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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에 1조원대 발전엔진·SMR 공장 짓는다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울산에 발전엔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주기기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1조원대 투자를 추진한다. 울산시는 22일 'HD현대중공업 발전엔진·SMR 공장 신설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울주군 온산읍에 3GW 규모의 발전엔진 생산기지를 신설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데 대응하기 위한 발전설비 생산시설이다. HD현대중공업은 당초 다른 지역 투자도 검토했지만 울산시의 신속한 인허가 지원과 투자 애로 해소 역량을 평가해 울산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 본공장에는 SMR 주기기 제작 전용공장을 신설한다. SMR 전용공장은 차세대 원전산업의 핵심기기를 생산하는 시설로, 앞으로 확대될 세계 SMR 시장에 대응하는 생산기지로 활용한다. 두 시설은 내년 상반기 착공한다. HD현대중공업은 생산시설 투자와 공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할 때 울산 시민을 우선 고려하고, 공사·용역·물품 조달 과정에서도 지역 업체와 거래하도록 노력한다. 울산시는 공장 건립에 필요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등 행정 지원에 나선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이번 투자는 미래 에너지산업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HD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환영한다"며 “울산이 세계적인 에너지산업 생산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조탁만 기자 hpeting@ekn.kr

“내 차 배터리 어디 거지?”…현대차는 다 보여주는데, 테슬라는 ‘깜깜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완성차 업체별 정보 공개 수준과 소비자 접근성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본지 확인 결과, 2024년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참여한 주요 17개 브랜드 가운데 현재 자사 홈페이지에서 별도 안내 페이지나 차량 정보 등을 통해 배터리 제조사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11개로 확인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정보를 가장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별도의 '전기차 배터리 정보' 페이지를 운영하며 차종별로 배터리 팩 용량과 정격전압, 전동기 최고출력은 물론 배터리 셀 제조사·셀 형태·주요 원료·배터리 제조사·생산국가까지 공개한다. 단순히 셀 제조사만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의 주요 사양과 공급망 관련 정보까지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다. 차종별로 정보를 구분해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모델에 따라 다른 배터리 공급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제네시스도 별도 안내 페이지를 통해 같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5월 업데이트된 '전기차 배터리 정보 구매자 제공 안내사항'에는 GV60과 일렉트리파이드 G80·GV70 등의 셀 제조사, 셀 형태, 주요 원료, 배터리 제조사, 생산국가 등이 차종별로 담겼다. 기아는 차종별 제원 페이지와 별도 공지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EV3 공식 제원 페이지에서는 배터리 팩 제조사와 생산국가, 셀 제조사, 주요 원료, 셀 형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레이 EV와 니로 EV, EV3, EV6, EV9 등도 차종별로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그 외 국내 완성차 업체는 공개 범위와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GM은 2024년 쉐보레 전기차 2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지만,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차종별 배터리 셀 제조사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안내 페이지를 찾기 어렵다. KGM은 토레스 EVX 등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과 정격전압 등 기본 제원을 공개하면서, 공식 차량 정보에서 셀 제조사를 함께 명시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세닉 E-Tech 등 일부 차종의 가격표에 셀 제조사·셀 형태·주요 원료 등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 역시 제각각이다. 테슬라는 수입차 가운데서도 배터리 정보에 접근하는 경로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테슬라는 2024년 정부의 자발적 공개 요청에 따라 국토교통부에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제출한 바 있다. 이후 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를 통해 모델3·모델Y의 트림과 차대번호에 따른 배터리 제조사까지 공개됐다. 당시 모델3·모델Y에는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CATL 배터리가 혼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현재 테슬라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차량별 배터리 제조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별도 안내 체계를 찾기 어렵다. 소비자가 배터리 제조사를 확인하려면 국토부 자동차리콜센터 등 별도 경로를 찾아야 한다. 2024년 정부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를 제출했음에도 정작 차량을 판매하는 자사 홈페이지에서는 소비자가 배터리 공급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 정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사 홈페이지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어려운 구조다. 벤츠는 2024년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이후 당시 화재 차량에 탑재된 EQE를 비롯해 8개 차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관련 정보 제공을 본격화했다. 현재도 홈페이지에 '전기차 차종별 배터리 셀 제조사 현황'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차종별 셀 제조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연식 변경이나 공급 상황에 따라 배터리 공급자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부 차종은 생산 시점이나 세부 사양에 따라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하도록 하고 있어 차량별·생산 시점별로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방식이다. BMW는 홈페이지에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안내' 메뉴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별도 메뉴로 분리해 제공해 차량 정보와 배터리 정보를 구분해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아우디 역시 '전기차 배터리 안내'를 통해 차종·연식별 셀 제조사와 배터리 생산국가 등을 공개한다. 볼보와 폴스타는 별도의 배터리 현황표 대신 공식 홈페이지의 차량별 지원 페이지와 온라인 매뉴얼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정보 공개 방식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2024년 청라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완성차 업체의 자발적 공개를 유도한 데 이어, 자동차관리법령을 개정해 배터리 제조사·셀 형태·주요 원료 등 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하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그러나 어떤 정보를 어떤 경로와 형식으로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기준은 여전히 업체별 재량에 맡겨져 있다. 유럽연합(EU)은 이 같은 문제를 정보 공개 방식의 표준화로 풀고 있다. EU는 2027년 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디지털 배터리 패스포트 적용을 의무화해 배터리 제조사와 생산·기술 정보, 성능·내구성 등을 일정한 형식으로 제공하도록 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배터리 제조사 공개 의무를 넘어 소비자가 제조사별 정보를 같은 기준으로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공개 항목과 표시 방식, 접근 경로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터리는 전기차의 성능과 안전에 관련된 핵심 요소인 만큼 구매 전에 관련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조사마다 정보 제공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관계 부처가 소비자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정보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부처가 기준을 제시하면 제조사들이 이를 따르고 소비자들도 필요한 정보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이수진 인턴기자

“호주랑 한국이 같나?”…장애인 화장실 등받이 개정안 ‘한국 적합성 논란’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화장실 대변기 등받이의 세부 치수를 명확히 정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제시된 주요 수치가 호주의 설치 기준과 동일해 한국 기준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변기 구조와 설치 환경이 호주와 다른 만큼, 치수 단순 차용을 넘어 한국형 현장 검증과 안전·기능 중심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10월 20일까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대변기를 단지 '등받이가 있는 양변기 형태'로 규정했으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등받이 높이 150~200㎜, 너비 350~400㎜, 좌대 상단~등받이 하단 간격 120~150㎜, 등받이 각도 95~100도, 좌면 앞 끝~등받이 표면 거리 500~550㎜ 등 구체적인 세부 규격을 제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개정안의 주요 치수가 호주의 장애인 접근성 기준인 'AS 1428.1'의 대변기 등받이 규정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호주 기준 역시 등받이 높이(150~200㎜), 너비(350~400㎜), 변기 좌석과 등받이 하단 사이(120~150㎜), 각도(95~100도)를 동일하게 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2025년 '장애인 이용 화장실 대변기 등받이 세부기준 마련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장애인 단체의 요청을 반영했다고 밝혔으나, 입법예고문상에 특정 수치의 도출 근거나 해외 기준과의 관계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국내 설치 환경과의 불일치 우려가 나온다. 장애인 화장실 제품을 개발해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받은 청풍세니텍의 김주용 대표는 “호주의 대변기는 벽에 직접 붙어 있는 벽부형이나 매립형 구조가 많은 반면, 국내는 변기와 벽 사이가 떨어져 있고 배관이 노출된 형태가 대다수"라며 “동일한 치수를 적용하더라도 국내에서는 별도의 연결 브라켓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차이는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호주의 'AS 1428.1' 기준은 치수뿐만 아니라 등받이가 어느 방향에서든 1100N(뉴톤)의 하중을 견뎌야 한다는 안전 요건을 함께 규정한다. 반면 브라켓을 사용하는 국내 설치 방식의 경우 지속적인 힘이 가해지면 고정부가 느슨해질 위험이 있어 이에 대한 하중 및 검증 기준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 및 관련 업계는 사용자마다 신체 조건, 장애 유형, 휠체어 접근 방식이 다른 만큼, 일율적인 형태·크기 고정보다는 체중 지지, 착석·기립 시 안전성 등 기능과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다변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018년 등받이 설치 의무화 이후 특정 형태(중앙 분리형)가 사실상의 표준으로 고착화됐던 전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IPARK현대산업개발, 바로잇에 기부…지역사회·사회복지 현장 연결

HDC그룹의 IPARK현대산업개발이 지역사회 나눔 문화 확산과 복지 현장 지원을 위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사회공헌 플랫폼 '바로잇'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22일 IPARK현대산업개발은 전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사회적가치페스타에서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기부금 전달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달식에는 김현훈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과 신왕섭 IPARK현대산업개발 실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운영하는 사회공헌 플랫폼인 바로잇은 기업과 지역사회, 복지 현장을 연결해 지속가능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원한다. IPARK현대산업개발은 이번 기부를 계기로 사회공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IPARK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번 기부가 기업과 지역사회, 사회복지 현장을 연결하고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부를 통해 기업과 지역사회, 사회복지 현장을 연결하고 지속가능한 나눔을 확산하는 의미를 더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IPARK현대산업개발은 지역 상생을 ESG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주거환경 개선, 교육·문화 지원, 환경보호, 임직원 참여형 봉사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현장] 미로 속에서 다시 만난 서울…“건축문화제, 5분만 머물러도 됩니다”

“건축을 전시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건축은 결국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이니까요." 22일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지하 3층. 어두운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검푸른 조명 아래 높고 낮은 구조물들이 미로처럼 이어졌다. 벽면을 설계도와 설명문으로 빼곡하게 채운 전형적인 건축 전시와는 다른 모습이다. 구조물 사이를 걸으면 서울의 건축과 도시 풍경을 담은 사진이 나타나고, 방향을 틀면 건축 모형과 영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관람객이 작품을 차례로 훑어보는 대신 공간 사이를 직접 걷고 머물며 서울의 여러 얼굴을 발견하도록 설계됐다. 이날 프레스투어에서 만난 국형걸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겸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은 “건물을 그대로 전시할 수는 없다"며 “아무리 멋있는 건축물도 직접 가보지 않으면 공간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장에서는 모형과 영상, 패널, 사진 등을 통해 최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며 “작품을 쭉 나열하기보다 이 공간 자체에서 경험을 하고, 거기에서 각각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시작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개막한 '2026 제18회 서울건축문화제'가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약 2주였던 행사 기간을 올해는 약 한 달로 늘렸다. 전시를 넘어 포럼과 건축가와의 만남, 현장 투어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다. 올해 주제는 'Assembling Seoul: 서울의 발견'이다. 서로 다른 역사와 장소, 문화와 사람이 만나 지금의 서울을 만들어온 과정을 건축이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서울건축문화제는 서울의 특징을 '복합밀도(Hybrid Density)', '가속진화(Rapid Evolution)', '글로컬리티(Glocality)'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다. 국 총감독은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한 만큼 이제 건축에서도 외부의 흐름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건축이 가진 고유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의 고유성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지만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에 있을 수 있다"며 “그 안에서 가능성과 고유성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도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문화제의 중심인 주제전 '서울의 발견'은 국 총감독과 신경섭 사진작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장 자체다.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재활용 팔레트를 조립해 높고 낮은 구조물을 만들고 그 사이로 관람객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미로형 공간을 조성했다. 전시가 끝나면 다시 산업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다. 익숙한 산업 재료가 한 달 동안 전시장을 구성하는 건축물로 변신했다가 다시 본래 용도로 돌아가는 셈이다. 국 총감독은 이를 서울의 도시적 특징을 보여주는 장치로 설명했다. 서로 다른 요소가 충돌하고 교차하고 다시 조합되면서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는 서울의 모습을 전시 공간 자체에 담았다는 것이다. 그는 “공간을 만드는 모든 요소가 산업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팔레트"라며 “익숙한 재료가 반복되고 조합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변한다. 전시가 끝나면 다시 산업현장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서울 건축의 고유성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제전 사진 역시 서울의 유명 랜드마크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신 작가가 포착한 서로 다른 서울의 공간과 일상을 하나의 시각적 프레임으로 끌어들였다. 익숙한 서울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장치다. 국 총감독이 올해 문화제를 준비하며 가장 경계한 것은 '건축인들끼리 보고 이해하는 행사'였다. 그는 “서울건축문화제가 건축인들만의 문화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일반 시민에게 건축을 설명적으로 보여주는 재미없는 전시를 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의 목표도 '얼마나 많은 작품을 보여주느냐'보다 시민이 얼마나 편하게 머물고 경험하느냐에 맞췄다. 국 총감독은 수백개의 패널을 한꺼번에 늘어놓는 방식에 대해 “작품이 일정 개수를 넘어가면 건축하는 사람에게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전시는 단순히 많이 늘어놓고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하나하나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람 방식에도 정답을 두지 않았다. 그는 “시민들에게 쉽고 편한 경험이어야 한다"며 “5분 있다가 나가도 되고, 한 시간 머물다 가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미술관과 도서관 등의 기능이 섞여 복합문화공간이 되는 것처럼 그냥 시간을 보내거나 쉬어갈 수도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며 “추석 연휴에도 가족들과 편하게 둘러보며 '이런 공간도 있구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시민들에게 발견해 달라고 주문하는 '서울'도 유명 건축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 총감독은 “한옥이나 멋진 고층건물만 서울인 것은 아니다"며 “'서울에 이런 공간도 있었어? 이런 건물도 있었어?'라고 느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공간을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아, 이런 것도 서울이구나'라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이라는 도시를 한 번쯤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취지는 전시뿐 아니라 올해 문화제 전체 프로그램에 반영됐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제44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작 20점을 만날 수 있다. 완공 부문 대상작인 더시스템랩 건축사사무소의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을 비롯해 완공 부문 10점과 학생 아이디어 부문 10점이 전시된다. 학생 아이디어 부문 대상인 '두 경계 사이_한양도성의 복원과 활용' 등 대학생들이 제안한 미래 도시 아이디어도 함께 소개된다. 일부 건축 모형은 건물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단면을 잘라 제작했다. 평면도나 외관 사진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공간의 구조와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일반 시민도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 제15회 UAUS 대학생건축과연합회 파빌리온 모형전과 2025 대학생 도시건축 아이디어 공모 수상작, 청소년 건축사진 공모전, 건축도서전 등도 마련됐다. 전시는 지하 3층뿐 아니라 지하 2층과 루프탑 등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곳곳으로 이어진다. 건축은 결국 현장에서 경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서울 건축문화 투어'로 이어졌다. 서울시 건축상 수상 건축사사무소를 직접 찾아가는 '오픈오피스', 수상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와 함께 둘러보는 '수상작 투어', 서울의 주요 건축물과 도시공간을 답사하는 '건축문화투어'가 행사 기간 운영된다. 오픈오피스에서는 더블유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와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김효영건축사사무소,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스테이아키텍츠 등이 시민에게 문을 연다. 건축문화투어에서는 북촌과 서울역~정동길, 금천·독산 일대 등을 걸으며 서울의 옛 건축과 현대 도시공간을 함께 살펴본다. 국 총감독은 “모형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며 “수상작 투어 등을 운영하는 것도 실제 공간에 가서 직접 경험해 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시뿐 아니라 건축가와 시민이 직접 만나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일부 프로그램은 이미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며 “시민들이 건축을 전문 영역으로 어렵게 받아들이기보다 직접 보고 걷고 경험하면서 서울의 건축문화를 접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약 한 달 동안 세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도 계속된다. 지난 18일에는 제44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 건축가들이 설계 의도와 철학을 시민에게 설명하는 오픈클래스가 열렸고, 19일에는 '건축, 문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건축문화포럼이 진행됐다. 다음 달 2일 오후 5시에는 '건축가와의 만남: 미래세대 건축가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열린다. 기성 건축가들이 청년 예비건축가에게 경험과 조언을 전하는 토크 형식이다. 8일에는 신진건축상 수상자와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SAF × YAFK 컨퍼런스 파티'가 열린다.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젊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작업 방향과 고민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꾸며진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연구 동향과 AI 시대 건축 디자인, 가상현실(VR), 빅데이터 기반 도시분석 등을 다루는 AI 건축 강좌도 11월까지 이어진다. 서울시는 지난해 약 2주였던 문화제 기간을 올해 약 한 달로 늘려 시민들이 전시와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를 확대했다. 국 총감독은 이번 문화제가 지향하는 모습을 거창한 건축 담론 대신 이렇게 표현했다. “시민들이 그냥 쉽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걷던 거리와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도 시선을 조금 달리하면 새로운 서울이 된다. 건축을 '설명하는' 대신 직접 걷고 머물며 서울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것. 올해 서울건축문화제가 시민에게 건네는 제안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중·수·청’ 상승세 꺾인 국힘…대여공세 수위 딜레마

국민의힘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더불어민주당을 앞선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민주당에 역전당했다. 지난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던 청년층과 수도권 등에서 상승세가 이어지지 못하면서다.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을 겨냥한 대여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중도·청년층으로 외연을 넓혀야 하는 과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22일 본지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7~1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주보다 4.1%포인트(p) 오른 40.2%, 국민의힘은 3.6%p 하락한 38.5%를 기록했다. 양당 격차는 1.7%p로 오차범위 내였다.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양당 지지율은 일주일 만에 다시 뒤집혔다. 앞서 9월 2주차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42.1%, 민주당이 36.1%로 집계되며 6월 4주차 이후 11주 만에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 당시 국민의힘은 20대와 30대, 중도층, 인천·경기 등에서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며 이른바 '중·수·청'에서 외연을 넓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흐름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의 20대 지지율은 전주보다 9.1%p 하락했고 30대에서도 9.1%p 떨어졌다. 반면 민주당은 20대에서 12.9%p, 30대에서 4.6%p 상승했다. 지난주 국민의힘의 상승세를 뒷받침했던 청년층에서 양당의 지지율 흐름이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수도권에서도 국민의힘의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서울에서 6.9%p, 인천·경기에서 3.4%p 상승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국민의힘은 지난주 수도권에서 나타난 상승분을 이어가지 못했다.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10.0%p 상승했다. 중도층에서도 국민의힘은 지난주 나타났던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주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청년·수도권·중도층에서 상승세가 동시에 주춤하면서, 일주일 전 나타난 '중·수·청'의 외연확장이 구조적인 지지층 확대였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재역전은 국민의힘으로서는 단순한 지지율 등락을 넘어 향후 야당 전략을 둘러싼 고민을 던진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최근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문제를 고리로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왔다. 22일에는 '이재명 정권 실정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세제·안보·사법 현안 등을 비판했다. 추석 이후에는 장외집회 등 추가 투쟁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대여공세가 핵심 지지층 결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중도·청년층까지 외연을 넓혀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선명한 대여 투쟁과 확장 전략을 어떻게 병행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특히 강한 대여 투쟁만을 강조할 경우 강성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외연확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이론적으로 야권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은 맞는데,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 반사이익을 국민의힘이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치는 인식의 영역인데 국민의힘에 대한 인식이 강성 지지층이 지배하는 정당이라는 쪽으로 굳어져 있고, 대안세력으로서 중도층 등에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이 중도·수도권·청년층의 지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당 이미지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강성 이미지를 빼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보면 사람들이 연상하는 이미지, 예를 들면 부정선거나 친윤(친윤석열)적 이미지 등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수도권과 충청권, 청년층의 표심이 한쪽 정당에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본지에 “수도권과 충청권에는 스윙보터(부동층)와 중도층이 많다"며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청년층 역시 특정 정당에 고정된 유권자층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이 평론가의 분석이다. 이 평론가는 “청년층 역시 부동층화가 많이 진행돼 있다"며 “2030 여성은 전반적으로 진보 성향이, 2030 남성은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옅게 나타나지만 어느 한쪽 정당에 고정돼 있다고 보긴 어렵다. 중도진보 내지 중도보수 성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층 표심이 중요한 만큼 이들 세대를 위한 맞춤형 정책 및 공약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국민의힘의 재역전은 지난주 '중·수·청'에서의 상승세가 아직 안정적인 지지기반 확대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한 차례의 등락만으로 국민의힘의 지지기반 변화나 향후 흐름을 판단하기도 이르다는 분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강남보다 더 오른 강북 전셋값…성북·노원 12% 뛰고 ‘국평 10억’ 시대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의 상승세가 강남을 넘어 강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서울 평균 전셋값이 사상 처음 7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성북·노원 등 동북권의 전셋값 상승률은 강남3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두 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았던 강북권에서도 전용면적 84㎡, 이른바 '국민평형'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권에 대규모 신축 아파트 입주가 이어진 것과 달리 동북권은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한 데다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실거주 수요 증가로 기존 전세 매물까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이주 수요까지 예정돼 있어 서울 전세시장의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7.79%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1.66%의 약 4.7배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3.77%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섰으며 전세난이 심했던 2015년 연간 상승률 10.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부동산 통계에서도 상승세가 확인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전월 7억458만원보다 720만원(1.0%) 올랐다. 지난 7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 7억원을 돌파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8월 6억5179만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5999만원(9.2%) 올랐다. 전셋값이 저점을 기록했던 2023년 7월 5억6981만원과 비교하면 3년여 만에 1억4197만원(24.9%) 뛰었다. 최근 전셋값 상승세는 강남권보다 강북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로 12.84%에 달했다. 노원구가 12.25%로 뒤를 이었고 동대문구도 8.43% 상승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상승률은 6.03%로 서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성북·노원의 전셋값 상승률이 동남권의 두 배를 웃돈 셈이다. 가격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 84㎡는 지난달 11억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성동구 옥수동 대표 단지인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같은 면적이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계약된 것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길음동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전용 84㎡ 역시 지난 7월 말 10억원대 호가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과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용 84㎡에서는 지난 6~8월 각각 10억원에 거래된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8월만 해도 6억~7억원대였던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전세가격이 1년 만에 10억원 선까지 올라온 것이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도 이달 9억1000만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는 전세 호가가 12억원까지 형성됐다. 그동안 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변 인기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던 10억원대 '국민평형' 전세가 동북권 신축·대장주 단지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강북권 전셋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역별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격차가 꼽힌다. 올해 동북권에서는 761가구 규모의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와 299가구 규모의 '도봉 아테라' 등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대규모 신규 입주가 많지 않았다. 반면 동남권에서는 '래미안 트리니원' 2091가구, '디에이치 방배' 3064가구, '잠실 르엘' 1865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잇따랐다. 세 단지만 합쳐도 7020가구에 달한다. 신축 입주장에서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강남권 전셋값 상승 압력을 일정 부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공급뿐 아니라 기존 전세 매물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했다. 동대문구는 같은 기간 70.1% 급감했고 도봉구와 노원구도 각각 52.8%, 52.6% 줄었다. 성북구 역시 18.8% 감소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도 전세 물량 감소 요인으로 지목된다. 토허구역에서는 주택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거주하던 주택이 매매된 뒤 새 집주인이 입주하면 해당 주택이 전세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구조다. 실제로 전셋값 상승률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노원구는 올해 7월까지 아파트 거래량이 5448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매매 거래 증가가 임대차시장에서는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 임대차시장은 전셋값이 비싸진 것도 문제지만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세 매물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라며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나 반전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부담까지 높아지고, 일부 실수요자는 '차라리 집을 사자'며 상대적으로 대출 여력이 있는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돌아서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와 월세, 매매시장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임대차시장의 공급 부족이 다른 시장으로 수요를 밀어내는 구조"라며 “전세 매물 부족이 장기화하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뿐 아니라 중저가 지역의 매매가격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규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이주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2027년 상반기까지 강남구 은마아파트 4424가구, 개포주공 6·7단지 1960가구 등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라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천 가구 규모 단지의 이주 시기가 겹치면 해당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고, 다시 그 지역의 기존 임차 수요를 외곽으로 밀어내는 연쇄적인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전세시장은 이미 매물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데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 등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이주가 본격화하면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접 지역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수천 가구 규모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이주할 경우 강남권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다른 권역으로 이동하면서 서울 전반의 전세 수급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존 주택을 일시적으로 비워야 하는 만큼 이주 시기와 주변 입주 물량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사업 속도를 늦추기보다는 이주 시기를 분산하고 인근 지역에서 임차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 대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닻 올린 이형일 부총리호, 출사표 “추석 물가 잡겠다”…대미투자·부동산 시험대

22일 취임한 이형일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첫 시험대로 추석을 앞둔 물가 안정이 될 전망이다. 이 부총리는 이날 별도 취임식 없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그가 취임식 대신 출사표로 밝힌 최우선 과제도 물가와 민생 안정이었다. 이 부총리는 “물가 안정은 민생 경제의 기본이자 양극화 완화의 출발점"이라며 “모든 국민이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더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이 부총리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그는 구윤철 전 부총리에 이어 이재명 정부의 두 번째 경제사령탑을 맡게 됐다. 중동전쟁에 따른 물가 불안과 대미투자, 부동산 세제 개편 등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 취임식도 마다하고 현안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총리는 무엇보다 물가 안정과 민생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대응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 달러 이상 치솟았다. 추석을 앞두고 먹거리 가격도 들썩이며 8월 소비자물가는 3%대로 상승했다. 정부는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한 '추석 민생안정대책'으로 역대 최대인 1930억원 규모 농축수산물 할인 행사를 지원 중이다. 정부가 비축한 추석 성수품 공급량도 18만5000톤(t)으로 확대했다.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 추석 민생안정대책 보고 때 그는 이 대통령의 “추석 물가 자신 있냐"는 질문에 “확실하게 잡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재경부 1차관에서 부총리 후보자 임명 후에도 그는 전통시장을 찾아 장바구니 물가와 소비 동향을 점검하는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한미 간 쟁점이 큰 대미투자도 이 부총리가 맞닥뜨린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이 부총리는 이날 첫 일정으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열린 대미투자 프로젝트 협상 비공개 보고에 참석했다. 정부는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223억달러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후속 사업으로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등이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투자 조건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은 여전한 상황이다.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당초 목표였던 9월 말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 양해각서(MOU) 서명 절차도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과세를 둘러싼 정부의 세제개편안 논란 역시 이 부총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그는 실거주자와 비거주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차등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설계했다. 하지만, 1주택자 세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에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공제액을 기존 9억원에서 낮췄다 다시 12억원으로 수정했다. 정부안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그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가 저하될 우려가 있는 점은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거주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은 확고한 방향성이 있는 원칙"이란 소신을 분명히 했다. 이 부총리는 경제 성장과 정책 대응을 위해 경제현안간담회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전 '녹실(綠室)회의'와 같은 성격의 간담회로 경제부처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모여 경제 현안 관련 신속한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날 잠재성장률 향상과 함께 성장의 성과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대한민국이 마주한 경제 상황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로 국민에 대한 책임도 어제와 다르지 않다"며 “경제 성장은 숫자만으로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일과 성장의 온기가 국민 삶에 고르게 퍼지도록 하는 일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부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조희대,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靑 “제청권이 임명권보다 우위라는 인식”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결정을 즉각 반박하며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취재진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와 협의한 뒤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해온 관례와 달리 지난달 18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손봉기 후보자를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이에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의 제청이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 재제청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은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청한 지 25일 만이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 직후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후임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대법관 공백에 따른 국민 피해도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며 “대법관 1인당 연간 3500∼4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 1인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하고 청와대가 이를 정면 반박하면서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도 한층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대법관 후보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둘러싼 헌법적 해석이 맞서는 가운데 대법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에너지경제 여론조사] 李 기자회견 ‘잘못했다’ 57.7%… ‘연임 논란 해소 안됨’ 51.7%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2일 나왔다. 기자회견의 핵심 현안이었던 '연임 개헌 논란' 역시 해소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국정 전반의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 대국민 기자회견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잘했다'는 긍정평가는 39.2%로 집계됐다. 반면 '잘못했다'는 부정평가는 57.7%로 긍정평가를 오차범위 밖인 18.5%포인트(p) 앞섰다. 지역별로는 전남광주·전북(긍정 72.6% vs 부정 24.1%)에서만 긍정평가가 우세했다. 반면 대구·경북(21.5% vs 78.5%)과 인천·경기(34.5% vs 63.9%), 대전·세종·충청(32.2% vs 59.3%), 서울(37.9% vs 57.1%) 등에서는 부정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46.0% vs 52.9%)에서는 긍·부정 평가가 오차범위 내에서 차이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50대(긍정 53.5% vs 부정 42.3%)와 40대(52.0% vs 46.1%)에서만 긍정평가가 과반을 차지했다. 30대(긍정 23.3% vs 부정 74.0%)와 70세 이상(28.0% vs 69.5%), 20대(18~29세, 32.9% vs 61.7%), 60대(40.3% vs 57.6%) 순으로는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긍정 61.3% vs 부정 34.6%)에서만 긍정평가가 우세했고, 보수층(11.5% vs 87.5%)과 중도층(42.3% vs 54.5%)에서는 부정평가가 우세해 이념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성별에서는 남성층(긍정 34.9% vs 부정 61.1%)이 여성층(43.4% vs 54.3%)보다 부정평가가 높았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연임 개헌 논란이 해소됐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해소됐다'는 응답은 44.0%로 나타났다. 반면 '해소되지 않았다'는 51.7%로 과반을 기록했다. 두 응답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7.7%p로 이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에도 여론의 찬반이 엇갈렸다. 지역별로는 전남광주·전북(해소 75.5% vs 비해소 20.9%)에서만 해소됐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반면 대구·경북(27.2% vs 70.2%)과 인천·경기(38.8% vs 56.5%), 대전·세종·충청(39.4% vs 56.0%) 등에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더 높았다. 서울(44.6% vs 51.0%)과 부산·울산·경남(50.9% vs 48.0%)에서는 두 의견이 오차범위 내 차이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50대(해소 57.6% vs 비해소 37.3%)와 40대(54.0% vs 46.0%)에서 해소됐다는 의견이 과반인 반면, 70세 이상(31.3% vs 61.5%)과 30대(37.9% vs 58.1%), 20대(36.9% vs 57.4%), 60대(42.1% vs 53.7%) 순으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더 높았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해소 68.0% vs 비해소 25.3%)에서는 해소됐다는 의견이 우세했고, 보수층(17.3% vs 80.1%)에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중도층(46.3% vs 50.6%)에서는 두 의견이 오차범위 내에서 격차를 보였다. 이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을 고려할 때, 이재명 정부가 향후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국정 운영 방향을 묻는 조사에서는 '부동산·민생경제 문제 해결'이 34.3%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어 '인사 쇄신·국정 신뢰 회복'(15.9%),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13.8%), '외교·안보 한미동맹 강화'(9.3%), '개헌 등 정치개혁'(7.2%), '국민과의 소통·공감 강화'(6.3%), '대미 투자와 첨단산업 육성'(5.3%), '남북·북미 대화와 한반도 평화'(2.6%), '호르무즈 해협 등 국제 현안 대응'(2.4%) 순으로 집계됐다. 전 지역과 연령대 등 대부분에서 '부동산·민생경제 문제 해결'을 1순위로 꼽은 가운데, 진보층에서는 '부동산·민생경제'(25.3%)에 이어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21.7%)과 '인사쇄신·국정 신뢰 회복'(19.1%)이 상위권에 올랐다. 기자회견 이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전망에 대해서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45.9%로 가장 많았고,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36.8%로 나타났다. '별다른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15.8%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게 나온 만큼 향후 국정 운영에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에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의를 밝혔는데, 대통령이 이와 함께 청와대 참모진도 전면 개편을 해야 한다"며 “개각 역시 정기국회가 끝난 뒤 전면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인재를 너무 편향적으로 쓰지 말고 광범위하게 발탁해 '거국 중립내각'이라는 평가까지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야당의 표적이 된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관련해서는 “결국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라며 “야당이 계속 물고 늘어지면 특별한 게 없어도 정치적으로는 큰 부담이 된다. 윤석열 정부 등 과거 정권에서도 이런 문제가 결국 정권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빨리 결단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활용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다. 통계보정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성·연령·지역별 비율을 반영해 가중값을 부여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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