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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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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본잠식 빠진 광해광업공단, 지난 10년간 뭐했나…이게 다 비전문 낙하산 인사 때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17 06:27

광해광업공단 부채 8.6조, 자본잠식 3.7조원 재무상태 심각
지난 10년간 광물가격 올랐을 때 처분 못하고 황금기회 날려 버려
파나마광산 같이 참여한 LS니꼬동 1500억 챙기고 지분 매각
산업부 출신들이 사장직 독식, 최근 사장도 언론인 출신 임명
“50~60대 자원 전문가 수두룩, 일본처럼 전문가 사장 앉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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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가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병효 기자

“광해광업공단이 자본잠식에 빠져 있죠. 제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2012년만 해도 부채율은 157%였습니다. 이후로 공단 운영을 어떻게 했길래 자본잠식까지 오게 됐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결국 이게 다 비전문가 사장이 임명되니까 이렇게 된거 아니겠습니까?"


한국광해광업공단(이하 공단)의 전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에서 28년을 근무하고 이후에도 대학에서 자원개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공단의 현 모습을 진단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원개발 산업이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우리나라에서 공단은 거의 유일한 광물개발 전문 기업이자, 공공기관이다. 글로벌 광물시장 동향 체크부터 민간 기업에 대한 탐사 및 자금 지원, 정부의 자원정책 수립 지원 업무를 도맡고 있다.


공단은 2008~2013년 이명박 정부 시절, 광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막대한 예산과 권한을 부여받아 대대적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자원가격이 폭락하면서 그 타격을 그대로 받아 지금까지 부실이 이어지고 있다.


공단의 재무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말 기준 총자산 4조8210억원, 총부채 8조5840억원으로 3조7630억원 자본잠식이 진행됐다.




수익원이라도 있으면 돈을 갚아 나갈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적자만 늘고 있다. 공단의 영업적자는 2022년 876억원, 2023년 1043억원, 2024년 1319억원이며, 금융비용으로 인해 같은 기간 당기순적자는 181억원, 3120억원, 1조1817억원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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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25년 현재까지 구리 가격 동향. 자료=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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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25년 현재까지 니켈 가격 동향. 자료=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

심각한 공단 재무상태, 몇차례 황금기회 있었지만 날려버려

강 교수가 공단의 재무상태가 계속 악화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본 것은 몇 차례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단을 어렵게 하는 사업이 크게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니 니켈광사업,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사업,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사업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만 보더라도 광물가격이 크게 오르는 사이클이 있었다. 이 좋은 기회에 자산을 처분했다면 적자 규모를 훨씬 줄였을 것이다. 그런데 공단은 그 시기를 멍하니 쳐다만 봤다. 이것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단이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사업에 진출한 2008년의 구리가격은 톤당 9000달러로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해 말 가격이 2000달러대로 폭락했으나, 금새 다시 올라 2011년 2월 1만100달러를 돌파했다. 다른 광물가격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공단의 해외사업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 패착 원인이 되고 말았다. 공단은 볼레오사업 지분율을 10%에서 87%까지 높여 광산 운영권자가 됐다. 이후 가격은 급락해 2019년 4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수익성이 떨어지자 가동률이 저조해졌고 공단의 재무상태는 악화됐다.


하지만 광물가격에는 항상 사이클이 있다. 내려간 가격은 다시 오르게 마련이다. 2021년 5월 구리가격은 1만700달러대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2024년 5월에는 1만800달러대로 다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니켈가격도 2008년 톤당 3만1000달러대에서 2016년 8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2022년 4월 3만3000달러대로 급등했다.


강 교수가 지적한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공단은 재무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이 황금 같은 시기를 허공에 날려버린 것이다.


강 교수는 “공단 행태와 바로 비교되는 게 LS니꼬동이다. 2009년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사업에 공단과 LS니꼬동이 각각 10%씩 참여했다. LS니꼬동은 2017년 지분을 6억3500만달러(당시 약 7100억원)에 매각하면서 투자비를 제외하고 1500억원을 벌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광산에서 생산되는 구리를 20년간 공급받는 수급계약까지 체결했다. 공단은 왜 이런 판단을 못했는지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비전문 낙하산 사장들만 수두룩…일본 조그멕처럼 전문가 선임해야

결국 최종 결정과 책임은 사장의 몫. 공단 사장에 능력없는 낙하산 인사들만 오면서 황금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고 날려버려 자본잠식 지경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 강 교수의 진단이다.


2008년부터 김신종, 고정식, 김영민, 황규연 사장은 모두 공단의 관할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출신들이다. 이들이 부처에 근무하며 광업 관련 정책을 다뤄는 봤겠지만, 그렇다고 전문가라고 보긴 어렵다. 부처 퇴직 후 정권과의 연을 통해 공단 사장으로 온 비전문가들로 인해 공단은 황금기회를 모두 날려버리고 결국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다.


공단은 2021년 9월 10일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통합해 새로 출범했다. 김신종, 고정식, 김영민, 황규연 사장은 광물자원공사 출신이고, 황규연 사장은 초대 광해광업공단 사장을 맡았다.


기막힌 것은 이 같은 행태가 현재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4월 취임한 황영식 사장은 언론인 출신이다. 30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고, 그가 가진 관련 이력은 광해관리공단 비상임이사와 광해광업공단 비상임이사뿐이다.


황 사장은 후보자 시절 자기소개서에 공단과의 인연을 설명하면서 “언론인을 그만두고 영월로 귀촌해 농업인으로 살고 있다. 영월과 고향 문경은 탄광이 번성하는 등 공통점이 많다. 두 폐광지역을 고향과 제2의 고향으로 둔 인연으로 공단 비상임이사로 일했다"고 적었다.


사실 강 교수는 황 사장과 함께 공단 사장 후보자 최후 2인 중 한명이었다. 황 사장은 언론인 출신이고, 강 교수는 광물공사 28년 근무 이후 대학에서 관련 학문을 가르치고 있는 전문가인데, 결국 당시 대통령실은 계엄사태로 어수선한 틈을 타 황 사장을 뽑았다. 당시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황 사장은 같은 언론사에서 근무해 서로 잘 아는 사이로 알려졌다.


강 교수는 한국 광물산업이 다시 일어서는 첫 단계로 전문가 선임을 꼽고 있다. 일본 에너지·자원 전문 공공기관인 조그멕(JOGMEC)처럼 전문가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나라에 자원 전문가가 없나. 50~60대의 정말 일 잘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 좋은 인력들을 갖다 쓰면 되는데 그걸 안 한다. 일본 조그멕은 스미토모상사 등 민간 자원기업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 좋은 재원 중에 고르고 골라 사장으로 임명한다. 그렇게 하니까 일본이 훌륭한 에너지·자원 공급망을 갖추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전문가 사장을 앉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교수는 끝으로 “현재 자원가격이 많이 내려와 있다. 지금이 자원확보에 나설 절호의 기회다. 자원가격은 사이클상 반드시 오르게 돼 있다. 마침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지금이 한국 자원산업이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지금을 놓치면 다시 기회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천구 교수 프로필>


△인하대 금속공학과 △중앙대 대학원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세아베스틸지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한국남동발전 비상임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장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現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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