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한쪽은 폭염, 한쪽은 폭우…“다층화된 복합재난, 범정부 통합 관리 시급”

주말 동안 한반도 한쪽에서는 체감온도 35도를 웃도는 폭염과 가뭄이, 다른 한쪽에서는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극단적인 기후 양극화가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이러한 '복합재난'이 최근 4년 새 3배 가까이 강해졌으며 극단적인 발생 일수도 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주말 사이 수도권과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체감온도가 35도에 달하는 더위가 이어진 가운데, 하루에만 13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고 2명이 숨지는 등 폭염 피해가 잇따랐다. 이로써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3237명, 사망자는 28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년 동기 사망자 수(22명)를 이미 크게 웃도는 수치다. 축산 및 수산업계 역시 폭염과 고수온이 장기화되면서 누적 가축 피해는 90만1602마리, 양식어류 피해는 144만4995마리 등 총 230만 마리가 넘는 생물이 폐사했다. 여기에 남부 지방은 강수량 부족으로 주요 수원의 수위가 바닥을 드러내며 용수 수급까지 비상이 걸렸다. 현재 운문댐, 밀양댐, 섬진강댐은 가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영천댐·안동댐·임하댐·성덕댐·평림댐 등 남부권 주요 댐들도 '주의' 단계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강원 동해안 일대에는 80㎜가 넘는 기습 폭우와 함께 강풍·풍랑 특보가 내려졌다. 강한 비구름대와 기상 악화의 영향으로 국립공원 탐방로가 통제되고, 풍랑 및 강풍 특보가 겹치면서 일부 여객선 항로가 차단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한쪽에서는 저수지가 말라가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산사태와 침수 위험이 상존하는 극단적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같은 폭염과 폭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동시·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점차 구조화되는 추세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에 의뢰해 발표한 '한국 폭염·폭우 복합재난 위험도 변화' 분석에 따르면, 최근 4년(2021~2024년)간 복합재난 강도 지수의 중앙값은 1.65로 지난 30년(1991~2020년) 평균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특히 '복합재난 강도가 극단적으로 심한 날'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위 1% 수준의 극심한 복합재난 발생 일수는 과거 연평균 1.1일에서 최근 4년 동안 5.2일로 4.8배 늘었다.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는 “동아시아 몬순 기후권에서는 정체전선이 소멸한 뒤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면서 불과 2주 만에 '호우' 유발 구조에서 '폭염' 유발 구조로 전환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1년에 하루 정도 발생하던 극단적 위험이 최근에는 5일 이상 나타나는 등 폭우와 폭염이 연이어 덮치는 복합재난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폭염과 폭우는 독립된 재해가 아니며,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둘 사이의 급격한 전환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폭우를 개별 재난으로 다루던 기존의 단편적· 지자체별 대응 매뉴얼로는 다층화된 복합재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성원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폭우나 산불 등 단일 재난에만 맞춰진 현행 대응 체계로는 복합재난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재난의 규모와 연계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사전 범정부 통합 재난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호주 ‘16세 미만 SNS 제한’에도 우회 속출…韓, 알고리즘 규제까지 검토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했지만, 시행 3개월 뒤에도 10명 중 8명이 여전히 SNS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제한만으로 우회 이용을 막기 어렵다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추천 알고리즘과 플랫폼 설계를 포함한 규제 방식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10일 “우회 이용을 기술적으로 100%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호주와 미국 등 해외 사례를 국내 정책에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 16세 미만 제한에도 81% 이용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대상 플랫폼은 16세 미만 이용자가 계정을 만들거나 보유하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시행 초기 조사에서는 상당수 청소년이 여전히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부 산하 온라인 안전 규제기관 e세이프티(eSafety)가 청소년과 가족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령 제한 대상 SNS를 하나 이상 이용한다는 청소년 비율은 제도 시행 전 86%에서 시행 3개월 뒤 81%로 5%포인트(p) 감소하는 데 그쳤다. 매일 또는 그보다 자주 SNS를 이용한다는 비율도 같은 기간 60%에서 58%로 줄었다. 청소년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른 접속 방식을 이용한 사례도 조사됐다. 가짜 계정을 사용했다는 응답은 15~19%, 시크릿 브라우저를 활용했다는 응답은 6~11%로 나타났다. 연령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 비디오 게임 플랫폼으로 이용이 이동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빅토리아 내시 영국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OII) 부교수는 지난 6월 전문가 논평에서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온라인에 접속하려는 청소년들을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연령 제한을 우회하거나 다른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방미통위도 이 같은 해외 사례를 국내 정책 논의에 참고하고 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등 학교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계속 들어야 한다"며 “여러 방안의 장단점을 살펴 국내 환경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韓, 연령 제한에 알고리즘 규제 더한다 국내에서는 청소년 SNS 가입 제한과 함께, 추천 알고리즘 적용 여부를 이용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 기록과 검색어, '좋아요' 등을 분석해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이 더해지면, 이용자가 별도로 선택하지 않아도 다음 콘텐츠가 끊김 없이 이어진다. 실제로 독일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 연구에서는 특정 관심 분야 영상을 연속해 시청할수록 비슷한 콘텐츠의 추천 비중이 높아지고 노출되는 해시태그의 다양성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비슷한 콘텐츠가 연속적으로 추천되는 이른바 '토끼굴'(rabbit hole) 현상이다. 현재 국회에는 플랫폼의 정보 추천 방식과 노출 기준을 이용자에게 알리고, 개인화 추천 기능의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청소년에게도 이 같은 알고리즘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방미통위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만 14세 미만은 SNS 가입을 제한하고, 14세 이상 19세 미만은 중독성 디자인이나 과몰입을 유도하는 추천 알고리즘 노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연령 확인 의무화와 부모 동의 제도도 논의 대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규제 방식과 시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회의에서 '청소년 SNS 이용환경 개선안'을 논의하고, 해외 사례 등을 살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후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청소년 과의존 43%…숏폼 이용도 확대 알고리즘과 서비스 설계가 별도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청소년의 높은 스마트폰 과의존 수준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용자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2.7%로 전년보다 0.2%p 낮아졌다. 2021년 24.2%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하락했다. 반면 10~19세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군은 43%로 전년보다 0.4%p 상승했다. 2021년 37%에서 4년 동안 6%p 높아져 전체 이용자 평균의 두 배에 육박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청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20분으로 나타났다.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에서는 인스타그램 릴스가 37.2%로 유튜브(35.8%)를 앞섰다. ◇ 뉴욕·EU는 이미 '플랫폼 설계' 규제 해외에서는 연령 제한을 넘어 청소년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과 플랫폼 설계까지 규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달 28일 'SAFE for Kids Act' 시행을 위한 최종 규칙을 확정했다. 내년 1월 25일부터 18세 미만 이용자에게 부모 동의 없이 알고리즘으로 개인화된 이른바 '중독성 피드'를 제공하는 것이 제한된다. 유럽연합(EU)은 규제 범위를 플랫폼 설계까지 넓히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틱톡의 '중독성 설계'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위반했다는 예비 판단을 내렸다. 문제로 지목한 기능에는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 푸시 알림, 고도로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향후 어떤 기능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을지가 쟁점이다. 개인화 추천뿐 아니라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 등을 '중독성 설계'로 보고 제한할지에 따라 규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개인화 추천은 SNS뿐 아니라 동영상·쇼핑·뉴스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에서 활용되고 있어 적용 대상을 정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연령 확인의 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함께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면 추가적인 개인정보 수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반면, 절차가 느슨하면 호주 사례처럼 허위 연령이나 가짜 계정을 통한 우회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일부 기능을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규제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일부 기능을 막더라도 우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어중간하게 제한하기보다는 차단하거나 허용한 뒤 다른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등 명확한 방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미통위는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동일한 규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도입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거쳐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기후대응위, ICCN 거버넌스 작업반 공동의장국 수임

정부가 국제 기후 거버넌스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는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10일부터 국제기후위원회네트워크(ICCN) 기후 거버넌스 작업반 공동의장국을 맡는다고 밝혔다. 아시아 지역 기관이 해당 작업반 공동의장국으로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대응위에서는 강윤호 국제협력과장이 공동의장을 맡아 캐나다 기후연구소와 함께 작업반을 이끈다. ICCN은 각국 정부로부터 공식 위임을 받은 독립 기후자문기구들의 국제 협의체로, 2021년 출범해 현재 3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거버넌스 작업반은 기후 관련 법·제도부터 기후위원회의 운영 방식까지 각국의 기후 거버넌스 전반을 논의하는 조직이다. 기후대응위는 앞으로 작업반 의제 선정과 각국의 기후 거버넌스 사례 공유, 지원 도구 개발 등을 주도할 예정이다. 특히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등 국제사회에서 합의한 기후 목표를 각국의 국내 정책에 반영하는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룬다. 이번 공동의장국 선임에는 그동안 기후대응위가 국제무대에서 이어온 활동이 영향을 미쳤다. 이창훈 공동위원장은 지난 6월 '2026 런던 기후행동 주간'에서 열린 ICCN 제2회 기후 거버넌스 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기후 거버넌스 개혁 경험을 소개했다. 거버넌스 작업반은 2024년 설립 이후 '기후위원회 설립 안내서'를 비롯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검증 방법론과 글로벌 정책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추진해 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유니슨, 제주 어름비풍력발전소와 20년 O&M 계약

풍력터빈 전문기업 유니슨이 상업운전에 들어간 제주 어름비풍력발전소의 유지보수를 앞으로 20년간 맡는다. 유니슨은 제주 어름비풍력발전소와 20년간 풍력터빈 유지보수(O&M)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제주시 애월읍 어음리 일대에 조성된 어름비풍력발전소는 마을 운영기금을 활용해 건설한 주민참여형 풍력발전소다. 유니슨은 올해 2월 풍력터빈 기자재를 납품한 뒤 설치와 시운전을 진행했으며, 지난 7월 사용전검사를 마쳤다. 발전소는 이달 10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유니슨은 풍력터빈 공급과 설치·시운전에 이어 향후 20년간 정기점검과 예방정비, 고장 대응 등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한다. 유니슨은 앞으로 20년간 정기점검과 예방정비, 고장 대응 등 풍력터빈 운영에 필요한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한다. 계약에는 가동률 보증 조건 포함됐다. 어름비풍력발전소에는 유니슨이 국내에서 설계·개발한 4.2MW급 풍력터빈 'U136'이 설치됐다. 국내 풍황과 기후 여건을 고려해 개발된 모델로, 유니슨은 터빈 구조와 제어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유니슨은 제조사가 직접 유지보수를 맡는 만큼 터빈의 설계·제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 상태를 진단하고 고장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어름비풍력발전소가 추가되면서 유니슨이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국내 풍력발전단지는 총 24곳으로 늘었다. 유니슨에 따르 국내 풍력터빈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유니슨 관계자는 “직접 운영·관리하는 육상풍력발전단지에서 97%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하며 O&M 경험을 쌓아왔다"며 “풍력터빈 개발·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어름비풍력발전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공모…미래 성장동력 발굴 적임자 찾는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C)가 신임 사장 공모에 나섰다. 공사는 올해부터 생활폐기물 직접 매립이 원칙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처리가 불가능한 예외 물량만 반입·처리하고 있다. 향후 폐기물 처리 물량이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사장 공모에서는 기관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자원순환 전문기관으로서의 전환을 이끌 적임자를 찾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0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추천위원회에 따르면, 모집 직위는 사장 1명으로 임기는 임용일로부터 3년이다. 연봉은 약 1억6400만원 수준이며 경영평가 성과금은 별도로 지급된다. 응모 자격은 환경·경영·경제·행정 등 관련 분야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인재로, 결격사유가 없고 학력·경력·실적 기준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지원 서류는 오는 13일 오후 6시까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경영지원처로 방문 또는 등기우편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심사는 사장추천위원회의 서류 및 면접심사를 거쳐 복수로 추천된 후보자 중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최종 임용할 예정이다. 원칙적으로는 올해부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인천 매립지에는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이 금지된다.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그리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그렇게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쓰레기는 각 지역의 소각장에서 소각 처리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소각장 정비로 처리가 불가능할 경우에만 인천 매립지로 반입이 허용된다. 본지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직매립된 생활폐기물은 총 5만2593톤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립량(27만7937톤)의 약 19%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자체별로 보면 올해 서울시의 반입량은 2만9893톤(전년의 26.5% 수준)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는 2만1386톤(전년의 18.5%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인천시는 1315톤(전년의 2.6% 수준)에 그쳤다. 서울시의 반입량은 계속 증가해 6월에는 전년 동월의 50.5%인 1만5630톤까지 치솟았다. 각 지자체의 소각량이 늘어나면 인천 매립지 반입량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로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비은행 강화에 목적 둔 금융지주, 그래도 은행이 먼저다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키워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의 이자이익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는 1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증시 회복에 따른 증권사 실적 개선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도 실적을 뒷받침했다. 그동안 국내 금융지주의 약점으로 지적된 것은 높은 은행 의존도였다. 금리와 대출시장 상황에 따라 그룹 전체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금리 경쟁이 심해지거나 대출 성장이 제한되면 은행의 이익 증가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금융지주들은 은행보다 비은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증권은 자본시장 확대와 투자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 수 있고 보험은 장기적인 보장과 자산관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금융지주들이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비은행을 키우는 것이 은행의 중요성이 낮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비은행 경쟁력이 커질수록 은행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은행은 금융지주가 확보한 가장 큰 고객 접점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기업 고객은 은행을 통해 예금과 대출을 이용하고 이후 증권·보험·카드 등 다른 금융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다. 비은행 계열사가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이를 이용할 고객 기반이 없다면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비은행 성장의 출발점에도 은행이 있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면서 외형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계열사를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가 아니라 새로 편입한 계열사를 기존 은행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느냐다. 금융지주가 지향해야 할 것은 '은행 중심에서 비은행 중심으로의 전환'이 아니다. '은행을 기반으로 한 종합금융그룹'이어야 한다. 비은행은 금융지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하지만 그 성장동력을 움직이게 하는 기반은 여전히 은행이다. 여전히 금융지주의 사업구조를 분류할 때 '은행'과 '비은행'으로 나뉜다. 결국 '은행'이라는 단어가 앞에 들어가는 만큼 은행은 금융지주 사업의 중심이자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는 의미다. 금융지주의 미래는 은행과 비은행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은행의 안정성 위에 비은행의 성장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쌓느냐에 달려 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신창재 “설계사 수수료 분급, 생명보험산업 정상화 계기”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 겸 이사회 의장이 최근 보험산업에서 진행 중인 제도 개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신 의장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올 7월 시행된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 수수료 판매수수료 규제(1200%룰)에 이어 내년 1월 시행되는 보험설계사 수수료 분급기간 확대가 단기실적 위주의 폐혜를 시정하고, '머니게임'으로 전락한 생명보험 산업을 다시금 '이웃사랑 이야기'로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이 가입고객에 대한 유지서비스는 소홀히하면서 신계약 매출실적만을 위해 과도한 수수료·시책경쟁과 설계사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고 지적했다. 신 의장은 올해 초에도 불건전 영업과 결별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남긴 바 있다. 출혈경쟁 과정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배당 재원 축소 등 기업가치 제고를 저해하는 부작용도 증폭되고 있다. 수수료 분급제도는 대부분의 설계사 수수료를 판매 후 1년 이내 지급하던 방식을 벗어나 2027년부터 4년, 2029년부터 7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불완전판매와 승환계약을 비롯한 폐혜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인 계약 유지관리가 보험사·설계사의 성과를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잡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신 의장은 “'적자생존'을 넘어 환경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속자생존'의 시대가 됐다"며 “IFRS17 회계제도가 요구하는 고객∙주주가치 중심의 가치경영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현장 영업관리자들에게 신계약에 치중하는 '사냥꾼형' 설계사가 아닌 고객에게 생명보험 수요를 환기시키고 완전가입 및 계약 유지를 달성하는 '농부형' 설계사 확보·양성을 당부했다. 고객의 생애를 함께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다시금 촉구한 셈이다. 그는 “설계사 정착률과 보장유지율을 높여 보험 가입, 보험계약 유지, 보험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고객보장 완주를 책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외환보유액 아껴라”…한국 등 아시아, ‘환율 방어’ 공식 바꿨다 [이슈+]

중동 지역의 긴장이 이어지고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까지 커지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들이 외환보유액을 직접 소진하지 않고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을 잇따라 동원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와 미국·이란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향후 추가 충격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아껴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기업들의 달러 자금을 국내로 보다 빠르게 들여오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난달 원화 가치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달러당 1559원 수준까지 치솟아(원화 약세)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지난달 10일 미국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해 조달한 265억달러 일부를 원화로 환전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졌다. 그 결과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한때 1418원까지 떨어져 2025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률은 약 8%로 2022년 11월의 9%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원화 강세는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화는 올해 상반기 약 7% 하락하며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부진했지만 이번 분기 들어서는 9% 넘게 상승해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서 달러 매수 수요가 유입되고 있지만,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이를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역시 앞선 보도에서도 “SK하이닉스의 달러 매도는 단일 기업의 움직임만으로도 외환시장을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이는 외환보유액에만 의존하기보다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정부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 인도·대만 등도 '민간 달러' 확보에 총력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 전반에서도 외환보유액을 직접 사용하는 대신 해외에 있는 달러 자금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외화 자금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국영기업의 해외 차입과 은행의 외화예금 유치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도는 여기에 환헤지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현지 은행들이 해외 거주 인도인들에게 매력적인 금리의 외화예금을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6월 도입된 이 제도를 통해 7월 말까지 외화예금으로만 약 367억달러가 유입됐다. 해외 외화대출과 상업차입 등을 포함하면 전체 유입액은 약 410억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달러 유입에 힘입어 인도 루피화는 지난 5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반등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올해 말까지 인도로 최대 80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외국계 자금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최근 두 달간 채권시장으로 16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대만 당국도 자국 통화 가치가 약세를 나타낼 때 수출기업들에 미국 달러를 매도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클라우디오 피론 아시아 외환 및 금리 전략 총괄은 “여러 동기가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구조적으로 높아진 변동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아시아 각국이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동시에 각국은 자국내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며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 유가 충격에 취약한 아시아…“문제는 자본 흐름" 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환율 방어 수단을 찾는 배경에는 중동발 유가 충격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반면 중남미 신흥국들은 아시아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상당수가 산유국이어서 국제유가 상승의 충격도 상대적으로 작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루피아와 인도 루피, 태국 바트는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22개 신흥시장 통화 가운데 올해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5개 통화에 포함됐다. 반면 콜롬비아 페소와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 등 중남미 통화는 상승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아시아 통화의 약세를 경제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알파인매크로와 스테이트 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M&G인베스트먼츠 등 해외 기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수지 흑자와 견조한 거시경제 펀더멘털, 강한 수출, 증시 호황 등을 감안하면 최근 아시아 통화의 약세폭이 예상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M&G인베스트먼트의 로우 관 이 아시아 채권 총괄은 “이같은 불균형의 원인은 무역 펀더멘털보다는 자본 흐름의 구성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통화 약세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각국 정부는 앞으로도 외화 유입원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MUFG은행의 마이클 완 선임 외환 애널리스트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국제유가와 엘니뇨, 미국 국채금리, 달러화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등 글로벌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더 많은 정책 여력을 남겨두고 있다"며 “더 많은 달러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이들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전략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준에 서학개미까지…원화 강세 지속은 '미지수'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은 향후 아시아 통화 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위원 3명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향후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지나치게 늦출 경우 향후 더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야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에서는 코스피 폭락으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원화의 지속적인 강세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인용해 개인들이 지난달 미국 주식을 46억달러어치 순매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미국 주식 순매수액인 27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22% 폭락한 코스피가 이달에도 4% 넘게 하락하고 있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가 지난 7일 7757.64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 증시의 수익률 격차가 지속될 경우 개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최근의 원화 강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한국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계속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자금 유출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원화의 지속적인 강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우호적인 포트폴리오 흐름이 형성될 수 있는 경로는 매우 좁다"고 분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수소선박 전환 시 연 390조원 편익…문제는 수소 공급망과 인프라

전 세계 선박의 연료를 수소로 전환하면 매년 약 13만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하고, 대기질 개선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연간 2840억달러(약 39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운 탈탄소화가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초미세먼지와 오존을 줄여 상당한 공중보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세계 해운의 연료체계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대규모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박 몇 척을 수소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연구에서 제시한 건강 편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와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SF NCAR)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구 시스템 모델과 대기질·건강영향 모델을 결합해 선박 에너지의 50%와 100%를 수소로 전환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매년 12만9458명 조기 사망 예방 100% 전면 전환 시나리오에서는 매년 12만9458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약 75%인 9만7417명은 오존 감소를 통해, 25%인 3만2041명은 초미세먼지(PM2.5) 감소에 따른 효과였다. 지역별로는 차이가 컸다. 남아시아에서는 오존 감소, ​동아시아에서는 PM2.5 감소에 따른 건강 편익이 두드러졌다. 특히 동아시아는 전 세계 PM2.5 관련 예방 사망자의 약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2840억달러(약 390조원)에 이른다. 인도가 약 360억달러로 가장 큰 편익을 얻고 일본·미국·이탈리아·중국 등도 큰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50% 전환 시나리오는 전 세계 선박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수소로 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연간 약 4만5000명 수준의 조기 사망을 예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른 경제적 편익은 연간 약 1140억달러(약 157조원)에 이른다. 수소 해운의 효과가 단순한 탄소 감축에 그치지 않고 건강과 경제적 편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선박 건조에 막대한 비용 필요 문제는 이 결과를 현실로 옮기는 데 필요한 규모다. 100% 전환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이전에 총톤수 100t 이상 상선 11만2501척을 수소 추진선으로 새로 건조해야 한다. 선박 한 척당 건조비용을 4750만달러로 추산해 선박 교체 비용만 연간 약 2140억달러로 계산했다. 건강 개선에 따른 경제적 편익 2840억달러보다 크지는 않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보건 편익과 선박 교체비용을 비교한 결과다. 논문에서는 50% 전환 시나리오에 따른 선박 교체비는 별도로 산정하지 않았다. 다만, 단순 비례로 가정을 하면, 5만6250척을 건조하는 데 약 2조6720억달러가 들어가고, 2050년까지 연간 1070억달러 정도가 들어가게 된다. ◇선박만 바꿔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소 생산·저장·운송과 항만 벙커링 인프라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종합적인 경제성 분석은 아니다. 이번 연구를 근거로 당장 수소선박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오히려 막대한 초기 투자와 장기간에 걸친 선박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이 함께 드러난다. 수소 해운의 또 다른 과제는 연료 공급망이다. 연구진은 전 세계 해운의 수소 전환을 위해 연간 약 2억80만t 규모의 수소 생산을 가정했다. 이 가운데 88%는 그린수소, 11.8%는 블루수소였다. 그러나 수소 프로젝트가 발표됐다고 실제 공급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발표된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가운데 일정대로 완공된 비율이 7%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소 공급망 구축 자체가 해운 전환의 중요한 불확실성이라는 의미다. ◇한국 서해안은 오존이 변수 더구나 수소 생산 과정에서는 육상 대기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수소선박 운항으로 이산화항(SO₂)과 일산화질소(NO) 등 선박 배출량은 크게 감소하지만, 수소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오염물질 배출이 증가할 수 있다. 미국 걸프 연안, 칠레 북부, 서유럽, 인도 북서부 등에서는 PM2.5 농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지역도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이 줄면 대체로 대기질이 개선되지만, NOx 농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오존 농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NO로 인해 오존을 제거하는 반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중국 동부와 벨기에·네덜란드 해안, 한반도 서쪽 연안 등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수소선박 전환과 함께 반응성이 높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박의 NOx 감축만으로는 오존 문제까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가 답인가'보다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이번 연구는 수소 해운의 가능성을 상당히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준다. 해운의 연료를 수소로 바꾸면 대기질 개선을 통해 연간 13만명에 가까운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고, 그 경제적 가치는 284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숫자를 현실의 정책 목표로 바꾸려면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11만2501척의 선박을 교체하고, 연간 2억t 규모의 수소를 공급하며, 전 세계 항만에 새로운 벙커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수소 생산 과정의 대기오염과 지역별 오존 문제까지 관리해야 한다. 해운 탈탄소화에서 수소가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수소선박의 도입 숫자만 세는 것보다 수소 생산에서 선박 운항까지 전체 공급망을 어떻게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새로운 환경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