전 정책의 조정과 기후 정책 통합을 병행하려는 정권 의지가 반영된 게 사실"이라며 “장차 에너지 고속도로, SMR, 재생에너지까지 아우르는 범부처 조율 기구인 기후에너지부가 출범 혹은 대폭적인 업무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민간 출신 장관 임명이라는 정치적 약속을 지키고, 동시에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을 환경 중심으로 바꾸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장관은 민간과 공공의 경험을 겸비한 적임자이지만, 본인의 정책색을 뚜렷이 드러내기보다는 구조 개편을 마무리 짓는 관리자형 장관 역할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가에서는 김정관 장관 후보자의 임기가 6개월 이내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후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 컨트롤타워가 세워질 경우, 산업부는 제조업과 수출 정책 중심 부처로 재정립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김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원전 수소는 철기문명의 디딤돌이다

인류는 3천 년 전 철기 시대를 열어젖힌 이후, 세계사는 지금까지 사실상 철기 시대의 연속이다. 철의 시대를 개막한 히타이트 제국, 코크스 제철 방식으로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영국 등 문명 전환기에는 항상 철이 있었다. 제철 기술에 앞선 국가는 번영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실제로 청동기에 머무르고 있던 잉카제국이 철제무기로 무장한 스페인에게 힘없이 무너진 역사적 경험도 있다. 오늘날 현대 문명도 여전히 철강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는 약 19억 톤의 철강을 소비하고 있다. 전체 금속 소비의 95%에 해당하는 압도적 물량이다. 철강 생산이 문명의 지속 가능성과 맞닿아 있는 이유다. 철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결정적 계기는 코크스 제철 방식의 발견이다. 철은 산화철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환원 과정을 거쳐야 생산된다. 10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한 공정이다. 처음에는 목탄을 사용했으나 목재 공급이 걸림돌이었다. 산림이 빠르게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영국 의회는 16세기 수목 벌채를 금지하는 법령을 제정하기도 했다. 제철산업 더 나아가 문명 발전의 위기였다. 구리 제조업자였던 아브라함 다비는 1709년 오늘날 코크스라 불리는 점결탄을 용광로에 넣어 철을 녹이는데 성공했다.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사용되는 코크스 제철 방식의 탄생이다. 코크스 방식은 연료비 절감, 고온유지, 규모의 경제 등의 이유로 철강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 실제로 1700년대 초반 2,500톤 정도에 불과하던 영국의 철강 생산량이 1850년에는 약 1,000배가 증가한 250만 톤으로 급증했다. 화학적으로 탄소 덩어리인 코크스는 당연히 제철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제철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중은 7%에 이르고 있다. 단일 산업으로 최대 규모다. 당연히 금세기 최대 의제인 탄소중립과 충돌한다. 탄소중립은 단순 선언을 넘어 실존하는 무역 규제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140개 이상의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행한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6개 업종이 첫 시험대에 오른다. 이들 산업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은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철강 대국이다. 철강산업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는 배경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제철 기술은 수소환원제철이 유일하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원인이 되는 코크스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시험 생산설비에서는 이미 검증된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규모 생산설비의 상업 생산에는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대량의 수소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물 분해인데, 저온 전기분해와 고온 전기분해 방식이 있다. 전자는 전기만을 사용하는 반면, 후자는 열과 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고온의 열을 값싸게 얻을 수 있다면, 훨씬 경제적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여기에 한국 철강산업의 활로가 있다. 원전과 철강 산업의 결합이다. 원전에서 24시간 생산되는 전기와 열을 활용해 얻는 소위 핑크수소를 제철 환원제로 사용하면, 수소환원제철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3시간 남짓 전기만을 생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소위 그린 수소보다 훨씬 경제성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세계는 이미 수소환원제철 경쟁력 확보 경쟁을 시작했다. 스웨덴의 HYBRIT 프로젝트는 수력과 원전을 기반으로 생산된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 방식을 2026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프랑스 EDF도 자국 원전을 활용해 2030년까지 1GW 규모의 청정 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도 뒤처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일찌감치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 기술을 개발했고, 현대제철은 하이큐브라는 독자적 수소환원제철 기술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 확보는 난항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원전 수소만이 답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중심의 수소경제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어서 안타깝다. 철은 현대 문명의 근간이다. 수소는 미래의 에너지다. 원자력은 탄소중립 시대에 철기 문명을 이어갈 디딤돌이다. 박주헌

경과원, 고양시 등 북부 4개 시·군과 손잡고 ‘업사이클 바이오소재 산업’ 육성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이 농업 부산물 기반의 바이오소재 산업화를 위해 경기북부 4개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경과원은 15일 광교 바이오센터에서 '경기북부 업사이클 바이오소재 산업' 육성을 위해 고양특례시·연천군·파주시·포천시 농업기술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경과원에 따르면 이번 협약은 지역 농산물의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바이오소재로 전환해 뷰티·헬스케어 산업으로 연계하고 친환경 기반의 순환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탄소중립 실현과 ESG 가치 확산에 기여하는 산업기반 조성도 주요 목표 중 하나다. 협약식에는 현창하 경과원 미래성장부문 이사, 권지선 고양특례시 농업기술센터소장, 이원희 연천군 농업기술센터소장, 이병직 파주시 농업기술센터소장, 이경숙 포천시 농업기술센터소장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경기북부는 율무, 대추, 사과, 블루베리, 오미자 등 우수한 농산물 생산지로 알려져 있으나 수확 후 발생하는 가지, 껍질, 잎 등의 부산물은 대부분 산업폐기물로 분류됐었다. 경과원은 이러한 자원에 주목해 시·군 농업기술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고기능 바이오소재로 전환하는 '업사이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고양특례시는 장미 가지·들깻대·콩대, 연천군은 율무 미강·대추·포도 가지·홍삼박, 포천시는 사과·오미자·블루베리 등을 활용한 기능성 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이들 원료는 기능성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 기술이전, 특허출원 등과도 연계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자원순환형 바이오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국내 율무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연천군에서는 연간 약 1,200톤의 율무가 생산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율무 미강(쌀겨)'을 경과원이 기능성 화장품 소재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협약은 민관이 함께 농가·기술·산업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실행 중심으로 추진하는 협력 모델이다. 농업기술센터는 지역 내 부산물 자원 발굴과 행정 지원을 맡고, 경과원과 지역 바이오기업은 기술개발과 제품화·산업화에 나선다. 이를 통해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바이오기업 육성과 지역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창하 경과원 미래성장부문 이사는 “이번 협약은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자원 낭비 없는 친환경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뷰티·헬스케어 산업의 중심지로서 북부 지역이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과원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2025 일본 국제식품전시회(JFEX)'에서 통합 경기도관을 운영하고 도내 식품기업들의 수출 판로 개척을 지원했다. 일본 국제식품전시회는 가공식품, 음료, 주류, 프리미엄 식품 등을 전문으로 하는 B2B 전시회로 일본과 아시아 지역 식품 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행사이다. 올해는 21개국 400여 개 기업이 참가해 가공식품, 와인과 주류, 프리미엄 식품 등 6개 전문 구성전으로 운영됐다. 이번 전시회에서 경과원은 남양주시, 이천시와 함께 통합 경기도관을 운영하며 총 11개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지원했다. 참가 기업들에게는 △부스 임차와 장치비 △전시품 편도 운송비 △바이어 사전 매칭 △현장 통역 등 전 과정에 걸친 맞춤형 지원이 제공됐다. 참가 기업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총 360건의 상담을 진행해 1010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실적을 거뒀다. 이천시 소재 ㈜한국제면은 전통 면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들기름 막국수, 비빔국수를 선보였다. 간편한 조리와 정갈한 맛을 갖춘 제품에 현장 시식회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고 449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 남양주시 소재 주식회사 삼진씨앤에프는 미니프레첼, 치즈볼 등 시즈닝 스낵으로 일본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떡볶이 맛 등 한국적 제품이 호평을 받으며 현장에서 수출 협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경과원은 전시회 종료 후에도 경기비즈니스센터(GBC) 도쿄와 연계해 수출대행사업, 화상상담 주선 등을 통해 상담 성과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체계적인 후속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현곤 경과원장은 예상보다 뜨거운 현지 반응을 통해 일본 시장 내 K-푸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기업들의 상담 성과가 실제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과원은 2023년부터 일본 국제식품전시회에 참가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11개 기업이 참가해 206건의 상담을 통해 3,648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실적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1,241만 달러는 실제 계약으로 이어져 일본 시장에서 K-푸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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