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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가족의 시간은 아직 2022년 10월 29일”…이태원 참사 4주기, 진상규명·책임 촉구

“저희 유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2022년 10월 29일에 멈춰 있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가 4주기를 맞았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슬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울려 퍼졌다. 24일 저녁 서울광장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 피해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정부 및 정치권 인사 등이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번 추모대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참사 현장에서 시작된 추모 기도회와 서울광장[까지 이어진 행진을 통해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뜻을 모았다. 이날 추모대회는 희생자 160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는 호명식으로 시작됐다.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희생자들의 이름을 차례로 읽었고, 이름이 불릴 때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참사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섰던 이태원 상인 1명이 지난 4월 세상을 떠나면서 추모 대상이 160명으로 늘었다. 행사에서는 직접적인 참사 희생자뿐 아니라 구조 활동 이후 고통을 겪은 이들의 삶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호명식에 이어 참석자들은 희생자와 생존 피해자, 구조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올렸다. 이날 유가족 대표로 연단에 오른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 이후 4년 동안 이어진 가족들의 고통과 진상규명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그날의 비극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지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며 “네 번의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우리 아이들의 빈자리는 단 하루도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4년이면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묻기도 한다"며 “하지만 저희 유가족들의 시간은 여전히 2022년 10월 29일에 멈춰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참사 원인과 당시 대응 과정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왜 막을 수 없었는지, 왜 구조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온전한 진실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책임져야 할 이들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진상규명을 향한 길은 험란하기만 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년 동안 유가족들의 곁을 지킨 시민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손을 잡아주던 따뜻한 온기와 잊지 않겠노라 약속하며 건네준 한마디가 저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합당한 책임을 지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질 때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시고 진실을 향한 걸음에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저희 유가족들은 결코 멈추지 않겠다"며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가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대표해 추모사에 나선 한성숙 국무총리는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한 총리는 “지난해 이 자리에서 우리는 159분을 기억했다"며 “그러나 참사가 남긴 희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 당시 구조에 나섰던 상인 한 분께서 그날 이후 힘겨운 시간을 보내시다 올해 4월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희생자 160명의 명복을 빌었다. 한 총리는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진실을 온전히 밝히고 남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며 “정부를 대표해 유가족과 피해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도 약속했다. 한 총리는 지난해 정부 합동감사를 통해 당시 대응체계의 문제점과 책임자 징계의 미흡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진상규명과 책임 이행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참사에 대한 수사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다하겠다"며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추모시설 조성, 희생자 추모재단 설립 지원, 재난 예방 및 대응체계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과거에 머무는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모두와 가족의 내일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추모대회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도 참석했다. 행사 주최 측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희생자 160명 가운데 외국인은 14개국 26명이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이란과 러시아, 중국, 일본,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호주,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온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35명이 함께했다. 이란 국적 희생자 아파그 라스트마네시 씨의 어머니 자라 레자에 씨도 연단에 올라 가족을 잃은 슬픔과 진상규명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이란 시인 사디의 시를 인용하며 한 사람의 고통이 인류 전체의 아픔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참사에 대한 투명하고 정확한 조사, 책임 소재 규명, 공공장소의 안전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정의"라는 취지로 발언하며 법적 절차에 따른 공정한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외국인 유가족들은 지난 4년 동안 가족을 잃은 슬픔뿐 아니라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날 추모대회에서는 국적과 언어를 넘어 희생자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진상규명 과정에서 외국인 유가족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아픔을 나누기 위해 다른 사회적 재난참사 피해자들도 추모대회에 참석했다.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로 일곱 살 딸을 잃은 이상학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부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참사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이 부대표는 “시간과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그날의 아픈 기억과 슬픔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남겨진 이들의 일상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으며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기억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은 슬픔에만 머물지 않고 책임 있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피해 구제,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은 유가족만의 요구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 모두가 응답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조롱과 혐오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대표는 “2차 피해 역시 참사의 연장선"이라며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일이 또 다른 부담이 되지 않도록 경청하고 보호하며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광주 학동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씨랜드 화재 참사, 아리셀 참사 등 다른 재난참사 유가족과 관계자들도 참석해 연대의 뜻을 전했다. 추모대회 후반부에는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지원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지난 4년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캄캄한 시간이었다"며 “그러나 4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그날의 진실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참사 당시 대규모 인파가 예상됐음에도 충분한 예방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와 신고·구조 요청에 대한 대응이 지연된 경위,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겪은 어려움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왜 막지 못했는지, 왜 구하지 못했는지, 왜 유가족들마저 고립시켰는지 참사 4년이 지나도록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현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기간이 1년 연장된 가운데 시민대책회의는 독립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관계기관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존 피해자와 구조자들에 대한 지원 확대도 촉구했다. 참사 이후 심리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치료와 회복 지원, 생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참사의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일상을 되찾는 날까지 함께하겠다"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추모대회는 가수 김사월과 이한철의 추모 공연, 평화의나무 합창단 공연에 이어 참석자들이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이태원 참사 추모곡 '별에게'를 함께 부르며 마무리됐다. 한편 참사 발생일인 오는 29일 오전 10시 29분에는 서울 광화문 북광장에서 4주기 공식 기억식이 열릴 예정이다.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 정부가 함께 준비하는 이번 기억식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참사의 교훈을 되새길 계획이다. 참사 발생 4년. 유가족들은 여전히 2022년 10월 29일의 진실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울려 퍼진 160명의 이름은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 약속으로 남았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장혜원의 부동산현장] 분당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본격화 “속도·화합으로 하이엔드 단지 조성”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사업이 첫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주요 안건을 의결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 단계에 들어섰다. 정비사업위원회 구성과 설계업체 선정, 사업비 예산 승인 등 핵심 의사결정이 마무리되면서 분당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재건축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통합재건축 과정에서 불거진 단지별 이해관계와 분담금 문제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향후 사업 추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서 열린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제1차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는 사업시행자인 대신자산신탁 관계자와 토지등소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 10개 안건이 상정돼 의결됐다. 본지가 직접 찾은 이날 회의는 개회 및 내빈 소개, 설계업체 프레젠테이션, 정비사업위원회 위원장·감사 후보자 소견 발표, 안건 심의, 현장 투표 및 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의사결정 구조를 확정하고 향후 설계와 사업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했다. 양지마을은 기존 약 4392가구를 통합재건축해 6800가구 이상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분당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의 대표적인 선도지구로 꼽히는 만큼 사업 추진 속도와 주민 분담금, 단지별 이해관계 조정 등이 향후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한양연합 정비사업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영진 당선인은 본지와 만나 사업 추진 속도와 주민 간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빠른 속도로 갈등 없이 협력해서 사업을 잘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지마을은 하이엔드 재건축을 꿈꾸고 있다"며 “하이엔드 단지로 재건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소유자들과 협력하면서 깨끗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1기 신도시 재건축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분담금 문제와 단지별 이해관계 조정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많은 갈등이 있었고, 그 부분은 독립정산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했다"며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지만 계속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독립정산은 여러 단지가 하나의 정비사업을 추진하더라도 기존 단지별 자산과 사업비, 수익 등을 구분해 정산하는 방식이다. 통합재건축의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서도 단지별 이해관계와 사업성 차이를 조정하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된다. 양지마을 역시 통합재건축 과정에서 단지별 대지지분과 용적률, 분담금 등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발생했던 만큼 독립정산 방식이 향후 사업 추진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독립정산 방식이 도입되더라도 공통 기반시설 설치비와 설계비, 금융비용 등 공동사업비의 배분 기준을 둘러싼 협의는 계속 필요할 전망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정비사업위원회 선출 및 구성을 비롯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주요 안건이 의결됐다. 제1호 안건인 '기수행업무 추인의 건'을 비롯해 제2호 '특별정비구역 지정 취소 등 행정소송 보조참가 승인의 건', 제3호 '시행규정(안) 승인의 건', 제4호 '정비사업위원회 운영규정(안) 승인의 건'이 각각 가결됐다. 제5호 안건인 정비사업위원회 선출 및 구성도 마무리됐다. 한양연합위원장에는 김영진, 금호청구연합위원장에는 정선화, 상가연합회장에는 신종찬이 각각 선출됐다. 감사에는 한양연합 황재훈, 금호청구연합 구정회, 상가연합 박용석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제6호 '토지신탁계약서 및 사업시행계약서 확정의 건'과 제7호 '정비사업비 및 2026년 정비사업비 예산(안) 승인의 건'도 가결됐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는 제8호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 및 상환방법 승인의 건'이 통과됐다. 제9호 '협력업체 선정 및 계약체결 위임의 건', 제10호 '전체회의 의결사항 중 사업시행자 위임의 건'도 각각 가결됐다. 이번 의결로 사업시행자인 대신자산신탁과 토지등소유자를 대표하는 정비사업위원회 간 협의체계가 마련됐다. 향후 사업비 집행과 설계안 구체화, 협력업체 계약 등 실무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특별정비구역 지정 취소 등 행정소송에 대한 보조참가 승인 안건이 통과되면서 관련 소송 대응에도 사업 주체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재건축 사업의 밑그림을 그릴 설계업체를 비롯해 주요 협력업체 선정 결과도 발표됐다. 설계업체로는 ANU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가 최종 선정됐으며 정비업체는 주성씨엠씨가 맡는다. 교통영향평가 업체에는 보광토탈이엔지, 환경영향평가에는 중천엔지니어링, 전기설계에는 한양티이씨가 선정됐다. 석면사전조사 및 측정은 친환경건축그룹 이에이그룹, 재해영향평가는 현대기술개발이 담당한다. 법률 분야에서는 법무법인 산하와 인본이 선정됐으며 소방설계는 한방유비스, 도시계획은 케이티에스 엔지니어링, 세무 업무는 세무법인 이레가 맡는다. 설계업체 선정에 앞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는 ANU와 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등 3개 업체가 각자의 설계 구상을 제시하며 경쟁을 벌였다. 최종 선정된 ANU는 분당 중앙공원과 탄천 등 주변 자연환경을 활용한 대규모 녹지 공간과 특화 주거시설을 제안했다. ANU 측은 최고 37층 규모의 주거동과 평균 용적률 약 365%를 적용한 설계 구상을 소개했다. 약 7만평의 외부 공간과 8개 테마공원, 세대별 특화 평면, 스마트홈 시스템 등을 통해 기존 노후 아파트를 고급 주거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학교 일조권과 성남비행장 관련 고도 제한을 고려한 건축물 배치, 중앙공원과 연결되는 보행 동선, 세대당 약 2대의 주차 공간 확보 등을 주요 설계 방향으로 제시했다. 다만 설계안 발표 과정에서는 단지별 용적률과 사업성 배분을 둘러싼 질문도 제기됐다. 한 토지등소유자는 “단지별 건폐율과 용적률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설계를 보정할 것인지, 아니면 금전적으로 정산할 것인지 설명해 달라"고 질의했다. 이에 ANU 측은 블록별 고시 기준에 따라 설계했으며 용적률과 건폐율에 따른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통합재건축에서는 기존 단지별 대지지분과 용적률, 조망권, 평형 배정 등에 따라 소유자 간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향후 세부 설계 확정과 권리가액 산정 과정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양지마을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주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김 의원은 “양지마을 소유자 여러분들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계신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학교 문제 등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끊어진 길을 이어내고 막힌 길을 뚫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사비 등 여러 여건 때문에 주민 분담금 문제가 적지 않게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개정에 따른 기반시설 및 용역비 지원 가능성을 설명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해서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했음에도 재건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담금을 지우는 일이 없도록 여당과 소통하겠다"며 “재건축 부담금 폐지 법안을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시행자인 대신자산신탁도 사업 속도와 투명성을 강조했다. 김성규 대신자산신탁 대표이사는 “양지마을은 분당 재건축의 상징"이라며 “분당 재건축 선도지구로서 기준이 될 사업지인 만큼 속도와 완성도에서 앞서가는 모범 사업지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복잡한 절차를 미리 준비하고 정확하면서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일정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업비 관리와 관련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업비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다양한 의견을 사전에 충분히 듣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체회의는 양지마을 재건축의 의사결정 구조를 정비하고 사업 추진에 필요한 주요 계약과 예산을 승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의 당시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는 4140명으로 보고됐다. 서면결의와 전자투표 등을 포함한 전체회의 출석 인원은 3218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현장에 직접 참석한 소유자는 829명으로 보고됐다. 특히 정비사업위원회 구성과 설계업체 선정이 이뤄지면서 향후 사업시행자와 소유자 간 협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통합재건축 과정에서 누적된 주민 간 갈등과 정보 공개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날 정비사업위원회 후보자 소견 발표에서도 사업 추진 과정의 갈등과 절차적 투명성 문제가 언급됐다. 한 후보자는 “양지마을은 지금까지 큰 갈등이 있었다"며 “갈등이 쌓이면 사업이 멈춘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명한 사업 운영을 통해 소유자 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정비사업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앞으로는 설계안 구체화와 사업비 검증, 단지별 이해관계 조정 등 실질적인 현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천 가구가 참여하는 대규모 통합재건축에서는 사업 추진 속도 못지않게 소유자 간 형평성과 사업비의 투명한 관리가 중요하다. 김영진 위원장이 강조한 속도와 화합이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독립정산을 통한 이해관계 조정이 주민 간 갈등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향후 양지마을 통합재건축의 주요 관전 요소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일처리 빨라졌지만 성취감은 줄어”…AI 시대의 역설

세탁기는 사람에게 시간을 돌려줬다. 빨래에 들이던 시간을 아껴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은 다르다. AI가 일을 대신해 줘도 사람들은 좀처럼 쉬지 못한다. 절약한 시간만큼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은 지난 16일 멀티캠퍼스가 주최한 '데이터로 읽는 2027 트렌드-HR이 주목해야 할 변화와 과제' 강연에서 AI 시대에 등장한 '노동 소외' 현상을 지적하며 '노동 생산성'을 넘어 '성취감'을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는 '트렌드 노트' 시리즈의 공동 저자로, 이날 강연에서는 '2027 트렌드 노트 - AI 시대, 나를 지키는 조건'을 바탕으로 AI가 바꾼 업무환경과 사회의 주요 정서를 설명했다. 박 소장은 “AI가 대신해 나의 시간이 '세이브(save)'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지금은 '24시간 걸립니다'라고 말했다가는 핀잔을 듣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I가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AI는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뿐 아니라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방식도 바꿔놨다. 과거에는 직접 코드를 작성하고 과제를 완성하면서 성취감을 느꼈지만, AI 도입 이후에는 AI가 작성한 결과물을 전달하고 설명하는 일이 업무의 중심이 됐다는 설명이다. AI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한 공부도 또 다른 부담이다. 업무 효율을 높이려면 AI 활용법을 익혀야 하지만, 퇴근 후까지 이어지는 학습이 회사 업무인지 개인의 역량 개발인지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노력은 계속되는데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완성했다는 감각은 오히려 줄어든다. 박 소장은 이를 두고 “새로운 형태의 노동 소외"라고 짚으며 “AI가 업무를 대신하면서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사람은 AI의 작업을 관리하고 결과물을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 수 있다. AI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수록 이를 확인하고 조율하는 사람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역설도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박 소장은 최근 러닝과 마라톤 열풍을 AI 시대가 제공하지 못하는 성취감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직접 몸을 움직이고 훈련한 끝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험은 AI가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보드게임이나 연필을 이용한 활동처럼 자신이 직접 참여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아날로그 활동도 성취감을 얻는 수단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금 러닝·마라톤의 열풍은 바로 세상이 주지 못하는 성취감을 주는 가장 확실한 활동으로서 각광받는다"며 “AI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사람이 직접 노력해 무언가를 해냈다는 감각의 가치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사관리(HR) 역시 생산성 향상만으로 직원의 동기를 설명해서는 안 된다는 게 박 소장의 제언이다. 직원이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지 평가하는 것과 별개로, 자신의 기여를 확인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이 맡은 업무에 이름을 적는 것처럼 각자의 기여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작은 장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I가 업무를 대신하는 상황에서도 누가 무엇을 해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일할 이유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AI를 활용하면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나는 만큼, 조직은 구성원들이 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박 소장은 “어떤 시대라도 일하는 인간에게는 반드시 '내가 해냈다'라는 부분에 대한 장치가 필요하다"며 “HR은 사람을 다루고 있는 만큼 기계의 시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부분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최화준 인턴기자

NES 2026 개최…원전 글로벌 공급망 협력·미 진출 모색

국내 첫 가압형 중수로 원자력 발전소로 1980년부터 원전 가동을 시작한 경상북도 경주에서 한국 원전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소개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 동향을 공유하는 장이 마련된다.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KNA)는 오는 27~29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공동으로 경북 경주시 HICO 전시장에서 '2026 국제 원자력 수출 및 안전 콘펙스(NES 2026)'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2024년 첫 선을 보인 뒤 2회째인 올해 행사는 '세계 원자력 산업 공급망을 강화하다(Powering the Global Nuclear Supply Chain)'를 주제로 막을 올린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원전 시장의 핵심 기업을 비롯해 국내외 120여 개 관련 기업이 총출동한다. 참가 기업들은 원전 산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공급망 역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27일과 29일 진행되는 '글로벌 원전 공급망 협력 컨퍼런스'는 글로벌 산업 파트너십 구축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 생태계를 논의하고, 미국 대형 프로젝트의 기자재 조달 기회와 UAE 원전을 포함한 해외 사업 수행 경험도 다룬다. 28일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주요 기관 관계자들의 축사와 함께 송용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윌리엄 맥우드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 NEA) 사무총장이 기조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다. 같은 날 진행되는 '세계원전도시서밋(WNCS)'에는 국내외 원전 보유 도시 및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인다. 이 자리에서는 지역 주민과의 협력 방안을 비롯해 신규 원전 및 SMR 개발 준비 전략, 국제 협력 방안 등이 안건으로 다룬다. 27일 개최되는 '미국 원전 건설 사업 설명회'에서는 미국 내 원전 개발·건설 동향과 기자재 조달 구조를 점검하고, 국내 기업들의 미국 원전 공급망 진출 가능성을 진단한다. 이 외에도 행사 기간 동안 원자력 산업 전시회와 해외 바이어 대상 B2B 수출상담회(27~28일)가 진행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역 간 워크숍, 한국여성원자력전문인협회(WiN Korea) 기술포럼 등 다양한 연계 행사가 함께 펼쳐진다.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 원전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글로벌 원전산업계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석탄·LNG·재생에너지 ‘오월동주’…정부 불신이 만든 연대

전력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 경쟁해온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업계가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연내 도입을 추진하는 지역별 전력도매가격제(LMP)를 두고서다. 의도적으로 손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정부를 향한 이들의 불만이 닮아 있으니 그야말로 오월동주(吳越同舟)다. 원전업계도 한마디 보태고 싶을 법하지만, 발전사업이 모두 공공사업인 만큼 선뜻 같은 배에 올라타기는 어려운 처지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전력도매가격이 낮아진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더 큰 불만은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과 기준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LMP가 도입되면 송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력이 남는 비수도권의 도매가격이 낮아진다.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송전망 부족으로 전력을 충분히 판매하지 못하는 데다 판매가격까지 낮아지는 셈이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전력 생산이 많은 지역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역 간 가격 차등이 필요하다면 수도권 가격도 올려야 할텐데, 왜 비수도권 가격만 낮추는 방향으로만 해서 부담을 발전사업자에게 지우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더구나 시장 참여자들이 장기간 사업성을 계산해야 하는 전력시장에서 제도의 방향이 사실상 통보에 가깝게 전달됐다. 이에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파장은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최근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조달) 이행을 위해 추진하던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재검토하고 있다. 지역별 전기요금제가 시행돼 비수도권 전기요금이 낮아질 경우 장기간 고정가격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PPA의 경제성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석탄과 LNG, 재생에너지가 한목소리를 냈던 장면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했던 당시 정부가 SMP 상한제를 도입했을 때다. 당시에도 발전업계의 반발은 가격 상한 자체에만 있지 않았다. 어떤 기준으로 상한선을 정하고 발전사업자의 수익을 제한할 것인지, 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지 않았다. 발전사업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산업이다. 정부가 시장의 가격 신호보다 정책적 필요에 따라 가격체계를 수시로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기업은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석탄과 LNG, 재생에너지가 같은 배에 올라탔다면 정부도 그 이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지키고 싶은 것은 당장의 도매가격만이 아닐 수 있다. 예측 가능한 시장의 룰이다. 기업이 수십 년 뒤를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에 대한 신뢰가 중요할 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5℃ 저지선 뚫린다는데…인류 선택지 담은 ‘종합보고서’ [기후 신호등]

다음달 9~20일에는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는 3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가 열린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이번 회의를 통해 국제 사회가 어떤 합의를 이뤄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제65차 기후변화협약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제7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AR7) 발간 일정 합의가 무산됐다. IPCC는 1988년 설립 이후 5~7년 주기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해 국제 기후협상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해왔다. 유럽연합(EU)과 군소도서 개발도상국 등은 7차 보고서를 2028년 내에 발간해 각국의 차기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에 최신 과학적 근거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중국·인도 등은 개발도상국 과학자의 참여와 충분한 검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발간 시기를 2029년 이후로 늦출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주요국의 분담금 납부 지연으로 예산 위기까지 닥쳐 보고서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COP31을 앞두고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기상기구(WMO), 유엔대학 수자원·환경·보건 연구소(UNU-INWEH), 글로벌 에너지 씽크탱크 엠버(Ember) 등이 발간한 여러 보고서를 종합해 하나의 '특별보고서'로 정리했다. ◇ 지구 기온은 얼마나 오를까 UNEP가 지난 21일(현지 시간)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 격차 보고서 2026'은 이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현재 각국의 기후정책이 유지되면 금세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8℃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각국이 제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상승폭은 2.6℃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각국의 감축 약속을 모두 지키더라도 파리협정의 장기 온도 목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 기후 협정의 목표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이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히 줄이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면 금세기 말까지 기온 상승폭을 다시 1.5℃ 이하로 낮출 가능성은 남아 있다. UNEP 보고서는 1.5℃ 목표를 일시적으로 초과하더라도 초과 폭과 기간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목표 수준으로 돌아가는 '최저 초과 경로'를 제시했다. 기후변화 대응의 초점을 1.5℃ 초과 자체를 피하는 데서 초과 폭을 줄이고 복귀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최저 초과 경로에서도 기온 상승폭을 곧바로 1.5℃ 아래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21세기 중반께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7~1.8℃까지 올라간 뒤,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를 통해 2100년까지 1.5℃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 경로 역시 실현 가능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UNEP는 2100년까지 1.5℃ 이하로 복귀할 가능성을 약 50%로 평가했다. ◇ 2035년까지 배출량 45% 줄여야 UNEP가 제시한 최저 초과 경로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5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18%, 2035년까지 45%, 2040년까지 69% 줄어야 한다. 2025~2035년에는 매년 평균 5.7%씩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반면 현재 각국이 제출한 NDC를 이행하더라도 배출량 감소 폭은 2030년 5~8%, 2035년 11~1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각국의 약속과 실제로 필요한 감축 수준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감축을 미룰수록 나중에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현재 수준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5년 더 지속될 때마다 지구 기온의 정점이 약 0.1℃씩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위해서는 금세기 동안 대기에서 약 32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영구적으로 저장해야 한다. 이는 2024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의 약 8년 치에 해당한다. 탄소 포집·제거 기술의 경제성과 대규모 적용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미래의 탄소 제거에 의존하기보다 현재의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UNEP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 화석연료 의존도 축소, 메탄 배출 감축 등 이미 효과가 확인된 정책을 더욱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물 부족 넘어 '물 파산'…자연자본 회복 한계에 직면 기후변화와 함께 인류가 직면한 또 다른 위협은 수자원 고갈이다. UNU-INWEH는 지난 1월 발표한 '글로벌 물 파산: 위기 이후 시대, 수문학적 한계를 넘어 살아가는 인류' 보고서에서 일부 지역의 수자원 시스템이 과거 상태로 되돌아가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물 파산은 일시적인 가뭄이나 물 부족과 다르다. 자연이 보충하는 양보다 많은 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지하수와 습지 등 물을 저장하고 조절하는 자연자산까지 훼손해 시스템의 회복 능력을 잃는 상태를 뜻한다. 이를 금융에 비유하면 강수와 하천 유량, 저수지 등은 매년 수입이 들어오는 당좌예금에 해당한다. 반면 지하수와 빙하처럼 장기간 축적된 수자원은 저축에 가깝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을 때 저축을 꺼내 쓰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자산 자체가 고갈된다. 지하수를 지나치게 퍼 올리면 대수층이 압착되고 지반이 침하할 수 있다. 습지 파괴와 빙하 소실, 토양 염류화와 수질 오염도 물을 저장하고 정화하는 자연의 기능을 약화한다. UNU-INWEH는 전 세계 약 40억 명이 매년 적어도 한 달 동안 심각한 물 부족을 겪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물 부족이 발생할 때마다 댐이나 관정 등 공급 시설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물을 저장하고 순환시키는 생태계의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재생에너지, 100년 만에 석탄 발전 추월 전력 부문에서는 에너지 전환의 진전도 확인됐다. 엠버가 지난 4월 발표한 '글로벌 전력 리뷰 2026'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3.8%로 높아졌다. 발전량은 1만730 TWh(테라와트시)로, 석탄 발전 비중 33.0%(1만476TWh)를 사상 처음 앞질렀다. 수력·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현대 전력 시스템에서 석탄을 넘어선 것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5년 23.0%에서 2025년 33.8%로 10년 동안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중은 같은 기간 4.5%에서 17.3%로 세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석탄 발전 비중은 2015년 38.7%에서 2025년 33.0%로 낮아졌다. 태양광 발전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5년 태양광 발전량은 전년보다 30% 증가한 2778TWh로 집계됐다. 증가량은 636TWh로, 같은 해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75%를 충당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합친 저탄소 전력의 증가량은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을 웃돌았다. 그 결과 전 세계 화석연료 발전량은 전년보다 0.2% 감소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속하려면 송전망 확충과 전력저장장치(ESS), 수요관리, 전력시장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발전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전환을 완성할 수 없으며, 생산한 전력을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 기후·대기오염 함께 줄이면 투자액의 15배 편익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오염 저감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UNEP와 기후·청정대기연합(CCAC)이 지난달 발표한 '숨겨진 자산: 기후 및 청정대기 행동의 경제적·보건적 근거'는 기후변화 완화와 대기질 개선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때 얻을 수 있는 경제·보건 편익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에너지·산업·수송·농업·가정용 연료·폐기물 등 6개 분야에서 25개 검증된 정책과 기술적 해법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에 함께 대응하는 정책에 1달러를 투자하면 약 15달러의 경제적 편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수익률을 나타내는 내부수익률(IRR)은 60%로 추산됐다. 보건비용 절감과 노동 생산성 향상, 기후재해 피해 감소 등을 포함한 편익이 투자 비용을 웃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 직접 발생하는 편익만으로도 10년 이내에 투자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제시된 25개 해법이 충분히 이행될 경우 2050년까지 조기 사망 1억4400만 건을 예방하고, 수억 건의 만성질환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질 개선을 함께 추진하면 205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약 0.34℃ 억제하고, 2100년까지는 약 1.4℃의 추가 온난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목표보다 실행…기후정책의 전환이 관건 최근 국제기구의 보고서들이 보여주는 현실은 분명하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의 1.5℃ 초과 가능성이 커지고, 일부 수자원 시스템은 과거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의 확대는 전력 부문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기후위기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완화할 수단과 정책적 기회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완화하려면 온실가스 감축을 뒤로 미루지 않고 에너지·산업·수송 부문의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 관리에서는 자연자본의 손실을 인정하고 남은 수자원을 지속가능한 범위에서 이용하도록 정책을 바꿔야 한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을 함께 줄이는 정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에너지 전환은 발전설비의 종류를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송전망 확충, 전력 수요관리, 산업 부문의 효율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물 정책에서도 공급 확대에만 의존하기보다 유역 단위의 물 수지와 지하수·습지 등 자연자본의 상태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가상의 보고서'를 만든 것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확인하자는 것이 아니다. 1.5℃ 목표의 초과 가능성이 커졌지만,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남아있는 선택지가 무엇이고 무엇을 서둘러야 하는지 깨닫기 위함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수급 공백·AI 신용 불안에 갇힌 코스피…이번 주 ‘실적 슈퍼위크’가 분수령[주간증시]

코스피가 전주 급락 이후 반등을 시도했지만 5500선 부근에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 외국인 매도 강도는 누그러졌으나 이를 받아줄 매수 주체가 사라졌고, AI 기업 신용위험과 중동발 유가 급등이 겹치며 회복을 가로막았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28일)·삼성전자(29일) 실적과 주주환원책, 미국 빅테크 실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꺼번에 몰린 이번 주(26~30일)를 반등 여부를 가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9~23일) 코스피는 5550.30으로 마감했다. 한 주간 5500~5700을 오갔다. 전주 16.2% 급락 이후 'V자 반등'에는 실패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매도 규모와 낙폭의 괴리다. 20일 외국인 순매도는 4884억원에 그쳤지만 지수는 3% 넘게 빠졌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매도 물량의 절대 규모보다 이를 받아낼 지속적인 매수 주체의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사실상 유일한 순매수 주체 역할을 했던 자사주 매입이 멈춘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목표치 40조원을 채우고 21일 자사주 매입을 마쳤다. NH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15~21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2153억원을 순매도했고, 이 가운데 반도체 업종 매도가 약 1조8000억원에 달했다. 개인 매수 여력도 약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 14일 100조원 아래로 내려간 데 이어 한 주만에 10조원 넘게 빠졌다. 21일 기준, 89조6344억원이다. 신용시장 불안도 위험회피 심리를 키웠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네오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100bp를, 오라클은 300bp를 넘어섰다.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5.1%를 웃돌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리스크는 주 후반 다시 커졌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23%, S&P500은 0.52%, 나스닥은 0.21% 하락했다. 다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44% 올랐고, SK하이닉스 미국예탁증권(ADR)은 솔리다임 기업공개(IPO) 검토 중단 발표에 4.05% 상승했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유전과 얀부 항구를 공격하고 아람코가 다란 본사 직원을 대피시키면서 에너지 시설 추가 피격 우려가 번졌다. 호르무즈 해협 주변 선박 공격이 늘고 미국 원유 재고가 3주 연속 감소한 점까지 겹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3일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3.55달러(3.14%) 상승한 배럴당 116.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3.80달러(3.82%) 상승한 배럴당 10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 충격은 곧바로 소비주로 옮겨붙었다. 웰스파고가 디젤 가격 급등에 따른 물류비 부담으로 유통기업 실적이 2027년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달러제너럴(-4.62%)·달러트리(-4.37%)·타깃(-3.38%) 등 할인유통주가 급락했다. 연료비 부담에 델타항공(-3.13%)과 크루즈주도 약세를 보였고, 엑손모빌(+2.79%)·셰브론(+2.88%) 등 에너지주만 강세였다. 금리의 방향보다 배경을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올라도 주가가 빠지고, 내려도 빠진다"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금리 자체가 아니다"라고 했다. 10월 들어 미 장기금리 하락이 물가 진정이 아닌 AI 투자 회수 의구심과 신용위험을 반영한 만큼, 위험자산에 마냥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지만 시장에선 이를 '매파적 동결'로 해석하며 11월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AI 수익성에 대한 엇갈린 신호도 이어졌다. 스페이스X는 초지능(SI)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830% 늘며 흑자로 돌아섰고, 슈퍼마이크로는 시장 예상치(152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185억~195억달러의 잠정 매출을 제시했다. 반면 메타는 설비투자(CapEx) 확대로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이 21억달러 적자로 전환하며 투자 부담 논란을 키웠다. 이번 주에는 굵직한 일정이 몰려 있다. 27일 한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나온다. 28일 SK하이닉스, 29일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한다. 한국시간 29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30일에는 아마존이 실적을 내놓는다. 같은 29일 FOMC 결과와 미국 3분기 GDP,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도 공개된다. 증권가의 시선은 반도체 '투톱'의 주주환원에 쏠린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추가 주주환원 재원을 30조원 이상으로 추정하며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확정될 경우 외국인 매도 물량을 일부 흡수하면서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이 제시한 이번 주 코스피 예상 범위는 5100~6400이다. 하단 지지력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4배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겹치는 5170~5233을 중요 지지권으로 꼽았다.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4.23배 수준이다. FOMC에서는 금리 동결이 유력하다. CME 페드워치 기준 동결 확률은 85~87% 수준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이전보다 성장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면 내년 긴축 강도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금리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고 봤다. 신중론도 여전하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0월 1~20일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22.5% 늘어 수요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성급한 비중 확대보다 실적과 수급 회복을 확인하며 대응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27일 이스라엘 총선과 다음 달 3일 미국 중간선거도 유가와 지정학 리스크의 방향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환율 부담 커진 위스키 3사…매출 제자리에 원가율은 상승

윈저글로벌과 페르노리카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 등 위스키 3사의 2026회계연도 매출 합계가 주류 소비 트렌드 변화 등 영향으로 줄어든 반면 매출원가율은 환율 등 영향으로 일제히 오르며 원가 부담은 더 커졌다. 이에 윈저글로벌은 출고가를 올렸고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선물환 계약을 새로 맺으며 대응에 나섰다. 25일 각 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3사 매출 합계는 총 37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 줄었다. 반면 매출원가율은 윈저글로벌이 22.2%에서 23.7%로 올랐고 페르노리카코리아와 디아지오코리아도 1년 전보다 높아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 기간 원·파운드 평균 환율은 7.3%, 원·유로 평균 환율은 11.0% 올랐다. 이에 윈저글로벌은 지난 7월 W 3종과 윈저 3종 등 6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4.9% 올렸다. 윈저글로벌은 영국 현지 생산비 증가와 원·파운드 환율 상승으로 원화 수입단가가 올랐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6월 말 윈저글로벌의 매입채무 47억8268만원은 전액 파운드화 채무다. 윈저글로벌의 매출은 1003억4000만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했고 매출원가는 238억1478만원으로 6.6% 늘었다. 영업이익은 321억7798만원으로 5.8% 줄었다. 윈저글로벌에 따르면 7월 출고가 인상을 앞두고 6월에 거래처 사전 주문이 몰리면서 6월 말 매출채권이 332억4073만원으로 52.7% 늘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없던 선물환 거래를 올해 위험회피 목적으로 시작했다. 선물환은 미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사고파는 계약이다. 6월 말 보유한 선물환 매수 계약은 유로화·파운드화·달러화 5건, 계약금액 69억7542만원이고 선물환에서 난 이익은 1억6003만원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6월 말 파운드화 매입채무는 37억3406만원으로 1년 전보다 28.7% 늘었고 외환차손은 6억9586만원으로 49.8% 증가했다. 매출원가는 411억5612만원으로 11.3% 늘었고 매출원가율은 30.6%에서 33.1%로 올랐다. 매출은 1242억1557만원으로 2.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4억4844만원으로 4.3% 감소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25년 12월 발렌타인 글렌버기 12년·15년과 더 글렌리벳 12년·15년 출고가를 최대 13% 내렸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발렌타인 글렌버기와 더 글렌리벳의 가격 조정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는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완화하고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의 품질과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위스키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디아지오코리아의 판매비와관리비는 808억6785만원으로 7.1% 감소했다. 이 가운데 광고선전비가 27억6929만원 줄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사업 운영과 자원 배분에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매출원가율은 39.9%에서 40.4%로 올랐고 영업이익은 107억3962만원으로 14.4% 늘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위스키류 톤당 수입액은 1만1153달러로 지난해보다 24.4% 높았다. 영국산이 수입액의 82.0%를 차지했고 영국산 톤당 수입액은 28.7% 올랐다. 다만 톤당 수입액에는 고가 제품 비중 변화도 반영된다. 윈저글로벌 관계자는 “제품 수입 특성상 원·파운드 환율 상승이 매출원가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취임 두 달 김민석, 논란의 늪에 빠진 ‘찐명’ 당대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두 달여 만에 잇따른 악재에 발목을 잡혔다. 당내 인사들의 설화에 신천지 당원 집단 가입 의혹,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란까지 겹치면서다. 당초 내세웠던 민생 중심의 당 운영은 뒷전으로 밀렸고, 김 대표 본인마저 주차·의전 논란에 휘말렸다. 취임 100일 안에 당 지지율을 10%포인트(p) 끌어올리겠다는 공언도 좀처럼 현실화하지 않으면서 당대표로서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17일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뒤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 간 갈등을 봉합하고 당청 일체감을 바탕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현재 민주당은 정책 성과보다 각종 논란과 정치적 공방으로 더 주목받는 처지가 됐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잇따른 설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이어 부승찬 민주당 의원도 소방 재정을 둘러싼 유사한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 지도부는 추 지사와 부 의원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당내 인사들의 언행을 관리하고 민심 이반을 차단해야 할 지도부가 오히려 사태 수습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신천지 당원 집단 가입 및 경선 개입 의혹도 부담이다. 김 대표가 관련 의혹을 제기한 뒤 당내 친청계의 반발이 나오면서 계파 갈등이 재점화했다. 민생 현안을 앞세워 국정감사를 주도해야 할 집권여당이 정치적 논란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 탄핵 문제는 김 대표의 정치적 조정 능력을 가늠할 또 다른 시험대다. 당내 강경론과 신중론이 맞서는 가운데 정청래 전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등은 사법부를 향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대표로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지만, 탄핵 추진이 정국 경색과 역풍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당내 의견을 조율하면서도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 있는 판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김 대표 자신도 구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조문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 측 차량이 응급환자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한 사실이 알려졌다. 앞서 전북 순창의 지역 축제에서는 가수의 공연 도중 축사를 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개별 사안의 경중과 별개로, 당내 인사들의 언행을 단속하고 기강을 세워야 할 당 대표가 본인의 논란까지 해명해야 하는 상황은 정치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녹록지 않다. 리얼미터가 본지 의뢰로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무선(10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활용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 2.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 대표의 직무수행 부정평가는 67.6%로 긍정평가(25.6%)를 크게 웃돌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부정평가 59.5%, 긍정평가 33.6%로 김 대표보다 긍정평가는 높고 부정평가는 낮았다. ◇ “소방관 순직·실언 등 지지율에 영향" 민주당은 최근 악재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김 대표의 직무수행 평가와 관련해 “소방관 순직 그리고 민주당의 일부 실언 등이 영향을 미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당 지지율도 뚜렷한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2.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은 36.2%, 국민의힘은 40.9%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직전 조사에서 7.0%p 하락한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에 뒤졌다. 김 대표 취임 직전인 8월 셋째 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41.9%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임 이후 오히려 하락한 셈이다. 2028년 총선을 바라보는 여론도 여권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웰이 뉴데일리 의뢰로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8년 총선에서 투표할 정당 후보를 묻는 조사(무선전화 100%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2.5%,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51.7%, 민주당은 28.4%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보다 국민의힘은 1.3%p 올랐고 민주당은 1.2%p 떨어졌다. 여당이 민심의 경고를 가볍게 보기 어려운 결과다. 당 대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정당 지지율 정체와 맞물린 데다 차기 총선에서도 여당 심판론이 힘을 얻을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김 대표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 당시 100일 안에 당 지지율을 10%p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목표 시한인 11월 24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당내 논란을 정리하고 민생 성과를 부각할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지지율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김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분명하다. 잇단 설화를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의 의제를 민생과 정책으로 되돌려야 한다. 친명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권을 확보한 것과 당 전체의 신뢰를 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취임 두 달여 만에 불거진 논란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찐명'이라는 정치적 기반도 리더십의 성과를 대신해 주기는 어렵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국이 부정맥 치료 ‘글로벌 표준화’ 주도한다

대한부정맥학회와 아시아태평양부정맥학회(APHRS)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부정맥 학술대회인 '제19차 아시아·태평양부정맥학회 국제학술대회(APHRS 2026 Busan)'에서 글로벌 부정맥 분야를 선도할 새로운 20년의 비전을 선포했다. APHRS는 매년 아·태 지역 주요 회원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정기 국제학술대회로, 전세계 부정맥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집결해 학술 교류와 협력을 도모하는 학술 행사다. 이번 학술대회는 21~24일까지 4일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진행됐다. 사전등록자를 기준으로 총 61개국 4500명, 초록 1500편 가량이 접수됐다. A한국은 지난 2010년, 2016년 각각 제주와 서울에서 개최한 이후 10년 만에 행사를 개최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심축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지난 19년 전 APHRS 단체 설립 당시 창립 회원(Founding member)로 참여한 이래 글로벌 부정맥 학술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박희남 APHRS 대회장(세브란스병원)은 “이번 부산 대회는 지난 19년간 동료 연구자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쌓아 올린 학술적 성과를 축하하고, 향후 새로운 20년을 열어갈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학술대회 운영의 국제적 표준화와 체계화를 구축하여 글로벌 학술대회의 모범사례이자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웨이 후아 APHRS 회장(중국 후와이 병원) 역시 APHRS가 걸어온 지난 궤적을 평가하며,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정맥 분야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 의료 환경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부정맥 치료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이끌어갈 231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학술 프로그램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임상적 특성을 반영한 최초의 진료지침인 'APHRS Atrial Fibrillation Guidelines(아태 심방세동 가이드라인)'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심장학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펄스장 절제술(PFA, Pulsed Field Ablation) 라이브 세션과 더불어, 전도계 심박동 조율(CSP, Conduction System Pacing), 무전극 심박동기(Leadless Pacemaker) 등 차세대 치료 기법을 아우르는 최첨단 세션들이 대거 선보였다. 최의근 학술위원장(서울대병원)은 “APHRS 2026의 가장 중요한 학술적 특징은 부정맥 분야의 글로벌 아젠다를 선제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라며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최신 연구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부정맥 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일 사무총장 겸 APHRS 학술위원장(고려대 안암병원)은 이번 대회의 핵심 가치로 '혁신, 협력, 참여'를 제시하며, 기존 학술대회와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폭넓은 교류의 기회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최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는 'Feel the Rhythm, Feel the Future'라는 공식 슬로건 아래, 최신 의학적 성과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참가자들이 변화를 직접 체험하고 부정맥 의학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장이 되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신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산업계와 소통할 수 있는 핸즈온 워크숍(Hands-on Workshops)과 테크니컬 이노베이션 스위트(Technical Innovation Suite)를 도입해 국내 의료기업과 해외 전문가 간 교류를 확대했다. 또한 개발도상국 지원 프로그램과 'Young EP' 'Women EP' 세션, 젊은 연구자상(YIA, Young Investigator Award), Best of Best Competition 등을 통해 다양한 관계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심전도 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에 대한 의제도 Health Policy 세션을 통해 다시 한 번 발제됐다. 부정맥학회는 2017년 정식 학회로 발돋움한 이래로 꾸준히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심전도 검진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가장 큰 이유로는 무증상 심방세동을 조기에 발견하여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2024년 대한부정맥학회 심방세동 팩트시트 내용에 의하면 전체 뇌경색증 환자 중 약 20%가 심방세동이 동반되어 있었다. 또한 2013년 약 43만명이었던 심방세동 환자 수가 2022년에는 94만명으로 약 2배 이상 증가하여 고령화와 궤를 같이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유병율이 5.7%에 달하는 만큼, 심방세동의 조기 진단을 통해 국민 건강 수호라는 국가검진의 목적에 충분히 부합한다. 아울러 23일 금요일 오전에는 참가자들이 해운대와 동백섬 일대를 함께 달리는 'Fun Run'을 마련해 참가자 간 화합을 도모하는 동시에, 심정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심폐소생술(CPR)의 중요성과 부정맥 예방·치료에서 운동이 갖는 임상적 가치를 알렸다. 또한 시민을 대상으로 부정맥 조기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대 국민 심장 건강 캠페인 'Pulse Day'를 24일 토요일 부산 피아크에서 열어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강화했다. 오세일 APHRS 2026 조직위원장 겸 대한부정맥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은 “현재 한국의 부정맥 진료 및 시술 수준은 세계적인 위상을 확립하고 있다"며 “이번 APHRS 2026 Busan은 우리나라 부정맥 의학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키고, 차세대 전문가들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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